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21 | 322 | 323 | 32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 한나 스웬슨 시리즈 1
조앤 플루크 지음, 박영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CSI 수사대처럼 거창한 기계나 용어가 나오지도 않고, 홈즈나 포와로처럼 단지 생각하는 것으로 범인을 잡는 것도 아니고, '범인은 이 안에 있다!' 라고 몇 몇 꼬맹이들처럼 잘난 척을 하는 탐정이 나오지는 않는다.

  단지 증거가 될 법한 것을 찾기 위해 쓰레기통에 빠지거나, 직접 사람들을 찾아가서 수다와 잡담으로 소문을 모으는 탐정 (한나), 미모와 말빨로 사람들을 다루는 조수 (여동생 안드레아), 과묵하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경찰 (빌) 그리고 호기심을 가지고 따라다니는 인물 (노먼)만이 나올 뿐이다.

  그렇지만 읽는 내내 입가엔 미소가 어려 있었다. 개그물은 아니었지만, 사람의 목숨이 달린 추리 소설이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갔다.

  살인이라는 것은 분명히 그리 유쾌하지 않은 설정이지만, 우왕좌왕하는 인물들의 행동이나 심리는 읽는 사람을 유쾌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가게 뒤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뭔가 새로운 소식을 들을 것이 없을까 내지는 살인의 현장을 보고 싶어서 가게를 꽉 채운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뭐, 덕분에 그녀의 가게는 매상이 올라갔으니 좋은 것이 좋은 건가?

 

  그리고 어떻게든 한나와 노먼을 엮어주려고 애를 쓰는 양 쪽 집안의 극성파 어머니들도 재미있었고 말이다.

   범인이 밝혀지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도 재미있고 생동감있게 나타나 있었다.

 

   그래서 한나와 같이 가면서, '이 여자야 그게 아니잖아!' 라던지 '좋았어! 나이스!' 라는 말이 절로 나왔었다.

 

   그러니까 탐정의 뒤를 따르는 것이 아닌 '같이 간다'는 느낌을 주는 글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즈메리의 아기 밀리언셀러 클럽 57
아이라 레빈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로즈메리는 아직도 신혼의 염장 포스를 마구마구 뿌려대는 새댁이다. 그 염장질의 포스는 가공할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여간 그녀는 꽤 이름이 난 멋진 아파트를 구입할 기회가 생겼다. 빅토리아 왕조 풍의 고급스런 그런 아파트 말이다. 게다가 연극을 하는 신랑은 이제 막 무명티를 벗으려고 하고, 아파트 주민들은 모두가 다 친절하고 좋기만 하다. 물론 예전에 그 아파트엔 악마주의자가 살았는데 집 앞에서 살해당했다거나, 자살자가 좀 있다거나 그런 문제는 있었지만 모든 것은 평화롭고 좋기만 하다. 거기다가 아기도 가졌고 말이다!

  전반부까지 읽어보면 몇 부분 빼고는 그냥 평범한 신혼 부부의 일상을 그린 이야기 같기만 하다.


  하지만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분위기는 급전된다. 과도하게 그들 부부의 일에 간섭하는 옆 집의 노부부도 그렇고, 그들의 말이라면 껌벅 죽는 남편도 이상하다. 거기다가 그녀에게 무엇인가 경고를 해주려던  아저씨는 원인불명의 병에 걸려서 생사를 헤매고 말이다. 그리고 가끔씩 꾸는 악몽 - 이상한 의식을 치르는 내용의 꿈 - 은 가뜩이나 불안정한 그녀를 더욱 더 불안하게 만든다. 해치 아저씨가 그녀에게 주려던 책을 보던 로즈메리는 불현듯 자신과 뱃 속의 아기를 둘러싼 음모를 알아차리게 된다.

  과연 이 모든 것은 그녀의 생각대로 끔찍한 현실인 것인지, 아니면 의사의 말 대로 임신 우울증에 걸린 그녀의 망상인지 모든 것이 다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베일을 벗는 진실은....

  아이라 레빈. 다작을 하지 않는 작가로 유명하다. [죽음의 키스], [로즈메리 베이비],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그리고 [스탭포드 와이프] 정도가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길게는 10년에 한 권 빠르면 5~6년에 한 권 정도씩 내놓는 그의 작품들은 거의 다 영화화되기도 했다. 그것도 그냥 그렇고 그런 영화가 아닌, 당대의 유명한 감독과 배우가 만들 정도였으니 그 인기는 짐작이 갈만하다.

  ※ [스탭포드 와이프]만 소설로 읽지 못한 슬픈 사연이 ㅠㅠㅠ

  하여간 이 소설은 출판되고 나서 엄청난 관심을 끌게 되었다. 악마주의라는 것도 그렇지만, 그것이 외딴 시골의 으시시한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대도시 맨하튼의 중상류층 아파트에서 버젓이 행해진다는 점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이 소설을 영화화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게 일어난 불행한 사고 때문에 더 유명해진 작품이다. 그 유명한 범죄자 찰스 맨슨이 로만 폴란스키의 부인 - 임신 중이었던 - 을 죽이고는 악마주의 영화를 만든 그를 탓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물론 그것이 진짜 이유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그런 소문이 돌았었다. (우리나라 출시 제목은 ''악마의 씨''로 되어 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 미아 패로 주연. 이 사람들은 이 영화로 그 해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았다.)

  그냥 스치듯 지나간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나중에 엄청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의 그 충격이란... 서서히 죄어오는 공포가 얼마나 무서운 지 절실하게 느낀 책이었다. 시체는 한 구 밖에 안 나와도, 괴물이나 연쇄 살인마가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오싹했다.

  어쩌면 너무도 평범한 우리 이웃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한 일이기 때문은 아닐까?

  교훈 : 이사 갈 때는 잘 알아보고 가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디 스내처 - 이색작가총서 1
잭 피니 지음, 강수백 옮김 / 너머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원제는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1955년 초판 발행. 1978년 개정판 발행)

  snatcher [snǽt] n. 1 날치기 ((도둑)) 2 유괴 범인; 묘 도굴꾼, 시체 도둑 3 《미속어》 순경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머니가, 아버지가, 형제 자매가, 친구들이, 학교 선생님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진다면? 얼굴, 목소리, 습관, 상처 자국 그리고 예전에 있던 일들까지 다 알고 있는, 겉보기에는 똑같지만 어딘지 모르게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라면?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엔 다른 점이 없고 나에게만 그것이 느껴진다면? 나는 미친 것일까? 아니면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변해버린 것일까?

  미 캘리포니아 주의 작은 마을 밀 벨리. 마일즈는 이혼의 아픔을 딛고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병원을 개업한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가던 어느 날 첫사랑인 베키가 상담을 하고자 찾아온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사촌인 윌마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윌마는 자신을 키워 준 숙부 부부가 바꿔치기 당했다고 주장한다. 똑같이 말하고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가짜''와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상담을 해오는 마을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자, 마일즈는 동료 의사들과 이 증상을 파헤친다.

  결국 집단 히스테리라는 결론을 내리며 한숨을 돌리는 그의 앞에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시작하는데...

  1956년, 1978년 그리고 1993년에 영화로도 제작된 작품인데, 운 좋게도 1978년작과 1993년작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렇지만 1978년작은 너무 어릴 적에 봐서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고 딱 한 장면만 기억에 남는다. 나중에 1993년작을 보고서야 ''아 그 때 본 것이 바로 저거였구나'' 하고 알았을 정도니까. 그리고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기묘하게도 같은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소설과 영화가 다 느낌이 달랐다. (그런 느낌을 갖게 해 준 각색가와 감독의 연출력에 잠시 경의를...)

  영화에서는 끝없는 절망과 결국 상대에 굴복하고 마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렸다면, 소설에서는 일말의 불안감은 있지만 결국은 마지막 승리 - 불완전하다 할지라도 - 를 거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어떤 것이나 그렇게 행복한 결말은 아니었다. 지구에 사는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책을 호러 SF 또는 사회 비판 SF라고 한다. 음, 난 사회 비판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영화나 소설에서 보면 ''그것'' - 무엇인지 밝히지는 않겠다. 가장 중요한 실마리가 될테니 말이다 - 에 의해 바뀐 인간들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슬프고 기쁘고 좋고 싫음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느껴서 기억 속에 저장된 정보로만 인식한다. 그래서 그들에겐 욕망도 없고, 질투도 없다. 결국은 싸움도 없고 전쟁도 없는 사회가 되버리는 것이다.

  LOVE & PEACE are all around the world!

  존 레논의 노래 가사 같은 그런 이상적인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 사자와 어린 양이 같이 뛰어놀고, 뱀과 아기들이 같이 뒹구는 그런 낙원이 펼쳐질지도 모르는 것이다.

  지금 그런 장면을 상상하며 멋지다~ 하고 감탄하지 않았는가?

  소설의 주인공인 마일즈도 자신을 설득하러 온 죽마고우의 모습을 한 '그것'의 설득에 잠시 망설였다. 전쟁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끝없는 인간의 빗나간 욕망이 어떤 범죄를 저지르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의 그런 주장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 일체의 개성을 말살하고 똑같은 생각에 똑같은 꿈을 꾸는 댓가로 보장받은 평화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기가 힘들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소설은 인간의 몸을 빼앗아 살아가는 존재와 주인공의 대립을 통해 결국 모든 것을 통제하는 사회 체제를 비판하고 있다.

물론 가장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인간이 인간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죽마고우가, 친지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동네 사람들이 낯선 타인이 되어 자신을 죄어온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인 에어 납치사건
재스퍼 포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북하우스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어렸을 적에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만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만약에 주인공이었다면 이렇게 했을텐데, 그렇게 말하지 않고 다르게 했을텐데, 다음에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 재미있겠다....' 



  이런 저런 상상을 하다보면 어느 틈엔가 처음 이야기와는 동떨어지진 스토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사람들이 패러디를 쓰는 것이 바로 이런 재미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또 당연히 책을 보면서도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책의 주인공들과 얘기하면 참 재미있겠다.'



  물론 그 생각은 외국 책의 주인공은 외국어를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말았지만. 하여간 이 책을 쓴 작가도 그런 공상을 많이 한 사람같다. 물론 이 작가는 글 재능이 철철 넘치다 못해 홍수를 이룰 정도이지만 말이다. 



  서즈데이 넥스트 (Thursday Next) 이 글의 주인공인 여자이다. 목요일에 태어났다고 딸네미에게 서즈데이라는 이름을 붙인 무시무시한 작명 센스를 가진 부모님을 가진 그녀는 영국 런던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특수작전망 문학 조사반] 이라는 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다. 물론 현대의 영국에는 이런 기관이 없다. 그녀가 사는 곳은 아직까지도 크림 전쟁이 130년이 넘게 계속되는 곳으로 [시간 경비대]가 할동하고 초능력을 지닌 범죄자들이 날뛰고 흡혈귀나 늑대 인간 같은 종족들이 활동하는 그런 곳이다. 


  가장 잔인무도한 범죄자 3위인 놈이 있다. 아케론 하데스가 그의 이름인데, 이자의 능력은 그야말로 신출귀몰해서 그 누구도 그자의 본 모습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서즈데이만 빼고 말이다. 


  그리고 서즈데이의 삼촌이자 괴짜 발명가인 천재 마이크로프트가 책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 낸다. 당연히 이 사실을 안 아케론은 그를 납치해간다. 그리고 박물관에서 ''제인 에어'' 원본을 훔쳐간다. 그가 기계를 이용해서 제인 에어를 소설 속에서 빼내오자, 1인칭 시점인 소설 제인 에어는 엉망이 되버린다. 1인칭 시점의 글에서 주인공이 사라지면 누가 글을 이끌어 간단 말인가!! 게다가 원본에 손을 댔기 때문에 모든 번역본이나 복사본들 역시 그 영향을 받고 만다.


  이제 서즈데이는 막중한 임무를 띠게 된다. 아케론을 잡고, 제인 에어를 구출해서 소설 속으로 돌려보내야 하고, 그 망할 놈의 기계를 이용해 먹으려는 군부보다 먼저 삼촌을 구해야 한다. 거기다가 늦게 깨달은 사랑도 지켜야 하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탄한 것은 작가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자랑하지 않고, 그렇다고 티나지 않게 교묘한 방법으로 글 속에 녹여버렸다는 점이다. 영국의 역사나 문학 작품에 관한 것들을 너무 긴 서술 없이 그렇다고 등장 인물의 긴 설명 없이,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사실 우리가 영국 문학이나 역사에 관해 그렇게 많이 알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전공자가 아니면 말이다. 그렇지만 이 작가는 그런 사람도 배려해주었는지, 전혀 개의치 않고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마틴 처즐릿]이 무엇인지, [제인 에어]가 무엇인지 안 읽어본 사람들도 빠져들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마틴 처즐릿]이 무엇인지 무척이나 읽고 싶어졌다. 조만간 도서관과 서점을 뒤질 생각이다.)


  그리고 또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시공간을 왔다 갔다 하면서도 너무 철학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무개념도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시간 이동물 가운데 몇몇 작품은 너무 철학적인 면이 강한 부분이 많았다. 그냥 유쾌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정도의 무게감이 있었다. 너무 경박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그렇지만 뭐니 뭐니해도 제일 압권이면서 강추하는 부분은 마지막 부분일 것이다. 제인 에어의 그 반전은 정말이지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될 것이다. 그걸 쓰면 글을 읽는 재미가 반감이 아니라 70%가 팍 줄기 때문에 생략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SF는 남성만의 전유물이다. SF는 오로지 우주선 - 또는 우주 전함 - 이 시커먼 우주를 배경으로 포를 쏘아대고 외계인들과 싸워야 한다. SF는 Space Fantasy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살포시 다른 곳을 클릭하길 바람. 왜냐면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책은 여자가 썼고 또한 SF는 Science Fiction 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 여행.


  언제 들어도 설레는 단어이다. 과거로 갈 수 있다, 또는 미래로 갈 수 있다. 따라서 만약 내가 과거에 가게 된다면 깽판을 칠 수도 있고 얌전히 구경만 하다 올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이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있는 소재란 말인가.

  내가 기억하는 시간 여행물에서 깽판물은 당연히 영화 ''백 투 더 퓨처''였다.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서 난리치는 마이클 J 폭스의 고군분투기. 그리고 얌전히 구경만 하는 것은...기억이 나지 않고 깽판치는 시간 여행자들을 잡으로 다니는 시간 경찰물들이 있었다. 그 누구더라 장 클로드 반담이 나왔던 영화가 있었고 TV 시리즈물도 꽤 있었다. 물론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소개할 ''개는 말할 것도 없고'' 는 어떤 류일까?

  코믹 역사 추리 시간여행 우왕좌왕 모험물이라고 하면 딱 맞을 것이다.

  때는 21세기 중반, 2057년.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시간 여행에 성공한다. 그렇지만 과거의 물건을 가져올 수 없다는 약점 때문에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대 기업들은 그 연구를 외면한다. 다행히 후원자라고 구한 돈 많은 노부인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트럼프 여왕보다 더 지독한 여자였다. 그녀는 연구팀을 자기 사설 조사단으로 마구 부리면서 예전에 불타버린 성당 복원 사업에 필요하다고 과거로 돌아가서 그곳에 있던 모든 것을 조사해오도록 시킨다.

  주인공 네드 역시 역사 연구가로 그녀의 명령으로 1940년 영국 런던에서 주교의 새 그루터기라는 것을 찾고 있었다. 런던 대공습으로 폐허만 남은 성당을 열심히 뒤지던 그는 결국 ''시차 증후군''이라는 시간 여행자들에게 나타나는 병에 걸리고 만다. 그렇지만 무서운 노부인의 눈을 피해서 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 결국 연구팀은 그를 1888년 영국으로 그를 보내버린다. 그런데 문제는 그에게 그 곳에 가서 뭔가 일을 해주고 쉬라는 것이었는데, 그가 아픈 관계로 그리고 그를 찾으러 쳐들어 오는 노부인을 피하느라 임무가 무엇인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네드는 어찌할 바를 몰라한다. 그가 말 하나를 잘못한다던가 행동을 잘못하면 그것을 계기로 역사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다.

  그렇지만 아뿔싸! 결혼을 해야하는 커플을 그만 실수로 만나지도 못하게 만든 것이다. 덤으로 그 남자는 다른 여자 - 노부인의 증증증조 할머니인데 역시 C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한다 - 와 사랑에 빠지고 말이다. 거기다가 그 부부의 손자가 2차 대전에 연합국의 승리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연구팀은 뒤집어진다. 설상가상으로 뭐가 잘못되었는지 시간 여행기계는 자꾸 오류를 내고 말이다. 뭔가 역사에 잘못된 부분이 생겻다던가 하는 이유로...

  네드와 베리티 - 역시 시간 연구팀의 일원 - 는 잘못된 만남을 가진 커플을 깨지게 만들면서 역시 주교의 새 그루터기를 찾아야하는 이중 임무를 띄고, 19세기에서 20세기, 21세기를 넘나드는 모험을 벌인다. 그들은 그 임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것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한 수다가 이어지는 작품이었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수많은 인용구들은 각주를 읽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글의 진행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도리어 여기에 나와 있는 인용구들이 나오는 책들을 다 읽고 싶다는 의욕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고 말았다.

  거기다가 19세기 영국과 21세기 영국의 대비라던가, 중간 중간에 나오는 유머가 700쪽을 넘는 분량의 글을 전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들었다. 가장 압권은 주인공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생각을 가장한 망상일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데, 잠깐 이 단어가 이 시대에 쓰였던가, 내가 말한 이 작가가 이 시대에 그 책을 냈던가... 가만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끝임없이 중얼거리는 그를 보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뭐 그렇지만 적응력도 빠르고 머리 회전도 좋다는 장점도 있긴 하지만. 평범한 소시민의 활약상을 그린 ''개는 말할 것도 없고''. 더운 여름날을 유쾌하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21 | 322 | 323 | 32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