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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
마이클 도허티 감독, 밀리 바비 브라운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9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Godzilla: King of the Monsters, 2019
감독 - 마이클 도허티
출연 - 카일 챈들러, 베라 파미가, 밀리 바비 브라운, 와타나베 켄, 장쯔이
‘고질라’를 연구하던 기업 모나크의 연구원들은 마침내 거대 괴수와 소통할 수 있는 주파수를 발견한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도 전에 팀의 주축인 ‘에마’ 박사와 어린 딸 ‘매디슨’이 무장세력에 납치된다. 그들은 고질라와 같은 거대 괴수를 깨워 지구의 자연적 균형을 맞추겠다는 목적이 있었다. 에마 박사의 연구를 이용해 그들은 차례로 ‘모스라’, ‘기도라’ 그리고 ‘라돈’을 깨우는 데 성공한다. 거대 괴수들의 부활로 지구는 초토화되고, 결국 정부와 군은 그들을 몰살시키려는 계획을 세우는데…….
사실 영화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모르겠다. 중간중간 일이 생기는 바람에 2시간 11분짜리 영화를 보는데 대여섯 번이나 멈춰야 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131분이라는 상영시간을 내 집중력이 버티지 못해서인지 알 수가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왜 저래?’라는 질문만 계속해서 나왔다.
미지의 생명체를 연구하는 건, 원래 인간이란 그런 족속이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런 연구를 통해서 인간의 문명이 발전했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물을 갖고 인간이 패를 나눠 대립하는 것도, 그럴 수 있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 싸워왔으니까.
이 작품에서의 쟁점은, 이 지구의 주인이 누구냐는 것이었다. 한쪽은 인간이 주인이니 인간의 편의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고, 다른 쪽은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었고 지금은 인간이 병균과 같은 존재가 되었으니 이걸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말이 좋아서 ‘주장’과 ‘제시’지, 무기를 들고 공격하고 죽이는 상황이었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다. 아, 이거 스포일러려나? 인간의 공격으로 고질라가 상처를 입고 은신처로 숨은 이후, 인간들은 다른 거대 괴수에 맞서 자기들을 구할 수 있는 존재가 고질라였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결심한다. 치료를 위해 숙면을 취하고 있는 고질라를 깨우기로 말이다. 방사능을 먹고 자라는 고질라의 식성을 고려해, 그들은 고질라의 은신처에 핵폭탄을 터트린다. 음, 핵폭탄이 무슨 비비탄도 아니고, 바다에 그걸 터트리면 어쩔……? 이건 뭐, 똥차 피하려다 쓰레기차에 치이는 것도 아니고. 거대 괴수에 의해 공격받아 죽나 방사능에 오염된 바다 때문에 죽나 인간의 미래는 가망이 없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 상황은 고질라의 의견도 좀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건 뭐랄까, 퇴역군인이 있었다. 그런데 은퇴하고 편하게 살려는데 갑자기 불러내서는 일을 시킨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쁜 놈이라며 그를 공격한다. 중상을 입은 퇴역군인이 숨어서 회복 좀 하려는데, 난데없이 찾아오더니 전성기 때의 체력으로 돌려주는 고급 포션을 막 쏟아붓는다. 그리고는 회복했으면 다시 나가서 싸우라고 종용하는 거 아닌가? 물론 호구 같은 고질라는, 한창때의 체력이 되자 열심히 싸운다. 아, 호구 같은 게 아니라 호구다.
처음에 고질라 이외에도 거대 괴수가 셋이나 나온다는 말에, 거대 괴수끼리 피 터지게 싸우는 영화일 거로 생각했다. 열심히 싸우긴 한다. 그런데 인간들에게 너무 많은 사연을 붙이는 바람에, 이게 고질라 영화인지 흩어졌던 가족이 위기 상황에 맞서 재결합하는 영화인지 헷갈렸다. 도대체 하아, 아니 은행에서 십만원만 찾아도 지갑을 소중히 하는 너무도 소시민은 내 생각 범위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설정이 너무 많았다. 특히, 이 영화에서 중요한 소품 중의 하나인 거대 괴수와 소통할 수 있는 주파수가 나오는 기계의 관리가 어쩜 그리도 허술한지……. 기계도 관리 못 해, 기지 경비도 허술해, 이건 뭐 이야기를 질질 끌어가기 위해 억지로 설정을 덕지덕지 붙인 느낌이다.
그나저나 부모를 잘 만나면, 거대 괴수끼리 싸우는 바람에 도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군인들이 구하러 와주는구나. 그런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영화 ‘컨저링 The Conjuring, 2013’ 시리즈에서 영매사인 ‘워렌 부인’으로 출연한 ‘베라 파미가’가 에마 박사로 출연해서인지, 자꾸만 ‘발락’이 어디선가 나올 것 같고 죽은 거대 괴수들의 원혼이 등장할 거 같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