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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으므로 세상은 따스하다
김종해 지음 / 북레시피 / 2022년 11월
평점 :
가을은 시의 계절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너무나도 오랫동안 떠나 있어 떠오르는 싯귀가 가물가물거린다. 시인들에게는 죄송한 일이지만 삶의 여유가 없었단 핑계를 내세워야겠다. 한 번씩 시집이 눈길에 들어오지만, 손길에서는 잡히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수줍어하는 손을 억지로라도 내밀어 내 가슴에 따스함과 포근함을 물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떠올려본다.
김종해 산문집의 소개글을 읽다가 박목월과 조지훈 시인과 미당 서정주 이름에 '아, 이분들을 만나셨다니, 그 에피소드는 어땠을까?' 궁금증에 펼쳐보게 되었다. 시인은 시로 평생 살아야 한다는 신념에 첫 산문집을 몹시 부끄러워하지만, 시가 반이 넘는 산문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산문집을 태워버리지 않아 다행이다. 시인은 시와 시상에 대해 그리고 시인의 자세에 대해 강조한다. 그리고 박목월, 박남수, 고은, 이어령, 최하림 및 여러 시인과의 만남 이야기는 시로만 만났던 그들의 다른 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시인은 모든 인간에게서 일어나는 절실한 '울림'을 담아내고 싶어 한다. 시인들의 마음속은 따스했다.
시단 등단 60년 경력의 시인은 어릴 적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이 고향으로 배를 타며 진짜 바다를 실감했으리라. 그래서 세상을 노 젓고 바닷냄새가 물씬한 <항해일지> 같은 시가 나오지 않은 지. 시인의 과거와 함께 가족과 고향 이야기 속에서 시라는 씨앗은 문학 소년으로 시인으로 자라나갔다. 그리고 6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지금의 시 외에는 쓰지 않는 시인이 되었다. 기라성같은 시단의 스승과 선배와 같이 김종해 시인이 자리매김한 이야기는 이 산문집에 고스란히 남게 되었다. 시인의 마음과 생각을 한껏 접할 수 있는 산문집으로 추천해본다. 잠시나마 유연해진 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게도 아래 같은 시 한 줄이 다가오길 기대하면서 예쁜 단풍이 떨어지고 있는 가을을 보낸다.
"아침에 짤막한 시 한 줄을 읽었는데, 하루 종일 방 안에 그 향기가 남아 있는 시. 사람의 온기가 담겨 있는 따뜻한 시. 영혼의 갈증을 축여주는 생수 같은 시."(p16, 나는 이런 시가 좋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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