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중 '경탄' 부분에 소개된 책을 주문했다.

"엘리자베트의 말처럼 관계가 범상함을 초월하려는 노력이 사라지는 순간, 다시 말해 너절한 타성에 빠져 그저 생리적인 욕구나 채우려고 만나는 관계가 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서로에 대해 경탄의 존재로 남을 수 없게 된다.

- 강신주의 감정수업 52쪽에서 -

알라딘 종이박스에서 이 책을 꺼내면서 우선 책의 두께에 놀랐다. 무려 611쪽의 묵직한 두께감과 연두빛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다.

제목 '오래 오래'의 사전적 의미는 아주 긴 시간이 지나도록이다. 오래오래 어떻게 되었다는 뜻일까 ? 행복하게 살았다, 건강하게 살았다, 즐겁게 살았다, 갇혀 살았다... 다양한 문장들을 이어 본다. 두 남녀와 정원이야기라는 작품 해설을 보며 어떤 이야기일까 너무 궁금하지만, 맛있는 음식은 아껴서 두고 먹고 싶은 마음처럼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아껴 둘 것이다. 그리고 불현듯 소설이 읽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면 이 책을 제일 먼저 꺼내들고 싶다.

 

올해 마지막으로 나에게 배달된 알라딘 책들 중 다자이 오사무의 산문집 '나의 소소한 일상'이 눈에 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책 표지를 넘겨 목차를 보니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다. 따뜻하다는 것(생활론)과 아직 말하지 못한 농담(작품론)...서론 아홉살에 자살로 삶을 마감한 다자이 오사무의 개인적인 생활이 담겨 있을 법 싶은 생활론에 더 관심이 간다. 내일부터 당장 가방에 넣어두고 다니며 한편씩 읽어보고 싶다.

"자기의 작품이 좋을지 나쁠지는 자기가 가장 잘 안다. 천에 하나라도 스스로 좋다고 인정한 작품이 있다면, 그보다 행복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각자 자기 마음에 잘 물어볼지어다."

- 나의 소소한 일상 170쪽에서 -

 

 

 

연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그 중 하나인 나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은 그저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충격과 부끄러움으로부터 가능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초조한 마음에 불과하며, 함께 고통을 나누는 대신 남의 고통으로부터 본능적으로 자신의 영혼을 방어한다. 진정한 연민이란 감상적이지 않은 창조적인 연민으로, 이것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힘이 닿는 한 그리고 그 이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견디며 모든 것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연민을 말한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초조한 마음 중 17쪽에서 -

심리 소설의 대가인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일한 장편소설로 500쪽에 달하는 분량이다. 초조한 마음은 어떤 마음을 말하는 것일까 ?  적당한 긴장과 떨림이 있는 마음.. 아마도 조마조마한 마음쯤을 의미하는 것 같다. 빠른 시일 내에 읽고 싶은 소설이다.

 

2013년 12월 31일...알라딘에 마지막으로 주문한 책을 저녁에 배송 받았다. 오래오래와 초조한 마음은 소설, 나의 소소한 일상과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에세이로 모두 네 권을 주문했다. 네 권 모두 당장 읽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들지만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을 마무리 한 후 시작해야 한다. 파란만장했던 2013년은 이제 과거형이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한 해가 다시 내 앞에 찾아왔다.

12월 31일과 별다른 차이 없이 1월 1일은 조용하게 다가왔다. 시내 서점에 가고, 알라딘에 가고, 영화를 보며 소소한 일상을 즐겼다. 그리고 새해 맞이 기념 떡국을 끓여 먹었다.

 

 

 

 

 

 

 

 

 

 

 

 

 

 

 

2014년 알라딘 중고서적에서 구입한 첫 책들... 네루다의 시집과 세 권의 소설

그리고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아 둔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을 구입했다. 겨울은 밤이 길고 방학이 되면 시간의 여유도 생기니 열심히 읽어야 겠다. 기다리던 봄이 오면 햇볕 따뜻한 날을 골라 책을 정리해야겠다. 조용한 일상 속에서 시간은 흘러가고 봄은 따사로움을 안고 나에게 올 것이다.

 

 

 

 

오랫만에 영국의 록밴드 radiohead의 creep을 들었다. 나는 좋아하는 노래만 계속 듣는 버릇이 있는데 한동안 이 노래를 다운 받아서 수백 번쯤 들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오랫만에 creep을 무한 반복중이다. 이 노래를 듣다보면 이유없이 슬픈 마음에 빠져 든다... creep은 그냥 눈을 감고 조용히 듣는게 제일 좋다. 책도 덮어 버리고 계속 음악만 듣고 싶은 밤이다.

 

만약... 내일 아이를 깨워 학교에 보내지 않아도 된다면,, 내일 오후 일이 없다면 난 밤을 새우는 일을 밥 먹듯 할 수 있을 만큼 밤을 좋아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깊이 잠든 밤이 되면 나는 오히려 살아있는 기분이 든다. 이렇게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든다. 아침형 인간들이 보면... 자야 할 시간에 자지 않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잠으로 보내기에 밤이 너무 아깝다. 그리고 지금은 추워서 열어 둘 수 없지만, 봄부터 가을까지 창문으로 들어오는 청량한 새벽바람을 좋아한다. 밤이 되어야 인공적인 도시의 냄새에서 벗어나 진짜 바람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모든 것들이 단순해 지는 밤이 좋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의 시가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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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02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에 동네나 마을 한 바퀴를 살짝 돌면
참 다른 느낌을 받아요.

따뜻한 봄날에, 또 더운 여름날에
책을 하나 들고 살몃살몃 동네마실을 하면서
등불 밝은 곳에서 책을 읽어 보아도
새로운 맛이 되겠지요~

착한시경 2014-01-02 11:15   좋아요 0 | URL
함께 살기님이 사시는 곳은 밤이 더 적막하겠네요~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도시공원과는 차원이 다르겠지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프레이야 2014-01-0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하는 세가지^^ 마음에 들어오는 책 두 권 담아갑니다. 땡스투유^^

착한시경 2014-01-04 12:53   좋아요 0 | URL
어떤 책 두권을 담아가셨을까,,,궁금한데요~ 너무 화창한 토요일..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 씨 뿌릴 때 배우고, 거둘 때 가르치고, 겨울에 즐겨라.

- 욕망할 뿐 행하지 않으면 질병이 생긴다.

- 흙벌레는 쟁기를 용서한다.

- 물을 좋아하는 자는 강물 속에 묻어라.

- 바보가 보는 나무는 지혜로운 사람이 보는 나무와 같지 않다.

- 빛을 내지 않는 얼굴은 별이 되지 못한다.

- 분주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 어리석은 시간은 시계로 재어지나, 지혜로운 시간은 시계로 잴 수 없다.

- 좋은 먹이는 그물이나 덫으로 잡은 것이 아닌다.

- 어리석은 자가 그의 어리석음을 고집하면 지혜로워진다.

- 감옥은 법의 돌로써, 창부의 집은 종교의 벽돌로써 세워진다.

- 사자의 분노는 하나님의 예지이다.

- 현재 증명되는 것은 한때는 오직 상상된 것이다.

- 저수지는 가두며, 샘은 흘러넘친다.

- 분노하는 호랑이는 훈계하는 말보다 훨씬 지혜롭다.

- 고여 있는 물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도이다.

- 용기가 부족하면 간계가 능하다.

- 감사하게 받는 이는 풍성한 수확을 맞이한다.

- 벌레는 가장 좋은 잎사귀에 알을 까고, 사제는 가장 좋은 기쁨에 저주를 내린다.

- 한 떨기 꽃을 창조함은 몇 세대의 노동이 걸린다.

- 넘쳐 흐름이야말로 아름다움이다.

- 사자가 여우의 충고를 받으면 교활해질 것이다.

- 행하지 못할 욕망을 심어 주기보다는 갓난아기를 요람에서 죽여 버리는 편이 낫다.

- 인간이 없는 곳에 자연은 불모지이다.

- 충분히 ! 아니면 지나치게 많이 !

(윌리엄 브레이크의 지옥의 격언 초(抄))

 

다시 한 해를 보내며... 나는 후회와 회한에 마음이 무겁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어떤 하루도 되풀이 되지 않고, 보냈던 시간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새해를 생각하면 가슴 뛰기도 하고, 후회가 아닌 새로운 계획들을 세우며 설레이는 기분에  빠져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특별한 계획없이 새해를 맞이할 듯 싶다. 유일하게 계획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책읽기에 대한 스케줄 정도...

2014년에는 반드시 밀란 쿤데라를 전작독서 할 예정이다. 한달에 한 권씩만 제대로 읽고 리뷰를 쓴다면 한 해를 알차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 이번 달에는 다양한 책들을 읽으며 보냈지만 올 초에 세웠던 계획에 비하면 부끄럽기만 하다.

나는 왜 책을 읽고 있는가 ?

책에 집착하고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는 근본적인 이유와 목적은 무엇일까 ?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라는 말을 일단 믿어 보기로 한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건 분명하니 잘하는 일도 책에 관한 일이다 믿자... 믿어보자...

 

2013년을 세 개의 단어로 정리하면....

 

1. 천사빙수 (빙수야~ 팥빙수야~ 사랑해 사랑해~)

올 여름 열렬하게 사랑했던 천사빙수... 도대체 몇 그릇을 먹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틈나는대로 수없이 먹었다. 심지어는 더위를 핑계로 밥 대신 팥빙수를 먹었다.

내가 천사빙수를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쫄깃 쫄깃한 떡 때문이다. 심지어 인절미를 따로 가져가서 팥빙수에 비벼 먹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할 만큼 빙수 속 떡을 사랑한다. 날씨가 더운 날도 빙수를 먹었고, 장맛비 때문에 짜증이 날 때도 먹었다. 그리고 일이 힘든 날에도 빙수를 퍼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심지어 친구들은 내가 기분이 울적하거나 더위에 힘들어 하면 천사 빙수로 나를 달래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팥빙수도 좋아했지만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카페와 늘 소소한 농담으로 나를 즐겁게 해준 언니를 더 좋아했던 것 같다. 빙수가 메뉴판에서 사라질 때까지 열심히 먹었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내년 여름에도 팥빙수를 먹을 예정이다. 천사 빙수와 함께 한 여름은 시원하고 달콤했다.

 

 

2. 아메리카노 (아메..아메..아메..아메.. 아메리카노 좋아,,좋아,,,좋아)

올 한해 동안 내가 줄기차게 마신 아메리카노...한동안 나는 니어링 부부의 4.4.4법칙에 충실한 삶을 살겠다는 결심으로 매일 오전을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하루 중 지적활동을 4시간 한다는 무모한 목표를 세우고, 오전 11시면 어김없이 동네 카페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오전에 두 시간 그리고 밤에 두시간은 반드시 책을 읽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혼자 뿌듯해 했던 기억이 난다. 니어링 부부, 윤구병, 함석헌, 신영복 그리고 소설과 에세이, 시를 읽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골목길 카페 '마미'와 제 3세계 음악을 자주 틀어주는 카페 '키브'를 특히 좋아했다. 키브의 넓고 큰 창을 통해 바라보는 해질녁 풍경이나 유리창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련해지는 기분이 들곤 했다. 브랜드 커피보다는 주인이 직접 로스팅해서 내린 커피 맛을 더 좋아했는데 두 곳 모두 분위기와 맛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메리카노는 언제 마셔도 좋았지만 특히 혼자 책을 읽으며 마시는 커피는 쓴 맛보다는 달고 향기롭다. 최근에 새롭게 마시기 시작하는 홍차도 좋지만 역시 커피만큼은 아니다.

 

 

 

 

 

 

 

 

 

 

 

 

 

 

 

 

 

3. 책 ! 책 ! 책 !

올 한해동안 알라딘에서 구입한 책들의 목록과 금액을 보며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책을 많이 산 만큼 열심히 읽었어야 했는데 갈수록 쌓여가는 책과 읽는 속도는 멀어져 가고 있다. 밀란 쿤데라 전집을 구입했지만 제대로 읽은 책은 참을 수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정체성, 두 권 뿐이고...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리스본에서 귀국하는데 두 달 가까이 걸렸다.

삶의 우선 순위를 책 읽는데 두지 못했고, 책 사는 일에만 몰두했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지금도 조금씩 읽다가 덮어 놓은 책들이 몇 권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문학동네나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을 사려고 벼르고 있으니 정말 대책없다. 그래도 요즘은 정신차리고 열심히 읽고 있으니 위로가 된다.

12월... 한 달 동안 펭귄뉴스, 소로와 함께 한 나날들, 나의 프랑스식 서재, 디어 라이프, 밤은 선생이다, 자발적 소박함 그리고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지금 이순간 나는 아프다를 읽었다. 짬짬이 여러 편의 시도 읽었다. 부족하지만 알라딘 서재에 글도 많이 올렸다.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 같은 책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단어 세 개로 2013년을 짧게 정리해 봤다... 정말 겨울 밤은 길다. 아직 깊은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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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31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 둔 책은 언젠가 읽기 마련이에요.
책은 사야 할 때와 읽어야 할 때가
똑같지는 않은 듯해요.

즐겁게 품에 모셨다가
기쁘게 손에 쥐셔요~

착한시경 2014-01-02 00:46   좋아요 0 | URL
노후 준비하는 마음으로 책을 사고 있어요...함께 살기님 말씀처럼 언젠가 읽게 되겠죠~ 올해는 기쁘게 손에 쥐는 일이 많기를 바랄 뿐입니다.
품에 모셔놓은 책들이 자꾸 많아져서... 기다리는 책들에게도 미안할 뿐이예요^^

마녀고양이 2013-12-31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워,,, 천사 빙수와 아메리카노, 저렇게 환상적인 조합을 이 밤에 올리셨군요. ㅠㅠ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집을 사야지 하고 맘 먹었다가, 잊어버렸는데 시경님 페이퍼를 보면서 다시 생각났네요. 워낙 많은 책에서 윌리엄 블레이크를 인용하는지라, 이번에 꼭 장바구니에 넣으려구요.

평온하고 건강한 새해되셔요.

착한시경 2014-01-02 00:49   좋아요 0 | URL
지나고 보니... 팥빙수 많이 먹은 것도 즐거운 추억이 되네요^^ 제가 아는 부부는 올 여름 내내 팥빙수 투어도 다녔어요~ 저는 성격상 맛있는게 먹었던 것만 꾸준히 먹는거 같아요... 따뜻한 방바닥에 앉아 있으니까...천사빙수 먹고 싶은 생각이 나네요...^^
 

 

 

내가 '"미래"라는 낱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 단어의 첫째 음절은 이미 과거를 향해 출발한다.

 

내가 "고요"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나는 이미 정적을 깨고 있다.

 

내가 "아무것도"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이미 무언가를 창조하게 된다.

결코 무(無)에 귀속될 수 없는

실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가장 이상한 세 단어 -

 

 

 

 

벌거벗고, 가엽고, 연약한 삶이 친구를 얼싸안고 있다.

고통이 심할수록 사랑이 깊어진다.

살아있는 사람을 돕는 것은 작은 미덕이지만,

보잘것 없는 우정일지언정 죽은 후에도 변치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완벽한 우정이다.

(책 35쪽에서)

 

몽테뉴는 죽기 몇년 전, <에세>최종판에 주석을 달 때 동물을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한, 동물에 대한 그의 자세를 대변하는 글을 덧붙였다.

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놀때, 사실은 고양이가 나를 데리고 노는 것이 아니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

우리가 서로 익살스러운 장난을 치며 함께 논다. 내가 장난을 걸거나 그만두겠다고 할 때도 있지만, 고양이가 먼저 장난을 걸어오거나 그만두겠다고 할 때도 있다.

(책 107쪽에서)

 

'마음을 위로하는 에티카 새로 읽기'라는 부제가 달린 '눈물 닦고 스피노자'

부산 인디고서원에 갔을때 추천해준 책을 구입했다.

"혁명은 거창한 단어가 아닙니다. 평생 노동만을 해왔던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의 세상과의 색다른 관계 맺기도 혁명입니다. 평생 부엌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한 남성이 물의 흐름, 불의 흐름, 음식의 흐름, 쓰레기의 흐름과 음식 가공의 색다른 화음이 있는 부엌일에 나서는 것도 혁명입니다. 기쁨의 관계는 민주적이고, 사랑의 관계가 형성되는 긍정과 생성의 관계입니다. 색다른 관계를 구상한다는 의미에서 혁명인셈이죠."

(책 63쪽에서)

 

 

 

겨울이 오고 있다. 살아 있는 것들에게 겨울은 매우 혹독한 계절이다. 풀은 말라야 하고 나무는 자라기를 그만두어야 하는 계절이다. 새들은 배를 곯아야 하고 산짐승은 먹을 것이 없어서 동면에 들어가야 하는 계절이다. 하지만 봄이 오거든 보라. 자연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살아난다.

(책 89쪽에서)

 

 

 

 

 

 

 

 

 

 

2013년 마지막 시간은 온 힘을 쏟으며 가고 있다. 일요일 저녁 북카페 '느린나무'에서 친구 부부와 커피를 마셨다. 연말 시내는 분주하고 정신없었지만 '느린나무' 안은 고즈넉했다. 느린나무에 오기 전, 알라딘에서 마르케스의 '예고된 죽음의 일대기'와 계룡고에서 김연수의 '사월의미, 칠월의 솔'을 구입했다. 김연수의 소설은 표지와 제목이 너무 예뻐서 구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원목 선반 위에 작은 피규어 인형부터 찻잔과 손때 묻은 소품들을 보니, 이 카페의 주인이 얼마나 오랫동안 정성을 들였는지 짐작이 갔다.  익숙하고 따뜻한 공간이었다. 카페 입구 커다란 책꽂이에는 만화,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책들이 구비되어 있어 혼자 오더라도 심심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듯 싶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연들이 겹겹이 쌓인 카페는 그 자체가 하나의 소설이다. 수 백편의 이야기가 따로 인 듯 싶지만 결국은 인간의 삶과 사랑이라는 거대한 주제로 엮인 연작 소설이다. 나 역시 그 의자에 앉아 삶의 이야기 하나를 더하고 있었다. 메밀차는 덤으로 주었는데 잔이 예뻐서 더 운치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매서운 바람이 불고, 겨울은 쉼없이 이어질 태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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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12-3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밀차, 저도 좋아하는데 잔도 유리항아리도 예쁘네요^^

착한시경 2013-12-30 15:56   좋아요 0 | URL
메밀차도 구수하고 좋던데요~ 찻잔들이 다 특이하게 예뻤어요~^^ 프레이야님도 연말 마무리 잘하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숲노래 2013-12-30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이야기를 누리고
새로운 하루를 즐기며
새로운 사랑 오순도순 속삭이면
어느새 새해가 밝겠네요.

착한시경 2013-12-30 15:58   좋아요 0 | URL
새해를 맞이해,,,지금 모든 고민과 걱정들은 다 잊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요,,,새로운이란 단어~맘에 와 닿는걸요~ 함께살기님도 건강하시고 연말 행복하게 보내시길...

곰곰생각하는발 2013-12-3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착한시경 님 집이군요 ? 엔띠크해서 어디 유럽 내 가정인 줄 알았습니다.

착한시경 2013-12-30 16:00   좋아요 0 | URL
대전에 유명한 북카페랍니다,,어제 저녁 모임을 그곳에서 했거든요~ 저희집이면 좋겠는데 말이죠ㅠ.ㅠ

마녀고양이 2013-12-30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시경님 댁인줄 알고 꼼꼼히 보다가
마지막에 북카페인줄 알았습니다. '느린 나무'라... 참으로 이쁜 이름이네요.

미래, 고요, 아무 것도.... 그렇네요, 진정 그렇네요.

착한시경 2013-12-30 23:29   좋아요 0 | URL
처음부터 북카페라고 밝힐것을...ㅎㅎ 느린나무 1호점, 2호점 있답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잘되기 힘든데~ 이곳은 늘 자리가 꽉 차더라구요~ 골목 안에 있는 작은 카페인데,,,역시 커피맛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때문에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는거 같아요...^^

서니데이 2013-12-30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착한시경님 댁에서 찍은 사진인 줄 알았는데요, 페이퍼 끝에 설명을 주셔서... ^^; 사진이, 환하게 보다는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대전에 있는 곳이라 가볼 수 없을텐데, 사진 올려주셔서 잘 봤습니다.^^

착한시경 2013-12-30 23:30   좋아요 0 | URL
저희집 사진을 올려서...비교체험 극과 극을 시켜 드려야 겠네요^^ ㅎㅎ 저희집과는 사뭇 비교되는 예쁘고 따뜻한 카페 사진이였습니다... 이제 2013년도 하루 남았네요..아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그래요...

여울 2014-01-03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느린나무에서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아늑하고 좋은 곳이죠!! 이렇게 알게 되어서 반갑군요. 더구나 대전에서요. ㅎㅎ
 

정말 색이 만질 수 있는 거라면 좋겠네요. 그런데 궁색한 위로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색은 아주 적은 수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눈은 말이죠. 느낌을 단순화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미묘한 색을 아주 단순하게 축소해서 본대요. 정말 게으른 녀석이죠?

- 책 32쪽에서 -

 

 

 

 

 

 

 

 

 

 

 

 

 

 

 

 

 

 

 

 

 

 

 

'악기들의 도서관'을 시작으로 해서 최근에 나온 '모든게 노래'까지 내가 소장하고 있는 김중혁의 작품은 모두 5권이다. 물론 아쉽게도 '악기들의 도서관' 이후 제대로 읽은 책은 거의 없다. 사실 악기들의 도서관도 제대로 읽었다기보다는 마음에 와 닿는 단편 몇 개를 읽었을 뿐이다.

물론 참신한 제목과 내용은 기억에 남아 작가의 다른 책들을 몇 권 더 구입했지만, 그다지 관심을 갖고 읽지는 못했다. 내가 책을 구입하는 방법 중 하나는 마음에 드는 작가의 작품을 모두 구입해 소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가의 작품에 인용된 작품을 다시 구입해 보는 것이다.

그물처럼 촘촘하게 그 작가에게 영향을 준 작품들까지 읽다보면 훨씬 더 깊이 있게 작가를 이해하게 되는데, 게으름때문에 책을 구입하는 것으로 그칠 때가 많아 늘 아쉽다.

 

올 겨울 가장 강력한 한파를 예고하는 뉴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온 몸이 움츠러든다.

나이를 먹으면서 날씨에 민감해지는 것은,  매서운 추위가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덩달아 위축시키면서 우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봄 햇살이 저 뿌연 구름을 뚫고 나를 비춰 준다면 이 기분에서 좀 벗어날 수 있을까, 몇 번의 혹한을 지나야 봄은 오는 걸까 ? 본격적인 겨울은 이제 시작인데 나는 김영랑이 시처럼 찬란한 슬픔의 봄을 매일 기다리는 중이다.

책을 쌓아 놓고 뒤적거리기를 반복하다가 오랫만에 소설책을 꺼내 들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의 밝고 환한 책 표지가 마음에 들었기 띠문이다.

 

 

'레스몰'이라는 작은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공은 소형 전자 제품을 전문으로 디자인하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지만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자신의 디자인 사무실에 라디오 디자인을 의뢰한 메이비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는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세계 전체를 모래 알갱이만큼 작은 곳에다 압축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쓸모없는 것들이 많으니까요. 슈마허란 사람이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지만 정말 작은 것들이 아름답지 않습니까 ?" (책 17쪽에서)

 

기다란 막대 안테나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세상에서 가장 작은 라디오는 대성공을 거두고 나의 디자인 사무실은 유명세를 타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라디오를 의뢰한 메이비는 이번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라디오를 디자인해줄 것을 부탁한다.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메이비는 청취자들에게 줄 선물의 디자인을 부탁한다.

 

어떤 디자이너의 말처럼 라디오란 '현세의 규칙 너머에 존재하는' 물체인 것이다. 규칙을 무시할 수 있고 시간을 넘나들 수 있고 공간을 건너뛸 수 있는 것이 바로 라디오다. (책 23쪽에서)

 

메이비에게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모든 상황들을 한 편의 영화처럼 실감나게 묘사하며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으로 야구 중계를 본 나보다 라디오로 야구 중계를 들은 메이비가 훨씬 더 그 경기를 선명하게 기억해 설명하고 있다.

나는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이용해 라디오를 다지인하려 하지만 쉽게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던 중 메이비가 진행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터넷 라디오에 접속하고 방송을 듣게 된다. 프로그램의 제목은 '메이비의 무용지물 박물관'이다.

무용지물이란 쓸모가 없는 사람이나 물건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게 눈으로 볼 수 없는 사물은 무용지물일 수 있다. 볼 수 없는 자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에서 메이비는 세상의 모든 사물과 현상들을 소리로 표현해 낸다. 하지만 메이비의 목소리를 통해 사물과 상황들은 새롭게 의미 부여 되며 재탄생한다.

 

밤늦게 라디오 녹음을 하고 나서 뒷정리를 하다 보면 밤을 꼬박 새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럴 땐 기분이 참 좋습니다. 뭐랄까, 새벽의 모든 것들에게 포위당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시계를 보고 아는 게 아니에요, 절대로 아니죠. 안개 같은 건데요, 블라인드처럼 천천히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죠. 제일먼저 느껴지는 건 어떤 소리들이에요. 풀벌레 소리일 때도 있고 자동차 소리일 때도 있죠. 밤 동안 사라졌던 소리들이 조금씩 살아나는 겁니다. 차가 하나도 없던 도로 위로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고, 신문을 배달하는 자전거 체인소리가 침묵의 껍질을 툭툭 치기도 하고요. 그 소리들이 밤을 깨워놓고 나면 그제야 빨간 일출이 시작되는 겁니다. (책 31쪽에서)

 

메이비가 방송에서 설명하는 노란 잠수함을 떠올려 보려고 애를 쓰지만 이미 내 마음 속에 있는 잠수함의 이미지 때문에 소리를 통한 연상이 쉽지 않다. 시각 장애인은 빛이 허락되지 않는 절대적 어둠 속에서 목소리에 의지해 모든 사물을 추론해야 한다. 소리를 이용해 모든 사물을 디자인하는 메이비는 최고의 다지이너였다. 메이비가 묘사한 야구중계 장면이나 사물에 대한 묘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 중, 시각은 가장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사물을 볼 때도 눈으로 복사를 하듯 받아들이고 뇌로 분석을 한다. 하지만 시각을 제한당한 사람들은 청각과 다른 감각으로 사물과 지식을 받아들인다. 오히려 눈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사물에 대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소설의 소재로는 새롭고 참신했지만 사실 암흑의 세계 속에서 소리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절망할 것 같다.  

 

나는 이 소설에 소재로 등장하는 라디오 이야기에 더 끌렸다.

중학교 입학 선물로 삼성에서 나온 빨간색 마이마이 카세트를 선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아이들이 갖고 다니는 핸드폰이나 MP3에 비하면 무식할 정도로 큰 크기였지만, 그 당시로서는 정말 놀랄 만큼 작고 앙증맞은 디자인의 카세트였다.  나를 팝송의 세계로 인도했던 배철수의 음악캠프, 김희애의 인기가요,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김기덕의 두시의 데이트... 중.고등학교 시절 라디오는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또한 오직 성우들의 목소리만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라디오 드라마 속 장면들을 생각하는건 늘 짜릿한 즐거움을 줬다. 겨울 방학이면 따뜻한 이불 속에 배를 깔고 누워 몇 시간이고 라디오를 들었다. 라디오를 들으며 읽었던 모파상 단편집과 제인에어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소리를 듣고 상상하는 아날로그적인 라디오는 느리지만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스무 살 무렵은 더디고 더디지만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기 시작하면 도무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는 것이다. 브레이크가 파열된 자동차처럼 언덕 아래로 사정없이 미끄러지다가 쾅, 하고 박살나버리는 것이 바로 인간의 삶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속도를 줄이기 위해선 어쨌거나 조금은 가벼워야 할 필요가 있다, 고 나는 생각한다. (책 37쪽에서)

 

첫째 날에는 .
나는 친절과 겸손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 있게 해준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이제껏 손끝으로
만져서만 알던 그녀의 얼굴을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 모습을 내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해 두겠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바람에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나뭇잎과 들꽃들,
그리고 석양에 빛나는 노을을 보고 싶다. 


둘째 날에는. 
먼동이 트며
밤이 낮으로 바뀌는 웅장한 기적을 보고 나서,
서둘러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박물관을 찾아가,
하루 종일 인간이 진화해온 궤적을
눈으로 확인해 볼 것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보석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겠다.
 
셋째 날에는. 
사람들이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큰길에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볼 것이다.
그러고 나서,
오페라하우스와 영화관에 가 공연들을 보고 싶다. 
그리고 어느덧 저녁이 되면,
네온사인이 반짝거리는 쇼윈도에 진열돼 있는
아름다운 물건들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와,
나를 이 사흘 동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주신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다시 영원히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다.    

헬렌 켈러가 그토록 보고자 소망했던 일들을,
우리는 날마다 일상 속에서 특별한 대가도지불하지않고 
경험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인지는 모릅니다.
아니 누구나 경험하고 사는 것처럼 잊어버리고 삽니다.
그래서 헬렌 켈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일이면 귀가 안 들릴 사람처럼
새들의 지저귐을 들어 보라.
내일이면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처럼 꽃향기를 맡아 보라.
내일이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처럼 세상을 보라."고!  
 
내일이면
헬렌 켈러의 간절한 소망을
더 할 수 없는 일임을 알게 되면,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놀라운 기적 같은 일인지,
뒤늦게나마 깨달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 헬렌켈러의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중에서 -

 

헬렌켈러가 쓴 유명한 수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을 통해 본다는 것과 듣는 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소홀히 놓쳐 버린 많은 부분들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늘 급하게 쫓기며 살았던 삶과 눈으로 보여지는 데로 행동하고 말하며 겪었던 많은 실수들이 떠올랐다. 우리가 본다고 하지만 그것이 진실일까 ? 허상들을 진실이라고 믿으며 살지 않았을까 ?

차라리 듣는다는게 더 진실에 가까울 수 있겠다. 눈은 감고, 귀를 열며 살고 싶다.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볼 수 있는 혜안이 열리게 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경험을 쌓아야 하는 걸까 ? 짧은 소설 한편을 읽으며 잠깐 잡다한 생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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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28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하루 즐겁게 아름다운 빛을 보시고,
새해에는 또 새해대로 밝은 빛을 보셔요.

예전에는 몰랐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니
삼성카세트나 금성카세트 모두
일본 것을 베낀 모델이었더라구요.

저한테는 카세트가 없었지만,
내 동무들은 국산은 안 쓰고 다들
쏘니니 아이와니 파나소닉이니
되게 비싼 것들을 어머니를 졸라 사서 쓰더라구요...
흠~

착한시경 2013-12-28 23:30   좋아요 0 | URL
파나소닉, 소니, 아이와...전부 추억의 브랜드가 되었네요^^ 소설 속 라디오이야기를 들으니 그냥 문득 옛날 생각이 아련하게 들었어요...ㅎㅎ
함께 살기님께서도 평온한 밤 보내세요... 대전은 오늘 추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9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전도 춥군요 ? 여긴 정말 얼어죽을 거 같더군요. 밖에 몇 시간 그냥 이었더니 동상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나저나 팽귄뉴스 반가운데요... 헛헛....

착한시경 2013-12-29 13:41   좋아요 0 | URL
겨울이 추운건 당연한건만,,,그래도 정말 추운데요~ 곰곰님...감기 걸리세요~ 넘 추운데 계시지 마시길~

프레이야 2013-12-3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날로그 라디오를 늘 가까이 두고 있어요. 주파수 돌려 맞추는 재미^^
시각과 청각이 차단된다면 어떨까요? 심안으로도 보고 여행하시는 분들도 있고.
얼마전 배리어프리 영화를 봤는데 시각과 청각을 가지고 보는 우리들의 감각을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답니다.

착한시경 2013-12-30 16:20   좋아요 0 | URL
저도 생각나요... 지방이라서 들을 수 있는 라디오 프로가 제한되었는데,,,운 좋게 주파수를 잘 맞추면 서울 방송도 들을 수 있었답니다. 찌찌직 거렸던 라디오 소리도 지나고 보니 다 추억이네요... 배리어프리라는 영화 저도 보고 싶어요...한번 볼께요^^
 

 

 

 

 

 

 

 

 

 

 

 

 

 

 

이 세상 모든 책들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지만

책은 남몰래 그대에게 지시한다.

그대 자신으로 돌아가도록

거기 그대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있다.

해와 달과 별들이

왜냐하면 그대가 물어본 적 있는 그 빛은

그대 자신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대가 오래도록 찾았던

책 속의 지혜가

이제 책장마다에서 빛난다.

이제 그 지혜 그대의 것이 되었으므로

- 헤르만 헤서의 책 -

 

 

 

 

누군가 나에게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을 이야기하라면 단연코 '책'을 선택하겠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책을 선물 받아도 기쁠테지만, 내가 이미 갖고 있는 책을 다시 선물 받는다해도 나는 기쁠 것이다. 그 사람도 나와 같은 감동으로 그 책을 읽었으리라 하는 마음의 공감이 느껴지니 행복한 일이다. 밥 한끼 값 정도의 돈으로 가장 오랫동안 소유의 행복을 주는 데는 책만한 것이 없다. 책에 관한 한 나는 절대 다다익선에서 벗어날 수 없을 듯 싶다.

자신의 집에는 3000권의 책이 있을 뿐, 나머지 5만권의 책을 보관하기 위해 따로 집을 구했다는 움베르트 에코의 서재처럼 나도 내 책을 여유있게 보관할 공간을 갖고 싶다는 작은 소원이 있다.

책장에 겹쳐져 꽂혀진 책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여유있는 공간을 언제쯤 갖게 될까 ?

이런 저런 생각 중에 책을 보관할 장소를 고민하기 보다는 책을 읽는 일에 더 시간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나는 정말 바쁜가 ? 의미없이 보낸 많은 시간들, 분주하기만 하고 정리되지 않은 여러가지 일들 속에서 늘 변명거리만 찾으며 살았다.

사는 일보다 읽는 일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겠다. (하지만 정말 이 부분이 너무 힘들다. 사고 싶은 책은 너무 많고,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좋은 책들은 더 많다.)

 

 

 

 

커다란 창가에서 멀리 대청호가 내다 보이는 홍차카페 소정...

소정 앞 마당에서 책을 소재로 사진  몇 장을 찍으며 놀았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와 밤은 선생이다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책이고, 디어 라이프는 내 가방 속에 있던 책이다.

나는 카페에서 책을 놓고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데, 책을 놓은 자리는 지적이며 아름답고 우아해진다. 책은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인테리어 소품이다. 아니...책을 놓으면 책이 주인공이 되고 나머지가 소품이 되버린다. 내 눈에는 그렇다. 요즘 카페에 가면 소품으로 책을 비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카페에서 좋은 책을 만나기 쉽지 않은 것도 참 아쉽다. 최근 여러가지 사정으로 텔레비전이 사라진 자리에 책을 쌓아두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인테리어가 된 셈이다.

 

 

 

 

홍차를 아직 잘 알지 못해서 소정 주인부부가 추천한 차를 마신다.

이번에는 쥬뗌므와 샹글릴라를 마셨다. 느긋함과 입안에 맴도는 달콤함을 즐기면서 마시는 홍차는 정말 매력적이다. 홍차와 책..화사한 꽃무늬 러너가 너무 잘 어울렸다.

사진찍는 기술의 부족이 아쉬울 뿐이다.

올해가 끝나기 전에 이 책 세 권을 모두 읽을 수 있을까 ? 차분하게 마무리 해야 할 것 같다.

분주한 금요일 오후... 홍차 한 잔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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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2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마음 담은 책을
언제나 즐겁게 읽으면서
어여쁜 삶과 사랑 키우셔요~

착한시경 2013-12-27 16:01   좋아요 0 | URL
와~감사합니다... 어여쁜 사랑과 삶을 키우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책 읽으면서 착하게 즐겁게 살께요...^^ 행복한 금요일 밤 되세요

2013-12-28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착한시경 2013-12-28 14:08   좋아요 0 | URL
와...반갑습니다...서니데이님^^ 저도 자주 서재에 놀러갈께요~이렇게 서재를 통해 새로운 분들을 알게 되니 재미있고 즐거운데요... 옥천 국도변에 있는 홍차카페인데,,그곳에서 영화를 찍었다고하네요...그후로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거 같아요..주인부부가 오랫동안 차를 배우고 연구해서 차린 홍차카페인데..저희 부부도 요즘 홍차 맛 때문에 가끔 찾게 되더라구요...앞으로 자주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