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구운 사과 파이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77
로렌 톰슨 글, 조나단 빈 그림, 최순희 옮김 / 마루벌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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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의!>
지금부터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는 반드시 애플 파이를 미리 준비하기 바람.
왜냐하면 읽은 후 못 견디게 애플 파이가 먹고 싶어 질 테니까.

표지를 넘기면 새빨간 면지가 눈을 자극한다. 이것은 본 사람은 빨간 사과를 연상할 것이다.
그리고 본문으로 넘어가면 모든 바탕색이 사과의 과육을 나타낸 것이라는 것을 눈치 챌 것이다. 밝은 갈색과 검정 색으로만 그려진 파이가 그려진 장면에서는 마치 달콤한 사과파이 향이 흘러나오는 듯하다.

“이것은 아빠가 구운 달콤하고 따끈따끈한 애플파이 입니다.” 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군침이 흐르며 아찔해 질 정도이다.
이 문장으로부터 이 달콤하고 따끈따끈한 애플파이가 주인공 나에게 오기까지의 여정이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같은 꼬리 잡기 말놀이 노래처럼 이어진다.
점층적으로 쌓아 올려져 가는 나무 블럭을 쌓는 기분으로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니, 원서의 리듬이 궁금해 졌다. 역시 원서는 운율과 글자수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라임을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일본어번역서 역시 두 세 페이지만 읽어도 다음 문장이 절로 외워지도록 구성이 되어있다.
일본의 국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번역이었다.
일본에서는 2008년에 출간되어 지금까지 최고의 사과파이 그림책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사랑 받고 있다.
한편 한국어판은 절판이 되었고,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문장의 리듬감이 결여된 번역과 사과 파이에 대한 문화적 차이로 인한 것이 아닐까 한다.
말놀이 그림책의 부재가 안타깝기만 하다.
번역을 다듬고, 원문의 재미를 살려 다시 재 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로렌 톰슨은 자신의 아들에게 슬픈 일도 많이 일어나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만한 멋진 곳이라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 이 그림책을 썼다고 한다.

그림을 그린 조나단 빈은 이 그림책이 데뷔작이지만 시골의 작은 과수원에서 자란 경험을 여지없이 담아냈다. 농장에 아침해가 밝아 오는 순간 부터 해가 지는 순간 까지가 역동적이고 유머러스하다. 1950년대 풍의 멋진 그림을 방불케 하는 그림을 보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는데, 작가는 버지니아 리 버튼과 완다 가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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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집 놀이책 - 완전 아늑한 집과 건축의 모든 것 생각이 쑥쑥 브레인스토밍 미술
라보 아틀리에 공동체 지음, 이미옥 옮김 / 시금치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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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절정에 이른 첫째와 사춘기 초입에 들어서는 둘째는 방때문에 매일 싸운다.
엄마가 보기엔 둘 다 별 차이가 없어 보이나, 서로 상대가 너무 더러워서 같은 방을 쓰는게 싫다며 토로한다.
둘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자기만의 방을 갖길 원한다.

딸들이 말하는 자신만의 스타일 방을 만들기 위해, 엄마가 준비해 줄 것은 딱 하나다.
바로 <완전 아늑한 집과 건축의 모든 것> 라보 아틀리에 공동체가 제작한 집과 건축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 놓은 워크북 형태의 놀이책이다.

건축이라고 하면 어쩐지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아이들에게 내가 사는 집, 나의 방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건축이라는 것을 쉽게 알려준다.
내 방의 모양, 구조, 크기부터 시작하여 나의 취향과 성격에 따른 세세한 인테리어까지 생각해보게 한다.
워크북은 집하면 떠오르는 것들에서 뻗어나간 다양한 아트 활동을 제시한다. 벽지스타일, 손잡이, 쇼파나 의자의 디자인, 창문 모양 등등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나아가 동물 세계의 건축은 물론 집 밖에서 만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건축을 다룬다.

그렇다고 이 책이 상상력이나 창의력을 발휘하여 채워넣기만 하는 워크북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
1700년 경 베르사유 궁전에는 화장실이 없었다는 화제로 시작하는 화장실 이야기,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 이누이트족의 이글루 짓기 등 정보 제공의 읽기 자료를 중간 중간 넣어두었다.
창의와 상상력에 기발한 영감을 안겨주는 정보들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휘리릭 넘겨보던 첫째아이(중2)가 갑자기 연필을 잡더니 빼곡하게 적기 시작한다.
언니에게 질 수 없다며 둘째 아이(초5)도 자신의 방 벽지와 손잡이를 디자인한다.
아이들은 당장 이사를 하자며 자신들의 방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 책을 들이민 엄마의 큰 실수인 듯.
그냥 상상만으로는 안되겠니?

상상력 고갈된 사람,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 건축에 대한 모든 것이 궁금한 사람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아, 심심한 사람들도 꼭 보기 바람.
집집마다 한 권씩 두고 생각날 때마다 아무페이지나 펼쳐 놓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참 좋겠다.
(초등 중학년부터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하다. 저학년이나, 입학 전 유아들은 부모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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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코, 네 이름 - 조금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너에게
구스티 지음, 서애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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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코는 어느 날 예고도 없이 너무 일찍 찾아온 다운 증후군을 가진 아이이다. <말코, 네 이름>은 말코의 아빠 구스티가 기록한 성장일기이자, 가족 앨범 같기도 하다. 한 아이가 태어나 살아가는 과정을 다양한 표현 기법과 도구를 사용하여 담아 냈다.
온 가족이 말코라는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정성스럽게 담긴 그림과 이야기들을 보면 대번에 느껴진다. 하지만 구스티는 처음 말코를 만났을 때를 회상하며 되돌리고 싶은 망친 그림이라고 표현한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그러나 얼마안가 그는 이 그림이 꽤 괜찮은 그림이라는 걸, 아니 가장 좋은 그림이라는 걸 깨달았고, 그 가장 좋은 그림을 148페이지에 달하는 면에 채워나가며 말코의 성장을 기록했다.

둘째를 임신했을 무렵, 일명 기형아 검사라고 불리는 임신 중 검사를 나는 받지 않았다. 어떤 자신감 이었을까.
남편과는 어떤 아이여도 감사하게 맞이하기로 이야기를 나누고 결정한 일이었다. 아이가 태어난 후 아이의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고, 그것이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인지도 잘 모르면서 무턱대고 자신을 탓했고, 아이에게 미안해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부모는 아이의 작은 상처나, 문제에도 민감하게 아파하는 사람이다. 구스티도 그러했으리라.
말코가 세상에 와서 그의 아들로서 성장하는 과정에는 놀라움과 당혹감도 나타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이야기는 미치도록 아들과의 시간을 사랑하는 아빠, 함께하는 생활 속 쌓여가는 기쁨이 면밀히 담겨있다.

작가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사랑받을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한다. 그 조건없는 사랑을 말코의 성격, 좋아하는 것, 놀이, 생활 모습, 그리고 그가 지닌 장애를 통해 독자에게 알려준다.
이 사랑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내 가슴이 먹먹해 지고, 가족의 시간을 지켜주고 싶은 안타까운 마음과, 응원하는 마음, 안도의 마음 등 다양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이 책에는 곳곳에 말코의 그림이 그려져있다. 아빠의 그림위에 색칠을 하거나, 덧대어 그리는 것을 말코는 좋아한다고 한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수용을 받은 아이에게서 나오는 자유로운 그림이 그를 더욱 사랑스럽게 한다. 이 책은 장애인 이해를 위한 도구로 보아서는 안된다. 일상을 소중하게 보듬고 싶은 모든 가족들이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휴먼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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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주드!
상드린 르벨 지음, 하정희 옮김 / 생각의집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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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빠와 생활 로봇 고미와 함께 사는 줄리는 여덟 살 생일 선물로 할머니에게 장난감 늑대 개를 선물 받는다.
줄리는 진짜 개가 갖고 싶지만, 아빠는 개를 키우려면 책임을 져야 하고, 시간을 들여서 보살펴야 한다며 반대한다. 집에 도착한 줄리네 집에는 줄리의 깜짝 파티가 준비되어 있는데, 서프라이즈 선물로 친구들이 투견용 보스턴테리어 새끼를 준 것이다.
줄리는 강아지에게 헤이 주드라는 노래 속 주드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리고 줄리와 아빠, 생활 로봇 고미와 반려견 주드의 좌충우돌 적응기가 시작된다.

프랑스의 만화가 상드린 르벨은 평단에서 꾸준히 반향을 일으키는 작가이다.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알프. 아트어린이상을 받기도 한 그는1996년에 만화계에 입문한 이후 시나리오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컬러리스트로도 왕성하게 활동한다.
이 책은 그림책의 형식을 띈 그래픽 노블로, 아직 많은 글밥을 소화하기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읽기의 즐거움을 함께 선사 한다.
64페이지 안에는 장편 드라마를 본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의 많은 이야기와 시간의 흐름이 만화 형태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빼곡할 정도로 말풍선에 채워진 말들을 읽다 보면 키득키득 웃음도 나고, 감동의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헤이 주드! 는 작가의 반려견 주드와 함께 지내며 겪은 이야기, 주드의 친구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작가의 SNS에 들어가면 그림 속 주드가 튀어나온 듯한 진짜 주드가 종종 등장한다.
이 그림책은 강아지를 처음 가족으로 맞이하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가득 담겨 있다. 이름 짓기부터 먹이 주기, 대소변 가리기, 자제하는 법 가르치기는 부록으로 실려있지만, 이야기만 읽어도 강아지와 함께 할 때에 주의해야 할 점, 마음 가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한편 주드에게 궁금한 것을 알려주고, 삶에 해답과 생사를 헤맬 때 기이한 체험으로 다시 살아나게 해 주는 존재가 등장하는데, 잭 런던의 늑대개 화이트팽이다.
늑대개 화이트팽은 자연에서 태어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파란만장한 생을 겪는 늑대개의 이야기이다. 결국은 자연으로 돌아가 자유로운 존재가 되는데, 잭 런던의 <늑대개 화이트팽>을 함께 읽어 보아도 좋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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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노의 강아지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39
안톤 판 헤르트브뤼헌 그림, 에드바르트 판 드 판델 글 / 지양어린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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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석양이 물들어 가는 핑크 빛 하늘아래 앉아있는 니노는 흐릿하게 그려진 강아지를 다정하게 바라본다. 니노의 마음속에 살고 있는 강아지이다. 강아지는 니노의 모든것을 함께 하고, 대신한다. 또, 니노가 듣는 것이면 무엇이든 들을 수 있다. 먼 나라에서 전화하는 아빠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아빠가 그리워 흘리는 눈물 조차 맛있게 핥아주는 강아지이다.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니노에게 있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둘도 없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니노에게 진짜 강아지가 생기게 되고, 이제 상상의 강아지는 모습을 감춘다.

어린이의 외로움에 대해 호들갑스럽지도, 처연하지도 않게 그저 담담하고 세밀하게 그려냈다. 짧고 단순한 문장이지만 문장 너머의 감정과 아이 마음 속이 온전히 그림에 담겨있다.
니노처럼 외로운 어린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외로운 시절을 보낸 어른들에게 조용히 다가와 토닥여 주는 그림책을 만났다.
상상력은 때로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좋은 피난 장소가 되어 줄 수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환상적인 색채와 정교한 터치가 아름다운 이 작품은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숨을 멈추고 바라보게 한다. 어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니노의 멋진 상상세계는 아름답고 슬프다. 하지만 어둡지도 무겁지도 않은 따뜻한 기분이 든다. 상상의 세계 속 동물들과 진짜 강아지와 함께 뛰노는 니노는 점점 단단해 질 것이다.
깊은 잠을 자는 니노의 모습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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