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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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The Girl on the Train, 2015

  작가 - 폴라 호킨스





  알코올 중독자인 ‘레이첼’은 그 때문에 남편 ‘톰’과 이혼하고, 직장에서도 잘렸다. 같이 사는 친구 ‘캐시’에게 직장을 그만뒀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 그녀는 아침마다 기차를 타러 집을 나선다. 기찻길 옆에는 예전에 자신이 톰과 살았던, 하지만 지금은 톰과 ‘애니’ 그리고 어린 ‘이비’가 사는 집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제시와 제이슨이라 그녀가 이름붙인 어느 행복해 부부가 사는 집도 있다. 어느 날, 레이첼은 제시가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자신의 환상이 깨진 것에 충격을 받는다. 뒤이어 그녀의 원래 이름이 ‘메건’이었고 실종되었다는 뉴스가 나오자, 그 남자가 범인이라 생각한다. 레이첼은 메건의 남편인 ‘스콧’을 찾아가는데…….



  영화를 보면서 무척이나 답답하고 안쓰럽고 먹먹했는데, 책은 거기에 짜증남을 추가했다. 그래서 읽다가 답답해서 멈추고 다른 짓하고, 다시 읽다가 화가 나서 게임하고, 또 읽다가 짜증나서 영화보고 그러길 반복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데 무려 일주일이나 걸렸다. 소설책을 이렇게 오래 읽은 건, 난생처음이다.



  책은 레이첼, 애나 그리고 메건 이렇게 세 사람의 입을 빌어 각각 진행된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레이첼은 아기를 갖고 싶어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성공하지 못해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다는 것에서 시작해, 톰의 불륜으로 이혼한 얘기 그리고 아직도 그의 집 주변을 서성이는 근황을 들려준다. 이어 메건의 실종으로 스콧을 찾아간 이야기와 메건이 사라지던 날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다는 마음까지 천천히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도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옆에 있다면 ‘술을 끊으라고, 이 바보야! 네가 살 궁리를 해야지!’라고 혼내주고 싶었다. 친구인 캐시가 보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나는 솔직히 불륜녀였기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도 톰이 레이첼에게 마음이 있을까봐, 자신과 그랬던 것처럼 톰이 다른 여자를 만날까봐 전전긍긍해한다. 예전에 레이첼이 구입했다는 지금 사는 집도 마음에 들지 않고, 레이첼이 주위에서 배회하는 걸 무척이나 끔찍하게 여긴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자기 눈에는 피눈물 난다는 말이 있는데, 어쩌면 그녀는 딱 그런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거라면 나이스!



  메건은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잃어버린 기억 때문에,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다. 남편 스콧은 아이를 원하지만, 그녀는 두렵기만 하다. 그 때문에 남편과 자주 다투고, 다른 사람에게서 위안을 얻고자 한다. 그렇지만, 남에게서 위안을 얻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몰랐던 것 같다.



  세 사람의 삶은 그리 평탄하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목하고 평온해보일지라도, 그 속사정은 달랐다. 레이첼이 기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메건과 스콧 부부의 삶은 무척이나 부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실상 메건은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스콧은 무척이나 폭력적인 남편이었다. 톰과 애나 역시, 레이첼의 예상과 달리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다. 레이첼을 배신하면서 맺어졌고 그렇게 원했던 아이까지 얻었지만, 어딘지 불안 불안했다. 물론 여기에는 주변을 돌아다니는 레이첼의 존재도 한몫 했다. 세 사람 다 왜 그러는지 상황은 알겠지만,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고구마’와 ‘사이다’라는 단어가 있다. 고구마를 물 없이 먹으면 속이 답답하고, 그럴 때 사이다를 마시면 속이 뻥 뚫리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이 소설은, 마지막 몇 장을 빼고는 고구마 전개였다. 어느 정도 중간 중간에 사이다까지는 아니어도 물을 마셔주면 좋을 텐데, 거의 끝까지 꾸역꾸역 고구마만 계속 먹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읽기가 더 힘들었던 모양이다. 한 번은 읽겠지만, 두 번 읽으라고 하면 도망갈 것 같다.



  그런데 ‘girl'이라고 하기엔, 레이첼의 나이가 좀 많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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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권영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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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戦場のコックたち, 2015

  작가 - 후카미도리 노와키






  잡화점을 운영하시는 부모님과 요리 실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하실 할머니, 누나와 여동생 이렇게 다섯 명의 가족 사이에서 사랑을 받고 자란 ‘팀’.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 소식은 그뿐만 아니라 마을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열일곱 살이 되던 해, 팀은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원 입대한다. 2년간의 훈련 뒤에, 그는 조리병으로 차출되어, ‘에드’, ‘디에고’, ‘라이너스’와 함께 1944년 노르망디로 향하는데…….



  책은 개그 캐릭터도 없고 코믹한 내용이 잔뜩 들은 것도 아닌데, 술술 읽혔다. 비록 팀의 첫 전장이 노르망디 전투라 처음부터 죽은 사람들을 등장하지만, 처음은 그래도 약간은 가벼운 느낌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그가 독일로 향해 진군하면 할수록 그가 겪는 사건들은 무겁고 무서워졌다. 유령이 나오거나 연쇄 살인마가 나와서 무서운 게 아니라, 방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전우들이 순식간에 죽어버리는 상황이 무서웠다. 한발자국만 옆으로 더 나갔으면 적의 사격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 오싹했다.



  그리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팀을 비롯한 부대원들은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시작한다. 그들은 전쟁만 아니었으면, 인간과 사회를 믿고 삶을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청년들이 상대를 증오하고 언제 죽을지 몰라 두려워하거나 타락해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안타깝게 느껴졌다. 누구에게 그 책임을 떠맡겨야 할지 모르겠다. 책에 나온 인물의 말을 빌자면, 이 모든 일을 시작한 히틀러와 그 부하들? 아니면 저 앞에서 총을 겨누고 있는 독일군들? 그것도 아니면 히틀러를 선택한 독일 국민들?



  이 책은 어쩌면 전쟁터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조리병들의 사건 일지라기보다는, 열아홉 살 된 소년이 전쟁터라는 참혹한 현장에서 성장하는 소설이라고 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그가 맞닥뜨린 다섯 개의 사건들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나야했는지 알고 나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들이었다. 가족과 마을밖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팀은 바깥 세상에 대해 알게 되고 다양한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갖고 자란 여러 전우들과 대화를 하면서, 점점 변화한다. 때로는 고뇌하고 후회하고 반성하면서 성장한다. 책은 그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다섯 개의 사건들은 미스터리 물답게 반전도 갖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 사건은 진짜 그럴 줄 몰랐다. 앞에서 무심코 넘겼던 대사 하나가 그런 복선을 갖고 있었다니…….



  그런데 이 책의 진정한 반전은 내용에 있는 게 아니었다. 이야기를 다 읽고 작가가 1983년생인 일본인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와 동시에, 중간에 약간 고개를 갸웃거렸던 대목이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미국인이 쓴 ‘그 시대에는 미국이나 독일이나 별로 다를 게 없다.’와 일본인이 쓴 ‘그 시대에는 미국이나 독일이나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같은 문장이지만, 어쩐지 느낌이 다르다. 또한 미국인이 적은 미군의 점령지에서의 여러 행위와 일본인이 적은 미군의 점령지에서의 똑같은 행위 역시 분위기가 다르게 다가온다. 이건 아마도 내가 일본과 미국은 다른 시선으로 보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독일군을 몰아낸 미군을 환영했다가, 미군이 후퇴하는 바람에 돌아온 독일군에 의해 더 혹독한 처분을 받게 된 마을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독일군이 후퇴하자 독일에 부역했던 사람들을 자체적으로 처벌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강한 인상을 주었다. 한국은 어땠더라?



  군대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이 봐도, 무척이나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나저나 분말달걀이 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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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마저도 코니 윌리스 걸작선 2
코니 윌리스 지음, 김세경 외 옮김 / 아작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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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Best of Connie Willis, 2013

   작가 - 코니 윌리스






  작가 소개를 보면 ‘SF계의 수다쟁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처음 그 단어를 봤을 때, 의아했다. 원래 소설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열심히 얘기하는 것이니, 어떻게 보면 작가들은 다 수다쟁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었다. 그런데 첫 번째 이야기를 읽는 순간, 왜 그녀를 저렇게 부르는지 한 번에 이해가 갔다. 그 때의 심정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 친구에게 얘기하는 투로 말해보자면 ‘내가 어떤 모임에 나갔는데, 거기 모인 사람들이 웃기게도 각자 할 말을 하고 있어. 누구는 종교 얘기, 누구는 철학 얘기, 누구는 일상생활 얘기 같은 거. 그런데 잘 들어보니까 그 말들이 또 연결이 돼. 각자 얘기하는데 대화가 이어지는 거야. 제일 황당한 게 뭔지 알아? 나중에는 또 그게 다 통합돼서 결론이 내려져. 아, 그렇구나하고 수긍이 되더라니까.’ 이런 식의 느낌이라고 할까?



  모두 다섯 개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사실 이 책은 코니 윌리스 걸작선 두 번째 책이다. 원래 시리즈는 첫 번째부터 읽는 게 인지상정이라지만, 도서관에 두 번째 이야기만 남아서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중단편이니 상관없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다. 특이하게 각각의 이야기 뒤에는 작가의 후기가 들어있다. 본편도 재미있었지만, 후기도 흥미로웠다.



  『모두가 땅에 앉아 있었는데 All Seated on the ground, 2008』는 어느 날 지구에 도착한 외계인에 관한 이야기다. 대개 우리가 본 작품들 속의 외계인은 지구에 오자마자 둘 중의 한 가지 행동을 한다. 공격을 하거나 손을 내밀거나. 그런데 이 이야기의 외계인들은 그런 예상을 깨고, 지구인들을 마땅찮은 눈으로 째려보기만 한다. 도대체 왜! 이 외계인들은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노려보기만 하는 걸까? 그런데 갑자기 이들이 철푸덕 바닥에 앉아버린다. 왜? 그 때 들려온 캐럴 송과 관련이 있는 건가? 지구인들은 혼란에 빠진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는지 감탄을 하면서 읽었다. 그러면서 또 상당히 코믹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 캐럴 송이 그렇게 잔인한 줄 누가 알았을까? 머리 속으로 E.T처럼 생긴 외계인들이 그 큰 눈으로 째려보는 장면을 상상하니, 어쩐지 끔찍했다. 음, 그러면 E.T 말고 에이리언이나 프레데터가 째려본다고 생각할까? 상상해보니 그건 그것대로 괴로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연애질하는 주인공!



  『여왕마저도 Even the Queen, 1993』는 생리가 사라진 미래가 배경이다. 그런데 그 시대에도 생리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체가 있다. 주인공의 둘째 딸이 그 모임에 가입하겠다고 선언하자, 집안의 여자들이 모두 모여서 얘기를 한다. 그들이 경험했던 생리가 어땠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다.



  아, 너무도 적나라한 생리에 대한 표현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생리통과 리지 보든이나 대처를 연결시키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그냥 막 터져나왔다. 후기에 작가가 적은, 남자도 생리를 했다면 생리진통제를 발명한 사람은 노벨상을 받았을 거라는 대화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마블아치에 부는 바람 The winds of marble arch, 2000』는 잔잔한 이야기다. 어느 날, 런던에 학회 참석차 온 부부가 겪는 이상하나 경험을 그리고 있다. 런던 지하철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냄새의 근원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의 모습이 어쩐지 특이하다. 후반부에 가서는 어쩐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가 생각났다.



  『영혼은 자신의 사회를 선택한다 The soul selects her own society, 1997』은 몇 장 안 되는 짧은 분량인데, 읽으면서 ‘으아!’했다. 에밀리 디킨슨에 대해 관심이 없던 내 자신을 반성한다. 그녀의 작품을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마지막 위네바고 The last of the Winnebagos, 1989』는 멀지 않은 미래에, ‘개’가 멸종된 이후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은 길에서 우연히 차에 치어 죽은 자칼을 발견하고, 그 사건 때문에 어린 시절 자신이 기르던 개와의 마지막 추억에 잠기게 된다. 하지만 동물 애호 협회에서는 혹시 그가 사고를 낸 것은 아닐까 의심하는데…….



  개가 사라진 세상이라는 설정에 좀 놀랐다. 하긴 요즘 닭이나 돼지들이 죽어가는 걸 보면, 다른 동물들이라고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 닭이나 소, 돼지들이 병에 걸려 살처분되는 이유는 아마 비위생적이고 불결한 주거 환경과 제대로 된 방역 처리 부재 때문일 것이다. 개나 고양이도 비슷하지 않을까? 집에서 기를 때는 귀여워하지만, 버릴 때는 가차없는 게 인간이니까. 길고양이가 길개가 위생적이고 깨끗한 주거 환경에서 제대로 된 의료 시설을 이용할 리는 없잖아? 멸종된 개와 마지막 차종 위네바고. 이 두 가지를 연결해 작가는 우리 일상에서 사라진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음, 그러고 보니 요즘 꼬꼬마 아이들은 전화기가 사각형 모양이라고만 알아서, 예전에 나온 송수화기가 달린 전화를 보면 그게 뭔지 모른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세대 간의 단절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박물관은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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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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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 2002

  작가 - 테드 창






  애인님이 재미있는 책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물론 애인님의 ‘재미있다’와 나의 ‘재미있다’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이 단편집을 다 읽고 든 생각은 내가 과학 분야로는 완전히 무지하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과학이 아닌 다른 분야도 학문 그 자체로 깊이 파고들면 하나도 모른다고 해야 할까? 이 책에 실린 여덟 개의 이야기들은 언어학이라든지 미학, 철학, 종교학, 수학 그리고 명명학 (命名學) 등등과 같은 여러 가지 분야와 연결되어 있었다. 거기에 성경, 그 중에서 구약에 있는 이야기들까지 연상시키고 있었으니, 읽으면서 ‘여긴 어디? 난 누구?’라고 중얼거리는 상황에 빠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빌론의 탑」은 구약 성경에 나오는 ‘바벨 탑’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바벨탑을 세우는 일에 참여했던 주인공을 통해, 인간과 우주 그리고 우주와 차원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우주의 모양에 대해 깨닫는 장면에서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대충 종이를 구부려보니 ‘헐!’하고 놀랐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지금까지 인류가 행했던 우주여행은 다 삽질이 되는 걸까?



  「이해」는 인간의 뇌를 개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 사람들은 뇌의 10%만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걸 100% 사용할 수 있으면 그 사람은 어떤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 여기서는 거의 초능력자라고 부를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뇌손상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 실험에 참여했다가 능력을 얻게 된 주인공. 정부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던 그는, 우연히 자기보다 먼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능력자들 간의 배틀 물로 만들 수 있을 이야기였다.



  「영으로 나누면」은 한 천재적인 수학자 이야기다. 그녀는 지금까지의 수학을 지지해온 바탕이 되는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 오직 한 가지 변하지 않고 자신을 지탱해줬다고 믿었던 가치가 흔들린다면, 단단하다고 믿었던 바닥이 사실은 모래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걸 알아버린다면,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네 인생의 이야기」는 영화 ‘컨택트 Arrival, 2016’의 원작이라고 한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기에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이야기만 보면 상당히 슬펐다. 만약 자식의 미래를 볼 수 있다면, 그게 비극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난 어떤 선택을 내릴까? 외계인과의 접촉도 신비로웠지만, 주인공의 이야기는 무척 안타까웠다. 끝이 보이는 길이지만 그 과정에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우니, 가도 되는 걸까?



  「일흔두 글자」는 현대판 아담들의 이야기 같았다. 구약 창세기에 보면, 하나님의 명을 받은 아담이 이 세상 모든 것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의 입에서 이름이 나왔을 때, 비로소 그 물질은 의미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작가는 그걸 골렘 제작과 결합시켜서, 이름을 통해 그 물질의 능력과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가정을 세웠다. 과연 인간은 다른 인간의 운명을 결정지을 권리가 있을까?



  「인류 과학의 진화」는 제일 짧은 분량인데 제일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과학의 발달이 너무 빨라서 인류의 발달과 맞지 않게 되는 경우를 가정한 걸까?



  「지옥은 신의 부재」는 신에 대한 믿음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었다. 처음에 천사 강림이라는 것이 핵물질을 가리키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계속 읽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진짜 천사가 왔다가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누구는 병이 낫거나 죽고, 또 어떤 이는 없던 병이 생기기도 한다. 주인공은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분노하고 절망하다가 결국 신의 뜻을 알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리고 마침내 신을 사랑하고 따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된다. 그런데 그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을 믿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 다큐멘터리」는 ‘칼리’라는 기계의 존재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 기록이다. 그 기계는 다른 사람들의 외모를 평균적으로 보게 하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지나친 외모 지상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을 비슷하게 보게 하는 기계를 달고 살 것인지 아니면 그건 인간의 개성을 무시하는 것이니 사용하지 말아야 할지, 작가는 두 집단의 이야기를 나름 공평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 쪽에 마음이 기울었는데, 읽다보니 반대편 이야기도 공감이 되었다. 이런 팔랑귀같으니라고!



  나중에 ‘컨택트’를 한 번 봐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잘 모르겠는 부분을 영상으로 적절하게 표현해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은, 나중에 내가 좀 더 지식이 많이 쌓이면 다시 한 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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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왓치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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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End Of Watch, 2016

  작가 - 스티븐 킹






  빌 호지스 3부작 시리즈 중에서 마지막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부터 이상한 능력이 있다는 조짐을 보였던 ‘메르세데스 킬러 브래드 하츠필드’. 이번 작품에서는 어떻게 그가 그런 능력을 갖게 되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그가 조력자들을 만들고 활용해왔는지 찬찬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병원에 갇힌 상태에서 사람들을 하나둘씩 죽여 나간다. 자신을 괴롭히던 간호사에서부터 시작해, 예전에 그가 직업 박람회에서 메르세데스 자동차로 질주를 했을 때 부상을 당해 살아남은 사람들까지. 그리고 그의 최종 목표는 당연히 자신을 잡아넣은 ‘호지스’와 자신의 머리를 때려서 병원에 입원시킨 ‘홀리’, 그리고 자신의 컴퓨터를 해킹했던 ‘제롬’이다.



  한편 의문의 자살 사건을 조사하던 호지스는 현장에서 단종된 게임기를 발견하고, 이것이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이라 추측한다. 그리고 마침내 하츠필드와의 관련성을 찾아내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홀리와 제롬을 제외하고는. 결국 ‘파인더스 키퍼스’의 세 사람, 호지스와 홀리 그리고 제롬은 하츠필드와 마지막 대결을 벌이기로 하는데…….



  처음 이 시리즈가 나왔을 때, ‘스티븐 킹’이 쓴 추리 소설이라는 광고를 했었다. 그래서 미심쩍었다. 추리 소설이라고? 스티븐 킹이? 유령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제외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고? 그런데 첫 번째 이야기를 읽어보니, 재미있었다. 추리라기보다는 스릴러적인 면이 더 강했지만, 킹 특유의 심령 현상이나 초능력 같은 것은 나오지 않았다. 물론 단편과 중편은 제외한 범위 내에서다. 하여간 그래서 ‘역시 킹느님은 못 하는 게 없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다시 그의 특기로 돌아왔다.



  물론 하츠필드가 그런 능력을 갖게 된 것에는 여러 가지 의학적인 원인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처치를 했다고 해서,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던 사람이 그런 능력을 갖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가능했다면 아마 그걸 알아낸 사람은 노벨 의학상을 수십 번 받았을 지도 모른다.



  이번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킹 특유의 초자연적 현상과 스릴러적인 면이 잘 결합하고 있었다. 하츠필드는 기이한 능력을 가졌고, 호지스와 홀리, 제롬은 탐정 사무소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츠필드가 능력을 사용해 사건을 일으키고 다니면, 셋은 현장을 조사하고 증거를 모으고 추리에 추리를 거듭하면서 그를 추격한다. 다행인 것은, 셋에게는 그동안 온갖 역경을 이겨낸 끈끈한 정과 우정과 사랑 등등이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어떤 의견을 내면, 말도 안 된다고 내치기보다는 받아들일 점은 받아들이면서 사건을 추리해나간다. 그래서 하츠필드에게 이상한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대개의 범죄자들이 다 그렇지만, 이 책에 나오는 하츠필드는 진짜 인간망종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지 자신이 죽인 사람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말을 했던 범죄자가 있었다. 누구보다 더 많이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했던가? 그 말을 한 놈이 누군지, 그 놈이 라이벌로 삼은 놈이 누구인지 기억은 안 난다. 사람이라고 적으려다가, 그건 그들에게 너무 과분한 어휘 같아서 놈이라고 적었다. 그 놈의 쓰잘데기 없고 이상한 경쟁심 때문에 몇이나 희생되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애초에 그 놈을 죽였어야 했다. 굳이 치료하겠다고 병원에 입원시킨 게 문제였다. 음, 이건 인권에 위배되는 생각일까? 하지만 나중을 생각해보면, 그가 병원에서 죽인 사람의 숫자도 만만치가 않다. 직접적으로 죽인 사람도 있지만, 자살하도록 유도한 사람도 있었다. 역시 애초에 병원에 가기 전에 죽여 버리는 게 나았다. 우리나라에도 왜 내 세금으로 저 놈들 옥바라지를 해야 하는지 의문인 놈들이 더러 있다. 으아, 또 생각났다! 조두순! 출소일이 3년 남았다는데, 으, 진짜! 내 세금으로 그 빌어먹을 XX 옥바라지 한 거 같아서 화난다. 세금을 안 낼 수도 없고! 왜 음주가 감형 사유가 되는 지 진짜 모르겠다. 술 마신 게 무슨 벼슬이라도 되나?



  빠져나갈 뻔 했던 정신줄을 부여잡고, 다시 책으로 돌아오자. 읽으면서 하츠필드의 또라이같은 짓이 어디로 튀어나갈지 몰라서 무척이나 조마조마했다. 게다가 스티븐 킹이 독자를 낚아보겠다고 작정을 했는지, 곳곳에 함정을 설치해둬서 속으로 ‘그러면 안 되죠!’라든지 ‘안 돼!’를 외치는 부분도 심심찮게 나왔다. 3부작으로 끝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애완동물 공동묘지 Pet Sematary, 1984’로 이어지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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