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힘겨운 당신에게



여기 한 젊은이가 있습니다.

너무나 순수하고 너무나 진실했기에 스무 살이 힘겨웠던,

혼자라는 것, 미숙하다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아

누구보다 뜨겁게 스무 살에 서고자 했던,

하지만 그 쓸쓸한 시절을 이겨내지 못한...

 

<<스무 살의 원점>>은 

일본 사회가 격동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던 1960년대,

특히 1969

무라카미 하루키도, 무라카미 류도 그들의 방식으로 견뎌냈던

"상실의 시대", "69"를 함께 살았던 스무 살 젊은이의 이야기입니다.

 

쿄토 리쓰메이칸 대학 학생이던

다카노 에쓰코는

자신이 '사유리'라 부르며

친구처럼 여기던 일기장에

스무 살의 사색, 번민, 저항, 실천,

그리고 사랑...

자신의 내면의 모두를 고백했습니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스무 살이 되었다. 술도 담배도 당당하게 할 수 있고, 나쁜 짓을 하면 신문에 ‘A이 아니라 다카노 에쓰코 20라고 실린다. 이렇게 유치한 상태에서 어른으로 만들어버린 사회가 원망스럽네."


스무 살이 됐으니까 애처럼 굴지 말라는 건 누가 정한 걸까요?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어른'답게 행동하라는 건 어쩌란 말일까요? 도대체 '어른'은 뭘까요? 다카노 에쓰코도 여느 스무 살처럼 이런 물음을 던지고 원망도 하지만 결국에는 이렇게 결심합니다.

 

"혼자라는 것, 미숙하다는 것,

이것이 내 스무 살의 원점이다."


그는 서툴지만 홀로 이 스무 살에 서리라 당당히 결심합니다. 자의가 아니었어도 스무 살 출발선에 설 수 밖에 없는 게 인간의 조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성숙한' 인간이 되려는 여정을 '혼자서' 시작했습니다.


"미숙하다는 것

인간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늘 불완전함을 짊어지고 산다. 인간의 존재가치는 완전한 데 있는 게 아니라 불완전하다는 데 있고, 그 불완전함을 극복하려고 하는 데 있다. 인간은 미숙하다. 각각의 인간이 가진 불완전함은 다양하지만 그 불완전함을 극복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저마다 같은 가치를 지닌다. 그것이 바로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홀로 살아가야 하고 동시에 타인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나는 모두와 더불어 산다는 것이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 생각하면서 다가가야겠다."


그가 혼자이고 미숙한 스무 살의 원점에서 출발해 도착하고자 한 곳은, 성숙한 인간들이 더불어 사는 세상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안타깝게도 그의 일기는 12일 스무 살 생일에 시작해서 622일에 끝납니다. 스무 살을 채 넘기지 못한 그의 여정, 왜 그는 그곳에 도착하지 못했을까요?

 

어쩌면 그의 시대가 그를 너무 힘들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1960년대 말은 2차대전 후 일본의 정치사회적 혼란 속에 학생운동이 정점에 이르렀던 때였습니다. 다카노 에쓰코는 "자유를 손에 넣기 위""인간을 기계부품 취급하는 자본논리와" 투쟁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기득권 세력이 지닌 기만과 폭력이 언뜻 학생들 사이에도 비칠 때 그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자리를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그의 저항이 그를 너무 힘들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가 힘들었던 건 그가 너무나 순수하고 너무나 진실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도쿄대생에게는 열등감을 갖지만 단대생에게는 우월감을 가지는 자신을 반성하고, 노동을 하지 않고 사회적 모순 운운하는 자신을 비난합니다. "알려고 하는 것은 존재하고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파솔리니의 말을 새기며 진실과 인간을 추구하고, 오키나와 현민들의 처지를 안타까와하며 전후 일본의 역사를 공부합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읽고 마할리아 잭슨의 재즈를 들으며 끊임없이 삶의 의미를 질문합니다. 그는 하루하루를 진지하고 성실하게 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는 한때 시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시야말로 진실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마지막 일기는 한 편의 시로 끝납니다. 어쩌면 시가 그에게 힘이 되어 그의 힘듬을 덜어줄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가 좀 더 버틸 수 있었다면요...

 

 

그는 영원히 스무 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도

스무 살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스무 살,

'어른'이 되는 나이라고들 말합니다.

아직 어디로 가야할지 알지 못하는데

어서어서 출발하라고

등을 떠밉니다.

 

지금 여기 스무 살들도 그처럼

자신의 스무 살의 원점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와는 다르게 좀 더 버텨서

자신들만의 ""를 찾아야 합니다.

그도 이렇게 다짐하곤 했으니까요.

 

"얻어맞으면 한 대 때릴 수 있을 정도로 자기애를 가질 것"


그의 쓸쓸한 일기가

지금 여기 스무 살들에게

아주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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