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저자를 닮았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글을 보면 저자의 성품과 내면을 엿볼 수 있는 법이지요. 17년 동안 결핍에 시달렸고, 그 결핍이 가져다준 굴곡을 생각하면 날이 서고, 극도로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장 목사님은 결이 달랐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여기저기 위트와 유머가 흩뿌려져 있습니다. 개그맨을 꿈꿨던 목사님 다움이 책에 여실히 묻어납니다. 재밌다는 말입니다.
인생을 바라보는 혜안과 통찰도 가득합니다. 목사라는 직업병(?)도 유감없이 발휘하여 일상에서 겪는 소소한 이야기를 성경과 끊임없이 연결하며 성경을 이해하는 수준을 한 뼘 더 끌어올려 주고, 한 뼘 더 깊게 만들어 줍니다. 성경이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고, 일상과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친절하면서도 단호하게 보여줍니다.
자신의 아픔을 이렇게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했습니다. 글을 읽어가던 중 흐르는 눈물을 훔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결핍을 이렇게 담담하게 이렇게 담백하게 풀어놓을 수 있는 목사님의 용기와 글 솜씨에 홀딱 반하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고 잠깐 산책을 하던 중 나의 부모님과 내 친구 김동선 목사가 떠올랐습니다. 서로를 전혀 모르는 나의 부모님과 김동선 목사가 가진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자녀를 먼저 보냈다는 것입니다. 박완서 작가가 말한 참척의 고통을 아는 사람들입니다. 자녀를 잃은 일이 그 무엇보다 깊고 치명적인 결핍이 아닐까? 어디에서도 채울 수 없는 결핍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하나님이 그 결핍을 채울 수 있는 분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흘러갔습니다. 독생자 예수를 잃으신 분이기에, 자녀를 잃는 아픔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시기에, 그 결핍이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완벽하게 이해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님이 우리의 결핍을 정확하게 아실 뿐 아니라 채워주실 수 있는 유일한 분입니다.
장 목사님의 글을 읽으면서 장 목사님의 결핍이 눈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그 결핍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께 시선이 가고, 결핍 때문에 허덕이는 우리와 끝까지 함께 하시며, 결국 그 결핍을 넉넉하게 채우고 흘러넘치게 하실 하나님께 마음이 모아졌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세상의 결핍을 직시하고 그 결핍을 채우도록 부름받은 교회로 나의 시선이 흘러갔습니다. 교회는 세상의 부족함과 결핍을 지적하라고 부름받은 것이 아니라 무한한 공급자이신 하나님과 세상을 연결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참고로 저는 잇는교회 담임 목사입니다. 이 사명을 감당하고 싶은 교회라고나 할까요). 장 목사님의 결핍의 위로를 읽으면서 결핍을 채우시는 하나님과 결핍을 채우도록 부름받은 교회를 생각할 수 있어서 더 즐거운 책 읽기였습니다. 목사님의 의도 중 하나이길 내심 기대해 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