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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개 1
강형규 지음 / 네오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작가 -
강형규
그림 - 강형규
D포털에 연재가 되었던 웹툰이라고 한다. 웹툰은 개그 만화만 보기 때문에 내 관심사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던 장르의 작품이었다. 3권짜리 만화라서
한꺼번에 리뷰를 쓸까 했었다. 그런데 1권을 읽고 나서 생각을 바꿨다. 내용이 복잡하고 사건이 급박하게 변하기도 하고, 어쩐지 그림을 자세히
봐야할 것 같았다. 그래서 한 권씩 읽고 감상문을 쓰기로 했다.
주인공 쓸개의 엄마는 조선족이다. 그녀가 살던 곳에는 아이는 어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살덩이니, 신체 기관이나 신체 부위로 된 이름을
지어야한다는 미신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들의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고 한다. 쓸개는 출생신고도 되어있지 않은, 평생을 식당에서만 살아온, 그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 책과 신문, TV로만 세상을 경험한 무국적자인 청년이다. 어머니는 오래 전에 자취를 감췄고, 그를 길러준 양아버지
마오수는 부인을 다섯이나 맞았던 호색한이다. 마오수에게는 마철수와 마희재 그리고 쓸개라는 세 명의 자식이 있다. 물론 세 명은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남남이다. 죽음을 앞둔 마오수는 쓸개에게 비밀을 하나 알려준다. 쓸개의 엄마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몰래 숨어들어올 때, 엄청난 양의 금괴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마오수가 죽은 후, 쓸개와 희재는 금괴를 처분하려고 종로로 향한다. 쓸개에게는 난생처음으로 바깥세상을 맛보는 기회였다. 하지만 금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자마자, 누군가 그를 노리기 시작했다.
1권이라서 그런지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위에 언급한 쓸개의 가족 말고도, 조선족 사람을 밀입국시켜서 불법적인 일을 시키는 브로커 장차식,
금괴를 찾는 실장님 그리고 얼굴이 나오지 않은 사장님까지, 아무래도 쓸개를 쫓는, 아니 금괴를 쫓는 사람들은 거대 조직이거나 권력자들과 끈이
닿아있는 모양이다.
만화라서 그런지, 컷의 분할로 여러 가지 효과를 나타낸다. 가령 종로에서 금괴를 처리할만한 곳을 찾는데, 가방 끈의 실밥이 하나둘씩 끊어지는
장면은 엄청난 긴장감을 준다. 게다가 쓸개의 시선에만 그렇게 보이는지 아니면 진짜 그런지 모르겠지만, 금은방 사람들이 다 쓸개와 재희만 주목하는
장면도 가슴을 뛰게 한다. 시선을 돌릴 때마다 누군가 자기를 보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게다가 내 가방에는 남들에게 보여서는 안 될 물건이
들어있다면? 세상 천지에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처지에, 누구도 믿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선족 브로커인 장차식의 사업을 보면서, 인간이 참 악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이 있는 법, 한국에 사람들을 밀입국시켜서
무슨 짓을 하는 걸까? 그 사람들을 고용한 한국의 의원이나 기업가들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걸까?
물론 만화는 시종일관 진지하지는 않다. 중간에 웃음을 유발하는 몇몇 장면이나 대사가 들어있기도 하다. 가령 텔레비전에 나온 걸그룹의 춤을 보다가
코피를 쏟으며 쓰러진 마오수라든지,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엄청난 꿈을 꾸고 있는 마철수의 행동 등등. 첫 등장에서는 긴 장발에 수염이 조금 나
있던 쓸개가 서울로 가기 전에 이발과 면도를 말끔히 하니 꽃미남으로 변신하는 것도 볼만했다.
2권에서 쓸개의 뒤를 쫓는 자들의 정체가 드러날 것인지, 금괴의 출처는 어디인지 그리고 그의 엄마는 어디에 있는지 밝혀질 것인지 아니면 더 큰
떡밥이 나올 것인지 기대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