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탐정 이상 2 - 공중여왕의 면류관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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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공중여왕의 면류관

  작가 - 김재희






  이상과 구보, 두 작가의 사건집 두 번째 이야기다. 모두 다섯 개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권이 그 시대의 한국인들의 삶에 대해 그렸다면, 2권은 그 당시 한국에 온 서양인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었다.



  첫 번째와 세 번째 이야기가 그러하다. 첫 번째 이야기 『귀신의 집 샹그릴라』는 조선의 풍습을 무시한 서양인 부부와 근처에 사는 주민들의 갈등을 보여준다. 물론 거기에는 무시무시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세 번째 이야기 『경성구락부의 크리스마스』는 서양인들 사이의 치정에 얽힌 이야기로 흘러가는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신흥종교인 ‘백색교’가 끼어든다. 이 백색교는 다섯 번째 이야기인『경성 소년 탐정단』에서도 한 번 더 등장한다. 아무래도 백백교를 모티브로 한 게 아닐까하는 의문이 드는 이름이다.



  두 번째 이야기인『악마들』은 작가가 1725년 영국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난 읽으면서 영화 ‘오펀: 천사의 비밀 Orphan, 2009’와 1890년대에 있었다는 H.H.홈즈의 살인 호텔 사건이 떠올랐다. 네 번째 이야기인 『공중여왕의 면류관』은 한국 최초의 여류 비행기 조종사인 ‘권기옥’이 등장한다. 살인자라는 모함을 당한 그녀가 이상에게 사건 의뢰를 한 것이다. 여기서 이상이 만주의 독립군들과 관련이 있다는 게 살짝 드러난다. 마지막 이야기인 『경성 소년 탐정단』은 이상과 구보가 어린 시절, 신흥 종교에 얽혀 겪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제야 구보는 어린 시절의 그 소년이 이상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둘의 인연이 보통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다. 실제는 아니겠지만, 책에 나온 것으로 판단하면 어릴 때부터 이상의 삶은 참 기구했다.



  1권에서는 별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2권을 읽으면서는 무척 잔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의 서술은 차분하게 지나가는데, 가만히 그 상황을 상상하면 상당히 오싹해진다. 인체 실험이라든지 어쩌면 인육 스테이크 등등.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상은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고, 구보는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라 하다가 화도 내고 나중에 이상의 설명을 들으면서 놀라워한다. 좀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게 ‘왓슨’ 역할을 맡은 인물의 운명이니 어쩔 수 없다.



  지난 1권 마지막 이야기에서 이상에 관한 슬픈 소식이 있었다. 그런데 2권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이상이 활동을 한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는 그동안 그가 뭘 했는지 대충 이야기라도 나오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그러다가 『경성 소년 탐정단』을 읽으면서 의아함이 들었다. 거기서 이상에 관한 슬픈 소식이 또 나오는 것이다. 설마 이상은 매번 마지막 이야기에서 부고 소식이 들리지만, 사실 그게 아니었다는 그런 흐름인걸까? 아니면 1권 마지막 이야기에서 이상은 실제 죽었고, 2권은 이상과 구보 두 사람이 그 전에 맡았던 사건들의 기록인 게 아닐까? 그것도 아니면 1편의 마지막 시간대와 계속 이어지는 걸가? 3권에서도 이 흐름이 이어지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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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리커버 에디션)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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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Snowman SnØmannen, 2007

   작가 - 요 네스뵈







  소설이 인기가 좋으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에 무척이나 고민이 된다. 소설을 먼저 읽을 것이냐 영상을 먼저 볼 것이냐. 영상화되었다는 건 원작 소설이 훌륭하다는 것은 기본으로 깔고 있기에, 영화나 드라마는 아무래도 불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걸 다 감안하더라도, 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스노우 맨 The Snowman, 2017’은 진짜 너무 엉망이었다. 원래 영화를 보고 실망하면 소설도 별로 읽고 싶어지지 않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소설이 어땠기에 영화가 이 모양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원작을 쓴 작가가 영화를 만든 감독을 고소하고 싶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와, 어떻게 이런 원작을 그렇게 만들 수 있을지 의아하다.



  한 여인이 실종된다. 노르웨이에서 유일하게 연쇄 살인범을 상대했던 ‘해리’에게 이상한 편지가 날아온다. 사건을 조사하던 해리는 지난 11년 동안 발생했던 여성들의 실종과 이번 사건이 관련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 사건은 몇 년 전에 사라진 부패 경찰과도 이어져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원래 추리 소설은 여름에 읽으라고 하지만, 이 책은 겨울에 읽으니 더 매력적이었다. 소설의 배경이 눈이 많이 쌓인 오슬로였기에, 간접적으로나마 계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았다. 아쉬운 점이라면, 서울에는 눈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눈까지 소복이 쌓여서 눈사람 하나 만들어 놓고 그러면 분위기 더 죽여줬을 텐데!



  영화를 보면서 이 사람이 왜 나왔을까 의아했던 점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관련자들의 관계는 물론이고 사건의 배경, 범인이 피해자를 고른 기준 그리고 동기 같은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인물들이 더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누군가에게는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를 보면서는 주먹을 날려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기도 했다.



  범인이 겪은 고통이나 부모에 대한 배신감 그리고 그에 따라 증오가 생기는 것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살인을 하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 그가 증오하는 대상에 대한 복수는 이미 끝냈는데도 말이다. 어쩌면 결국 그는 사람, 특히 여자들을 죽이면서 쾌감을 느꼈던 게 아닐까? 그리고 불륜을 저지르는 여자를 처단한다는 게 그의 정의인데,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불륜은 혼자 저지르나? 책에서 불륜을 저지른 여자는 다 살해당했지만, 불륜을 저지른 남자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왜지? 하긴 어긋난 자신만의 정의를 내세우는 미친놈의 정신 상태를 정상인인 내가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겠지. 그냥 자기 위치에서 제일 접근하기 쉽도 제압하기 쉬웠으니 그런 거겠지.



  책에는 독자를 위한 온갖 함정과 미끼로 가득했다. 범인이라 여겨지는 인물도 여러 명이었고, 끝까지 의심이 가는 사람도 있었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후반부까지 누구인지 짐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해리와 그의 전 여자 친구의 관계가 내 기준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빼고는, 책은 괜찮았다. 두께를 보고 놀랐는데, 읽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그나저나 연쇄 살인범이 눈사람으로 되살아나는 영화 ‘잭 프로스트 Jack Frost, 1997’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두 작품 때문에 어쩐지 눈사람이 예전과 달리 미심쩍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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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탐정 이상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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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김재희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다.



  ‘구인회’에 가입하라는 선배 작가인 ‘염상섭’의 제의에 모임 장소에 온 ‘구보 박태원’. 그곳에서 그는 ‘이상 김해경’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염상섭은 뜻밖에도 구인회에 가입하려면 시험을 봐야한다며, 최근에 일어난 살인 사건을 풀어보라고 말한다. 구인회는 오래전부터 경무국 형사를 도와 범인을 여러 번 잡았다는 설명과 함께, 염상섭은 두 사람에게 그 당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창경원 미녀 변사 사건을 던져준다. 이상과 구보는 살해 현장으로 가보는데…….



  위에 적은 줄거리는, 책에 수록된 일곱 개의 단편 중 첫 번째인 『사슬에서 풀려난 프로메테우스』의 도입부이다. 이후 이상과 구보는 팀을 이루어 여러 사건을 해결한다. 책에는 『류 다마치 자작과 심령사진』, 『간송 전형필의 의뢰』, 『여가수의 비밀』, 『그녀는 살아 있다』, 『나비 박사』 그리고 『이상의 데스마스크』가 실려 있다.



  책의 시대적인 배경은 독립운동, 일제의 탄압, 신문물의 도입 그리고 하와이로의 이주 등이 동시에 일어났던 1930년대이다. 그 때문에 처음 경무국으로 간 구보가 혹시 고문이라도 당하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장면도 있었고, 독립운동을 하는 남편을 둔 여인도 등장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쩐지 나른하고 느긋한 분위기가 풍길 때도 있다. 가령 외국 작가나 유명인들의 행동과 말을 따라하면서 가면 파티를 즐기는 대학생들의 놀이 문화라든지 다방 ‘제비’에서 이상과 금홍이 벌이는 애정 행각 등등이 그러했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여러 사람들, 특히 역사책에서 이름을 들었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김유정이나 염상섭 같은 구인회 회원인 여러 문인들을 비롯해서, 간송 전형필이나 석주명 박사 그리고 자전차 왕 엄복동 등이 출연한다. 물론 그분들의 후손에게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지 않아야 하기에, 대개 의뢰인이나 자문으로 등장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사건이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남자 둘이 팀을 이루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뒤팽’을 거쳐 ‘셜록’ 시리즈에서 완성이 되었다. 이 책 역시 셜록의 영향을 받은 티가 물씬 풍겼다. 두 남자, 한 명은 천재적인 탐정이고 다른 한 명은 기록자이자 친구, 한 명은 독신이지만 다른 한 사람은 유부남. 이 책의 이상과 구보가 실존 인물이라는 것만 빼면, 주연의 기본 설정은 똑같았다.



  하지만 시간적 공간적 정치적 상황이 다르기에, 이상과 구보 팀만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그녀는 살아 있다』에서 보여준 작가의 상상력에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그런 매력은 『나비 박사』에서 약간 익숙하다는 느낌을 주더니, 『이상의 데스마스크』에서는 탄식과 함께 ‘굳이 이렇게 했어야 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반감되었다. 특히 마지막 이야기의 결말 부분은 라이헨바흐 폭포 한국화라는 생각만이 들었다. 그 전까지 무척 좋았는데, 마지막에 이런 마무리라니……. 맛있는 코스 요리를 먹었는데, 후식 때문에 입맛을 버린 느낌이었다.



  그래도 2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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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놀고 싶은 날 숨은그림찾기 - 빨간고래와 떠나는 숨은그림 여행 40코스 혼자 놀고 싶은 날 미로찾기
박정아(빨간고래) 지음 / 조선앤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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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빨간고래와 떠나는 숨은그림 여행 40코스

   저자 - 빨간고래 (박정아)







  조카들이 어릴 적에 보던 학습지나 교육적인 만화책에 간혹 숨은 그림을 찾는 코너가 있었다. 그리고 역시 그 애들이 즐겨먹던 과자 상자에도 숨은 그림 찾기가 그려져 있기도 했다. 나란히 배를 깔고 누워서 같이 어떤 그림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경쟁도 하고, 때로는 조카를 울리거나 기를 살려줬던 추억이 있다. 요즘은 게임 사이트에 간간히 올라오는 숨은 그림 찾기 게임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휴대폰의 작은 화면으로 하다보면, 눈이 더 나빠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 한동안 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 책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색도 예쁘고 책도 사이즈가 큰 것 같고, 어쩐지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주인공인 것 같은 사람이 여행을 준비하고, 이곳저곳 둘러보고 돌아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첫 번째 장을 펼치면 표를 예약하는 분주한 모습이 들어있고, 두 번째 장은 본격적으로 짐을 싸고 있다. 그 다음은 공항에서 면세점을 구경하고, 이어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을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와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과 다른 아시아권 나라들을 둘러본다. 물론 미국도 여행한다. 책은 각 국의 명소를 보여주면서, 그곳에 숨어있는 다양한 물건들을 찾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처음에는 숨은 그림 찾는 것보다, 각국의 명소를 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림과 색감이 편안한 느낌을 주면서, 상당히 꼼꼼히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숨은 그림 찾기가 아니라, 무슨 그림 화보집이라 착각할 정도였다. 아니면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글자 없는 그림책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아, 비록 그림이지만 책에서 나온 각 국의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은 그야말로 식욕을 자극한다. 힐링 책이라고 했는데, 밤에는 보면 안 되겠다.




  책의 뒷부분에는 각 그림의 해답이 표시되어 있다. 그래서 이게 맞는지 아닌지 미심쩍은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색을 칠하고 엽서나 편지지로 쓸 수 있는 페이지도 몇 장 들어있다. 하지만 어쩐지 내가 색칠하면 엉망이 될 거 같아서 그냥 곱게 보존하기로 했다.



  막내 조카와 함께 찾아봤는데, 이제는 나보다 더 잘 찾는다. 어릴 때는 내가 하나라도 더 빨리 찾으면 분해했는데, 이제는 아주 여유롭게 후다닥 찾아낸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다 찾고 하는 말이 “고모, 이거 너무 쉽잖아요!”란다. 사실 너무 대놓고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설마 이건 아니겠지?’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었다. 음, 힐링이 목적이라 그림을 찾느라 집중해서 머리 아프거나 못 찾아서 화를 내지 않도록 쉽게 그려져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조카와 함께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책이었다. 한 번에 다 찾지 말고, 조금씩 아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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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예언자 1 오드 토머스 시리즈
딘 R. 쿤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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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Odd Thomas, 2004

   작가 - 딘 쿤츠






  검색을 해보니, 이 작품의 영화 리뷰를 쓴 날이 2014년 12월이다. 그 때 원작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책을 손에 들었다. 거의 3년 만이다.



  부모에게 외면당하고 할머니 손에서 자란 ‘오드 토마스’. 그에게는 부모도 모르는 특이한 능력이 있었으니, 바로 죽은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능력을 아는 것은 경찰 서장과 몇 명, 그리고 여자친구 ‘스토미’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오드는 자신이 일하는 대형 쇼핑몰에 ‘바다흐’들이 무리지어 나타나는 광경을 보게 된다. 비극적이고 끔찍한 죽음이 생길 곳에 미리 와있는 존재인 바다흐. 그들이 그렇게 몰려있다는 것은, 그곳에서 조만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을 징조였다. 오드는 그걸 막기 위해 바다흐를 몰고 다니는 남자를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쿤츠의 작품은 특유의 속도감 때문에 읽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느릿한 것 같지만, 기차가 가속이 붙으면 엄청난 속도로 빨리 가는 것처럼 직선으로 쭉쭉 뻗어가는 시원함마저 느껴졌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면, 그 엄청난 두께에 ‘이 양반이 또…….’라며 한숨을 쉬지만 한번 펼치면 멈출 수 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그런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어쩌면 내 집중력이 약해졌거나 날이 추워서 이불 속에서 읽었더니 자꾸 졸려서 그랬을지 모르지만, 중간에 여러 번 책을 손에서 놓고 말았다. 세상에, 쿤츠의 책인데! 게다가 초반을 읽으면서 어쩐지 이건 쿤츠답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물론 번역본이니 번역가의 역량에 따라 느낌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감안한다고 해도, 어쩐지 문장이 너무 길었고 늘어지는 분위기였다. 내 기억 속에 있는 쿤츠 소설의 문장은 이 책처럼 몇 줄씩 길게 이어지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어쩐지 주저리주저리 설명이 긴 것이, 지금까지와는 좀 달랐다. 번역가가 긴 문장을 한두 개로 끊어서 번역하는 경우는 있지만, 한두 개의 문장을 하나로 합치는 일을 별로 없지 않나? 그러니, 이 긴 문장은 쿤츠가 적은 문장이라는 얘긴데……. 설마 지금까지 내가 기억하는 쿤츠의 문장은 번역가가 짧게 끊어서 번역한 것들이었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그 정도로 이 책의 문장은 호흡이 길었다. 이 책은 오드의 시점에서 서술되고 있었다. 원래 사람의 생각이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법이니, 오드가 당황하거나 혼자 온갖 망상과 상상과 추측을 하는 게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집중하기 어려웠다. 물론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쿤츠 소설의 특징처럼 사들건이 휘몰아치면서 속도감이 붙어서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그 전까지는 읽기가 힘들었다. 어쩌면 오드와 그 주변 지인들에 대한 설명이 너무 길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거의 초반은 등장인물 소개로 채워졌고, 본격적인 사건으로 접어든 것은 중반부터였으니까 말이다. 이 이야기가 시리즈라서, 초반에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걸까? 다음 이야기에도 이 사람들이 그대로 등장하는 모양이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와는 결말이 다르길 빌었다. 하지만 영화와 똑같은, 어쩌면 더 슬픈 마무리여서 마음이 아팠다. 힘내라, 오드.



  두 번째 이야기는 좀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 지금 심정으로는 별로 끌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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