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시란 커다란 벽 너머의 가까워질 수 없는 문학의 장르다. 유일하게 외우고 있는 시는 윤동주의 서시, 이후 시집을 사서 읽는 경우가 없었다. 그러다 올해 시인의 수업에 참여하고 짧은 시를 몇 편 써보면서 어색하지만 친해져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이 그림책은 시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포근한 느낌의 그림과 서정적인 글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책 속 문장들이 시에 대한 나의 궁금증을 많이 해소해 주고 조금은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줬다.대체 시란 무엇이길래, 감상을 표현하는 게 이토록 어려운 걸까? 나만 그런 걸까? 이런 생각을 갖고 책을 펼쳤는데 해답이 바로 나왔다.-시는 비밀 통로일까? 이리저리 헤매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시는 탐정도 아니면서 여기저기 살피느라 늘 바쁘고비밀스러운 작은 흔적도 놓칠세라 졸졸 따라다니지-어쩌면 시는 자기만의 안경벌거벗은 하루의 모습을 또렷하게 보여 주는-내가 시를 읽고 그 안에서 헤매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일상 속에서 같은 걸 보고 다르게 느끼는 건 당연하니 그저 보는 대로, 감정을 받아들이는 대로 해석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시를 표현하는데 옳은 답이 없다는 걸. 그저 온 마음을 다해 환영하는 시의 세계에 풍덩 빠져 나만의 감각으로 마음껏 표현해도 좋다는걸. 기꺼이 마음의 벽을 허물고 시에게 한 발짝씩 다가가다 보면 일상 속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