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가 사랑할 때 2
딩모 지음, 남혜선 옮김 / 현암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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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如果蝸牛有愛情, love and criminal minds, 2014

  작가 - 딩모

 





 

 

  지난 1권에서 서로의 마음을 의식했던 ‘쉬쉬’와 ‘지바이’는 결국 본격적으로 사귀기로 한다. 둘의 연애를 거의 모두가 축하하는 가운데, ‘야오멍’은 경찰을 그만두기로 한다. 한편 1권에서 외국으로 도망간 인신매매단의 주범을 잡기 위해, 둘은 미얀마로 향한다. 중간에 위험이 몇 번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돌아온 그들 앞에 또 다른 사건이 던져진다. 바로 여자들이 납치고문살해당하고 버려진 사건이었다. 쉬쉬는 그 유형이 예전에 미결로 끝났던 사건과 비슷하다는 걸 파악하고, 범인을 추리해낸다. 그런데 모든 증거가 가리키는 범인은 의외의 인물이었는데…….

 

 

  2권은 1권보다 두툼했다. 아무래도 2년이라는 시간을 다루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했다. 1권에서 둘이 처음 만나서 마음을 키워왔다면, 2권은 연애염장질을 시작해서 임신을 하고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 돌잔치까지 쭉쭉 진도가 나간다. 물론 그게 다 자세히 나오는 게 아니라, 몇몇 부분은 그냥 한두 문장의 설명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이번 책에서 주로 다룬 사건은 연쇄 납치 살인 사건이다. 거기에 연관된 사람이 둘의 주변인물이기도 하고, 가족이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뭐랄까, 너무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마음도 들지만, 또 달리 보면 중국 인구가 10억인데 어떻게 그렇게 얽히고설키는지 신기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영국 드라마 ‘셜록, Sherlock’에서 ‘셜록’이 ‘왓슨’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뭐더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가 선천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즐기는 성향이라,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식으로 말했었다. 한국 표현으로 하면, 아마 끼리끼리 논다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꿀을 찾는 개미처럼, 범죄자들이 그 사람에게 꼬이는 모양이다. 그 사람이 누군지는 스포일러라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물론 작가는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이런저런 설정이라든지 관계를 만들어놓았지만, 흐음…….

 

 

  대신 두 주인공의 성격은 참 마음에 들었다. 임신을 했지만, 그것 때문에 결혼을 서둘러 하고 싶지 않다는 쉬쉬의 말에 조금 놀라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이니 당연히 결혼하고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깨를 볶을 것이다. 그런데 저런 생각을 하다니, 색다른 성격의 주인공이었다. 하긴 뭐든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지바이의 고부 갈등에 대한 대처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지바이의 어머니는 아들이 경찰이 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이 결혼하겠다고 소개한 쉬쉬마저 경찰이라는 사실 역시 불만이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쉬쉬에게 냉정하게 대한다. 이 때 지바이는 그건 어머니와 쉬쉬의 문제가 아니라, 어머니와 자신의 문제라고 인식한다. 즉, 고부 갈등이 아니라 모자 갈등이라고 파악한 것이다. 그런 인식과 이후 그의 행동이 꽤 괜찮았다.

 

 

  전반적으로 사건 해결과 로맨스의 비중이 적절하게 배치되었고, 주인공들의 성격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로맨스 소설들은 남녀가 만나서 서로를 어떻게 의식하고 감정을 키워나가는지에 집중하는 게 많았다. 그리고 그 마무리는 결혼 내지는 임신이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좀 달랐다. 결혼과 임신은 두 남녀의 사랑이 깊어지는 과정에서 겪는 일이지, 마무리는 아니었다. 이야기는 그들이 이후에도 얼마나 서로를 깊이 신뢰하고 배려하는지 보여주었다. 그런 점은 주인공 커플 외에도, 번외편으로 등장하는 다른 네 명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배려와 믿음 그리고 기다림으로 만들어지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왜 사건마다 쉬쉬가 위기에 처하면 지바이가 구하러 가는 패턴이 반복 되냐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쉬쉬는 지바이의 구조만 기다리는 약한 인물이 아닌데 말이다. 지바이의 용맹함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그 때문에 쉬쉬가 머리는 좋은데 체력은 형편없는 인물이라는 뉘앙스가 풍겼다. 하지만 쉬쉬도 경찰 대학을 졸업했으니, 어느 정도 무술을 할 줄 알 텐데? 그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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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가 사랑할 때 1
딩모 지음, 남혜선 옮김 / 현암사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원제 - 如果蝸牛有愛情, love and criminal minds, 2014

  작가 - 딩모






  ‘쉬쉬’는 경찰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신입 프로파일러이다. 겉보기에는 작고 여리여리하지만, 머리가 좋고 집중력과 관찰력 그리고 분석 능력이 뛰어나다. 수습으로 발령받은 린 시의 경찰청에서,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프로파일링을 선보이며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지바이’는 훤칠한 외모에 뛰어난 프로파일링 실력을 가졌으며 명사수이기도 한 형사이다. 스물여덟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의 높은 검거율과 능력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서, 쉬쉬는 내심 그가 자신의 사수가 되길 바라고 있었다. 결국 쉬쉬의 사수로 지바이가 임명되고, 연이어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난다. 둘은 서로의 능력에 감탄하며 조금씩 끌리기 시작하는데…….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국에서 경찰드라마는 경찰이 연애하는 것이고, 법조 드라마는 검사나 변호사끼리, 스포츠 드라마는 운동선수끼리 그리고 의학 드라마는 의사끼리 연애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주인공의 직업은 그냥 멋져 보이기 위한 소품에 불과하다. 그런 경향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소설에서도 비슷하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경찰이라는 조직에서 주인공끼리 연애하는 내용에만 치중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책장을 넘기면서 점차 줄어들었다. 아직 1권이라서 일까? 두 주인공 사이에서 점차 싹트는 연애 감정 못지않게, 둘이 해결하는 사건에 대한 분량도 넉넉했다. 또한 사건들 역시 단편 추리소설이라든지 장편으로 만들어도 충분히 괜찮을 내용이었다. 하지만 쉬쉬가 구해준 피해자의 사촌동생이 공교롭게도 쉬쉬의 오빠인 ‘쉬진’과 사업 상 아는 사이라는 말에는 너무 억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그 피해자는 예전에, 아 여기까지. 사건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생략하겠다. 10억이 넘는 중국 인구 중에서 어떻게 그렇게 얽히는지…….



  처음에는 스승과 제자라는 사이에서 시작한 쉬쉬와 지바이였지만, 조금씩 서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둘 사이에 끼어드는 다른 사람들, 예를 들면 지바이를 짝사랑하는 야오멍이라든지 쉬쉬를 따라다니는 ‘예쯔샤오’ 등이 나타나면서, 둘은 각자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나름의 방법으로 상대에게 어필하기 위해 애쓴다. 즈바이는 괜히 체력이 약한 쉬쉬를 단련시키겠다고 새벽부터 운동을 같이하고 심지어 주말에는 사격 훈련까지 봐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쉬쉬에게 접근하려는 다른 직원들이 없도록 뒷공작까지 벌인다. 또한 쉬쉬 역시 ‘자신의 아침을 준비하는 김에’라는 핑계로 즈바이가 좋아하는 요리를 준비한다.



  타인의 마음을 분석하는 프로파일러 두 사람이 상대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해하는 것이 참 우스웠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에게 관심 있어 보이는 건 칼같이 알아내 거절하면서 말이다.



  아, 이 소설은 중국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검색해봤는데, 즈바이를 맡은 배우는 완전 딱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이미지와 너무 잘 어울렸다. 쉬쉬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작고 여리여리한 느낌은 어울리는데, 내 상상보다는 덜 귀여웠다. 그리고 제목의 달팽이는 즈바이가 쉬쉬에서 붙인 별명이다. 달리기가 너무 느리다는 의미로. 음, 그러면 운동 시킬 때부터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마음이 있었다는 말인가!



  2권에서 본격적으로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릴 것 같은데, 너무 연애에만 치중하지 않길 빌어본다. 1권과 같은 비율이면 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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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날개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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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麒麟の翼, 2011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가가 형사 시리즈의 아홉 번째 이야기.


  갈릴레오 시리즈와 달리, 이 시리즈는 가족이라든지 인간 사이의 도리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은 가가 형사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느낌을 준다. 어떻게 보면 가가 형사는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마음 한구석에 잠들어있는 양심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느 날 밤, 한 중년의 남자가 가슴에 칼이 찔린 채 발견된다. 그리고 근처에서 수상한 거동을 한 청년이 발견된다. 하지만 그는 도망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진다. 칼에 찔렸던 남자는 ‘다케아키’로 한 부품회사의 중역이었고, 청년은 몇 달 전에 그 회사에서 산재 보상도 못 받고 쫓겨난 ‘야시마’였다. 경찰에서는 회사에서 쫓겨난 앙갚음으로 야시마가 다케아키를 공격했다고 생각했지만, 가가 형사는 어딘지 모르게 석연찮음을 느낀다. 사고가 난 현장은 지하도인데, 다케아키는 왜 한참을 걸어와 다리 중앙에 있는 기린 조각상 아래에서 발견되었을까? 야시마의 임신한 애인 ‘가오리’는 그가 그런 일을 했을 리 없다고 주장하고, 다케아키의 남겨진 가족은 엉겁결에 아빠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하지만 장례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건의 양상이 바뀌게 되는데…….


  이번 이야기에서는 가가 형사는 예전에 ‘붉은 손가락, 赤い指, 2009’에서 팀을 이뤘던 사촌동생 ‘마쓰미야’와 다시 한 번 뭉친다. 게다가 이번에는 가가 아버지의 3주기 기일까지 겹쳐서, 어쩐지 ‘붉은 손가락’의 속편 같은 느낌을 준다. 그 때는 아버지의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때가 배경이었다. 음, 그러고 보니 저번 책은 어머니의 사랑이었다면, 이번 책은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자식이 올바르지 않은 길로 가길 바라지 않는, 그것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자신을 낮추고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는 ‘부모의 사랑’을 말하고 있었다. 그 전까지 아무것도 몰랐던 자식은, 그제야 부모의 마음을 깨닫고 후회하고 슬퍼한다. 하지만 옛말에도 있듯이, 모든 것은 이미 끝난 뒤였다. 문득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떠올랐다. 으음, 아까 엄마한테 투덜댔는데 죄송하다.


  이 책에서는 또한 ‘어른의 책임과 올바른 가르침’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었다.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누군가에게서 배울 때, 첫 단추를 어떻게 끼워야하는가에 대해 보여주고 있었다. 시작을 올바르게 하지 않으면, 중간이나 마무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작가는 그 중요성을 두 남자의 죽음을 통해 보여주었다. 처음이 올발랐다면, 그들은 아마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기에, 두 여자는 남편을 잃었고 세 아이는 아버지를 잃었다. 그 중에 한 아이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도 못했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알려준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무척이나 무겁다는 걸 깨달았다. 어설픈 지식을 뽐내거나 비양심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게 그 순간은 편하고 이득이라 여길지 몰라도, 언젠가는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물론 좋게 돌아올 리는 없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가가 형사는 주요 발표는 사촌 동생인 마쓰미야에게 시키고, 자신은 열심히 거리를 돌아다녔다. 의심이 가는 가게와 절에 들러 얘기를 나누고, 증거를 수집하고, CCTV를 확인하고, 불확실하거나 틀린 증거는 제거하고 확실한 것만 남겼다. 이런 식으로 수사하는 탐정이 누가 있더라……. 아! 소설 ‘점과 선 点と線, 1958’이랑 ‘통 The Cask, 1920’에서 나오는 형사와 탐정이 그랬다. 아마 끈질긴 탐문이 형사의 기본인가보다.


  주인공이지만 관찰자 같은 느낌을 주기에, 가가 형사 시리즈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그의 생각이나 감정이 별로 드러나지 않기에, 읽으면서 직접 느끼고 추론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쩐지 독자에게 많은 것을 시키는 책 같다. 그래도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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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째 카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6 링컨 라임 시리즈 6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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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Twelfth Card

  작가 - 제프리 디버

  링컨 라임 여섯 번째 이야기.





  할렘에서 사는 열여섯 살 된 ‘제네바’에게는 목표가 있다.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명문대로 진학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녀는 과제에 쓰기 위해 흑인 박물관에서 해방 노예 ‘찰스 싱글턴’에 대한 자료를 찾고 있다. 그런데 문득 자신을 노리는 듯한 수상한 사람을 발견한다.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하지만,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한편, 사건을 의뢰받은 ‘링컨 라임’은 어색함을 느낀다. 제네바를 공격했던 남자는 명백히 강간범 특유의 흔적을 남겼지만, 그의 직감은 뭔가 다른 게 있다고 속삭였던 것이다. 그의 짐작대로 현장은 조작되어 있었고, 그 남자는 일반인이 아닌 살인청부업자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도대체 살인청부업자가 할렘에 사는 고등학생을 노릴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심지어 그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아무 상관없는 지나가는 사람마저 총으로 쏴죽일 정도로 냉혈한이었다. ‘링컨 라임’와 ‘아멜리아 색스’를 비롯한 팀원들은 소녀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살인자와 공범을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청부업자는 언제나 반발자국 앞서 나가며 그들을 위험에 빠트리는데…….


  이번 이야기는 동기를 알 수 없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아하, 이거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뒤에서 스윽 다른 게 튀어나오고, 그래서 ‘그럼 저거냐?’라고 추측하니 옆에서 불쑥 엉뚱한 게 튀어나와 ‘메롱, 속았지!’를 외친다. 지난 이야기도 그랬지만, 이 작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반전에 반전을 넣어서 마지막 부분이 될 때까지 제네바를 죽이라고 청부한 사람이 누구인지, 왜 그녀를 죽이려고 했는지 확실해지지 않았다. 물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거라는 건 알고 있지만, 끝까지 사람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중간에 헷갈리게 만드는 함정들까지 집어넣어서, 읽는 사람이 ‘나는 바보인가!’라는 자괴감마저 들게 했다. 아니 왜 그게 그렇게 연결이 될 수……있구나. 헐, 그걸 놓쳤네. 읽으면서 이런 감탄사가 계속해서 나왔다.


  도주로를 확보하기 위해서 보행자들을 무작위로 골라 총을 쏘는 청부업자의 행동에는 ‘헐!’하는 놀라움이 들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지금까지 본 악당은 적어도 자기가 해야 할 일과 관련된 사람들만 죽였는데, 이번 이야기의 악당은 그런 게 없었다. 자신의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면, 차에 독가스를 집어넣기도 하고 경찰을 공격하기도 하고 심지어 특공대마저 함정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래서 혹시 저번 이야기에서처럼 링컨 라임을 공격하는 건 아닌지, 제네바가 위험해지지는 않는지, 아멜리아가 사고를 당하지는 않을지 책장을 넘길때마다 조마조마했다.


  물론 모든 페이지가 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건 아니었다. 읽다가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문장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흑인 남자 둘이 할렘 길거리에서 돈을 주고받는다면, 설령 침례교 오순절 교회 목사에게 십일조를 내는 장면이라 해도 일단 경찰의 의심을 받을 것이다.-p.115' 같은 문장은 흑인이 하는 행동이라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회의 분위기를 적절하고 재치 있게 표현했다. 아, 난 이런 문장이 참 좋다. 진지하지 않으면서 묵직하고, 직설적이지 않고 약간 돌아가면서 말하는 표현이 참 마음에 든다.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어쩐지 책의 패턴이 비슷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반전은 적어도 두 번 정도 주고, 중간에 의심스러운 사람이 두세 명 나오지만 거기에 현혹되면 안 되고, 절대로 범인이라 생각을 0.0001%도 안 했던 사람이 공범이고. 흐음, 이정도면 다음 이야기에서는 범인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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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에드 맥베인.로런스 블록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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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hristmas at The Mysterious Bookshop

  엮음 - 오토 펜즐러

  작가 -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메리 히긴스 클라크, 앤드류 클레이번, 에드 맥베인, S. J. 로잔, 예레미야 힐리, 마이클 말론, 루퍼트 홈즈, 앤 페리, 에드워드 D. 호크, 조나선 샌틀로퍼, 론 굴라트, 찰스 아다이, 토머스 H. 쿡, 조지 백스트, 리사 미쉘 앳킨슨, 로런스 블록


 

 

 

 

 

  위를 보면 뭔가 달라진 부분이 보일 것이다. 원래는 원제와 작가만 적는데, 이번은 엮은이를 첨가했다. 왜냐하면 엮은이인 ‘오토 펜즐러’가 17년 동안 추리작가들에게 매년 크리스마스 단편을 의뢰했고, 그 작품들을 모은 것이 바로 이 책이기 때문이다. 펜즐러는 작가들에게 글을 의뢰하면서 몇 가지 조건을 걸었다고 한다. 시간적 배경은 크리스마스여야하고, 그가 운영하는 미스터리 서점과 연관이 있어야 한다는 것들이다. 그래서일까? 몇몇 이야기들은 서점이 있는 건물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파티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든지 소문으로만 전해졌던 희귀 서적에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원래 단편집 리뷰는 하나하나씩 짚어가면서 어땠는지 감상을 적어왔다. 하지만 17개나 되는 이야기들을 다 적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몇 개만 골라 적기엔 작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이 이 감상을 읽을 리는 없지만 말이다. 하아, 그러니까 이 책이 참 재미있고 사건들이 깔끔하면서 유머러스하지만 어떤 것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거나 감동도 주고 기발한 트릭으로 읽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만, 그 좋은 점을 자세히 말할 수가 없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적당히 아날로그적이면서 적당한 유머와 적절한 진지함이 절묘하게 뒤섞인, 그러면서 뒷맛이 개운한 추리. 딱 내 취향인 책이었다.

 

 

  읽으면서 제일 황당하면서 킬킬거렸던 대목은 199페이지에서였다.


 


 

  이미 112쪽에서 다른 작가가 ‘이 글이 단편이어서 아쉽다. 만약 장편이었다면 서 20번가 뒷길에 있는 마굿간 딸린 집을 세세하게 묘사했을 텐데 말이다.’라고 적었을 때부터 심상치 않다고 느꼈지만, 압권은 역시 119페이지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게다가 어떤 작가는 자기가 쓴 단편에서 본인 디스를 하거나, 다른 작가의 책을 인용하면서 말장난까지 하기도 했다. 아, 이런 센스쟁이들!

 

 

  단편집이라 기분이 우울할 때나 기분이 좋을 때, 날이 흐리거나 하늘이 너무도 맑을 때, 비가 올 때나 눈이 올 때, 아무 때나 집어서 한두 편만 골라 읽을 수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라서 이렇게 유쾌하고 깔끔한 단편들이 만들어진 거라면, 할로윈 주제였다면 얼마나 으스스하고 기기한 이야기들이 나왔을까? 아쉽다. 펜즐러가 크리스마스와 할로윈, 이렇게 일 년에 두 번 단편 의뢰를 했어야 한다.

 

 

  펜즐러 씨, 할로윈 버전도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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