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라이즈 아르테 미스터리 16
T. M. 로건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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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LIES, 2017

   작가 - T.M. 로건





  교사인 ‘조셉’은 어린 아들 ‘윌리엄’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아내 ‘멀’의 차를 발견한다. 문제는 그 시간에 그녀의 차가 그곳에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매주 테니스를 가는 시간인데, 왜 그녀는 호텔 식당에서 친구 ‘베스’의 남편인 ‘벤’과 만나고 있는 걸까? 왜 벤은 그녀에게 화를 내고 있는 걸까? 호텔 주차장에서 벤과 말다툼을 하던 중, 조셉은 그를 넘어뜨리고 만다. 그 광경을 보던 윌리엄이 천식발작을 일으키는데, 호흡기를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피 흘리는 벤을 주차장에 두고 집으로 돌아온 조셉. 그런데 다시 돌아간 주차장에 벤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냐고 추궁하는 조셉에게 멀은 벤이 자신을 유혹한다는 고백을 한다. 둘은 그 사실을 덮기로 한다. 얼마 후 베스가 찾아와 조셉과 멀 부부에게 놀라운 사실을 얘기한다. 벤이 원래 집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성향이었고, 왜인지 모르지만 잔뜩 화가 나서 총을 갖고 나갔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벤은 사라지고, 조셉의 페이스북은 해킹 당한다. 그리고 멀의 고백과 달리, 그녀와 벤이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책의 띠지에 이런 문장이 적혀있다.



  ‘거짓말을 잘하려면 기억력이 좋아야 돼.’



  문풍지에 구멍이 나면, 그걸 덮기 위해서는 구멍보다 큰 종이가 필요하다. 만약 종이의 색이 맞지 않으면, 덧붙인 종이보다 조금 더 큰 종이가 필요하고 말이다. 거짓말도 마찬가지다. 처음 시작은 작고 사소한 것이었겠지만, 그걸 감추기 위해 점점 거짓말의 범위가 커진다. 그리고 어느 때가 되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해져있을 때가 있다. 아니면 그 전에 이미 앞에 했던 거짓말과 모순되는 말을 해버려서 들통이 나버렸을 수도 있다. 그렇다. 거짓말을 잘하려면 무엇보다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 자기가 한 말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나오는 거짓말쟁이는 어쩐지 서툴렀다. 거짓말이 들통 나는 바람에 변명을 했지만, 그것도 거짓이라는 게 발각되길 반복했다. 결국 그 사람이 하는 말은 하나도 믿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제목과 띠지에 적힌 말을 바탕으로, 거짓말쟁이가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솔직히 그 사람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져서, 무슨 말을 하건 계속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된다.



  애인님과 같은 책을 읽고 있기에, 중간에 잠깐 이야기를 나눴었다. 과연 이 모든 것을 꾸민 것이 누구냐는 것에 대한 추측이었다. 난 그 거짓말쟁이와 다른 누군가가 협력 관계에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왜냐하면 현대물답게 스마트폰과 신형 앱, 몰카 기능과 도청 장치 그리고 컴퓨터 해킹 등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이미 작가의 함정에 빠진 뒤라고 볼 수 있다. 왜 그런지는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얘기하지는 않겠다. 이 책의 후반부를 읽다가, ‘와, 진짜…….’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름대로 편견과 선입견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시각을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나한테 너무 관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책은 꽤 두툼했지만, 어쩐지 손에서 놓기가 아쉬웠다. 빠른 속도감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미스터리와 함정, 새로 밝혀지는 사실들 때문에 눈을 떼기 어려웠다. 조셉이 좀 답답하게 보일 때도 있었지만, 내가 그런 상황에 놓이면 더 멍청하게 행동했을 거 같았다. 그리고 사람이 성실하고 현실에 만족하고 살면 안 되는 걸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난 그런 삶이 좋은데 말이다. 어쩌면 나에게 안정적이고 만족하는 삶이 주식이고, 색다른 변화를 주는 삶의 이탈은 가끔 먹는 특별한 음식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의 그 사람에게는 그게 반대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희생되어야 했다. 역시 입맛이 비슷한 사람과 만나는 것이 제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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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괴담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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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三毛猫ホ-ムズの怪談, 1980

  작가 - 아카가와 지로






  이번 이야기의 시작은 상당히 묘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출장을 다녀오던 ‘가타야마’가 혹시 고양이가 아닐까 의심되는 한 여인과 마주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지난 이야기에서 가타야마의 동생 ‘하루미’와 사귀기 시작한, 고양이 공포증이 있는 ‘이시즈’ 형사의 새 집으로 배경이 바뀐다. 대놓고 말은 못해도 신혼운운하면서 괜찮은 아파트로 이사한 이시즈가 가타야마와 하루미를 초대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아파트 단지에서는 아이들이 잦은 사고를 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근처에는 고양이를 많이 기르는 고양이 저택이라 불리는 커다란 집과 주인인 노인이 살고 있었다. 은퇴한 형사는 고양이 저택 주인의 아들을 범인으로 의심하고, 때마침 그 근처 땅을 매입하겠다는 업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동네 개발 계획 사업 발표회가 있던 날, 고양이저택의 주인이 살해당하는데…….



  제목에 ‘괴담’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것처럼, 이번 이야기는 분위기가 묘하다. 살해당한 사람 손에 고양이가 좋아하는 풀이 들려있었고, 동물이 물어뜯은 것 같은 상처에, 밤마다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 그리고 피살자가 중얼거리는 ‘빨간 고양이’라는 말까지…….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사람에게는 엄청 오싹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괴담으로 여겨지지는 않을 것 같다.



  문득 일본 드라마 ‘너 범인 아니지? キミ犯人じゃないよね?, 2008’이 떠올랐다. 드라마에서는 주인공 형사가 한눈에 반하는 여자가 대개 진범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초반에는 신선했지만 갈수록 식상했었다. ‘쟤가 또 반했어? 그럼 범인이네~’ 이 시리즈도 그런 비슷한 설정이 나온다. 물론 시리즈라고 해봤자 세권 읽었으니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패턴을 보면 그랬다. 매번 가타야마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이 사건의 열쇠를 가지고 있었고, 결국 그를 떠나버린다. 첫만남에서부터 어수룩하기에 이용해먹기 쉬운 남자로 평가받는 거냐, 가타야마…….



  그나저나 이제는 형사인 가타야마가 고양이 ‘홈즈’의 도움, 아니 홈즈의 조수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홈즈와 하루미의 탐정단에 가타야마 형사가 꼽사리를 낀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이건 마치 애니메이션 ‘형사 가제트 Inspector Gadget, 1983’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가제트가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 것 같지만, 사실 뒤에서 조카인 페니와 브레인이 거의 90% 해결하는 게 비슷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두 작품보다 이 시리즈가 먼저 나왔으니까, 저 작품들이 이 시리즈의 설정을 따라했다고 보면 되는 걸까? 그러면 하루미와 이시즈의 연애는 어떻게 진행되는 지, 과연 가타야마는 계속 여자들에게 이용만 당하는지 확인해봐야겠다. 다음 이야기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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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적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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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三毛猫ホ-ムズの追跡, 1979

  작가 - 아카가와 지로





  지난 1권에서 사랑의 아픔을 겪은 ‘카타야마’의 동생 ‘하루미’는 새로운 직장으로 옮겼다. ‘신도심 교양센터’라는 곳으로, 하루미는 접수대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여인이 나타나 모든 강좌를 신청하고 수업료까지 다 내고 간다. 이상하게 생각한 하루미는 그 여인이 적은 전화번호에 연락을 하는데, 경시청으로 연결된다. 게다가 그녀의 이름은 2년 전에 살해당한 여인과 똑같았다. 가타야마는 2년 전 사건이 벌어졌던 집으로 찾아가는데, 뜻밖에도 거기에는 살해당한 여인의 동생인 ‘료코’가 혼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센터의 강사들이 하나둘씩 살해당하는 일이 일어나더니, 료코마저 습격을 받아 죽고 만다. 이에 가타야마는 이 모든 일이 2년 전의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공식적으로 인간 형사 가타야마와 고양이 ‘홈즈’는 파트너 관계가 되었다. 지난번에 홈즈의 도움으로 사건을 해결한 가타야마는 이제 아예 대놓고 홈즈에게 뭔가 힌트가 없냐고 물을 지경이 되었다. 게다가 같이 일하는 형사들 역시 가타야마에게 홈즈 안부를 물을 정도였다. 이제 그와 홈즈는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물론 홈즈가 주인이자 명탐정이고, 가타야마는 집사이자 조수이다.



  1권보다는 재미있었다. 재치 있는 문장도 더 많았고, 사건의 트릭과 해결 과정 역시 깔끔하고 좋았다. 게다가 가타야마 남매를 결혼시켜야한다는 임무를 스스로 갖고 있는 숙모의 억척스러움과 어수룩한 가타야마의 모습은 상당히 대조적이고 우스웠다. 아, 저렇게 자기 밥도 못 챙겨먹는 사람이 가타야마였지……. 지난 1권에서 남매가 다 실연의 아픔을 겪었기에, 이번에는 어떻게 되나 궁금했었다. 하루미에게는 사귀자고 따라다니는 남자가 생겼고, 홈즈 역시 연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가타야마는 자신이 인기 있을 리가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스스로 자기가 인기 있는 게 이상했다는 그의 대사를 읽으면서, 웃겼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했다. 여자한테 인기도 없고, 여자가 앞에 있으면 말도 못하고, 피를 보면 쓰러지고…….



  아, 그래서 하늘에서 그에게 홈즈를 내려주신 모양이다. 가타야마가 스스로 사건의 단서를 찾아내진 못하지만, 힌트가 주어지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능력은 있었다. 설마 살아생전에 명형사로 이름을 날린 아버지가 하늘에서 아들을 돕기 위해 홈즈를?



  1권에서는 대학교가 살인사건으로 초토화되더니, 이번에는 문화센터에서 강사들이 줄줄이 죽어나갔다. 이번에 죽은 사람들은 죽어도 마땅한 자들이었다. 어떻게 사람으로 그런 짓을……. 어우, 진짜 읽으면서 역겨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정신상태가 썩어빠져서 아랫도리를 놀리는 놈들은 어디나 존재하는 모양이다. 인간이란 어차피 본질은 거기서 다 거기라는 걸까? 1권보다 좋은 2권이었기에, 3권이 살짝 기대된다. 다음에는 또 어디가 초토화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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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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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三毛猫ホ-ムズの推理, 1978

  작가 - 아카가와 지로

 




  ‘귀신형사’로 불리던 유명한 경찰이었던 아버지의 유언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경찰을 하게 된 ‘가타야마’. 피를 보면 빈혈 증세를 일으키고, 여자들이 많은 곳에 있으면 구토 증세를 보이는 그의 별명은 ‘아가씨’다. 아버지의 친구이자 카타야마 남매를 돌보아줬던 상관인 ‘미타무라’는 그런 그를 위해, 한 대학에서 벌어지는 매춘 수사를 맡긴다. 적어도 그런 곳에서는 피는 보지 않을 것이라는 나름의 배려였다. 하지만 매춘을 했다 의심되는 학생이 살해되고, 급기야 경찰에 사건을 의뢰한 ‘모리사키’ 교수마저 시체로 발견된다. 교수의 죽음을 조사하던 중, 카타야마는 대학 기숙사 신축에 얽힌 비리와 교수의 유산 상속 문제까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교수가 기르던 ‘홈즈’라 불리는 삼색털 고양이가 어찌된 일인지 가타야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데…….



  책의 제목을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고양이다. 물론 고양이가 말을 하는 것은 아니고, 힌트를 넌지시 줄 뿐이다. 가타야마가 사건이 어떻게 된 건지 감도 못 잡고 있을 때거나, 중요한 단서를 못 보고 넘어가려 할 때, 고양이 홈즈가 은근슬쩍 옆에 붙어서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그러면 가타야마가 거기서 ‘아!’하고 사건의 숨겨진 비밀이나 트릭을 눈치 채는 것이다.


  사건의 배경이 되는 대학은, 참으로 복잡하고 문제가 많은 곳이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연쇄 살인에, 학생들은 매춘을 하고, 건설사와 담합비리 의혹이 있고, 폭탄이 터지고, 교수는 살해당하고……. 대학교 인가가 취소되지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다. 그런 사건들이 한꺼번에 팡팡 터지는 바람에, 경찰들은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인다. 가타야마 역시 사건 조사하랴 연애 하랴 고양이 돌보랴 동생 챙기랴 바쁘기만 하다.



  교수 살인 사건과 학생 매춘 사건까지는 괜찮았는데, 연쇄 살인 사건의 결말은 좀 뜬금없는 기분이었다. 뭐랄까, 급하게 사건을 종결지으려한 게 아닐까 하는 느낌? 범인의 동기 역시 억지스러웠다. 거기다 가타야마 여동생의 일도 너무 끼워 맞추려고 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후반까지 천천히 롤러코스터를 타고 주위 경관을 보면서 언덕을 오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문제는 대개 그런 경우에는 비명이 나오면서 스릴도 느끼고 재미도 있고 그래야 하는데, 이번에는 ‘이게 뭐야?’하면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 부분은 좀 아쉬웠다.



  하지만 표지의 고양이가 너무 예뻐서, 그런 점들이 다 잊혀졌다.



  음, ‘코난 도일’의 ‘홈즈’는 후대의 작가들에게 좋은 소재이자 창작의 영감을 주는 뮤즈인 모양이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왓슨’이 친구가 아닌 집사의 역할을 하게 되었나보다. 왓슨, 아니 가타야마 주인님 잘 모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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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 코니 윌리스 소설집
코니 윌리스 지음, 이주혜 옮김 / 아작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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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 Lot Like Christmas, 2017

  작가 - 코니 윌리스




   몇 달 전에 리뷰를 썼던 ‘고양이 발 살인사건’과 세트인 작품이다. 작가인 코니 윌리스가 집필한 많은 단편들 중에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이야기들만 묶어놓았다. 그러니까 이 책도 단편집이라는 얘기다.


『기적』의 주인공 ‘로렌’은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선물 준비를 담당하고 있다. 동료들에게 줄 선물과 파티에서 입을 드레스까지 마무리했을 때, 그녀의 앞에 ‘크리스마스 선물의 유령’이 나타난다. 그는 요즘 크리스마스 선물에 정성과 환경 보호가 빠져있다고 혀를 차면서, 그녀가 준비한 모든 것들을 바꿔놓는데…….



  선물과 현재의 영어 단어가 똑같다는 점을 이용해,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 A Christmas Carol, 1843’의 현재의 크리스마스 유령을 크리스마스 선물의 유령으로 바꿔놓은 시작부터 재미있다. 거기다 환경 보호론자인 유령 식물성 잉크를 쓰지 않고, 재생지로 만든 카드를 쓰지 않았다고 화를 낸다.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크리스마스 특별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채널을 바꾸기도 하고 말이다. 유령 때문에 로렌은 뜻하지 않은 인연을 만나게 되는데, 이건 아무래도 유령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싶다.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는 인공 지능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소녀 ‘에밀리’와 ‘하빌랜드’라는 여배우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인간의 직업을 빼앗지 않기 위해 원하는 것이 없도록 프로그래밍되어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에밀리는 무용단원이 되고 싶어 했다. 하빌랜드는 그녀를 도와주기로 하는데…….



  사건의 전개는 어떻게 보면 인간적이었는데, 결말 역시 너무도 인간적이었다. 연구소 측의 대응도 당연해보였고, 하빌랜드의 반응 역시 이해가 갔다. 어쩌면 하빌랜드와 그녀의 지지자들이 연구소의 박사보다 더 에밀리를 인간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박사에게 에밀리는 단지 자신의 연구 실적을 뽐낼 수 있는 결과물이었지만, 하빌랜드에게 에밀리는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지닌 새로운 인격체이자 친구였다.



  『우리 여관에는 방이 없어요.』는 크리스마스 공연을 준비하는 한 교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샤론’은 교회에 나타난 두 젊은 노숙자 부부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한겨울에 샌들을 신고 있으며 여자는 임신 중이었다. 처음에는 불쌍해서 교회 안에서 쉬도록 했지만, 샤론은 알아차린다.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어찌된 일인지 모르지만 시공간을 이동한 ‘마리아’와 ‘요셉’ 부부였다. 다른 사람들 눈에 들키면 노숙자로 몰려 센터로 쫓겨 가게 된다. 샤론은 아무로 모르게 그들을 숨겨주면서, 동시에 베들레헴으로 돌려보낼 방법을 찾기로 하는데…….



  초반에 노숙자들이 다른 교회에 숨어들거나 비품을 훔쳐가는 일이 많다는 얘기를 하면서, 여관에 방이 없다고 쫓겨나는 마리아와 요셉 연극을 대비해서 보여주는 구도가 참 의미심장했다.



  『모두가 땅에 앉아 있었는데』는 코니 윌리스의 다른 단편집인 ‘여왕마저도 The Best of Connie Willis, 2013’에서 이미 리뷰를 썼었기에 여기서는 패스!



  『코펠리우스 장난감 가게』는 연애는 좋아하지만, 그들의 아이는 싫어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아이를 따라 장난감 가게에 들어간 그는, 뜻하지 않은 곤경에 빠지는데…….



  장난감 가게가 아이들에게는 천국이지만, 왜 어른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장소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장식하세닷컴』의 주인공 ‘리니’는 고객 맞춤형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종류의 컨셉으로 집안을 꾸며준다.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의뢰가 들어오는데…….


  과연 크리스마스라는 게 뭘까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남들과 다르게, 특이하게, 그리고 멋지게 집을 꾸미는 것이 크리스마스일까?



  이 책의 다른 이야기들도 다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다. 과연 크리스마스는 무엇을 위해서 있는 걸까? 우리는 왜 그 날을 기념하는 걸까? 유쾌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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