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겉 잎 속에 둘러 쌓인 노르스름한 속 잎은 작지만 참 고소하다. 자연이 만들어 낸 색은 언제봐도 놀랍다.
초록색 잎사귀지만 차가워 보이지 않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땅 속에 뿌리를 둔 생명이기에... 그러 하리라.
겉을 둘러 싼 큰 잎사귀 속으로 옅은 초록빛이 그리고 여린 연두빛이 보인다. 갈수록 초록빛이 적어지면서~노란색이 보인다.
새끼 손가락만한 노란 속살... 이리 추운 겨울에 어디서 햇빛을 받았을까?
손이 얼얼한 찬물에 뽀드득 소리를 내며 씻었다. 물기 먹은 봄동~참 싱그럽다.
마트에 가면 이름도 알 수 없는 다양한 드레싱들이 많지만...그냥 집에서 무쳐내는 게 젤 좋다.
손으로 뚝뚝 잘라 놓고...냉장고 구석에서 뒹굴던 오이도 어슷어슷 썰어 함께 놓는다.
올 여름 햇빛 듬뿍 받아 고운 빛깔을 자랑하는 고춧가루...그리고 마트에서 파는 마늘보다 훨씬 단단하고 진한 향과 매운 맛을 내는 마늘... 곱게 갈아 주신 깨소금...
퇴직하시고 시골에서 가족들 먹거리 농사를 직접 지으시는 시부모님의 맘과 정성이 담긴 재료들이라 더 좋다.
그리고 신선한 무침 요리에 꼭 쓰는 매실액... 해마다 매실을 씻고 설탕에 절여 매실액을 받아내는 건 늘 엄마의 몫이다. 유리병에 꼬옥 담아 주시는 매실은 시원한 음료수가 되기도 하고~이렇게 요리에 쓰이면 이보다 더 좋은 양념은 없다.
각기 다양한 맛을 내는 재료를 한데 모아 버무리면... 각각의 맛은 하나가 된다.
봄동과 오이에 무쳐지면서 각자의 맛을 내는 대신 어우러지며 더 깊은 맛을 내니... 참 신기하다.
양념들은 늘 음식의 겸손한 배경이 된다. 봄동과 오이를 돋보이게 하는~
마지막으로 고소한 들기름 한 방울과 견과류를 솔솔 뿌려 접시에 담아 냈다. 견과류를 뿌려 놓고 보니 참 예쁘다. 오늘도 부족한 솜씨...좋은 음식 재료에 묻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