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비극 -상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35
디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김병철 옮김 / 범우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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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도어 드라이저Theodore Dreiser. 작가 본인이 인디애나 주의 공업도시, 그것도 살벌한 공업도시라는 테레 호트에서 금슬 좋은 독일계 이민 1세 아버지와 체코에서 농사짓다 온 이민 1세 어머니 사이의 열세 아이 가운데 열두 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시어도어가 네 살 때 모직공장의 감독으로 있던 아버지가 독립을 해서 스스로 공장을 세워 드라이저 사장이란 직함을 달고 다니다가 2년 만에 공장이 홀랑 타버리고 와중에 아버지마저 심한 화상을 입어 거의 폐인이 되었다고 한다. 화재보험을 들지 않아 거렁뱅이가 된 드라이저 가문의 열세 명이나 되는 아이들 가운데 시어도어의 형과 누이들 다수가 자연스럽게 교도소의 단골손님이 되거나 창녀가 되었다고 역자가 쓴 작품론에 설명이 되어있다. 심지어 창녀가 된 누이 중 한 명이 나중에 프랭크 노리스가 작품의 선정성에 대한 위험부담을 온전히 감당해가며 출판해준 작가의 초기 대표작 <시스터 캐리>의 모델이 되었다고 하니, 드라이저야말로 진짜 미국식 자연주의 또는 사실주의 작가의 대표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문학 전체에서 이야기하자면 또 영국, 즉 모국어를 영어로 사용한 이민자가 아닌 첫 번째 유명 소설작가라는 의의도 있다고 하는데, 이딴 건 뭐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
 나는 <시스터 캐리>를 1982년에 학원사에서 나온 책으로 읽어 하도 오래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한데, 그로부터 10년 후인 1992년, 직장생활 중에 우연히 만난 까마득한 영문과 선배가 졸업논문으로 <시스터 캐리>의 작품론을 썼다고 해서 책 이야기하며 술 한 잔 했던 기억이 있다. 자네가 어찌 <시스터 캐리>를 알아? 예, 그렇게 됐습니다. 재미있는 책이잖아요. 그래, (발음기호 [θ]를 유난히 강조하며) 씨어도어 드라이저의 사실주의 문학이.... 운운, 뭐 그랬다는 얘기다.
 <시스터 캐리>도 그렇고 <미국의 비극>도 그렇고, 이야기는 빈민 출신의 청춘 하나가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아득바득 비정상적으로 기어오르는 내용인데, 이제 <미국의 비극>을 읽어보니, 꼭 그렇다는 건 아니고, 이 책이 <시스터 캐리>보다 더 재미있을 거 같다. 그러나 문제는 2019년 9월 현재 독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범우사에서 낸 김병철 번역 말고는 없으며, 1989년에 초판을 내고, 1999년에 맞춤법이 대규모로 바뀌는 바람에 중판을 찍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때 과거 금속활자 본을 다시 컴퓨터 본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범우사의 다른 역서가 그렇듯이 대량으로 에러를 발생시켰다는 점이 하나요, 역자 김병철 선생이 1921년생으로 생존하신다면 올해 연치가 99세에 달해 과연 역자 본인이 중판 과정에 관여를 했겠는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존댓말이 나올 때, “… 이었습니다.”로 써야할 부분에서 컴퓨터 조판을 했던 담당자가 피곤했는지 어땠는지 “… 이었읍니다.”로 여전히 예전 맞춤법을 따르고 있는 걸 발견할 수도 있다. 실제로 서울, 경기 일부지역에서는 20세기 후반까지 발음을 [이얻음니다]로 하는 나이 든 사람들이 있었지만 맞춤법이 개정된 이후로 싹 사라져버렸다는 건 여담이다. 문자가 그리 무서운 법이다. 문자는 언어를 지배한다. 진짜다.
 20세기 말의 범우사 세계문학 시리즈는 당시 비교할 전집이 별로 없을 만큼 대단한 성가를 누렸다. 옛시절 범우사의 책 구경을 한 번 해 볼까?

 

 

 <율리시즈>가 금속활자 시대의 독수리 발톱 범우사, 위에 가로로 얹힌 레마르크가 요새 범우사다.


 당시 회사의 문장이 독수리가 발톱을 내밀며 먹이를 나꿔채는 듯한 모양이고 지금은 좀 추상적인 도안으로 되어 있다. 하여간 위에서 말한 컴퓨터 조판 시대로 넘어가면서, 흠 이렇게 얘기했다가 고소당하는 거 아닌지 몰라, 망했다. 오래된 번역, 형편없는 교정, 교열. 이 책도 이런 평가에서 멀지 않다. 그러나 내 경우에 국한해 말하자면, 교정 교열을 참을 수만 있으면 오래된 번역이 나쁘지는 않다. 요새 역자들이 줄곧 사용하곤 하는 희한한 조어造語들과 비교해 예스럽고 ‘정확한 단어’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음사 책에 대해서는 이 정도면 됐고, 이제야 독후감의 본문으로 들어간다.
 책, 모두 두 권, 본문만 980여 쪽에다가 요새 책답지 않은 정음사 편집으로 글자가 빽빽하게 차 있어 다른 출판사가 책을 내면 적어도 세 권정도 분량으로, 하루 종일 읽는다 해도 엿새 정도 걸리는데, 첫 장을 넘기면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 도심을 걷는 빈곤층 가족이 등장한다. 뭐 하러? 버스킹. 정말이냐고? 그렇다. 가족들이 자리를 잡고 풍금을 선두로 악기를 배치한 다음, 당시가 1910년대니까 스피커 시설은 없지만 대중들을 앞에 놓고, 물론 이들의 예술을 감상하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고 집중하는 행인들은 별로 없지만, 노래를 시작한다.
 “사랑의 주 하나님, 우리의 삶을 주관하시니
 말씀으로 우리에게 영원천국 알게 하소서“
 꼭 이 노래는 아니지만 하여간 개신교 ‘하나님’을 찬양하는 찬송가를 우렁차지, 않게, 노래한다. 가족을 이끄는 아버지는 애초 품성이 사람살이에 관해서 거의 관심이 없으며 매사에 무기력한 남자로 오직 불쌍한 인간들에게 ‘하나님’의 복된 말씀을 전하는 데만 관심을 두어, 어느 정도냐 하면 아버지가 죽을 때 자기 재산을 첫째와 둘째 아들에게만 나누어주고 이이의 인생 자체에 실망해 셋째 아들이자 이 가족의 가장한테는 단 천 달러만 남겼을 정도였다. 버스킹을 해서 몇 푼 되지 않는 돈을 얻어 생활을 하는데, 주책없이 아이는 자꾸 생기지, 이거 뭐 생활이 되겠느냐는 말이지. 노래나 잘 하면 또 모를까. 그리하여 맏아들이자 작품의 주인공 크라이드 그리피스는 애초에 부모의 승인 없이, 그러나 아무런 지탄도 없이 열서너 살 때 학교를 때려치우고 미국식 잡화점인 드럭스토어의 점원으로 들어갔다가 용기를 내서, 그러나 벌벌 떨면서 캔자스시티의 가장 화려한 그린 데이비스 호텔의 보이에 지원해, 영광스럽게도 입사하게 된다. 동시에 집안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 구성원으로 승격하고. 주급이 있고, 주급보다 훨씬 많은 팁으로 크라이드는 전엔 상상도 못했던 깔끔한 옷과 매력적인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니 열다섯 살도 안 돼 총각딱지도 돈 주고 떼고, 줄 듯 말 듯 하지만 결코 허락하지는 않는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방탕한 호텐스 브리그스와 연애에 돌입할 수도 있게 된다. 이때 나이가 열다섯. 여태껏 내가 한 번도 여자였던 적이 없어서 여자는 모르겠고, 남자 나이 열다섯이면, 애다, 애. 그래 죽을 때까지 후회할 짓을 골라 하니, 자기가 번 돈을 가족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고 싶어 하지 않아 비싼 옷과 맛난 음식을 사 입고 먹으면서도 크라이드의 호주머니에선 가족이 꼭 필요해 최소한으로 요구하는 금액의 돈은 나오지 않는다.
 사람이란 것이, 모르는 게 약일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크라이드 그리피스 역시 뱃가죽이 등가죽과 만나 서로 안녕, 하고 인사하던 시절엔 몰랐었는데 그린 데이비스 호텔의 검정 대리석으로 도배가 된 화려의 극치에 달하는 궁전 같은 곳에서 너무도 쉽게 돈이 생기게 되고, 무엇보다 상류사회의 편리함, 멋있음, 화려함에 눈을 떠, 자신도 언젠가는 저들처럼 금화를 태산같이 쌓아놓고 살리라는 헛된 희망을 품게 된다. <시스터 캐리>와 비슷한 구도지? 그렇다.
 캔자스시티에서 같은 호텔 보이들과 방탕하게 놀러 다니다 크게 사고를 치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맨몸으로 야반도주를 하게 되고(여기까지가 1부), 가명을 써가며 온갖 곳에서 갖은 고생을 하면서 거의 3년을 보내고 시카고에 도착하게 된 크라이드. 여기서 우연히 만난 그린 데이비스의 보이 출신 친구를 통해 그린 데이비스 호텔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격조 높은 유니언 클럽의 보이로 취직을 하는데, 때를 맞춰 뉴욕 주에서 양복에 다는 컬러 공장을 크게 하는 큰아버지 사뮤엘 그리피스 씨를 만나 자신이 씨의 조카임을 알려, 뉴욕 주 올버니와 유티카 중간쯤에 있다는 인구 2만 5천 가량의 작은 도시 리커거스로 옮긴다. 그런데 문제는 크라이드의 성姓. 시카고나 캔자스시티에서는 ‘그리피스’ 집안이 개뿔도 아니었지만 리커거스에서는 ‘그리피스’라는 이유로, 그것도 사뮤엘 그리피스 씨의 조카라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도 최상류층부터 최하층까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게 된다. 게다가 원래 말끔하게 생긴 외모에다가, 배운 건 없지만 최고급 그린 데이비스 호텔과, 격조 높은 유니언 클럽에서 몸에 익힌 예절, 말씨, 몸가짐으로 누구에게도 호감을 주는데, 그가 리커거스에 도착했을 때 나이가 약관 스물. 불행하게도 테스토스테론이 극도로 많이 분비될 시점이다. 이때 그의 눈에 들어온 매력적인 아가씨, 자기보다 세 살 더 많은 로버타가 눈에 들어와 싫다고, 안 된다고 하는 걸 기어이 자빠뜨리는 데 성공한다. 그래 둘이 서로 죽기 살기로 사랑하는 상태로 접어들지만 이미 상류층의 단맛을 알아버린 크라이드는 일개 여공인 로버타와 결혼에까지 이를 생각은 애초에 해 본 적도 없다.
 딱 이때 크라이드 앞에 등장하는 최상류층, 리커거스 뿐만 아니라 뉴욕 주 전체를 통해서도 가장 아름다운 아가씨 손드라 핀츠레이. 처음엔 손드라의 친구 오빠이자 크라이드의 사촌 형인 길버트를 약 올리기 위해 크라이드와 친하게 지냈지만 시간에 가며 점점 더 사랑하게 된 손드라를, 크라이드는 점점 더 자신과 맺어질 수 있는 상대로 여기게 되면서 비극의 서막이 열리게 된다.
 어디서 본 거 같지? 그렇다. 몽고메리 크리프트와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각각 크라이드와 손드라로 분한 영화 <젊은이의 양지>. 여기서 ‘양지’라고 하는 건 우리나라 한우의 앞가슴에서 아랫배까지의 부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쨍하고 해 뜬 부분을 뜻하는 것인데 영화에서는 ‘크라이드’와 ‘손드라’ 대신 ‘조지’와 ‘안젤라’라는 이름으로 연출했다.
 그러니 더 이상의 스토리는 굳이 내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무방할 듯.
 재미있다. 그러나 이 독일인의 후예 시어도어 드라이저는 다른 건 몰라도 구도 하나는 확실하게 잡고 있어서, 예를 들면, 이런 장면이 진짜 나온다는 얘기가 아니라, 크라이드가 워터스 씨 댁의 잘 생긴 그레이하운드를 잡아 고기는 토끼 고기라고 속여 코엔 씨네 푸줏간에 팔아먹고, 가죽은 외투를 만들어 입고 다니는 장면이 나온다면, 미리 특정한 사유를 만들어 놓고 그 때문에 개를 잡았다고 설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치밀하게 이야기를 만드는지라, 이야기가 종종 장황하게 펼쳐져 엉덩이 근육이 발달하지 않은 독자는 나가떨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읽는 행위를 소위 ‘취미’로 하고 있다고 자부하면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명작임은 분명하다.
 요즘 세계문학전집을 찍고 있는 출판사가 꽤 된다. 그 가운데 이 책을 다시 번역할 회사는 없을까. <시스터 캐리>를 낸 문학동네는 <미국의 비극>의 번역 계획이 없다고 하고, 민음사는 하도 답변이 없어서, 내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겠다, 라고 얘기했을 정도이며, 창비와 문학과지성사는 독자의 질문에 대답해 주기엔 너무 우아한 출판사라 거들떠듣지도 않는다. 어느 출판사가 됐든 이 책은 적어도 30년에 한 번씩은 다시 번역을 해야 하는 작품 군에 들어야 한다. 적어도 그렇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제목, An American Tragedy를 ‘미국의 비극’이라 번역하는 건 넌센스 아닐까 싶다. 관사 ‘An’은 왜 번역 안 하나. 그러면 ‘한 미국식 비극’ 정도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차라리 그게 더 좋은 제목일 거 같은데, 왜 그런고 하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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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몇 권의 책을 방출할 때가 되어, 조금 걷어 냈습니다. 이 책들이 무슨 품질이 떨어지거나 하여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 단지 나하고 궁합이 덜 맞는다거나, 앞으로 다시 들춰볼 것같지도 않고 아이들한테, 이젠 손녀 손자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지도 않을 것 같거나, 별다른 사연 없이 재수없어졌거나, 하는 쓸데없고 잡스런 이유 때문에 내쳐지는 불행한 운명을 안고 제게 온 것들입니다. 20세기에 사 읽은 책도 있으며, 예컨데 오탁번 선생의 <저녁 연기>같은 건 탁월한 문학성도 확보했다고 여깁니다만 인생이 그런 것이지요 뭐. 아래 리스트에 정가가 표시되지 않은 것들은 제가 책들을 데이터 화한 2015년 이전에 구입한 것으로 독후감도 써놓지 않아 이번 이별이 영원한 고별일 겁니다. 세보니 권 수로 92권이더군요. 책 열심히 읽으시는 분께 드리면 한 반 년 실컷 읽으실 텐데, 워낙 무거워서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카트에 담아 끌고 아파트 도서관에 가져다 줘야겠습니다.

 그림 한 번 보실래요?

 

 

 책장 정리 하면서 뽑아 놓은 것인데, 종이 먼지 때문에 하다가 관뒀습니다. 추리면 이것 보다 조금 더 많이 한 번 더 나올 거 같습니다. 궁금하시지 않겠지만 위 사진의 목록을 올려볼까요?

 인생 별 거 없습니다. 어차피 다 버리고 갈 거 보관할 장소도 없으면서 굳이 켜켜이 쌓아 둘 이유가 없습지요. 넘치면 버려야지요. 책도, 인생도, 사랑도.


도서명출판사저 자,  번 역 자 정가 
슈거 푸시작가정신이명랑 지음        8,500
나의 투쟁 1한길사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손화수      14,500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웅진지식하우스옌롄커, 김태성      10,000
뫼비우스의 띠문학동네프랑크 틸리에, 박명숙      16,800
나의 아름다운 마라톤현대문학이채원      12,000
까트린 이야기열린책들파트릭 모디아노, 이세욱        4,500
모르는 여인으로부터의 편지맑은소리슈테판 츠바이크, 안의정        7,500
한 여자열린책들아니 에르노, 정혜용        9,800
알렉산드로스 대왕열린책들니코스 카잔차키스 | 민승남      10,800
현명한 피IVP플래너리 오코너, 허명수      13,000
고딕 소녀열림원카슨 매컬러스 | 엄용희        9,800
여자를 안다는 것열린책들아모스 오즈 | 최창모        7,800
정열의 열매들문학동네다니엘 페낙, 김운비        8,000
귀머거리 새민음사양귀자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문학동네다니엘 페낙 / 김운비      13,000
복어문학동네조경란      11,000
너는 모른다문학동네정이현      12,000
하룬과 이야기 바다달리살만 루시디, 김석희        9,000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문학과지성사고종석
반짝반짝 빛나는소담에쿠니 가오리, 김난주      12,000
숲의 가족창비아모스 오즈 | 박미영      11,000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 열차문학동네황정은
산문팔이 소녀문학동네다니엘 페낙, 이충민      15,500
아버지의 쌀알달리민퐁 호, 최재경      12,000
달빛이 있었다창해임영태
도라 브루더문학동네파트릭 모디아노, 김운비        8,800
황금털 사자최승호해냄
달의 궁전열린책들폴 오스터 | 황보석      12,800
누구나의 연인예담플로리앙 젤러 | 박명숙        8,800
나는 오랫동안 그녀를 꿈꾸었다밝은세상티에리 코엔, 박명숙      13,500
나는 알몸으로 춤을 추는 여자였다아르테쥘리 보니, 박명숙      13,000
달팽이가 사랑할 때 1현암사딩모, 남혜선      14,000
달팽이가 사랑할 때 2현암사딩모, 남혜선      15,000
캔터베리 이야기외국어대출판부제프리 초서, 이동일.이동춘      23,000
순수의 숲늘봄장소한, 조유진
광화사 1문학사상사이제하
광화사 2문학사상사이제하
이제 우리들의 잔을 1동아이청준
이제 우리들의 잔을 2동아이청준
걸어서 하늘까지 1창작과비평사문순태
걸어서 하늘까지 2창작과비평사문순태
바라바문예출판사페르 라게르크비스트, 한영환        8,000
말로센 말로센 1책세상다니엘 페나크, 진인혜        8,000
말로센 말로센 2책세상다니엘 페나크, 진인혜        8,000
저녁연기정음사오탁번
진눈깨비 결혼청맥이제하
모차르트가 살아 있다면민음사김미진
경마장은 네거리에서민음사하일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시간과 공간사잉게 숄        7,000
나의 누이와 나홍성사니체, 이덕희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지문사버지니아 울프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창작과비평사은희경
지구를 색칠하는 페인트공살림양귀자
즐거운 인생 1이레쟈핑와 | 김윤진      11,000
즐거운 인생 2이레쟈핑와 | 김윤진      11,000
겨울나그네 1문예출판사최인호
겨울나그네 2문예출판사최인호
여자의 빛마음산책로맹 가리, 김남주      10,000
티투스의 승부수예담막스 갈로, 이재형        9,800
스파르타쿠스의 죽음예담막스 갈로 | 이재형        9,800
네로의 비밀예담막스 갈로, 이재형        9,800
귀스타브 플로베르플로베르알베르 티보데, 박명숙      22,000
맨발의 완 선생웅진지식하우스판샤오칭, 이경민      13,500
정크민음사김혜나 지음      13,000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문학동네박주영 지음      10,000
카페 여주인세계사레몽 장 | 이재룡        6,000
영국 연인한길사홍잉 | 김택규        9,000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문학동네은희경
오늘의 거짓말문학과지성사정이현      10,000
뿌리와 날개현대문학이윤기
재미나는 인생성석재
납장미랜덤하우스마루야마 겐지, 양윤옥
투명인간문예출판사허버트 조지 웰즈, 임종기        8,000
침이 고인다문학과지성사김애란
39계단문예출판사존 버컨      10,000
공포의 세기문학과지성사백민석 지음      13,000
동경만경은행나무요시다 슈이치, 이영미      12,000
먼 북소리문학사상사무라카미 하루키, 윤성원
오릭맨스티자음과 모음최윤      11,000
비행공포비채에리카 종, 이진      13,800
모뻬루 마을 사람들솔출판사로제 마르탱 뒤 가르, 김현숙        9,800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실천문학사김우남        9,000
달콤한 나의 도시문학과지성사정이현      10,000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하늘연못버지니아 울프, 김윤주
타인에게 말걸기문학동네은희경
나비 넥타이민음사이윤기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민음사이응준        9,000
정육점 여인에게민음사윤대녕
키 작은 자유인문학과지성사이청준
인도로 가는 길인화E.M.포스터, 김동욱      15,000
잉얼 1실천문학사꾸청, 김은진
잉얼 2실천문학사꾸청,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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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10-1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주말에 책 정리를 좀 했는데...
덜어 내도 덜어 내도 끝이 없더군요.

사실 앞으로도 다시 읽지 않을 만한
책들은 걷어내야 하는데 -
욕심 때문에 안고 가야 하는 운명인가
봅니다.

Falstaff 2019-10-14 10:23   좋아요 0 | URL
저는 작정을 하기를, 집에 있는 책장을 넘치게 하지 않겠다! ㅎㅎㅎ
그래 정기적으로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더라고요. 뭐 책 욕심이야 그래도 건전하잖아요.

잠자냥 2019-10-14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요즘엔 중고로 잘 팔릴 가격에(알라딘에서 신간은 6개월 안으로 팔면 값을 잘 쳐주더라고요. 뭐 그것도 중고에서도 잘 팔릴 책에 한해서만이지만요.) 빨리 읽고 빨리 팔아서 빵 사먹습니다. ㅎㅎ

Falstaff 2019-10-14 14:28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
빵 말고 밥이나 고기를 드세요! 아, 고기는 좀 비싸군요. ^^;;

coolcat329 2019-10-2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책들이 저렇게 쌓여있으니 무섭기도 하네요 ㅎㅎ 소장은 500권 정도가 적당하다고 어디서 들었습니다.

Falstaff 2019-10-20 16:33   좋아요 1 | URL
책 읽는 방에 한 2,000여 권 있는 거 같습니다. 아이들 방에도 한 1,000권 정도 있을 테고. 확실히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얘기하신 대로 책도 음반도 그저 500권 정도였을 때가 가장 좋았던 거 같습니다. 책은 이제 들어오는 만큼 버리는 지경에 왔는데, 아직 음반은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있어요. 그저 욕심이지요. 솔직히 얘기하자면 데코레이션 용으로 나쁘지 않고요. ^^;;
 
여름의 기억 연극과인간 중국현대희곡총서 12
루쥔 지음, 오수경 옮김 / 연극과인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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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쥔(陸軍)이 지었고, 왕레이(王磊)가 정리를 했다니, 이게 무슨 뜻일까. 현대 희곡, 현대 연극에 무지한 내 수준으로 감을 잡자면, 베이스가 되는 희곡은 루쥔이 썼고, 이 작품을 어떻게 무대에 올릴 지에 관한 큰 줄기는 연출가 왕레이가 틀을 잡았다, 정도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밝혔듯이 현대 연극에 관해 완전히 깜깜한 아마추어의 의견이니 어디 가셔서 인용하지 마시라. 개망신당하기 십상이리라. 예를 들어 작품 속에 가장 강렬하게 읽힌 장면, 흑마(黑馬) 검둥이가 난산 끝에 새끼를 낳고 말들을 돌보느라 나가떨어진 치우즈와 뤄샤오산이 격정적으로 러브씬을 벌이는데, 역자 오수경도 책 뒤편의 해설에서 명장면으로 소개하기도 한 바, 이것을 무대 위에서 어떻게 표현을 하느냐, 하는 연출의 규범을 만든 건 아닌가 싶다는 의미다.
 등장인물을 단 세 명. 치우즈는 서른아홉 살 먹은 여자로 농장 주인의 아내다. 농장 주인이자 치우즈의 남편이 누군가 하면 장얼마오라는 인간인데, 이이는 몇 년 전 시골 농장에서는 아무리 성공을 해도 이름을 날리며 멋있게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돈을 벌기 위해 광저우로 떠나 이제 그의 호언대로 왕창 번 인물. 당시 중국에서 그리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단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장얼마오가, 물론 그가 주장하는 걸 그대로 믿는다면, 어떤 젊고 잘 생긴 여자가 자신의 불법행위를 거의 완전히 알고 있어서, 자신과 결혼하지 않으면 사법당국에 그를 고발해 콩밥을 먹이겠다고 나섰다는 거다. 독자의 눈으로는 아무리 봐도, 광저우에서 새로 젊은 애인이 생겨 벌써 서른아홉 살이 된 아내 치우즈와 이혼을 하고 아가씨하고 재혼을 하고 싶어 머리를 짜낸 꼼수 같은데 끝까지 사실관계는 밝히지 않는다.
 남은 한 명의 이름은 뤄샤오산. 당년 스물세 살. 광저우 대학 입학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합격증을 받았으나 입학금을 내지 못해 학교에서 제적을 당할 위기에 처한 인물. 이만 위안만 손에 들게 되면 당장이라도 수속을 밟아 입학할 각오를 다지던 중 장얼마오의 눈에 띈다. 장얼마오가 아내 치우즈에게 농장과 농장에 딸린 가축 전부, 거기다가 이십만 위안까지 엎어서 주는 대신 이혼 좀 해달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눈 하나 껌벅이지 않으니, 싸가지 없는 장얼마오가 뤄샤오산을 고용해 자신이 아무도 모르게 들이닥칠 입추 날 밤까지 오랜 시간 독수공방한 치우즈를 꼬드겨 함께 잠자리를 하는 대신 입학금 이만 위안을 받는다는 계약서에 사인을 해버린 인종이다.
 근데, 원래 틀을 잡아놓고 계획대로 진행이 된다면 그건 희곡도, 연극도, 하다못해 흔한 우리네 인생도 아니다. 어딘가 적어도 한 군데에서 펑크가 나야 희곡이고, 연극이고, 인생이다.
 뤄샤오산. <여름의 기억>이 초연된 것이 1999년 쯤. 당시 중국에서도 수재들이나 입학 가능했던 광저우 대학에 합격한 이 청년은 자신이 고용된 사유가 매우 사악함에도 불구하고 어려서부터 말과 가까이 지낸 전력에다가 성실한 생활습관 덕에 농장에서 아주 훌륭한 생활을 해나가 치우즈의 애정을 듬뿍 받는다. 근데 여기서 얘기하는 애정이라 함은 열여섯 살 차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남녀 간의 애정이 아니라, 자식 없는 여자에게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모자간의 애정과 더욱 흡사한 관계가 형성이 되고 만다. 그런데 이런 좋은 관계가 저 위에서 말한 검정말 검둥이의 힘겨운 출산을 함께 겪으면서 육체관계로 엮이게 되고 이후 뤄샤오산은 치우즈를 여자로 사랑하게 된다는데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겠지? 아니면 적어도, 그럴 수 있겠지?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조금도 걱정 마시라. 그건 극작가가 다 알아서 정리해주는 거니까.
 치우즈가 뤄샤오산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무대 저 한 편에 조명을 받고 장얼마오가 서 있어서 뤄샤오산과 의사소통을 하는 방식, 이런 장면이 좀 많이 나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대단히 매력적이다. 실제로 먼 길을 나서 극장에 가 한 번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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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으로부터의 편지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의정 옮김 / 맑은소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읽은 책은 2003년 출판사 ‘맑은소리’에서 안의정이란 사람이 번역한 책으로 현재는 절판이고 책을 찍은 출판사도 짧은 숨을 멈춘 거 같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반값으로 파는 거의 새 책 수준의 헌책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굳이 이 작품을 읽고 싶으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21번으로 간행한 <체스 이야기 · 낯선 여인의 편지>나 고려대 출판부의 청소년문학 시리즈 23번 <모르는 여인의 편지>를 읽는 편이 좋겠다. 두 책은 적어도 직역이다. 뭐, 당신이 스무 살이 넘었다면 구태여 읽을 필요까지는 없을 거 같은데, 청소년문학 작품에도 좋은 것들이 생각보다 많으니 선택은 스스로 하시라.
 사흘 동안 산악지대를 여행하고 이른 아침에 비엔나로 돌아온 저명한 작가 R씨는, 문득 오늘이 자신의 마흔한 번째 생일임을 알아낸다. 좀 쓸쓸하기는 하지만 평생 독신으로 자유스러운 생활에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고 있는 R씨에게 집사는 그가 집을 비운 사이에 도착한 온갖 우편물을 내놓고, 이 가운데 두툼한 편지를 한 통 발견하는데, 발신 주소와 발신인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다.
 “어제 제 아이가 죽었습니다. 사흘 낮 사흘 밤 동안 저는 이 작고 연약한 생명을 위해 죽음과 싸웠습니다. 독감이 아이의 가련한 육체를 신열로 달구었던 40여 시간 동안 저는 줄곧 침대 옆에 앉아 있었습니다. 불같이 타오르는 그 아이의 이마를 식혀주며 불안에 떠는 작은 손을 낮이나 밤이나 꼭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흘째 되던 날 저녁, 저도 그만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제 눈이 저도 모르게 감겨버렸던 것입니다. 딱딱한 의자에 앉은 채 세 시간인지 네 시간인지 모르게 깜빡 눈을 붙인 사이 죽음이 그 아이를 데려가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편지는 본문 10 페이지부터 시작하여 132 페이지까지 이어지는데, 그 안에 인상적이지 않은 무수한 삽화가 곁들여져 넉넉잡고 세 시간이면 한 권 뚝딱 해치운다. 한 페이지가 놀랍게도 열일곱 줄밖에 되지 않는 것도 본문을 133 페이지까지 늘리는 신공을 가능하게 해주었을 터.
 R이 이사 와서 십 수 년을 살고 있는 아파트 앞집에 살았지만, 젊어서부터 잘 나가던 자유주의자, 귀찮은 거 절대로 싫어하고 관심도 없는 R의 눈에는 띄지도 않던 가난한 가족 가운데 꼬마 소녀가 하나 살았다고 한다. 이 소녀가 가정형편으로 인스부르크에 옮겨 살다가 아가씨가 되어 다시 비엔나로 돌아와, 어려서부터 자신의 우상이었던 R의 아파트 창문을 바라다보며 지낸 세월, 그러다 아이를 낳고, 이제 아이가 독감으로 짧은 생애를 마치고, 자신마저 열병으로 숨을 놓을 순간 평생 자신이 사랑하던 작가 선생 R에게 자기의 온 생애를 고백하며 숨을 거두는 이야기다.
 츠바이크의 문장들이 섬세하게 감정을 자극하지만 미안하게도 그것이 다다. 아니면 내가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작품을 보고도 이제는 더 이상 감동할 줄 모르는 건조한 가슴을 가졌는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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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 아래서
존 골즈워디 지음 / 떡갈나무 / 1997년 5월
평점 :
절판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에서 옥스퍼드의 데블런 교수는 영국 소설가 가운데 베스트 네 명이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헨리 제임스, 조지프 콘라드를 꼽은 반면, 워스트는 아니지만 반드시 평가절하 되어야 할 작가로 윌리엄 셰커리, 찰스 디킨스, 토마스 하디, 존 골즈워디를 선택했다. 다른 사람 작품은 다 읽어봐서 찬성 또는 반대할 수 있었지만 유독 한 명, 존 골즈워디의 소설을 한 편도 읽어보지 않아 뭐라고 찍소리 한 번 할 수 없었던 것이 이번에 <사과나무 아래서>를 읽은 사연이다. 우리나라에서 골즈워디의 번역서를 읽으려면 사실 <사과나무> 말고는 선택의 여지도 없는데, 정작 그의 대표작으로 꼽는 건 <재산가>와 <포사이트 가家 이야기>이며 이 중에서도 <재산가>로 1932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고 책 앞날개에 적혀있다. 그래 사실 이 <사과나무> 한 편으로 골즈워디를 판단하는 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란 건 확실한 듯.
 이거 우리나라 70년대를 풍미하던 멜로 영화와 비슷하다. 요즘 열심히 읽고 있는 중국 남송시대 곤극, 천극, 월극과 내용이 같지는 않지만 유사하다. 남자 주인공은 사법시험을 눈앞에 둔 잘생긴 청년이나 과거를 보기 위해 수도 항저우를 떠나 이제 겨우 곡강曲江에 도착한 선비는 아니지만 막 대학을 졸업해 변호사 자격증을 딴 부르주아 청년. 여자 주인공은 룸살롱 35번 아가씨 미스 박도 아니고, 사당에 기거하는 가난한 아가씨도 아니고, 늙은 남편과 살던 과부도 아니라 시골 숲 속 농가의 과부 여주인의 조카로 거의 하녀 비슷한 신세의 처녀 아가씨다.
 우리의 주인공 프랭크 어셔스트가 친구 하나와 함께 제발트처럼 웨일스 지방 일대를 도보여행 하고 있었는데, 대학시절 축구를 하다가 무릎을 다친 적이 있는 어셔스트의 무릎이 부어올라 숲 속에서 길을 잃고 있다가 근처 민가에 숙박을 하게 된다. 친구는 하루 만에 떠나가고 프랭크만 혼자 몇 주 동안 농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떨어진다. 아이고 징그러워. 그럼 최소한 보름이 넘는 동안 이 부르주아 변호사 젊은이는 한 번도 팬티를 갈아입지 않았다는 말씀. 이런 남자의 눈길을 딱 한 번 받는 것으로 순진하고 순박하고 무구하고 마음 착한 메건 양은 그만 사랑에 빠져버리고 만다. 사랑은 두 손으로 치는 손뼉. 이에 어셔스트도 메건의 순결하고 선한 진면목을 발견하고는 손바닥도 마주치고, 입술도 마주치는 자연현상이 벌어지고 만다.
 여기까지는 좋다.
 어떠셔? 우리의 프랭크 어셔스트. 부르주아 인텔리겐챠, 런던 사교계에도 이름이 알려진 젊은이가 겨우 이름자나 쓸 줄 알 뿐 교양이라고는 쥐뿔도 없이 그저 착하기만 하고 때 묻지 않은 시골 아가씨와 맺어질 수 있을까? 아니, 맺어지는 게 바람직한가? 이 책을 번역한 소설가 홍성중은 “어서 메건에게 돌아가, 어셔스트!”하고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었다는데, 참 나, 외칠 걸 외쳐야지, 좋아, 그럼 둘이 진짜로 교회에서 식 올리고, 시청 호적계에 가서 혼인신고 하면 행복해질 거 같아? 흠. 이 책이 초간본인데 1997년에 찍었다. 그럼 인간 행위와 사고를 탐색하는 소설가를 직업을 삼은 홍성중의 나이도 만 서른일곱. 세상을 알 만한 나인데 어찌 그런 걸 ‘외치고’ 있을 수 있었을까.
 스토리는 여기까지만 써놓아도 뒤 이야기는 눈에 훤히 그려지시리라 믿는다. 그냥 전형적인 70년대에 대한민국에서 유행했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멜로물. 만일 그의 대표작인 <재산가>나 <포사이트 가의 이야기>도 이 수준이라면 미치너가 주장한대로 이이가 아무리 노벨 문학상을 받은 유명작가라 해도 평가절하가 당연하겠지만, 다시 말씀드리건데, 이 작품 하나로 골즈워디를 그리 폄훼할 수는 없겠다.
 이 책, 지금 절판. 출판사도 망한 거 같다. 마지막으로 책을 낸 것이 18년 전이니. 구해 읽으려 애쓰실 필요는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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