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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픽쳐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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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ir13en Ghosts, 2001

  감독 스티브 벡

  출연 토니 샬호브엠베스 데이비츠매튜 릴라드섀넌 엘리자베스

 

 

 

 

  화재로 부인과 재산을 잃은 아서에게 한 변호사가 나타난다그는 아서의 삼촌인 사이러스가 사망하면서그에게 커다란 저택을 남겼다고 알려준다그 저택은 유리로 건물로사이러스가 평생 모은 진귀한 수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사실 거기엔 사이러스가 영매사를 고용해 모은 12 악령이 봉인되어 있었는데…….

 

  영화는 12 악령이 봉인에서 풀려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된다각 악령의 모습은 그야말로 지금 봐도 오싹할 정도다하나하나가 다 개성이 철철 넘치면서하는 짓은 끔찍했다예전에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지금은 그냥 분장이라는 걸 아니까 그냥 그런 심정으로 봤지만.

 

  그러면서 영화는 감동까지 주고 있다갑작스러운 엄마와의 이별을 감당할 수 없는 아이들과 죽어서도 아이들을 지키려는 엄마그리고 가족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아빠처음에는 평범한 학교 선생이라며 소극적이던 아서가 자식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 나서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뭉클했다.

 

  영화를 보면서 왜 굳이 저런걸?’이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몇 개 있었다하지만 악령을 잡아 가두기 위해서는일반인인 난 알 수 없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다. ‘골드버그 장치 Goldberg machine’가 효율성과 능률성에서는 회의적이지만보기에는 멋져 보이긴 하다아마 사이러스의 집에 설치된 장치들이 다 그런 목적 때문에 그렇게 거창하게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다.

 

  전에 영화를 볼 때악령을 볼 수 있는 안경이 탐이 났다그런데 지금은 좀 생각이 달라졌다영화에서는 악령들이 죽었을 때의 그 끔찍한 모습 그대로 나온다사고를 당해 피가 철철 흐르거나 몸이 산산조각이 난 모습 그대로 말이다그러니까 안경을 가지면 그걸 그대로 봐야 한다는 거잖아안 끼면 된다고 하겠지만갖고 있는데 굳이 안 써먹을 이유도 없으니까…….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사이러스가 잡아 온 악령 중에 진짜 악령은 몇이나 있었을까몇 주 집에서 자가격리하는 것도 못 참아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는데하물며 죽어서도 어디 못 가고 갇혀 있으면 화가 나지 않을까그래서 처음에는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시간이 지나면서 화를 참지 못해서 다 죽여버리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게 아닐까물론 몇몇은 잡혀 오기 전부터 해를 끼치기도 했으니걔들은 진짜 악령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대가 없는 공짜란 없다는 말이 뭔지 확실히 보여주는 영화였다그리고 친척을 함정에 빠트리는 사람은 용서할 수 없다하나밖에 없는 조카라면 재산을 물려줄 수도 있잖아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악령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걸 재확인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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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아래 마스다 미리 여자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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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夜空, 2012

  작가 마스다 미리

 

 

 

 

  24편의 짧은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마스다 미리의 우주 이야기다그러면 우주의 기원이라든지 각 행성에 관해 작가 특유의 그림체로 풀어내 것일까물론 그건 아니다이건 학습 만화가 아니다작가 특유의 그림체와 느긋하면서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로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단지 그 둘이 주로 이야기하는 소재가 우주에 관한 것일 뿐이다.

 

  작가의 그림체가 단순한데그건 인물의 특징이 머리 모양이라든지 옷차림으로 구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처음 이야기를 읽을 때등장하는 사람들이 다 다른 인물인 줄 알았다그런데 중반을 넘어서면서뭔가 연결 고리가 생기기 시작했다그렇다이건 한 가족의 이야기였다두 사람이 학창 시절에 만나 연애를 하고대학 진학으로 멀어졌다가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이후 그들의 자녀로 이어지는 내용이었다다만 시간대가 뒤죽박죽 섞여 있고나이가 들면서 머리 모양이 바뀌는 바람에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알아차리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책을 다 읽고 문득 김춘수의 이라는 시가 떠올랐다그 시에서 이름도 없는 무의미한 존재가 내가 인식하면서 의미 있는 대상이 된다이 책에서의 하늘과 별도 그러했다그냥 하늘에 떠 있을 뿐이었던 무생물이 등장인물이 그것을 인식하고 생각함으로나중에 추억할 수 있는 계기가 된의미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그래서 윤동주는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을 담아냈나 보다.

 

  이야기는 위에서 언급했지만잔잔하면서 한 번에 훅 들어오는 그런 뭉클한 문장으로 가득했다고등학생대학생사회 초년생신혼부부중년의 부부 그리고 부모를 떠나보낸 뒤로 이어지면서 각 시간대에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되었다특히 내 인생의 심보다는 당신 인생의 심이 더 많이 남았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에서나중에 상대방이 최후의 인류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하니 그때만큼은 자신이 더 오래 살아주겠다는 생각을 할 때는뭔가 손발이 오글거리면서도 나중에 써먹어 봐야겠다는 마음과 동시에 이게 사랑이구나라는 감탄마저 들었다그리고 달아날 때는 뒤 돌아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하고 다가왔다살아있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뒤이어 나오는데그 두 문장이 이어지면서 큰 울림을 주었다그래내가 사는 게 먼저지내가 죽으면 그 어떤 의미도 없는 거잖아또한, ‘계속 빛을 내면 에너지가 떨어지니까 가끔은 빛을 끄기도 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그렇지어떻게 사람이 매번 100% 집중하고 가진 열정을 다 쏟아부을 수 있겠어중간에 쉬기도 하고 재충전도 하고 그래야지그걸 못하니 번아웃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이 많은 거잖아.

 

  이번에도 버릴 페이지가 거의 없는 마스다 미리의 책이었다.

 

  아각 에피소드 다음에는안도 카즈마의 알기 쉬운 우주 이야기가 두 페이지에 걸쳐 곁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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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Golem, 2018

  감독 요아브 파즈도론 파즈

  출연 하니 퍼스텐버그이샤이 골란알렉스 트리텐코브리니 퍼스텐버그

 

 

 

 

  아들의 사망 이후, 7년 동안 아이를 낳지 못해 시댁의 눈총을 받는 한나’. 그녀가 사는 유대인 마을은 폐쇄되고 고립된 곳으로 랍비인 시아버지의 지도로 그럭저럭 지내고 있었다그런데 다른 지역엔 전염병이 돌지만 한나의 마을만 멀쩡하자이웃 마을에서는 랍비가 주술로 저주를 내렸다 생각한다그들은 전염병에 걸린 이웃 마을 부족장의 딸을 살려내지 않으면마을 사람들을 다 죽이겠다 경고한다사람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한나는 경전에 나오는 골렘을 만들자고 제안한다하지만 랍비는 여자가 어찌 경전을 아느냐 질책하고그녀의 제안을 무시한다여동생이 충격으로 아이를 유산하자한나는 혼자 힘으로 골렘을 만들기로 하는데…….

 

  영화는 무척이나 답답했다. 17세기라는 시대가 원래 그러했는지아니면 영화를 극적으로 만들려고 일부러 그렇게 했는지 잘 모르겠다하여간 상황이 무척이나 답답했다.

 

  특히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대놓고 이혼하고 새 며느리를 얻어야 한다는 마을의 지도자인 시아버지가 제일 답답했다그래놓고 이웃 마을에서 쳐들어왔을 때아무런 말도 못 하고 우물쭈물한다그때 이웃 마을 사람들을 물러나게 한 것은마을의 치료사인 여자였다그리고 한나가 경전의 글자를 이용해 골렘을 만들자고 했더니자기는 그럴 능력이 없다고 기도나 하자고 그녀를 쫓아낸다아이도 못 낳는 주제에 골렘을 만들 수 있냐고 비웃으면서 말이다여기서 또 웃긴 건기도를 드리는 건 남자들뿐이다경전을 읽을 수 있는 것도해석할 수 있는 것도또 그걸 가르칠 수 있는 건 남자들이기 때문이다여자가 경전을 읽고 글자를 아는 건크나큰 죄였다그냥 살림이나 하고 아들이나 낳아야 한다요즘 시각으로 보면말도 안 되는 얘기다.

 

  그래놓고 한나가 골렘으로 이웃 마을을 물리치니까그녀에게 마을의 규율을 어겼다고 난리 친다그럼 아무것도 안 하고 손 놓고 있다가 다 죽어야 하나아니한나가 만든 골렘이 신이 보낸 선물이라 생각할 수는 없었나여자가 남자들이 알아서 할 일에 나선 게 괘씸한 거였나그런데 마을 남자들이 한 건모여앉아서 기도드린 거밖에 없잖아그들이 한 일은 계속해서 마을을 위험에 빠트릴 뿐이었다애초에 며느리인 한나에게 제대로 경전과 글자를 가르쳤으면무능한 아들보다 더 훌륭한 후계자가 되어 마을을 보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결국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독학으로 공부한 한나였기에골렘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그건후반부에 드러날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장르가 공포인데그렇게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분명 몇몇 장면은 잔인했는데심지어 그 부분조차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왜 그런 걸까우선 첫 번째 이유는공포란 차곡차곡 쌓아가며 감정을 고조시켜야 하는데이 작품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그냥 몇 장면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게 끝이다공포의 감정을 쌓을 틈이 없었다게다가 한나가 자신이 만들어낸 어린아이 모습의 골렘에게서 모성애를 느낀다그 때문에 사람들을 죽이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통한 공포라기보다는잃어버린 아들을 그리워하는 엄마와 엄마를 보호하려는 아들의 모습이 더 드러나고 말았다.

 

  인간의 아이를 낳지 못했지만골렘으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여인 한나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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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젼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기네스 팰트로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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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ontagion, 2011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맷 데이먼로렌스 피쉬번주드 로기네스 펠트로케이트 윈슬렛

 

 

 

 

 

  홍콩으로 출장을 다녀온 베스는 감기 기운을 느낀다하지만 어떻게 손 써볼 수도 없이 갑자기 사망하고그녀의 어린 아들 역시 같은 증세로 사망한다그녀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속출하고국제기구에서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레오노라를 홍콩으로 파견한다질병통제센터의 치버 박사는 에린을 보내 역학 조사를 시행하고백신 개발을 위해 노력한다이후 초기 발병을 벌였던 사람들이 모두 다 한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이미 신종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급속히 퍼진 뒤였다한편 프리랜서 기자인 앨런은 정부가 뭔가 숨기고 있다고 주장하며자신이 개나리를 이용한 치료제로 효과를 봤다고 사람들을 선동하는데…….

 

  요즘 분위기와 맞물려서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우연히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것을 봤는데영화의 분위기와 어조가 담담한데 오싹했다제작진은 특별히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지 않고포스터에 있는 여섯 명을 중심으로 각각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차분하게 보여준다그리고 그 일은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그리 다를 게 없었다아직 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필품 사재기로 인한 사람들 사이의 갈등음모론과 검증되지 않은 비과학적인 치료법에 관한 가짜 뉴스의 만연역학 조사를 벌이던 조사관의 감염과 죽음 등등그 외에도 생각해볼 만한 장면들이 많았다.

 

  이런 장르에서 흔히 억지로 눈물을 자아내는 신파조의 장면들이 있을 법한데이 작품에는 그런 게 없었다그냥 다큐멘터리처럼담담하게 보여주고만 있었다이런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고그러면 또 이런 사람들도 등장하고그러면 누군가 이런 주장을 하고 또 다른 이는 저런 행동을 하고……마치 이런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니까미리미리 참고하고 대비하라는 것 같았다사재기하지 말고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말고밖에 함부로 나다니지 말고강도질하지 말고개인위생에 주의하고특히 손은 깨끗이 씻고.

 

  작품에 나오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생각해봤다다른 건 모르겠고 위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을 속여가며 이득을 취하는 삶은 살지 말아야겠다내 거짓말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데과연 그들을 죽게 놔두고 난 편하게 살 수 있을까?

 

  이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처음 봤을 때, ‘둘째 날 DAY 2’로 시작해서 앞부분을 놓쳤나 싶었다그런데 다 보고 나니맨 마지막에 첫째 날 DAY 1’이 나왔다그리고 신종 바이러스가 어떻게 생겨났고베스가 어떻게 최초 감염자가 되었는지에 대한 답을 주고 있었다.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하나아니면 인과응보라고 해야 하나결론부터 말하자면이 신종 바이러스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잃어버린 야생 동물이 가축과 만나 만들어진 것이었다영화에서 연구원이 사는 곳과 생활 습관이 전혀 다른 두 동물이 만나서 바이러스를 만들어낼 확률이 희박한 일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인간이 지구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생각하면 그리 희박한 일은 아닐 것이다하긴 같은 인간도 죽게 놔두는데동물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겠지.

 

  그러니까 생명의 존엄성을 기억하고자연을 보호하고손을 잘 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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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과 몽상 2 - 스티븐 킹 단편집 악몽과 몽상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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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Nightmares and Dreamscapes, 1993

  작가 – 스티븐 킹

 

 

 

 

  스티븐 킹이하 킹느님의 단편집 악몽과 몽상’ 두 번째 책이다지난 1권은 작가가 그동안 써왔던 작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로 가득했다면, 2권은 후훗난 이런 장르도 쓸 수 있지.’라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장마는 우연히 한 마을에 들른 젊은 부부가 겪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마을 사람들은 부부에게오늘만 다른 마을에 가라고 경고한다칠 년에 단 하루그 마을에는 장맛비가 내린다하지만 그건 그냥 평범한 비가 아니었는데……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먹는다는 옛말이 생각났다하지만 어른들도 무작정 아무런 이유 없이 하룻밤만 마을을 떠나라고 말하지만 말고사실대로 얘기하고 피할 방법을 알려주면 좋았을 텐데.

 

  내 귀염둥이 조랑말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시간에 관해 조언을 해주는 내용이었다그런데 할아버지가 예로 들어주는 일화가 좀 심상치 않다과연 어린 손자가 이해할 수 있었을까?

 

  『죄송합니다맞는 번호입니다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이야기였다어느 날집에 걸린 전화로 들리는 겁에 질린 듯한귀에 익은 목소리. ‘케이티는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 위험에 처했을까 불안해하며이리저리 연락하고 찾아간다하지만 그녀가 진실을 알게 되는 건 조금 시간이 지난 뒤였는데……어쩌면 운명을 지배하는 신이 간혹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회를 준다고 해도모든 것을 다 허용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10시의 사람들은 오전 10시만 되면회사 건물 모퉁이에 모여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니코틴의 악영향으로 인한 환각인지 아니면 진짜인지주인공은 자신이 아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상시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데……. ‘존 카펜터’ 감독의 영화 화성인 지구 정복 They Live, 1988’이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크라우치엔드는 한밤중 런던에서 길 잃은 자를 노리는 크툴루의 부름이라는 짧은 설명이 붙어있다말 그대로, ‘러브크래트의 크툴루 이야기를 킹느님의 스타일로 다룬 이야기다낯선 곳에서는 반드시 지도를 챙기고 상대방의 연락처를 확인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요즘엔 지도가 아니라 지도 앱이겠지만.

 

  『메이플 스트리트의 그 집은 새아버지와 살게 된 네 남매의 이야기다왜인지 모르지만 이사한 그 집 벽에서 아이들은 이상한 금속을 발견한다그리고 그게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순간아이들은 엄청난 음모를 꾸미는데……국회의사당의 돔이 열리면서 로봇 태권브이가 나온다는 우스갯소리를 스티븐 킹도 어디선가 들어본 게 분명하다.

 

  다섯 번째 4분의 1에도 레이먼드 챈들러가 네 개의 서명을 쓴다면?’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그러니까 하드보일드 탐정 스타일의 작가가 코난 도일의 추리물을 쓰면 어떻게 되느냐는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다무차별적인 총기 난사와 배신음모그리고 담배 연기가 자욱한 이야기였다.

 

  『의사가 해결한 사건은 스티븐 킹 스타일의 셜록 홈즈’ 이야기였다왓슨이 사건을 해결한 유일한 이야기라고 한다폭력적인 자산가가 죽은 채 발견된다용의자는 재산 분배로 마찰을 빚은 가족하지만 그들에게는 알리바이가 있는데……코난 도일의 레스트레이드 경감보다 스티븐 킹의 레스트레이드 말투가 더 마음에 든다. ‘왓슨도 그렇고 홈즈도 어찌나 시니컬하고 빈정거리는지코난 도일이 지하에서 뭐라고 생각할지 궁금하다나의 홈즈는 그런 말투가 아니라고 화를 낼까 아니면 마음에 든다고 좋아할까?

 

  『클라이드 엄니의 마지막 사건는 사립탐정 클라이드 엄니에게 일어난 이상한 사건을 그리고 있다그날 아침부터 그의 주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그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는데갑자기 한 남자가 나타난다그리고 그는 클라이드에게 자신이 이 소설을 쓴 작가라고 말하는데……스티븐 킹도 책 빙의라든지 차원 이동에 관한 작품을 쓰고 싶었나 보다다만 이고깽판물이나 로맨스판타지가 아니라는 게 다를 뿐.

 

  『고개를 숙여는 유소년 야구 대회에 출전한 한 팀의 이야기다이야기를 읽으면서눈앞에서 야구 경기가 펼쳐지는 것 같은 인상을 받을 정도로몰입감이 뛰어났다하지만 그러면서 불안했다작가가 킹느님이잖아그냥 그렇게 경기에 이기고 끝났다고 마무리 지을 리가 없다고집에 돌아가다가 괴물을 만나거나아니면 과열된 분위기에 코치 하나가 흥분해서 미쳐버리는 거 아니야아니면 홈런을 쳤는데 하늘에서 뭔가 내려오겠지이런 생각을 하느라 어쩐지 더 불안하고 초조했다결말은 직접 확인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브루클린의 8은 고개를 숙여를 연상시키는 이야기아니 시(?)였다야구 경기장에 모여든 관중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작가 해설을 다 읽고 나면맨 뒤에 숨어있던 마지막 이야기가 등장한다바로 거지와 다이아몬드인간은 눈앞의 행운도 못 보고 지나칠 때가 많으니언제나 주위를 잘 둘러보라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싶다원래 처음 든 생각이 있었는데그러니까신성모독이라고 욕먹을 거 같아서 패스하겠다.

 

  킹느님의 분위기가 아닌 듯하면서도 킹느님의 향기가 느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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