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민음사 모던 클래식 51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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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두 편을 실린 단편집. 장편 <아메리카나>와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를 읽고 이이의 단편은 어땠을까 싶어서 일단 사두었지만, 읽기까지 기다리다가 그만 이 책이 단편집이란 걸 깜빡 잊어버려 첫 번째 실린 작품과 두 번째 단편 사이에 이어지는 스토리가 없어서 대략 난감했다. 웃기다. 별 일이 다 생긴다.
 아디치에의 이력을 보면 1977년 뱀띠 여성으로 나이지리아 의약대를 다니다 열아홉 살(네이버 해외저자사전에선 열여덟 살) 때 미국으로 유학, 필라델피아의 드렉셀 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수학하고, 이스턴 코네티컷 주립대에선 언론정보학과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존스홉킨스 대학과 예일에서 각각 문예창작과 아프리카 학으로 석사를 받았단다. 아, 이건 저번 독후감에도 쓴 거 같다. 어쨌거나 이 정도면 그녀의 조국 나이지리아에서는 거의 최상급의 조건 또는 환경, 계급 속에서 잘 교육받은 재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아무리 나이지리아 상류사회라도 열아홉 살 때, 즉 1996년 가을, 신자유주의의 기수인 아메리카 땅에서 어찌 나름대로 고생하지 않았겠느냐만, 그래도 이 책의 <전율>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치네두’만큼이야 했겠는가. 현재는 프린스턴에서 문학을 가르치며 미국과 나이지리아를 왔다 갔다 하며 지낸다고 한다. 직장이 미국이니까 암만해도 미국에 거주하는 시간이 더 길 거 같기는 하다.
 내가 좋아하는 <아메리카나> 속에서는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이제 나이지리아로 가려는 순간 미용실에 가서 흑인들 특유의 ‘꼰 머리’를 위해 몇 시간을 헌정하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나오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도 여러 편의 작품이 미국에서 생활하는 유학생, 이민자, 불법 체류자를 스케치하면서 조금은, 물론 아주 약간이지만 <아메리카나>의 장면과 겹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단편은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의 무대인 비아프라 독립의 배경이 되는 이보족 학살사건을 다루기도 하고(사적인 행위), 비아프라에서 있었던 극심한 굶주림을 짧게 언급하기도(유령) 한다. 장편을 쓰면서 수집했던 방대한 자료를 생각과 달리 작품에 다 담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데, 채택하지 못한 자료를 그렇다고 버리기는 아깝고, 중복해 같은 작품을 쓰긴 또 좀 그렇고, 하면 자료의 단편斷片으로 단편소설短篇小說 몇 개 더 쓰는 건 오히려 좋은 일 아닌가 싶다. 또 나이지리아의 지식인으로서 계속되는 독재 권력에 맞서 민주화 투쟁을 벌이는 학생, 교수들을 담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일이었을 거다. 모르긴 몰라도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을 듯한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면 더욱 그러하다. 아무리 무데뽀 독재에 복무하는 나이지리아 경찰들이라도 쉽게 건들지 못했을 터이니.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좋게’ 또는 ‘공명하며’, 라는 의미하고 달리 말 그대로 다만 그저 인상 깊게) 읽은 건 제일 마지막에 실린 <고집 센 역사가>였다. 이 단편은 놀랍게도 나이지리아, 정확하게 얘기해 그 중에서도 남동쪽에 자리한 이보족의 터전에 이제 막 도착해 세력을 넓히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의 개신교/가톨릭 선교사 시절, 그러니까 19세기 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휙휙 속도감 있게 내달리는 작품이다. 왜냐하면, 이건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20세기 아빠인 치누아 아체베의 영역인데 그 땅에까지 불쑥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편 한 작품에 담으려 몇 대에 걸친 대하 스토리를 과하게 축약해버리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지 않을까. 말 그대로 그런 대하를 장편으로 풀어놓아봤자 저절로 아체베의 앞선 작품들과 비교당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이고, 아체베라는 장벽을 넘어서기엔 너무 많은 품을 팔아야 했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선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무난하게 읽히는 단편들의 모음. 특별한 걸 기대하지는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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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9-23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사둔 책인제 미처 못읽고
있네요.

아디치에의 다른 책을 주말에 도서관
에서 빌려 왔는데 과연 읽을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

중고서점에서 도통 찾을 수가 없더라
구요. 이걸 사러 부산까지 가야 하나
핫하

전 무슨 비자 받은 이야기를 다룬 단
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말쌈 대로 장편을 위한 워밍업 정도로
보면 될 듯 싶네요.

Falstaff 2019-09-23 09:55   좋아요 1 | URL
맞아요. 비자 받으려고 미국 대사관 앞에서 줄 서있다가 에잇 쌍, 하고 포기하는 아줌마 이야기도 나오고, 재미있었습니다. ㅋㅋㅋ
 
만약 내가 진짜라면 연극과인간 중국현대희곡총서 11
사예신 지음, 장희재 옮김 / 연극과인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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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나라에나 다 있지만 유독 중국에서 ‘사회활동’을 하는데 가장 크게 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꽌시’라는 게 있다고 들었다. 꽌시가 뭔고 하니 한자어로 ‘관계關係’를 의미하는 바, 굳이 우리말로 하자면 ‘줄’ 또는 ‘배경’, 소위 ‘백그라운드back ground'와 비슷하다. 뭐 우리나라도 크게 다른 바 없어서 요새 밝혀진 것 가운데 꽌시가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놀랄만한 성과 하나를 대자면, 딱 두 주 연구에 참여한 고2 학생이 권위 있는 논문의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일 같은 거. 이 독후감을 쓰고 있는 시간이 2019년 9월 1일. 2019년 늦여름을 달구고 초가을마저 노랗게 물들일 거 같은 화제의 인물이 형조판서에 올랐는지, 미역국을 자셨는지 결판이 안 났지만, 그이의 따님도 부모 가운데 누군가의 ’꽌시‘가 없었다면 고등학생이 2주 만에 논문의 제1저자가 되는, 십육 세에 다른 곳도 아니고 서울법대에 입학한 당대의 수재 아빠를 닮아 천재성을 발휘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 중국에서 하찮은 장사를 하던 내 형이 말하기를, 중국에서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하다못해 자기처럼 정말 사소한 사업의 경우에도 이 꽌시가 없으면 참 힘이 든다고 했을 정도니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다.
 이 드라마 <만약 내가 진짜라면>은 한 젊은 사기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중앙의 높은 간부의 자제를 사칭하는 주인공에 접근해 꽌시를 만들려는 지방 공무원들의 구태를 희화화하고 있다. 첫 장면은 고골의 연극 <검찰관>을 관람하기 위해 빼곡하게 들어찬 극장 무대에서 단장이 등장해 연극을 시작해야 하지만 VIP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 공연을 잠시 미루게 된 것을 양해해달라고 다중의 관객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VIP가 입장하고 바로 뒤를 이어 VVIP가 등장해 드디어 막이 오르는 순간 수 명의 공안이 객석에 들어와 문제의 VVIP이자 드라마의 주인공이자 문화혁명의 잔재인 하방 중인 지식청년이자, 한 여자를 임신시킨 리샤오장을 사기혐의로 체포해버린다. 먼저 결론을 내리고 이에 대한 과정을 보여주는 연극.
 책 뒤의 해설을 보면 작품 자체가 고골의 <감찰관>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해설을 보지 않더라도 페테르부르크에서 도착한 흘레스타코프를 감찰관으로 오해한 지역 유지들이 만드는 블랙코미디가 <감찰관>. 마치 뭔가 있는 듯 거들먹거리는 리샤오장을 중앙 권력자의 막내아들로 자기들 마음대로 단정하고 이를 굳이 부인하지 않은 채 그들이 베푸는 호의를 즐기는 청년이 흘레스타코프를 빼박았다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감찰관>에 큰 빚을 지고 있는 건 확실하다. 이에 대한 예우로 사예신이 선택한 건 작품 속에서 절찬리에 공연하고 있는 연극 작품을 고골의 <감찰관>으로 정했을 것이다. 그래 리샤오장은 ‘장샤오리’라는 가명으로 기꺼이 사기꾼이 되기로 결심을 해 본격적인 사기행각에 나서는데, 이건 모두 임신한 애인 저우밍화와 결혼을 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저우밍화의 아버지가 아직도 지방 농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식청년에게 딸을 줄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어서. 어느 정도인가 하면 중국에서도 뇌물용으로 쓰거나,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방문 기념 만찬용으로나 쓰이는 최고급 마오타이 술 선물도 다시 돌려주어버렸으니 노인네 고집이 대단하긴 대단하다.
 게다가 꽌시를 만들려는 지방 공무원은 한술 더 떠, 리샤오장에게 접근해 허위서류를 만드는 법, 거짓으로 말을 만드는 법까지 리샤오장에게 훈수를 두는데, 이런 모습이 읽는 독자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으니, 아직은 (굳이 포퍼의 의견을 따르지 않더라도) 열린사회에 진입하지 못한 20세기 중국에서 이렇게 정부 공무원들을 비난해도 극작가의 만수무강에 지장이 없을까, 라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 그랬더니, 아니나 달라, 후반부로 접어드니 리샤오장이 자기 아빠라고 거짓말을 해댄 최고 간부 장 위원이 갑자기 베이징에서 현장을 방문해 20년 만에 지역 시의 대표 우 위원장을 만나 리샤오장의 사기행각이 백일하에 밝혀지고 급기야 앞에서처럼 체포된다. 리샤오장은 자기의 거짓 아빠 장 위원을 변호사로 위임한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되고, 그리하여 결론을 내리기를, “기회는 평등할 것이며,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진짜다. 읽어보시라. 비슷한 결론이 나온다.
 작품이 발표된 시기가 1979년 9월. 덩샤오핑이 개방정책을 펼치고 겨우 3년이 지난 시점으로 아직 문화혁명의 잔재가 완전하게 벗겨지지는 않은 정서 위에, 마음속엔 아직도 홍위병의 엄혹 살벌함이 생생했던가. 제1 저자 사예신 외 2명은 또 한 편의 재미있는 블랙코미디가 될 뻔한 작품을 결국 계몽주의적 연극으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어쩌랴, 아직 시기가 무르익지 않은 것을.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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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퇴장 주커먼 시리즈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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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선 주커먼. 필립 로스를 읽으면 어쩔 수 없이 친숙한 이름이 될 수밖에 없는 유대인 작가 영감이다. 네이선 주커먼이 미국 문단에 처음 나타났을 때는 단편소설 한 편 달랑 쓴 청년작가였다는데, 이제 로스와 함께 나이가 들다보니 일흔한 살의 유명 작가 노인네가 돼버리고 말았다. 나름대로 마음 고생 깨나 했지만, 뭐 그게 인생인 걸. 이 책은 어제 독후감을 쓴 존 벨빌의 <바다>와 더불어 책방 보관함에 몇 년 씩이나 장기 보관했던 것으로 이번에 변덕이 도져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이름으로 봐서 전형적인 유대인인 주커먼 선생은 10여 년 전 누군지도 모를 인간(들)에게 살해위협을 지속적으로 받고 견디지 못해 뉴욕에서 약 130 마일 떨어진 아테나 대학 근처의 산골, 사방 반 마일 안쪽으로는 인가 한 채 없는 완벽한 벽촌에 박혀 지낸다.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전립선 암 수술로 인한 요실금증상으로 늘 노인용 기저귀를 착용한 상태로 생활해야 하며 발기부전 증세 역시 남은 생애 동안 완벽하게 주커먼 노인을 지배할 예정이다. 70대에 이른 주커먼 선생의 인식 속에는 암만 생각해봐도 과도하게, 호조의 가능성이 조금도 없는 발기부전 증세 대한 자의식을 갖고 있다. 자의식은 책이 진행해감에 따라 더욱 심화 발전시켜 노인의 머릿속에 젊고 아름다운 등장인물과 엉뚱한 대화를 마련하게 되는데 그게 반복됨에 따라 혹시 늙은 필립 로스가 이젠 글을 좀 쉽게 쓰려고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운 지경에까지 이르게 한다.
 책을 읽으며 <유령퇴장>을 통해 저자 필립 로스 스스로 언제 죽을지 몰라 죽기 전에 반드시 남겨야 할 작업(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을 수행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래 독후감을 쓰기 바로 직접, 구글 검색을 해보니 <유령퇴장>이 로스의 마지막 작품은 아니었다. 이런 책은 돈 받고 팔면 안 되지. 오히려 책 찍어 놓고, 문학공부를 하는 후학들이 책을 읽어준다면 대가로 몇 푼 씩 쥐어주어야 할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건데, 이 책은 노 작가가 후학들에게, 자기 죽은 다음에 자기 생애나 작업 등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유언 또는 당부의 글로 읽힌다. 거기다가 대강 스토리를 입히고, 로스 특유의 맛 나는 입담을 섞어 주물럭 짬뽕을 만들어놓은 거다. 로스 특유의 맛 나는 입담이 뭐냐고? 에이, 다 아시면서. 걸쭉하게 야한 이야기들.
 그동안 필립 로스의 책 다섯 권에 대하여 독후감을 썼다. <미국의 목가>, <휴먼 스테인>, <포트노이의 불평>, <죽어가는 짐승>,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한 편도 빠짐없이 재미있다고 했다. 이번에는 아니다.
 매사추세츠 주 서쪽의 시골 촌마을에 사방 반 마일 안으로는 인가 한 채 없었는데, 어느 날, 전직 변호사이자 아직도 왕성한 생활력을 자랑하는 래리 홀리스 부부가 우연히 그 ‘반 마일’ 떨어진 이웃집으로 이사를 온다. 래리는 인생을 달관하는 경지에 이르러 오직 자신 혼자의 만년을 즐기고 있는 네이선의 삶에 자주 침투해 털이 긴 고양이 한 마리, 털이 짧은 고양이 한 마리를 고양이 용품 일습과 함께 선물하기도 하지만, 하필이면 여태까지 뭐했는지 매사추세츠 시골로 이사 오고 나서 우연히 암에 걸리고 만다. 자신의 부모가 다 암으로 죽었는데 죽는 과정에서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죽기까지 남은 가족들에게는 또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잘 알고 있던 래리는 스스로 딸이 결혼하기 전날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해 자살을 해버리는데, 이 와중에도 반 마일 떨어져 살고 교류를 나눈지 얼마 되지도 않는 이웃 독신남자 늙은이 네이선에게조차 유서를 남겨 촌에 묻혀 혼자 살지 말고 될 수 있으면 다른 사람들과 교통하며 살라고 당부할 정도의 친밀한 관계 또는 오지랖을 자랑하는 남자였다.
 이에 자극을 받은 네이선은 3년 전부터 뉴스나 신문 등의 외부세계와 접촉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전립선 수술 후의 요실금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처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마운트시나이 병원 비뇨기과 돌팔이 의사에게 처치를 받기로 하고 뉴욕으로 와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일주일 간 머문다. 처치에 관한 상담을 하고 병원 아래층에서 기억에 남는 외국인 억양을 쓰는 목소리를 우연히 발견하는데 그 여자를 가장 최근에 본 것이 48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누구인지 알아내 메디슨 에비뉴의 작은 식당에까지 따라간다.
 다음날 오전에 비뇨기과 처치를 받은 다음, 곧바로 요실금 증상이 없어진 듯한 마음으로 유니언 스퀘어 남쪽에 있는 헌책방 스트랜드 서점에 들러 우연히 백 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E.I. 로노프의 여섯 권짜리 단편 전집 초판본을 발견해서 산다. 집에도 한 질 있지만 뉴욕에 있는 동안 그의 작업을 연대별로 훑어보기 위해. 여섯 권을 내일 출발할 예정인 뉴욕에서 훑어본단다. (돈이 썩어난다, 썩어나.)
 다음날 예전 뉴욕 살 때 단골로 들리던 이태리 식당에 가서 밥을 먹다 4달러 50센트를 주고 산 <뉴욕 리뷰 오브 북스>를 들쳐보다가 뉴욕의 아파트와 시골집을 1년간 바꿔 살자고 제안하는 광고를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우연히’라는 단어가 마음에 안 드시나? 좋다 그럼 조금 바꿔보자. 광고를 낸 30대 부부는 공교롭게도 둘 다 작가 또는 작가지망생이라서 네이선을 보자마자 유명작가인 걸 알아보고 그의 작품 역시 데뷔작부터 최신작까지 다 읽은 상태다. 그런데 이들의 친구이자 전기 작가가 한 명 있어서 이름을 리처드 클리먼이라 한다. 클리먼은 지금 공교롭게도 어제 네이선이 헌책 전집을 산 로노프에 관해 전기를 쓰고 있다가 평소 로노프를 동경해마지않았던 네이선이 뉴욕에 도착했다는 걸 작가부부로부터 듣고 호텔에 전화하기에 이른다. 헌책방의 아르바이트 점원 가운데 한 명도 공교롭게도 클리먼의 친구였단다. 게다가 어제 병원에서 발견한 이상한 억양의 자그마한 노파가 놀랍게도 클리먼의 동거녀 에이미였다. 클리먼보다 마흔 살이나 젊은 여인이며 그의 아내 호프로 하여금 혼인관계는 유지하되 집을 나가게 만든 이.
 이런 현상을 우리는 보통 “우연의 힘”이라고 부르고 더 진지한 사람들은 “운명의 힘 La Forza del Destino”라고도 한다. 근데 불행하게도 지금 시대는 21세기.
 <유령탈출>이 2007년도 작품이며 로스는 이후에도 세 권의 책을 더 쓴다. 마지막 작품 <네메시스>까지 다 번역해 팔리고 있긴 한데, 읽지 않을 거 같다. <유령탈출>에서 이제 로스의 기력이 다 했음을 본 듯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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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9-19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모니터링했던 책이네요 :>

그런데 지금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더라는.

그래서 예전에 썼던 리뷰를 봤네요.

그나저나 <미국을 노린 음모>는
언제나 나올 지 그것이 궁금하네요.

Falstaff 2019-09-19 15:25   좋아요 0 | URL
필립 로스가 그런 책도 썼나요?
ㅎㅎㅎ 처음 들어보는 제목입니다.

레삭매냐 2019-09-19 17:01   좋아요 1 | URL
원제는 The Plot Against America
로 2004년에 발표된 대안 역사소설
이라고 하네요.

1940년 나치주의자 찰스 린드버그가
FDR을 꺾고 미국 대통령이 되는 상
황을 그렸다고 하네요.

문둥에서 나올 예정이라는 썰이 도는
데 요원하기만 하네요.

Falstaff 2019-09-20 08:5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재미있겠습니다. 저도 은근히 기대가 됩니다.
 
바다 (반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4
존 밴빌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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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가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하는가 하면, “제임스 조이스와 사뮈엘 베케트를 잇는 아일랜드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존 벤빌의 대표작이자 맨부커상 수상작.” 좋다. 제임스 조이스와 사뮈엘 베케트를 엮는 건. 하마터면 베케트가 조이스의 사위가 될 뻔했으나, 정작 베케트는 조이스의 정신 나간 딸 루이스가 그렇게 기다리던 고도에 불과했을 뿐이지만. 그러나 이 라인에다가 밴빌까지 엮는 건 전적으로 상술일 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워낙 아일랜드가 물이 좋아 유독이 글 맛나게 쓰는 작가들이 우글거리는데, 밴빌을 꼭 다른 빨강머리 아일랜드인하고 비비자면(사실 그럴 필요가 하나도 없긴 하지만) 조이스나 베케트 대신 윌리엄 트레버하고 엮이는 게 더 타당할 듯하다. 왜냐고? 존 밴빌을 읽으면서 윌리엄 트레버에서 자주 발견하고는 했던 상실, 추억, 감상 같은 것들이 자주 눈에 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내가 아는 게 있나. 그냥 그렇다는 것이지.
 주인공 맥스 선생께서 암종으로 마나님을 보낸 다음에 저 50년 전 자신의 소년시대 한 시절을 보낸 바닷가 휴양지의 여름별장 시더스를 방문하는 이야기다. 그의 기억 속에 휴양지에도 계급이 있어 가장 높은 곳에는 별장을 짓고 여름마다 방문해 계절을 즐기는 족속, 2번이 여름별장 한 채를 통째로 빌려 사용하는 집단, 3번이 호텔에 숙박하며 여름을 나는 부자들인데 골프 호텔에 머무는 인간들이 다른 호텔보다 좀 더 우세하단다. 4번이 저 50년 전 소년시대의 맥스 소년 가족처럼 우리말로 하자면 민박, 좋게 봐도 펜션 정도의 시설에서 며칠이나 몇 주 머물다 가는 서민,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지 주민. 이렇게 다섯 계급 정도가 있었다고 한다.
 책은 늙은 맥스가 현재와 유년시절이라는 먼 과거, 아내 애나가 자궁암으로 짐작되는 질병으로 사망하는 가까운 과거를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며 진행된다. 이런 작품은 (윌리엄 트레버의 작품에서도 보듯) 거의 공통적으로 매우 섬세하고, 감정표현에 충실하며, 대화가 별로 없는데, <바다>에선 그래도 대화가 적지 않은 편이다. 대화가 있더라도 따옴표 같은 기호를 붙이지 않음으로 독자로 하여금 더 침잠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벤빌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저 먼 먼 소년시대. 소년 맥스는 휴양시설 시더스에 머무는 그레이스 집안의 안주인이자 넉넉한 몸매의 소유자 코니 그레이스 여사한테, 한 눈에 반해버린다. 그래 그녀에게 접근하기 위해 쌍둥이 남매 클로이와 말 못하는 마일스에게 접근해 소년다운 친밀감으로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닷가 모래밭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수영을 잘하는 쌍둥이 남매는 물에 뛰어든 사이, 포도주를 몇 잔 마신 코니 그레이스 여사가 낮잠에 빠져들면서, 맥스의 눈앞에서 무릎을 세움으로써 자신의 허벅지와 교차점, 흰 내의를 입었지만 도드라지게 눈에 들어오는 지역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지는 죽음의 이미지. 이 죽음의 이미지에 관해서 더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의 결말 부분까지 다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즉, 이 책은 상실, 죽음이라는 상실, 남았다는 상실에 관한 쓸쓸한 이야기라는 뜻.
 그런데, 정직하게 이야기해서, 읽기가 좀 힘들었다. 이게 원작의 문장이 매우 섬세해 아무나 이해하지 못하게, 소수를 제외하고 문학적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지겹게 느끼도록 썼기 때문인지, 한국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그리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더구나 그걸 확인하기 위해 짧은 영어로 원서까지 뒤져보는 망측한 일에도 관심이 없다. 예를 들어보자.


“애나가 어디를 가든 그녀보다 앞서 문둥이의 종이 소리 없이 땡땡거리겠지. 정말 건강해보이네!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겠지. 이야, 이렇게 건강한 모습은 처음 보네!” 25p.


 인용문에서 '문둥이의 종'이 뭘까? 뒤에 이어지는 문장을 보면 큰 관심도 없으면서 그냥 입치레로 떠들썩하게 관심 있는 척하는 모습일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또,

 

 “차 안에서도 우리는 호텔 앞 잔디밭의 야자나무들이 꿈을 꾸듯 마른 잎을 비벼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래전 자줏빛 여름밤이면 아라비아의 모든 것을 약속하는 듯하던 소리였다.”  50~51p.


 '자줏빛 여름밤이면 아라비아의 모든 것을 약속하는 듯하던 소리'가 어떤 소리일까? 이건 앞 문장을 읽어도 어떤 소리일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이런 묘사가 책읽기의 진도를 빼는 걸 적극적으로 방해를 한다. 근사하기는 하지만 어째 아무 내용이 없다. 지금 모더니즘 시 쓰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예를 들 문장들은 더 많지만 이쯤에서 그만하자. 트레버의 <루시 골트 이야기> 독후감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어째 나는 정영목 씨의 문장과 궁합이 맞지 않는 거 같다. 그의 번역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함부로 이런 이야기 했다가는 본전도 찾지 못하고, 불행한 경우 뼈도 못 추릴 정도의 명성을 누리는 역자에게 이렇게 얘기하기가 심히 불안하고, 건방져 보이는 것 같고, 혹시 고소당하지는 않나 겁도 나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불만의 약간만 운을 떼보자면, 정영목 씨가 영어를 영어로 이해하는 측면에서는 우리나라 국가대표일지는 모르나, 그의 한국어 문장 만드는 솜씨는 모든 한국인의 평균 수준 이상인 것 같지는 않다. 어렵고 근사한 단어만 쏟아낸다고 고객인 독자가 좋아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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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9-18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선 새로 재개정판이 나온다는 뉴스를
듣고 새로운 역자를 기대했으나 역시나
였습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을 맡았
던 역자에게 고대로 번역을 맡기다니.
과연 얼마나 구간하고 다를 지 궁금했
습니다. 물론 비교 검토해볼 열의는 없었
구요.

처음에 읽을 적에는 정말 버거웠던 기억
입니다. 그래도 두 번 읽을 때는 익숙해
져서 그런지 좀 낫더군요.

Falstaff 2019-09-18 11:01   좋아요 0 | URL
거의 바꾸지 않았다고, 재개정판이 아니라 그냥 복사판이라는 데 만원 겁니다.
이런 책들 무지 많습니다. 같은 역자가 계약 기간 끝나 다른 출판사로 옮겨 전에 번역한 거 그대로 써먹는 거요. 유명 역자도 예외는 아니더군요. 제가 말씀드리는 ‘유명역자‘에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은 들어있지 않습니다만.
제가 따온 첫 문장에서 ‘문둥이‘가 나오잖아요? 문둥이가 문학동네의 줄임말이라네요. ㅋㅋㅋㅋ
 
러브
토니 모리슨 지음, 김선형 옮김 / 들녘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업 비치’라는 자그마한 해변 휴양도시의 모나크가街, 어느 추운 날 장갑도 끼지 않은 맨 손에 신문지를 찢은 구인광고를 든 짧은 치마의 아가씨가 등장해 늙은 샌들러 기본즈에게 모나크가 1번지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부츠를 신고 짤막한 가죽 상의만 걸친 모습을 본 샌들러 노인의 머릿속에 아가씨의 반질반질한 무릎과 허벅지가 그리 오래 자리 잡고 있게 될 지는 두 명 다 몰랐다. 아가씨의 이름은 주니어. 신문 쪼가리의 구인광고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도우미, 성숙한 전문직 여성의 비서 구함. 강도는 약하지만 극비 업무. H. 코지 부인에게 지원할 것. 실크, 모나크가 1번지.”
 그리하여 주니어, ‘준’이라고 불러주세요, 양이 히드 코지 부인의 말벗이 되기에 이른다. ‘히드 투 나이트’가 본명. 그럼 어떤 운명의 여인인지 대충 짐작은 하시겠지? ‘밤에 주의를 기울여라?’ 그러나 기대와 다르게 사실 그리 복잡한 사생활을 가진 여인은 아니다. 하지만 1930년대에 이런 ‘이야기 취향의 이름’을 가진 아이는 주로 흑인 하층계급 출신이었다고 미국인들은 즉각 반응을 한단다.
 히드 부인이 열한 살일 때 지금은 쇠락해 문을 닫은 코지 리조트 근처에 살며 호텔 주인 코지 씨의 열두 살짜리 손녀딸 크리스틴과 어울려 유년의 시간을 지내고는 했었나보다. 크리스틴의 엄마 메이는 천민 출신(으로 보이는) 히드와 자기 딸이 어울리는 걸 보는 일이 절대로 마땅하지 않아 될 수 있으면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호텔 앞 바닷가에 뒤집혀 있는 보트 ‘실레스티얼’에서 놀려 했는데 호텔 안에 공깃돌을 두고 온 걸 늦게 알게 됐다. 그래 히드가 냅다 호텔로 달려가 공깃돌을 찾다가 긴 복도의 어둠 속에 서 있는 거한의 빌 코지 사장의 눈에 들어갔다. 빌 코지가 히드 앞에 서서 커다란 손으로 얼굴과 아이의 턱과 아직 전혀 부풀지 않은 젖꼭지 주변의 납작한 가슴을 슬쩍 쓰다듬으며 쾌활하게 웃었는데 바로 그 순간 히드는 아직 뭔지는 모르지만 사장님의 손길이 자신의 몸을 스친 사실이 조금은 전율스러우면서도 간질거리기도 하고 좀 아픈 것도 같은 미묘한 느낌을 주는 것이어서, 가장 친한 친구 크리스틴에게조차 비밀로 해야 함을 즉각적으로 깨닫는다. 그러나 바로 직전, 공깃돌을 찾으러 가는 히드를 뒤쫓아 호텔의 한 창문을 넘겨보던 크리스틴은 자신의 할아버지인 코지 사장이 허리춤을 풀고 여자 종업원으로부터 유사 성행위 서비스를 받는 장면을 목격해버렸고,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광경을 역시 히드에게조차 비밀로 해야 한다는 걸 직감처럼 느끼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건 둘의 우정이 언젠가는 금이 갈 충분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나중 일이고, 당시 홀아비 신세였던 코지 리조트의 사장 빌 코지 씨는 무수한 여인들과의 연애에도 불구하고 불과 열한 살의 아이, 아직 초경도 하지 않은 히드에게 청혼을 하고, 기어이 결혼해버린다. 당시 미국 흑인사회에서 조혼이 일반적인 일이었다지만 불과 열한 살짜리 아이와 결혼하는 쉰한 살 노인은 당시에도 다분히 유아성도착증세로 의심받은 수준 아니었을까. 그러나 업 비치 시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가장 부유해 백인 톱클래스들과도 교분이 깊었던 코지 씨는 결혼 후에도 히드가 초경을 할 때까지 함께 침상에 들지 않았으며, 초경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신혼여행에 올랐다고 하니 변태성욕이라고까지는 하지 못할 수준이었겠다.
 그런데 이 일로 난리가 난 사람이 있었으니 빌 코지 씨의 아들 빌리보이의 아내이자 코지 씨의 과부 며느리인 메이 여사로, 코지 호텔과 저택을 비롯한 모든 재산을 자기 딸 크리스틴이 상속받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졸지에 크리스틴 대신 히드가 상속인으로 정해졌기 때문. 이런 상태로 4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다. 그 동안 당연히 빌 코지씨와 메이,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세상을 등졌으며, 호텔도 문을 닫아 빈 건물이 세월의 풍화작용 앞에 나날이 쇠락해가는 가운데, 코지 저택엔 예전의 소꿉동무이자 할머니-손녀 사이인 히드와 크리스틴이 서로 반목하는 중에도 묵인하며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이때, 이름은 주니어인데 준이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부츠 신은 짧은 치마의 아가씨가 등장해 코지 저택에 입주하면서 온갖 사건과 과거의 기억이 다자간의 시선으로 서술하기 시작한다.
 토니 모리슨은 흑인 여성으로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다. 내가 읽은 모리슨으로 <빌러비드>와 <재즈>가 있다. 두 작품 다 흑인의 정체성을 밑에 깔고 노예상태에서 탈출해 정착하는 과정을 그리거나(빌러비드), 백인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혼혈아가 자신이 흑인이 아닌 백인이라 생각하여 흑인 아버지를 살해한다는(재즈) 내용이어서 <러브> 역시 흑백 문제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그것도, 당연히) 생각했지만, 아니다. 미국 내의 흑인이 쓴 문학 역시 인종문제가 아닌 ‘인간문제’인 사랑, 그것도 독하고 질긴 사랑을 충분히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을 모리슨이 보여주었다. 그러나 어떤, 누구의 사랑인지는 일러드릴 수 없음을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책의 가장 마지막 부분이 되어야 알 수 있어, 완벽한 스포일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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