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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alloween II, 1981

  감독 - 릭 로젠탈

  출연 - 제이미 리 커티스, 도날드 프레즌스, 찰스 사이퍼스

 

 

 

  1편과는 3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만들어졌지만, 영화의 시간은 전편의 바로 그 날 밤이다. 병원에 입원한 로리를 죽이려고 마이클이 따라오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의 단골 메뉴인 출생의 비밀이 드러난다. 바로 로리가 마이클의 여동생이라는 것이다. 부모가 누나를 죽인 마이클이 혹시 어린 여동생도 죽일 까봐 입양을 보냈다는 사실! 그러면 1편에서 그녀를 스토킹한 이유가 혹시 핏줄의 끌림 때문이었을까?

 

  이후 영화는 쫓는 마이클과 도망가는 로리 그리고 역시 그들을 따라다니면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박사와 경찰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여기서 잠깐! 왜 마이클은 여동생을 죽이려고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불행히도 영화에서는 그것이 나와 있지 않다. 감독인 릭 로젠탈과 이번에는 대본을 맡은 존 카펜터가 그건 관객들보고 알아서 생각하라고 내버려둔 모양이다.

 

  또 다른 의문. 마이클은 어떻게 여동생이 있는 곳을 한 번에 알고 찾아왔을까? 여동생은 애기일 때 입양되어, 그런 오빠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이클은 정신 병원에 있었던 주제에, 단번에 알고 찾아온다. 어떻게? 내부 공범이 있었단 말인가? 그러면 공범의 정체는? 하지만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상상해본다. 저 두 가지 의문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이건 절대로 인간 같지 않은 마이클 마이어스를 까기 위함도, 자세한 설명 따윈 주지 않은 존 카펜터의 불친절함을 성토하기 위함이 아니다. 솔직히 슬래셔 물에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다. 그냥 화끈하게 죽이고, 실감나게 죽고, 열심히 도망치고, 몸서리치게 비명 지르면 되는 것이다.

 

  자, 그럼 추측을 해보자.

 

  가정 1) 마이어스 가문은 바로 외계인의 후손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교감을 하고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이다. 여동생은 어릴 적에 입양되어 그런 훈련을 받지 못했기에 감이 떨어졌지만, 마이클은 병원에서 나름 쭉 훈련을 했다. 15년 동안 인간들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그래서 능력이 개발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총을 맞아도 안 죽는 것이 설명된다. 그럼 왜 여동생을 죽이려던 것일까? 그것은 인간들에게 길들여진 여동생은 종족의 수치라는 판단 하에 그런 것이다. 아니면 동생을 훈련시키기 위함일 수도 있다.

 

 가정 2) 마이어스 가문은 대대로 저주받은 집안이다. 격세 유전으로 집안에서 저주받은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나곤 한다. 그들은 자라면서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그런 위험한 존재로 변해가는 것이다. 이른바 지구를 망하게 하려는 대 악당! 그래서 어린 마이클은 그런 가문의 악연을 끊고자 누나를 살해했다. 그렇지만 그런 사정을 모른 사람들은 그를 욕하고 병원에 가둬버린다. 마이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이제 마이클은 또 다른 저주받은 아이, 여동생을 죽여서 이 세상을 구원하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서로의 존재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리며 서로서로 죽이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죽어도 안 죽는 건 그들 능력 중의 하나일 뿐이다.

 

  가정 3) 아, 이건 내가 생각해도 쫌 너무 막장이지만. 몇몇 일본 만화나 소설, 한국 장르 소설을 보면 이런 것이 있다. 여동생과의 러브러브는 남자의 로망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표현이다. 친여동생이건 배다른 여동생이건 피가 안 섞인 여동생이건 가리지 않는다. 마이클은 일찍부터 그런 쪽에 눈을 떴고, 여동생과의 러브러브를 꿈꿨다. 그래서 동생을 스토킹했고, 그녀에 대해서라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정도. 그러나 아름답게 성장한 그녀의 주위에는 이미 다른 남자가 있었다. 분노한 마이클.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리겠어!’라는 막장 정신으로 살인을 감행하는 것이다. 총을 맞아도 안 죽는다거나, 동생이 어디 있는지 다 아는 것은 바로 사랑의 힘! 이것이 바로 러브러브 막장 사랑의 힘인 것이다! 징하다 마이클, 굉장하다 마이클!

 

  난 뭘 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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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Les Diaboliques

  감독 - 앙리-조르주 클루조

  출연 - 시모네 시그노렛, 베라 클루조, 폴 무리세, 샤를 바넬

 

 

  삐에로 부알로의 '악마 같은 여자'를 원작으로 한 프랑스 영화. 소설을 원작으로 했지만, 배경과 인물들의 설정을 바꾸었다.

 

  배경은 남자 기숙사 학교. 교장인 미셀은 병약하지만 재산이 많은 부인인 크리스티나를 무시하고, 학교 교사인 니콜과 불륜 사이이다. 그것은 학교 내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상당히 권위주의적이고 폭력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그런 성격이다. 특히 한창 잘 먹고 커야할 남자애들에게 먹이는 식단이 참으로 암담하다. 도대체 애들 식비를 빼돌려서 뭘 하는지…….

 

  그가 학교를 운영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은 부인 그리고 폭력적인 그가 싫은 그의 정부. 그가 자기 부인을 다루는 것을 보면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오죽하면 학생들도 그녀를 안쓰럽게 여길까.

 

  그래서 두 여자는 합심하여 그를 죽이기로 한다. 남편을 유인해서 욕조에서 익사시킨 두 여자. 그리고 시체를 학교 수영장에 버리지만, 어찌된 일인지 시간이 지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수영장 물을 다 빼보았지만 보이지 않는 시체.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그가 있었다는 흔적과 그를 보았다는 목격자가 나타나는데…….

 

  부인인 크리스티나는 긴 검은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 소녀 같은 분위기와 동시에 많이 아프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셀은 아마 그녀가 돈이 많지 않았으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를 아내로 맞이함과 동시에 학교가 그에게 굴러왔으니까. 그래서 그녀가 아프다는 것을 이용해 부부 관계를 거부하고 바람을 피운다. 또한 약하고 소심한 그녀에게 겁을 주고 학대하면서 즐거워하고.

 

  그의 정부였던 니콜은 부인과 정반대의 이미지다. 짧은 금발 고수머리의 그녀는 담배도 피고, 단호하면서 행동파이다. 냉정하기도 하고, 자기가 할 말은 똑부러지게 하는 성격이다. 미셀을 죽이고 괴로워하는 크리스티나를 엄하게 다그치기도 하거 어르기도 한다. 마치 큰언니가 막내를 돌보는 느낌이다.

 

  영화는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심리 스릴러 미스터리물이 된다. 발견되지 않는 남편의 시체. 설상가상으로 그가 죽지 않았다고 의심할 만한 증거들. 덕분에 부인은 극도의 불안증과 신경증을 보이며, 병세가 악화되어만 간다.

 

  그리고 점점 더 그녀를 조여 오는 의문의 그림자와 마침내 드러나는 실체는 그야말로 마지막 반전이었다. 물론 소설을 먼저 읽은 나에게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다.

 

  1955년이라는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졌지만, 이 영화는 간단한 소도구를 이용해서 불안감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훌륭했다. 실체는 보이지 않지만, 뭔가가 점점 다가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지는 분위기가 멋졌다.

 

  가령 수영장에 한 소년이 들어갔을 때, 갑자기 ‘뭔가 있어요!’라고 소리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거나, 열쇠를 찾으러 수영장 물을 빼는 장면. 이 때 부인의 불안감을 극도로 보여준다. 덩달아서 나도 모르게 같이 긴장하고 숨을 죽였다. 시체가 나올 것이라 추측하기에 긴장감이 극대화되지만, 막상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바닥을 보면서 허탈함이 들기도 전에 불안해진다. 도대체 시체는 어디 있는 거지? 의문이 증폭되고 말이다. 거기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남편의 물건이나 발자국 소리. 서재에서 들리는 타자기 치는 소리 등등.

 

피도 안 나오고 전기톱을 든 살인자나 미치광이 살인마도 없었지만,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아, 흑백 영화라서 피가 나와도 별로 실감이 안 났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러닝 타임이 무척이나 길어서, 보는 동안 좀 힘들었다.

 

  제목의 디아볼릭, 그러니까 악마는 도대체 누구일까? 그걸 생각하니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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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검색

 

 

 

원작 -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신참자 新参者’

연출 - 야마무로 다이스케

출연 - 아베 히로시, 쿠로키 메이사, 무카이 오사무, 미조바타 준페이

 

 

소설을 읽기 전에 드라마를 먼저 봤었다. 보면서 가가 형사가 이미지에 딱 맞는다고 ‘오오-’하고 감탄했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소설을 읽었다. 그런데 책에서 가가 형사가 나올 때마다 그 역을 맡았던 배우가 계속 떠올랐다. 그리고 내 머리 속에서 그가 대사를 말하고 움직이고 그랬다.

 

그래서 드라마를 한 번 더 보기로 했다. ‘신참자’ 드라마는 총 10편이다. 소설은 9개의 단편이 이어지면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데, 텔레비전 판에서는 하나가 더 늘어났다. 죽은 여인의 남편과 아들 얘기 부분에서 한 편이 더 늘어났다.

 

책이 간결체였다면 드라마는 만연체였다. 그래서 책에서 다루지 않은 인물들의 개성이 더 확실하게 드러났다. 거기다 드라마 특유의 감성, 그러니까 교훈을 줘야하고 감수성을 자극하면서 마무리는 훈훈해야한다는 원칙에 얽매여서 그런지 거의 매 편마다 눈물을 흘리면서 후회하고 ‘좀 더 잘 해 줄걸’ 하는 아쉬움을 토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쑥스러운 화해의 미소가 곁들어지고.

 

사건 해결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오해와 갈등 그리고 그 해결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았다. 가가 형사는 소설 감상문에서도 언급했지만, 가정 문제 해결사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었다. 형사물을 가장한 휴먼 드라마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왜 굳이 여기자가 등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책에서는 그냥 죽은 부인의 아들 여자 친구로 그렇게 큰 비중이 없었는데, 드라마에서는 기자에 가가 형사의 대학 후배로 거의 여자 주인공에 해당하는 배역이었다. 그런데 왜 그녀가 그렇게 나와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가가 형사의 여자 친구도 아니고, 둘이 나중에 핑크빛 로맨스를 펼칠 것도 아니고, 동료로 쭉 활동을 할 것도 아닌데.

 

그러고 보니 ‘갈릴레오’ 드라마에서도 그랬다. 원작에 없는 여자 경찰을 하나 등장시켜, 유가와 교수와 뭔가 묘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려고 했다. 그게 일본 드라마의 특징인가보다. 하여간 ‘갈릴레오’ 드라마나 ‘신참자’ 드라마나 원작에 없는 인물들의 등장은 별로 재미있지 않았다. 어쩌면 원작 파괴를 싫어하는 내 성향 탓일 수도 있다.

 

드라마를 보다가, 가가 형사 때문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돌아보면, 어김없이 그가 서 있었다. 낮에도, 밤에도, 길에서도, 심지어 라면 먹으러 왔을 때도.

 

 

 

어떤 의미로는 공포로 여겨졌다. 의심받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 물론 죄가 없이 하늘 아래 떳떳하다면 별로 불안해할 일이 없지만, 이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은 뭔가 하나둘씩 비밀을 가지고 있으니 문제였다.

 

결론을 말하자면, 나름 원작의 재미를 충실히 살리고 있는 드라마였다. 그러면서 소설과 다른 향을 풍기고 있었다. 이 정도면 각색을 참으로 잘했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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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inister

  감독 - 스콧 데릭슨

  출연 - 에단 호크, 빈센트 도노프리오, 제임스 랜슨, 프레드 달턴 톰슨

 

 

  장거리 연애라, 애인님과 둘이 같이 극장을 가는 건 일 년에 한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외에는 그냥 마음에 드는 영화가 개봉하면 각자 시간 나는 대로 따로 본다. 만약에 애인님이 A라는 영화를 봤다고 하면, 그리고 그게 내 취향이면 나도 A를 보고 오는 것이다. 그러면 그게 같이 본 영화가 된다.

 

  우리에게 같이 본 영화라는 건, 나란히 앉아서 팝콘을 먹다가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어머, 무서워.’하면서 품에 안기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본 게 같은 것을 말한다. 이 영화 역시 그런 의미로 같이 본 게 된다.

 

  아, 왜 갑자기 눈에서 땀이 나지? 이건 절대로 눈물이 아니다. 잠시 땀 좀 닦아야겠다.

 

  주인공 앨리슨은 남자다. 이름이 여자 같지만, 부인도 있고 아들딸이 있는 남자다. 왕년에 범죄 실화 소설을 써서 날렸던 작가지만, 이후 낸 책으로는 별 재미를 못 보고 있다. 그는 실종된 딸을 제외한 온 가족이 목매달려 살해당한 사건을 다루기 위해, 부인에게는 그 사실을 비밀로 하고 그 집으로 이사 온다.

 

  그런데 그 집의 다락을 뒤지던 중, 영사기와 필름이 담긴 상자를 발견한다. 거기에는 전에 살던 가족의 단란한 한 때와 그들의 최후까지 찍혀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필름들에는 다른 가족들의 평화로운 모습과 죽음이 담겨 있었다. 지역 부보안관의 도움으로 그는 그 사건들이 실제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연쇄 살인 사건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명성을 날릴 기회가 찾아왔다고 좋아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집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뭐라고 해야 할까? 보면서 귀를 막고 눈을 돌린 공포 영화는 간만이었던 것 같다. 이건 가짜라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뻔히 알고 있지만 화면을 똑바로 바라보기 힘들었다.

 

  가족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은 흔들리는 영사기 필름 속에서 현실감을 주었고, 눈을 질끈 감게 만들었다. 필름 제목과 연관되어 가족들이 죽어나가는데, 후우. 무엇을 상상하건 딱 그거였다. 거기다 필름을 틀 때마다, 전과 다른 뭔가 추가가 되는데…….

 

  그리고 주인공의 아들이 단독 샷으로 나오는 장면은 일자로 작은 내 두 눈이 0으로 커지는 기적을 일으켰다. 아, 진짜 그 장면 너무 무서웠다. 애가 불쌍하게 지병이 심해서 밤마다 휘적휘적 온 집안을 싸돌아다닌다. 그래서 나중에는 애가 돌아다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놀라게도 하고…….

 

  거기에 영사기만 틀면 나오는 음울하면서 낮게 쿵쿵거리는 그 소리는 자연스레 귀를 막게 만들었다. 비명도 없고, 쇳소리나 기계가 끼익 거리지도 않는데 그냥 막연하게 불안하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좋아서 두근거리는 것과 다른 떨림이다.

 

  영화는‘이제 내가 뭔가 보여줄 겁니다.’라고 힌트를 팍팍 주면서 뭔가 팍 튀어나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지 않았다. 물론 그런 장면들이 두어 개 정도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아들네미 나오는 장면이랑 마지막 장면정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중간중간에 잔혹한 장면을 끊임없이 보여주면서, 전반적인 분위기를 으스스하게 몰아갔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계속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게 너무 강해서 나중에는‘아놔, 긴장 안 해.  젠장, 짜증나게 쉴 틈을 안 주네.’라고 투덜대면서 긴장을 풀게 하긴 했다. 그래서 막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음, 설마 이것도 감독의 계획이었을까?

 

  아쉬운 점은 영화를 보면서 구성이나 스토리 진행 등에서 다른 작품들이 떠오른다는 것이었다. 책을 쓰는 아빠가 점점 더 이상하게 변해가는 건 잭 니콜슨 주연의 ‘샤이닝’이, 집에 저주가 걸린 것은 ‘아미티빌 호러’ 나 ‘주온’ 내지는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그리고 영사기 화면을 보면서는 ‘링’이나 ‘셔터’가 연상되었다.

 

  하지만 떠오르기만 할 뿐이지, 똑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샤이닝’처럼 아빠가 도끼를 들고 미친 짓을 하지도 않았고, ‘링’처럼 사다코가 튀어나오지도 않았고, ‘파라노말 액티비티’처럼 몰카를 찍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다 보고, ‘의문의 살인이 난 집은 사면 안 되겠구나.’ 내지는 ‘이사한 집에서 뭔가 발견되면 열어보지 말고, 주인을 찾아주거나 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모두가 다 ‘새로 지은 내 집’을 좋아하는 걸까? 아, 그래서 새 집은 값이 비싼 거구나. 나름 결론을 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뒤이어 ‘그 집터가 이상한 곳이면, 영화 ‘폴터가이스트’꼴이 날 텐데?’라는 의문이 팍하고 들었다. 으음, 모르는 게 약이라는 옛 말이 떠오른다. SF나 호러 영화를 보면, 이 세상에 안전한 곳은 없는 것 같다. 슬프고 암울한 세상이다.

 

  개인적으로 다음 영화에 나와있는 이 포스터가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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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Livid (Livide)

  감독 - 알렉상드르 뷔스티요, 쥴리앙 모리

  출연 - 클로에 룰루, 베아트리체 달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상영작

 

  두 감독의 첫 장편작이 영화 ‘인사이드 À l'intérieur Inside’ 라는 걸 검색으로 알았다. 으아! 갑자기 그 영화의 악몽이 떠오른다. 진짜 무자비할 정도로 잔인했던……. 그런데 그 감독들의 영화라니, 어쩐지 기대가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작보다는 피가 덜 나온다. 살점이 튀기지도 않고, 눈살을 찌푸리는 잔혹한 장면도 별로 없고. 인상적인 것은 여주인공의 눈동자가 서로 색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영화가 제목과 어울리게 전반적으로 겨울을 연상시키는 짙은 푸른색조로 화면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루시는 견습 간호사이다. 그녀는 한때는 무용 선생이었지만, 지금은 산소 호흡기로 연명하는 한 노인의 간호를 맡게 된다. 그녀의 집은 엄청난 대 저택으로 수많은 장서와 조각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저택 어딘가에 보물이 숨겨있다는 소문까지.

 

  그런데 그녀의 얘기를 들은 남자 친구와 또 다른 친구가 그 집을 털자고 제의를 한다. 어차피 혼수상태에 빠진 노인네니, 보물을 찾아 마을을 떠나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것이다. 고민 끝에 그녀도 동의하고, 세 친구는 저택으로 향한다. 그런데 저택엔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영화 시작부분에 실종된 아이들을 찾는 수많은 포스터. 어린 여자애를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여인. 아무도 없는 게 분명한 저택에서 울리는 발걸음 소리. 웃음소리와 함께 나타난 여자애들. 그리고 닫힌 저택의 문.

 

  옆에서 애인님이 ‘저 할머니 혹시 흡혈귀 아니야?’ 라고 속삭였다. 하긴 처음에 노인이 수혈을 받는 장면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난 마녀라고 생각했다. 쳇, 그런데 애인님이 맞았다. 생각해보니 무용 학원에 마녀라면 영화 ‘서스페리아’의 짝퉁이라는 오명을 받을 테니, 그렇게 할 수는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긴장감을 주던 영화는 갑자기 루시가 저택의 사람들과 교감을 하면서, 급속도로 느슨해진다. 그들을 통해 저택의 과거와 비밀을 알게 된 그녀. 그 부분이 다소 환상적이었지만, 호흡은 앞과 달리 아주 느리게 진행이 되었다. 숨을 돌리라는 배려인가? 그러다가 인형의 정체를 아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저게 과연 사랑일까 아니면 집착일까?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예상이 되면서, 안쓰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그리고 약간은 모호한 결말. 주인공의 오드 아이를 기억한다면, 어째서 이런 마무리냐고 의아해할 수 있다. 사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은 자유를 원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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