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이명옥.김제완.김학현.이상훈.이식 지음 / 시공사 / 2006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 – 이명옥, 김학현, 김제완, 이상훈, 이식
‘한국 과학 문화재단 선정한 2006년 상반기 우수 과학도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선정 3월 청소년 권장도서’라는 문구에 혹해 고른 책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수학과 과학을 포기했었지만, 지금은 가능하면 쉬운 수준의 수학과 과학책을 읽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시험공부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눈길이 가고 있다. 그래서 청소년 권장도서라는 말에, 내가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과학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청소년에는 중학생뿐만 아니라 고등학생도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말이다.
이 책은 그림이나 화가를 보여주고,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 세계를 말한 다음, 거기에 관련된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챕터인 『힘과 빛, 그리고 시간의 삼중주』를 보자. 여기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사물을 표현하려 했던 ‘피카소’라든지 빛의 반사에 따라 달리 보이는 사물을 그린 ‘모네’와 인상주의 화가들, 거울에 비치는 그림을 그렸던 ‘반 에이크’, 그리고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생명체를 표현한 ‘발라’라든지 ‘뒤상’을 소개한다. 그리고 뒤이어 거기에 연관된 과학 이론들이 등장한다. 삼차원과 사차원의 차이에 관한 입방체 모형도 등장하고, 빛의 굴절과 반사, 회절에 따른 시야의 변화, 시간과 속도 그리고 공간, 직선적 시간의 흐름과 전기와 자기, 중력에 관한 이야기 등등. 위에서도 말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과학을 포기한 나에게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두 번째 장인 『향기와 알코올이 있는 빛의 공간』에서는 ‘고흐’와 점묘파로 유명한 ‘쇠라’의 그림이 나온다. 그리고 뒤이어 알코올이 몸에 흡수되면서 어떻게 분해하는지 과정과 숙취는 왜 생기는지에 관한 이야기, 향을 맡는 후각세포의 역할, 색을 인지하는 눈의 구조와 각 세포의 이름과 기능에 관해서 얘기한다. 첫 번째 챕터가 물리의 세계라면, 여기는 화학과 생물의 세계인 모양이다. ‘로트렉’이 술주정뱅이들을 실감 나게 그린 이유는 자신도 알코올 중독자였고, 고흐의 그림 중에는 술에 취한 채로 그린 게 있다는 얘기는 흥미로웠다.
『위대한 자연이 전하는 아름다움』은 제목 그대로 자연을 그린 ‘컨스터블’과 ‘터너’, 바다를 그린 ‘호머’, 그리고 태양을 그린 ‘고흐’가 다시 등장한다. 그러니까 지구 과학 분야다. 그래서 하늘과 구름, 안개의 종류와 생성 원인 그리고 스모그와의 차이, 바람과 그게 발전한 태풍, 해류의 원인과 종류. 빙하와 해저 해류, 풍랑과 해일, 거기에 해일을 일으키는 지진의 원인, 그리고 태양 에너지 등을 이야기한다. ‘호쿠사이’의 파도 목판화는 무척이나 역동적이었고, 고구려 고분벽화의 ‘해신과 달신도’는 낭만적이었다.
『요동치는 생명의 기쁨』는 인체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챕터이다. 나중에 곤충을 그린 두 화가가 나오지만, 그건 적은 분량을 차지했다. 인체 그림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렘브란트’, 심장을 드러낸 그림을 그린 ‘프리다 칼로’, 극사실주의의 대가 ‘클로스’, 난쟁이를 그림에 담은 ‘벨라스케스’ 그리고 곤충을 사실적으로 그린 ‘메리안’과 ‘신사임당’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렇다, 생물 분야이다. 인체 해부도를 통해 그 시대의 의학 기술의 발달과 인체의 근육과 뼈, 그리고 뇌에 관해 얘기하고, 심장과 혈관 분포, 실제와 똑같이 그리는 극사실주의 그림을 통해 복제 기술에 대해 다루고 있다. 복제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문득 두 배로 나오는 항아리 이야기가 떠오르는 건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여러 번 말했지만, 나는 고등학교 입학과 함께 과학을 포기했다. 그리고 당연하다고 할지 아니면 뭐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여러 가지 분야의 이야기들은 어려웠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청소년에는 고등학생도 포함되었고 요즘 학생들 수준은 내가 다닐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지금 내 과학 실력은 중학교 수준도 안 될 것 같다. 그림을 보고 거기에 얽힌 이야기 읽는 것도 좋아하고 과학도 배우고 싶어서 골랐는데, 내가 내 실력을 과대평가한 모양이다. 다음부터는 청소년이 아닌,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라고 표기된 책 위주로 읽어야겠다.
난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