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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처럼 이 소설의 작가 김주혜 역시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다. K-팝 열풍과 더불어 문학계도 한국 바람이 실감 난다. 작가의 첫 장편 작품인데도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서 독립운동을 도왔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자라며 마음속에 씨앗이 뿌려진 것이다. 오랫동안 상상력의 나무와 잎이 무성하게 자라며 한국적 서사 소설이 나오게 되었다. 프롤로그의 사냥꾼 에피소드는 장편소설 착수 첫날에 함박눈 내리는 맨해튼의 공원을 달리던 중 설경 위로 어느 사냥꾼의 모습이 떠올라 단번에 써 내린 부분으로 긴 편집 과정에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찰나의 창조적 콘셉트 포착을 그대로 옮겨 누구에게나, 심지어 독자에게도 새로운 세계로 무대로 불러 몰입시키는 중요한 인트로 장치였다. 여기에 빠지면 김주혜 작가의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그만큼 이야기 진행이 찰지고 지루함이 없었다.
이 소설은 한국 근대사의 1917년부터 사냥꾼 이야기와 함께 옥희와 월향, 연화, 정호, 한철, (김예)단이, 김성수, 이명보, 그리고 이 땅의 많은 사람의 만남으로 서로 얽히고설킨 반세기 인생 이야기다. 인간이 가진 탐욕과 욕망, 명예와 의리, 사랑과 애증을 총망라하는 대하소설이다. 시대적 배경이 익숙하게 지나가면서 곳곳 실제 역사의 단면이 스며들어 있어 실화같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톨스토이 스타일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여러 차례 공감하면서 유려한 글의 흐름에 맡기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된다. 소설 속의 나오는 사람을 보면서 그들만의 삶에 대한 주름을 파 넣은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우정, 사랑, 이타심, 정의로움, 용기라는 메시지가 가끔 울려 퍼지는 김주혜의 <작은 땅의 야수들>은 간만에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인연이니까."(p576)
"나는 마침내 바다와 하나였다."(p603)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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