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Level 16, 2018
감독 - 다니쉬카 에스터하지
출연 - 케이티 더글러스, 셀리나 마틴, 사라 캐닝, 피터 아우터브리지
여학생 전용 기숙학교 ‘베스탈리스’에는 다양한 나잇대의 소녀들이 엄격한 규율 아래 교육받고 있다. ‘미스 브릭실’의 지휘 아래, 아이들은 청결과 순결, 인내, 그리고 상냥함 등에 관해 배운다. 그들의 목표는 16단계까지 올라가 좋은 집으로 입양되는 것이다. 소피아와 비비안은 중간에 사고가 있었지만 16단계까지 순조롭게 올라왔다. 그런데 어느 날, 둘은 이 학교에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 결말까지 다 얘기가 나올 것이라서 그런 게 싫은 사람은 여기까지!
** 난 미리 말했음!
** 마지막 돌아갈 기회!!!
영화의 초중반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고 두근거리게 만드는 분위기였다. 정해진 시간에 카메라 앞에서 약을 먹어야 하고, 그걸 지키지 못하면 무섭게 생긴 경비들에게 끌려간다. 그리고 아이들은 글자는 배우지 않지만, 그 외 다른 것을 예를 들면 청결이라든지 순결 등에 관해서는 거의 세뇌에 가까울 정도로 교육받는다. 16단계가 되면, 아이들은 십 대 후반의 나이가 된다. 아이들은 16단계에서 입양되기 전까지, 기숙학교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 게다가 건물에는 창이라는 게 없기에, 바깥 구경은 꿈도 못 꾼다. 여기까지 보면, 이 아이들이 입양되어 가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물론 아이들은 그럴 거라고 믿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왜 이런 교육을 받는 걸까? 담당자들은 왜 그렇게 건강과 성장에 좋다는 비타민을 먹이는 것에 집중하고 특별 관리를 하는 걸까?
지금까지 다양한 작품을 보고 읽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미래와 학교가 숨긴 비밀에 관해 이것저것 상상해봤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설정은, 학교가 아니라 인신매매 집단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조직에서 너무 정성과 노력을 들이기에, 단순히 그것뿐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다. 아, 특수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성매매라면 그럴 수도 있을까? 하지만 애들은 그런 거에 관해서는 교육을 받고 있지 않으니 패스.
그렇다면 남은 건, 대규모 장기매매집단, 그중에서도 맞춤형 도너(donor 장기 제공자) 양성소일 가능성이 컸다. 몇 년 동안 아이들을 여러 팀으로 나누어 관리하는 걸 보니, 기숙학교 건물이 꽤 큰 게 아닐까 싶다. 거기에 창을 열지 않아도 공기 순환뿐만 아니라 일조량을 조절하는 장치까지 붙어있으면……. 이건 뭐 엄청난 자본과 인원 그리고 기술을 가진 집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권력자들과도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그러면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궁금해졌다. 이런 설정이라면, 건물을 폭파하면서 탈출하여 불안하지만 새로운 삶을 살거나 끝인 줄 알았는데 결국 그들의 손바닥 위였다는 결론으로 마무리 지어질 수도 있다.
아이들이 어떻게 학교의 비밀을 알아내고, 그 비밀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하는지 잔뜩 기대 어린 눈으로 지켜봤다. 결말보다는 과정을 지켜보는 맛도 있으니까.
그런데 영화의 결말은……. 음, 초중반에 보여준 스케일에 비교하면 너무 시시하게 끝났다. 그렇게 오랫동안 아이들을 관리해놓고 하는 사업이란 게, 피부 이식이라니……. 사람에게는 피부 말고도 팔아먹을 수 있는 부위가 많은데……? 피부를 얼마 주고 팔아먹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거 하나로 끝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고객이라고 나온 사람을 보니까, 평범한 일반 서민이 아닌 돈과 명예와 지위 등등을 가진 고위층인 거 같은데, 그들이 꼴랑 피부 하나만 원할까? 제작진이 인간의 욕심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게 아닐까 싶다. 내가 저 사업의 담당자였다면, 알뜰하게 팔아먹고 챙길 건 챙길 거 같은데. 예를 들면, 혈액형이나 인종, 성별로 나누어 피부는 물론이고……. 아, 적다 보니, 뭔가 내가 인간성을 어디다 팔아먹은 개 쓰레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건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이지, 내 평소 생각은 아니다! 절대로!
하여간 초중반에는 엄청나고 엄청난 배후가 있어서 큰 규모의 사건이 벌어질 거 같았는데, 후반은 뜻밖에 너무 작은 규모로 마무리 지어서 아쉬웠다. 하긴 그러기엔 아이들의 전투력이나 사고방식이 빈약했고, 등장인물이 너무 적었다. 그래서 공간을 확장하지 못했고, 사건도 더 뻗어가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그 수의 아이들을 관리하는 데 경비가 그렇게 없을 수가 있어……. 그리고 어쩜 그렇게 무능력해? 여자애 둘이 쇠창살 달린 문을 잠그고 창고 안에 들어가 있는데, 그걸 못 열어서 절절매? 막말로 비밀 유지를 하고 싶으면 창살 안으로 총부리를 겨눠서 쏴죽일 수도 있고, 아니면 차로 문을 들이받아서 빼낼 수도 있다. 그런데 상부에서 부른다는 이유로 애들을 그냥 두고 가다니……. 도대체 그 조직은 지금까지 어떻게 사업을 유지했는지 모르겠다. 증인을 그렇게 내버려 두나? 아니면 애들이 증언하지 못할 거라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건가? 아, 마지막 장면에 나온 경찰이 진짜 경찰이 아닌 거였구나!
결말이 너무 황당하게 마무리되어서, 초중반까지 좋았던 감상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왜? 왜? 왜? 라는 의문만 계속 들었다. 왜라는 의문은 영화 초중반에 나와야 하는 건데, 이 작품은 결말에도 왜만 남겼다. 제작진이 왜를 좋아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