조경란의 소설을 가끔 보면 굉장히 무거운 느낌이 들었었다. 그런데 이 소설집은 요즈음 추세인 것 같기도 한, 어둡고 무거운 삶의 무게에 비틀거리는 혹은 모든 것에 무감한 주인공들이 나오는 그런 소설들이 아니다. 여러개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너무나 마음 가득 아득하고그리운 느낌들...사는 것, 사랑하는 것의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사랑에 대한 회의, 사랑의 존재자체에 대한 불신에 시달리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참으로 신비하고, 내 주위엔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사랑이라는 것이 느껴졌다..코끼리를 찾아서 중에 나오는 '기억하고 있다면 그 사람을 떠올릴 때마다 그도 동시에 당신을 떠올리고 있을겁니다'라는 구절이나 동시에 중에 나오는 '매번 너를 데려다 주면서 공원 그네에 앉아 네 방에 불이 켜지기를 기다리던 청년 '이라는 구절이 따뜻하고 아늑한 방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아직 20대를 살고 있지만 가끔은 이 예민하고 고통스러운 20대가 너무 지겨워질 때가 있다..작은 일에도 상처받고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지금도 그 한가운데를 떠다니는 중이고 나도 우수련만큼 혼란스럽다. 하지만 가끔 전경린의 소설을 읽다보면 그녀는 지나치게 정신적으로 결벽증에 시달리는 것 같기도 하다. 주인공이 공무원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모든 것을 예상할 수 있는 인생을 살겠다고 꿈을 꾸었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꿈이 있지만 또 현실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그런거니깐..물론 이것이 20살의 우수련이 본 세상이지만..
무엇보다도 여주인공이 맘에 들었다..린다 하워드 작품은 많이 읽었지만 이 책이 제일 재밌는 것 중 하나였다. 뭐랄까 어떤 것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어 얻는 상처를 클레어는 너무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두려워하는 모습, 근거 없는 열등감에 시달리는 모습이 왠지 인간적이었다. 맥스라는 멋진 남자는 클레어 회사의 기밀을 빼내기 위해 접근하고, 누구에게도 마음 주지 않고 상처 입지 않으려던 클레어는 결국 그를 사랑하게 되지만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되고 상처받는다.한편 맥스도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진실을 알게 된 클레어는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상황 묘사가 뛰어나고 작가가 클레어인 듯 감정묘사도 뛰어나다. 한 번 상처 입은 사람은 다시 마음 열기가 힘든데 다시 상처를 준 맥스가 밉다. 읽으면서 내가 여주인공이 된듯 해서 눈물과 웃음과 가슴이 뛰는 기분이 느껴졌다
장미와 계절과 함께 쌍둥이 시리즈이다. 이 책은 활달하고 제멋대로인 동생 블레어와 달리 늘 집안의 평화를 위해 자신을 억누르고 사는 완벽한 숙녀인 언니 휴스턴의 이야기이다.사랑하는 약혼자 린더가 동생인 블레어와 같이 잤다는 것을 알고 힘들어하던 그녀는 새로운 남자 케인태거트와 결혼한다.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 주는 두 남녀..케인은 힘든 어린시절을 보내고 완벽한 성공을 했지만 마음은 그 이상의 무엇을 바라는 남자였고 휴스턴 또한 얌전한 숙녀의 모습 뒤에 무언가를 감춘 여자였다. 아무튼 여러가지 오해와 갈등이 있지만 결국은 뭐 사랑으로 극복해 나간다는 그렇고 그런 내용으로 별로 특별할 게 없는 로맨스다. 주드 데브루에 폭 빠져 있던 시절에 읽었던 책인데 최근에 다시 읽었는데 별다른 매력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로맨스 소설 여주인공이 대부분 그렇듯 리건도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숙해 간다. 삼촌과 약혼자에게 배신당한 것을 알고 잠옷차림으로 뛰쳐나온 리건은 유린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트래비스에 의해 구해진다..아!!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들은 어찌나 운이 줗은지..구해진 것도 다행인데 그 구원의 기사는 잘생기고 멋진 남자라니...아무튼 잘생기고 멋지지만 고집 세고 좀 밀어 붙이는 것 같은 이 남자와 리건은 함께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새 삶을 살아나가려 하지만 이때 또 등장하는 연적..트래비스를 사랑하는 어디로 보나 여우인 여자에 의해 오해에 오해를 거쳐 리건은 떠나게 되고 거기서 혼자 살아나가는 법을 익히고 다시 트래비스와 함께 잘 산다는 내용이다. 뭐 그렇고 그런 내용이지만 처음 부분은 독특하고 재미있었다.특히 배에서 다친 트래비스가 리건에게 어리광(?)부리는 장면은 어찌나 귀여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