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셰퍼드, 죽은 자들의 의사 - 헝거포드 대학살에서 다이애나 비 사망사건과 9.11까지, 영국 최고의 법의학자가 말하는 삶과 죽음
리처드 셰퍼드 지음, 한진영 옮김 / 갈라파고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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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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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Unnatural Causes, 2019

  부제 헝거포드 대학살에서 다이애나 비 사망사건과 9·11까지영국 최고의 법의학자가 말하는 삶과 죽음

  저자 리처드 셰퍼드

 

 

 

 

  제목을 보면, ‘죽은 자들의 의사라는 말이 먼저 들어온다미리 고백하지만내 불완전한 기억 때문에 저 문장을 보고 이 책의 저자를 연쇄 살인마 의사인 시프먼으로 착각하고 말았다그래서 그 사람의 범죄 행각을 다룬 책인가?’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부제에 적힌 9·11과 그 사람은 아무 관계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구나!’ 이런 생각과 함께일면식도 없는 분을 오해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착각해서 죄송합니다, ‘셰퍼드’ 박사님!

 

  이 책은 법의관으로 거의 30년간 일한 저자가 그동안 겪은 사건과 이와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 그리고 여러 가지 감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어떻게 생각하면 회고록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물론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는 사회과학으로 분류해놓았지만 말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과 자식들을 홀로 키우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그리고 아버지의 재혼과 친해질 수 없었던 새어머니와의 일들이후 의대에 진학한 후 법의관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짧았다이후 그의 결혼과 육아아내의 뒤늦은 의대 진학에 따른 소원해진 부부 사이 역시 그리 길게 다루지는 않았다그가 맡은 사건 사이사이에 끼워 넣으면서 시대에 따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야 할까자녀들이 아기일 때의 고충과 그들이 커가면서 어떻게 아버지와 갈등을 빚고 화해하는지 보여주고는 있었다예를 들면스테이크를 썰다가도 칼에 의한 흔적은 연구하거나 피크닉을 가기로 했다가 사건 연락을 받고 나가는 아빠에게 불만이 있었다고 한다하지만 조금 더 커서는 아빠가 맡은 사건을 재연하는 도움을 주기도 하고뒤를 이어 의사가 되기를 원하기도 했다.

 

  가족 얘기가 그리 많지 않은 대신책 대부분은 저자가 맡았던 여러 가지 사건에 관한 내용이었다특히 저자에게 인상적이었거나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사건들 위주였다용의자나 수감자에 대한 무리한 제압 방식 때문에 사망한 사람들의 얘기를 하면서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압 방법의 개선을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었다그런데 그 개선은 한 번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여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계속해서 방법을 모색하고 의견을 통합하면서 완성되었다. ‘관료주의란…….’이라는 생각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고 좌절도 하면서도 결실을 본 그 집념에 감탄했다불필요한 희생을 줄이고경찰과 시민의 충돌을 최소화하려는 마음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또한영유아 사망에 관한 여러 가지 사건을 다루면서 이에 관해 연구하려는 그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사실 그는 한 아이의 사망 사건 때문에 재판에서 악의 축이라도 된 것처럼 질타를 받고 많은 사람의 비난을 받았다심지어 의사협회에서 조사를 받을 위기에 몰렸다그는 이외에도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사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부검을 할 수밖에 없는데그 때문에 유족들의 비난을 받은 것이다특히 대형 사고에서 신원 확인을 하느라 이런저런 방법을 썼는데그게 유족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일도 있었던 모양이다.

 

  하여간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그는 죽음이란 무엇이고 의사의 책임이란 무엇인가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이 책을 읽는 나도그의 행적과 생각을 따라가면서 과연 죽음이란 무엇인가 생각하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죽는다는 건진짜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지 않는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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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작가를 위한 법의학 Q&A 크리에이터스 라이브러리 1
D. P. 라일 지음, 강동혁 옮김, 강다솔 감수 / 들녘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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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urder and Mayhem: A Doctor Answers Medical and Forensic Questions for Mystery Writers, 2003

  저자 - D. P. 라일

 

 

 

 

  이 책의 저자는, ‘로 앤 오더 Law & Order, 1990’이나 하우스 House, 2004’ 같은 미국 드라마에 의학 자문으로 활약했다고 한다아마 그 때문이 아닐까이왕 드라마 작가들에게 자문하는 김에 출판 작가들에게도 자문을 해보겠다는 그런 마음아니면 너무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서가장 많이 들어오는 질문 유형을 안내서로 만들어보겠다는 그런 마음무슨 심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이 책은 미스터리 장르의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저자에게 물어본 질문들을 수록하고 있다.

 

  그런데 읽으면서이건 작가들뿐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왜냐하면이 책에서 작가들이 저자에게 물어본 질문들을 다른 시점에서 보면 생존 방법이기도 하니까 말이다그러니까 누군가를 베개로 누르거나 약물을 먹이려고 할 때차를 호수나 연못에 밀어 넣을 때계단에서 밀어버릴 때 또는 차로 밀어버릴 때 등등으로 죽이거나 생명의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건 반대로저런 상황에 닥쳤을 때 어떻게 하며 목숨만을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누군가에게 살해위협을 받지 않고 살아가면 좋지만꼭 원한을 사지 않고도 사고를 당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비가 온 날이나 눈이 온 날 지하철 계단에서 넘어질 수도 있는 거고잘못해서 다른 약을 먹을 수도 있다원래 사건·사고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다가오기 마련이다.

 

  읽으면서 작가의 상상력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질문도 있었다어떻게 저런 사건·사고를 만들 생각을 하지저게 가능해너무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거 아니야예를 들면 뇌진탕을 겪고 거의 익사할 뻔한 상황에서도 임신을 하고 있는 등장인물과 배 속의 태아가 살아남을 수 있나요?’라든지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에서도 수영할 수 있나요?’ 또는 전기충격기는 피해자와 몸이 닿아 있는 다른 사람에게도 충격을 주나요?’ 같은 것들이 있었다그리고 제일 끔찍한 질문이라고 생각한 건 바로 불을 먹는 묘기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그 연료에 어떤 물질을 첨가해야 갑작스럽고 극적인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나요?’였다진짜 요즘 유행하는 말로 악마도 한 수 접고 들어갈 질문이다그런데 그걸 또 의학적 관점에서 가능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열심히 답해주는 저자의 성의에 감동했다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예를 들어주면서제일 적당한 게 뭔지 추천해주는 배려까지!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때 참고해도 좋은 책이란 말인데……혹시 작가가 아닌살인 계획을 짜는 누군가 저자에게 문의한 적은 없을까 하는 의문이 아주 살짝 들었다특히 ‘10장 검시관과학수사연구소부검’ 부분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거기 나오는 몇몇 질문들의 관점을 바꾸면검시관에게 들키지 않고 자연사 같은 살인을 만들어낼 방법이 될 수도 있어 보였다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총이나 약물 구매가 자유롭지 않으니까그런 사건·사고들이 발생할 확률이 미국보다는 낮다는 점이다.

 

  몇몇 장은 따로 떼어서 응급 치료법이라고 집에 갖고 있으면 괜찮을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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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주인공만 모른다 재미있는 영화 클리셰 사전
듀나 지음 / 제우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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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재미있는 영화 클리셰 사전

  저자 - 듀나






  ‘클리셰 cliché’라는 건, 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 따위를 이르는 말이다. 소설이나 영화 또는 애니를 보다보면, ‘이제 이러이러하게 되겠구나.’라든지 ‘저거 어디선가 본 거 같은 설정인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작품에서 비슷하거나 똑같이 벌어지는 특정 상황을 클리셰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듀나’는 무조건 반복된다고 클리셰가 아니라, 자기 생각 없이 반복되는 것이라 언급했다. 그리고 영화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접했던 많은 작품들에 등장했던 여러 클리셰들을 정리했다. 그래서 제목에 ‘사전’이 들어간 것이다. 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Le Livre Secret des Fourmis’라든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Nouvelle encyclopedie du savoir relatif et absolu’이 떠오른다.



  목차를 보면, 가나다 순서로 되어 있다. 사전이니까 그런 모양이다. 쭉 훑어보면서 ‘맞아 맞아, 저거 진짜 흔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예를 들면, 왜 어린이 대상 작품에서는 부모가 없는 경우가 많을까? 그리고 걸핏하면 교통사고가 나고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스토리도 많다. 거기다 별로 예쁘지 않은 안경 낀 소녀를 두고 다른 아이들이 내기를 하는데 그녀를 유혹하는데 성공하는 남자애가 안경 벗은 소녀의 모습에 반한다거나, 그리 매력 있어 보이지 않는 남자에게 누가 봐도 매력적인 여자들이 따라다니는 경우, 주인공이 총을 맞지만 그걸 막아주는 뭔가가 있는 경우 등등. 제목만 봐도 생각나는 영화나 소설, 애니들이 있었다.



  책은 단순히 용어 설명으로 끝나지 않고, 대표적인 영화나 소설 등을 덧붙여 소개한다. 그리고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미 철지난 수법이라거나 변형이 되어 아직도 잘 사용되고 있다는 식의 멘트와 함께 말이다. 꽤 공감이 가는 말들이 많았다.



  문득 떠오른 생각인데, 요즘 영화를 보면서 그리 집중을 못하거나 지루하게 느끼는 건 저런 클리셰들이 너무 많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특히 난 호러추리스릴러sf판타지 장르를 좋아해서 주로 그런 쪽의 작품들만 보고 있다. 그런데 너무 대놓고 설정이나 상황이 비슷비슷하면, 깜짝 놀라는 일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혹시가 역시나가 되면, 흥미가 뚝 떨어지기 마련이다. 물론 몇몇 작품들은 그런 클리셰들을 써먹으면서 약간의 비틀기를 통해 신선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 그 비틀기 역시 하나의 클리셰가 되기 마련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이 맞는 모양인가보다.

 


  그렇다고 클리셰를 쓰는 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어떤 장르건, 시시콜콜 모든 배경을 설명하지 않으려면 사람들이 다 알 수 있는 설정을 쓰기 마련이다. 너무 과하게 쓰면 문제가 되지만, 적당히 양념으로 사용되면 몰입도를 높일 수도 있고 좋다고 생각한다.



문득 저런 클리셰를 다 사용하지 않은 작품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 양념이 사라져서 밍밍한 작품이 될까 아니면 신선하고 창의적인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 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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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몸 - 물어보기도 민망한 은밀한 궁금증
옐 아들러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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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aruber spricht man nicht, 2018

  저자 - 옐 아들러







  표지를 보면 여성이 서 있고 그 주위로 다양한 신체 부위들, 예를 들면 엉덩이 같은 부위가 그려져 있다. 제목과 방금 적은 문장을 읽고 이상한 상상을 한 사람,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책은 그런 류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하철이나 버스, 카페에서 이 책을 당당히 꺼내 읽기에는 뭔가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 특히 앞뒤표지 안쪽에 그려진 그림의 경우에는, 처음 볼 때 상당히 당황했다. ‘도대체 무슨 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니면 내가 너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고 소심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표지 안쪽의 그림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못할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적나라하게 말하고 있었다. 1장에서는 입 냄새, 방귀 냄새, 발 냄새 같은 것을 다루고 있었다. 으아, 냄새라니! 사실 자기 몸에서 나는 냄새들은 정작 본인은 잘 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몇몇 경우에는 맡을 수 있지만, 대개는 남들이 먼저 맡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남에게 “나 냄새나?”라고 물어볼 수도 없고, 냄새가 난다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없는 일이다. 여기서는 그 원인과 증상에 대해 설명하며, 각 증상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몇몇 음식을 알려준다.



  2장은 성과 관련된 부분을 얘기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와 오르가즘, 생리, 성병, 피임 그리고 항문에 걸릴 수 있는 질병 등등. 1장의 냄새보다 더 심각한 부분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에게라도 털어놓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여기서는 자연스레 섹스와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제일 황당하고 놀라웠던 부분은 의사인 저자가 경험한 다양한 섹스 사고들이었다. ‘진짜 그런 걸 실험해보는 사람이 있다고?’라며 당황하고 인간의 창의력과 상상력은 상당히 무궁무진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정말 쓸데없는 방향으로 발달한 모양이다.



  3장은 무좀, 탈모, 점이나 뾰루지, 갱년기와 폐경 같은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것도 역시 남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보이고 싶지 않은 문제들이다. 몇몇 경우는 나도 겪고 있어서인지 더 집중하고 읽게 되었다.



  4장은 소리에 관한 장으로, 코골이와 몸에서 나는 여러 소리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하아, 코골이라니…….얼마 전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코고는 문제로 옆에 계신 분과 갈등이 있었던 나에게는 읽을수록 아픈 챕터였다.



  이렇게 대략적인 목록만 보면, 상당히 딱딱하고 진지한 의학 서적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또는 번역가)가 상당히 유쾌한 분위기로, 때로는 너무도 적절하면서 웃음이 나는 비유를 통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귀여우면서 적절하고 노골적인 그림들도 그런 분위기 조성에 한 몫 거든다.



  각 장마다 여러 증상과 그 원인, 그리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이 한국 도서가 아니라, 주위에서 금방 구할 수 없는 것들도 있긴 하다.



  책을 다 읽은 내 결론은, 건강한 음식을 먹고, 적당한 운동을 하며, 어딘가 아프면 곧장 병원에 가서 솔직하게 증상을 털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괜히 그러다가 작은 걸 크게 만들 수도 있다. 부끄럽고 쑥스러우며 의사의 성별이 자신과 다르다고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의사는 적절한 처방을 내릴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청결해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더러운 상태에서 지내는 건 더 좋지 않다.



  그렇다. 적당히 운동하고, 패스트푸드 음식을 줄이고, 청소 깨끗이 잘하고, 언제든지 병원에 갈 수 있도록 돈을 열심히 벌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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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범죄
문국진 지음 / 예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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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문국진

 

 

 

  범죄의 순간을 그림으로 그려낸명화 속에 나타난 여러 범죄 장면들을 설명하는 책이다특히 성경에 나오는 여러 살인 장면들예를 들면 카인의 아벨’ 살해라든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그리고 이스라엘 여인 유디트의 바빌로니아 장군 참수 등을 그린 명화들을 보여주면서거기에 얽힌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물론 그리스 로마 신화는 빠지지 않았고역사적 인물의 초상까지 다루고 있다저자가 법의학자라서 그런지사후 강직이라든지 사망 전후의 신체 변화 같은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다.

 

  이쯤에서 왜 그런 잔혹한 범죄 현장을 그림으로 굳이 남겨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아름답고 예쁜 것만 봐도 남겨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저자는 그것을 인간의 본성에서 기인한다고 보고그림으로 남겨 후대에 교훈과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고 얘기했다.



 

  그럼 현재 우리가 범죄 수사물이나 범죄 다큐멘터리프로그램을 보는 거나과거의 사람들이 범죄 장면을 그린 그림을 보는 게 비슷한 이유라는 걸까지금은 CCTV나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으로 범죄자나 피해자의 모습을 만들어내어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얘기한다또한발달한 과학 기술로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과거 사건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그런 사건 얘기를 하면서현대의 범죄 프로그램은 풀리지 않는 범죄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과거 사람들이 그림으로 남긴 것은 아마 범죄의 미화라기보다는 범죄자의 몰락과 화가 자신의 반성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잘 그려서 미화 아닌 미화가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은 범죄 장면을 그린 그림들에 관한 얘기뿐만 아니라범죄의 대상이 된 그림도 얘기하고 있다그러니까 도둑맞은 명화에 관한 얘기였다어떤 그림은 여러 번 도둑맞기도 했고또 어떤 그림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또 어떤 이는 그림을 훔친 다음 복제품으로 돈을 벌었고또 다른 이는 정치적 신념을 위해 그림을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과연 그림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눈을 의심하게 하는 놀라운 문장을 봐서 읽지 말까 고민을 했었다. ‘처녀라는 말은 누구에게도 지배되지 않은 여성이라는 의미다.’라는 말이 본문이 시작하고 딱 두 페이지 만에 적혀있었다그걸 보는 순간 이런 빻은 문장이 아직도!’라는 생각을 했는데출판연도를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6년도라면 성 평등에 무관심했고 성차별적 발언이 숨 쉬듯이 흘러나오던 시절이니까만약 다시 재출간을 한다면그런 문장들을 수정해서 나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봤다책을 만든 취지도 괜찮았고수록된 작품들도 좋았고또한 그 설명이나 관련된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몇몇 문장들이 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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