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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경하는 들러리양 1 ㅣ 구경하는 들러리양 1
엘리아냥 지음 / CL프로덕션 / 2016년 6월
평점 :
작가 - 엘리아냥
로맨스 판타지에는 몇 가지 기본 설정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기본 루트라고 할까? 하여간 그런 게 있다. 예를 들면 주인공이 어떻게 판타지 세계로 가느냐를 살펴보면, 처음부터 그곳에서 출생, 차원이동, 환생, 회귀 그리고 빙의 등이 있다. 환생과 빙의 같은 경우에는 그곳이 소설 속의 세계냐 아니냐에 따라 나뉜다. 또한 배경이 만약에 소설 속의 세계면, 주인공으로 환생 내지는 빙의하느냐 아니면 악녀, 조연 또는 엑스트라냐는 선택지가 또 있다. 아, 최근에는 작가 본인이 자기가 쓴 소설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기본 설정에 다른 여러 가지 클리세와 쓰는 사람의 개성이 합쳐지면서, 어떻게 보면 비슷하지만 또 달리 보면 전혀 닮지 않은 여러 가지 로맨스 판타지 소설들이 등장한다.
지난번에 읽은 ‘루시아’는 판타지 세계 출생에 회귀를 기본 설정으로 하고 있었다. 그와 달리 이번에 읽기 시작한 ‘구경하는 들러리양’은 소설 속 조연 중의 한 명으로 빙의한 경우이다.
소설 ‘야수의 꽃’에 나오는, 악녀 ‘페리도트’를 도와 주인공 ‘이벨린’을 괴롭히다가 죽어버리는 거의 엑스트라에 가까운 ‘라테 엑트리’로 빙의한 주인공. 처음에는 소설의 주인공이 등장하기 전에 남자 주인공들을 다 자신의 어장에 넣겠다고 포부를 밝히지만, 들러리에게는 그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대신 이벨린이 등장하는 시기에 맞춰, 그녀와 세 남자 사이의 밀당을 구경하는 걸로 만족하기로 한다. 또한 소설에서처럼 허무하게 죽음을 당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우연히 이벨린의 친구가 되면서 그녀의 어장에 갇힐 물고기 세 마리, 아니 세 명의 남자 주인공들을 만나게 된다. 바로 얼굴에서 빛이 나고 다른 사람을 오징어로 만들어버린다는 황태자 ‘론드미오’, 최연소 공작에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갖고 있지만 여성 혐오에 걸린 ‘케네스’ 그리고 천재 마탑주이지만 수틀리면 그냥 다 죽이는 마법사 ‘아윈’이 그들이다.
그런 라테에게도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비모르’ 소설 (BL 소설)의 작가로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가족 몰래 딴 주머니를 찬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마법 스크롤을 사서 마법사 기분 내기였다. 그런데 불량 마법 스크롤 때문에 마탑에 갔다가, 아윈과 만나게 되는데…….
이야기는 무척이나 유쾌하고 밝았다. 라테의 시점으로 모든 것이 서술되는데, 이 주인공이 깝침의 대가이자 말장난의 천재 그리고 삽질하기, 오지랖과 호기심은 거의 만렙을 찍은 상태였다. 좋게 보면 뼛속까지 개그맨에 분위기 메이커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그렇게 진지하게 읽은 부분은 거의 없었고, 그녀가 벌이는 온갖 화려만 농담과 오버액션과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속마음을 보면서 웃기만 하면 되었다. 게다가 이벨린을 제외한 다른 등장인물들이 다 재미있는 성격이거나 어딘지 모르게 나사가 하나 빠진 상태라서, 거의 모든 대화와 사건들이 가볍고 웃기기만 했다. 그러니까 기분 우울할 때 읽으면 딱 좋은 책이다.
다만 작가가 연재 당시에 유행했던 유행어를 너무 남발해서, 그런 걸 잘 모르는 사람은 웃음 포인트를 못 잡을 수도 있다. 또한 유행어라는 게 수명이 짧아서, 몇 년이 지난 다음에 읽으면 처음처럼 웃기지만은 않을 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왜 이 책은 표지에 권수가 적혀있지 않는 거지? 헷갈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