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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달리기 - 중년의 철학자가 달리면서 깨달은 인생의 지혜와 성찰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유노책주 / 2022년 10월
평점 :
달리기를 하다 보면 온갖 생각이 떠오르고 육체적 부하가 걸리면서 그 생각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무아지경에 이른다. 심장 박동수가 올라가며 몸이 헐떡이는데 무슨 생각이 들까? 뛰면 뛸수록 그만두고 싶단 본능이 앞을 가로막는다. 아직 체력이 안돼서 그런가? 초보라서 그런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즐겁게 뛴다는 이야기도 있긴 하다. 그런데 철학자가 뛴다면? 여기 영국 출신의 삐딱한 미국 괴짜 철학자가 달리면서 깨달은 인생의 의미를 담은 <철학자와 달리기> 책이 '유노책주'에서 출판되었다.
으레 철학자의 고뇌가 담겼으리라 추측했는데, 아니 다를까 달리기에 대한 현상학적 고찰이 듬뿍 담겼다. 목차를 보면 삶과 달리기가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삶도 달리기도 - 핵심은 도전이다, 자유를 찾아 나서는 일이다, 작은 변화가 쌓여 큰 변화가 된다, 놀이가 될 때 가장 가치 있다."(목차 발췌) 하지만 어려운 철학적 접근과 해석이 아니라 저자가 중년의 위기로 달리기하면서 떠오르는 사유를 담은 글이라 그렇게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철학자가 썼다는 선입견을 버리면 쉬운 글이다. 물론 몇몇 첨가된 어려운 이야기는 뛰어넘어도 좋다.
인상적인 것은 저자와 늑대와 관련된 이야기다. 늑대 브레닌과 세퍼드 니나, 그 딸 테스 세 마리 개를 매일 달리기를 시켜야 하는 일과가 저자를 매일 달리게 만들고 있다. '걔네들이 있어 달리기를 꾸준히 한다'라는 말을 철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나오고, 작용인, 질료인, 형상인, 물질적인 육체 A 혹은 B, 고깃덩어리라는 단어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 같은 생소한 단어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약간의 수고를 하면 된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늑대의 엉덩이에 대한 질투를 담은 저자의 전작 <철학자와 늑대>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나온다. 늑대 브레닌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이 책을 마치면 <철학자와 늑대>를 찾아다 읽어보고 싶어진다.
달리기라는 주제로 철학과 더불어 뇌과학, 진화 등 여러 분야의 논의는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흥미진진하고 광폭의 사고 확장에 희열을 느끼게 만든다. 철학자의 충실한 역할이라 생각한다. 달리기는 곧 인생과 같아 인생을 달리기처럼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군말 없이 추천해본다.
달리기는... "나를 잊는 초월의 상태다."(p98)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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