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울대 글쓰기 특강'
박주용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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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꼭 지적이거나 전문적인 글이 아니더라도, 매일 일기를 쓰는 습관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여 글로 쓰는 것은 발전과 변화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책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는 그 중 지적 성장을 위한 글쓰기에 대해 다룬다. "공부란 일방적인 배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을 발전시켜나가는 지적 활동'"이라는 말로 포문을 여는 만큼, 글쓰기를 통해 배움을 한층 더 깊이 있게 하고 지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서론이라고 할 수 있는 첫 장에서는 먼저 왜 글을 써야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는 증거이긴 하지만, 막연한 관심을 넘어 좀 더 구체적으로 그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가벼운 맛보기로 습관을 만들기 위한 조언도 볼 수 있는데,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꾸준한 연습이 답이다.


이어진 장들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요약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 언뜻 본다면 스스로 생각을 발전시켜나가는 데 왜 다른 사람의 글이 필요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지적 활동'으로서의 글쓰기에는 이 과정이 필수적이다. 배움이란 무에서 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학자들의 수많의 지식과 주장에서 시작해 나만의 것으로 소화해내는 것이다. 수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그것을 정리함으로써 밑바탕을 단단하게 한 뒤 그 위에 자신의 것을 쌓아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허무맹랑하고 근거 없는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


2장부터 5장까지 전체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나머지 6장과 7장, 그리고 8장에서는 각각 초고 쓰기와 퇴고, 피드백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 배운 것을 활용하여 직접 글을 써보도록 하고, 나아가 직접 평가해볼 수 있도록 한다. 그야말로 지적 성장을 위한 글쓰기의 A to Z를 다루고 있다.


설득력 있는 글쓰기를 목표로 하는 책이니만큼 책 자체도 설득력 있게 논리와 근거로 무장하고 있다. 전체적인 내용은 물론 각 장의 순서 역시 목표에 맞게 구성되어 있어서 딴대로 셀 틈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쭉 따라가게 된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까지 왜 라는 질문은 나오지 않을 정도다.


책의 중간 중간"글쓰기 트레이닝"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따라갈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처음에는 간단한것부터 시작해 점점 더 심화되며, 요약하고 분석하는 등 실전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로 준비되어 있다. 순차적으로 따라가면서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글쓰기 훈련이 완료되어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심화과정은 나중에 다시 한 번 보면서 하자는 생각으로 쭉 읽었고, 나중에 다시 보면서 연습할 예정이다. 스스로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읽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쓰고 연습하면서 나만의 것으로 소화하고 발전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이미 잘 알게 됐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그저 지난 독서기록에 제목 한 줄이 남을 뿐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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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
김성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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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선명하게 그어져있는 선 너머로 이쪽은 어떤지 살펴보며 공감하고, 저쪽은 어떤지 살펴보며 깨달음을 얻는 재미가 있다.


자세히 살펴볼수록 선명하다고 생각했던 선이 실은 연필로 죽 그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재미는 더욱 특별하다. 마냥 공감할 것 같았던 이야기가 쭉 듣다 보면 낯설어지고,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지던 이야기가 듣다 보면 친숙해진다. 다름 속에 같음이, 같음 속에 다름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가깝게 만들어준다.


그런 이유에서 책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는 제법 재미있었다.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는 제목처럼 각각 다른 3세대, 센 세대(베이비부머 세대, 50~65년 출생) 낀 세대(X세대, 65~70년 중후반 출생) 신세대(MZ세대, 70년 후반 출생)의 다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각각의 주제를 중심으로 세대가 어떻게 다른지, 서로를 이해하고 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준다.


세대차를 자세히 살펴보는 1장은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첫 주제인 '이만하면 vs 바보처럼 vs 하마터면'을 시작으로 '돈키호테 vs 햄릿 vs 로빈슨 크루소', '우리가 남이가? vs 남일까? vs 남이다!' 등 그 자체만으로도 인상적인 제목들이 가득하다.


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라도 책을 읽는 순간 이마를 탁 치게 된다. 공감과 깨달음을 반복하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책 속에 빠져들게 된다.


예를 들어 '이만하면 vs 바보처럼 vs 하마터면' 속 의미는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제1목표였으며 그 목표를 완수하는 것을 자부심으로 느끼는 센 세대는 '이만하면 잘 살았다'라고 자부하고, 그런 선배 세대를 보며 달려가다가 주위와 후배 세대 핀잔과 현실에 맥이 탁 풀려버린 낀 세대는 '바보처럼 살았다'라고 자책하고, 그런 선배 세대들을 보며 적당히 나를 위한 삶을 사는 신 세대는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라고 숨 고르기를 한다는 것.


어렴풋이 알 것 같지만 모호했던 이 제목은 책을 읽으며 가슴에 훅 하고 박혔다. '하마터면...'이라는 동명의 에세이와 주변에서 숱하게 들었던 말들을 떠올리며, '바보처럼...'이라 자책하면서도 다시 스스로의 삶을 찾고 있는 부모님을 떠올리며, '이만하면...'이라며 자녀와 손자들을 바라보는 조부모님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끄덕할 수밖에 없었다.


2장과 3장에서는 조금 더 나아가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집중한다. 일차적으로 세대별 차이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부담 없이 시도해볼 만한 방법들을 알려주기 때문에 참고할만한 부분들이 많다.


다만 전체적으로 후배 세대의 입장보다 선배 세대의 입장에서 어떻게 후배들을 이해하고 함께 소통하며 지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후배 입장에서는 살짝 아쉬운 감이 있다.


전반적으로 세대 간 차이, 다름에 대해 주제별로 재미있게 풀어준 덕분에 제법 즐거운 독서를 했다.


내가 속한 신세대의 이야기를 읽으며 선배가 얹는 한 마디에 신세대는 "됐고요. 제가 먹고 싶은 방식으로 먹을게요"라고 말한다는 문장을 읽고 뜨끔하기도 하고(옆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하는 선배(3살 차)에게 "어... 일단 한 번 해볼게요." 말하곤 한다), 인사는 서로 간의 매너로 누구든 먼저 하면 된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기도 하면서, 또 월급은 더 많이 받더라도 가처분 소득은 후배들보다 훨씬 적고(용돈을 받아 사용한다는) 위로는 센 세대를 모시고 아래로는 여론의 힘을 빽으로 삼고 있는 신 세대를 모시고 있다는 X세대의 고충에 대해 새삼 깨닫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다름이란 그리 명확한 선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X세대까지 기억한다는 깍두기 문화를 나 역시 기억하고 있으며, 참견과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은연중에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X세대의 개인주의와 밀레니얼 세대의 실용주의 둘 모두에 깊이 공감하고, 돈을 내고 자기계발 모임에서 셀럽과 얘기하는 것도 좋지만 비슷한 경험을 먼저 한 선배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말에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건배사를 강요하는 회식 스트레스 때문에 퇴사한 사례나 프로필 사진 속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가 후배의 표정이 확 바뀌어 실수했다고 생각한 사례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는 다른 세대라도 공통된 부분이 있고, 같은 세대라도 다른 부분이 있음을 느끼게 했다. 결국 우리는 제각각 다른 세대이자 다른 인간임인 동시에 함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존재이고, 그래서 선을 쭉 그려놓고 이쪽과 저쪽을 완벽하게 나눌 수는 없는 것이다.


다르다고 나누는 것이 아니라 다름은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함께 맞물려 살아가야 함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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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 국내 최고 필적 전문가 구본진 박사가 들려주는 글씨와 운명
구본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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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손글씨를 보면 '애 글씨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 잘 배운 덕(?) 인지 나름 또박또박 각진 형태로, 대신 크면서 성격이 묻어나서인지 크기는 한껏 작아진 내 글씨는 크기만 크면 딱 아이가 쓴 것 같은 느낌이다. 귀찮아서인지 성미가 급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날아가는 느낌까지 살짝 더 손보면 완성체랄까.


너무 작아서 잘 안 보인다는 얘길 듣는 걸 제외하면 악필도 아니고 이만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가도 동글동글 예쁜 글씨체나 무심한 듯 정갈한 글씨체를 갖고 싶어지는 글씨체. 한 번쯤 롤모델을 찾아 피나는 연습으로 바꿔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때마침 이와 관련된 책을 읽게 되었다.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오랫동안 수많은 필적들을 분석하고 연구해온 필적 전문가의 저서로, 필체와 성격, 그리고 운명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글씨에 담겨 있는 뇌의 흔적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글씨에 대한 분석을 지나 롤모델로 삼고 싶은 인물들의 필체 소개까지, 이 책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 


목차를 보면 대 주제 외에도 소주제가 제법 세밀하게 나눠져 있는데, 이는 각 글씨체마다 쉽고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필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글씨의 크기, 각진 정도, 획의 정도, 간격 등 유형 하나하나를 살펴보다 보면 간단하게나마 필체를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저자의 오랜 노고의 결과물을 독자들은 이 책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직접 수많은 필체를 분석한 전문가의 시각과 연륜은 책 한 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분석하다가도 이게 맞는지 아리송해지고, 사실 다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의심이 되기도 한다. 즉 이 책이 필적학에 대해 알고 흥미를 가지는 계기가 된다면, 그 이상의 영역은 본인이 얼마나 많은 필적들을 보고 분석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나 역시 이번에 처음 필적학에 대해 접한 만큼 내 글씨를 분석하며 고개를 갸우뚱한 부분이 여럿 있었고, 그와 반대로 읽으며 뜨끔한 부분도 고개를 끄덕인 부분도 있었다. 특히 나는 자획이 일일이 독립된 비연명형 글씨체를 쓰는데 '어린아이의 글씨는 모두 비연명형'이라고 되어 있어 뜨끔했다. 획을 이어서 쓰는 연습을 좀 해볼까 생각한 부분이었다.


책에는 사람들이 주로 원하는 바와 그를 위한 글씨체, 롤모델로 삼기 좋은 인물들과 그들의 글씨체에 대한 간략한 분석 내용도 담겨 있어 자연스럽게 글씨체를 바꾸고 싶다는 욕심이 들게 한다. 필체를 바꾸면 운명이 바뀐다는데 바꿔볼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어떤 글씨체를 연습하면 좋을지 뒤적거리게 된다. 다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 여러 가지를 따라 하다 보면 효과도 더디고 잘 바뀌지 않을 수 있으니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한 번에 하나씩 하는 것이 좋다.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 욕심을 버리기란 쉽지 않고, 나 역시 책을 넘길 때마다 체크를 해서 책이 볼록해졌을 정도다. 하지만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신경 쓰는 것 자체도 힘들고 상충되는 부분들도 있어 가장 원하는 것을 하나 골라 연습할 예정이다.

필적학이란 분야 자체가 수많은 노력과 공부가 필요한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첫 만남을 즐기기에 좋은 책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꼭 필적학에 관심을 갖지 않더라도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보고 믿음 반, 바람 반으로 책을 통해 원하는 인생을 찾고 필체를 연습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그러다 보면 최소한 자기가 원하는 글씨체와 해냈다는 만족감, 그리고 그로 인한 긍정적인 변화는 얻을 수 있을 테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가볍게 새로운 분야를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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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 고민이 너무 많아서, 인생이 너무 팍팍해서
고바야시 쇼헤이 지음, 김복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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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책으로 이 책을 집어 든 것은 2020년에 누린 첫 소소한 행복이었다, 고 마지막 장을 넘기며 생각했다. 처음 이 책을 펼쳐들며 '철학이라니. 새해부터 골치 아프겠네.'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정 반대였다. 골치 아프기는커녕 생각지도 못한 답과 길을 얻었으니 그야말로 고마운 책이었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는 사람들이 살면서 맞닥뜨리는 문제와 고민을 주제로 그에 대한 답을 철학에서 찾는 내용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은 비슷한 고민들을 품고 경험하기를 반복해왔다는 말을 시작으로 일, 자존감, 관계, 연애와 결혼, 인생, 죽음, 총 6개의 큰 주제에 대해 다룬다.


이렇게만 말하면 딱딱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가득할 것 같지만 실상은 쭉쭉 흥미롭게 읽히고 콕 하고 와닿는다. 


이 책이 흥미롭게 읽히는 가장 큰 이유는 다루고 있는 주제가 우리의 일상과 고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목차에서부터 알 수 있듯 누구나 살면서 한 번 이상은 하게 되는 고민들, 예를 들어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가 없을 때, 자꾸만 남과 자신을 비교하게 될 때, 남에게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거나 어쩔 수 없이 매일 마주쳐야 하는 상사와의 관계가 불편할 때 생기는 고민들이 담겨 있다. 대부분 나와 내 친구들이 평소 가지고 있고, 홀로 끙끙대며, 만나면 습관처럼 이야기하는 것들이며 그런 만큼 매 장마다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된다.


신기했던 점은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것으로, 일본이든 한국이든, 과거든 현재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산다는 것을 새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각 고민에 대한 철학자의 이야기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다. 훅 끌리는 주제에 훅 끌리는 해결책이 이어지니 책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몰입을 통해 자기 앞에 놓인 과제들을 하나씩 헤쳐나가며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으면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게 된다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말은 공감과 다짐을 일으키고, 인간은 원래 불안을 안고 살아가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오래도록 생존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토머스 홉스의 말은 위안을 주며, 남의 시선에 사로잡혀 있다면 "현재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상식 혹은 사회 분위기나 주위의 시선이 무엇을 기반으로 작동하는지 역사적으로 통찰하고 의심하라"라는 미셸 푸코의 말과 그의 삶은 어떠한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특히 행복을 부르는 주문이 결국 "지나가라, 그러나 또다시 내게 오라!"라는 것, 관계 속에서 "나의 과제와 타자의 과제를 분리하라"는 것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자 깊은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이야기해온 만큼 그에 대한 답변이나 해결책 역시 많을 수밖에 없다. 즉 책에 대한 평이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니라 현재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얼마만큼 공감할 수 있냐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책 자체에 대한 만족과 더불어 저자 고바야시 쇼헤이의 능력에 감탄했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속에서 그는 수많은 철학자와 철학 중 아주 적절한 답변들을 골랐고, 자칫 길게 늘어지며 복잡해질 수 있는 것을 핵심만 집어서 이해하기 쉽게 적어 놓았다.


물론 사람에 따라 부족한 답변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나는 책에 줄을 그어가며 읽었을 정도로 와닿았다. 부족한 식견 때문에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 예를 들어 한나 아렌트의 용서에 대한 이야기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 등도 있었지만, 어렵다고 포기하고 넘어가는 대신 다시 읽었고,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아 앞으로 틈틈이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속에 나온 모든 철학자의 이름과 그의 말, 이야기를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외웠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부가 아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었고 그만큼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덕분에 이 책을 바탕으로 가볍게 시작해 서서히 스며드는 느낌으로 철학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었고.


그러니 철학이 어렵다면, 끝없이 이어지는 고민에 해답이 필요하다면, 살면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도움이 될지언정 방해가 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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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밖에서 놀게 하라 - 세계 창의력 교육 노벨상 ‘토런스상’ 수상 김경희 교수의 창의영재 교육법
김경희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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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데 인내심은 꼭 필요한 덕목 중에 하나이다. 특정한 상황이나 사람을 상대할 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내심은 살며 생각하고 상상하고 견디고 나아가는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당장 눈앞에 있는 무언가를 선택하는 유아적인 태도에서 나아가 인내심을 가지고 시야를 넓히며 조금씩 성장함으로써 사람은 더 나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즉 인내심이란 삶의 마디 마디에서, 아니 삶 그 자체에서 필요한 요소이다.


특히 이 인내심이 빛을 발할 때는 부모나 교사, 또는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아이를 대할 때이다. 앞서 걸어간 선배로서, 대부분의 과정을 겪고 성장한 성인으로서, 우리는 수많은 경험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이제 겨우 한 걸음을 내딛는 아이의 서투른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보고 있으면 조바심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른의 섣부른 간섭은 아이의 성장을 망치기 십상이다. 아이는 우리가 그랬듯 경험과 이야기를 쌓아가며 성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 어른들이 할 일은 인내심을 갖고 아이를 기다려주며 조언을 건네고 도움을 주는 것이다.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 <틀 밖에서 놀게 하라> 역시 결국 인내심에 관한 내용 이자 그 심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책 <틀 밖에서 놀게 하라>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태도와 교육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요소로 햇살(Sun), 바람(Storm), 토양(Soil), 공간(Space), 4가지 S를 꼽으며 하나씩 꼼꼼하게 들려준다. 부모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태도부터 세세한 방식까지, 깨알 같은 조언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내가 아이였을 때 누군가 나를 이렇게 대해줬었더라면' 싶은 부분도, '내가 아이를 교육하게 된다면 이렇게 해야지' 메모하게 되는 부분도 모두 담겨있다. 심지어 꼭 아이를 교육하는 입장이 아니더라도, 한 사람으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활용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만한 내용들도 있었다.


물론 이 책 역시 다른 교육 서적과 마찬가지로 정답지는 아니다. <틀 밖에서 놀게 하라>는 세계 창의력 교육 노벨상 토런스상을 수상한 저자가 그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정리한 것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사람인만큼 그 내용이 특히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아이와 부모는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교육과 방법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아이에게 필요한 태도는 이 책에 나와있는 것 외에도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며, 교육 서적 역시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이 책에 나온 내용을 모두 있는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책 한 권에 들어있는 아이가 창의력 인재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태도만 해도 무수히 많으며 이를 위해 어른이 해야 할 역할 역시 어마어마한데, 읽다 보면 아이를 제대로 도와줄 수 있을지 어른으로서 아이를 케어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의심이 들 정도다.


즉 참고서로 삼되 정답지로 삼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이 책을 관통하는 것이자 꼭 가져야 할 태도가 있다면 바로 인내심이다.


부모는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아이를 휘두르는 대신 아이의 느린 걸음을 기다려줘야 한다. 갓난아기가 첫걸음을 내디딜 때 아기의 손을 잡고 앞으로 질질 끌고 가지 않는 것처럼 매 순간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의 생각과 상상과 경험과 배움을 기다려주는 것이다. 아이의 생각을 묻고 경험을 제공하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서포트 하는 것. 자유를 빙자한 방목도, 지나친 간섭도 아닌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것. 이를 위해 부모 스스로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를 기다리고,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공부하는 것. 책을 읽으며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 '인내심'에 대한 것이었다.


리뷰인 만큼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갔는데, 책 자체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자면, 제법 괜찮았다. 각각의 태도와 관련하여 '왜'와 '어떻게'가 세심하게 담겨 있는 데다가 작은 팁들과 한 장 요약까지 있어 참고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점, 내용 자체가 쉽게 설명되기 때문에 현실에 적용해보기도 쉽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나갈 한 사람으로서 활용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만한 내용들도 있어서 아직 아이나 교육과는 연관성이 적은 나도 나름대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미래는 물론 현재를 위해서라도 한 번 정도 읽어보면 괜찮을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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