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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 ㅣ 밀실살인게임 1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 - 密室殺人ゲ-ム 王手飛車取り, 2007
부제 - 왕수비차잡기
작가 – 우타노 쇼고
그룹 ‘비틀즈’의 ‘애비로드 Abbey Road, 1969’ 앨범 표지를 패러디한 책 표지가 인상적이다. 표지에서 맨 뒤에 있는 다섯 번째 인물을 반쯤 가린 것은, 비틀즈의 멤버가 네 명이었기에 수를 맞추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걸까? 책 표지 오른쪽에서부터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악당 캐릭터인 ‘다스베이더’ 가면을 쓴 ‘두광인’, 집에서 기르는 거북을 머리에 올린 ‘잔갸 군’, 아프로가발에 장난감 안경을 쓴 ‘반도젠 교수’, 영화 ‘13일의 금요일’의 살인마 ‘제이슨’을 나타내는 하키 마스크를 쓴 ‘aXe’ 그리고 손과 발만 살짝 보이는 ‘044APD’이다. 반도젠 교수는 소설 ‘13호 독방의 문제’에 등장하는 천재 교수의 이름이고, 044APD는 드라마 ‘형사 콜롬보’에서 콜롬보가 타고 다니는 차 번호이다.
닉네임에서부터 눈치챌 수 있지만, 이들은 범죄 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우연히 온라인에서 만나 각자 추리 문제를 내고 맞추기를 즐기지만, 이들에게는 남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각자 내는 추리 문제가 실제 그들이 저지른 살인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순서를 정해 돌아가면서 살인을 저지르고, 채팅창이나 파일로 범죄 현장 사진과 몇 개의 힌트를 보여준다. 그러면 다른 네 사람이 추리해서 사용한 트릭과 동기 같은 것을 맞추는 놀이를 즐기고 있다. 때로는 연쇄 살인을 일으켜 희생자들의 관련을 찾아보거나, 알리바이가 증명된 상황에서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는지 알아내기도 하고, 잠든 부부 중에 남편만 죽인 다음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추리하기도 한다.
책은 다섯 명의 채팅방 멤버들이 고안하고 실행한 다양한 살인 트릭으로 가득하다. 희생자들과 악연이 있어서 살인을 저질렀다기보다는, 그냥 자신이 생각한 트릭을 완성하기에 적합한 사람을 골랐다고 볼 수 있었다. 멤버 중에는 살인을 저지르기 위해 몇 달 동안 희생자를 고르고 주위를 맴돈 사람도 있었다. 그들에게 인간성이니 인류애 내지는 생명 존중을 찾는 건, 쓸모없는 일이었다.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것이고, 하고 싶으니까 하는 것이다. 그런 그들의 생각은 두광인의 대사를 통해 잘 드러나 있다.
“죽이고 싶은 인간이 있어서 죽인 게 아니라 써보고 싶은 트릭이 있어서 죽였지.” - p.412
후반부에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데, 현실에서의 자기 모습에 그리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채팅방의 멤버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연쇄 살인을 저질렀고, 남들은 상상도 못 할 트릭으로 사람을 죽여왔다. 왜 그랬을까? 외부에는 드러낼 수 없지만, 남들보다 우월하고 지적이고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서 그런 걸까? 어려운 수학 문제를 끙끙대다가 결국 풀어내는 순간 희열을 느끼는 것처럼, 그들도 자기가 몇 날 며칠 세운 살인 계획이 딱 맞아떨어지고 아무도 풀지 못하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희열을 느끼는 걸까?
아, 어쩌면 실험실에서 동물들에게 온갖 실험을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다른 사람은, 그냥 실험실의 동물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거였다. 실험실에서 할 수 있고 해보고 싶은 실험을 동물들에게 하는 것처럼, 그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물론 실험실에서 하는 것은 인간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그들에게는 없었다.
책은 열린 결말처럼 보이게 끝이 났다. 과연 그들이 내린 선택이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울린다는 생각은 들었다.
살인 트릭들이 참으로 대단하고 기발하고 굉장해서, 그거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책이었다. 진짜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데 이 작가, 남이섬을 어떻게 알고 있지? 남이섬이 그렇게 유명한 곳인가? 아니면 그가 알고 있는 남이섬과 내가 알고 있는 남이섬이 다른 곳일까? 그리고 책 표지는 왜 하필이면 비틀즈 앨범 패러디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