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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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스>는 곤도 후미에 작가의 신작 소설이다.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가정폭력, 학교폭력과 같은 사회문제를 배경으로 하여 세 여자의 복잡하게 얽힌 관계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벌어진 비극을 어떻게 소멸시키고 서로를 어떻게 구원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미 드라마화가 진행된 소설인 만큼 강렬한 이야기 전개와 섬세한 심리 묘사는 매우 흥미롭다.

 

어떤 소설가에게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많은 독자가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중 하나처럼 자신의 인생을 소재로 써달라는 이야기였다. 평소 같았다면 무시했겠지만 유독 이 편지가 마음에 걸리는 이유는저희 셋의 관계라는 말 때문이었다. 자기 인생의 파란만장함이 아닌 자기와 자기 친구들의 관계에 흥미를 느낄 것 같다는 말이 덧붙여져 있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긴 사연인 걸까.

 

유리는 단짝친구인 사토코가 집에서 할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처음에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어른들의 외면과 더불어 어린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아무도 사토코를 구해주지 않았고 그 기억은 죄책감으로 변해 유리의 내면에 빼곡하게 남는다. 중학생이 된 유리는 단짝 마호가 괴한에게 습격당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마호를 구하려다 남자를 찌르게 되는데…. 그때부터 사토코, 유리, 마호 이 세 여자 운명의 실타래가 지독하게 얽히기 시작한다.

 

나는 제목처럼 인플루언서들끼리 저지르는 살인이나 살인 거래를 추리하는 소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세 여자에 대한 관계가 촘촘히 연결된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었다. 나비효과라는 말처럼 어떤 행동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그런 말처럼 이들의 관계 또한 예상치 못한 변수의 반복으로서 그들의 관계의 양상이 급격히 변화하며 그들의 관계는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들의 끈적한 연대는 거래가 아닌 마치 운명처럼 끈끈하게 엮여 끊을 수 없는 죄책감과 보은으로 비극적 운명을 서로 구원하며 이어진다. 그들의 선택이 아닌 필연처럼. 그렇게 잔혹하게 엉킨 이 복잡한 미묘한 관계는 우정이나 애정,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극적인 결말은 아니나 한 개인이 과거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인물의 상처와 죄책감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한 개인의 선택과 행동이 타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특히 어른들의 무책임한 외면과 방관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아이들의 고통을 방관하는 사회의 책임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내가 살고 있는 건 이런 세계이고, 그들은 자기들이 옳다고 믿으며 그 믿음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말처럼 쉽게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 소설을 통해 내면의 변화를 실천해야 하고 작은 행동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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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자비들
데니스 루헤인 지음, 서효령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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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자비들은 영미권 최고 범죄 소설가로 꼽히는 데니스 루헤인의 6년만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WP 아마존 선정 올해 최고의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애플 TV에서 드라마화될 예정이다.

 

1974년 인종차별의 광기로 가득 찬 보스턴은버싱정책으로 큰 논란에 휩싸인다. 버싱은 흑인과 백인들이 서로 학교를 바꾸어 통학하도록 하는 공립학교 내 인종차별 폐지 정책이다. 버싱 정책이 도입되면 흑인들로부터 언제 위협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 메리 패트를 포함한 백인 부모들은 격렬한 시위를 이어 나간다. 그러던 중 버싱 도입 며칠 전, 줄스가 실종되고, 메리의 직장동료 아들인 흑인 청년 어기가 사망한 채 발견된다. 메리는 줄스의 실종과 어기의 죽음이 연관되어 있다는 판단하에 그 두 사건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딸을 지키기 위해 버싱 정책을 지지했으나 딸의 실종과 얽힌 비밀에는 그녀가 상상하지 못했던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당시 보스턴을 장악하던 마피아들과 그들이 적극적으로 조장한 인종 간의 적대감, 그리고 깊이 뿌리 내린 인종차별의 구조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분법적으로만 생각했던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사우디 주민과 흑인 동네의 흑인들 뒤편에 인종차별 폐지 정책을 명령한 판사와 정치인들의 고급 거주지는 버싱 정책에 자유로웠다는 사실 또한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믿었던 세계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가치관을 흔들어 놓았다.

 

‘인종차별’은 지금의 시대에는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인식되지만 그때 당시에 피부색으로 철저히 구별되는 신분제와도 같은 당연한 관념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종에 대한 편견이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뒤집을 수는 없었다. “당신은 아이를 신이 만든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증오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도록 키웠어요.” 특정 인종은 결백할 것이라는 그 오만함과 화합을 바라지 않는 그 당연함이 옮아가 자신을 조금씩 바꾸어가기 시작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점차 당연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당연함의 균열은 자신의 공동체와 갈등을 빚게 되는 결말로 나아가게 된다. “보비는 어쩌면 증오의 반대말은 사랑이 아닐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건 희망이라고 증오는 쌓이는 데 수년이 걸리지만 희망은 보지 않는 순간에도 바로 미끄러져 올 수 있으니까.” 말처럼 새로운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현재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관념들을 재고하게 만든다. 사회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편견과 차별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당연함이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메리가 마주한 그 세계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집약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작은 자비들은 증오와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변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그 작은 자비들이 모여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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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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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린 작가의 첫 장편소설 <큐브>는 인간 내면의 불안과 진로 고민, 자아 탐색을 다룬 SF 성장소설이다. 현실의 문제를 공상과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은 독특한 소재 만큼이나 흥미로운 전개로 큰 몰입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큐브라는 공간과 통제 시스템의 기원이나 목적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독자로서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독자 스스로 작품의 메시지와 상징을 해석하도록 이끌며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강원도 고성의 바닷가 마을에 사는 고3 연우는 교실에 혼자 있다가 채집된다. 큐브에 갇혀 지구 주변을 돌게 되는데, 큐브의 통제 시스템에 의해 일정주기로 연우의 상태가 계속 리셋된다. 연우는 그곳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연우는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정확히 그로부터 1년이었다.

큐브에서는 벗어났지만 일정 상황에 처하면 장치의 향성성 시스템이 작동하는 장치의 존재를 알게된다. 불편함에서 벗어나 편안함을 유지시켜 주는 그 시스템에 의해 연우는 그것이 없으면 생기는 불안감과 외로움에 휩싸이게 된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시스템에 얽매이게 된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 볼수록 알 수 없는 혼란이 커지고, 전부터 좋아했던 해고니와의 관계마저 연우의 내면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과연 연우는 이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을까.

큐브는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현대 사회의 공간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상징적 공간이다. 연우가 현실로 돌아와서도 여전히항상성 시스템에 의존하며 느끼는 불안은 인간이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면서도 익숙한 안정 속에 머물기를 바라는 양가적인 심리를 잘 드러내고 있다.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인간관계를 통해 성장해 가는 연우의 모습이다. 연우는 해고니와의 연애를 통해 자신과 타인의 삶의 방향성을 탐구하고, 복제된 자아와의 교류를 통해 내면의 갈등을 극복한다. 이런 관계들은 독자에게 사랑과 자아 탐구가 인간 존재의 본질적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시킨다.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을 넘나드는 비현실적인 소재지만 상상력과 현실감 사이의 적정한 균형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청소년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 진로 고민을 마치 우리가 모두 갇힌 큐브 속 이야기처럼 비유적으로 다뤘다. 그러나 독자로서 가장 큰 의문은 큐브를 설계한 존재와 그 목적이다. 누가 왜 연우를 채집했는지, 큐브의 기술적 배경은 무엇인지가 밝혀지지 않아, 이야기의 완결성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공백은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반대로 서사적 허전함으로 작용한다. 큐브의 기원과 시스템의 작동 원리가 더 구체적으로 설명되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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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둑맞은 시간을 되찾기로 했다 - 타인의 시간에서 자신의 시간으로 삶의 축을 옮기는 법
사소 쿠니타케 지음, 유민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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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 쿠니타케의 <나는 도둑맞은 시간을 되찾기로 했다>은 타인의 시간에서 자신의 시간으로 삶의 축을 옮기는 법을 다룬 책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공평하게 24시간이 주어진다. 이 공평한 24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 할수록 일이 늘어갔고 시간에 쫓기는 결과를 맞이한다. 그래서 저자는 한 가지 의문을 품는다. 내 삶의 메커니즘 어딘 가에 시간 도둑이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저자 안에 일어난삶에 대한 가치관 변화를 가감 없이 기록했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일어나면서 재택근무를 하게 된 저자는 이전과는 다른 일상을 맞이하게 된다. 생산성 높은 삶이 성장하는 삶이라고 믿었지만, 타인의 시간에 맞춰 살며 무한 경쟁의 쳇바퀴를 돌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의 총량은 변하지 않지만, 환경이 바뀌어서자기시간에 대한 감각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 흘러가는 시간에 주의를 기울이며 살아보자고 말한다. 그렇게 타인이 정한 루틴이 사라지고 나의 페이스대로 시간을 보내는 삶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극이 일상화되면서 효율로 인해 오히려 일을 더 하게 되는 이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꼬집는다. 시간은 효율적으로 쓰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나를 내 시간의주어로 느끼고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타인의 시간에 지배되는 세상에서 벗어나자신의 시간을 사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라고 한다. 미래의 목적을 위해 현재의 시간을 써야 한다는 시간에 대한 압박은 큰 파도처럼 매일 우리를 덮쳐온다. 그러나 내 인생의 시간은 내가 정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그 파도에 맞서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엄청난 속도로 변해가는 지금 이 시대에 인간이 길러야 할 능력은 자기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좋아하는 것을 충실하게 즐기고, 하고 싶은 일을 상상하고, 그 일을 하고자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미래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꼭 명심해 두어야 한다. 그러면서 바쁜 일상에서 자기만의 일상을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이 책은 일과 라이프스타일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에 조금이라도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 전처럼 성장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거나 끊임없는 생산성 향상 추구하는 것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한다고 한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답답함은 미래의 새로운 삶으로 향하는 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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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도서관의 사건수첩
모리야 아키코 지음, 양지윤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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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도서관의 사건 수첩>은 모리야 아키코 작가의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다. 도시 북쪽 변두리에 자리 잡은아키바 도서관’. 이곳은 인적이 드문 탓에 평범하고 고요한 공간처럼 보이지만 이내 도서관 안에서 기묘한 사건들이 벌어지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건의 실마리는 책에 있어라는 말처럼 도서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만큼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후미코는 아키바 도서관의 사서로 책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모습이다. 아키바 도서관이 변두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용객들이 많지 않았지만, 이용자가 늘길 바랐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과는 별개로 주로 주변 도서관이 도서를 요청해 빌리는 일이 다수였다. 그러던 중 잇달아 발생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과 마주하게 된 후미코는 선배 사서 노세와 함께 수사에 나서게 된다. 화장실 괴담 소동, 분실물의 수수께끼, 그림책으로 전달되는 암호, 그리고 도서관 주변에서 발견된, 오래된 비밀까지. 이 도서관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사건에 대한 추리가 중점적으로 펼쳐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도서관이라는 배경은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자 매력이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와 비밀이 교차하는 장소로 그려진다. 작가는 이러한 도서관의 매력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독자에게 익숙한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각 사건의 실마리가 책에서 시작되고 책을 통해 풀린다는 설정 또한 책과 지식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도서관은 사람들의 빈 공간을 채워주는 곳 이자 여행지가 되어주는 곳이다.”라는 말처럼,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책과 도서관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일깨운다. 도서관과 책을 매개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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