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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밥 한 그릇이면 족하지 않은가 - 세상이 쓸쓸하고 가난할 때 빛나는 그들에게, 삶을 물었다
이승환 지음, 최수연 외 사진 / 이가서 / 2009년 11월
평점 :
단표누항, 단사표음... 거친 도시락에 담긴 밥과 표주박에 담긴 물 한바가지란 뜻의 한자성어이다.
유사한 범주로 묶이는 한자성어가 안분지족과 안빅낙도로 편안한 마음으로 만족하며 사는 삶을 뜻한다.
조선 초기 시조나 가사 작품 중 대다수의 작품들이 이런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 당시 지배층이었던의 양반들도 욕심없는 삶과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는 삶이 힘들었나 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안분지족의 삶을 살았다면 구태여 이런 글이 필요가 없었을테고...
후대에 많은 사람들이 읽고 부러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모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런 삶을 살아가는 게 힘들기 때문에...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두렵기 때문에 다가가기를 머뭇거릴 수 밖에 없다.
나에게 이번 겨울은 무모한 도전과 그 도전으로 인해 오히려 풍요로움이 있는 시간들이었다.
세상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간관계도 자녀문제도 뭔가 얽히고 막힌 듯 하지만 급할 수록 돌아가야 하고... 순리를 따라가야 하며... 인생사 새옹지마이니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
물론 알렉산더는 꼬인 매듭을 칼로 단박에 잘라 문제를 해결했지만
내가 선택한 방법은 100권의 책을 정해놓고 읽으며 나를 돌아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이다.
책을 한 권씩 읽어갈 때마다 내 방법과 내 생각에 사로잡혀 보지 못한 세상들이 얼마나 많은지가 보였고, 다양한 삶의 방식들 앞에서 얕은 지식과 경험으로 함부로 판단하며 살았던 시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잃은 게 있으면 반드시 얻는게 있다
이 책은 농민신문 기자였던 이승환이 만난 18명의 삶과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책이다. 작가의 말처럼 흙탕물처럼 혼탁한 이 세상에 맑은 물 한방울이 되어준 분들....
속속들이 보기 위해 속도로 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사진작가 최민식 !
치열하고 서렵게 살아가는 착한 이웃들의 모습을 흑백사진 속에 담는다. 걷거나 버스를 타며 따스한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카메라에 담는다.
우리에게 민중 판화가로 알려진 이철수의 삶도 살짝 엿본다.
작은 시골 마을 이장이 되어 봄부터 가을까지는 농부로써~ 그리고 겨울에는 판화를 만드는 일에 온힘을 다한다. 이철수의 판화에 담긴 세상은 참 단순하고 단조롭지만 따뜻하다. 꼭 이철수를...그의 맘을 닮았다.
세 시간 자고 열 일곱시간 글을 쓴다는 이외수
작은 것들 속에 담긴 큰 것을 찾아 시를 쓴다는 안도현
내가 가고자 하는 길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을 때라도 삶은 치열해야 한다는 농민시인 고재종
성경 말씀따라 바르게 사는 정신적 풀무질과 자기 먹을 거리는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는 경제적
풀무질을 평생 실천한 원경선
겉은 멋있지만 오래돼서 볼이 굳으면 사용하지 못하는 볼펜보다는 비록 지워지더라도 10년이 넘도록 먹이 나오는 연필처럼 살다고 싶다는 전우익
이 책에 소개된 18분의 공통점은 모두 자연안에서 소박한 삶을 실천하며 살았고... 앎에 대해 자랑하지 않았으며 자기 자신에게 또한 타인에게 더 나아가 자연 앞에 정직했다.
그리고 작은 소유조차 함께 연대하고 나눈다.
우리는 아닌 척 하지만 소유에 대해 자랑하고 지식에 우울감을 느낀다.
삶에 고수를 한꺼번에 만난 기분~ 그들의 아우라 앞에 저절로 고개가 그리고 마음이 숙여진다
타락한 이 세상이 오늘도 무사히 돌아가는 건 아마 이런 맑은 물방울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이 책에서는 맑고 향기로운 내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