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21 | 122 | 123 | 12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나쁜 종자
머빈 르로이 감독, 낸시 켈리 외 출연 / 클레버컴퍼니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 - The Bad Seed, 1956

  감독 - 머빈 르로이

  출연 - 낸시 켈리, 패티 맥코맥, 헨리 존스, 아이린 헤커트, 이블린 바든

  원작 - 윌리엄 마치의 소설 ‘The Bad Seed’

 

 

  로다는 어떻게 하면 어른들이 자신을 귀여워해줄 지 잘아는 영특한 소녀이면서, 동시에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용납을 못하는 공주병 기질이 보이는 소녀였다. 군인인 아버지와 자상하고 똑똑한 엄마 크리스틴의 사랑과 위층에 사는 모니카 아줌마의 편애까지 독차지하고 있다. 물론 그런 그녀를 시니컬하게 비꼬는 리로이라는 일꾼이 한 명 있기는 하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피크닉을 간 날, 한 남자 아이가 물에 빠져는 일이 벌어진다. 공교롭게도 로다를 제치고 경필 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클로드였다. 친구가 죽었다지만, 로다는 전혀 슬퍼하는 기색이 없다. 그가 죽은 것보다 자신이 금메달을 못 받은 사실에 화를 낼 뿐이다. 그 사고로 소풍이 취소되고 점심도 못 먹은 게 안타까울 뿐이다.

 

  이후 페른 선생의 방문은 크리스틴을 더욱 더 불안하게 만든다. 로다와 죽은 클로드와 같이 있었던 마지막 아이라는 것. 거기에 그녀가 그를 물가로 쫓아가면 때렸다는 얘기까지 들리자, 크리스틴의 불안감은 극에 달한다.

 

  딸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엄마.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 그녀는 딸을 보호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모든 일은 그녀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일꾼인 리로이가 우연히 그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의 방문으로 알게 된 크리스틴의 출생의 비밀. 아버지가 손녀인 로다를 바라보는 표정에서 그녀는 모든 사실을 깨닫고 경악한다.

 

  두 시간이 조금 넘는 상영 시간에 등장인물도 10명 남짓, 배경도 크리스틴의 집과 마당, 그리고 딱 세 번 등장한 부두가 전부였다. 하지만 공간이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확실히 드러나 있어서, 지루하다는 인상도 받지 않았다.

 

  인간의 악한 심성은 유전이 되는지 아니면 후천적으로 생겨나는 것인지 생각하게 한 영화였다. 로다는 요즘 말로 하면 반사회적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일 것이다. 그것이 유전인지 아니면 자라면서 생겨나는 것인지 연구된 바는 없다고 들었다. 그녀에게는 그것이 범죄인지 아닌지 잘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단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내지는 뭔가 갖고 싶은 마음에 그런 일을 저질렀다.

 

  물론 나중에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인지한다. 엄마를 껴안으면서 ‘그들이 날 해치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한 것으로 보아, 자신이 잘못한 것은 아는 모양이다. 물론 얼마나 심각한지는 모르는 상태였다. 그냥 그런 식으로 말하면 용서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흘릴 얼굴이었다가, 1초도 지나지 않아 생글생글 웃으면서 ‘난 세상에서 제일 멋진 엄마를 가졌어요.’라면서 엄마를 달래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끼쳤다. 사람을 죽게 만들어 놓고 비명 소리가 시끄럽다고 피아노 연주를 하는 부분에서도 몸이 저절로 떨렸다.

 

  엄마가 자기가 낳은 딸을 무서워하고 공포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나 같아도 그랬을 것이다. ‘내 여덟 살 난 딸이 사람을 죽였어요!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에요!’ 이래봤자 누가 믿겠는가? 로다는 그녀를 만난 사람들은 누구나 다 반해버리는 멋진 미소를 가진 금발의 미소녀인데.

 

  영화에서 두 명의 범죄학자들이 토론을 벌인다. 아이들의 범죄는 과연 유전적인가 아니면 환경의 요인 때문인가 하는 주제였다.

 

  “만약에 태어나면서 앞을 보지 못하는 애가 있다면, 그 애는 아무리 보는 훈련을 해도 볼 수 없을 겁니다.”

 

  선천적으로 죄책감이나 후회 내지는 옳고 그름의 분별을 모르는 애들은, 아무리 좋은 집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아도 안 된다는 말이었다. 요즘에 종종 들을 수 있는 사이코패스에 관한 설명이다. 하아, 미국은 벌써 1950년대부터 사이코패스가 문제였구나. 우리는 몇 년 전부터 난리인데…….

 

  영화는 결말에서 생뚱맞게 끝나버렸다. 마치 계속 이기다가 마지막 한 수를 잘못 뒤서 막판 뒤집기를 허용한 바둑 경기 같았다. 그 당시는 권선징악에 나름 해피엔딩인 결말을 좋아하는 분위기였기에, 소설과는 조금 다르다고 들었다. 그래서 원작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은 집
신태라 감독, 황정민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감독 - 신태라

  출연 - 황정민, 강신일, 유선, 김서형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왜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나중에 봤을까 하고 후회한 작품이다. 언제나 스티븐 킹님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에서 느낀 것이지만, 호러나 스릴러는 소설이 원작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 특히 그것이 장편인 경우에는 두 시간 남짓한 시간으로 영상화하기에는 부족하다. 대개 ‘2% 아니 20% 부족해!’ 라고 절규하게 만든다.


  물론 가끔 어떤 것은 200% 부족하다고 외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일본 만화가 이토 준지의 작품을 실사화한 영화 ‘토미에’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왜 만들었냐고 한탄을 한 영화였다. 어떻게 감히 토미에 여신님을 그따위로 만들었는지……. 


  만약에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뜬금없다고 생각될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등장인물이나 간혹 매끄럽지 않은 연결 등등. 책에 나온 모든 설명과 심리를 다룰 수 없어서 몇 개는 건너뛰고 어떤 것은 빼먹었기에, 그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아쉬운 점이 좀 있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다.


  내용은 소설과 비슷하다. 보험사에 근무하는 주인공이 자살한 아이의 시체를 발견한다. 그는 그것이 자살이 아닌 부모에 의한 타살이라 의심하여 조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평생 잊지 못할 엄청난 일에 휘말린다. 


  어디선가 읽은 우스갯소리 글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주인공이 형을 구하겠다고 하지만 않으면, 형 한사람만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형을 구한다고 난리치는 바람에 주위 사람들 여럿이 죽고 인생 망쳤다는 내용이었다. 


  이 영화도 그렇다. 그냥 보험금 내주고 자살이라고 믿었으면 그냥 그 가족만 죽었을 텐데, 괜히 나서가지고  주변 사람들까지 죽어버린 것이다. 뭐, 그 덕분에 앞으로 그들에게 살해당했을 주변 인물들이 살았으니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살해당한 사람들의 암매장당한 시체를 찾아서 잘 묻어주었으니, 원귀가 떠돌 일도 없고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죽은 아이의 엄마로 나오는 배우 유선씨가 참으로 연기를 잘했다는 것이다. 주인공 황정민을 노려보는 장면에서는 제대로 미쳤다는 생각에 오싹함마저 느끼고 말았다. 황정민씨는 음, 이 배우의 연기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뭐랄까……. 원작에서 느낀 주인공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아마도 소설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를 느낄 수가 없었으니 그럴지도 모른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영화가 '사이코 패스 = 미친 연놈들'이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인물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나와 있지 않고, 공기 중에 떠도는 불안감이나 서서히 조여 오는 긴장감보다는 그냥 살인, 방화, 폭력 같은 미친 짓만 너무 부각시킨 느낌이다. 아무 말 없이 걸렸다가 끊어지는 전화나 마지막 계단 씬, 그리고 보험회사에서 보이는 죽은 아이 아버지의 행동들을 좀 더 잘 이용했다면, 긴장감을 서서히 높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원작을 읽지 않았다면 조금 더 나은 점수를 줄 수 있었을까? 여배우의 열연에 감탄을 했지만, 그 이외에는 약간 아쉬운 영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텐션
조셉 칸 감독, 데인 쿡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원제 - Detention, 2011

  감독 - 조셉 칸

  출연 - 조쉬 허처슨, 데인 쿡, 스펜서 로크, 제스 헤이만



  뭐라고 딱 정의하기 힘든 영화이다. 분명 십대가 나오는 슬래셔물인데, 그러면서 엽기적으로 웃기고 온갖 패러디가 들어있다. 그 뿐인가? 시간 여행까지 하고, 지구를 멸망에서 구하기까지!


  영화는 시작부터 학교 퀸카의 하루 일과 소개와 영화 캐릭터인 신데헬라에 의한 살인을 경쾌하고 밝게 보여준다. 살인 장면이 이렇게 유쾌하고 리듬감 있게 나오는 건 오랜만이다. 그리고 학교에서 존재감 없는 역대 찌질이 2위의 빛나는 여학생 라일리의 등굣길. 뒤이어 학교의 온갖 장소에 출연배우와 제작진의 이름이 나타나는 오프닝도 재미있다.


  똥배가 나온 여학생에게 교장이 ‘고딩 주제에 임신이라니!’라고 설교하는 장면에서는 갑자기 눈에 습기가 차올랐다. 남 얘기 같지가 않아……. 대못이 박히는 기분이야. 거기에 학교 복도에서 목을 매달았지만 아무도 알아차리지 않는 라일리는 정말 불쌍했다. 살인마가 돌아다닌다고 하지만, 역시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천재와 병신, 허세남과 외톨이, 된장녀와 여왕벌, 또라이와 살인마 그리고 반만 인간인 괴력의 소년이 공존하는 그레즐리 레이크 고등학교. 교장을 비롯한 선생들은 시니컬하고 비관적인 대사만 내뱉고, 아이들의 대사는 노골적이고 직설적이다. 관심 밖의 일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영화 초반은 그냥 고등학생들의 연애, 학교생활, 친구간의 갈등에 간간히 살인마도 등장하고 괴력을 가진 불운한 소년의 안타깝지만 웃음이 나는 최후가 살짝 긴장감을 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진행 속도가 빠르고, 재치 있는 대사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다가 중반쯤에는 사고 현장에 있던 아이들이 근신처분을 받아 도서관에 집합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갑자기 학교에 박제되어 있는 곰이 외계인과 만난 과거가 나오더니, 그들의 도움으로 엄마와 몸과 영혼이 바뀐 소녀의 이야기가 나온다. 거기다 이십년 동안 도서관에서 근신 처분을 받은 남자와 교장의 불행했던 고등학교 시절까지. 그러다 갑자기 살인마가 나타나서 살인을 벌이고,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정신이 없다.


  후반에서는 엉뚱하게도 아이들은 지구 종말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알게 된다. 이십년 동안 도서관에 갇혀있던 사람이 수식을 풀었는데, 10분 후에 모든 것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 아이들은 박제 곰을 가장한 시간여행기를 타고 1992년으로 간다.


  이 영화에 나오는 애들은 90년대를 너무도 좋아한다. 진정한 복고는 90년대라면서, 엄마와 영혼이 바뀐 애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좋아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2011년에 있던 애들도 그 당시 영화나 배우 이름을 얘기하면서 그 때가 좋았다고 말한다. 노래도 90년대 것이 흐르고, 치어리더들도 그 당시 춤을 춘다. 심지어 졸업 무도회와 살인마와 싸우는 장면에서까지!


  처음에는 황당하고 웃긴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다른 관점으로 보니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끔 소설이나 드라마 또는 영화에서 보면, 예전 영화나 소설의 한 대목을 인용하는 배역이 있다. 엘러리 퀸만 봐도 라틴어 구절이나 외국 명언 내지는 책의 구절을 인용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생각한다. 예전 자료의 구절을 다 알다니 똑똑하구만!


  이 영화의 아이들 역시 그런 게 아닐까? 그들에게 1990년대는 겪어보지 못한 과거일 뿐이다. 다만 어릴 때부터 부모님들에 의해 간접적으로 맛만 봤던 그런 시기. 인간은 자기가 겪어보지 못한 일이나 과거는 미화하고 현재 자신이 겪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90년대를 동경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는 과거를 바꾸는 길은 현재를 바꾸는 것이라 말하며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다. 살아남은 아이들 모두 각자 행복하게 일상을 보내는 것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이런!


  끝까지 황당하고 엽기 발랄함을 잃지 않는 영화였다. 어쩌면 그래서 더 정신이 없었을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주받은 도시
존 카펜터 감독, 크리스토퍼 리브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원제 - Village Of The Damned, 1995

  감독 - 존 카펜터

  출연 - 크리스토퍼 리브, 커스티 앨리, 린다 코즐로브스키, 마이클 페어

 

 

  1960년에 만들어진, 울프 릴라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존 카펜터 감독이 리메이크했다. 존 카펜터 감독은 영화 ‘괴물 the thing'이라든지 영화 ’매드니스 in the mouth of madness'등을 만든 사람이다. 이 두 영화는 진짜, 대박 멋지다. 그러고 보니 두 작품의 감상문이 없는데, 조만간 날 잡아서 다시 보고 적어야겠다.

 

  영화의 줄거리는 원작과 비슷하다.

 

  평화롭던 미드위치에서 마을 축제가 열리는 날, 사람들이 일제히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마을을 중심으로 일정한 거리에 들어서면 무조건 다 잠이 든다. 이상함을 알아차린 정부에서 마을을 통제하며 원인을 알아보려 하지만, 실패한다.

 

  그리고 얼마 뒤 엄청난 사실이 밝혀진다. 갑자기 열 명의 여자들이 단체로 아기를 가진 것이다. 남편이 외국에 나가있거나 아직 미성년인 소녀까지. 엄청난 격론 끝에, 여자들은 출산을 결심한다. 정부의 책임 관리와 물질적 보상을 해주겠다는 달콤한 약속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같은 날, 아홉 명의 아이들이 태어난다. 불행히도 한 명은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렸다. 아이들은 은발을 가진, 무척이나 똑똑하고 자기들끼리 결집력이 강한 아이들로 자라난다. 그들의 능력은 엄청났다. 마인드 컨트롤은 물론이고, 남의 생각 엿보기, 염동력 등등. 남자 여자 짝을 지어 나란히 줄을 맞춰 동네를 활보하는 아이들은 이제 공포의 대상이었다.

 

  아니, 어쩌면 꼬맹이 주제에 남녀 커플로 염장을 지르고 다녀서 싫어한 것일지도……. 짝이 없어 혼자 다니는 남자애의 뒷모습은 어쩐지 어깨가 축 늘어진 것이 안쓰러워보였다.

 

  자기들에게 해가 될 것 같은 어른들을 하나씩 죽여 나가는 무서운 꼬맹이들. 결국 공포에 질린 어른들은 아이들을 죽이겠다고 달려들지만…….

 

  원작과 거의 비슷하게 진행되어갔지만, 늘어난 상영시간답게 이것저것 첨가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심리적 불안감, 그리고 정부 요원의 역할이 덧붙여졌다. 특히 임산부들의 악몽과 갈등이 자세하게 나왔다. 불안하지만 아가에 대한 사랑. 그와 반대로 아빠들이 느끼는, 자기 아이가 아닌 존재에 대한 혐오와 불안감.

 

  또한 전편이 아이들과 어른들의 심리전을 주로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정부와 시민들과의 갈등이 곁들여졌다. 그러면서 스케일이 더 커졌다. 원작에서는 주인공 교수가 아이들을 관리하고 관찰 대상으로 보았다면, 여기서는 정부에서 마을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 그들은 엄청난 비밀을 오랫동안 숨겨오고 있었다. 그리고 통제가 불가능해지자 자기들만 살 궁리를 하고 말이다.

 

  사람을 사람이 아닌 관찰하고 실험할 대상으로 보는 정부. 아이들과 돈을 맞바꾼 어른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점점 기이한 능력을 발휘하는 무서운 아이들. 이렇게 삼파전이 벌어졌다.

 

  어떻게 보면, 아동 학대 영화였다. 낙태를 무조건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감당하지도 못할 거면서 돈이나 과학적 욕심 때문에 무작정 애를 낳다니. 거기에 애들이 좀 자기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태어나면서부터 꺼려하고 무서워하고 더 나아가 죽이려고 하고. 아이들이 더욱 더 자기들끼리만 똘똘 뭉칠 만 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마치 섹스는 좋지만 육아는 자신 없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갖다 버리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은발에 가끔 눈이 초록색이나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초능력을 발휘하는 비슷하게 생긴 아이들 아홉이 길을 걷는다면, 아마 나도 무서워서 피할지도 모른다. 아, 나도 별수 없는 차별주의자인 걸까?

 

  특이한 점을 꼽자면, 짝이 없는 소년의 방황하는 심리를 다루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감정을 약간이나마 느끼고, 조금은 공감하며, 단체에서 일탈행동을 하기도 한다. 같이 있기로 되어있던 소녀의 부재가 그의 정신적 상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추측만 할 뿐이다.

 

  그리고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을 꼽자면 아이들이 애기일 때는 무척이나 귀여웠는데, 크면서 조금 실망스럽게 변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주인공 의사의 딸이 리더인데, 아기일 때는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무척이나 귀여웠다. 자기에게 너무 뜨거운 먹을거리를 준 엄마에게 벌을 주고 씩 웃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그런데 조금 크니 볼이 통통한 것이 잡아당겨주고 싶을 정도였고, 덕분에 장난스런 이미지가 되었다. 마치 생글생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어른들에게 ‘trick or treat!'를 외치는 분위기였다. 원작에서는 차가운 도시 소년이어서, 쌩쌩 찬바람이 불고 무표정하니 무서웠는데!

 

  감독의 성향답게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끼친 어른들은 잔혹하게 죽어나갔다. 특히 아이들과 어른들의 대격돌 장면은 화려하면서 잔인했다. 역시 호러 영화계의 대표적인 감독다웠다.

 

  어느 쪽이 살아남을지 겨뤄보자는 소녀의 말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른 생물을 죽여야 자기들이 살아남는다고 했다. 인간도 다른 생물을 죽여서 식량으로 삼으니 뭐. 언젠가 어떤 종족이 나타나서, 인간을 장난삼아 사냥한다거나 가죽을 벗겨 옷을 만들어 입는다거나 식량으로 삼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 이 영화의 주인공을 영화 ‘슈퍼맨’에서 슈퍼맨 역학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리브가 맡았다. 그의 쌩쌩하고 건장한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2 - 어느 살인마의 가족 이야기 - 아웃케이스 없음
롭 좀비 감독, 말콤 맥도웰 외 출연 / 프리지엠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 - Halloween II, 2009

  감독 - 롭 좀비

  출연 - 타일러 메인, 스카우트 테일러-콤튼, 말콤 맥도웰, 크리스 하드윅

 

 

  할로윈 1편을 리메이크한 작품의 2편. 뭔가 복잡하다. 그러니까 새로운 할로윈 2편이라는 말이다. 감독은 리메이크 1편과 마찬가지로 롭 좀비가 맡았다. 그래서 영화 전반에 흐르는 노래와 영상의 조화는 멋졌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어린 마이클 마이어스는 배역이 바뀌었다. 전편보다 더 귀엽게 생겼지만, 포스는 줄어들었다. 그 점이 제일 아쉬웠다. 전편 아역의 광기어린 공허한 눈빛이 짱이었는데.

 

  마이클 마이어스의 손에서 살아남은 로리.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고, 약을 복용해야한다. 1편에서는 범생이스타일로 살았다면, 이번 편에서는 그냥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욕도 잘 하고, 예전에는 단정한 여고생 패션이었는데 지금은 대충 입고 다니는 그런 분위기. 어쩌면 그게 그녀와 친구들사이에서는 최신 유행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이클에 대한 책과 강연으로 먹고 살던 루미스 박사는 1편과는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전에는 마이클을 잘 돌보지 못한 죄책감이 보였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이 보이지 않는다. 책에다가 로리와 마이클의 가족 관계를 밝히고 말이다. 거기에 그녀의 사진까지! 로리는 몰랐던 사실인데!

 

  한편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살아있는 마이클은, 자살한 어머니의 환상을 보면서 동생 로리를 찾아 헤매는데……. 물론 그 와중에 살인은 기본이다.

 

  2편은 1편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이다. 1편이 그냥 마이클의 어린 시절과 살인 행각을 보여주면서 살인마가 만들어지는지 타고나는 것인지 말하고 있다면, 2편은 이후 살아남은 사람의 정신과 육체가 어떻게 황폐화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 날의 사건 이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술과 약물에 의존하고, 자꾸만 꿈에 나오는 마이클과 엄마 그리고 처참하게 죽어가는 자신에 대한 악몽 앞에서 무너져가는 로리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가 말하고 있다. 강한척하는 게 싫다는 그녀의 절규는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약물의 영향인지 아니면 집안의 유전인지, 로리는 마이클의 살인 환상을 공유한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어린 시절에 마이클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을 죽이는 악몽을 꾼다.

 

  마이클 역시 천사 같은 옷을 입은 엄마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본다. 그리고 엄마의 말대로 동생을 찾아 길을 떠난다. 그에게 엄마는 정신적인 지주였고, 언제나 자신의 옆을 지켜주는 존재이다. 그리고 그가 갈 길을 인도해주는 등불이고. 그래서 그녀가 내린 가족을 되찾으라는 명령을 어길 수가 없다. 그는 절대로 그녀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상하게 로리에게도 엄마와 어린 마이클의 환영이 보인다. 가족이기에 그런 걸까? 가족이기에 서로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신적 감응을 하고 더 나아가 정신병도 공유하는 걸까? 설마 그녀도 마이클처럼 미치는 걸까?

 

  마이클의 환상과 로리의 불안한 심리가 교차되면서, 조금 지루하다가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불안함이 극에 달해 이성을 잃어버린 것 같은 로리를 보면서, 고개를 저을 수도 있다. 영화는 천천히, 하지만 몇몇 장면은 아주 노골적으로 야하고 잔인했다.

 

  마지막 부분에 팝송 ‘Love Hurts’가 흐르는데 눈물이 날 뻔 했다. 상처투성이가 된 로리와 그녀의 멍한 눈동자. 그리고 엄마……. 어쩌면 마이클이 원한 것은 사랑하는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단지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죽여서 그 소원을 이루려고 했기에 문제가 되는 것일지도. 그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알았으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으로 슬픈 가족의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21 | 122 | 123 | 12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