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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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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을 살아가며 나는 매 순간마다 나의 부족함을 깨닫는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홀로 생각에 빠지다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책을 읽다가, 길을 걷다가, 글을 쓰다가, 불현 듯 깨닫고 마는 것이다. 나는 아직 멀었구나, 혹은 이미 글렀구나, 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애써 예민해지려하지만 나는 사실 섬세함이 부족하다. 내게 주어진 감각들을 활용하지 못해 생과 생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사람을 대함에 있어 친근함과 무례함 사이의 선을 알지 못해 관계 자체를 기피하기도 하며, 세상을 보는 눈과 사유가 무디기까지 하다. 스스로의 어설픔과 둔감함에는 이미 진절머리가 날 정도라 자신감은 물론 자존감도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들이 부럽다.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그 깊고 따뜻한 눈과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면서도 은은하게 빛나는 사유는 그저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감탄하게 만든다. 그들은 나 같은 사람은 그저 흘려보내고 말았을 것들을 포착해내며 끊임없이 성장하고 성숙해진다. 그들에게 있어 생은 찬란함으로 가득 차 있으며 충만하고 반짝거린다. 자신의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딱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의 두 사람, 박연준 작가와 장석주 작가도 그런 사람들이었다. 시드니라는 나라에서 그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담아낸 이 책은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집합체 같았다. 눈앞에 그려내듯 섬세한 묘사와 톡톡 튀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문장이 빛나는 박연준 작가의 글. 지식과 지혜와 삶이 어우러져 날카롭게 와 닿는 장석주 작가의 글. 그리고 그 글 속에 담겨있는 아름다움이란. 만약 나였다면, 하는 가정 자체를 의미 없게 만들어버리는 것이었다.

 

특히 박연준 작가의 글은 그 섬세함이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책의 촉감이 좋다. 냄새가 좋다. 자물쇠 없이 열리고 닫히는 개방성이 좋다. 많은 문자 속에 감추고 있을 몇 가닥, 삶의 비밀을 발견하는 것이 좋다. 모르는 사람(저자)의 언어를 내 안에 담아보는 일이 좋다.(54p)”는 문장, “나무들이 이슬비처럼 서 있는 풍경을 본 적이 있다.(56p)”는 문장, “자기 아픔상처에 대해 치아가 다 보이도록, 입을 벌려 울부짖을 수 있는 나이! 아이는 이게 바로 내 상처고 내 아픔이에요. 난 지금 너무나 고통스럽다고요!“라고 동네 사람들을 향해 외친 것이다.(67p)”라는 문장, 그리고 어린아이의 몸과 그 속에 담긴 생동감에 대한 문장은 단박에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삶의 아름다움을 덕분에 하나씩 더 알아가는 기분이었다. 문장 하나, 글 하나로 누군가에게 충만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니! 존경심이 일 정도였다.

 

때로는 어느 하루를, 때로는 자신의 생각을, 때로는 누군가에게 건네는 대화를 풀어낸 글에는 저마다의 빛과 온기가 담겨있었다. 받은 것은 책 한 권뿐인데, 행복도 그와 함께 선물 받은 느낌이었다. 비록 다시 한 번 나의 부족함을 깨닫는 시간이었으며, 그로 인해 조금 서글퍼지기도 했지만, 섬세한 감성과 깊은 통찰력이 돋보이는 좋은 책을 만났음에 만족스러웠다. 그들로 인해 나도 아주 조금이나마 깊어졌기를, 그리고 앞으로도 깊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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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을 깨려는 용기가 필요해 - 카이스트 교수가 가르쳐주는 학교와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것
노준용 지음 / 이지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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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필드>를 처음 봤을 때를 선명하게 기억한다. 사람보다 더 뚜렷하고 풍부한 표정을 보이는 그 배불뚝이 갈색 고양이는 어린 내게 있어 그야말로 놀라움 자체였다. CG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갖지 못했던 때라 그 놀라움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한동안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마다 그 얼굴을 빤히 쳐다봤을 정도였다.

 

그런 나였기에 이번 책 <틀을 깨려는 용기가 필요해> 역시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가필드의 표정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의 존재 자체도 내게는 충격적이건만 어딘가 멀게만 느껴지는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외국인(꼭 금발에 푸른 눈일 필요는 없지만)이 아니라 친숙하디 친숙한 동양인이 그 화려하고 신비로운 할리우드 영화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니.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자의 이력만으로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훌륭한 저자가 훌륭한 책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닌 법. <틀을 깨려는 용기가 필요해>의 매력은 저자의 이력이 아니라 그 안에 품고 있는 것에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보고 느끼고 경험 한 것들을 꾸밈없이 솔직한 말로 이야기 해준다. 연이은 불합격 소식에 시작된 삼수와 그로인해 황폐해진 자신의 모습도,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서 부모님의 권유에 의해 떠나게 된 유학이라는 사실도, 어쩌면 숨기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와 한국 영화시장의 차이와 그로인한 결과도 넘사벽이라며 분명하게 밝힌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인정과 진단, 그리고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해주기까지 한다. 여기에 자신이 살아온 삶을 통해 얻은 지혜와 자신이 쌓아온 것에 대한 자신감 역시 가감 없이 드러낸다.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매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자신의 삶을 시간 순으로 찬찬히 풀어내며 도전과 실패, 변화를 담아내는 이런 종류의 일반적인 에세이와 다른 구성에 불만을 느꼈었다. 중구난방이라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게 보였다. 1장에서는 자신이 겪은 실패와 그를 통해 얻은 지혜를, 2장에서는 자신이 보고 느낀 할리우드와 한국 영화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3장에서는 사람과 나라, 세계와의 관계에 대한 조언을, 그리고 마지막 4장에서는 자신감과 적극성 같은 삶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저자는 정확하게 분류해서 심도 있게 이야기한다. 시간 순으로 자신의 삶을 풀어내는 이야기는 저자의 이야기에 감정이입하며 공감하고 동의하도록 만드는 반면, 이런 식의 구성은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듣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매력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자신만의 방법으로 솔직하고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책을 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런 만큼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웠고 읽는 내내 감탄했다. 할리우드에 대해, 전공을 나누는 것의 무의미함에 대해, 리더와 매니저의 차이에 대해, 좋아는 것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며 자부심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는 삶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며,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한 줄로 평하자면, 한 편의 책을 읽었다기보다 총 4부로 기획된 강의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을 주는 책. 내게도 제법 의미 있고 색다른 경험이었던 만큼, 생각하고 나아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특히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객관성을 유지하며 조언을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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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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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시는 공부와 같다. 한국의 문학교육에 대해 비꼬는 말이 아닌 순수한 의미에서다. 시도 공부도 어렵지만 재미있어서 마주하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다. 시집을 보고 있는 내게 친구들이 그게 재미있어?”하고 물을 때면 나는 제법 맑게 웃으며 어렵지만 재미있어라고 답했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시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곤 했다. 특히 문학시간에 시에 대해 공부할 때면 나는 최대한 몸을 사렸다. 이 시에서 A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이 시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법은? 쏟아지는 질문들이 내게로 향할까 무서워 고개 숙였다. 어쩌다 잘못된 을 말하면 부끄러워 견딜 수 가 없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느끼면 안 되는 걸까. 압도되는 분위기가, 문장 속에 살아 숨 쉬는 감정이, 가슴까지 번지는 진심이 마음에 든다고, 꼭 내 마음 같아 좋다고,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걸까. 그런 생각에 나는 더욱 시에 대한 해석이나 분석을 멀리했다. 그저 보고 느끼는 것이 전부라 생각하며 시를 대했다. 그리고 그러한 나의 생각에 변화를 준 것이 이 책 <우물에서 하늘 보기>이었다.

 

시는 어렵지만 재미있다. 하지만 시에 대한 해석은 어렵기만 하다. 제법 뿌리 깊게 박혀있는 생각에 처음엔 이 책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또 어떤 말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할까. 겁이 났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에야 이 책을 손에 들었지만 역시나였다. 무겁고 복잡한 말들의 향연. 쉽게 넘어가지 않는 페이지. 처음부터 예상했던 만큼 나는 모르는 것은 일단 넘어가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해도 공감도 어려운 부분은 지나쳤다. 대신 내 눈을, 그리고 끝내는 마음까지 사로잡는 부분들에 집중했다. 그러자 그전에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이 보였다. 바로 시를 보는 눈. 자신의 지식과 지혜와 철학으로 시를 보는 그 눈이 많은 이야기를 담고 내게 전달되었다.

 

분명 그 자체만으로 내 가슴에 들어온 시들도 있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야니스 리초스도 작가의 연작시 <부재의 형태> 중 하나이다.

 

어린이놀이터에, 작은 요람 하나 비어 있다.

루나 파크에, 목마 하나 기수 없이 서 있다.

나무 아래, 꿈에 잠겨, 그림자 하나 앉아 있다.

빛 속에, 실현되지 않는, 먼 침묵 하나.

그리고 언제나, 목소리들 웃음소리들 한가운데, 간격 하나.

 

연못 위에서, 오리들이 잠시 멈춘다.

아이들의 어깨 위를, 나무들 저 너머를 바라본다.

한 아이가 말없이 지나간다, 보이지 않는다.

아이의 슬픈 발자국소리만 들린다. 아이는 오지 않는다.

 

(생략)

 

이 시만으로도 아이의 부재를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남겨진 자리의 외로움과 서글픔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여기 이 자리에서 시를 읽는 내게도 전해졌다. 나는 그 느낌을 온전히 가슴에 새겼고, 이게 지금까지 내가 시를 대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더 길고 깊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명망 있는 작가의 지식과 섞여 어쩌면 시보다 더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단순히 어렵다 느끼며 지나쳐버릴 수 도 있지만 이상하리만큼 자꾸만 시선이 붙잡힌다. 오랜 세월 수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경험한 어른의 지혜와 철학 때문이다.

 

나 혼자서는 결코 노란 꽃에 대해 얘기하는 김수영 작가의 시 <꽃잎>에서 조선시대의 노비가 양반 상놈이 없는 세상을 본다면 그것은 벌써 착란이며, 나무 위에 허공이 있으니 그 나무가 꽃을 피워 올릴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벌써 투시자다. 허공은 모든 것이 가능한 자리이며, 다른 세상이란 저 허공과 같지 않은가. 꽃나무는 여기 있지만 꽃이 필 자리는 저 허공이 아닌가.(39p)”라는, 한 사람이 작가로 성장한다는 것은 한 세상을 다른 세상으로 바꾼다는 의미인 것이다.(41p)”라고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역시 갱피 훑는 여자의 노래에서 여자는 남자를 떠났다. 이 정황의 세부 서술이 여자를 적극적으로 변호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여자의 떠남이 어느 한 나절의 변덕이 아니라 거의 운명적 필연이었음을 말해준다. 이 세부는 절개 없는 여자를 불운한 여자로 바꿔줄 수도 있다.(57p)”라고, 문학이 저 하찮은 것들의 말이 아니라면 어디서 숭고한 말을 찾을 것인가(60p)”라고 생각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감탄하게 되는 그런 부분들. 작가의 눈은 시를 보다 주의 깊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책 한 권을 다 읽었지만 다 읽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솔직한 말로 나는 이 책의 반도 이해하지 못했고 공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반도 안 되는 그 부분들이 나와 시 사이를, 나아가 세상과의 사이를 깊게 만들어주었다. 내 가슴을 울리고 머리를 치고 심지어는 내 삶마저 바꿔놓을 수 있는 힘을 가진게 시였다면, 여기에 오늘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결코 한 번으로 끝낼 수 없는 책이자 곱씹고 되씹어서 오랫동안 함께해야 할 책을 만났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이 변했다. 여전히 나는 시를 보고 느끼는 것이 전부이지만 또다른 누군가의 눈으로 시를 보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시만큼이나 멋진 책을 만난 이 기쁨을 당신과도 나누고 싶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을지. 너무 많은 것을 느낀 내가 두서없이 떠들어댄 느낌이 강하지만 그만큼 이 느낌을 전달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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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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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 에세이를 읽을 때 가끔 잘 짜여진 소설 한 편을 보는 듯 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뜻밖의 행운과 운명 같은 만남, 마음 따뜻해지는 여정, 당연한 수순처럼 찾아오는 이별.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일들이 그 속에 펼쳐지며 낯선 세계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가 손미나 작가의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손미나 작가의 여행 에세이는 정말 행운과 행복의 연속이다. 소중한 인연과의 만남, 절대 잊지 못할 추억, 아쉬운 이별. 읽는 이로 하여금 감탄과 질투, 그리고 울렁임을 선사해주는 그녀의 글은 그녀가 여행자로서, 또 작가로서 얼마나 타고났는지를 알게 해준다.

 

그녀의 신작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역시 특별함으로 가득 차 있다. 10년 전 석사과정을 함께하고, 파리에서 마지막으로 본 것을 끝으로 5년이 지난 친구 이야와의 사랑스러운 재회, 아마존 체험을 유쾌하게 만들어준 탐험대장 띠또와 푸에르토 말도나도 시에서의 여정을 책임져준 택시기사 오스카, 두 번의 만남 속에 한없이 고맙고 소중한 인연을 맺게 해준 쿠스코 가이드 그레고리와의 만남. 그 외에도 그녀에게 행복과 자연에서의 삶에 대한 자신들만의 철학을 이야기해준 사람들까지. 어떻게 그런 인연들을 가질 수 있는지. 읽는 내내 좋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가진 것 같은 그녀가 한없이 부럽고 신기했다.

 

게다가 그녀의 여행이 특별한 것은 인연뿐만이 아니다. 그 지역에 사는 주민마저도 보기 힘들다는 콘도르를 두 번이나, 그것도 각각 다른 개체로 본 것, 감자 요리 전문점이라는 특이한 가게를 발견한 것, 바다사자들이 새끼를 낳는 그 경이로운 순간을 목격한 것, 거의 운명처럼 그레고리를 다시 만난 것, 먹구름 사이에서 무지개가 생겨나는 과정을 지켜본 것 등 셀 수 없이 많은 행운들이 그녀와 함께 했다.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책을 읽는 사람들이 그녀의 여행이야기가 전부 사실인지, 지어낸 얘기가 아닌지 의심스러워한다고 밝힐 정도라고 밝힐 정도로(248p) 대단했다. 운 나쁘게 계획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그 역시 어떠한 행운으로 돌아오는 과정들을 보고 있자니 그저 감탄스러울 따름이었다. 그게 너무 지나쳐서 나와 여행은 맞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녀같이 타고난 사람만이 진정한 여행자이며 여행을 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닐까. 나 같은 사람은 그저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울렁임을 느끼는 것만으로 만족하는게 돈도 아끼고 시간도 아끼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슬플 정도였다.

 

그 정도로 완벽하고 멋진 이야기로 가득한 것이 바로 손미나 작가의 여행 에세이였다. 특히 이번 책은 한국 사람들에게 제법 낯선 곳 페루에 대한 것이다 보니 보다 놀랍고 신기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책 구성에서 적당한 양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들이 적다고 느끼고, 심지어는 그녀의 사진 실력마저(!) 의심할 정도로 그녀의 글은 많은 것을 품고 있었다.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 지금 당장 그곳에 가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완벽한 여행자, 손미나 작가. 그녀의 글에는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즐거움을 주며 저마다 자신만의 여행을 꿈꾸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러니 늘 그녀의 글이 기다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음은 또 어디의 이야기를 가지고 올지. 벌써부터 이렇게 기대되는걸 보니 나의 여행 앓이는 한동안 계속될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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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빔보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4
신현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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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에 대한 논의는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자신의 성형수술 사실을 끝까지 부인하고 숨기려 했던 과거부터 솔직함과 당당함을 표방하며 스스로 성형수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입에 올렸고 또 경험했다. 그에 따라 성형수술에 대한 찬반논란, 선악설(?)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갔으며 지금 이 순간까지도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만큼 성형수술이라는 소재는 굉장히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초중고대학생 따질 것 없이 토론의 단골 주제인 것은 물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단순한 이야깃거리로 사용한다. 성괴니 성형미인이니 하는 말들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굳이 깊게 들어가거나 하나씩 따지고 드는 것은 지겨울 정도다.

 

<플라스틱 빔보>는 그런 소재를 중심으로 삼았다. 자칫 지루하고 늘어질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나의 걱정과 예상을 단숨에 깨버렸다. 보편적인 주제를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이 책은 보여준다.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다. 성형수술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이 있고, 찬성하는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두 입장에서 갈팡질팡하기도 하고 고민하기도 한다. 마지막은 늘 그렇듯 어찌되었든주인공이 성형수술을 반대하는 입장에 서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 역시 보편적인 전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야기의 끝에 와있다. 그만큼 재미있고 술술 읽힌다. 다른 소설들이 낭패를 경험하는 부분, 그러니까 주인공의 입장이 바뀌는 부분도 이 책은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읽힌다. 그야말로 부드럽게 읽히는 책의 표본이랄까. 살짝만 언급되는 로맨스적인 요소가 거슬리기보다 귀엽게 느껴질 정도면 말 다한거다.

 

또 일이 생기고 나서 스스로의 생각과 경험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바꾸는 주인공의 모습은 읽는 이의 동의와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렇구나, 하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을만한 과정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인물의 죽음에 대해 다루는 것은 공감을 얻기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억에 남는다. 청소년문학은 좀 더 유해야 한다는 나의 고정관념을 부수며 파격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좀 더 흥미 있게 볼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플라스틱 빔보>는 성형수술에 대해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하고 싶은 사람들, 처음 성형수술이라는 소재를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굳이 성형수술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삼지 않더라도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권해주고 싶을 정도로 재미도 보장한다. 작가님이 걱정했던 뻔한 메시지나 교훈적인 얘기는 절대 아니라고 힘주어 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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