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3일 첫 주문을 시작해서 오랫동안 알라딘은 나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동료였으며... 때로는 좋은 선배이고... 위로자였다.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빠짐없이 알라딘에 놀러왔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바꾼 후에는 약속을 기다리며서도, 일을 하다가 잠깐 쉴 때도 알라딘에 들어가 시간을 보냈다.

이렇듯 나에게 쉼은 곧 알라딘이다.

 

이번 도서정가제 논란 때문에 알라딘이 온라인 서점 업계 4위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알라딘은 나에게 늘 1순위였다.

한동안은 다른 온라인 서점을 기웃거려보기도 했지만...

이 곳만큼 편한 곳은 없었다.

특히 나처럼 새로운 것에 대해 적응이 느린 사람은... 눈에 익숙하고 자주 찾아와 낯설지 않은 이곳이 정말 좋다.

 

나에게 알라딘은 놀이터이다.

이 곳에 있으면 혼자 놀아도 심심하지 않다.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신간들을 보며... 그 중에서 좋은 책을 고르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고통이다.

가족들이 모두 잠든 밤... 몇 시간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절대 책을 빌려보지 못하는 성격 탓에... 

사고 싶은 책을 사지 못하면 못 견디는 성격 탓에...

그리고 나의 대책없는 책 욕심 때문에

정말 많은 책들이 알라딘에서 우리 집 서재로 왔다.

 

알라딘과 출판협회의 다툼에 대해서.. 난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그저 예전과 다름없이 이곳이 평온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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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숨을 고르던 추위가 다시 매서운 바람과 함께 1월 마지막 주말을 몸도 마음도 움츠리게 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겨울 너머에서 봄은 소리없이 따뜻한 햇빛을 만들어가고 있으리라...아직은 미약한 힘으로 겨울을 이길 수 없지만, 조용히 쉼없이 다가오고 있을 것이다.

 

 

만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일은 무엇일까 ?

복합터미널 영풍문고 가는 길에 가든 테이블이라는 작은 꽃집이 생겼다.

기억도 가물가물~ 언제 꽃을 사 봤을까? 몇 년 전 생일에 남편에게 받은 꽃다발이 마지막이었던 것도 같은데... (기쁜척 했지만,,, 몇 만원씩이나 하는 꽃값이 아까워 속이 아팠던 것같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도 예쁘게 핀 꽃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늦은 시간임에도 열심히 꽃을 파는 아가씨들이 싼 값에 판다는 말에... 덜컥 한 다발을 샀다.

화려한 포장이 아니어도 좋다.

누군가에게 받은 선물이 아니어도 좋다.

비싼 꽃이 아니어도 좋다.

마흔이 된 날 위해서... 앞으로 너에게 펼쳐질 40대를 열심히 살아라~

그리고 40년 열심히 살았다...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며 선물을 줬다.

눈 발이 흩날리던 토요일 밤... 별로 어울리지 않은 꽃다발을 들고 걷는 기분...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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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기념일...축하하고 싶은 날 그리고 가까운 사람을 초대하고 싶을 때~우리 가족이 자주 가는 곳이 있다.
방동저수지를 지나면  알음알음 알려진 맛집들이 제법 많다...사랑으로 차린 차와 음식이라는 뜻을 가진 다솜차반...특히 이곳은 음양오행에 맞춘 건강식으로 유명한 곳인데~난 쫄깃한 매생이전과  견과류를 듬뿍 넣은 호박밥과 호박식혜를  좋아한다.
또, 가마솥밥과 할머니맛을 그대로 살린 청국장, 향이 진한 더덕구이가 맛있는 삿갓집... 이곳은 다솜차반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서...언제 가도 부담이 없다.  그리고 삿갓집 근처에 있는 나무골식당도 좋다.  해물순두부찌개를 시키면 밑반찬이 10가지 이상 나와서~ 먹는 내내 즐겁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젤 좋아하는 곳은 나무 사이로이다^^

 


콩을 곱게 갈아  끓인 콩죽, 직접 키운 야채위에 달콤한 망고 소스를 뿌린 샐러드, 짜지 않고 삼삼한 맛을 낸 참나물 장아찌와 오이 피클, 가지런히 만들어 내 온 유부초밥, 따끈하게 무쳐 낸 버섯 잡채과 고추장떡 등...
오이소박이와 겉절이도 간이 세지 않아 좋다.
오리훈제에는 주인이 직접 개발한 소스가 발라져 나오는데...기름이 빠져...달콤하면서 담백하다.
이번주에 장염때문에 고생한 민규~  힘내라고 나무 사이로에 왔다.  오랫만에 민규가 먹고 싶다는 석갈비를 시켰는데~ 급히 먹느라 사진 찍는것도 잊어서 한참 먹은 후에 찍었다.  식당 뒷곁에서 직접 재배한 야채와 자체적으로 개발하신 다양한 소스 맛도 좋다... 이 집에선 뭘 먹어도 기본 이상은 한다. 
돌솥 누룽지와 청국장으로 마무리~ 매운 칼국수를 못먹어서 아쉽지만... 얼마후 민규 생일을 기약해야 겠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늘 밑반찬 하나 하나도 정성이 느껴지는 곳...식당 앞 연못을 가득 채운 연꽃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민규가 모처럼 즐겁게 먹는 모습을 보니...그저 흐뭇했다.  세상에서 젤 좋은 소리가 논에 물대는 소리와 자식이 글 읽는 소리 그리고 자식 목에 밥 넘어가는 소리라고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뭐니뭐니해도 밥 잘먹는 소리가 제일 좋다.  함께 있어서 더 맛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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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3-01-24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고기가 정말 맛있어 보이는 걸요. 아드님 장염은 이제 괜찮아 졌나요?

착한시경 2013-01-24 12:39   좋아요 0 | URL
와~ 신기해요^^ 서재 시작한지 얼마 안됐는데...이렇게 댓글이~ 여긴 대전이구요. 대전 근교에 있는 맛집이랍니다. 먼저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늘 한참 먹은 후 생각이 나서... 사진이 부실하네요. 석갈비도 아주 맛나고 푸짐한데.. 댓글 감사합니다.
 

눈이 많이 오는 깊은 밤...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먼 옛적 큰아바지가 오는 것 같이 오는 것이다...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친한 것은 무엇인가?  답은 국수이다.  백석의 시...'국수'에 내 맘도 살짝 담아 본다.  

 

 

백석의 시 100편 가운데 음식이 등장하는 시가 대략 60편이 된다. 그 시 속에 나오는 음식은 개인이 아닌 끈끈한 공동체 정신을 지향하며~ 고향의 맛을 다양한 시어로 표현한다.  비릿한~ 달큰한~ 시금털털한~ 슴슴한... 시를 읽다보면 어느새 맛이 느껴지니 백석은 대단한 시인임에 틀림없다.
오랫만에 비빔국수로 밤참을 만들어 먹었다.  피아노에서 돌어온 민규는 늘 개선장군(?) 뭘 먹일까??  하는데 갑자기 매콤하게 무친 비빔국수 생각이나서... 물으니... 엄마 성의를 봐서~먹어준댄다ㅠㅠ


펄펄 끓는 물에 담궈 놓고 보니 참 뽀얗다...적당히 삶아 물기를 빼는 사이에~묵은 김치를 잘게 썰고 깨소금과 들기름...매실청을 넣고 조물주물 양념을 만들었다. 때로는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만들기가 오히려 담백한 맛을 내는 법~ 부실한 재료를 손 맛으로 극복해 보려 애썼다.
음식은 역시 맛이 아니라 냄새가 먼저다.  골고루 양념이  배이도록 무쳐서 담아냈다.  고소한 기름냄새에 맑음이도 덩달아 신이 났다.  따끈한 국물과 비빔국수 한그릇먹고~민규는 쉬는 중이다.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쩔쩔 끓는 아랫목에 모여 앉아 살얼음 살짝 언 동치미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었던 시 속 주인공들만큼은 아니지만.... 추운 겨울 따뜻한 집에 가족들이 모여 먹은 오늘 국수도 참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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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이 제주도 내음을 가득 담고 왔다.  

가로수 길에 서서 푸르름을 자랑하던 플라타너스 나무가 가을 빛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갈 무렵이면~제주의 바람과 햇살 그리고 고이 숨겨진 사연을 담고...

귤이 바다를 건너 뭍으로 온다.
온전히 제주의  흙과 해... 바람.... 그리고 물과 공기만이 키워낼 수 있는 귤~
그래서 모든 귤의 모태는 제주의 자연이다.  


구럼비 나무와 바위~ 그리고 제주도의 바다... 바람 타고 올라선 한라산... 깊은 슬픔으로 새겨진 제주도의 아린 역사가 귤 한개에 오롯하게 담겨 있다. 
신은 제주에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쏟아 붓고는~잠시 그곳을 돌봐야 하는 것을 잊은게다.  4.3사건의 소용돌이를 섬 구석구석  겪게  하신 것을 보면... 그리고 그 아픔을 위로하시려고 제주도에서만 귤이 자랄 수 있게 하신 것 같다.
맛도 향기도... 모양도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는 귤을 보며~ 제주를 그리워해 본다.
작은 듯 싶지만....많고...
하나인 듯 싶지만... 나눌 수 있게 풍성하고.

 

가까이에  있는 듯 싶지만.... 저 멀리 향기를 보낼 줄 아는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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