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매우 보편적이다.
책을 읽고 잠들었는데, 깨보니 이세계?! 책빙의?!
우리의 주인공은 다행히 이 세계의 창조주(?)인 '신'의 대리자를 통해 새로운 설정을 부여 받은 엑스트라, 그것도 심지어 살인마에게 살해 당하는 두 번째 피해자에게 빙의하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의 새로운 결말을 써라! 라는 특명을 받은 채로.
다행히 주인공은 두 번째 피해자가 되는 대신 두 번째 피해자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 되고 용의자가 되고 마는데, 원작의 주인공인 '윌 헌터'의 도움으로 조수가 되어 이 소설의 새로운 결말이 무엇인지 추리해 나가게 된다.
주인공은 원작 소설을 알고 있었던 터라 원작의 정보와 새롭게 수정된 정보들을 잘 교차 적용 해가며 '윌'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데, 사신 탐정이라 불리는 '윌 헌터'의 주인공 버프 덕에 원작과 똑같이 연쇄 살인은 계속된다. 과연 우리의 빙의 주인공은 새로운 진범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신의 대리자가 약속한 대로 새로운 설정을 받아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러나 사실 추리물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추리소설에 빙의한 주인공이 다시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것이냐는 크게 궁금한 내용은 아니었다. 본인은 대체로 책에 나온 단서들을 조합하여 범인을 찾아내기 보다는 주인공이 조곤조곤하게 풀어내는 사건 풀이 과정을 들으며 아하~ 그래서 쟤가 범인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 더 카타르시스를 느끼니까. 그리고 그간 추리물을 읽은 짬밥이 있었는지 주인공과 '윌'이 흘리고 지나가는 사소한 단서들에서 힌트를 얻으며(어? 저 사람들이 왜 저런 말을 갑자기 하지? 이런 건 분명 단서인데.. 형광펜을 칠하자.) 뭔가 나중에 반전이 있겠구나 하는 희미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는데, 정말 마지막에 나오는 반전에서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빙의물 판타지추리소설 이라고 해서 특별히 추리 소설의 클리셰에서 크게 벗어나는 구조는 아니라 판타지나 빙의에 거부감이 있는 독자들도 무리 없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