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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아빠와 등골브레이커의 브랜드 썰전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3
김경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11월
평점 :
새삼 생각해보면 나는 ‘학창시절 남들 다 하는 것’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짝사랑에 울상을 짓거나 풋풋한 연애를 해본적도 없고, 학교를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달려가 오래도록 공부한 적도 없고, 눈에 힘을 주거나 얼굴을 하얗게 만드는 화장은 해 본적이 없었다. 또 패션에는 관심이 없어 청바지에 후드티 입는 것을 즐겼으며 액세서리라고는 부모님이 사주신 건강 팔찌를 차는게 다였다. 그런 사람이었던 만큼 브랜드, 명품 같은 것과도 가깝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그 흔한 North Face 제품은 물론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패딩, 운동화 하나 가지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고, 대학생이 돼서야 처음으로 메이커 운동화를 신게 되었다. 하지만 브랜드가 가지는 몇 가지 장점보다 개성과 가격을 더 중시하는 내게 브랜드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들 똑같은 브랜드에 똑같은 제품을 착용한 모습과 부담스러운 가격은 나와 브랜드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책 <꼰대 아빠와 등골브레이커의 브랜드 썰전>은 내게 별로 와 닿지 않는 주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재미있었던 점은 새로운 정보들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었다.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두 사람의 ‘썰전’이 책의 내용 인만큼 다양한 자료들이 인용, 또는 사용되었고 그러한 정보들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빈티지, 타투처럼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지만 그 말의 어원을 알지 못하는 것부터 할리 데이비슨, 몽블랑 같은 브랜드에 대한 정보, 그리고 스티븐 잡스의 일화 등이 주석이나 이야기 흐름을 통해 제시되면서 자연스럽게 지식을 얻을 수 있게 했다. 또 현수와 상호씨 두 사람의 ‘썰전’을 통해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이나 이야기 전개 방법 등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는 구성이었다.
뿐만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면서 상대방을 설득시키려고 하는 두 사람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어른이라고 아이의 요구를 묵살하거나, 아이라고 무작정 떼를 쓰는게 아닌, 준비와 노력을 통한 소통이 책을 읽는 내내 부드러운 기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두 사람의 썰전을 지켜봐주는 경미씨와 연수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이와 어른의 바른 소통방법을 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책 역시 완벽하게 마음에 들었다고는 할 수 없다. 중학생이 주인공이라 독자도 중학생으로 한정해서인지 아니면 현수의 입장을 완벽하게 헤아리기 위해서인지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너무 어린아이를 다루는 듯 했다. 문체 자체도 어린아이한테 구연동화 읽어주는 듯 한 느낌이었고, 전체적으로 하나 하나 다 설명하려고 들었으며, 중2를 부각시켜 ‘나를 이해해 달라’라고 말하는 듯 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언급 하는게 오히려 더 거부감이 들었다. 내가 진짜 중학생이면서 이 책을 읽게 됐다면 공감은커녕 화를 낼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또 중학생이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 재사용을 좋아하는 태지라는 인물은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그냥 브랜드에 관심 없고 자신의 개성을 유지하려고 하는 인물이 더 낫지 않았을까, 꼭 그렇게까지 확실하게 캐릭터를 설정해야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 페이지를 넘기는게 자연스럽지 못했다. ‘브랜드’에 치우쳐 ‘현수가 사고 싶어 하는 브랜드 점퍼’에 대한 이야기는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역시 아쉬웠다. 예를 들어 착한 브랜드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하지만, 현수가 사고 싶어 하는 브랜드가 착한 브랜드인지 아닌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별로 설득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렇듯 장점도 단점도 모두 보인 책이 이번 책 <꼰대 아빠와 등골브레이커의 브랜드 썰전>이었다. 아쉬운 점이 눈에 띄더라도 계속해서 이 책을 읽는다면 그게 누가 됐든 무언가 하나라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인문 도서인 만큼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로 풀어내 가볍게 접하고 깊게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는 점 역시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나 소통에 대한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