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는 가만있지 않는 공을 가지고 하는 당구요 생각할 시간이 없는 체스다.

안티토이와 나는 경쟁 분야가 정확히 겹쳤다. 그는 나의 친구이자 적이자 파멸의 씨앗이었다. 내가 2년 먼저 테니스를 시작했지만 열세 살쯤 되자 그가 덩치도 더 크고 동작도 더 빠르고 기본적으로 나보다 나았다. 머지않아 토너먼트를 치르는 족족 결승에서 그에게 패배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외모와 스타일과 성격이 딴판이어서 74년부터 77년까지 줄곧 전설적 라이벌이었다. 나는 통계, 지면, 태양, 돌풍, 일종의 스토아적 활력을 활용하는 일에 통달한 몸 천재요 바람과 열기의 치유자로 통했으며 화려한 스핀을 먹인 문볼moonball11로 언제까지나 랠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반면에 애초부터 단순 무식했던 안티토이는 둥근 물체가 자신의 반경 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늘 백코트 구석을 노려 개 패듯 두들겨 팼다. 그는 강타자Slugger였고 나는 민달팽이Slug였다. 그는 ‘켜져’ 있을 때면, 즉 그날 일진이 좋았으면 나를 코트에 발라버렸다. 최상의 컨디션이 아닐 때는—또한 나와 블루밍턴의 데이비드 사보, 댄빌의 커크 리하겐과 스티브 캐실이 식단, 수면, 연애, 운전, 심지어 양말 색깔 등의 변수를 그날그날 안티토이의 기분과 실력 방정식에 어떻게 산입해야 할지 알아내려고 명상과 세미나를 하며 보낸 수많은 시간 동안—그와 나는 명승부를 펼쳤으며 바람을 이용하여 경기를 질질 끄는 진짜 개자식real marathon wind–sucker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1974년에 우리가 치른 열한 번의 결승 중에서 나는 두 번을 이겼다.

마찬가지로, 열세 살이 되었을 때는 거센 여름 바람을 단지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경기에 ‘동원’하는 법을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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