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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더스 키퍼스 - 찾은 자가 갖는다 ㅣ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6월
평점 :
원제 - Finders Keepers, 2015
부제 - 찾은 자가 갖는다
작가 - 스티븐 킹
은퇴한 형사 ‘호지스’가 ‘제롬’과 ‘홀리’와 함께 콘서트 장에서 또다시 대형 사고를 일으키려던 ‘메르세데스 살인마 브레디 하츠필드’를 막아낸 지 4년이 지났다. 이후 그는 홀리를 조수로 채용하여 탐정 사무소를 개설했다. 그런 그에게 제롬의 여동생인 ‘바브라’가 친구를 한 명 데리고 온다. ‘티나’라는 이름의 소녀는 몇 년 전 아버지가 ‘메르세데스 살인마’에 의해 취업 박람회에서 부상을 당했고, 그 범인을 잡은 호지스에게 고민을 털어놓고자 온 것이다. 사건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매 달 정체불명의 사람이 돈을 보내왔다고 한다. 그녀는 그것이 오빠인 ‘피트’라고 생각한다며, 그가 엄청난 일에 휘말린 것 같다고 그녀는 말한다. 호지스는 소년이 범죄자들이 숨겨둔 돈을 발견해 썼으리라 추측한다. 그리고 그들이 소년을 찾아낸 것이 아닐까 예상한다. 호지스는 홀리, 제롬과 함께 소년 피트를 만나기 위해 찾아가는데…….
사실 위에 적은 줄거리는 두 번째 챕터의 요약이다. 첫 번째 챕터는 ‘모리스 벨러미’와 피트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다. 모리스 벨러미가 어떻게 살아왔고, ‘로스스타인’이라는 작가에 대해 얼마나 집착하고 실망했는지 보여준다. 급기야 그는 자신의 우상인 소설 속 인물 ‘지미 골드’를 변절자로 만들어버린 작가에 분노해, 그의 집을 급습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를 죽이고 그의 미발표 원고들과 금고에 있던 돈을 갖고 달아난다. 그것들을 자신이 어릴 적에 살던 집에 숨긴 모리스는 술에 취해 사고를 쳐 교도소에 가고, 이후 그 집에 이사 온 피트가 돈과 원고를 발견하게 된다. 호지스는 티나의 의뢰로 두 번째 챕터에서 등장한다. 주인공 맞아? 하여간 출소하여 돈과 원고를 찾으려는 모리스와 그에게서 가족을 지키려는 피트 그리고 사건을 맡은 호지스. 이렇게 세 팀의 쫓고 쫓기는 과정이 그야말로 숨 쉴 틈 주지 않고 펼쳐져있다.
탐정 추리 소설이라고 하지만, 범인도 동기도 모든 것이 다 처음부터 나와 있었다. 대신 쫓고 쫓기는 것이 주를 이루니 스릴러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부분에서 세 팀이 추격하는 장면은 으아, 얼마나 조마조마하고 긴장감이 넘치는지 물 마시는 것도 잊고, 화장실도 못 가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면서 읽었다. 게다가 영화나 만화가 아니어도 동시간대에 일어나는 일을 이렇게 보여줄 수 있다니! 다시 한 번 킹느님에 대한 존경심이 대기권을 뚫고 치솟았다. 만약에 내 존경심이 빛으로 되었다면, 아마 목성 궤도에 진입한 탐사선 ‘주노’와 우주에서 마주쳤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냥 추리 스릴러라기보다는, 작가와 팬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위대한 작가 로스스타인은 지미 골드 3부작을 세상에 내놓았다. 1부를 읽고 그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품고 소설의 주인공을 우상화했던 모리스는 3부를 읽고 작가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그 전까지 보여줬던 주인공의 행동과 맞지 않는 전개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가 3부를 건성으로 읽지 말고 다시 한 번 꼼꼼히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보라고 충고했지만, 그는 실망이 너무 커서 그 책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작가에게 찾아가 해명을 요구하고 급기야 그를 죽이고 말았다. 그 직후 그는 다른 범죄로 감옥에 가게 되어 미발표된 4,5부를 읽지 못했다.
반면에 피트는 그 소설을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작가가 왜 3부에서 주인공을 그렇게 표현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작가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않고, 도리어 그의 작품 세계를 더 확실하고 심도 있게 파악할 수 있었다. 로스스타인의 영향으로 그는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키울 수 있었다.
만약에 로스스타인이 4부와 5부를 출판했다면? 모리스가 그의 집을 습격하는 걸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아니, 모리스가 소설의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하거나 우상화하는 걸 너무 과하게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모리스의 인생이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어머니의 재능을 이어받아 문학 소년으로 살았을 수도 있다. 같은 작가의 영향을 받았지만 확실히 길이 나뉜 두 소년을 보니, 마음이 안 좋았다. 주사가 심하고 성급한 성격의 모리스와 대범하고 생각이 깊은 피트. 소설의 인물을 우상시한 모리스와 작품으로 받아들인 피트. 한 명은 남자 버전의 ‘미저리’가 되었고, 다른 한 명은 능력을 인정받았다. 안타깝다.
그러니까 자기가 술을 먹으면 주사가 심하다는 걸 알면, 술을 먹으면 안 된다. 그걸 알면서 술을 먹는 건, 미친 짓이다.
그나저나 미국 드라마 ‘슈퍼내추럴’에서도 그렇고, 이 책에서도 ‘오렌지 이즈 뉴 블랙’이라는 드라마를 언급한다. 그렇게 재미있나? 킹느님도 보신 드라마인데 한 번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