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석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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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오영석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유행했던 학교 폭력 단체나 조직 폭력배를 미화시켰던 다른 작품들이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이 이야기가 처음 인터넷에 연재되었을 때가 저런 류의 작품들이 유행할 때와 비슷할 것이다. 사나이들의 의리라는 주제로 유행했었고, 지금은 느와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의리’는 요즘 모 개그우먼을 대세로 만든 유행어이기도 하다.

 

  정우는 부산에서 중학 시절 근처를 휘어잡던, 학교 일진 짱이었다. 서울로 전학 와 조용히 지내려던 그였지만, 세상 모든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어디서나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암암리에 힘의 서열 관계라는 것이 존재하니 말이다. 결국 1학년은 물론이거니와 3학년 짱까지 박살낸 그에게, 한 지역을 갖고 있는 폭력 조직에서 스카우트 의사를 내비친다. 공부에는 뜻이 없었기에 나중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조폭이나 되어야겠다고 제의를 받아들인 정우. 하지만 학생인 그가 알게 된 어른들의 폭력 세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이 책은 그가 서울로 전학을 와서 단 7주 동안 일어났던 일을 기록하고 있다.

 

  두 달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정우는 많은 일을 경험했다. 그의 천부적인 싸움 실력으로 인근 고등학교의 조직을 무너뜨리고, 연합을 결성했다. 그의 실력을 본 폭력 조직에 스카우트되어, 그들의 전투에 직접 참관도 한다. 그리고 친구가 살해당하는 사건을 겪고, 조직에서는 배신자로 여겨지고, 주요 용의자로 경찰에 수배가 된다.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그의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다. 자기는 통(부산에서는 짱이라는 뜻)이고 자신의 말이 법이고 자신은 무조건 옳다는 아집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존경할 어른 따위는 없다던 그의 불신의 벽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더 이상 주먹만 믿고 살아갈 수는 없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그 전까지는 잔소리처럼 들렸던 학교 선생이나 교생 선생의 말이 그제야 귀에 와 닿는다.

 

  정우를 보니 문득 전에 읽은 소설 ‘미치도록 가렵다’의 도범이 떠올랐다. 그 때 도범이가 일진 세계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고등학교 생활을 보낸다면, 아마 정우와 비슷한 길을 겪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도범에게는 그의 얘기를 들어주고 아파하고 눈물 흘려주는 부모가 있었다.

 

  그런데 정우에게는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을 오고, 학교를 그만 두고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게 된 배경에는 정우를 돌봐주는 누군가가 있는 게 분명한데, 책에서는 한 단어도 언급되지 않는다. 그가 미성년자라 경찰에 자수했을 때 보호자가 필요했을 텐데도, 철저하게 부모라는 존재를 배제했다. 오직 학교와 학생, 선생 그리고 폭력 조직과 경찰만이 등장하는 소설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고, 가장 의아한 부분이기도 하다.

 

  왜 그럴까? 왜 작가는 부모를 철저하게 배제했을까? 만약에 이 책이 단순한 학원 폭력물이라면, 부모가 등장하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서열에 관한 문제라면, 그건 어른들이 낄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어른들에게 어른들만의 법칙이 있다면, 아이들 사이에도 그들만의 규칙이 있는 법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그런 흐름이었다면, 그러려니 하고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단순히 학생들의 일만 등장한 게 아니었다. 학교 선생, 교생 선생 그리고 폭력 조직이라는 어른들이 등장한다. 단순히 지나가는 엑스트라가 아니라, 정우의 일에 깊숙이 관여하고 엄청난 영향을 주기까지 한다. 특히 정우네 반의 교생으로, 그의 일에 관심을 보이며 나름 바로잡아주려던 정임은 폭력 조직에 납치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상관없는 제 3자인 교생까지 이런 일을 당하는데, 부모가 가만히 있다는 건 내 사고방식의 범위 내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설마 고아인가? 하지만 그런 단어는 보이지도 않고…….

 

  흐음, 결국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그런 걸까?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지라는 그런 뜻? 돈은 대주겠는데, 선택에 대한 책임은 네가 알아서 해라. 이런 주의인가보다. 부모가 아들을 강하게 키우나보다.

 

  결말은 뭐라고 해야 할까? 개과천선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상당히 찜찜하다. 그를 죽이겠다고 이를 가는 폭력 조직원들이 있으니까, 평생 조용히 평범하게 숨어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 뿐인가? 서울에 조직이 그가 부슨 거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니까, 다른 조직에서도 그에게 눈독을 들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의 싸움 실력을 보면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정우는 죽을 때까지 트위터나 페이스 북은 물론이거니와 블로그도 하면 안 될 것이다.

 

  영화 ‘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 , 2005’를 보면 정체를 숨기고 숨어살던 전직 조직원이 나온다. 하지만 우연히 강도를 잡은 일 때문에 텔레비전에 얼굴이 나오고, 그에게 이를 갈던 사람들이 복수를 위해 찾아온다.

 

  악담 같지만, 정우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니까 다른 조직에게 쫓기기 싫으면 외국으로 뜨는 방법을 추천한다. 아니라면 눈에 띄지 않게 평생 숨어살든지. 물론 어쩌면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서 다른 조직에 들어가 어른들의 서울을 정복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미래는 한 가지가 아니니까.

 

  위에서도 말했지만, 학생들 사이의 일만 다뤘다면 저런 뒷일까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조직원이라는 어른들을 개입시켰기에, 정우가 뒷감당해야할 일이 많아졌다. 과연 그는 저런 것들을 다 감당할 수 있을까?

 

  작가는 폭력 조직을 미화시키는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저런 가능성 있는 후폭풍까지 생각하면, 폭력에 몸담는 것은 나쁜 짓이라는 교훈을 주고 싶었을까? 아니면 저런 것도 다 한 때 있을 수 있는, 추억의 하나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싸움 잘하는 아이를 미화시키고 싶었던 걸까? 혹시 그 당시 이런 소재가 대세라서 시류에 편승한……? 아, 설마 나 혼자 웃자는 글에 진지하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고 박봉성 씨가 그렸던, 폭력 조직 관련 만화가 보고 싶어진다. 참 재미있었는데…….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제일 황당했던 부분은 조직 폭력배들이 고등학교 연합에 처참하게 발리는 장면이다. 이미 자기들끼리 1차전을 벌인 뒤라서 여력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어이없게 깨진다. 그래도 명색이 서울의 한 부분을 휘어잡고 있는 조직인데……. 제일 약체였던 걸까?

 

  그리고 이상한 부분. 215페이지에서 선생에게 혼이 나던 정우가 중간에 끼어드는 교생 선생에게 ‘넌 상관하지 마.’라고 한다. 그런데 그 말을 하고나서 교생의 이름을 불렀다고 실수했다고 생각한다. 교생의 이름이 ‘너’가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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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1 & 2 : 콤보 한정판 (2disc)
김성호 외 감독, 김지영 외 출연 / 데이지 앤 시너지(D&C)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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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정범식, 임대웅, 홍지영, 김곡, 김선, 민규동

  출연 - 김지영, 정은채, 남보라, 김현수

 

 

 

 

  오오, 드디어 보았다! 재작년부터 무척이나 보고 싶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볼 수가 없었던 영화. 1편을 보지 못해서 작년에 2편도 보지 못했던 영화. 바로 ‘무서운 이야기, 2012’이다. 맛보기 웹툰을 보고 ‘오오, 재미있겠다.’라고 기대를 했는데, 어찌어찌하다가 이제야 보게 되었다.

 

  호러 단편 영화는 아무래도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얘기하기보다는, 충격적이고 극적인 장면 하나만 잘 건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주 멋진 반전이면 더할 나위 없고 말이다.

 

  영화는 총 네 개, 아니 어떻게 보면 다섯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첫 번째 얘기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오프닝이라고 해야 할까? 여고생을 납치한 한 남자가 그녀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하라고 강요하는 아주 짧은 에피소드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나올 네 개의 이야기는 여고생이 납치범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인 것이다. 이 여고생과 납치범은 한 에피소드가 끝나면 등장해서 다음으로 이어지는 역할을 한다.

 

  본격적인 첫 번째 얘기는 ‘해와 달 이야기’이다. 거의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엄마가 일하러 나간 사이에 집을 지키는 두 어린 남매가 호랑이의 의협에서 도망치는 내용이다. 동화와 달리 선과 문의 집은 으리으리하게 넓은 아파트이고, 둘의 엄마는 길에서 떡을 파는 하루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회사 사장이다. 그리고 호랑이는…….

 

  허구보다 현실이 더 무섭다는 걸 알려준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자기 눈에 피눈물 흘리게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영화도 그런 식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것 같지 않다. 역시 그 말은 사람들의 희망에 불과한 모양이다.

 

 

  두 번째는 ‘공포 비행기’이다. 연쇄 살인마를 호송하는 항공기의 승무원이 주인공이다. 당연히 이송 중이던 범죄자가 수갑을 풀고 난리를 피우고, 그에 대항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연쇄 살인범, 자기가 죽인 승무원이 귀신으로 나타나도 조금 놀랄 뿐, 전혀 굴하지 않는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한 배짱은 타에 추종을 불허한다. 하긴 그러니까 사람을 죽이고 다녔겠지.

 

  귀신이 나와서 돌아다니긴 하는데, 그것보다는 살인마가 더 무서웠다. 귀신이 등장한다면 그로 인해 뭔가 변화가 있어야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존재감 없는 귀신을 빼버리고 승무원과 살인마의 대결에 좀 더 집중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 다음 이야기는 ‘콩쥐 팥쥐’이다. 부유한 회장의 여섯 번째 부인이 되는 콩쥐. 그런데 이 회장, 60이 되간다는데 20대 외모로만 보인다. 동화대로 새엄마는 콩쥐를 죽이고 팥쥐를 회장의 부인으로 만들려는 음모를 꾸민다. 회장 역시 신부가 바뀌어도 별 상관없다는 태도로 결혼식을 진행한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난 회장의 비밀은…….

 

  이 에피소드, 결말을 알고 나면 대사가 상당히 중의적이다. 아, 그래. 그 말은 그런 의미였구나. 그런데 중간에 좀 뜬금없는 부분이 더러 보였다. 너무 꿈에 의존하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이야기는 ‘앰뷸런스’로, 쥐로 인한 좀비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급차 안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물렸는지 안 물렸는지 불확실한 어린아이를 두고, 물렸을지 모르니 버리고 가자는 의사와 그러니 빨리 병원에 데라고 가서 백신 주사를 맞히자는 간호사 그리고 아이의 엄마가 빚는 갈등이 주된 내용이다. 엄마의 모성애란 진짜, 보는 내내 애절하고 눈물겨웠다.

 

  이 영화의 좀비, 달리기가 무척 빠르다. 달리는 차는 금방 따라잡을 정도이다. 설마 좀비가 되면 다 칼 루이스가 되는 걸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납치당한 여고생의 운명은…….

 

  영화는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상황에 맞춰서 적절하게 긴장감도 주고, 반전도 주고 그랬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도 있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귀신이 나오지만 별로 임팩트가 없다는 것도 문제였고, 어떤 에피소드는 굳이 꿈 장면을 넣어야했는지도 의문이다.

 

  ‘해와 달’은 뒷맛이 영 씁쓸했고, ‘앰뷸런스’에서 엄마로 나온 김지영 씨의 연기가 참 멋졌다.

 

  그러니까 현관문은 꼭 잠그고, 문에 달린 구멍으로 밖을 볼 때는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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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리언 몰의 비밀일기 1 - 13과 3/4살
수 타운센드 지음, 김한결 옮김 / 놀(다산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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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The Secret Diary of Adrian Mole Aged 13 3/4 (2003년)

  부제 - 13과 3/4살

  작가 - 수 타운센드

 

 

 

 

  책을 읽으면서 웃다가 한숨 쉬다가 ‘이건 아니지’라고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젓기도 했다. 한 소년이 일 년 동안 적은 일기는, 솔직하고 냉소적이기도 했으며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1월 1일 새 해의 다짐으로 시작하는 에이드리언의 일기는 그의 끝없는 고민과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일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그의 일기에는 여러 사람이 등장한다. 그의 마음을 한 눈에 가져가버린 전학생 판도라, 매번 사고를 일으키는 개, 아들의 건강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엄마와 아빠, 유일한 친구 나이절, 학교의 문제아 배리 켄트, 그를 유일하게 아껴주는 존재인 할머니, 엄마 애인인 옆집의 루카스, 그리고 89세의 독거노인인 버트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문제를 일으키면서 소년을 괴롭게 한다. 그 뿐인가, 그의 시적 재능을 알아주지 않는 무신경한 BBC와 대처 총리 그리고 성의 없는 의사 선생 때문에 소년은 행복할 수가 없다.

 

  아마도 일 년 동안 그에게 가장 큰 충격이었던 일은 엄마가 루카스와 떠나고, 아빠가 실업자가 된 사건일 것이다. 그리고 제일 행복한 일은 연달아 다른 아이들과 사귀어 소년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판도라와 마침내 사귀게 된 것이고. 그 세 가지 큰 사건을 중심으로, 학교에서 있던 사건들과 봉사활동으로 만난 버트 할아버지와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이 일기를 가득 채우고 있다.

 

  어떻게 보면 에이드리언은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서로 바람을 피다가 헤어지는 엄마와 아빠부터 시작해서, 학교에서는 돈을 빼앗기고, 실업자인 아빠는 술만 마시고 아들을 돌보지 않는다. 급기야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촛불을 켜고 숙제를 해야 한다. 내가 에이드리언의 입장이었다면, 아마 울다가 신세 한탄을 하고 비뚤어져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어린 소년은 다른 태도를 취한다. 약간은 냉소적으로, 그러면서 희망을 놓지 않고, 남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긍정적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일기를 읽으면서, 에이드리언에게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웃음이 나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중2병에 걸린 소년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중2병 소년들과 달리, 에이드리언은 외부의 변화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비록 자기중심적인 필터링을 거치긴 하지만, 가능하면 수용하려고 애쓴다. 그 때문에 보는 입장에서는 안쓰럽기도 하고 유쾌상쾌통쾌한 느낌도 든다.

 

  어린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사회라는 건, 어쩌면 그 나이대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자신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인 뾰루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의사 선생의 치료에, 이런 진료를 받으려고 의료보험료를 내는 게 아니라고 분노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낯선 곳에 갔을 때 칼이나 포크 만드는 공장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마 대처가 모조리 폐쇄시킨 모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대처는 사악한 총리였다.

 

  에이드리언의 일기를 읽다보면, 1982년 영국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포클랜드 전쟁이라든지 찰스 왕세자의 결혼식 등등. 물론 그 때마다 소년 특유의 비꼬기라든지 그만의 필터링을 거친 표현이 등장한다. 그와 친구들을 보면,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이 딱 맞았다. 그 정도로 사고의 확장이나 흐름, 행동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문득 이 책을 쓴 사람은 어른이지만, 어쩌면 저 또래의 청소년들도 저런 생각을 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큰조카나 둘째 조카도 에이드리언처럼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자랐을까? 음,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 애들의 말하는 것이나 사회를 보는 관점이 상당히 독특했었다. 그렇다면 그 애들의 눈에 비친 고모는 어땠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제 사춘기에 접어드는 막내 조카는, 아는 사람들한테서는 다 특이하다는 평을 듣는 그 녀석은 과연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크게 될 지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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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시리얼 맘
존 워터스 감독, 캐슬린 터너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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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erial Mom, 1994

  감독 - 존 워터스

  출연 - 캐서린 터너, 샘 워터스톤, 리키 레이크, 매튜 릴라드

 

 

 

 

  너무도 평화로운 미국의 한 가정. 가족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고 식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너무도 흐뭇해하는 엄마가 있다. 개구지고 불량스러워 보이지만 순진할 것 같은 아들과 엄마를 닮지 않은 외모가 불만인 딸 그리고 치과의사인 자상한 남편을 둔 베벌리.

 

  하지만 가족이나 마을 사람 그 누구도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 마을에 은밀히 떠돌고 있는 음란 전화와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겉으로는 누가 그 불쌍한 여인을 괴롭히냐며 다정하게 굴지만, 속으로는 온갖 추잡한 욕설을 퍼부으며 나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너무 지나쳐서 급기야는 사람을 차로 밀어버리기까지 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마트 주차장에서 자기가 찍어놓은 주차장을 가로챘다거나, 아들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했다거나, 아니면 딸을 바람맞히고 양다리를 걸쳤다던가, 남편을 괴롭히는 환자였다거나……. 이제 그녀의 살인 행각은 속도를 더해가고 수위는 점점 더 높아만 간다.

 

  영화는 그녀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또는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어떻게 사람들을 죽이는지 보여준다. 물론 그녀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도 부주의하게 많은 증거와 증인을 남겨둔다. 그 때문에 경찰의 추적을 받게 되는데…….

 

  재미있는 건, 베벌리의 또 다른 취미가 연쇄 살인범과 러브 레터를 주고받는 것이었다. 남편이 찾아낸 것에 의하면, 테드 번디와는 음성이 녹음된 테이프를 교환하고, 스펙과는 편지를 나누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외모가 괜찮으면 연쇄 살인범이라도 상관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풍조는 그녀가 체포되어 재판을 받을 때도 나타난다. 재판 과정은 그야말로 말장난의 극치였고, 쇼의 절정이었다. 과연 저런 재판으로 범법자를 처벌할 수 있을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살인을 게임이나 영화에 나오는 것으로만 받아들이는 젊은 세대들, 범죄자여도 외모가 괜찮으면 상관없어하는 사람들, 살인마를 스타 취급하는 사회 풍조 그리고 말 잘하고 외모가 번드르르한 백인이면 동정표를 주는 배심원제의 모순까지, 영화는 이것저것 다 비판하고 있다.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너무도 자상한 엄마의 모습을 통해서 말이다.

 

  어느 엄마가 아들 친구의 차에 식칼을 꽂으면서 ‘안전벨트 착용해야지!’라고 하겠는가? 게다가 어느 클럽이 연쇄 살인마 엄마라고 그냥 들여보내줄까? 경찰에 신고도 안하고 말이다.

 

  아마 지금 만들어졌으면, ‘연쇄 살인마 엄마 출현!’, ‘와, 대박! 연쇄 살인마 엄마 또 사람 죽임! 쩔어!’ 등등으로 트위터를 비롯해 페이스북에 실시간 생중계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살인을 저지르는 그녀의 뒤로 브이자를 그리면서 인증샷을 찍어 올릴지도? 아, 생각해보니 요즘은 가능할 것 같다. ‘좋아요’와 추천수 그리고 리트윗수에 목숨 거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으니 말이다.

 

  어쩌면 이 영화의 주인공 같은 사람이 등장하는 건, 이 사회에서는 시간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미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우리가 알려고 하지 않아서 모르는 것뿐일지도…….

 

  이 영화의 가장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재판 장면이다. 영화 ‘원초적 본능 Basic Instinct, 1992’에서 샤론 스톤의 다리 꼬는 장면을 능가하는 뭔가가 나온다. 아, 그 부분을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아주 예전에 ‘로맨싱 스톤 Romancing the Stone, 1984’이라는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이 있다. 재미있어서 비디오로 또 빌려봤는데, 거기서 아주 섹시한 여주인공으로 나왔던 캐서린 터너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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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ee: The Music: Showstoppers O.S.T. [Deluxe]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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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리 세 번째 앨범.

 

  드라마 OST라기보다는 팝송 리메이크 앨범으로 듣는 느낌이 강하다. 아마 드라마를 안 보기 때문이겠지. 어떤 노래는 들으면서 원곡보다 감각이 좋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어떤 노래는 왜 이렇게 편곡을 해서 원곡의 감성을 엉망으로 만들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하여간 그냥 들어도 괜찮고, 원곡과 비교해서 들어도 좋았다.

 

  이번 앨범에도 무척이나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들이 여러 개 들어있다. 그 중에는 'A House Is Not A Home'처럼 처음 듣지만 딱 와 닿는 곡도 있었다. 남자의 목소리가 참 맑고 깔끔하며 곱다는 느낌은 오랜만이었다.

 

  아, 'Beautifu'은 진리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부른 것도 멋졌지만, 이 앨범도 좋았다. 어쩌면 이 노래는 누가 부르든지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 물론, 감성을 잘 살려서 부를 때만 해당되는 얘기다. 개나 소나 막 부른다고 다 멋지지는 않다.

 

  'Dream On'은 음, 뭐라고 해야 할까? 곱게 자란 도시 청년이 부르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노래방에서 가수 뺨치게 노래 잘한다는 평을 듣는 사람이 고해를 부르는 것 같은? 하지만 에어로스미스의 거칠게 자란 청년이 절규하는 느낌을 따라올 수는 없었다.

 

  제일 놀란 것은 레이디 가가의 노래 'Poker Face'였다. 처음 멜로디가 흘러나올 때는 '이게 무슨 노래일까?'하고 의아했다. 그런데 가사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고. 황급히 제목을 확인하니 헐! 뒤이어 나오는 후렴부분은 확실히 그 노래가 맞았다. 전반부의 편곡을 다르게 해서 완전히 다른 노래라는 느낌을 주었다. 이런 반전 있는 곡 같으니.

 

  전반적으로 수록된 노래들의 분위기가 좋았다. 적절히 느리다가 또 적당하게 빠르기도 있었고, 감정에 호소하다가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것도 좋았고. 덕분에 내 귀가 호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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