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몇 가지 우회로는 쉽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느 나이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신인문학상이나좀 더 원숙한 분위기의 웹소설 플랫폼, 전문 매체, 글쓰기 강좌 등이다. 일본에서는 110년 역사의 대형 출판사인 고단샤가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미스터리문학상을 만들었다.
공익적 가치가 충분하고 큰돈이 들 것 같지도 않은데 국가 예산으로 그런 사업을 지원하면 좋겠다. 긴 글을 읽고 쓰는 사람이 늘어나면 사회가 발전한다. 이해와 성찰의 총량이 그만큼 증가한다는 뜻이므로, 반대로사람들이 한 줄짜리 댓글에 몰두하는 사회는 얕고 비참하다.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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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몰이 왔던 그날 밤, 벨루타는 옷을 입는 연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옷을 다 입은 그녀가 쪼그리고 앉아 그를 마주보았다. 손가락으로 살며시 그를 만지자 그의 피부에 길게 소름이 돋았다. 칠판 위의 납작한 분필 자국처럼, 논에 부는 미풍처럼, 푸른 성당 하늘의 비행운처럼, 그가 그녀의 얼굴을 잡고 자신의 얼굴 가까이 끌어당겼다. 눈을 감고 그녀의 살내음을 맡았다. 암무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마거릿.‘ 그녀는 생각했다. 우리도 서로 그렇게 해."
그녀는 그의 감긴 눈에 입맞춤을 하고 일어섰다. 벨루타가 망고스틴나무에 기댄 채 멀어지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른 장미를 머리에 꽂고 있었다.
그녀가 뒤돌아보며 다시 한번 말했다. "나알레이.. "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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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탄 백인 남자가 사슬에 둘씩 묶인 흑인 남자 이십여 명을 끌고 가는 중이었다. 사슬에 묶인 사람들 모두 수갑과 강철 목걸이를 찼고 목걸이에 연결된 사슬은 두 줄로 선 사람들사이로 길게 이어지는 중앙 사슬과 이어져 있었다. 남자들 뒤에서는 여자들 몇 명이 목에서 목으로 밧줄이 연결된 채 걷고있었다. 사슬에 묶인 한 무리의 노예들…… 팔려고 내놓은 노예들이었다.
부엌채에 있던 노예들이 괜히 팔려갈 가능성을 두고 왈가왈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그들은노예상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본채에는 발도 들인 적이 없는 밭 일꾼들인데 알고 있었다. 나는 한마디도 듣지 못했는데 말이다.
- P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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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수치스러웠다. 내가 그 글을 쓰면서 남들에게 어떻게 읽힐지 의식했다는사실을 나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 표현하고싶은 생각이나 느낌을 그대로 담았을 때 감상적이라고, 편향된 관점을 지녔다고 비판받을까봐 두려워서 나는 안전한 글쓰기를 택했다. 더 용감해질 수 없었다.
"지금 이 발표자의 글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어떤 사안에 대한 자기 입장이 없다.
는 건, 그것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고백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말했다. 그건 그저 무관심일 뿐이고, 더 나쁘게 말해서 기득권에대한 능동적인 순종일 뿐이라고, 글쓰기는 의심하지 않는 순응주의와는 반대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내 글을 지적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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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나는 부엌채 바깥에 있었다. 와일린은 나를 조금더 끌고 가더니 세게 밀쳤다.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바닥에 엎어졌다. 나는 채찍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보지 못했고 첫 번째 타격이 오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채찍은 떨어졌고, 달군 쇠처럼 내 등을 내리쳤다. 그것은 얇은 셔츠를뚫고 내 살갗을 지졌다..…..
나는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와일린은 머리에 총을 겨눈다고 해도 일어설 수 없을 몰골이 될 때까지 나를 때리고 또때렸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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