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신이 아니야 - 듀나 연작 소설집 창비청소년문학 53
이영수(듀나) 지음 / 창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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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듀나

 

 

 

  열 한 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수록된 단편집인데수록된 이야기들의 배경 설정이 같고같은 인물이 여러 편에 등장하기도 한다이런 소설을 연작소설 聯作小說이라고 하는데작가 또는 여러 작가가 하나의 주제나 같은 인물로 잇달아 지은 작품을 뜻한다.

 

  이 작품의 기본 배경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의 지구다뜻하지 않은 사고로 초능력을 갖게 된 사람들이 다수 등장하고이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사람과 통제하려는 정부의 대립이 일어난다그중에 배터리라 불리는다른 사람의 능력을 증가시키는 인물들을 소유하려는 싸움이 제일 치열했다각 단편은 그런 상태가 되어버린 지구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차를 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리 모두의 힘은 어느 날 학교에 나타난 역대급 배터리 능력자의 이야기다존재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힘 때문에학교는 혼란에 빠지는데……너무도 매력적인 이야기였다흐름도 그렇고 인물의 성격도 마음에 들었다.

 

  『LK 실험 고등학교 살인 사건 정신감응자를 훈련하는 학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뛰어난 학생들이 모여 있기에모두가 다 의심스럽기만 한데……사건을 해결하는 것보다는배경을 설명하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루카스 에크보리 정신 개조 캠프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재빨리 사교육 사업에 뛰어든 한 남자가 만든 어린이 캠프장이 배경이다처음에는 사기를 치려는 속셈이었지만상황은 그의 통제를 벗어난다그리고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데……이 이야기는 본 내용보다는 사건 이후에 벌어진 일련의 일들이 더 무시무시하게 다가온다역사란아주 사소한 사건 하나하나가 모여서 아주 커다란 사건이 되는 것 같다.

 

  사설 지옥은 연쇄살인마에게 아이들을 잃은 사람들이 나온다처음에는 살인마에게 복수하려는가 싶었는데더 무시무시한 비밀이 숨어있었다연쇄살인마에게 복수하는 방법이 무척이나 멋지고 근사했다초능력자가 내 주위에 있으면 써먹어 보고 싶다이 나라에는그런 처벌을 받아도 마땅한 XX들이 많으니까.

 

  돼지치기 소녀에서는 정신감응이 인간 사이에서만이 아니라돼지 사이에서도 일어나게 된다인간의 지능을 갖게 된 돼지들은우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투쟁을 벌이는데……뭐랄까 돼지들의 최후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고인간은 역시 사악하기 이를 데 없는 존재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어릴 적에는 돼지가 나쁜 존재로 등장하는 작품을 더러 봤는데이 이야기에서는 인간이 더 못됐다.

 

  나비의 집은 뛰어난 배터리 능력을 갖춘 아이를 둘러싼 대립을 다루고 있다아이의 힘을 이용하지만 나름 가족처럼 돌봐주는 집단과 아이의 힘을 독차지하기 위해 사기를 치는 한 재벌이 맞붙는다앞에 등장했던 인물이 다시 나와서 반가웠다송도가 배경인데아직 가보지 않은 동네다나중에 한 번 가봐야겠다.

 

  염력 도시에서는 비밀스러운 실험이 벌어지는 대구가 배경이다누가왜 도시 전체를 두고 실험을 벌이는 걸까대구야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부적응의 끝에서는 배터리의 능력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이들을 배터리의 힘이 닿지 않은 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결말이 허무하면서 동시에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이면 타이탄에서 인류는 우주로 진출한다우주 해적과 싸우다가 타이탄에 불시착한 주인공 일행그런데 이상하다원래 타이탄에 있어야 할 존재들이 보이지 않는다앞선 이야기인 돼지치기 소녀에서 등장했던 돼지들의 이후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돼지도 밟으면 꿈틀이건 아닌가?

 

  『연꽃 먹는 아이들은 배경이 일산이다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사라지고거대한 우주선 같은 것이 나타난다주인공은 사라진 사람들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몰래 우주선에 숨어든다그리고 거기서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되는데……일산에 가봐야겠다이 책을 들고일산을 돌아다니는 거야!

 

  『성인식은 지구에서 벗어난 인류가 등장한다그들은 마침내 기다리던 순간이 다가옴을 알게 된다바로 지구 멸망의 날이 닥친 것이다전에 영국 드라마 닥터 후에서도 지구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기 위해 온갖 외계 종족들이 모인 에피소드가 있었던 것 같다물론 여기는 거기와 달리 평화롭다고 볼 수 있을까?

 

  주요 인물들이라고 볼 수 있는 몇 명의 냉소적이면서 무심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인물의 성격이라고 해야할지화자의 성격이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드라마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한국 드라마로 만들면원작에 없는 러브 라인을 넣을 것 같으니까 흐음그래 미국그것도 넷플릭스에서 만들면 좋겠다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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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의 집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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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alfway House, 1936

  작가 - 엘러리 퀸

 

 

 

 

  뉴저지의 한 호텔에서 엘러리는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던 친구인 을 만난다볼일만 보고 같이 뉴욕으로 가자고 약속했지만뜻밖의 사건이 벌어진다벤과 만나기로 했던 매제 윌슨이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그런데 그의 시체가 발견된 오두막이 이상하다그곳에서 엘러리는 그가 이중생활을 해왔다는 사실을 눈치챈다지난 몇 년 동안 그는 일주일의 반은 벤의 여동생인 루시의 남편인 외판원 조 윌슨으로나머지 반은 뉴욕 사교계의 유명인인 캐서린의 남편인 조지프 김볼로 살았던 것이다경찰은 조지프가 죽기 직전에 자신의 생명보험 수익자를 루시로 바꿨다는 사실을 밝혀내고모든 증거는 루시에게 불리하기만 한데…….

 

  읽으면서 속이 답답해지는 책은 오랜만이었다사건의 설정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완전히 다른 두 여인과 결혼을 하고몇 년 동안 양쪽에 들키지 않게 균형을 맞춰 살던 남자가 살해당한다범인은 누구일까남편의 정체를 알고 배신감을 느낀 두 아내 중의 하나 명일까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걸까게다가 재판 과정이 잘 드러나마치 한 편의 법정소설을 읽는 기분까지 들었다두 부인의 대조적인 태도도 괜찮았고 말이다.

 

  하지만 제일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바로 벤이었다그의 행동이 너무너무 답답했다어쩌면 엘러리 퀸은 로맨스에 약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벤의 캐릭터는 뭔가 이상했다.

 

  왜인지 모르지만그는 사건 현장에서 증거품을 하나 주웠고 그걸 경찰이나 엘러리에게 말하지 않는다대신 그는 그걸 몰래 주인에게 되돌려준다그 주인은캐서린의 딸인 앤드레아였다그러니까 그는 그녀를 처음 보자마자 반해서주요 증거품이 될 수 있는 물건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숨겼다가 돌려준 것이다결국그 때문에 자신의 여동생이 유력 용의자가 되어 감옥에 가고 말이다이런 멍청한……그 때문에 루시가 겪지 않아도 될 일을……다행히 엘러리가 모든 것을 보고 있었으니 망정이지안 그랬으면오빠가 아니라 원수가 될 뻔했다벤이 주요 인물 중의 하나였기에나오는 분량이 많았다그래서 읽다가 흥분하는 때도 많았다어쩐지 벤이 나오는 장면들이 다 화가 나는 내용의 연속이었다그 여자 숨기려다 네 동생이 죽겠거든그 여자 약혼자도 있거든속으로 욕을 해가면서 읽기는 또 오랜만이었다엘러리 퀸이 왜 저런 사람하고 친구를 했었는지 의아했고그렇게 속 터지게 해도 친구라고 도와주는 걸 보고 엘러리는 역시 대인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건의 해결은 엘러리 퀸의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아주 사소한 증거 몇 가지로 진실이 밝혀진다범죄가 발생한 직후최초로 출동하는 경찰의 초동 수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주나는 여전히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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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전 FoP 포비든 플래닛 시리즈 5
듀나 지음 / 알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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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듀나

 

 

 

  SF와 뱀파이어그리고 조선 시대라는 조합에 이끌려 읽기 시작한 책이다물론 일곱 개의 이야기가 담긴 단편집이기에 다른 이야기들은 각각의 조합이 달랐다하지만 그 다른 조합들도 상당히 흥미로웠다기본 배경은 현재가 아닌 미래라는 공통점은 있지만각자 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구부전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인 에피소드이다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선비 집안의 열아홉 먹은 막내며느리가 화자이다병에 걸렸던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며칠 후기이한 일이 벌어진다시아버지가 살아 돌아온 것이다하지만되돌아온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밤에만 활동하고 사람의 피를 빠는뱀파이어가 된 것이다가족은 물론 식솔들까지 하나둘씩 뱀파이어가 되지만막내며느리와 둘째 아들의 쌍둥이만이 살아남았다쌍둥이를 인질로 잡힌 막내며느리는먹이를 구해오라는 시아버지의 명령으로 마을 사람들을 하나둘씩 꾀어내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차분한 어조로 사건의 개요를 얘기하는 막내며느리의 태도에서어떻게 보면 냉소적이면서 한 걸음 떨어져 관조하는 자세까지 느껴졌다. 99칸 대저택의 부자이자 명망 있는 유학자 가문에서가난한 집안 출신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존재였던 그녀였다그랬기에 시댁의 몰락 아닌 몰락을 바라보는 자세에서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던 것일까마지막 그녀의 결정과 행동에 박수를 보냈고상당히 통쾌했다.

 

 

  『추억충은 외계 바이러스가 지구에 퍼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추억충이라는 이름의 이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의 감정을 옮기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다행히 치료약이 개발되었지만그동안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처럼 느끼는 일을 겪어야 한다. ‘윤정은 어느 날자신의 기억과 감정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처방을 받는다하지만 이미 그녀의 감정과 관심은 같은 모임에 있는 사람에게 쏠리는데…….

 

  내 감정과 기억이 내 것이 아니라타인의 것이 섞인 것이라면그건 어쩌면 상당히 기분 나빠지는 경험일 것이다게다가 또 다른 누군가는 내 감정과 기억을 느낄 수 있다는 건상상만으로 끔찍한 일이다이번 이야기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로 나왔지만분노나 살기 같은 게 공유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 무섭다.

 

 

  『왕의 넋은 대체 역사물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교황청은 신성 과학이라는 학문을 발전시켜종교적으로나 정치 사회적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한편 혁명이 일어난 조선에서는 왕을 죽이고새로운 정부 조직이 들어서는데…….

 

  이 이야기는 첫 문장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문을 여니 교황청에서 보낸 정원사 두 명이 현관 앞에 서 있었다.’ 물론 이 정원사가 우리가 생각하는 잔디와 화초를 가꿔주는 그런 정원사는 아니었다교황청의 정원사 이야기가 시리즈로 나와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매력적인 소재였다.

 

 

  『가말록의 탈출은 인간들의 유희 대상이 된 한 외계 종족의 이야기다둥근 물체를 보면 본능적으로 쫓는 이들의 습성을 이용해인간들은 가녹이라는 게임을 만들어낸다외계 행성에서 먼저 인기를 끌다가 지구에서 첫선을 보이는 날예상치도 않은 폭탄 테러가 일어나는데…….

 

  다 읽고 나니어쩐지 마음이 아파지는 이야기였다어떤 존재의 본능을 이용해 자기들의 유희 거리로 삼은 인간이 참 무서웠고본능대로 움직이다가 결국 가질 수 없는 욕망을 품게 된 그 존재는 안타깝기만 했다.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는 핵전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등장한다그들은 과학을 멀리한 채종교가 아닌 종교를 믿으면서 현재에 충실하여 살고 있었다그런데 여기에 대기업 소속의 두 직원이 찾아오면서 문제가 생긴다두 사람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그들에게 온갖 것들그러니까 그들이 멀리했던 과학과 문명에 대해 전파하기 시작했다이에 반발하는 한 촌장이 등장하면서 갈등이 고조되는데…….

 

  이야기를 읽으면서 요즘 중국의 눈치를 보며 우왕좌왕하는 기업들의 모습이 떠올랐다차이나머니 때문인지 아니면 평소의 신념이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과잉대응을 하거나 부당함을 외면하는 그들의 행태가 연상되었다그러니까 다른 이들의 문화나 전통이 망가지건 말건팔아먹기만 된다는 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겨자씨는 인간과 로봇이 사라진 생태계를 복원하는 내용이다얼핏 보면 친환경적이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하지만 그들의 계획에는 누구도 깨닫지 못한 어두움이 도사리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멋진 프로젝트구나좋은 사람들이야!’라며 훈훈함을 느끼면서 책을 읽었다그러나 결말을 보는 순간, ‘안 돼!’를 외치고 말았다왜 그런지는 스포일러가 되니까 패스하겠다하여간 난 그들의 그런 결정에 반대표를 던지겠다제발 그러지 말라고!

 

 

  『안개와 더러운 공기 속에서는 마법과 기사가 있는 판타지와 과학 그리고 꿈이 마구 뒤섞인 묘한 분위기의 이야기다전설로만 전해 내려오는 잠자는 여왕을 깨우기 위한 군대가 파견되었다하지만 그들은 몰랐다거기에는 마법사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는 행복이 누군가에게는 불행이고누가 호접지몽 胡蝶之夢에 빠져있는지 모르는그런 이야기였다그런데 설정은 매력적인데어쩐지 나에게는 다른 이야기들에 비교해서 그냥 그렇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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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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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29 SECONDS, 2018

  작가 - T. M. 로건

 

 

 

 

 

  시간강사인 세라는 일생일대의 위기 상황에 부닥쳐있다남편은 자아를 찾겠다며 다른 여자와 살고 있고, ‘해리와 그레이스’ 두 아이를 기르는 것은 그녀의 몫이었다또한얼마 남지 않은 전임강사 심사는 그녀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하지만 그 무엇보다 그녀를 미치게 하는 것은그녀의 상사인 앨런 러브록’ 교수의 갑질이었다평가를 좋게 해주겠다는 핑계로그는 계속해서 추근대고 성희롱을 일삼았다급기야 그는 세라를 호텔로 끌고 가려고까지 하고그녀가 다 해놓은 프로젝트 성과를 가로채기까지 한다하지만 세라는 그를 섣불리 고소할 수 없었다러브록은 학계는 물론이고 방송국에까지 영향력과 인맥이 뻗어있는전국적으로 유명한 교수이기 때문이다잘못하면 그녀만 매장당할 수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세라는 납치를 당할뻔한 한 소녀를 구해준다소녀의 아버지인 볼코프는 감사의 표시로그녀가 원하는 사람을 하나 제거해주겠노라 제안하는데…….

 

  책을 읽으면서몇 번을 덮었다 펴길 반복했다개 같은아니 개만도 못한 러브록의 추근거림을 차마 계속 볼 수 없었고갈수록 악화하는 세라의 상황에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그런데 후배나 제자에게 성희롱에 갑질을 일삼는 놈의 이름이 러브록이라니내가 아는 사랑이랑 개념이 다르거나이 세상의 사랑이 다 죽어버렸나 보다이름부터 마음에 안 드는 놈이다저 교수라는 XX.

 

  볼코프의 제안에 세라가 갈등하는 데왜 그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나 같으면 신이 나서 러브록 이름을 곧장 댔을 텐데그녀는 며칠을 고민한다내가 너무 비양심적이고 비인간적인 걸까아니면 뒷생각 안 하고 마구 저지르고 보는 타입이라서 그런 걸까하여간 세라가 갈등하는 가운데 러브록의 갑질 횡포의 성희롱은 도를 넘어서고그걸 읽는 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Me Too movement’이 세차게 일어나고 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운동이라고 해서 스포츠를 뜻하는 운동이 아니다그래서 요즘은 ‘The #MeToo Campaign’으로 표기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하여간 저 폭로 중에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이나 성희롱에 관한 폭로도 꽤 많았다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 결과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어떤 사람은 처벌을 받기도 하고또 어떤 사람은 시간이 너무 흘러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기도 했다또 어떤 사람은 자신을 고발한 피해자를 고소하기도 했다한국의 명예훼손에는 사실을 말해도 처벌을 받는이해할 수 없는 규정이 있다.

 

  이 책에서도 러브록을 고소하려고 했던 피해자가 있었다. ‘질리언 아널드라는 사람인데러브록에게 도리어 역습을 당했다그는 대학의 학장과 인사과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권력을 가졌기에그녀는 그들에 의해 성격이상자에 꽃뱀으로 몰려서 학계를 완전히 떠나야 했다그걸 알기에 세라는 러브록의 행동을 외부에 알릴 수가 없었다두 아이를 길러야 하고학계에서 쫓겨나기에는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이 아깝기 때문이다거기다 동료들은 뻔히 알면서도 그녀를 위해 나서주지 않았다세라가 승진에서 떨어지면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싫으면 싫다고 말하고사표를 내면 되지 않아?’라고 물을 수도 있다책에서 세라는 계속해서 거절 의사를 밝히지만러브록은 그게 튕기는 것으로 생각하며 그게 매력이라 더 좋아한다진짜 왜 여자가 싫다고 말하는 게 좋아함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도대체 사람을 대하는 자세특히 이성을 대하는 태도를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다사표에 관한 내용은 위에서 언급했으니 또 얘기하지는 않겠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긴장감 때문인지 아니면 러브록의 횡포에 부글부글 끓어서인지페이지를 마구 넘기기 힘들었다그런데 그러면서도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다어떤 비참함이 세라를 기다릴지 보기는 싫은데또 어떻게 갚아줄지가 기대가 되는 그런 책이었다.

 

  아진짜 러브록 같은 새끼는 이 세상에서 싹 사라져버렸으면 한다. ‘데스노트나 요정 지니가 있는 램프가 절실하게 필요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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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우타노 쇼고 지음, 한희선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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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家守, 2003

  작가 – 우타노 쇼고

 

 

 

 

  밀실 살인사건으로만 이루어진, ‘우타노 쇼고의 단편집이다그러고 보니 내가 읽은 이 작가의 작품은 거의 밀실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었다이 단편집도작정하고 썼는지 5개의 이야기가 모두 밀실 사건을 다루고 있다그런데 그러면서 동시에 읽으면서 '과연 이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이야기도 있었다.

 

  특이하게 각각의 단편에는 두 개의 사건이 들어있었다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데 교묘하게 이어지는 재미가 가득했다역시 1+1은 진리!

 

  『인형사의 집은 두 명의 화자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집주인인 인형사와 어린 시절 그와 인연을 맺었던 주인공이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피그말리온 신화를 좋아한 인형사는 어느 날 자신에게도 그런 기회가 왔었다고 기억한다한편 주인공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그의 집에 놀러 왔다가 인연을 맺게 된다하지만 그 집에서 숨바꼭질하던 중 한 친구가 실종되면서 관계는 끝이 났다그리고 세월이 흘러사라졌던 친구가 발견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데…….

 

  신화와 연관되어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더니갑자기 출생의 비밀이 등장하여 '?'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그런데 그게 또 그럴듯했다과거의 의리보다는 현재의 삶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어쩐지 씁쓸한 뒷맛이 돌았다.

 

 

  『집 지키는 사람은 잠을 자다 사망한 한 여인에 관한 내용이다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을 뜻밖의 사실을 알아낸다토지 수용을 둘러싸고 마을 사람들과 마찰이 있었고오래전에 집 앞에서 유괴당한 여동생이 있었다는 것이다한편햄스터들이 질식사한 채 버려진 사건에 주목한 경찰은 두 사건이 연관되어 있는데 아닐까 추측하는데…….

 

  가정 폭력과 학대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유괴사건의 진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했는데그 속사정은 더 끔찍했다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범인이 사용한 트릭이 과연 가능한지 잘 모르겠다.

 

 

  『즐거운 나의 집』 역시 두 명의 화자가 있다치매에 걸려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젊었을 시절만 기억하는 할아버지와 며칠간 그의 아들 역할을 해달라는 청년이 등장한다자신이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의 아들을 만나 행복한 노인과 어려울 것 없이 돈을 벌 수 있어 좋은 청년하지만 그런 둘의 관계는 노인이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급변하게 되는데…….

 

  읽고 나서 어쩐지 기분이 더러웠다씁쓸하고 개운하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고 얹힌 것 같은 게 하여간 괜히 읽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자기 딸내미 앞날은 중요하고남의 집 아들내미 앞날은 시궁창이냐이 나쁜 XX들아!!

 

 

  『산골 마을은 작가인 형과 매니저인 동생이 우연히 들른 산골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루고 있다외진 곳이라 오가는 사람도 없고그곳에서 태어나면 거의 죽을 때까지 마을을 떠나지 않는그런 곳이었다그런데 도쿄로 떠났다가 십여 년만의 마을로 돌아온 한 남자가 집에서 목을 매 죽은 채 발견되는데.

 

  안타까웠다죽은 사람도 그렇고 범인도 그렇고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건지…….

 

 

  『거주지 불명은 도쿄로 이사 온 부부가 주인공이다남편이 먼저 도쿄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고부인은 친정에서 살다가 나중에 뒤따라 이주를 했다그런데 부인은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이에 남편은 지금 사는 집에 사실 몇 년 전에 살인사건이 있었던 곳이라 고백한다이에 부인은 불안해하는데혼자 집에 있게 된 날 그녀에게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는데……이 단편에는 그 집에서 벌어졌던 살인사건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도 곁들여져 있다그러니까 두 개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장난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결말을 보고 음한편으로는 인과응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좀 불쌍했다너무 대가가 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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