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제 막 여든두 살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요즘 들어 나는 당신과 또 다시 사랑에 빠졌습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내 몸을 꼭 안아주는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밤이 되면 가끔 텅 빈 길에서, 황량한 풍경 속에서, 관을 따라 걷고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봅니다. 내가 그 남자입니다. 관 속에 누워 떠나는 것은 당신입니다. 당신을 화장하는 곳에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재가 든 납골함을 받아들지 않을 겁니다. 캐슬린 페리어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그러다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 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 봅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 하자고. (D에게 보낸 편지 88~89쪽 중에서)

 

 

 

 내가 만일 플라타너스라면 그 그늘에 들어가 쉴테요

 내가 만일 책이라면 잠 없는 밤, 지침 없이 읽을 테요

 내가 만일 연필이라면

 손가락 사이에서 나른히 있지만은 않을 테요

 내가 만일 문이라면

 선인에겐 열어 주고 악인에겐 닫아걸 테요

 내가 만일 창이라면, 커튼이 달려 있지 않은 드넓은 창이라면

 온 도시 전체를 내 방으로 불러들일 테요

 내가 만일 하나의 단어라면

 아름다움을 공정함을 진실함을 요청할 테요

 내가 만일 말이라면

 나는 내 사랑을 나직이 말할 테요.

 ( 존 버거의 모든 것을 소중히하라 44~45쪽 중에서)

 

 

1.

칼로 오려낸 것인가 ?  붓으로 그려 낸 것인가 ?

조화신공(造化神功)이 사물마다 야단스럽다.

정극인의 상춘곡의 한 구절로 봄의 즐거움에 빠져 있는 내 마음을 대신해 본다. 고전문학을 읽다보면 옛 사람들의 풍류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이기지 못하여 소리마다 교태로다...

엊그제 겨울을 지나고 봄이 찾아오니, 연두빛 싹들이 소리없이 땅 위로 올라오고, 온갖 꽃나무들은  봉우리를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겨울을 이겨낸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생화들의 생명력을 조물주의 신기한 재주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주인없는 자연은 누구나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참 공평하고 감사한 일이다. 따사로운 봄 기운은 세상의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을 가릴 것 없이 희망을 안고 다가 온다.  부귀도 날 꺼리고. 공명도 날 꺼리니 바람과 달 이외에 어떤 벗이 있겠냐고 말한 정극인의 마음에 100배 공감하는 이 봄이 그냥 좋다. 마냥 좋다. 

물론 나에게 특별히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생긴 것은 아니다. 난 여전히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내고 있지만 계절이 주는 특별한 힘이 나를 즐겁게 한다. 봄 기운을 이기지 못한 새처럼... 봄이 되면 자꾸만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사로 잡힌다. 지난 주부터 시작한 북바인딩 수업은 또 다른 도전이다. 난 유난히 손재주가 없는 편인데, 예를 들어 바늘을 잡으면 손이 떨리고 자꾸만 땀이 난다. 그리고 뜨개질이나 십자수을 하다보면 두통까지 와서 끝까지 완성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손으로 제도를 하고 하드 보드지로 표지를 재단한 후 꼼꼼하게 풀칠을 해서 연결하는 작업을 하는데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너무 재미있게 했다. 아직은 표지를 만드는 작업만 완성된 상태인데, 속지를 실로 엮는 바인딩 작업이 너무 기대된다. 지금은 가장 기초가 되는 다이어리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인데 최종적으로는 아끼는 책들을 새롭게 바인딩해서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의 책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올 겨울 쯤이면 내가 가장 아끼는 책을 가죽으로 새롭게 바인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 뭔가 배우는 일은 언제나 신선한 자극이고 즐거움이다.

그리고 아주 아주 멋 훗날, 알라딘 서재에 쓴 내 글들을 모아서 바인딩해두고 싶다. 세상에서 유일한 핸드 메이드 책으로... 늘 이렇듯 생각만 야무지다.

 

 

 

 2.

욕망과 욕심의 차이는 무엇일까 ?

욕심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것을 정도에 지나치게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며, 욕망은 무엇을 가지거나 하고자 간절하게 바람 또는 그러한 마음을 의미한다.

이번 달에도 나는 욕심인지 욕망인지 알 수 없는 마음에 사로잡혀 여러 책들을 구입했다. 나름대로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선별해서 구입하려고 마음 먹었지만 서재에 올라온 리뷰를 읽거나, 책을 읽다가 작가가 인용한 책을 보면 사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든다. 신간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김중혁의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과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 그리고 앙드레 고르의 D에게 보낸 편지를 구입했다. 최근에 가장 관심있게 읽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은 존 버거이다.  거짓과 불의, 새로운 형태의 독재에 대해 저항라고 말하고 있는 그는 스스로의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밝히고 있다.  몇해 전부터 열화당 사진문고 시리즈를 꾸준히 모으고 있는 중인데 존 버거의 대다수의 책들이 열화당에서 출간되어 더 반가웠다.

 

모든 욕망이 다 자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유란 하나의 욕망이 인정받고 선택되고 추구되는 과정과 경험에 다름 아니다. 욕망의 목표는 대상에 대한 소유가 결코 아니다. 욕망의 목표는 대상의 변화다. 욕망은 바라는 것이다. 바로 지금 바라는 것이다. 그 바람에의 성취가 모두 자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유는 그 바람이 지고(至高)함을 확인해 준다.

하느님은 지금 가난한 자의 곁에 계신다.

(존 버거의 모든 것을 소중히 하라 13쪽에서)

 

 

 

 

 

 

 

 

 

 

 

 

 

 

 

 

 

 

 

 

 

 

 

 

 

 

 

제목과 책 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 그리고 목차와 머릿말이나 옮긴이의 말, 뒷표지만 읽어도 책에 대한 기본 예의는 지킨 것이니 책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말자. 인생은 길고, 시간은 많다. 느긋한 마음으로 마음가는대로 읽어보자... 이번 주에 읽은 책 중 단연코 최고의 책은 D에게 보낸 편지이다. 남편 앙드레가 거리막염이라는 불치병에 걸린 아내에게 쓴 가슴 저린 편지글이다. 서로 만난지 60년 만에, 결혼한 지  58년 만에 오랫동안 살아온 정든 집에서 함께 삶을 마감한 부부의 이야기에 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 국내 작가의 소설을 참 오랫만에 구입했는데, 김중혁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날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3.

크기는 작았지만 탱글탱글한 딸기가 향이 너무 좋아 한 바구니를 구입했다. 그런데 너무 작아서 그냥 먹기는 좀 그렇고, 우유와 꿀을 넣어서 갈아 먹으니 한결 맛이 좋다. 이른 저녁을 먹고 출출한 마음이 들어 오랫만에 야식으로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번잡한 생각이 들었지만 최근 주부놀이에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열심히 만들었다.하지만 먹고 나니 느는 것은 몸무게요, 쌓이는 것은 설거지 뿐... 식구들의 반응은 뭐 그닥 그랬다. 도대체 감사를 모르는 족속들이다. 편하게 앉아 개콘을 보며 일요일 밤을 보내고 싶은 마음을 참고 열심히 닦고 썰고, 사리면까지 삶아서 만들었는데... 맛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다. 아니 그냥 침묵하며 먹는다. 아들을 키우는 일은 참 드라이 한 일이다. 도통 재미가 없다. 결국 내가 만들어서 내가 제일 많이 먹어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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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14-03-24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마지막에서 그만......빠 ㅇ! 지송~~

착한시경 2014-03-27 19:58   좋아요 0 | URL
ㅎㅎ 누가 가을이 식욕의 계절이라고 했을까요~ 전 봄이 되니 세상 모든 음식이 너무 맛나서 고민이예요,,, 제가 만들고 제가 다 먹고~^^

서니데이 2014-03-24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엄마가 많이 먹어, 하고 말하면, 이 글 생각날 거 같아요. ^^;;
(그렇지만 사진 속의 간식은 좋아 보이는데요??)

착한시경 2014-03-27 20:00   좋아요 0 | URL
그쵸,,,사진은 그럴 듯 하죠~ 전 먹을만 하던데~ 그들은 너무 MSG에 익숙한지 앞으로는 사다 먹자고 하네요 ㅠ.ㅠ 흑~

잘잘라 2014-03-26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도대체 감사를 모르는 족속들이다. 에서 한 번,
내가 만들어서 내가 제일 많이 먹어서 슬프다. 에서 또 한 번.
빵 터집니다. 아이고. 이를 우째.. 저 눈물 맺혔어요. ㅎㅎㅎㅎㅎㅎㅎ

착한시경 2014-03-27 20:02   좋아요 0 | URL
샤방샤방한 원피스 입으려면 몸무게 감량에 돌입해야 하는데,,, 어쩜 좋죠~ 하여튼 그날 혼자 배터지게 먹고,,, 서러운 맘에 잠들었어요~ㅎㅎ
 

 

 

 

 

 

 

 

 

 

 

 

 

 

 

 

 

 

 

 

 

 

 

 

 

 

 

 

 

 

 

 

 

 

 

 

 

 

 

 

 

 

 

 

 

 

 

 "사람들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이성적이지도 않다. 게다가 자기중심적이다. 그래도 사람들을 사랑하라."

"당신이 착한 일을 하면 사람들은 다른 속셈이 있을 거라고 의심할 것이다. 그래도 착한 일을 하라."

"당신이 성공하게 되면 가짜 친구와 진짜 적들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성공하라."

"오늘 당신이 착한 일을 해도 내일이면 사람들은 잊어버릴 것이다. 그래도 착한 일을 하라."

"정직하고 솔직하면 공격당하기 쉽다. 그래도 정직하고 솔직하게 살아라."

"사리사욕에 눈 먼 소인배들이 큰 뜻을 품은 훌륭한 사람들을 해칠 수도 있다. 그래도 크게 생각하라."

"사람들은 약자에게 호의를 베푼다. 하지만 결국에는 힘 있는 사람 편에 선다. 그래도 소수의 약자를 위해 분투하라."

"몇 년 동안 공들여 쌓은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도 탑을 쌓아라."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면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덤빌 수도 있다. 그래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라."

"젖 먹던 힘까지 다해 헌신해도 칭찬을 듣기는커녕 경을 칠 수도 있다. 그래도 헌신하라."

- 켄트 케이스의 그래도 중에서 -

 

봄이 왔다. 하늘하늘한 꽃 무늬 원피스에 저절로 눈길이 갔다.

옷장에서 꺼내 입으려다 아직은 이른 감이 있어 약간 도툼한 옷을 입고 외출을 했는데...

웬걸,,, 길거리에는 샤랄라한 옷차림으로 활기차게 다니는 사람들로 넘쳐 나고 있었다.

봄의 기운은 참 특별한 힘이 있어... 다들 적당히 상기된 얼굴 표정들로 행복하고 즐거워 보인다.

봄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우선 이번 봄에는 빈 화분들에 예쁜 꽃들을 심었다.

그리고 김치를 직접 담가 먹었다. 난 오늘 저녁에도 마트에서 산 배추 한통을 이용해서 겉절이를

담가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무우 생채를 시작으로 해서 배추 겉절이 그리고 오이 소박이

를 만들어 볼 예정이다. 배추 한 통을 사서 반은 겉절이를 담고 반은 배추전과

배추쌈까지 만들어 먹었다. 식구가 적고, 친정과 시댁에 김치를 가져다 먹을 수 있어 한 번도 김치

를 담그지 않았는데 해보니 제법 재미가 있어 요즘 열심히 만들어 보는 중이다.

따사로운 봄의 기운을 받아 기분도 업 시키기 위해서... 무언가를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오후 내내 문화센터와 평생교육원 사이트를 기웃거리며 강좌를 찾아 봤는데

마음에 와 닿는 배울꺼리가 눈에 띄었다. 물론 책과 관련된 일인데,,,, 좋은 취미가 될 성 싶다.

새로운 피아노 레슨 선생님을  만든 아들이 요즘 피아노 치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레슨곡만 연습했는데

요즘은 집에서도 혼자 악보를 찾아서 다양한 곡을 연주해 나를 즐겁게 해준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주제곡들을 연습하는 중인데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연습 중이다. 아들은 정말 피아노를 칠 때만 제정신인 듯 싶다. 나머지 시간들은

대체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 같다는 생각 밖에는 안 든다. 지구인이라면 저럴 수 없다는 생각

이 절로 든다. (신은 나에게 도민준 같은 외계인을 안 보내주셨다... 짱구를 보내줬다)

출장을 간 남편을 시내에서 만나기로 해서 오후에 혼자 시내에 갔다.

서점에서 책을 몇 권 구입했고, 혼자 아이스 커피를 마셨고, 유니클로에 가서 구경을 하다가 예쁜

반팔 티셔츠를 두 장 구입했다. 29,000원짜리 옷을 5,000원에.... 기쁜 맘으로 친구에게 줄 티셔츠도

한장 골랐다.

나이를 먹는걸까 ?? 자꾸만 화사한 꽃무늬 옷이 입고 싶다...

주절주절 썼다. 매주 일요일 저녁이면,,,이번 주부터는 책을 정말 열심히 읽을테다 다짐을 하지만

도통 지켜지지 못하고 있으니 문제다.

지난 주에는 한강 산문집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그리고 장영희의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읽었다. 3월 달에 새로 산 책들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으니 이번 주에는 차분하게 책을

좀 읽어야 겠다. 그렇지만 봄바람이 불고 햇빛이 좋으면 어찌될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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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3-17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과 김치와 피아노와 예쁜옷과 봄빛이 여러모로 잘 어울리지 싶어요~ 아침볕이 참 곱습니다~^^

hnine 2014-03-17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김치 담그려고 배추 두통 사다놓았네요. 아직도 잘 못 담그지만 계속 하다보면 조금씩 나아질지 모르겠어요. 맛없는 김치 먹어주는 식구들에게 고맙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몇해전부터 저도 화사한 꽃무늬 옷에 자꾸 눈길이 가는게, 나이먹는 증거였나봐요.
책과 관련된, 새로운 배울꺼리 찾아내셨다는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저도 지난 주부터 배우기 시작한게 있는데 책과 관련된건 아니고요.
아드님은 예술가 기질이 다분한 것 같아요.
 

 "만약 당신이 젊은 시절 파리에서 살게 되는 행운을 얻는다면 그 후에 당신이 어느 곳에서 살든 파리는 당신을 따라다닐 것이다. 파리는 움직이는 축제니까" 20대 젊은 시절 6년 동안 파리에서 살았던 헤밍웨이가 만년이 돼서 젊은 작가에게 한 말이다. 그의 말 그대로 "움직이는 축제"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회고록에는 그가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파리 시절 생활에 보탬을 준 은인으로 '실비아 비치가 경영하는 서점이자 도서관'인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가 등장한다. 그 밖에도 이곳에는 앙드레 지드, 폴 발레리, 에즈라 파운드, 그리고 스콧 피츠제럴드같은 작가나 시인들이 모였다.

- 책 160쪽에서 -

 

 

 

 

1.

봄! 봄! 봄! 봄이 왔네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때의 향기 그대로.... 이 봄이 가기 전에~

하루 종일 봄,봄,봄을 흥얼거리며 이 노래를 100번 쯤 들었다.

이른 아침...며칠째 계속되는 꽃샘 추위에도 목련 나무에 여린 꽃봉오리가 맺혀 있다. 보송보송한 솜털에 쌓인 봉오리를 보고 있자니 얼마나 신기하고 기특하던지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완연한 봄이라고 하기에는 바람이 제법 차게 느껴졌지만 단연코 3월은 봄봄봄...봄인게 틀림없다.

낮이되면 따사로운 햇살을 받은 어린 잎사귀들이 봄바람에 나폴거리고, 아스팔트 좁은 틈새로 작은 풀꽃들이 앞 다투어 얼굴을 내민다. 그리고 두터운 겨울 외투를 벗은 사람들의 옷차림과 표정에서 봄은 다가온다. 나는 이 봄의 발랄함과 경쾌함을 긴 겨울동안 그리워했다. 막연히 봄이되면 즐거운 일, 기쁜 일이 나에게 다가올 것만 같은 기대에 가슴이 설레인다. 행여 우울한 일이 생기더라도 금방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계절이 봄이다. 짧은 봄은 우울해하거나 슬퍼할 겨를 조차 없다.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시인 김영랑처럼 봄이 지나면 그 뿐 나의 한해는 다 가고 말아 나는 하냥 섭섭할테고 다시 봄이 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찬란한 봄을...너무 찬란해서 슬퍼지는 봄을 말이다.

봄이 되니 우선 마음에 이유없는 기쁨이 강처럼 넘치고, 다양한 나물들로 식탁이 풍성해지고, 새학년이 시작되어 아들이 학교에 다니니 다시 자유가 찾아왔다. 아파트 상가 앞에 나물을 내어 놓고 파는 노점상 좌판을 구경하는 재미도 크다. 달래와 냉이, 취나물, 돌나물, 참나물, 방아나물... 그리고 향기 좋은 딸기는 보기만 해도 상큼하다. 그저 봄에는 땅에서 자란 나물을 막 삶아서 무쳐내거나 바로 물에 씻어 송글송글 물기가 맺힌 상태로 쌈을 싸 먹는것이 제일 좋다. 마트에서 랩에 포장된 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재래시장이나 노점에서 소쿠리에 푸짐하게 담긴 것을 사는게 좋다. 무엇보다 한 줌 더 집어 넣어주는 덤이 있어 좋고 봄의 기운까지 더불어 오니 흥겹다. 식구가 적다며 극구 사양하지만 할머니는 꼭 한 주먹을 더 넣어 주신다.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 한 잎도 헛으로 버리지 못하겠다. 어제도 속이 노랗게 꽉찬 배추를 한 포기 사서 된장국을 끓이고 듬성 썰어 겉절이를 해서 먹었다. 깨소금과 매실청, 고추가루를 넣어 버무린 겉절이를 보니 식탁에도 봄이 한가득이다.

나는 풍성한 이 봄이 너무 좋다.

 

 

 

 

2.

재활용 수거일에 버리려고 모아 두었던 쥬스병을 이용해서 색연필 꽂이를 만들었다. 씻어서 색연필만 담아 두기에는 무언가 부족해 보여서 면 레이스로 장식을 해 보니 제법 그럴 듯 해 보였다.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어 사진까지 찍어두고 가족들에게 자랑을 했다. 다이소에서 천원 주고 산 레이스 끈을 크기에 맞춰 자르고 글루건을 이용해서 고정시켰다. 12개 음료수 병 중 4개는 색연필꽂이로 사용하고 나머지 4개는 원두를 넣어 방향제로 쓸 예정이다. 그리고 나머지 4개 병은 지끈으로 묶어서 화병으로 사용할까 ?

바쁘게 지낼 때는 필요한 것은 대부분 돈으로 해결했는데 요즘은 느긋한 오전 시간에 청소를 하거나 빈 화분에 꽃을 심거나 아니면 이렇게 손으로 만드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 지난 주에는 원단 시장에 가서 연두색 체크 무늬 천과 광목 천을 떠서 커텐을 만들어 왔다. 큰 돈이 아니어도 좋다. 세련되진 않았지만 그 작고 소박함이 좋아졌다. 천원짜리 작은 화분에 오백원짜리 다육 식물을 옮겨 심으며 느꼈던 흙의 감촉과 정겨움이 좋아서... 그저 봄이 되면서 새롭게 시작된 모든 일들이 고맙고 기쁘다.

내가 손수 심고 보니 다 예쁘고 귀하다. 빈병 하나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고 다 쓸모있어 보인다.

손을 움직여 하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운지 알아가는 봄이다.

 

 

 

 

3.

우리 가족은 봄이 되면 꼬옥 전주 나들이를 간다. 차분한 마음으로 전동 성당을 둘러보고, 고즈넉한 한옥마을 골목들을 느릿느릿 걸으며 예쁜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도 기웃거려보고, 길거리에서 파는 군것질거리들로 허기를 달래기도 한다. 하지만 몇 해전부터는 도이름도 알 수 없는 간식들과 줄을 길게 선 식당들로 인해 도통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외할머니 솜씨와 풍년제과 그리고 수제만두 가게는 줄이 너무 길어서 뭔가를 먹거나 사겠다는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리고 이런 번잡함 자체가 싫다. 시끄러움을 피하고 싶어서 찾았던 곳이 점점 상업화되는 게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팡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니며 먹고 있었고, 꼬치를 한입 가득 물고 있거나 사람 머리보다 큰 솜사탕을 손에 든 사람들도 많았다.

요즘 전주는 사람 구경하러 간다고 하는게 더 맞다. 남편과 함께 예쁜 소품 파는 가게에 들렀는데 노숙자인 듯 한 할아버지 한 분이 지팡이로 가게 바닥을 치며 소리를 지르고 계셨다. 낮부터 술을 드신 듯... 알아들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가게 입구를 막고 계시니 다시 밖으로 나가기도 어려워 참 난감했다.

젊은 가게 주인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하는데... 남편이 할아버지 옆에 앉아 조근조근 말을 붙이고 있는게 아닌가 ? 좁은 마음에 손을 뻗어 남편의 어깨를 쿡쿡 찌르며 눈짓을 마구했다. 괜시리 끼여들었다가 술 취한 할아버지가 휘두르는 지팡이에 맞기라도 하면 어쩔까 ? 그리고 가게 주인이 해결해야 할 일을 왜 나서고 그럴까 ? 하지만 남편은 아랑곳없이 할아버지 옆에 찰싹 붙어 앉아 뭘 도와드리면 되겠냐고 친철하게 묻는다.

112를 불러달라고 하시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갑자기 낡은 신발을 벗기 시작하신다.

겨우내 꽁꽁 얼어 동상에 걸린 발은 검붉은 색으로 변하여 퉁퉁 부어 있었다. 발이 아프다며 112를 불러 달라고 하신다. 옆에서 그 이야기를 차분하게 다 들어주니 할아버지의 화도 조금은 누그러지신듯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우지셨다. 우리는 112를 불러 상황을 이야기 한 후 가게를 나왔다.

누군가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좀 더 빨리 귀 기울였다면 그리 화를 내지 않으셨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할아버지가 겪은 겨울이 얼마나 혹독하고 힘들었을지를 그 발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 아픈 발로 온 거리를 헤매고 다니셨겠지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니 아프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저녁값이라도 드리고 올 걸 하는 후회를 했다. 착한 일을 할 기회였는데 또 망설이다 기회를 놓쳤다. 그 할아버지에게도 이 봄이 희망이 되길 기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한 남편의 마음을 배우고 싶다.

 

4.

 

 

 

 

 

 

 

 

 

 

 

 

 

 

 

 

 

 

 

 

 

 

 

 

 

 

 

 

 

최근에 장영희 수필집을 읽고 있는 중이다. 이 봄에 읽기 좋은 편안한 문장들과 소개된 시와 책들이 참 좋다. 그리고 박완서의 노란집은 하루종일 세 군데의 카페를 돌아다니며 커피를 네 잔 마시며 다 읽었다. 이 봄이 가기 전에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 그런데 봄 햇볕이 좋은 날은 책을 읽기보다는 꽃구경을 갈 예정이다. 나는 지금 벚꽃이 눈처럼 내리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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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3-11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씨가 할아버지 마음을 읽으셨나 봐요.
아저씨한테서는 맑은 빛이 흘러나오는가 봐요.
그 맑은 빛이 온 집안에 감돌기에
착한시경 님도 예쁜 손을 놀려
멋진 연필꽂이를! 책꽂이에 살포시 얹으셨군요~
 

그때부터 두 사람은 사냥하는 법, 물고기를 잡는 법, 폭우에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오두막을 짓는 법, 먹을 수 있는 과일을 고르는 법을 배웠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밀림의 세계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기술을 터득하는 일이었다. (책 53쪽에서)

 

 

 

 

 

 

 

 

  

소담스럽게 쌓인 눈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겨울이 가고 있다.

열흘동안 책을 싸고, 책꽂이를 새로 맞추고 다시 제 자리를 찾아 정리하면서 2월의 마지막을 분주하게 보냈다. 이번에는 필요 없는 책은 버리거나 친구들에게 나눠 주려고 마음 먹었지만 결국 욕심을 버리지 못해서 대부분의 책들은 먼지만 털어 다시 나의 책꽂이로 돌어갔다. 이번에도 찾기 쉽게, 같은 책을 다시 구입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제대로 정리해보자 마음 먹었지만 게으름과 피곤함 때문에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되어 버렸다.

책이 엄청난 짐이 될 수 있음을 온 몸으로 체험한 시간들이었다. 책정리를 핑계로 한동안 책도 읽지 못했고 덩달아 알라딘에도 오랜만에 글을 올린다. 2월달에 읽으려 했던 책들은 대부분 3월로 미뤄야 겠다.  "작가란 무엇인가?"와 "꼬리치는 당신"을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집어들었다.

무슨 일이든지 꾸준히 흐름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동안 쉬었더니 오히려 집중이 잘 되지 않아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다시 읽으며 정리했다.

 

 

 

 

 

나는 글을 읽을 줄 알아. 그것은 그의 평생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었다. 그는 글을 읽을 줄 알았다. 그는 늙음이라는 무서운 독에 대항하는 해독제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읽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읽을 게 없었다. (책 75쪽에서)

 

밀림의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이 소리야말로 진정 살아 있는 자연의 소리라고 할 수 있을 거야.

노인은 <낮에는 인간과 밀림이 별개로 존재하지만, 밤에는 인간이 곧 밀림이다>는 수아르 족 인디오의 말을 떠올리며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책 130쪽에서)

 

노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을 읽었다. 그의 독서방식은 간단치 않았다. 먼저 그는 한 음절 한 음절을 음식 맛보듯 음미한 뒤에 그것들을 모아서 자연스런 목소리로 읽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단어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었고, 역시 그런 식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렇듯 그는 반복과 반복을 통해서 그 글에 형상화된 생각과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음절과 단어와 문장을 차례대로 반복하는 노인의 책읽기 방식은 특히 자신의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장면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도대체 인간의 언어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깨달을때까지, 마침내 그 구절의 필요성이 스스로 존중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러기에 그에게 책을 읽을 때 사용하는 돋보기가 틀니 다음으로 아끼는 물건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책 46쪽에서)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는 틀니를 꺼내 손수건으로 감쌌다. 그는 그 비극을 시작하게 만든 백인에게, 읍장에게, 금을 찾는 노다지꾼들에게, 아니 아마존의 처녀성을 유린하는 모든 이들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낫칼로 쳐낸 긴 나뭇가지에 몸을 의지한 채 엘 이딜리오를 향해, 이따금 인간들의 야만성을 잊게 해주는 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을 얘기하는, 연애소설이 있는 그의 오두막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책 180쪽에서)

 

 

 

문을 열면 물씬 풍기는 나무 향기와 내가 좋아하는 고흐의 그림들 그리고 아끼는 책들과 클래식 음악이 은은히 울려 퍼진다. 책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부분이 나오면 언제나 메모할 수 있는 예쁜 노트와 잘 깎여진 연필도 있다. 힘들었지만 정리하고 꾸며놓고 보니 나름 마음에 드는 공간이 되었다. 이제는 커다란 창을 통해 비와 햇빛 그리고 바람도 다 느낄 수 있으니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새로운 공간은 설레임과 동시에 낯설음도 준다. 쏟아져 버릴 것 같은 책들과 정리 불가했던 잡다한 잡동사니들이 가득했던 예전의 공간에 비하면 넓고 훌륭한 공간이지만 아직은 적응이 필요하다.

 

사실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소설 읽는 노인"은 아마존 밀림을 개발하려는 백인들과 그곳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원주민과 연애 소설을 읽는 한 노인 그리고 암살쾡이의 이야기이다.

아마존 밀림 속 엘 이딜리오 마을에 사는 노인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는 원주민 수아르 족과 생활하면서 그들에게서 자연속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배워간다. 아내을 불임으로 인한 온갖 소문에서 벗어나고자 아마존 밀림에서 그들은 죽자살자 열심히 땅을 일구어 갔지만 우기를 겪으면서 모든 것들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악몽을 반복한다. 그곳에서 자연에 맞선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사냥하는 법, 물고기를 잡는 법, 폭우에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오두막을 짓는 법, 먹을 수 있는 과일을 고르는 법을 배웠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밀림의 세계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기술을 터득하는 일이었다. (책 53쪽에서)

 

백인 밀렵꾼들에게 새끼와 수컷을 잃은 암살쾡이의 잔혹한 복수와 자연이 자신에게 허락한 모든 것에 자족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인의 연애소설 읽기가 묘하게 어우러진 소설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오만하고 하찮고 이기적인 존재인가를 보여주고 있지만 나는 노인의 책읽기 방식에 더 크게 감동을 받았다.

내가 이런 아마존 밀림에서 홀로 살아 간다면 어떤 책을 가져갈까 ?

우선은 아직 한번도 제대로 읽지 못한 성경 한 권과 어려워서 읽다 포기한 책들을 좀 가져가야 할 듯 싶다. 그리고 노인처럼 몇 권의 연애소설을 가져 가고 싶다.

폭풍의 언덕, 안나 카레리나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알랭드 보통의 소설도 좋다. 책 속의 아름다운 문장과 단어 그리고 장면들을 반복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책읽기 방식... 많이 읽기 보다는 깊이 읽어야 하는데 아직도 유치하게 많이 읽기에 집착하고 있으니 참 부질없다.

며칠 남지 않은 2월은 좀 쉬면서 마무리해야 겠다. 그리고 3월달에는 다시 으쌰 으쌰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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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2-2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공간이네요. 사진으로 올려주셨던 카페보다 이곳이 더 훌륭한걸요.

착한시경 2014-02-26 14:4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별 말씀을요~^^ 그냥 책이 최고의 인테리어인거 같아요~ 앞으로는 사는 일보다 읽는 일을 열심히 해보려구요,,, 즐거운 오후 되세요~

숲노래 2014-02-26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은 서재? 또는 식탁? 책상에 얹은 꽃무늬 천이 책꽂이와 책빛하고 몹시 잘 어울려요. 이곳에서 차 한 잔이나 밥 한 그릇 먹으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고 한참 생각해 봅니다.

착한시경 2014-02-26 14:45   좋아요 0 | URL
서재도 아니고 식탁도 아니고,,, 일터~^^ 예쁘게 봐주시니 감사해요...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그러면서 편히 쉴수 있는 공간도 되면 좋으련만...아직도 익숙하지 않네요^^ 차차 정이 들겠죠~

서니데이 2014-02-26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정리에 이어 책장도 새로 맞추셨군요.^^ 공간의 가운데에 테이블이 있어도 좋네요.

착한시경 2014-02-26 14:48   좋아요 0 | URL
세상은 역시 더불어 사는구나...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친구부부와 친구가 적극적으로 도와줘서 멋진 책장도 만들고 정리도 쉽게 할 수 있었어요~ ㅎㅎ 즐거운 오후 되세요~

자목련 2014-02-2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착한시경 님^^
매번 눈으로만 귀한 글을 읽었는데, 넘 예쁜 공간이라 손으로도 인사를 남겨요.
정말 예쁘네요. 저 곳에서 있으면 책을 읽는 동안, 차를 마시는 동안, 아주 아주 충만할 것 같아요^^

착한시경 2014-02-26 17:5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요즘 사진기가 성능이 좋은가봐요~ 사진이 더 예쁘게 나왔네요
가까운 곳에 계시면 정말 향 좋은 커피 대접하고 싶은데요~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꿈꾸는섬 2014-02-26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사한 책상에 앉아 차도 마시고 책도 읽고 분위기 정말 좋은데요.
깊이 읽기에 대한 고민은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름다운 공간, 멋지네요.^^

착한시경 2014-02-26 18:00   좋아요 0 | URL
많이 읽기가 아니라,,, 깊이 읽기를 해야 하는데... 사실은 둘 다 부족해요ㅜ.ㅠ
그동안은 많이 사기였는데 이제는 제대로 읽기 한번 해보려고요~ 따뜻한 저녁시간 되세요^^

다락방 2014-02-26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책으로 꽉꽉 찬 공간, 근사해요!
저도 언젠가 혼자 살게 된다면, 방 안 전체를 책으로 꽉 채워보고 싶어요. 멋집니다!

착한시경 2014-03-03 23:44   좋아요 0 | URL
언제가 둘이 같이 살게 된다면... 이렇게 되시길...ㅎㅎ
다락방님처럼 센스있고, 재미있고, 책도 좋아하시는 분 만나서...근사한 서재 만드세요.. 늘 다락방님이 올리신 글 열심히 찾아 읽고 있어요~ 어제 읽어도 유쾌한 글 감사합니다.

세실 2014-02-26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참 멋진 공간입니다. 책장도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나무향 솔솔~~~~
저도 안방을 서재로 만들긴 했는데 옷장도 그대로 있고, 피아노도 있어서 폼이 안나네요.
음 다시 시작해 볼까요? 끙!!!

착한시경 2014-03-03 23:47   좋아요 0 | URL
책 정리하고 옮기는 일로 이번 겨울은 마무리 했네요...
나무 책장이 주는 느낌과 향은 저도 무척 좋아했는데,,, 나무 책장은 저도 퍽 맘에 들었어요.. 가까이 계시다면 서재에서 만난 분들을 초대해서 차 한잔 마시면서 소소하게 수다 떨고 싶네요...물론 세실님은 당연 초대하고 싶구요~

단발머리 2014-02-26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져요. 책장도 근사하구요.
첫번째 사진은 '이미지저장'하고 싶어요.
저도 이렇게 꾸미고 싶군요*^^*

착한시경 2014-03-03 23:50   좋아요 0 | URL
와...과분한 칭찬~
정말 핸드폰 사진기 성능이 120% 발휘된 것 같아요... 여전히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서 뒤죽박죽 마구잡이로 꽂혀있답니다~ 그렇지만 나무 책장은 제 맘에도 쏙 들어요..ㅎㅎ
예쁘게 봐주셔서 저두 감사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7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이렇게 멋진 서재라니..... 아이구야.. 이거 전 그냥 책 창고가 되어서리...
음 이번 기회에 저도 아예 .. 아니다... 그냥 집 사면 방 크기에 맞게 주문 해야겠어요.

착한시경 2014-03-03 23:52   좋아요 0 | URL
사진만 멋지게 나온건데...ㅎㅎ 직접 보면 책장만 멋있는,,, 정리안된 창고 수준이예요^^ 그래도 봄이 시작되기 전에 대충 마무리 되어...알라딘 서재에 축하를 받으니 기분 좋은데요...특히 제가 좋아하는 곰곰발님께 멋진 서재라는 댓글까지...감사해요~

페크(pek0501) 2014-03-0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놀러 가서 책 외양을 감상하며 차 마시고 싶은 서재에요. ^^
멋져요, 멋져...

착한시경 2014-03-03 23:54   좋아요 0 | URL
오세요...오세요... 언제라도 오신다면 열렬하게 환영합니다.
페크님과 맛있는 커피 한잔 같이 마실 수 있다면 저도 영광~ 페크님 올리신 글은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읽고 있는 중이예요~ㅎㅎ 봄에도 좋은 책 많이 소개해주세요~

nada 2014-03-02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멋집니다.책으로 꽉찼으니 질리군요.
좋은 책들 많이 보시고 좋은 글들 많이 올리시기 바랍니다.
저는 초보입니다.
첫나들이했습니다.

착한시경 2014-03-03 23:56   좋아요 0 | URL
와~저도 서재에서 활동한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같은 초보네요^^
자주 놀러오세요~ 알라딘 서재에서 뵙는 분들이 가까운 곳에 계신다면 초대해서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요~ㅎㅎ 앞으로도 자주 뵈요...

그렇게혜윰 2014-03-04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기 좋은 공간이네요. 저도 3월엔 착한시경님 따라 꼬리치는 당신 읽을까봐요^^ 진짜 저런곳이 존재한다니 검증하고 싶어질 정도!^^
 

훌륭한 작가가 되기 위해 작가는 글을 쓰는 매 순간 절대적으로 제정신이어야 하며 건강해야 합니다. 저는 글 쓰는 행위는 희생이며, 경제적 상황이나 감정적 상태가 나쁘면 나쁠수록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낭만적인 개념의 글쓰기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작가는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주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학작품 창작은 좋은 건강 상태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며, 미국의 '잃어버린 세대' 작가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인생을 사랑한 사람들입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파리 리뷰 인터뷰, 책 375쪽에서)

 

 

 

 

 

 

나는 글을 읽을 줄 알아.

그것은 그의 평생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었다. 그는 글을 읽을 줄 알았다. 그는 늙음이라는 무서운 독에 대항하는 해독제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읽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읽을 게 없었다.

(책 75쪽에서)

 

 

 

 

 

 

 

 

 

한동안 주인의 관심에서 멀어져 홀로 비어 있었던 서재를 다시 찾기 시작한 것은 작년 11월 말 무렵이었다. 여러가지 복잡한 개인적 상황을 잊기 위해서 책 읽기와 서재에 마음을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돌보지 않은 서재에 들어와서 책장에 새로운 책을 담아 정리하고, 배경 화면을 바꿔주고 틈틈히 들어와서 글을 올렸다. 물론 잘 가꿔진 다른 서재를 구경하는 재미도 덤으로 얻었다.

주인이 관심을 갖고 사랑하며 돌보기 시작하니 어느날부터 내 서재를 구경하러 오는 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부끄럽게도 알라디너 선택을 받는 글도 생겼다. 그리고 부족한 나의 글에 댓글을 달아주는 서재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열 명도 찾지 않았던 나의 서재에 이제는 하루에 수십 명씩 다녀가니 신기할 뿐이다.

 

서재에서 재미있게 노는 동안 내가 얻은 것은,

우선 내 주변 상황들이 많이 정리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다른 분들의 서재를 통해서 내가 좋아하고 관심 갖고 있는 책들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었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다른 분야의 책과 작가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댓글에 담긴 그 분들의 따뜻한 마음과 관심에 감사 드린다. 얼굴도 나이도 모르고 사는 곳도 알지 못하지만 무엇보다 책과 삶에 대해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위로였다.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역시 사람으로 치유 받을 수 있으며, 대부분의 문제들은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결론을 다시 얻었다. 내가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책이 주는 즐거움에  몰입할 수 있게 된 것은 결국 시간과 알라딘 서재 때문이다.

 

 

 

축하...축하...

가족들과 서재에 방문자 수가 10,000명을 넘은 것과 지난 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마이 페이퍼에 당선된 것을 함께 축하했다. 물론 서재의 달인 분들에 비하면 10,000명이 뭐 대단할까 싶지만 나에게는 의미가 크다. 서재에 들어오면 잠시 걱정도 고민도 다 잊게 된다. 그리고 알라딘 서재로 때문에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으니 일석이조다. 유치하지만 가족과 친구의 축하를 받으며 아이처럼 신났다. 이달 당선작으로 뽑혀도 이렇게 가슴 떨리고 즐거운데 정말 신춘 문예나 유명한 문학상에 당선된다면 아마도 심장이 터져버리거나 기절해 버릴 것만 같다. 당선작에게 지급된 알사탕으로 사고 싶은 책을 구입했다.

 

 

 

 

내가 돈으로 고 책을 때와는 완전 다른 기분... 남편은 케익을 사주며 글 써서 돈 벌었다고 기특해 했다.

가장 먼저 그 동안 찜해 놓고 구입하지 못했던 '작가란 무엇인가'를 장바구니 담아 결재했다. 책을 받는 순간 떨림...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이름을 보며 마음까지 숙연해졌다.

우선 12명의 작가의 파리 리뷰 인터뷰 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쓴 밀란 쿤데라와 '콜레라 시대의 사랑'과 '백년 동안의 고독'을 쓴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부분부터 읽었다.

'작가란 무엇인가'를 읽고 싶은 마음은 너무 컸지만 두려운 마음이 들어 사지 않았다. 물론 내가 이렇게 위대한 작가가 되고 싶다는 대책없이 허황된 꿈을 꾸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나는 뭔가를 써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 든다. 내 일상과 책에 대해서 기록해 두고 싶다는 마음이다.

축하금을 받아서 산 책들을 책상 위에 잘 쌓아두었다.

'연애 소설을 읽는 노인'에 나오는 주인공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의 고백처럼 글을 읽을 줄 안다는 것이 축복이다. 그런데 나는 글을 읽을 줄도 알고, 읽을 책도 많으며 다양한 감정 표현이 가능한 한글을 모국어로 사용하니 특별한 축복을 받은 게 틀림없다.

이번 주에 책을 정리하면서 당분간 구입을 자제하겠다고 다짐했는데 또 책을 샀다. 그리고 나를 우울에서 구해준 알라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 루이스 세풀베다의 소설을 몇 권 더 구입할 예정이다.

 

정말로 정말...대책없지만 지금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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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2 0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02-12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란 무엇인가>는 장바구니에만 담아놓고, 일주일이 넘었어요. 아... 착한시경님 인용해주신 마르케스의 '제정신론' 보니까, 꼭 사야겠는데 말이지요^^

2014-02-12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4-02-12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라딘에 둥지를 틀고 꽤 오랜 시간이 흘렀더군요. 케잌을 사서 축하해주는 남편 분, 참 따뜻하시네요. 우울에서 벗어나게 되셨다니 잘 되었습니다. 저에게 알라딘 서재는 우울해서 들어오기도 하고, 우울해서 들어오지 못하기도 하는, 그런 곳이랍니다.
예전에 구병모 작가가 인터뷰에서,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자기는 언제나 작가였다고 하는 것을 들었어요. 책을 내든 안내든, 여기서 뭔가 끄적거리고 있는 동안엔 우리 모두 작가의 기분을 누려보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면요 ^^

페크(pek0501) 2014-02-13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가지 소식에 추카 추카 드립니다. ^^

nada 2014-03-02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대책이 상대책일수도 있습니다.
축하합니다.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