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탐정 이상 4 -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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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

  작가 – 김재희

 

 

 

 

  ‘이상과 구보의 사건 기록지 네 번째 이야기다물론 사건의 해결은 이상이 하고구보는 같이 다니면서 조수 역할을 한다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이상을 대신해거의 모든 사건에서 구보는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이번에는 여덟 개의 사건이 수록되어있다.

 

  『주인 없는 양복은 한 양복에 얽힌 이야기다유명 영화감독이 죽기 전에 맞춘 건데죽은 사람의 옷이라 아무도 사가지 않았다아무것도 모른 구보는 저렴하게 팔기에 샀는데이후 악몽에 시달린다이상과 구보는 영화감독의 죽음에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데……갑자기 토요미스터리 풍이라 조금 놀라웠던 이야기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 작품이다.

 

  『군산의 보물창고는 커다란 창고에 조선의 여러 보물을 소유하고 있던 의뢰인은밀실 상태에서 사라진 병풍을 찾아달라 부탁한다그런데 사건을 조사하면서두 사람은 이 집에 얽힌 또 다른 비밀을 알게 되는데……있는 사람이 더하다는 말이 생각났다그리고 끼리끼리 논다는 말도언제나 희생되는 건 약자라는 사실에 더없이 침울해지는 이야기였다.

 

  『고래의 꿈은 우편국의 화장실에 이상과 구보 두 사람을 향한살려달라고 적힌 낙서로 시작한다낙서에 적힌 곳을 찾아간 두 사람은그걸 적었다 추정되는 사람이 오래전에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그의 마지막 행적을 좇던 둘 앞에 이상한 조직이 하나 나타나는데……이번 사건은 진짜 화가 났다세상에는 존재해서는 안 될사람이라고 부르기 싫은 것들이 존재한다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고 도구로 보는 것들은 진짜 싹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백운산장의 괴담은 등산길에 만난 사람들이 각자 겪었던 기이한 일을 얘기하는 내용이다하지만 그 이야기 뒤에는 엄청난 비밀이 있었는데짧지만은근히 재미있었다등산이라니이상은 내 취향이 아닌 거로.

 

  『조선미인보감 살인사건은 연쇄 기생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기생이지만 경성방송국의 전속 가수로 활약하는 이들이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연이어 죽은 채로 발견되고 있었다이상과 구보는 또 다른 희생자가 나타나지 않기 위해 용의자들을 조사하는데……. ‘고래의 꿈과 더불어 읽으면서 화가 났던 이야기다인권이란 뭔지 생각할 계기를 주면서사람 위에 사람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카프 작가의 실종은 일본 정치인 암살이라는 누명을 쓴 작가의 실종에 얽힌 이야기다그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차이나타운의 유명 청요릿집 주위를 수소문하던 이상과 구보그러던 중그들은 묘한 이야기를 듣는데……내 새끼가 소중하면남의 새끼도 소중한 법이다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생각하지 못한다.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는 사교 클럽에서 일어난 질식사건을 다루고 있다명문가 부인과 신흥 부잣집 부인을 중심으로클럽은 두 계파로 나뉘어 갈등을 일으키고 있었다그러던 중한 부인이 클럽에서 내온 떡을 먹다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클럽 주인은 이상과 구보에게 그 사건을 조사해달라고 부탁하는데……사건의 진상은 의의로 간단한데뒤에 얽힌 이야기는 복잡했다그리고 그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생각하면 뒷맛이 씁쓸했다.

 

  『극장 주임변사의 죽음는 유명 변사가 극장 단성사에서 목을 매 죽은 채 발견되면서 시작한다이상과 구보는 그가 예전에 마약 사건을 일으켰다는 사실에 주목한다그런데 연이어 또 다른 극장 관계자가 죽는 사건이 일어나는데……마약은 좋지 않다내 몸에도내 대인 관계에도그리고 내 염치와 자존심에도.

 

 

  두 사람이 다루는 사건은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었다거의 모든 범죄의 원인은 사랑과 이라고 하지만여기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굳이 따지고 들어가면 사랑과 돈에 해당한다고 우길 수도 있지만어떤 사건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던 증오의 표출일 수도 있었고또 다른 사건은 단지 피해자보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이기도 했다그런 요인들이 일제 강점기라는 혼란한 시대상그러니까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일본의 착취는 심화하며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가 극명하게 벌어지던그런 상황과 맞물리면서 어딘지 모르게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과학과 미신그리고 관습이 뒤섞이고친일파와 독립군 그리고 방관자들이 공존하며살아야 한다는 의지와 동시에 모든 것을 포기한 허무주의까지 떠도는그런 묘한 분위기 말이다어쩌면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2권과 3권에서 큰 줄기를 이루었던 백색교가 이번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대신 비밀 결사가 하나 등장하는데상당히 의심스럽다앞으로 두 사람을 꽤 괴롭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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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얼굴의 여우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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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黑面, 2016

  작가 – 미쓰다 신조

 

 

 

 

  2차 대전이 끝난 후, ‘모토로이 하야타는 목표를 잃고 방황한다전쟁 때는 일본과 만주 그리고 한국까지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국가를 꿈꿨지만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이었다마침내 그는 탄광에서 광부로 일하며일본의 재건에 보탬이 되겠다고 결심한다우연히 만난 아이자토 미노루의 소개로그는 한 탄광에서 일하게 된다갱도가 무너지지 않을까하는 불안함과 힘든 일에 따른 피로가 누적되던 어느 날갱도가 무너지고 광부 한 사람이 갇히는 사고가 일어난다그리고 광부들이 하나둘씩 목을 매 죽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산마처럼 비웃는 것 山魔うもの, 2008’에서 처음 알게 되어한동안 열심히 읽었던 작가 미쓰다 신조의 신작이다이 작가의 책은 읽으면서 슬쩍 뒤를 돌아보고다 읽고 주변을 둘러보고자기 전에는 엄마랑 잘까 말까 고민하게 하고혼자 자려고 누웠을 때는 저절로 이불을 뒤집어쓰게 만드는기이하고 어쩐지 오싹함을 주는 작품들이었다.

 

  작가의 다른 시리즈그러니까 도조 겐야 시리즈나 집 시리즈는 일본 전통적인 관습이나 풍습미신 등이 잘 녹아 있었다특히 도조 겐야 시리즈는 일본의 무속 신앙을 아주 무시무시하게 그려내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일본하면 호러가 자동적으로 연상될 정도였다그런 이유로 이번 신작은 또 어떨지 궁금했다이번에도 엄마랑 자야할 정도일까?

 

  가능하면 스포일러를 쓰지 않고 감상을 적으려고 하지만 그게 꼭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이 작품도 그런 경우였다이 책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말해야 하는데그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100%는 아니지만, 50%는 될 것 같다따라서 원하지 않으면 여기서 읽는 것을 멈추는 게 좋다.

 

 



***스포 방지선*****

 



 

***미리 경고했음*****

 

 



  이 책은,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강제 징용에 끌려간 조선인들이 당한 고통스러운 나날들이 담겨있다일본의 거짓말에 속아 강제로 탄광에 끌려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가며 조국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던하지만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컴컴한 갱도 속에서 죽어간 이들의 한이 드러나 있다또한 그들을 가혹하게 대한 일본인뿐만 아니라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일본의 앞잡이가 된 이들에 대해서도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살로 꾸며져 죽은 이들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언제가 돼야 전쟁이 끝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책 속에서는 전쟁은 진행 중이었다.

 

  화해를 암시하면서 끝나는 결말을 보자니뭔가 기분이 그냥 그랬다하야타가 진범을 놓아주면서 둘이 화해하는 장면은뭐랄까……가해자가 자기가 저지른 과오를 털어놓은 다음 피해자의 범죄를 눈감아주고둘이 악수를 하면서 화해했다고 하면……그게 훈훈한 결말이 되는 걸까?

 

  물론 일본 정부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2차 대전 당시 식민지국들에게 한 만행을 일본 작가가 적나라하게 글로 표현하면서그 일들이 잘못이었다는 뉘앙스로 서술한 건 놀라운 일이다일본에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가 있다면아마 그 명단에 오르지 않았을까하는 우려도 살짝 들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의 결말이 과연 진정한 화해를 보여주는지는 잘 모르겠다내가 느끼기에는 우리가 너희 사람들 데려다가 가혹한 짓 많이 했어그건 미안해그런데 너도 우리 사람들 죽였잖아그러니까 살인은 눈감아줄 게지난 일들은 여기서 묻자.’ 이런 분위기였는데 말이다그래도 가해자라는 걸 인식하고 있는 사람을 하나 알았다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이런 식으로 하나둘씩 진실을 알아가는 거겠지.

 

  이번 작품은 다행스럽게도 전과 달리 뒤를 돌아보지도엄마와 잘까말까 고민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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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아리아
곽재식 지음 / 아작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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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곽재식






  아홉 개의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SF 단편집이다. 기발한 상상력도 상상력이지만, 과학적인 설명이 다수 들어있는 게 특징이다. 음, 저자의 약력을 보니 이과출신이다. 그런 거였군!



  『숲 속의 컴퓨터』는 주인공이 폴란드의 어느 시골 외딴 숲에서 발견한 인공지능컴퓨터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 컴퓨터와 이를 따를 것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주인공. 스스로 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보면서, 스카이넷의 결성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망상을 해본다. 아, 나도 돈 벌게 해준다는 컴퓨터 만나고 싶다!



  『박승휴 망해라』는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의 뇌를 판 한 남자의 과거 회상으로 시작한다. 상대방은 신경도 쓰지 않는데 혼자 라이벌로 생각한 '박승휴'를 이기겠노라 평생을 바친 주인공. 그는 아무도 해내지 못한 우주 정복을 해보겠다고 결심하는데……. 걷는 놈 위에 뛰는 놈이 있고 또 그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이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어쩐지 불쌍해 보이는 주인공이었다.



  『토끼의 아리아』의 주인공이 바에서 만난 사람에게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 그는 한국의 한 CPU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다른 기업에 회사 기밀을 팔아넘기려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다. 하지만 이건 거대한 음모였으니……. 읽으면서 대기업과 정부의 만행과 여론몰이를 하는 언론, 그리고 거기에 놀아나는 대중의 무능함에 화가 나는 이야기였다. 현재도 있을 법한 이야기라 더 그런 모양이다. 하아, 진짜 이런 일은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고, 현실에서는 안 일어나면 좋겠다.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박흥보 특급』는 고전 ‘흥부와 놀부’를 패러디한 작품인 것 같다. 망할 것 같은 아이디어에 투자를 해준다는 얘기에 솔깃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과연 제비 다리를 고쳐주면, 나중에 돈이 들어있는 박 씨를 물어다 주는 걸까? 너무도 유쾌한 결말이었다. 어디 다리 다친 제비 한 마리 없나 찾아봐야겠다.



  『흡혈귀의 여러 측면』에는 ‘토끼의 아리아’의 주인공이 유네스코 감사원으로 등장한다. 여기서는 연구비를 횡령하는 교수가 주인공이다. 횡령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뉴스에 등장하는 여러 비리 사건이 떠올랐다. 하여간 세상은 넓고 나쁜 놈은 엄청 많다.



  『빤히 보이는 생각』은 어느 날 옛사랑의 방문을 받은 남자가 주인공이다. 오랜만에 연락한 그녀는, 자신을 빠른 시간 내에 멍청하다는 판정을 받도록 도와달라고 얘기하는데……. 어쩐지 ‘토끼의 아리아’와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는데, 해결 방법은 달랐다.



  『로봇복지법 위반』은 로봇이 보편화된 시대가 배경이다. 어느 순간부터 로봇에도 감정이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로봇의 복지에 관한 법이 제정된다. 이 때문에 감정이 있는 로봇이라는 판정을 받으면, 무차별적 폐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주인공 로봇은 그 판정을 받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데……. 감정이 있는 구형 로봇을 폐기하기 위해, 성능이 떨어지는 신형 로봇을 만들어낸다는 게 너무 아이러니했다. 같은 로봇끼리 파괴해야하니, 감정을 없애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라고 해야 할까? 게다가 압박면접을 받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주인공 로봇을 보면서, 인간보다 더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로봇은 왜 살아남고 싶었을까? 마무리가 통쾌했다.



  『4차원 얼굴』은 사고로 시력을 잃은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노인이 등장한다. 그 친구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본 것을 남에게 알려주기 위해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4차원의 그림을 남기게 되는데……. 사실 프로그램 응용이야기가 나오는 순간부터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뼛속까지 문과에게는 너무 어려웠다.



  『조용하게 퇴장하기』는 지구가 멸망하는 날이 정해진 미래가 배경이다. 이때부터 잔기, 그러니까 지구가 사라지는 날을 카운트 다운하는 연도를 사용한다. 이후 모든 것은 바뀌었다. 아이를 낳지 않으니 관련 사업, 예를 들면 산부인과를 시작으로 소아과, 어린이집, 학교 등등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데……. 어쩐지 생각하면 암울한 미래였다. 하지만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기도 했다. 과연 그런 상황이 되면, 난 어떤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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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유모 FoP 포비든 플래닛 시리즈 4
듀나 지음 / 알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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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듀나

 

 

 

듀나의 단편집이다전에 리뷰를 적은 구부전과 비슷한 시기에 나왔는데이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지구와 다른 별과거와 미래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건들이 펼쳐지고 있다그런데 읽다 보면어쩐지 현대를 교묘하게 풍자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대리전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다인간 숙주에 정신을 이동시켜 지구를 여행하는 외계인들이 많아진 미래주인공은 그런 외계인 여행객을 안내하는 에이전트로 일하고 있었다어느 날 두 여행객이 여행사를 방문하는데사실 그들은 지구를 공격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었다그들이 지구에서 노리는 것은 과연 무얼까?

 

처음에는 왜 제목이 대리전일까 싶었는데끝까지 읽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럭비 경기아니 우주 전쟁소박한 거 같은데 은근히 스케일이 컸다한국은 미래에서도 다른 나라의 대리전이 벌어지는 장소가 될 운명이었단 말인가!

 

 

사춘기여안녕은 뇌시술을 통해 감정 조절이 가능해진 시대가 배경이다사춘기는 사라지고아이들은 자신의 재능을 완벽히 발휘할 수 있게 된다또한어른들의 바람대로 집중력 있고 차분하며 감정의 변화 따위는 느끼지 않는 아이가 된다주인공은 아빠의 반대로 유일하게 시술을 받지 않았다이에 소년은 아빠의 판단에 따르지 않기로 하는데…….

 

분노 조절이 가능함에 따라 차분해지고 집중력이 좋아지며자신의 숨겨진 재능까지 파악하여 진로를 정할 수 있다니이건 완전 좋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만약 그런 시술이 가능하다면나에게 아이가 있다면난 어떤 선택을 내릴까그런데 나노봇을 뇌에 이식한다면그건 내 의지일까 나노봇의 의지일까?

 

 

미래관리부는 어느 순간미래에서 온 후손들이라는 자들이 청각장애인을 통해 현재에 연락해온다그들은 역사를 완성하겠다며 현재의 일에 사사건건 개입을 한다이후사람들은 뭔가를 하겠다는 의지를 상실한다어차피 후손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다 잘 될 테니 말이다그런데 이에 반대하는 자들이 등장하는데…….

 

과연 그들이 미래에서 온 후손들인지 의문이 들었다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대로 현재의 우리가 움직인다면그건 현재를 사는 걸까 미래를 사는 걸까내가 뭔가를 이루어간다는 성취감이 사라진 사람들이 삶에 대한 의지를 잃어가는 것도 이해가 갔다그건 뭐랄까미래를 움직이는 원동력을 위한 에너지를 만드는마치 배터리가 된 기분이 아닐까?

 

 

수련의 아이들은 LK 생물공학연구소에서 청소를 하는 수련의 이야기다우연히 연구소에서 만든 액체를 뒤집어쓰게 된 수련이후 그녀의 신체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데…….

 

LK라는 이름이 낯익다그렇다. ‘아직은 신이 아니야에서 어떻게 보면 악의 축으로 등장했던 기업이다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온갖 이상하고 위험한 일을 하고 있었다.

 

 

평형추에서도 LK 그룹이 등장한다대외업무부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우연히 최강우라는 신입사원을 눈여겨보게 된다왜인지 모르지만그는 죽은 회장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그를 조사하던 주인공은놀랄만한 비밀을 알게 되는데…….

 

이 시대에는 이라는 것을 뇌에 이식할 수 있다고 한다어떤 웜을 이식하느냐에 따라 그것의 활용도는 다양하다문제는 최강우가 이식받은 웜에 있었다그걸 다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테니 패스하여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고부처님 손바닥 위라는 말이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각자의 시간 속에서는 시간 여행이 가능해져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시간대로 오갈 수 있는 때가 배경이다. ‘시간인이라 불리는 그들은 다양한 시간대를 다니며침략하기도 하고 문물을 전달하기도 하고 때로는 신을 창조하기도 했다그리고 그때마다 시간선이 꼬이면서 다양한 분기점을 만들어내는데…….

 

뭔가 복잡하다는 기분이 드는 이야기였다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꼬이는 것이역시 시간 여행은 어렵다는 느낌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나 미래의 나를 만나면진짜 나는 누구일까모든 시간대에 있는 내가 다 진짜일까?

 

 

두 번째 유모의 배경은 해왕성이다. ‘아버지라 불리는 인공지능들의 전쟁이 있은 후, ‘어머니라 불리는 인공지능이 인간과 비슷한 신인류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었다아이들을 돌보며 어머니와 소통하던 가을 이모가 사망한 이후, ‘서린이라는 여인이 화성에서 도착한다그리고 그녀는 아버지의 침략에 맞설 준비를 하는데…….

 

보호하고 건설하는 어머니와 파괴하고 살육을 즐기는 아버지라……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이상한 믿음에 휩쓸리지 않고 양서류를 연상시키는 인간의 외모를 가진 아이들인간의 미래란 어떤 걸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인간이 다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과연 지금의 이 겉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인간을 인간이라 결정짓는 건 어떤 요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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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에서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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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Elevation, 2018

  작가 - 스티븐 킹




  어느 날부턴가 ‘스콧’에게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매일 일정하게 몸무게가 줄어들고 있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없고, 옷을 입건 아령을 들건 무게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그런 기이한 일이었다. 은퇴한 의사 ‘밥’에게 상담을 해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결국 스콧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대신 그는 동성 커플이라는 이유로 마을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옆집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데…….


  ‘스티븐 킹의 작품에서 전에 없던 상냥함’이라는 문구가 띠지에 적혀있다. 그걸 보고 처음 든 생각은, 그게 말이 되냐는 의문이었다. 어쩌면 일반적인 상냥함과는 다른, 그런 상냥함을 말하는 게 아닐까하는 추측도 해보았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진짜 상냥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 뒷면에는 잔혹하고 끔찍한 상황이 숨어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분위기는 따뜻하고 긍정적이고 상냥했다. 어떻게 스티븐 킹의 책에서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어쩌면 스콧이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상태에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려고 했기에 그런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사는 ‘캐슬록’은 스티븐 킹의 작품 세계에서 중심이 되는 동네로, 온갖 사악한 존재들이 들끓고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기에 또 다른 특징이 붙었는데, 동성 커플을 꺼린다는 점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드러내지만 않으면 괜찮은데, 그걸 밝히면 문제가 된다.’라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스콧은 달랐다. 그게 뭐가 문제냐는 태도로, 마을 사람들의 태도에 상처받은 옆집 커플을 위로하려고 했다. 스콧은 밥과 함께 그들의 식당에 가기도 하고, 동네 마라톤에 함께 참가하여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마침내 옆집 커플과 닥터 밥 부부에게 자신의 비밀을 공개할 정도로 사이가 좋아진다. 그 과정은 무척이나 훈훈하고 따뜻했다. 그리고 스콧이 최후의 결단을 내리고 그걸 실행에 옮기는 과정 역시 무척이나 긍정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물론 그의 마지막 여정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끔찍하고 두려울 것 같지만, 스콧은 특유의 긍정적 마인드로 헤쳐 나간다. 그의 친구들 역시 슬프지만,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행복을 빌어준다.


  그런 전반적인 분위기가, 지금까지 스티븐 킹의 작품에서 느꼈던 오싹함이나 공포를 묻어버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니까 그의 작품에서 시련을 겪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의 인물들은 그런 여지가 하나도 없었다. 그들에게는 순간 순간이 슬프지만 의미 있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은 매번 두툼한 분량으로 사람들에게 뿌리 깊은 공포와 그걸 이겨내려고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들려줬다. 그런데 이번에는 얇은 분량으로 혐오를 이겨내는 과정의 공포 대신, 이해와 사랑에 대한 작품을 내놓았다. 나이가 있으셔서 그런가……. 뜻하지 않게,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책의 뒤표지에 ‘경장편소설’이라는 말이 눈에 띄었다. 학교에서 소설의 길이로 분류할 때, ‘단편’과 ‘중편’ 그리고 ‘장편’과 ‘대하소설’로 배운 기억이 있다. 중편과 장편의 중간 단계라고 하는데, 이건 뭘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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