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Nobody Sleeps in the Woods Tonight, 2020

  감독 바르토슈 M. 코발스키

  출연 율리아 비에니아바-나르키에비치미할 루파빅토리아 가시에브스카스타니슬라프 치프카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을 끊기 위한 캠프가 열린다아이들은 휴대전화를 제출하고 자연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프로그램 중에는 낮에는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고낮에는 산행하는 것도 있었다그런데 첫 야영 날 밤의문의 존재가 나타나 한 명을 무참히 살해한다하지만 시체가 없기에다른 아이들은 그가 길을 잃었다 생각하고 찾으러 다닌다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산속 집에서 아이들은 끔찍한 현장을 보게 되는데…….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장소에 사는기이한 외모를 가진 존재에 의한 잔혹한 살인을 다룬 작품들은 예전부터 있었다그 장소는 광활한 사막 지역인 경우도 있고험준한 산속일 때도 있다또는 외진 곳에 있는 저택이기도 하고 말이다기이한 외모를 가진 존재는물론 기본은 인간이지만 다양한 원인예를 들어 방사능 실험이라든지 환경 오염근친 등으로 그렇게 바뀌었다고 나온다이 작품에서는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이 원인이다검은 액체를 보고, ‘엑스 파일 The X-Files, 1993’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이 영화를 보면생각나는 작품이 있다바로 데드 캠프 Wrong Turn, 2003’산에서 캠핑을 하던 청소년들이 하나둘씩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흐름이라서 그런 걸까?

 

  주인공인 아이들이 군사 훈련 내지는 체력 훈련은 받지 않은오직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에 푹 빠진 설정이다그래서 처음에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냥 죽어 나간다그것도 아주 끔찍하게몇몇 장면은 으아……등급이 청불인 이유가중간에 아이들이 밤에 19금 행위를 하는 것 때문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두 존재가 아이들을 비롯한 지나가던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으아…….’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후반에 가서는 아이들도 반격을 꾀하긴 하는데그렇게 인상적이거나 손에 땀을 쥐고 응원할 정도는 아니었다그냥 뭐랄까……아이들이 현대 문명에 너무 익숙해서 다른 건 사용할 줄은 몰랐다는 생각만 들었다산속에서 휴대전화가 연결될 거라는 믿음은 어디서 나온 걸까 싶다그러니 괜히 휴대전화 찾겠다고 살인마 집으로 돌아가지 말고왔던 길로 되돌아갔으면 어땠을까 싶다그랬다면 적어도 캠프에 도착했을 것이고 거기는 전화도 있고 다른 어른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영화는 매우 아쉬웠다스토리텔링은 비슷한 설정을 가진 여러 작품과 별로 다르지 않았고등장인물의 성격 또한 별로 색다르지 않았다그냥 전형적인 인물 설정에기존의 것과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흘러갔다새로울 것도 없고 신선하고 독특하다는 느낌도 없었다.

 

  아신부님이 캠프에 와서 인터넷 중독을 끊게 해달라고 기도를 올리는 장면 정도가 처음 보는 거였을까?

 

  인터넷의 발달과 OTT 플랫폼의 등장으로다양한 국적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만 점수를 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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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WHISPERING CORRIDORS 6 : THE HUMMING, 2020

  감독 이미영

  출연 김서형김현수최리비비권해효

 

 

 

 

 

  ‘은희는 모교의 교감으로 부임한다그녀는 고등학교 때의 기억을 잃고오랫동안 고향을 떠나있었다어쩐지 그녀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상담실을 맡게 된 은희에게 한 학생이 찾아온다. ‘하영이라는 학생은 학교의 인기인인 담임 박연묵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얘기한다하지만 박 선생은 그 사실을 부인하고교장을 비롯한 선생들은 하영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몰아간다이에 하영은 엇나가기 시작하고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 3층의 폐쇄 지역으로 향한다은희 역시 하영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간다그리고 그곳에는…….

 

 

 

 

 

  ** 아앗풍년이다풍년스포일러 풍년!

 

 

 

 

  ‘여고 괴담 女高怪談, Whispering Corridors, 1998’이 처음 나왔을 때, ‘오오!’와 으악!’ 하면서 재미있게 보았다여중 여고를 나온 내 어릴 적의 기억이 떠오르면서영화의 공포가 더 가깝게 다가왔기 때문이다이후 2편과 3편까지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았다하지만 4편은 대략적인 이야기와 몇몇 장면들만 떠오를 뿐이고, 5편은 무슨 내용이었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전작을 능가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못한다는 건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법칙인 모양이다그래서 오랜만에 6편이 나온다고 했을 때별로 기대하지 않았다그냥 전작보다 못하지만 않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그리고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학생들은 주로 신인으로 뽑기 때문에연기력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그냥 책 읽는 수준에서만 벗어나면 다행일 것이라 여겼다.

 

  그렇다기대하지 않았다전혀네버결단코.

 

  하지만 영화는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처참했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지?’라는 의문이 들었다좋은 쪽으로 감탄하는 말이 아니다. ‘어떻게 (이 정도로 형편없는 망작을이렇게 (감히 여고괴담 시리즈라고만들 수 있지?’라는 의문이었다아무리 여고괴담 시리즈가 4편부터 망작의 길을 걷는다고 하지만그래도 이건 아니었다이건 진짜하아…….

 


  이제 위에 언급한 스포일러 풍년이 뭔지 보여주겠다.

 





  이 작품에서 하영과 은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둘 다 친구가 3층의 폐쇄된 전직 화장실 현직 창고에서 죽었고성폭행을 당했다그리고 두 사람 다학교에 의해 그 사실을 은폐 당했다하영은 교장에 의해은희는 그 시절 담임이었던 현 교장에게 말이다이렇게 보면괴담이 만들어지고 귀신이 등장할 조건은 충분하다거기다 자신들의 피해를 외면하고 가해자를 편들어준 학교 관계자들에게 복수하는 장면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다이런 조건으로 이야기를 잘 다듬으면망작이라는 평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가해자를 밝히는 과정에 있었다.

 

  하영을 성폭행한 사람은 담임이었다이사장의 조카이자 학교에서 제일 인기 있는 미혼의 남자 선생그는 자신이 맡은 반의 아이 몇 명을 격려를 핑계로 집으로 불러 술을 먹이고 강간을 하며 그 장면을 촬영까지 한다이후 그걸 빌미로 아이들을 계속해서 농락하고 말이다이건 있을 법한 일이다이 때문에 자살하는 아이도 생길 수 있고다른 친구에게 말 못 할 비밀을 만들게 되면서 오해를 사고 거리가 멀어지는 등등의 일이 이어지는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은희를 성폭행한 사람은 너무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배경이 되는 학교는 광주에 있고마침 군인들이 와 있었다그렇다광주 민주화 항쟁 때광주를 진압하러 온 군인이 바로 은희를 성폭행한 사람이었다그럴 수 있다그 당시 광주에서는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사건이 밝혀지는 게너무 갑작스럽다는 느낌이다내가 그 당시를 잘 몰라서 뭐라고 못하겠지만군인들이 광주로 오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가 너무 평화로웠다노래 연습하겠다고 여학생 두 명만 학교에 남는 게 가능한가당직 선생도 아무도 없이경비 하나만 있는 게차라리 선생들이 다 광주 시청으로 갔다면 모르겠지만영화에서는 그런 얘기는 없었다나오는 선생이라고는살아남은 은희에게 학교의 명예를 위해 입 다물라고 강요하는 사람뿐이었다.

 

  도대체 왜 군인 두 명이 군용 트럭을 몰고 학교에그것도 여학교에 왔으며왜 아이들을 강간하고 끌고 갔는지 모르겠다겨우 그 짓을 하려고 왔다면왜 길에 있던 다른 아이들은 가만히 내버려 뒀을까두 명을 공격하나 네 명을 공격하나그들에게는 총이 있었으니 별다른 차이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이해가 가지 않는다왜 군인들이 그곳에 있었고왜 아이들을 공격하고 끌고 갔는지 말이다.

 

  너무 뜬금없는 등장이었고 이상한 전개였다그럴 거면 그런 분위기라도 미리 잡아두던가영화 초중반에 은희가 군인을 보고 거의 쓰러질 듯이 더는 장면이 있는데그게 힌트였다고 하지는 않겠지그건 굳이 광주라는 설정을 넣지 않아도 되는 장면이었다군인이나 선생이나 다 똑같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을 강제했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그러면 진짜 광주가 아니어도 되는 거였잖아고등학교 때 군복 입은 사촌오빠나 친구 오빠 내지는 옆집 오빠가 존재할 수 있으니까막말로 이런 식으로 광주를 팔아서 무슨 부귀영화를 보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몇몇 외국 작품 중에현재의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과거의 역사적 비극을 다시 일깨우는 내용이 있기는 했다. ‘구울 Ghoul, 2015’이라든지 체르노빌 다이어리 Chernobyl Diaries, 2012’ 같은 영화가 있었다이 작품도 그런 식으로 만들려고 한 거 같은데그러기엔 방향을 잘못 잡았다잘못 잡아도 너무 잘못 잡았다이런 식의 접근은 아니라고 본다.

 

  차라리 광주와 군인을 삭제하는 편이 나았다그냥 학교 이사장 내지는 교장 또는 그 가족이 은희를 성폭행하고 그걸 학교 차원에서 입막음했다는 게 자연스러웠을 것이다그리고 시간이 흘러그 교장이나 이사장의 조카가 아이들을 노리개 삼고 있다는 게 더 개연성 있지 않을까현 교장은 이사장 집안의 치부를 숨겨줘서 승진한 것이고 말이다그게 더 학교를 둘러싼 공포를 다루는 여고 괴담이라는 시리즈의 목적에도 어울렸을 것이다.

 

  여고 괴담이 인기 있었던 건학교에 다닌 사람이라면 공감하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소재를 다뤘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번 작품은 그게 아니었다선생에 의한 성희롱이나 차별은 학교 다닐 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학교에서 군인에 의해 강간당하는 건 극히 드문 경우니까 말이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박수받아야 할 건주연을 맡은 김서형의 연기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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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The 8th Night, 2021

  감독 김태형

  출연 이성민박해준김유정남다름

 

 

 

 

 

  2500년 전인간 세상에 지옥문을 열려던 요괴가 하나 있었다부처는 요괴의 두 눈붉은 눈과 검은 눈을 각각 먼 곳에 봉인시켜요괴가 활개 치지 못하게 하였다오랜 시간이 흘러 한국의 한 고고학자가 붉은 눈이 봉인된 사리함을 발견하지만가짜라는 비난에 시달린다그는 붉은 눈의 봉인을 풀어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로 한다붉은 눈은 검은 눈을 찾아일곱 명의 사람을 옮겨 다니며 살인 행각을 벌인다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 기이한 모습으로 죽어 나가자경찰은 비상이 걸린다그리고 두 눈이 만나는 걸 막기 위해, ‘청석은 속세로 나간 선화를 찾으라는 명을 받는데…….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주의 바람!

 

 

 

 

  만약에 내가 해장국을 좋아하는데내 입맛에 딱 맞는 해장국을 먹어봤다고 하자그러면 다른 해장국을 먹어도맛있다거나 최고라는 말은 별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나에게 있어서 최고인 맛을 이미 봤고그게 기준이 되었으니 말이다이 작품은아쉽게도 이미 사바하 娑婆訶, Svaha: The Sixth Finger, 2019’라는 영화를 본 뒤라서 그리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아니어쩌면 사바하를 보지 않았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

 

  주연을 맡은 배우가 진짜 연기는 잘 했다그뿐일까빙의 여고생을 맡은 배우조차 연기가 훌륭했다대사도 별로 없던 엑스트라 급으로 포털엔 이름도 없는데엄청난 존재감을 내비쳤다설정도 뭐 어느 정도 괜찮았다화면도 분위기를 잘 살렸고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문제는 뚝뚝 끊어지는 장면의 흐름과 어색한 인물의 성격 그리고 스토리텔링이었다장면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고 끊어지는 느낌이 들면이야기의 흐름이 어긋나는 분위기가 된다뭔가 말하려고 하는 것 같기는 한데그게 제대로 와닿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이 작품이 힌트를 주지 않는 건 아니다. 115분이라는 시간 내내영화는 자세할 정도로 주인공의 심리 상태와 과거에 관해 얘기한다그런데 뭐랄까그렇게까지 자세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그 분량을 다른 부분예를 들면 인물의 성격 표현에 할애했다면 어땠을까 싶다특히 청석의 캐릭터가 너무 이상했다도대체 21세기에 어떤 환경에서 자랐기에 그토록 어수룩한지……휴대전화 없는 거야 그러려니 해도이후 행동이 마치 문명 세계에 처음 발을 디딘 고대인을 보는 것 같았다열 살 정도까지는 현대인으로 살았던 것으로 나오는데 말이다게다가 왜 애란에게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산골에서 남자 스님만 보다가 인간 여자그것도 김유정을 보니 눈이 돌아간 건지 아니면 제작진만 아는 감정의 흐름이나 설정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절에서 묵언 수행할 때는 진중하고 차분한 줄 알았는데산을 벗어나고 입을 열면서부터 이상한 인물이 되어버렸다.

 

  영화에서 나오길 두 눈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붉은 눈이 밟고 갈 일곱 개의 징검다리 중 하나를 없애는 것이다그러니까붉은 눈이 빙의할 일곱 명의 사람 중아무나 한 명을 죽이라는 것이다그런데 영화에서는 그런 식으로 마무리를 짓지 않는다그러면 그거 봉인에 실패한 거 아닌가어떤 기기든개발자가 정해놓은 매뉴얼대로 하지 않으면 고장 나기 마련이다이 작품에서 처음 두 눈을 봉인한 것은불교계의 최고 능력자인 부처다그런데 부처가 남긴 매뉴얼대로가 아닌후발 주자가 자기 마음대로 봉인한다어쩐지 찝찝한 느낌이 드는 결말이었다.

 

  마지막에 청석의 이마에 흉터가 남았는데, ‘그게 흉터가 아니라면?’이라는 망상을 해본다.

 

  영화에서 부처가 두 눈이 만나지 못하게 하나는 동쪽 끝에 다른 하나는 서쪽 끝에 묻어두었다고 나오는데문득 지구는 둥그니까 계속 가다 보면 만나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붉은 눈과 검은 눈이 견우와 직녀의 다른 버전 같다는 망상도 해보았다. 견우와 직녀도 까마귀와 까치가 없었다면, 헤어진 기간 내내 다시 만나면 자기들을 갈라놓은 책임자들을 다 조져버리겠다고 분노했을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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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김로아

 

 

 

 

  2019년 5월부터 12월까지 총 256화로 본편이 완결되었고웹툰화를 기념하여 2021년 3월부터 특별 외전이 연재되었다하지만 작가의 건강문제로 10화 이후로 휴재 중이다.

 

  주인공은 사고로 죽고다른 세계에서 태어난다제국의 부와 권력을 가진 롬바르디의 사생아 손녀 피렌티아로 말이다하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안을 이어받은 큰아버지는 단 2년 만에 가문을 말아먹고주인공은 또다시 사고로 죽게 된다그리고 다시 한번 눈을 뜨니일곱 살의 피렌티아로 돌아왔다피렌티아는 큰아버지가 아닌 자신이 가주가 되어집안을 멸망에서 구하기로 한다더불어 치료약의 완성 전에 죽은 아버지도 살려내기로 한다일곱 살 피렌티아는 전생에서 기억과 더불어 할아버지를 닮은 능력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카카오페이지에서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은몇 안 되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그런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 같고변함없이 재미있다작가의 전작은 중간에 읽다가 재미가 없어서 그만뒀는데이번 작품은 너무 재미있었다전작이 별로여서 읽을까 말까 하다가 읽기로 한 과거의 나 칭찬해.

 

  간혹 어떤 소설들은 성인이 아이로 다시 태어나거나 되돌아가면 지적 능력도 다시 퇴화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안 들었는데이 작품은 그러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주인공 나름 너무 튀지 않게 조심하면서 자신의 천재성을 은밀히 알리고모든 가능성을 생각하여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게 꽤 매력적이었다이건 아마 두 번째 생에서 할아버지의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이것저것 많은 공부를 한 게 도움이 된 듯하다거기에 첫 번째 생그러니까 현대인으로 살 때 보고들은 많은 것들도 도움이 되었고 말이다그래서 피렌티아가 두 번의 죽음을 겪은 것일까?

 

  사건들이 촘촘히 이어져서 결말 부분에서 펑 터지는 구성도 좋았고진지한듯하면서 유쾌함도 잃어버리지 않는 짜임새도 괜찮았다물론 주인공이 어쩔 수 없는 위기 상황에 부닥치기도 하지만끝까지 희망과 용기를 버리지 않는 마음가짐도 훌륭했고 말이다어떤 사람은 주인공이 손대는 일마다 잘 되니너무 뻔하다고 할 수도 있다하지만 그게 이 소설의 매력이기도 하다.

 

  소설의 프롤로그가 스포일러라서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하지만 결과를 안다고 해서이야기의 재미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두 주인공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이건 조연들의 개성이 확실하게 잡혀있고 그 비중이 적절하게 가미되어서 일수도 있다물론 그건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캐릭터라는 얘기일 수도 있다하지만 몇몇 주요 조연은 그나마 입체적으로 묘사되어서그런 우려는 조금 씻었다고 볼 수 있다다른 조연들은 처음과 별로 다르지 않았지만그 정도면 괜찮은 인물 설정이라 생각한다.

 

  어릴 때는 귀엽다가 주인공이 나이 들면서 무매력이 되는 작품도 있었는데이 소설은 다행히 그러진 않았다정체를 숨기고 어른들을 농락하는 사업의 귀재인 꼬꼬마 시절의 피렌티아도 귀엽고대놓고 천재성을 드러내며 카리스마 뿜뿜하는 성인식을 치른 피렌티아도 매력적이다.

 

  이북이나 종이책으로 나오길 바라는 몇 안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이 소설의 웹툰의 그림체나 구성도 무척이나 훌륭하다그래서 웹툰이 연재되는 날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월요병을 극복할 계기를 주는 웹툰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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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eventh Day, 2021

  감독 저스틴 P. 

  출연 가이 피어스스티븐 랭바디르 데르베스

 

 

 

 

  1995년 신임 사제인 피터는 니콜라스라는 어린 소년의 구마 의식에 참여한다의식을 주관하는 것은 베테랑인 루이스’ 신부하지만 어렵지 않게 의식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소년과 신부 두 사람이 사망하고 만다그리고 현재. ‘다니엘’ 신부는 구마사로 처음 일하게 된다그를 훈련하는 사람은다름 아닌 피터 신부둘은 가족을 도끼로 살해한 찰리라는 소년의 사건을 조사하는데…….

 

 

 

 

  **아랫부분에는 호러 영화를 좀 많이 보고 눈치 빠른 사람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요소가 아주 많이 대놓고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조심!!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악이 등장하는 작품은 아무리 난리를 피워도 결국은 선이 이기게 되어 있었다악이 선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도 말이다그런데 요즘 나온 몇몇 작품들을 보면분위기가 조금 달라지는 것 같다하긴 사탄도 멍청이가 아닌 이상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대충 눈치챘을 것이다꼬꼬마 어린애들을 괴롭히거나 빙의해봤자자기들의 세력 확장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그 때문에 어떤 작품에서는 어린애들이 아닌 어른을 공략하기도 한다그것도 종교계의 인물을제목을 말할 수는 없지만어떤 작품에서는 종교계의 대표적인 인물에 악마를 빙의시키기도 하고또 다른 작품은 악령이 그 종교의 상징적인 인물인 척하기도 한다그리고 이번 영화도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악이 빙의한 사람이 누군지 깨닫게 되면앞부분에서 언급된 그 지역에서 행하는 구마 의식이 왜 계속 실패로 돌아갔는지 알 수 있다트로이의 목마가 떠오르는 설정이었다.

 

  영화는 하나하나 따져보면 설정들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구마 의식이건 꿀잼을 보장하는 설정이다인간의 약한 틈을 노리는 악마의 유혹과 그걸 극복하고 피해자를 구하려는 사제들의 고군분투계속 흔들리다가 마지막에 마음을 굳게 다잡고 악마를 내쫓는 장면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그리고 악마에 빙의해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이것 역시 많은 작품에서 사용될 만큼 기본은 하는 설정이다특히 경찰과 종교가 협력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신선하고그와 반대로 둘이 대립하면서 갈등을 빚는 것도 익숙하지만 그럭저럭 괜찮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이 영화 지루했다저렇게 재미있는 설정들을 가지고어째서 지루함만 남은 작품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악령이 나오는 장면이 뭐랄까그렇게 긴장감이 넘치지 않았다가끔은 깜짝 놀라게 하는 기습적인 뭔가가 있어야 했는데이 작품은 그런 게 없었다그냥 나올 때가 되었으니 나왔고사라질 때가 되었으니 사라졌을 뿐이다공포영화에서는 밀당이 필요한 데아쉽게도 그런 게 없었다.

 

  게다가 후반부에 악령이 왜 이리 말이 많은지 모르겠다목표가 된 인간을 장악하기 위해 애쓰는데그게 다 대화의 연속이었다문제는 그 부분이 나름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장면이었다는 것이다갑자기 어떤 작품이 떠올랐다거기서는 사악한 놈이 주인공에게 주술을 걸기 위해 여러 가지 행동을 시킨다그런데 그게 일상적인 행동들과 이어지면서아무런 의심을 사지 않았다결말 부분에 그게 주술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보여주면서 충격과 공포를 주는 반전이 되었다이 작품도 차라리 그런 식으로 흘러갔으면 어땠을까 싶다아니면 악마는 자신의 말빨에 자부심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직 난 정공법으로 상대하겠어유치한 잔꾀는 부리지 않아!' 이런 건가?

 

  하여간 영화는그냥 그랬다. ‘오오!’하는 장면도 없고, ‘으악!’하는 부분도 없었다사실 무슨 내용이었는지 리뷰를 적기 위해 다시 봐야 할 정도로 머릿속에서 지워진 영화였다.

 

  이건 영화와는 관계없는 부분인데이 영화의 한글 제목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아마 다른 작품 리뷰에서도 적은 거 같은데, ‘7번째 날이라는 걸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7’은 이라고 발음한다그러니까 제목을 읽으면 칠번째 날이 된다우리나라 말에 저런 표기법이 있던가순서를 말할 때는 첫 번째 두 번째 이런 식으로 읽는 거 아닌가그러니까 저 제목은 일곱 번째 날이라고 적어야 옳지 않나저런 식이면 이틀은 ‘2이고, ‘사흘은 ‘3’ 이렇게 되잖아요즘 어린 학생들이 문해력이나 어휘력이 떨어진다고 개탄하기 전에어른들이나 먼저 제대로 모범을 보여주면 좋겠다콩 심은 데 콩이 나오지딸기가 나올 리는 없잖은가자기들이 먼저 한글을 엉망으로 사용하고는누가 누굴 한심하다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그리고 이 영화의 한글 포스터는 스포일러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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