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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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三毛猫ホ-ムズの推理, 1978

  작가 - 아카가와 지로

 




  ‘귀신형사’로 불리던 유명한 경찰이었던 아버지의 유언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경찰을 하게 된 ‘가타야마’. 피를 보면 빈혈 증세를 일으키고, 여자들이 많은 곳에 있으면 구토 증세를 보이는 그의 별명은 ‘아가씨’다. 아버지의 친구이자 카타야마 남매를 돌보아줬던 상관인 ‘미타무라’는 그런 그를 위해, 한 대학에서 벌어지는 매춘 수사를 맡긴다. 적어도 그런 곳에서는 피는 보지 않을 것이라는 나름의 배려였다. 하지만 매춘을 했다 의심되는 학생이 살해되고, 급기야 경찰에 사건을 의뢰한 ‘모리사키’ 교수마저 시체로 발견된다. 교수의 죽음을 조사하던 중, 카타야마는 대학 기숙사 신축에 얽힌 비리와 교수의 유산 상속 문제까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교수가 기르던 ‘홈즈’라 불리는 삼색털 고양이가 어찌된 일인지 가타야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데…….



  책의 제목을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고양이다. 물론 고양이가 말을 하는 것은 아니고, 힌트를 넌지시 줄 뿐이다. 가타야마가 사건이 어떻게 된 건지 감도 못 잡고 있을 때거나, 중요한 단서를 못 보고 넘어가려 할 때, 고양이 홈즈가 은근슬쩍 옆에 붙어서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그러면 가타야마가 거기서 ‘아!’하고 사건의 숨겨진 비밀이나 트릭을 눈치 채는 것이다.


  사건의 배경이 되는 대학은, 참으로 복잡하고 문제가 많은 곳이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연쇄 살인에, 학생들은 매춘을 하고, 건설사와 담합비리 의혹이 있고, 폭탄이 터지고, 교수는 살해당하고……. 대학교 인가가 취소되지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다. 그런 사건들이 한꺼번에 팡팡 터지는 바람에, 경찰들은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인다. 가타야마 역시 사건 조사하랴 연애 하랴 고양이 돌보랴 동생 챙기랴 바쁘기만 하다.



  교수 살인 사건과 학생 매춘 사건까지는 괜찮았는데, 연쇄 살인 사건의 결말은 좀 뜬금없는 기분이었다. 뭐랄까, 급하게 사건을 종결지으려한 게 아닐까 하는 느낌? 범인의 동기 역시 억지스러웠다. 거기다 가타야마 여동생의 일도 너무 끼워 맞추려고 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후반까지 천천히 롤러코스터를 타고 주위 경관을 보면서 언덕을 오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문제는 대개 그런 경우에는 비명이 나오면서 스릴도 느끼고 재미도 있고 그래야 하는데, 이번에는 ‘이게 뭐야?’하면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 부분은 좀 아쉬웠다.



  하지만 표지의 고양이가 너무 예뻐서, 그런 점들이 다 잊혀졌다.



  음, ‘코난 도일’의 ‘홈즈’는 후대의 작가들에게 좋은 소재이자 창작의 영감을 주는 뮤즈인 모양이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왓슨’이 친구가 아닌 집사의 역할을 하게 되었나보다. 왓슨, 아니 가타야마 주인님 잘 모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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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 코니 윌리스 소설집
코니 윌리스 지음, 이주혜 옮김 / 아작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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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 Lot Like Christmas, 2017

  작가 - 코니 윌리스




   몇 달 전에 리뷰를 썼던 ‘고양이 발 살인사건’과 세트인 작품이다. 작가인 코니 윌리스가 집필한 많은 단편들 중에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이야기들만 묶어놓았다. 그러니까 이 책도 단편집이라는 얘기다.


『기적』의 주인공 ‘로렌’은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선물 준비를 담당하고 있다. 동료들에게 줄 선물과 파티에서 입을 드레스까지 마무리했을 때, 그녀의 앞에 ‘크리스마스 선물의 유령’이 나타난다. 그는 요즘 크리스마스 선물에 정성과 환경 보호가 빠져있다고 혀를 차면서, 그녀가 준비한 모든 것들을 바꿔놓는데…….



  선물과 현재의 영어 단어가 똑같다는 점을 이용해,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 A Christmas Carol, 1843’의 현재의 크리스마스 유령을 크리스마스 선물의 유령으로 바꿔놓은 시작부터 재미있다. 거기다 환경 보호론자인 유령 식물성 잉크를 쓰지 않고, 재생지로 만든 카드를 쓰지 않았다고 화를 낸다.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크리스마스 특별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채널을 바꾸기도 하고 말이다. 유령 때문에 로렌은 뜻하지 않은 인연을 만나게 되는데, 이건 아무래도 유령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싶다.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는 인공 지능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소녀 ‘에밀리’와 ‘하빌랜드’라는 여배우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인간의 직업을 빼앗지 않기 위해 원하는 것이 없도록 프로그래밍되어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에밀리는 무용단원이 되고 싶어 했다. 하빌랜드는 그녀를 도와주기로 하는데…….



  사건의 전개는 어떻게 보면 인간적이었는데, 결말 역시 너무도 인간적이었다. 연구소 측의 대응도 당연해보였고, 하빌랜드의 반응 역시 이해가 갔다. 어쩌면 하빌랜드와 그녀의 지지자들이 연구소의 박사보다 더 에밀리를 인간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박사에게 에밀리는 단지 자신의 연구 실적을 뽐낼 수 있는 결과물이었지만, 하빌랜드에게 에밀리는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지닌 새로운 인격체이자 친구였다.



  『우리 여관에는 방이 없어요.』는 크리스마스 공연을 준비하는 한 교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샤론’은 교회에 나타난 두 젊은 노숙자 부부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한겨울에 샌들을 신고 있으며 여자는 임신 중이었다. 처음에는 불쌍해서 교회 안에서 쉬도록 했지만, 샤론은 알아차린다.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어찌된 일인지 모르지만 시공간을 이동한 ‘마리아’와 ‘요셉’ 부부였다. 다른 사람들 눈에 들키면 노숙자로 몰려 센터로 쫓겨 가게 된다. 샤론은 아무로 모르게 그들을 숨겨주면서, 동시에 베들레헴으로 돌려보낼 방법을 찾기로 하는데…….



  초반에 노숙자들이 다른 교회에 숨어들거나 비품을 훔쳐가는 일이 많다는 얘기를 하면서, 여관에 방이 없다고 쫓겨나는 마리아와 요셉 연극을 대비해서 보여주는 구도가 참 의미심장했다.



  『모두가 땅에 앉아 있었는데』는 코니 윌리스의 다른 단편집인 ‘여왕마저도 The Best of Connie Willis, 2013’에서 이미 리뷰를 썼었기에 여기서는 패스!



  『코펠리우스 장난감 가게』는 연애는 좋아하지만, 그들의 아이는 싫어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아이를 따라 장난감 가게에 들어간 그는, 뜻하지 않은 곤경에 빠지는데…….



  장난감 가게가 아이들에게는 천국이지만, 왜 어른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장소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장식하세닷컴』의 주인공 ‘리니’는 고객 맞춤형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종류의 컨셉으로 집안을 꾸며준다.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의뢰가 들어오는데…….


  과연 크리스마스라는 게 뭘까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남들과 다르게, 특이하게, 그리고 멋지게 집을 꾸미는 것이 크리스마스일까?



  이 책의 다른 이야기들도 다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다. 과연 크리스마스는 무엇을 위해서 있는 걸까? 우리는 왜 그 날을 기념하는 걸까? 유쾌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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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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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Breakdown, 2017년

  작가 - B.A. 패리스







  * 어쩌면 중요한 힌트를 주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



  ‘캐시’는 폭풍우가 몰려오자,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숲길로 차를 몬다. 숲 중간쯤에 차 한 대가 멈춰서있는 걸 발견하고 잠시 멈췄지만, 어쩐지 불길한 느낌에 그냥 집으로 와버린다. 다음날, 그녀는 숲에 세워진 차 안에서 자신 또래의 여자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듣는다. 그리고 그 피해자가 얼마 전에 알게 된 ‘제인’이라는 사실에, 캐시는 절망한다. 그런데 그 이후, 그녀 주위에서 이상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남편 ‘매튜’가 출근한 이후에만 걸려오는 전화라든지, 자신이 주문하지 않은 물건이 배달되거나, 기억에 없는 친구들과의 약속 등등. 게다가 누군가 집에 침입했던 것 같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다. 캐시는 혹시 자신의 어머니처럼 조기 치매가 발병한 것은 아닐까 불안해하는데…….



  살아가다보면, 우리는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것은 잘 골랐다고 자화자찬을 할 때도 있고, 또 어떨 때는 내가 왜 그랬을 까라며 밤에 이불을 펑펑 찰 때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캐시 역시 선택을 해야 했다. 폭풍우 치는 밤, 지나가는 차는 한 대도 없는 깜깜한 밤, 으슥한 숲길에 조용히 서 있는 차,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잠시 멈춰봤지만 상대방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문득 전에 들었던 범죄 얘기가 떠오른다. 캐시는 결정한다. 그냥 지나가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그녀는 자신의 선택이 가져온 비극에 엄청난 죄책감을 느낀다. 만약 자신이 차에서 내려 살펴봤다면, 하다못해 집에 와서 경찰에 연락이라도 했다면, 제인은 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며 그녀는 자책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후 심해져가는 건망증과 맞물려 그녀를 서서히 망가뜨린다. 분명히 누군가 집에 들어왔지만,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는다. 두 눈으로 직접 봤지만, 다른 사람이 왔을 때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어버렸다. 자신은 약속을 한 적도 없고 주문한 적도 없지만, 상대방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결국 캐시는 자신을 믿을 수 없을 지경에 처한다. 소설은 그녀가 무너져가는 과정을 차분히, 그러면서 자세히 보여주었다. 거의 후반까지, 그녀가 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녀를 구원한 것은, 다른 사람의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어떻게 보면, 사건 해결이 너무 우연에 기댄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었다. 논리적으로 추론을 거듭해 범인의 계획에 있는 빈틈을 찾아내는 것이 아닌, 여기서는 타인의 우연한 도움으로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있게 된다. 이건 제인의 사건과 대비를 이룬다. 물론 캐시가 그날 밤 차에서 내려 다가갔다고 해서, 제인이 죽지 않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어쩌면 캐시마저 살해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캐시는 선의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정작 자신은 제인에게 그런 도움을 주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건 뭐랄까, 캐시에게 죄책감을 더 갖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 사건이 다 해결된 뒤에도, 캐시의 남은 삶에는 제인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것 같다.



  책 뒤표지에 보면, ‘가스라이팅Gaslighting 심리 스릴러’라고 적혀 있다. 이 문구를 적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스라이팅이 대개 이루어지는 관계를 생각해보면, 캐시를 위협하는 범인의 정체가 너무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폴라 호킨스’의 소설 ‘걸 온 더 트레인 The Girl on the Train, 2015’가 떠올랐다. 두 작품 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비슷했다. 그건 어쩌면 요즘에는 가스라이팅이라는 감정폭력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일까? 그건 타인의 감정을 착취해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결국 세상은 약한 사람들이 서로를 도우면서 살아가야하는 모양이다. 비록 모두가 다 그런 도움을 받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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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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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chtNacht, 2017

  작가 - 제바스티안 피체크





  방금 밴드에서 퇴출당한 ‘벤’은 전부인인 ‘제니퍼’의 전화를 받는다. 이주일 전 자살시도를 한 딸 ‘율레’에 관한 얘기였다. 그녀는 율레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았노라 말했다. 경찰에 가져갈 정도는 아니지만, 부모에게는 믿음을 주기에 확실한 그런 증거. 벤은 딸이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를 기억한다. ‘아빠가 위험에 빠진 것 같아.’ 그런데 그날 밤부터 모든 사람들이 그를 쫓기 시작한다. ‘8N8’이라는 사이트에서 사냥 게임을 시작했는데, 벤이 사냥감으로 뽑힌 것이다. 그를 잡으면 받을 수 있는 상금은 무려 천만 유료! 처음에는 다들 가짜뉴스라거나 낚시라고 여겼지만, 어마어마한 상금과 게임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일당이 개입하면서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그를 뒤쫓는다. 거기에 과거에 그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은 그를 처단해야 한다는 광기에 휩싸인다. 물론 그 범죄는 누명이었지만, 이미 선동된 사람들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벤은 사냥감으로 같이 지목된 ‘아레추’와 함께 생명을 건 도주를 감행하는데…….



  작가의 이름이 어딘지 모르게 낯익다. 그렇다. ‘제바스티안 피체크’. 바로 ‘눈알수집가 Der Augensammler, 2010’와 ‘눈알사냥꾼 Der Augenjager, 2011’ 그리고 ‘차단 Abgeschnitten, 2012’의 작가로, 책제목만으로 엄마의 이상한 시선을 받게 만든 그 사람이다. 글자를 읽는 것만으로 떠오르는 끔찍한 장면 연출로 한동안 속이 울렁거리게 만든 그 사람이다. 사실 그 때문에 한동안 이 작가의 책을 멀리하기도 했다. 읽고 나면 그 참혹함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말처럼, 몇 년 지났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에 과감히 책을 집어 들었다.


이야기는 마치 내가 벤과 아레추의 도주에 동반한 것처럼,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어느 한 구석에 주저앉아 숨 돌릴 틈도 주지 않는다. 이미 온라인과 방송을 통해 신상이 탈탈 털렸기에, 나는 상대를 모르지만 상대는 나를 안다는 사실에서 오는 공포는 엄청 났다.



  책은 온라인과 대중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간혹 온라인에 올라와있는 글을 진실이라 믿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이 믿는 사이트에 있는 글만이 진실이라 믿으며, 그것을 아니라 말하는 사람들에게 반박하며 공격하거나 아예 상대하지 않는다. 자기들끼리 뭉쳐서 모든 것을 배척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쉽게 선동되어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사람도 만날 수 있다. 첫 댓글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감동적인 얘기에 우스운 댓글이 처음 달리면 뒤를 이어 웃긴 댓글이 달리고, 첫 댓글이 비판적인 내용이면 다음 댓글들도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뜻이다. 예전에 이에 관한 무슨 실험이 있었던 것 같다. 모두가 다 ‘아니요’라고 할 때, 맞는다는 걸 확실히 알지만 다른 사람을 따라서 ‘아니요’라고 말하는 그런 실험이었던 것 같다. 다수를 따라가는 것은, 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똑같은 모양이다. 이런 경우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세기 어려울 정도이다.



  여기서도 그런 사람들이 등장한다. 남들이 욕하니 같이 욕하고, 남들이 죽이라 하니 같이 죽이라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 사람들은 다수였지만, 정작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소수였다. 그 한두 명의 사람들이 의도한대로 사람들은 움직였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했다. 문득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댓글 부대’가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너무도 높아서, 기본적인 교육 수준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쉽게 선동되고, 남의 말을 쉽게 믿는 걸까? 물론 온라인에 올라오는 모든 글을 개인이 일일이 검증할 수는 없다. 그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100% 진실이라 믿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언제부터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걸 그만뒀는지 모르겠다.



  중간 중간 생각하기 위해 멈춰야 할 정도로, 책은 진행이 빨랐다. 영상물을 보는 것도 아닌데, 읽는 내내 숨을 골라야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눈알 시리즈만큼의 충격은 없었다는 것이다. 뭐 그렇다고 섬뜩한 느낌을 주는 장면이 없었다는 건 아니다. 아마도 ‘제바스티안 피체크’ 일 년치가 넉넉하게 충전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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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천 년을 사는 아이들
토르비에른 외벨란 아문센 지음, 손화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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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Bian Shen, 2013

  작가 - 토르비에른 외벨란 아문센







  다른 아이들이라면 생일이 되면 신나하겠지만, ‘아르투르’는 달랐다. 14세가 되는 생일날 아침, 눈을 뜬 그는 불안에 휩싸였다. 지난 7천 년간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매번 14번째 생일이 되면 그는 죽었고 모든 기억을 갖고 환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아르투르처럼 환생을 거듭해온 다른 친구는 생일날도 헷갈렸냐고 놀리지만, 그가 계속 죽지 않자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다. 이 세상에는 아르투르처럼 14세가 되면 죽었다 환생하는 존재가 있었고, 그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불안해하는 아르투르에게 ‘수호자’라는 존재가 나타난다. 그는 아르투르에게 사명이 주어졌다고 말하는데…….



  한편 공학도인 ‘너새니얼’은 위성을 통해 지구의 인구수를 측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우연히 그는 421명에 해당하는 인간이 다른 인간에 비해 강한 뇌파를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런 그에게 네트워크의 아이들이 접근한다. 자기들이 알고 있는 환생자의 수보다, 너새니얼이 확인한 수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환생자 중의 한 명인 ‘파올로’는 어른이 되지 않고 계속해서 환생만 하는 것이 지겨워졌다. 그는 자신의 삶이 저주받았다고 생각한다. 마침내 그는 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환생의 고리를 끊어내겠다고 결심하는데…….



  예전부터 지금까지, 죽지 않고 오래 오래 사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많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르투르를 비롯한 아이들은 환생을 거듭하면서 오랫동안 살아왔다. 전생의 기억이 있기에, 그들은 몇 천년동안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왔다. 어떻게 보면 재미있는 삶일 수도 있다.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습득한 지식과 인맥으로 그들은 엄청난 부를 누리기도 한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기에, 그들은 몇 개 국어뿐만 아니라 사라진 고어까지 습득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무한으로 읽을 수 있는데, 2권까지만 볼 수 있다면? 뒷이야기가 궁금하지만, 강제적으로 다른 소설 1권을 읽어야 한다면? 소설 읽는 재미가 사라질 것이다.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들도 그랬다. 그들은 오래 살기는 했지만, 그건 십대 초반인 열네 살 때까지 뿐이었다. 그 이후의 삶은 어떠할 지 절대 알 수가 없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도, 20대의 열정적이면서 불안한 감정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느낄 경험이나 자신의 일에 열정을 바치는 경험도, 그들은 하나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자, 파울로가 왜 그랬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어른이 되고 싶었고, 죽고 싶었다.



  책은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파울로와 이를 막아야 하는 아르투르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그들은 어떨 때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동시에 과학 기술을 적절히 활용했다. 그런 장면을 보면서 작가는 예전에는 그냥 마법이라는 단어로 넘어갈 수 있는 현상을, 어떻게든 설명하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굳이 과학적으로 풀어줄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과 함께, 약간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책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번갈아 가면서 보여준다. 하나는 현재 아르투르와 너새니얼이 파울로를 찾아 헤매는 과정이었고, 다른 하나는 환생자인 아이들 중의 한 명의 과거 이야기였다. 그 과거가 참으로 서글퍼서, 환생하는 것이 꼭 좋은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르투르와 파울로, 그리고 너새니얼의 삶 중에서 어떤 삶이 좋은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었다. 그들 나름 고통이 있었고 기쁨이 있었으며 이루어지길 바라는 꿈이 있었다.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문득 그런 의문이 드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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