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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배신 - 비즈니스 전쟁에서 살아남는 마케팅 성공 전략
케빈 앨런 지음, 이은주 옮김 / 레디셋고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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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The Hidden Agenda

  부제 - 비즈니스 전쟁에서 살아남는 마케팅 성공 전략

  저자 - 케빈 앨런

 

 

  제목을 읽었을 때, 이 무슨 역설이냐면서 신기해했다. 설득을 했는데 잘 안되었다는 말일까? 그런데 원제를 보니 배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괜찮은 제목이고, 다르게 보면 내용과는 영 상관없는 제목 같았다.

 

  저자는 꽤나 유명한 광고를 여러 개 만든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마케팅이 주를 이루는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나 자신을 남에게 잘 팔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신을 판다고 해서 19금적인 이상한 상상을 하는 건 금물이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소비하면서 동시에 파는 시대이다. 내가 가게에서 뭔가 살 때는 소비자이지만, 동시에 직장에서는 서비스나 재화를 만들어 내는 생산자가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광고 회사를 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말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실생활에서도 다양하게 적용시킬 수 있다. 하다못해 부모님과 용돈 협상을 할 때부터 시작해, 애인에게 이벤트를 해줄 때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저자가 이럴 땐 어떻게 하라고 매뉴얼을 알려주는 건 아니다. 사람 사이에서 이럴 때는 이렇게 하라고 정해진 것은 있을 수가 없다. 사람이 열이면 생각하는 것이 열이 넘을 테니, 한 가지 상황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나 반응도 다 다를 것이다.

 

  대신 이 책에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상대방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라는 것이다. 영제인 The Hidden Agenda가 바로 그것이다. 독심술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상대방이 말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의아했다.

 

  그러다 ‘아!’ 했다. 저자는 광고를 맡기 위해 대상을 철저히 분석하고 파악했으며, 그들의 현재 상황이라든지 기업 이념 등등을 연구했다. 그리고 광고주가 어떤 대상으로 물건을 팔고 싶은지, 그 주 고객들의 인지도는 어떠한지 시장조사까지 했다고 나온다.

 

  그러니까 ‘관심’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나 자신을 어필하려면, 그 상대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려면, 평소에 그 사람이 어디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조카가 셋이 있는데, 얘들이 성향이 다르다. 어렸을 때 가게를 데려가 보면 반응이 다 다르다. 첫째는 과자나 초콜릿을 사달라고 말을 못하고 ‘저거 먹는 애들 좋겠다.’ 이런 식으로 반응을 보인다. 둘째 역시 ‘고모 돈 없잖아요. 안 먹어도 괜찮아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막내는 ‘고모 이거 사주라. 계산해, 빨리’ 이런 식이다.

 

  둘째가 괜찮다 했다고 ‘그럼 그냥 가자.’라고 한다면, 빵점 고모다. 먹고 싶지만, 사달라고 조르면 착한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거절하는 것이다. 저기서 조카의 숨은 의도를 잘 파악하고 과자를 사주면, 고모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이 된다.

 

  저자가 말하는 것도 위와 비슷한 것이었다. 다만 이 책이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며 확실하게 분류가 되어 있다는 게 다르다.

 

  무작정 밀고 들어가서 이거 해주세요라고 하면, 욕만 먹기 십상이다. 눈치도 있어야 하고, 상대도 잘 분석해야하고, 상대에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도록 얘기도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손자병법’에도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

 

  점점 더 머리를 쓰지 않으면 살기 힘든 세상이 되고 있다. 어쩌겠는가. 현명하고 요령 있게 살아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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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
가야노 도시히토 지음, 임지현 옮김 / 도서출판 삼화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저자 - 가야노 도시히토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말이 무얼까 궁금했다. 물론 ‘~하지만’이라는 말 다음에는 앞과 반대되는 내용의 문장이 이어질 거라는 예측이 있었기에, 어떤 글이 이어질까 예상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 필요할 때가 있다.’ 내지는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또는 ‘그건 말뿐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등등이 올 수도 있다.

 

  그런 예상을 하면서 책을 펼쳤다. 역시나 저자는 1장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폭력은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다. 폭력을 인정하지 않고는 폭력을 사고할 수 없다.’

 

  고개를 끄덕였다. 난 장난으로 툭툭 쳤지만, 맞는 사람은 ‘이건 폭력이야!’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학교 폭력을 한 아이들 대부분이 ‘우린 장난이었어요. 그 애가 오버하는 거예요.’ 라고 말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러니 무엇이 폭력인지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후 저자는 왜 살인을 하면 안 되는가에 대해 말하기 위해 칸트의 ‘정언명법’을 얘기한다. 거기서 이렇게 말한다. 무조건 안 되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좋은 폭력과 나쁜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개인 간의 살인은 안 되고 국가의 살인, 그러니까 사형이나 전쟁에서의 행위 등은 왜 허용이 되는 지 말한다.

 

  칸트의 ‘정언명법’은 무조건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는 그렇기에 살인은 안 된다고 말한다. 속으로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를 때리는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먹힐까? 맞고 오는 아이에게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받아들일까?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반드시 지켜야하는 규칙이 있는 건 사실이고, 개중에는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그걸 어기는 족속들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자들을 국가 권력에 고발하고 처벌을 하길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가끔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게 판결을 내리는 국가 기관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한다. 어쩌면 국가는 국민이 원하는 것을 제일 늦게 알아차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글은 자연스럽게 국가와 폭력에 대해 얘기한다. 여기서는 국가의 탄생에 대한 여러 철학가들의 이론을 보여준다. 국가가 어떻게 해서 개개인의 시비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권력을 이용해 국민들에게 처벌을 내릴 수 있는 힘을 가졌는지 논한다. 그러면서 만약에 국가가 폭력을 휘두르면 어떻게 되겠냐는 의문을 제시한다.

 

  그 예로 저자는 야쿠자와 국가를 비교한다. 일본인이라 야쿠자가 나왔다. 미국인이었다면 마피아를 예로 들었을 것이다. 흥미 있는 건 누가 누구인지 이름을 지우고 하는 짓을 적어놓으면, 국가나 야쿠자나 비슷했다. 다만 국가가 하는 행위는 합법적인 폭력의 독점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폭력의 관리를 주장한다. 폭력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고 공생해야 한다면, 그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관리하는 길만이 올바른 대처 자세라고 말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뭔가 속이 더 막힌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제목의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에 이어질 말은 ‘그렇지만 필요한 것이기도 하니 사람들 개개인이 잘 생각하고 나름 올바르게 행하도록 노력해야한다.’라는 걸까? 이건 뭐랄까, 국가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말 같은데?

 

  주변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 ‘한 번만 더 그러면 고소하겠어요. 개인보다 국가 권력이 더 크다는 거 알지요?’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애들에게는 뭐라고 해야 할까? ‘남을 괴롭히는 건 도덕적으로 나쁜 거야. 집에서 그렇게 배웠니?’ 그러면 맞는 아이들에게는 뭐라고 해야 할까? ‘폭력이란 사라지지 않는 거야. 어차피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거라면, 너도 잘 이용하렴.’ 이렇게?

 

  난 실생활에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답을 얻고 싶었는데, 저자는 원론적인 부분만 설명했다. 어쩌면 원론을 알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각자에게 맡긴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기본을 제대로 알면 응용도 풀 수 있는 수학문제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에는 변수가 너무 많아서,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문득 거의 모든 사람이 도덕적이지 않은 세상이라면, 폭력은 어떤 면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그러면 저자는 뭐라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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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 <파우스트>에서 <당신들의 천국>까지, 철학, 세기의 문학을 읽다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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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용규



  제목이 참으로 낭만적이라는 생각 때문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외국 드라마 ‘천사들의 합창’에서 여자애 하나가 ‘낭만적이야’라고 말하는 사진이 들어가면 적절할 분위기다. 그러나 그 사진이 없으니 넘어가자.


  대개는 문학작품에서 철학을 찾는데, 이 책의 제목은 그와 반대였다. 하지만 어쩐지 카페와 문학, 그리고 철학이라는 세 단어의 조합이 어울리게 느껴졌다. 그렇다, 아주 낭만적이다. 내용은 조금 그렇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는 총 13개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1,2부로 나뉘어져있지만, 하나로 보았다. 그리고 각각의 작품들 속에서 말하고 있는 철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책머리에서 저자는 작품에 대한 비평이 아니라, ‘철학적 해석’이라고 말한다. 다른 비평서처럼 이 작품은 어떻고 시대적 의의가 이렇고 작가의 숨은 의도는 저렇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철학을 발견하여 그에 따라 작품을 재해석한다고 해야 할까?


  분석이 아니라 해석이라고 저자는 말하지만, 난 그것도 비평이라는 생각이 든다. 으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차이를 잘 모르겠다. 해석을 해야 비평이 가능한 게 아닐까? 아, 그러면 이 책의 저자는 해석까지만 언급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 단계는 독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것일지도.


  그렇지만 책을 읽는 내 눈에는 이미 저자가 작품에 대해 비평을 하고 있다고 보였다. 해석과 비평에 대해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까.


  책의 구성에 대해서는, ‘어린 왕자’를 예로 들어보자. 맨 위에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만남’의 의미, 관계의 미학]이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고 싶은 ‘만남’에 대해 잘 드러나 있는 책의 일부분을 인용하면서, 작가에 대해 조금 언급하고 철학적 해석을 시작한다. 그 와중에 다양한 철학자의 이론이나 일화, 또는 비슷한 내용을 들어있는 다른 작품들을 예로 든다. 소설뿐만 아니라, 명화까지 그 범위가 걸쳐져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저자가 무슨 의도로 그 사람을 언급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왜 이렇게 연결이 되는 걸까? 어떻게 여기서 이런 방향으로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리고 어떤 대목에서는, 이런 접근법에 이런 해석도 가능하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문득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러다보니 궁금해졌다. 저자는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책을 썼을까? 문학 전공자 내지는 아는 것도 좀 있고 관심이 많은 사람? 아니면 철학 전공자이거나 그 쪽 방면으로 좀 많이 아는 사람? 그것도 아니면 두 가지 다 관심을 갖고 있거나 나름 아는 게 많은 사람?


  나만 그럴지 모르지만, 너무 광범위하게 철학 얘기를 풀어놓다보니 의미가 확실히 와 닿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조금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A 철학자 얘기하다가 갑자기 B 철학자를 언급하고, 그러다가 다시 원래 A 철학자 얘기로 돌아오고.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다가, 작가에 대해 얘기도 하고, 다른 작품 얘기도 튀어나오고.


  읽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끔 왜 갑자기 여기로 튀는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저자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 넣었을 것이다. 아마 내가 아는 범위가 거기까지 미치지 못해서, 이해를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는 저자가 주도면밀하게 자신이 이끌고자 하는 방향으로 글을 쓰고 문단을 배치했던 걸지도 모른다. 자신이 내린 해석의 방향대로 사람들이 따라오길 바랄 테니까. 그게 사람들이 책을 쓰는 목적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말하는 것을 사람들이 이해하고 동의하거나 고개를 끄덕여주길 바라는 것.


  그냥 편안한 기분으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껴보려던 처음의 의도와는 빗나간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 많은 사색과 공부와 독서가 필요하다는 각성을 할 수 있었다. 어디선가 들은 말이 생각난다. 알아야 면장을 해먹는다고. 그래서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공부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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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욕망하는 냉장고
KBS <과학카페> 냉장 / 애플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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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가전제품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냉장고의 진실

  저자 - KBS 과학카페 냉장고 제작팀

 

 

  표지를 보면, 양문 냉장고가 있고 그 앞에 쇼핑 카트와 검은 비닐봉지가 놓여있다. 냉장고에서는 금색 팔찌를 낀 손이 나와 있다. 그림이 의미하는 바는 금방 알아볼 수 있다. 텅 빈 쇼핑 카트는 냉장고에 꽉 들어찬 식품을 뜻하고, 비닐 봉투들은 쓰레기를 말하는 것이리라.

 

  냉장고의 진실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냉장고 업계의 극비 문서 같은 걸 다룰 것이라 추측했다. 대기업의 소비자 우롱 정책 같은 것을 썼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책장을 펼쳤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냉장고의 진실이라기보다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냉장고로 대표되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 문명 시대에서 과거의 자연주의 생활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해야 할까? 자기들이 만들어낸 기계에 의해 덫에 빠진 인간의 자정 노력을 말하고 있었다.

 

  이 책은 냉장고와 냉동고로 인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지면서, 현대인들이 얼마나 쓸데없는 것들을 채워 넣고 또 얼마나 무분별하게 소비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보존 장치의 발달로 외국 음식의 수입이 용이해지지만, 반대로 신선도는 떨어짐을 말한다. 게다가 한 나라의 오염된 식품이 전 세계로 쉽게 유통될 수 있음도 예를 들어준다.

 

  책을 읽다가, 문득 컴퓨터 외장 하드에 대한 아는 분의 말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몇몇 자료를 보관하기위해 구입했지만, 나중에는 그것을 채우기 위해 저장하고 지우기를 반복한다고 했다. 하긴 예전에는 500GB 정도도 적당하다고 했지만, 요즘은 1테라도 부족하다고 한다. 이건 마치 계절마다 옷을 사지만, 정작 입으려고 보면 마땅히 입을게 없다고 한탄하는 것과 비슷하다.

 

  냉장고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문 하나짜리 냉장고에도 만족했지만, 요즘엔 문 양쪽은 기본에 김치 냉장고는 따로 하나 있어야 한다. 내가 아는 어떤 집은 냉장고가 3개 이다. 일반 냉장고 2개에 김치 냉장고 하나. 하지만 그 집 애들은 냉장고를 열어보면 이렇게 말한다. ‘먹을 게 없어!’

 

  냉장실과 냉동실에 가득 뭔가가 들어있지만, 먹을 게 없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쇼핑을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뭘 샀었는지 기억도 못하고 비슷한 것을 또 사고, 예전에 산 것은 ‘아, 이런 게 있었구나.’하면서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남 얘기가 아니다. 나도 조금 전에 그런 짓을 하고 왔다.

 

  그리고 냉장고가 빈 것 같으면 또 뭔가 잔뜩 사오고, 또 까먹고 안 먹다가 버리고 또 사오고. 그런데 또 자꾸 넣다보니까, 냉장고가 작게 느껴져서 더 큰 것을 원하고. 그래서 큰 냉장고를 사면, 또 그걸 채워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자꾸 또 사고.

 

  아, 어쩌면 인간들의 DNA에는 비슷한 포유류인 다람쥐의 특성이 저장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아놓듯이, 냉장고에 뭔가를 계속해서 집어넣는 것이다!

 

  책에서는 또한 냉장고에 덜 의존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사례라든지, 뉴욕에서 불고 있는 로컬 푸드 운동이나 채집 여행에 대해 얘기한다. 모두 다 장거리 운송으로 지친 식재료를 먹는 것보다는, 근처에서 나는 신선한 채소를 먹자고 말하고 있다. 비록 외국산 식품을 먹지 못하게 되겠지만, 그게 더 몸에 좋다고 사람들은 주장한다.

 

  그리고 남들이 버린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프리건들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들은 없어서 남들이 먹다 버린 것을 주워 먹는 게 아니라, 멀쩡한 것을 버리는 현대인들을 비판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에 동감은 하지만, 동참은 못할 것 같다.

 

  과학의 발달이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기는 하다. 그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만큼 인간을 게으르고 생각을 하지 않는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에필로그에서 해녀 김곤순 씨의 얘기는 의미심장하다. 저자가 말하는 ‘헛된 욕망으로 가득 채우지 않고 그저 곤한 삶을 도와주는 고마운 냉장고’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 것 같다. 우리는 냉장고를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갖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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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여행 -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신들의 이야기
최순욱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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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 - 최순옥



  예전에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큰조카와 그리스 로마 신화 전시회를 간 적이 있었다. 작품 밑에 적힌 설명을 읽던 조카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고모, 외국 사람들은 바람피운 게 뭐가 자랑이라고 그림까지 그렸대?” 그리고 다 보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고모 저게 신이야?”


  하긴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들의 일상은 참으로 난잡하고 부도덕하긴 하다. 오죽했으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너무 좋아하는 나도 이건 아동 유해 매체가 아닐까하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북유럽 신화의 신들도 마찬가지다. 너무도 멋진 목걸이를 얻기 위해 난쟁이들과 동침하는 여신이 있는가 하면,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암말로 변신하여 수말과 관계를 맺는 신도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새끼 말을 출산한다! 술 먹고 주사를 부리는 신은 기본이요, 납치 강간은 옵션이다.


  하지만 신들의 사고방식을 우매한 인간이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신들의 그러한 행적을 기록한 게 바로 인간이니, 입맛에 맞게 자극적이기도 하고 흥미 유발도 하고 풍자를 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가감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도 계속 보는 인간의 심리를 그 오래전에 신화를 기록한 사람들은 파악을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신화가 그 나라의 문화나 자연 환경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저자 나름대로 해석을 하고 있다.


  저자는 거인 족과 신들의 싸움이 북유럽의 춥고 혹독한 겨울과 지리적인 여건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또한 신화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풍습이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알려준다. 예를 들면 결혼할 때 신부에게 망치를 주는 것이 토르가 여장을 하고 거인 족과 가짜 결혼식을 올리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북유럽의 약탈혼에 대한 근거를 프레이르와 게르드의 결혼과 연관 짓기도 한다.


  처음에는 너무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조카의 어릴 적 얘기가 떠오르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신화를 논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고 하지만, 그것을 적힌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런 설명이 곁들여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이 옳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말이다.


  셰익스피어 이후 새로운 것은 없다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신화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후 새로운 게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건 북유럽 신화건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어, 이 이름은! 이 설정은! 이 구도는!’하면서 얼마나 많은 게임과 영화와 소설과 만화가 떠올랐는지 모른다.


  저자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을 잘 해주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한국의 신화와 비슷한 내용이 있으면 비교를 해주거나, 게임이나 영화에 어떻게 북유럽 신화가 적용되고 변형되었는지 예를 들어주고 있다.


  예를 들면, 북유럽의 신들이 자신의 조상에 해당하는 거인족을 죽인 것과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가 아버지를 죽인 것을 비슷한 연장선상에 놓고 얘기한다. 그리고 프리그와 헤라의 비슷한 상황에 대한 다른 대처법을 보여준다. 또한 반지에 얽힌 이야기를 톨킨과 바그너가 어떻게 변형시켰는지도 얘기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인간은 과연 발전하고 있는 것인지 의아했다. 과학 기술은 확실히 발전하고 있는 것 같지만, 예술 쪽은 아닌 것 같다. 기존에 있던 것을 변형하고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것뿐이지,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감정이나 욕망 같은 것들은 신화시대의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들은 신이라는 지위에 있기에, 아무 것도 거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기들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표출하는 게 아닐까?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까, 내키는 대로 하는 건 아닐까? 기록하는 인간들의 그런 욕구가 그대로 드러난 것은 아닐까?


  그러기에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신이라고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신화를 좋아하는 것이라 추측한다. 감추고 싶은 욕망의 대리 만족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그런데 북유럽 신화는 신들의 종말이 나온다고, 세상의 멸망을 기록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꼭 그런 건 아니었다. 신도 그렇고 인간도 그렇고, 살아남을 놈은 살아남는다. 그게 꼭 나란 법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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