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의 관행이라고 흔히 생각했던 모든 것에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마네의 스타일이었다. 질문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나가는 첫걸음이다. 바로 이 점을 이해했기 때문에 폴 세잔(PaulCézanne, 1839~1906)은 "우리의 모든 르네상스는 <올랭피아>에서 시작됐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이제 새로운 시대, 모더니즘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다. 이 시대는 스타일이야말로 자기 자신이 된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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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 모두 그 일에 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사실 이 그림도 죽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닌 살아 있는 사람의삶에 영향을 주기 위해, 즉 천상의 약속으로 지상의 삶을 규율하기 위해 그려진 것이다. 이 목적을 보여주듯이 그림은 상단의 천상의 세계와 하단의 지상의 세계라는 이중구조로 그려졌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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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도 없고 종교도 없다쿠르베의 이 그림은 장례식을 다뤘다는 점에서 흔히 엘 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Elentierro del señor de Orgaz, 1588)과 비교된다. 엘 그레코의 그림 하단에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와성 스테파노가 임종한 오르가스 백작을 안고 있고, 장례식에 참석한 몇몇 사람은 눈물을 흘리면서 하늘을 쳐다본다. 그곳에는어린아이처럼 작아진 오르가스의 영혼이 심판을 기다린다. 심판할 예수의 표정은 이미 자비롭고, 성모와 세례 요한은 열렬한 응호의 포즈를 취하고 있어 그는 확실히 천국에 갈 것 같다. 죽음이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한 이 그림은 오르가스 백작이 죽고 거의 200년이 흐른 뒤에 그려졌다.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오르가스 백작의 죽음이 소환된 것은 그의 죽음이 남기고 간 지상에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르가스 백작은 스페인 톨레도의 산토 토메 성당에 전 재산을 기증하겠다고 약속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그는 천국으로 가는 입장권을 손에 쥐었지만, 그 후손들은 유언을 집행할 생각이 없었다. 차일피일 미뤄지다 거의 없던 일이 될시점에 이르자, 유언을 환기시키기 위해 이 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톨레도 마을 한복판에 있는 성당의 출입구에 그려졌으니,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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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영국은 식민지 약탈로 경제적으로는 최번성기였으며동시에 도덕적으로는 금욕의 시대였다. 빅토리아 여왕과 남편앨버트 공은 금슬 좋은 부부로 온 국민의 도덕적인 모범이 됐다.
남편을 잃은 후에 여왕은 42년간의 여생을 상복을 입고 지냈다.
상복을 입은 여왕의 시대는 표면적으로는 엄격히 도덕률이 강조됐지만, 뒷골목에는 사창가가 번창했던 두 얼굴의 시대였다.
여성의 정조에 대한 극단적인 강조와 극단적인 육체적 탐닉이기괴하게 공존하던 시대이자,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고 결혼이사랑과 분리되던 시대였다. 중간계급의 결혼은 흔히 재산상의이해관계에 얽힌, 사랑 없는 정략결혼의 성격이 강했다. 이를 위선이라 여기며 반발하던 젊은이들은 자유연애를 꿈꿨다.
라파엘전파 예술가들도 타인의 위선은 경멸했지만, 자기안에 파고든 시대를 완전히 거부하지는 못했다. 번존스가 스물한 살 때 한 편지에 썼던 "나는 아주 아름답게 불행해졌다"라는말처럼 이들이 꿈꾸던 사랑은 속물스러운 현실을 넘어선 달콤한 꿈 같은 것이었고, 예술은 현실에 부족한 무엇인가를 실컷 꿈꿀 수 있는 유희의 장소였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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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우리는 어느정도 답을 알고 있다. 레트로풍이 유행한다면 그런 취향의 옷과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대인은 결코 과거의 사람이될 수 없다. 과거의 어떤 것이 현재에도 유효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는 현재일 것이다. 사실 과거의 모든 것이 늘 좋기만 했던 것도아닐 텐데, 과거를 소환하는 이유는 앞서 보았듯이 현재의 위기감 때문이다. 현재가 불만족스럽고 미래는 불안할 때, 그래도 겪어본 과거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과거가 진짜 좋았다기보다는 ‘좋았던 과거‘만을 편집해서 우라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좋았던 과거 역시 입장에 따라서 그 내용이 모두 다르다. 과거는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재해석될 수 있을 뿐이다. 미래는 아득해서 보이지 않았고, 과거는 안정감과 익숙함으로 버무려진 것이기 때문에 아주짧은 기간만 유효한 임시적인 ‘천국(유토피아)‘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인용한 디킨스의 말을 조금 바꿔서 말하면 근대인 앞에는모든 선택의 가능성이 있었지만,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한 정답은 없었기 때문에 그들 앞에는 "한편으로는 아무 것도 없었다."
사실 전통사회에서 벗어나 근대사회로 진입하면서 인간에게 주어진 삶은 이제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위험한 모험 같은 것이되었다. - P32

예술의 혁신은 한 개인의 개성이 가장 잘 표현되는 기회였다. 무리 지어 다니면서 군중 속에서 자신을 잃는 대신 혼자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려면 고독을 견뎌야만 한다. 그 고독은 진실로 위대했다. 고립된 시간은 사회적 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순간이며 자유롭다는 것은 벗어났다는 의미이고, 모든 구속의 부재는 치열한 창작의 순간으로 이어졌다. 또한 고독한 순간은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21세기의 우리는혼자가 될 수 있는 용기 있는 개인이 아니라면, 그저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떠도는 거친 무리가 되고 만다는 것을 너무나잘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독은 때로 가장 위대한 인간적인순간이다. 한때 우리 곁에 아주 짧게 머물다 떠난 기형도 시인의시 「비가 2-붉은 달」 한 구절처럼 "우리는 모두가 위대한 혼자"
인 시간이 필요하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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