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과 몽상 2 - 스티븐 킹 단편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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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Nightmares and Dreamscapes, 1993

  작가 – 스티븐 킹

 

 

 

 

  스티븐 킹이하 킹느님의 단편집 악몽과 몽상’ 두 번째 책이다지난 1권은 작가가 그동안 써왔던 작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로 가득했다면, 2권은 후훗난 이런 장르도 쓸 수 있지.’라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장마는 우연히 한 마을에 들른 젊은 부부가 겪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마을 사람들은 부부에게오늘만 다른 마을에 가라고 경고한다칠 년에 단 하루그 마을에는 장맛비가 내린다하지만 그건 그냥 평범한 비가 아니었는데……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먹는다는 옛말이 생각났다하지만 어른들도 무작정 아무런 이유 없이 하룻밤만 마을을 떠나라고 말하지만 말고사실대로 얘기하고 피할 방법을 알려주면 좋았을 텐데.

 

  내 귀염둥이 조랑말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시간에 관해 조언을 해주는 내용이었다그런데 할아버지가 예로 들어주는 일화가 좀 심상치 않다과연 어린 손자가 이해할 수 있었을까?

 

  『죄송합니다맞는 번호입니다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이야기였다어느 날집에 걸린 전화로 들리는 겁에 질린 듯한귀에 익은 목소리. ‘케이티는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 위험에 처했을까 불안해하며이리저리 연락하고 찾아간다하지만 그녀가 진실을 알게 되는 건 조금 시간이 지난 뒤였는데……어쩌면 운명을 지배하는 신이 간혹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회를 준다고 해도모든 것을 다 허용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10시의 사람들은 오전 10시만 되면회사 건물 모퉁이에 모여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니코틴의 악영향으로 인한 환각인지 아니면 진짜인지주인공은 자신이 아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상시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데……. ‘존 카펜터’ 감독의 영화 화성인 지구 정복 They Live, 1988’이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크라우치엔드는 한밤중 런던에서 길 잃은 자를 노리는 크툴루의 부름이라는 짧은 설명이 붙어있다말 그대로, ‘러브크래트의 크툴루 이야기를 킹느님의 스타일로 다룬 이야기다낯선 곳에서는 반드시 지도를 챙기고 상대방의 연락처를 확인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요즘엔 지도가 아니라 지도 앱이겠지만.

 

  『메이플 스트리트의 그 집은 새아버지와 살게 된 네 남매의 이야기다왜인지 모르지만 이사한 그 집 벽에서 아이들은 이상한 금속을 발견한다그리고 그게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순간아이들은 엄청난 음모를 꾸미는데……국회의사당의 돔이 열리면서 로봇 태권브이가 나온다는 우스갯소리를 스티븐 킹도 어디선가 들어본 게 분명하다.

 

  다섯 번째 4분의 1에도 레이먼드 챈들러가 네 개의 서명을 쓴다면?’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그러니까 하드보일드 탐정 스타일의 작가가 코난 도일의 추리물을 쓰면 어떻게 되느냐는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다무차별적인 총기 난사와 배신음모그리고 담배 연기가 자욱한 이야기였다.

 

  『의사가 해결한 사건은 스티븐 킹 스타일의 셜록 홈즈’ 이야기였다왓슨이 사건을 해결한 유일한 이야기라고 한다폭력적인 자산가가 죽은 채 발견된다용의자는 재산 분배로 마찰을 빚은 가족하지만 그들에게는 알리바이가 있는데……코난 도일의 레스트레이드 경감보다 스티븐 킹의 레스트레이드 말투가 더 마음에 든다. ‘왓슨도 그렇고 홈즈도 어찌나 시니컬하고 빈정거리는지코난 도일이 지하에서 뭐라고 생각할지 궁금하다나의 홈즈는 그런 말투가 아니라고 화를 낼까 아니면 마음에 든다고 좋아할까?

 

  『클라이드 엄니의 마지막 사건는 사립탐정 클라이드 엄니에게 일어난 이상한 사건을 그리고 있다그날 아침부터 그의 주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그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는데갑자기 한 남자가 나타난다그리고 그는 클라이드에게 자신이 이 소설을 쓴 작가라고 말하는데……스티븐 킹도 책 빙의라든지 차원 이동에 관한 작품을 쓰고 싶었나 보다다만 이고깽판물이나 로맨스판타지가 아니라는 게 다를 뿐.

 

  『고개를 숙여는 유소년 야구 대회에 출전한 한 팀의 이야기다이야기를 읽으면서눈앞에서 야구 경기가 펼쳐지는 것 같은 인상을 받을 정도로몰입감이 뛰어났다하지만 그러면서 불안했다작가가 킹느님이잖아그냥 그렇게 경기에 이기고 끝났다고 마무리 지을 리가 없다고집에 돌아가다가 괴물을 만나거나아니면 과열된 분위기에 코치 하나가 흥분해서 미쳐버리는 거 아니야아니면 홈런을 쳤는데 하늘에서 뭔가 내려오겠지이런 생각을 하느라 어쩐지 더 불안하고 초조했다결말은 직접 확인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브루클린의 8은 고개를 숙여를 연상시키는 이야기아니 시(?)였다야구 경기장에 모여든 관중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작가 해설을 다 읽고 나면맨 뒤에 숨어있던 마지막 이야기가 등장한다바로 거지와 다이아몬드인간은 눈앞의 행운도 못 보고 지나칠 때가 많으니언제나 주위를 잘 둘러보라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싶다원래 처음 든 생각이 있었는데그러니까신성모독이라고 욕먹을 거 같아서 패스하겠다.

 

  킹느님의 분위기가 아닌 듯하면서도 킹느님의 향기가 느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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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과 몽상 1 - 스티븐 킹 단편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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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Nightmares and Dreamscapes, 1993

  작가 – 스티븐 킹

 

 

 

  스티븐 킹이하 킹느님의 12개의 이야기가 수록된단편 모음집이다그것만으로 게임 끝이다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해도 괜찮다하지만 난 배려심 있고 상냥하니까 몇 줄 적어보겠다.

 

  돌런의 캐딜락은 제일 긴 이야기인데한 남자의 은근과 끈기그리고 집념을 그린 작품이다뜻하지 않게 사고로 죽은 아내의 복수를 위해남편은 오랜 세월에 걸쳐 함정을 판다하아진짜 그 과정을 읽으면서 문득 작가의 다른 이야기인 왕자의 비밀 The Eyes of the Dragon, 1987’과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Different Seasons, 1982’이 떠올랐다역시 뭐든 하나만 꾸준히 파면 성공하는 거구나!

 

  난장판의 끝은 전쟁을 비롯한 여러 문제로 넘쳐나는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찾아낸 동생과 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기록하는 형이 등장한다문제는 그 방법이……좋은 게 좋다는 말도 있지만여기서의 방법은 좋다고는 말 못 하겠다.

 

  어린아이들을 허락하라는 어느 초등학교 선생에게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아이들에게 엄격하기로 유명한 교사가 어느 날아이들의 시선에서 이상한 공포를 느끼는데……도대체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그 정체는 무엇일까이제 아이들은 옥수수밭으로 가지 않고학교만 가도…….

 

  나이트 플라이어는 전에 영화로 먼저 접했던전용기를 타고 돌아다니는 흡혈귀의 이야기다그런데영화보다 더 오싹하고 재미있었다특히 후반부의 화장실 장면은상황을 상상할수록 웃음만 나왔다그래흡혈귀도 화장실에 가서 대소변을 보겠지.

 

  『팝시는 아이를 데려다가 팔아먹는 남자가 나온다문제는 그가 이번에 납치한 아이에게는 세계 최강의 경호원이 붙어 있었다는 점이다아이를 팔아먹는다는 점에서 살아있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니죽든지 말든지팝시의 정체가 뭔지 너무 궁금했다.

 

  『익숙해질 거야는 처음 읽을 때는 무슨 얘긴가 의아했다그리고 두 번 읽으면서 놓쳤던 부분이 들어왔고세 번 읽으면서 전반적인 상황이 이해가 갔다하지만 여전히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캐슬록이라는킹느님의 세계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마을이 배경으로 나온다.

 

  움직이는 틀니는 내 마음에 쏙 드는 이야기였다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는 외판원이 주인공이다우연히 들른 가게에서 장난감 틀니를 하나 사고 가는 길에히치하이크를 하는 한 소년을 태우게 된다그런데 소년이 도리어 그를 위협하는데……어쩐지 날 구매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라든지 가랏 틀니몬이번엔 너로 정했다!’ 같은 대사가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헌사는 유명 소설가를 둔한 어머니의 이야기다호텔 청소일을 하던 그녀가 어떻게 아들을 훌륭하게 키웠는지친구에게 털어놓는다그런데 사실 그녀의 육아에는 남모를 비밀이 숨어 있었는데……뭐랄까아들이 작가로의 재능만 물려받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움직이는 손가락은 제목 그대로 커다란 손가락 하나가 세면대에서 튀어나오면서 시작한다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오직 주인공의 눈에만 보이는 손가락주인공은 그 손가락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데……하지만 사람에게는 열 개의 손가락이 있고발가락도 열 개나 있다주인공불쌍하다, ‘아가사 크리스티에게도 똑같은 제목의 장편 소설이 있다.

 

  운동화는 건물의 화장실에서 언제나 보이는 낡은 운동화와 그에 얽힌 괴담을 다루고 있다그런 소문이 그렇게 오랫동안 돌면 신부를 불러서 퇴마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우리나라 같으며 당장에 굿을 하거나 제사를 지냈을 텐데 말이다.

 

  밴드가 엄청 많더군 처음 설정만 보고는 ~’했다이미 오래전에 죽은 유명 밴드와 가수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다면다들 몰려가지 않을까하지만 킹느님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상황을 그렇게 호락호락 쉽게 만들어주지 않는다여기엔 한가지 문제가 있는데……그냥 음악은 집에서 앨범으로만 듣는 걸로!

 

  『가정 분만은 전에 읽은 좀비 앤솔로지 작품인 좀비스 The Living dead, 2015’에서 접했다그래서 여기서는 패스!...인데 내 좀비스 감상문은 어디 있는 거지분명히 적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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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서바이벌 핸드북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강상준 외 옮김 / 프로파간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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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ow to Survive a Horror Movie, 2007

  저자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웹 장르 소설특히 로맨스 판타지물을 즐겨보는 편이다전에는 이계진입물이 대세였다면요즘은 빙의나 회귀가 주를 이루고 있다빙의물 중에는 자기가 재미있게 읽거나 죽기 직전까지 읽던 소설에 빙의하는 작품이 많았다그 설정을 알고 잠시 걱정이 되었다내가 웹 소설을 좋아하지만그것보다 더 좋아하고 더 많이 접하는 건 추리호러스릴러SF판타지 장르니까 말이다그리고 그 장르 작품들은 영화건 소설이건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다로맨스 판타지는 글자로는 좋지만영화로는 안 본다.

 

  그러니까 만약일어날 확률은 번개를 열 번 맞고도 살아난 다음에 연속으로 같은 번호만으로 로또에 오백 번 당첨될 확률이겠지만만에 하나라도 내가 빙의된다면로맨스 판타지보다는 추리호러스릴러SF판타지작품이 확률이 높을 것 같았다이런곤란하다거긴 주인공도 죽어 나가는 살벌한 세계인데오 마이 갓지금까지 봤던 호러스릴러 작품에서 악당들이 벌였던 잔혹하고 끔찍한 범행 현장들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재연된다.

 

  그러다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서바이벌 핸드북이라니공포 영화라니저자의 이름을 보니 익숙하다바로 소설 뱀파이어 헌터에이브러햄 링컨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2010’과 소설 오만과 편견그리고 좀비 Pride and Prejudice and Zombies, 2009’의 작가였다원작이 있는 작품이나 유명인의 일대기를 마구 바꾸어버렸는데그게 또 설득력이 있고 재미있는 소설을 쓴 사람이었다그렇다면 이 책도 괜찮겠지아주 조금 기대를 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갑자기 공포 영화 속에 떨어졌을 때살아남을 확률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마음에 든다위에서도 말했지만내가 주로 보는 영화는 추리호러스릴러 장르다피와 살점이 튀고주인공의 생명도 안전하지 않으며 다양한 하위 장르로 나뉜다예를 들면호러스릴러물도 마구잡이로 죽이는 슬래셔물이나 악마나 악령이 등장하는 종류좀비 같은 언데드물늑대인간이나 뱀파이어같은 인간이 아닌 존재가 나오는 작품 그리고 차나 집 또는 인형에 귀신이 들린 것으로 나뉜다그리고 또 각각의 장르는 또 캐릭터의 특징에 따라 또 나뉘고……하아복잡하다.

 

  그 때문에 우선 어떤 장르의 영화 속에 들어왔는지 판단하는 법을 알려주고그런 작품들의 특징을 설명해준다당연하다내가 처해있는 상황을 빨리 파악해야 한다여기가 전기톱을 휘두르는 놈이나 광대 또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나 똘똘한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나오는 곳인지아니면 악마의 자식이 자라고 있는 마을인지그것도 아니면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나돌아다니는 곳인지 알아야 한다또한현대인지 중세인지 그것도 아니면 마법이 존재하는 시간대인지 확인도 해야 한다.

 

  그리고 각각의 장소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살아남을 수 있을지구체적이고 명확한 방법을 제시한다예를 들면 여름방학 때 캠핑장이나 여행을 가면 살인마가 돌아다니는 게 만국 공통의 법칙이니까 그냥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봐라’ 같은 거그리고 유령의 집으로 확인되면 그냥 밖으로 나오고 다시 들어가지 마라’ 등등또한인형이 공격해와도 당황하지 말고 체격의 차이를 이용해서 밟아주라는 충고까지 잊지 않는다그래맞는 말이다내 키의 오분의 일도 되지 않는 인형이 칼을 들고 아장아장 걸어오는데 왜 반격도 못 하는지 이상했다물론 그 인형이 초능력을 쓴다면 문제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책은 상당히 유쾌했다물론 어떤 상황에서는 그냥 죽을 수밖에 없지만그래도 나름 희망적이었다지금까지 추리호러스릴러SF판타지를 즐겨봤던 사람이라면읽으면서 맞아 그러면 살 수 있지라든지 나도 그게 이상했어!’ 또는 맞아맞아그런 애들은 피해야지.’라고 공감할 수 있다.

 

  개인적인 소망이라면저자가 공포 영화 말고 공포 소설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다룬 책도 내주면 좋겠다특히 일본 공포 소설……그런데 문득 든 의문내가 주로 보는 작품들은 거의 외국 것인데거기 떨어지면 빙의자 내지는 차원이동자 버프로 외국어를 저절로 잘 하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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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탐정 이상 4 -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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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

  작가 – 김재희

 

 

 

 

  ‘이상과 구보의 사건 기록지 네 번째 이야기다물론 사건의 해결은 이상이 하고구보는 같이 다니면서 조수 역할을 한다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이상을 대신해거의 모든 사건에서 구보는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이번에는 여덟 개의 사건이 수록되어있다.

 

  『주인 없는 양복은 한 양복에 얽힌 이야기다유명 영화감독이 죽기 전에 맞춘 건데죽은 사람의 옷이라 아무도 사가지 않았다아무것도 모른 구보는 저렴하게 팔기에 샀는데이후 악몽에 시달린다이상과 구보는 영화감독의 죽음에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데……갑자기 토요미스터리 풍이라 조금 놀라웠던 이야기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 작품이다.

 

  『군산의 보물창고는 커다란 창고에 조선의 여러 보물을 소유하고 있던 의뢰인은밀실 상태에서 사라진 병풍을 찾아달라 부탁한다그런데 사건을 조사하면서두 사람은 이 집에 얽힌 또 다른 비밀을 알게 되는데……있는 사람이 더하다는 말이 생각났다그리고 끼리끼리 논다는 말도언제나 희생되는 건 약자라는 사실에 더없이 침울해지는 이야기였다.

 

  『고래의 꿈은 우편국의 화장실에 이상과 구보 두 사람을 향한살려달라고 적힌 낙서로 시작한다낙서에 적힌 곳을 찾아간 두 사람은그걸 적었다 추정되는 사람이 오래전에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그의 마지막 행적을 좇던 둘 앞에 이상한 조직이 하나 나타나는데……이번 사건은 진짜 화가 났다세상에는 존재해서는 안 될사람이라고 부르기 싫은 것들이 존재한다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고 도구로 보는 것들은 진짜 싹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백운산장의 괴담은 등산길에 만난 사람들이 각자 겪었던 기이한 일을 얘기하는 내용이다하지만 그 이야기 뒤에는 엄청난 비밀이 있었는데짧지만은근히 재미있었다등산이라니이상은 내 취향이 아닌 거로.

 

  『조선미인보감 살인사건은 연쇄 기생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기생이지만 경성방송국의 전속 가수로 활약하는 이들이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연이어 죽은 채로 발견되고 있었다이상과 구보는 또 다른 희생자가 나타나지 않기 위해 용의자들을 조사하는데……. ‘고래의 꿈과 더불어 읽으면서 화가 났던 이야기다인권이란 뭔지 생각할 계기를 주면서사람 위에 사람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카프 작가의 실종은 일본 정치인 암살이라는 누명을 쓴 작가의 실종에 얽힌 이야기다그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차이나타운의 유명 청요릿집 주위를 수소문하던 이상과 구보그러던 중그들은 묘한 이야기를 듣는데……내 새끼가 소중하면남의 새끼도 소중한 법이다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생각하지 못한다.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는 사교 클럽에서 일어난 질식사건을 다루고 있다명문가 부인과 신흥 부잣집 부인을 중심으로클럽은 두 계파로 나뉘어 갈등을 일으키고 있었다그러던 중한 부인이 클럽에서 내온 떡을 먹다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클럽 주인은 이상과 구보에게 그 사건을 조사해달라고 부탁하는데……사건의 진상은 의의로 간단한데뒤에 얽힌 이야기는 복잡했다그리고 그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생각하면 뒷맛이 씁쓸했다.

 

  『극장 주임변사의 죽음는 유명 변사가 극장 단성사에서 목을 매 죽은 채 발견되면서 시작한다이상과 구보는 그가 예전에 마약 사건을 일으켰다는 사실에 주목한다그런데 연이어 또 다른 극장 관계자가 죽는 사건이 일어나는데……마약은 좋지 않다내 몸에도내 대인 관계에도그리고 내 염치와 자존심에도.

 

 

  두 사람이 다루는 사건은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었다거의 모든 범죄의 원인은 사랑과 이라고 하지만여기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굳이 따지고 들어가면 사랑과 돈에 해당한다고 우길 수도 있지만어떤 사건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던 증오의 표출일 수도 있었고또 다른 사건은 단지 피해자보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이기도 했다그런 요인들이 일제 강점기라는 혼란한 시대상그러니까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일본의 착취는 심화하며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가 극명하게 벌어지던그런 상황과 맞물리면서 어딘지 모르게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과학과 미신그리고 관습이 뒤섞이고친일파와 독립군 그리고 방관자들이 공존하며살아야 한다는 의지와 동시에 모든 것을 포기한 허무주의까지 떠도는그런 묘한 분위기 말이다어쩌면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2권과 3권에서 큰 줄기를 이루었던 백색교가 이번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대신 비밀 결사가 하나 등장하는데상당히 의심스럽다앞으로 두 사람을 꽤 괴롭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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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얼굴의 여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5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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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黑面, 2016

  작가 – 미쓰다 신조

 

 

 

 

  2차 대전이 끝난 후, ‘모토로이 하야타는 목표를 잃고 방황한다전쟁 때는 일본과 만주 그리고 한국까지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국가를 꿈꿨지만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이었다마침내 그는 탄광에서 광부로 일하며일본의 재건에 보탬이 되겠다고 결심한다우연히 만난 아이자토 미노루의 소개로그는 한 탄광에서 일하게 된다갱도가 무너지지 않을까하는 불안함과 힘든 일에 따른 피로가 누적되던 어느 날갱도가 무너지고 광부 한 사람이 갇히는 사고가 일어난다그리고 광부들이 하나둘씩 목을 매 죽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산마처럼 비웃는 것 山魔うもの, 2008’에서 처음 알게 되어한동안 열심히 읽었던 작가 미쓰다 신조의 신작이다이 작가의 책은 읽으면서 슬쩍 뒤를 돌아보고다 읽고 주변을 둘러보고자기 전에는 엄마랑 잘까 말까 고민하게 하고혼자 자려고 누웠을 때는 저절로 이불을 뒤집어쓰게 만드는기이하고 어쩐지 오싹함을 주는 작품들이었다.

 

  작가의 다른 시리즈그러니까 도조 겐야 시리즈나 집 시리즈는 일본 전통적인 관습이나 풍습미신 등이 잘 녹아 있었다특히 도조 겐야 시리즈는 일본의 무속 신앙을 아주 무시무시하게 그려내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일본하면 호러가 자동적으로 연상될 정도였다그런 이유로 이번 신작은 또 어떨지 궁금했다이번에도 엄마랑 자야할 정도일까?

 

  가능하면 스포일러를 쓰지 않고 감상을 적으려고 하지만 그게 꼭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이 작품도 그런 경우였다이 책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말해야 하는데그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100%는 아니지만, 50%는 될 것 같다따라서 원하지 않으면 여기서 읽는 것을 멈추는 게 좋다.

 

 



***스포 방지선*****

 



 

***미리 경고했음*****

 

 



  이 책은,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강제 징용에 끌려간 조선인들이 당한 고통스러운 나날들이 담겨있다일본의 거짓말에 속아 강제로 탄광에 끌려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가며 조국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던하지만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컴컴한 갱도 속에서 죽어간 이들의 한이 드러나 있다또한 그들을 가혹하게 대한 일본인뿐만 아니라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일본의 앞잡이가 된 이들에 대해서도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살로 꾸며져 죽은 이들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언제가 돼야 전쟁이 끝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책 속에서는 전쟁은 진행 중이었다.

 

  화해를 암시하면서 끝나는 결말을 보자니뭔가 기분이 그냥 그랬다하야타가 진범을 놓아주면서 둘이 화해하는 장면은뭐랄까……가해자가 자기가 저지른 과오를 털어놓은 다음 피해자의 범죄를 눈감아주고둘이 악수를 하면서 화해했다고 하면……그게 훈훈한 결말이 되는 걸까?

 

  물론 일본 정부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2차 대전 당시 식민지국들에게 한 만행을 일본 작가가 적나라하게 글로 표현하면서그 일들이 잘못이었다는 뉘앙스로 서술한 건 놀라운 일이다일본에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가 있다면아마 그 명단에 오르지 않았을까하는 우려도 살짝 들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의 결말이 과연 진정한 화해를 보여주는지는 잘 모르겠다내가 느끼기에는 우리가 너희 사람들 데려다가 가혹한 짓 많이 했어그건 미안해그런데 너도 우리 사람들 죽였잖아그러니까 살인은 눈감아줄 게지난 일들은 여기서 묻자.’ 이런 분위기였는데 말이다그래도 가해자라는 걸 인식하고 있는 사람을 하나 알았다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이런 식으로 하나둘씩 진실을 알아가는 거겠지.

 

  이번 작품은 다행스럽게도 전과 달리 뒤를 돌아보지도엄마와 잘까말까 고민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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