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김민지님의 서재 (김민지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Tue, 02 Jun 2026 08:18:42 +0900</lastBuildDate><image><title>김민지</title><url>http://image.aladdin.co.kr/img/blog2/manage/profileimg.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김민지</description></image><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지적하는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알려주는 ‘선배’는 없다. - [출근길의 주문 - 일하는 여자들을 지탱하는 언어와 관계, 그리고 마음, 개정증보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98557</link><pubDate>Tue, 26 May 2026 20: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9855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139565&TPaperId=1729855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368/70/coveroff/k45213956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139565&TPaperId=1729855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출근길의 주문 - 일하는 여자들을 지탱하는 언어와 관계, 그리고 마음, 개정증보판</a><br/>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6월<br/></td></tr></table><br/>

요즘, 여성 혹은 젠더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을 마주할 때, 긴장감이나 피로감이 느껴지곤 한다. 꼬투리를 잡아 상대가 항복을 외칠 때까지 비난을 끝내지 않는 사회 분위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도 처음 &lt;출근길의 주문&gt;을
펼쳤을 때, 첫인상 역시 다르지 않았다. 책의 어떤 문장들은
날이 서 있고, 때로는 강한 어조로 순간적으로 ‘움찔’하게 만드는 지점들이 있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이
책의 본질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오래 일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한다. 이유는 수많은
선배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남성들과는 다르게 여성들에게는 롤모델이 많이 없다는 것이다. 조직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연차가 쌓였을 때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고 하나 여성들이 결혼하면 출산으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는 여성 선배와 동료들을 지켜봐 온
저자의 안타까움이 여기에서도 느껴졌다.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문장이 아니라 아등바등 버티다가 지치는
이들이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의 강한 어조이었다.



처음엔 성별로 구분하는 문장들에 거리감이 느껴졌지만, 현실 속에서
출산 휴가를 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여성 선배를 떠올리자, 책의 메시지가 다르게 읽히기 시작했다. 표면으로 드러나는 여성이라는 단어보다 메시지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였다. 사실
현대 사회는 지적하는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이 책이 사회
선배로서의 조언으로 보였다. 사회 초년생부터 후배를 둔 직장인이 모두 해당할 것이다. 책에서는 일터에서 나약해지지 않고 당당하게 자립하기 위한 기본 예절과 실전 대처법을 다루고 있다. ‘예의를 차리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면서도 무례하지 않은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미움 받지 않기 위해 또, 튀지 않기 위해 과도한 쿠션어를
남발하곤 한다. 누군가 알아채 주길 바라는 모호한 암시는 자신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좋지 않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이러한 언어 습관을 과감히 걷어내고, 내 뜻을 명확하게 전달하되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태도를 갖추라고 조언한다. 그것이 바로 조직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의견을 내는 당당함이 무례함이나 꼰대 짓으로 변질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요구하지 않은 가르침은 그저 자기 자랑이나 잔소리에 불과하다는 말과 입은 무겁고 뒤탈은 없어야 비로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나도 힘들었으니, 너도
당해봐라." 식의 옹졸한 마음 대신, 평범한 개인들이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이었다. 나로서 내 삶의 키를 꽉 잡는 것,
쓰임을 위해 나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것. 오늘도 출근길의 주문을 외우며, 우리는 일터에서 한 뼘 더 단단해진다.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368/70/cover150/k45213956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3687047</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나와 타인의 세상을 조율하는 법 - [내일은 내일에게 (청소년판) - 숨이 막힐 때 주문처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84193</link><pubDate>Mon, 18 May 2026 17: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8419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52138605&TPaperId=1728419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94/36/coveroff/k15213860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52138605&TPaperId=1728419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내일은 내일에게 (청소년판) - 숨이 막힐 때 주문처럼</a><br/>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6년 05월<br/></td></tr></table><br/>

어른들이 다정했으면 좋겠다. 설령 다정스러움을 배우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내일이나 마찬가지인, '내일'의 아이들에게 다정함을 베풀면 얼마나 좋을까. 김선영 작가의 장편소설 &lt;내일은 내일에게&gt; 속 아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위태로울 만큼 비정하다. 살아내는 것 자체가 속도가 나지 않는 ‘저지대’의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은 자신도 위태로움을 느낀다. 목적의식 없이 삶을 살아내야 하는 이 잔인한 세계에 작가는 섣부른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작위적인 구원 대신 누군가의 다정함을 조금씩 밀어 넣는다. 비록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그 다정함이 곁에 존재한다면, 오늘을 겨우 버텨낸 아이들도 마침내 다가올 내일을 기대하게 되지 않을까. 이 작은 온기가 비정한 현실을 ‘회복’의 가능성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소설이 비추는 공간은 햇빛이 들지 않는 '저지대'다. 재개발도 비껴간 동네. 주인공 연두가 살아가는 이 낙후된 동네는 주변과는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결핍이 대물림 되는 현실도, 앞이 막막한 미래도 연두에겐 달갑지 않다.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현실 속에서도 연두는 좋아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것도 멈추지 않는다. 변화는 뜻밖의 공간에서 시작된다. 집 앞에 새로 생긴 '카페 이상'에서의 아르바이트에서부터다.

바깥의 세상과는 다르게 부드러움과 달콤한 향기가 퍼지고, 사장님의 손에 의해 따뜻한 온기가 내려지면 얼어붙은 마음이 녹아내린다. 이전과는 달라진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니 혼자인 것 같았던 저지대의 밤이 다르게 보였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결핍을 안고 이 부드러운 완충지대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커피를 내리는 행위는 단순히 음료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나와 타인의 세상을 조율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기도 하다. 타인에게 온전히 초점을 맞추는 일처럼 보이지만, 결국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를 통해 누군가의 세상을 본다는 건, 타인에게만 맞추어지던 시선이 마침내 내 안의 중심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아마 연두는 이상 카페의 사장님처럼 다정함을 가득 품고 있는 어른이 되지 않을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94/36/cover150/k15213860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2943658</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숫자 너머의 당신을 온전히 바라보기 위해선. - [나이 묻는 사회 - 한국형 연령차별주의와 멸칭 문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70919</link><pubDate>Mon, 11 May 2026 21: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7091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92138162&TPaperId=172709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9/84/coveroff/k6921381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92138162&TPaperId=1727091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이 묻는 사회 - 한국형 연령차별주의와 멸칭 문화</a><br/>정회옥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5월<br/></td></tr></table><br/>

한국 사회에서 처음 마주한 타인과 인사를 나눈 직후, 정적을 깨는 질문은 정해져있다. &nbsp;"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호기심에서 비롯된 질문일수도 있지만 우리사회에선 그렇게 사용되지 않는다. 대개 나이는 관계의 방향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좌표'이기 때문에 호칭 정리를 위한 '질문'으로 사용되곤 한다. 나이를 확인해야만 비로소 말을 놓을지 높일지, 상대보다 앞서 걸어야 할지 뒤에 서야 할지를 정할 수 있는 규칙은 사람 그 자체보다 '숫자'에 먼저 집중하게 만든다. 『나이 묻는 사회』는 바로 이 익숙한 장면에서 출발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나이라는 지표가 어떻게 우리 삶을 규제하고 차별의 근거로 변질되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책은 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나이에 대한 시선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봐야 한다는 화두를 던진다. 서른 해의 간격을 넘어 친구가 되는 일은 가능한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나이가 관계의 시작에 앞서 확인되어야 할 우선순위가 되는 순간, 우리는 한 사람을 온전히 마주할 기회를 잃는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잇값'이라는 단어는 사실 무서운 언어다. 이는 본래 삶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표시하는 유연한 지표여야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사람을 재단하고 구속하는 틀로 작동한다. 이 보이지 않는 규범은 전 연령대에 걸쳐 멸칭을 만들어내며 서로를 향한 치열한 '나이 전쟁'을 부추긴다. 생애 주기를 따라다니는 이 멸칭은 혐오의 언어로서 유머로 소비되며 사회에 수용된다. 그러나 혐오는 유머가 될 수 없다. 특정 연령대를 뭉뚱그려 비하하는 표현들은 차별적인 관행과 제도로 이어지며, 결국 우리 모두를 그 연령대에 걸맞은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몰아넣는다.

우리 사회는 마치 인생이라는 도로 위에 보이지 않는 '속도 제한' 표지판을 세워둔 것 같다. 서른에는 무엇을, 마흔에는 어디쯤을 통과해야 한다는 압박은 "이 나이에는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가혹한 채찍질이 된다. 이러한 사회적 기대는 개인의 고유한 삶의 속도를 부정할 뿐이다. 획일화된 트랙 위에서는 그 무엇도 자유로울 수 없다.

비트겐슈타인은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불평등을 전제로 한 위계질서가 녹아 있는 한국어 체계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정해진 틀에 가둔다. 집단주의적 잔재는 'MZ세대'라는 정체불명의 용어로 수많은 청년을 하나로 묶어버리고, 행정 편의에 따라 그들의 호칭을 마음대로 바꿔 부르며 주체가 아닌 관리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상대가 살아온 세월의 무게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숫자의 높고 낮음으로 권력을 행사하려는 태도는 진정한 소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다.

특히 이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두드러진다. 한 사람의 한 번의 발언이나 행동이 순식간에 'X세대의 전형', 'MZ의 특성'으로 일반화되고, 그렇게 형성된 고정관념은 실제 관계 속에서 편견으로 굳어진다. 우리는 어떤 세대의 대표자가 아니라 각자의 고유한 서사를 가진 개인이다. 커뮤니티의 목소리가 한 세대 전체의 목소리인 양 소비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가 경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나이 묻는 사회』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우리 자신을 향한다. 멸칭을 입에 올리기 전에, 특정 나이의 누군가를 고정된 시선으로 보기 전에,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묻는다. 이 책은 제도나 사회 구조를 바꾸기에 앞서, 오늘 내가 마주친 사람에게 숫자가 아닌 사람으로 먼저 다가가는 작은 실천을 권한다. 차별의 피해자인 동시에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이 순환을 끊는 첫 번째 걸음은 서로를 향한 태도에서 시작된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9/84/cover150/k69213816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698413</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는 것. - [생업(生業) - 그 징하고도 찡한 노동의 표정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70896</link><pubDate>Mon, 11 May 2026 21: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7089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52138163&TPaperId=1727089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70/11/coveroff/k55213816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52138163&TPaperId=1727089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생업(生業) - 그 징하고도 찡한 노동의 표정들</a><br/>은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5월<br/></td></tr></table><br/>〈생업〉은 불편함을 응시하고 체화하며, 노동과 노동자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책은 우리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인터뷰를 모아 다양한 직업과 삶의 형태를 아우른다.

작가는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의 청소 노동자를 이야기한다. 입구에서부터 감탄을 자아내던 웅장한 건축 양식, 기차역으로 만들어진 둥근 천장과 어디서든 인생 사진이 나오는 멋진 구조. 하지만 이 공간을 '일터'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순간 감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바다를 걸레질하는 것처럼 막막해 보이는 너른 면적에, 천문학적인 초고가의 사물들이 잔뜩 놓인 미술관은 노동자에게 잔인하고 까다로운 땀의 공간이었다. 작가는 얼결에 렌즈를 바꿔 끼우듯 여행자의 눈으로 입장해 노동자의 눈으로 퇴장했다. 고흐의 그림보다 청소 노동자의 뒷모습이 더 짙은 잔상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사실 처음에는 이런 시선이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그분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묵묵히 일하고 있을 텐데, 왜 굳이 노동의 고단함에 초점을 맞춰 동정 어린 시선으로 봐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가며 그것이 섣부른 동정심이 아님을 깨달았다. 안 보일 때는 안 보이지만, 보이기 시작하면 너무나도 잘 보이는 우리 주변의 '그림자 노동'. 작가는 누군가에게 동정을 표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노동이 실은 얼마나 치열한 감각인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장면을 본 적이 없기에 완전히 스며들 수는 없었지만 그 감각만큼은 명확했다.

사실 처음에는 이런 시선이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그분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묵묵히 일하고 있을 텐데, 왜 굳이 노동의 고단함에 초점을 맞춰 동정 어린 시선으로 봐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가며 그것이 섣부른 동정심이 아님을 깨달았다. 안 보일 때는 안 보이지만, 보이기 시작하면 너무나도 잘 보이는 우리 주변의 '그림자 노동'. 작가는 누군가에게 동정을 표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노동이 실은 얼마나 치열한 것인 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장면을 본적이 없기에 완전히 스며들수는 없었지만 그 감각 만큼은 명확했다.

이 책에는 살기 위해 일하고, 일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생업'의 표정들이 담겨 있다. 작가는 그 사람들을 향해 '어떤 삶을 가치 있게 볼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살며시 던진다. 이 책은 그 단단하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연대이자 헌사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우리 곁의 어떤 뒷모습들이 오래도록 눈에 밟힐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70/11/cover150/k55213816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701106</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비밀은 지키라고 있는거니까! - [그러니까 비밀이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59290</link><pubDate>Tue, 05 May 2026 21:2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5929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42137652&TPaperId=1725929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35/42/coveroff/k54213765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42137652&TPaperId=1725929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그러니까 비밀이야</a><br/>박현숙 지음, 김진아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04월<br/></td></tr></table><br/>『그러니까 비밀이야』는 ‘비밀’과 ‘고자질’의 경계를 다루는 내용이다. 좋게 말하면 솔직함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고자질쟁이일 수도 있다. 비밀은 ‘너만 알고 있어’라는 약속을 바탕으로 관계 속에서 둘만의 유대감을 만들어내는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말하는 순간 비밀은 더 이상 비밀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너만 알고 있어’라는 약속을 어기는 배신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로 인해 소외되고 비판받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정말 비밀이라면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누군가와 나눈 말을 타인에게 전하는 일은 그 신뢰를 가볍게 여기는 비겁한 행동처럼 보인다.
박현숙 작가는 어린 시절 스스로를 ‘고자질쟁이’였다고 고백한다. 한두 번의 고자질은 습관이 되었고, 그로 인해 친구들이 자신을 피하는 소외감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 뒤로는 “입을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남에 대한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고 말한다. 지킬 건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작가의 말은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nbsp;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교훈 뿐만 아니라 관계 안에서 신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아이의 눈높이에서 찬찬히 풀어낸 그림책이다. 어른도 쉽게 정답을 내리기 어려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무겁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비밀 하나를 둘러싼 작은 소동이 결국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여지가 충분한 작품이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35/42/cover150/k54213765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354262</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미일동맹을 통해 한미일을 바라보다. - [미일동맹이라는 거울 - 한미일 안보 체제의 한계와 가능성]</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14869</link><pubDate>Mon, 13 Apr 2026 21: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1486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137741&TPaperId=172148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28/15/coveroff/k85213774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137741&TPaperId=1721486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미일동맹이라는 거울 - 한미일 안보 체제의 한계와 가능성</a><br/>지지와 야스아키 지음, 길윤형 옮김 / 한겨레출판 / 2026년 04월<br/></td></tr></table><br/>&lt;미일동맹이라는 거울&gt;은 현재 동아시아의 불안정한 정세를 보여주며 미일 양국의 외교사 뿐만 아니라&nbsp;유사사태와 한반도의 위기가 어떻게 하나의 지정학적 톱니바퀴로 맞물려 돌아가는지에 대해 서술한다.&nbsp;1905년 체제부터 이어져 온 '허브 앤 스포크' 전략 속에서 일본은 일국평화주의와 필요최소한론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 아니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때이다. 

일본은 기지를 제공하는 대가로 미국의 확고한 안보 우산(확장억지) 아래에서 경제 성장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nbsp;그럼에도 일본이 이 현실을 직시하길 주저하는 이유는&nbsp;연루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nbsp;미국의 안보 혜택은 누리고 싶지만, 동맹국이라는 이유로 타국의 분쟁이나 전쟁에 말려드는 것은 극도로 꺼리는 자기기만의 행태이다. 저자는 이를 평화주의로 포장된 '일본적 시점'의 한계라고 날카롭게 지적한다.전쟁의 종결이나 동맹의 방향성은 '분쟁 원인의 근본적 해결'과 '타협적 평화'의 딜레마 가운데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당장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미국의 등 뒤에 숨는 '타협적 평화'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일본 스스로 제3자적 시점을 통해 동아시아 전체의 안보를 조망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일본과 가까워질 수 없는 이유는 일본의 딜레마로 표출되는 어떤 의식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느 시점부터 동아시아의 패권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가며 수많은 아시아 국가를 식민지화하고 폭력으로 억압하며 정당화하고도, 원폭 피해 국가임을 강조하는 그런 의식에서 흘러온 모순된 자기 인식 말이다. 스스로를 역사의 피해자로만 규정하려는 이 지독한 관성은 결국 '미국의 창'이라는 혜택은 누리면서도 타국의 전쟁에는 결코 얽히고 싶지 않다는 오늘날의 안보 딜레마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우리는 보통 한미동맹이라는 익숙한 관점에서만 세계의 안보를 고려하곤 한다. 그렇기에 한미일 동맹과 연관되어 있는 미일 동맹이 우리의 운명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지곤 한다. 우리가 애써 외면해왔던 불편한 진실을 차분하게 짚어낸다는데 있다. 책장을 덮고 나면 한미 동맹이라는 시야에 가려져 있던 동아시아의 지도가 다르게 읽힐지도 모른다. 미일 동맹이라는 또 다른 축이 동아시아의 체스판을 어떻게 움직여왔는지&nbsp;해부한다. 이 책이 짚어내는 그 불편하고 낯선 지점들을 마주하는 순간, 비로소 우리가 서 있는 진짜 현실이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28/15/cover150/k85213774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0281562</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누가 이 소년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는가.  - [소년병의 끝없는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10276</link><pubDate>Sat, 11 Apr 2026 15: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1027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72137111&TPaperId=1721027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48/50/coveroff/k67213711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72137111&TPaperId=1721027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소년병의 끝없는 이야기</a><br/>이상권 지음, 오이트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04월<br/></td></tr></table><br/>누가 이 소년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는가. 전 세계 곳곳에서 총성이 울리지만, 우리에게 닿지 않는 '보도되지 않는 전쟁'은 여전히 실재한다. 그 어둠의 사각지대에서 아이들은 누군가의 병사로 소모되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비극이라 치부하기엔 그들이 짊어진 총구가 너무나 무겁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기함해야 할 사실은 전쟁의 한복판이 아니다. 진짜 비극은 총성이 멈춘 뒤, '전쟁 후'에 남겨진 소년들의 삶 속에 흔적을 남겼다.

가슴 속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표현은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남자 소년병에게는 살해 트라우마를, 여자 소년병에게는 성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그 상황은 눈물을 흘릴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희망이라 외치는 세상이지만 정작 소년병들에게 희망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가난과 가족은 그들이 군대에 동원될 수 있는 가장 비열하고도 효과적인 ‘협박’ 요소가 된다.

한참 가족의 품에서 자라야 할 소년들은 전쟁터에서 돌아와서도 자리를 잡지 못한다. ‘낙인‘은 그들이 사회로 돌아왔을 때 마주하는 또 다른 형태의 전쟁이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부랑아‘, ’또 다른 전쟁‘, ’강제 노동’과 같은 것뿐이다.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모순 속에서 마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은 소년들을 사지로 내몬다.

전쟁은 여자 소년병들에게 더 잔혹하다. 전쟁 중 겪어야 하는 성폭력의 고통은 사회로 돌아온 뒤 '부도덕한 아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되어 돌아오고, 결국 이들을 생존을 위한 매춘의 길로 다시금 내몰기 때문이다.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성적 착취의 사슬에 갇혀 영혼까지 파괴된다. 이는 총성이 멈춘 뒤에도 이들의 전쟁이 왜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소년을 비껴간 총알은 그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지만, 그가 쏜 총알은 사람을 죽인 낙인이 되어 돌아온다. 총을 쏘는 법은 배웠으나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한 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끝나지 않을 이야기는 우리의 관심이 멀어질수록, 어른이 보호해주지 않는 이상 반복될 것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48/50/cover150/k67213711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9485050</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수고하셨습니다, 라는 한 마디를 건네고 싶은 책 - [여보세요, 맞춤법 때문에 전화했습니다 - 국립국어원 상담실 연구원의 365일 노동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08710</link><pubDate>Fri, 10 Apr 2026 17: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0871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02137215&TPaperId=1720871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54/42/coveroff/k60213721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02137215&TPaperId=1720871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여보세요, 맞춤법 때문에 전화했습니다 - 국립국어원 상담실 연구원의 365일 노동기</a><br/>이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4월<br/></td></tr></table><br/>

요즘 sns에서는 맞춤법을 일부러 틀리며 언어유희를 향유하기도 하지만 틀린 맞춤법으로 격렬한 설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기이한 현상은 오늘날 우리에게 맞춤법이 문법적 약속을 넘어 상대를 판단하는 검열의 도구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유희의 도구라는 양면성을 보여준다. 『여보세요, 맞춤법 때문에 전화했습니다』는 국립국어원 상담실 연구원으로 일하며 언어의 최전선에서 쏟아지는 질문과 갈등을 목격해온 저자의 기록이다. 이 책은 맞춤법이 더이상 '정답과 오답'의 문제가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의 문제로 바라보게 하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우리는 흔히 맞춤법을 어긴 상대를 보며 그 사람의 지적 수준이나 성실함을 지레짐작한다. 책에서도 언급하듯 누군가에게는 맞춤법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 규범을 서로를 가르는 선이 아니라 이어주는 다리라고 말한다. 맞춤법을 지키려는 노력은 결국 내 생각이 오해 없이 상대에게 닿기를 바라는 정중함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맞닿을 때 완성되는 관계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글은 삶과 역사를 담고 있다. 규칙이 중요할때도 있지만 대중이 새롭게 만들고 사용하는 말들은 그 자체로 시대의 '글'이 된다. 언어는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자 우리가 지나온 시간의 또 다른 흔적이기 때문이다. 낡은 규범에 갇혀 언어의 생동감을 포기하기보다, 규범 밖에서 피어나는 '말맛'과 새로운 표현의 가치를 인정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언어 규범은 명확할지라도 인간의 감정은 그 바깥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결국 언어란 대중이 사용하고 조합하며 만들어가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인만큼 '언어의 유연함'은 변화하는 시대를 수용하고 타인의 삶을 이해하려는 포용력과 맞닿아 있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질문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사람들이 궁금한 것을 물어볼 때, 우리는 종종 그 뒤에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잊곤 한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고백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어떤 '답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언뜻 같아 보이는 질문일지라도 질문마다 표현 방식과 의도가 다르고, 그에 따라 답변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가 오가는 곳이 아닌 사람의 마음이 교차하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물론 항상 긍정적인 교류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국어에 진심인 사람들의 열정이나 진심을 다하는 모습은 정말 경이로웠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할지 모를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을 붙들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은 새삼 언어는 삶의 흔적임을 증명한다.

AI가 클릭 한 번으로 완벽한 문장을 생성하고 오타를 잡아내는 시대가 되었지만, 기계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 있다. 그것은 문장 사이에 숨겨진 행간을 읽어내고, 내 말이 상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지 '아차' 싶어 한 번 더 갈무리하는 마음의 여유다. 무엇보다 띄어쓰기 한 칸을 두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은 단순히 문장을 교정하는 기술적 행위가 아니다. 상대의 귀에 내 진심이 닿기 전에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말의 관상'을 가꾸는 일이다. 원고지 위의 오타보다 그 너머에 숨은 사람의 진심을 먼저 헤아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제안을 한다. 그 진심이 말의 관상을 통해 상대에게 올바르게 닿을 때 비로소 언어는 제 역할을 다하기 때문에 때론 정답보단 진심이 더 중요할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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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54/42/cover150/k60213721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9544217</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세상의 정답이 아닌 나만의 문체로 삶을 편집할 용기를 가지는 방법. - [한영 육아 번역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05555</link><pubDate>Thu, 09 Apr 2026 00: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0555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32137504&TPaperId=1720555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93/63/coveroff/k232137504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32137504&TPaperId=1720555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한영 육아 번역기</a><br/>임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4월<br/></td></tr></table><br/>사랑한다는 것은 감정을 공유하는 일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이 가진 고유한 세계를 다른 언어로 번역해내는 일이라고 한다. 임현주의 &lt;한영 육아 번역기&gt;는&nbsp;한국과 영국처럼 서로 다른 문화에서 자란 두 사람이 부모라는 공통의 배역을 맡으며 생기는 일을 담아내었다. 연애, 결혼 그리고 육아처럼 큰 굴곡속에서도 서로 다른 삶을 '번역'해 나가는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오역들마저 사랑의 일부였음을 고백한다. 완벽한 이해라는 불가능한 지향점을 향해&nbsp;나아가고, 또 용기를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처음엔 육아에 국한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책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일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물론 부부 사이에서 중요한 것은 육아이지만 그 부피가 너무 크지는 않아야 한다는 균형감각이 드러났다. 육아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나’라는 섬이 통째로 잠기지 않도록 부부만의 공간을 사수하고 육아와 무관한 대화를 나누며 ‘연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려 노력한다. 아이가 진정으로 바라는 모습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부모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가꾸어 나가는 독립적인 어른의 뒷모습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가 정해둔 ‘좋은 부모’라는 도달 불가능한 이상향에 매몰되기보다, 적어도 아이에게 ‘나쁜 어른’의 본보기가 되지 않겠다는 정직한 다짐이 드러난다.(102P)

 이 책에서 드러나는 지점은 한국 사회의 절대적 기준에 대한 성찰이다. 우리는 '실패하지 않고 튀지 않는' 무난함을 지향하며, 그 기준에서 벗어날 때 불안을 느낀다. 스스로에게도 버겁다고 느끼는 그 엄격한 잣대를 타인에게도 똑같이 들이대며, 서로에게 일말의 여유조차 허용하지 않는 삭막함 속에서 우리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무난함'이라는 압박과 그 사이에서 '나'를 지키는 법에 대한 치열한 고민도 드러난다. 한국 사회의 절대적인 미의 기준이나 타인의 삶에 쉽게 틈입하는 오지랖 섞인 시선들 속에서 평가하지 않는 마음이야말로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배려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육아를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물론 TV 속 육아는 상당히 달콤하고 현실의 육아는 거친 핸드헬드로 찍어낸 리얼리즘 다큐멘터리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투박하고 불완전한 화면 속에는 흉내 낼 수 없는 삶의 따뜻함과 사랑의 가치가 담겨 있다. 마냥 두렵고 어려울 것 같았던 육아를 그리고 아이들을, 삶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인상깊다. 이처럼 육아는 아이를 개조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부모 자신의 미성숙함과 불안을 마주하고 이를 정성껏 '번역'해내는 일이라고 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은 영화처럼 화려한 미장센을 갖추고 오지 않으며, 때로는 어설프고 웃기기까지 한 현실의 얼굴로 우리를 찾아온다(124P). 그 불완전함을 긍정하며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저자는 그 인내의 시간 속에서 부모와 아이가 각자의 세계를 지키며 나란히 자라날 수 있다고 고백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93/63/cover150/k232137504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936364</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내 인생의 해상도가 초록빛으로 선명해지는 순간 - [숲으로 출근합니다 - 식물과 함께 쓰는 나무의사 다이어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03160</link><pubDate>Tue, 07 Apr 2026 23: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0316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12137400&TPaperId=1720316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5/58/coveroff/k11213740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12137400&TPaperId=1720316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숲으로 출근합니다 - 식물과 함께 쓰는 나무의사 다이어리</a><br/>황금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4월<br/></td></tr></table><br/>세상을 바꿀 특종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달려왔던 저자는 10년이 지난 지금, 수목원에서 잡초를 뽑으며 "지금 즐겁다"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 버거웠던 마음은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나의 일이 일치하는 지점을 찾으며 사라졌다고 했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버티던 그때와는 다르게 사람보다 숲과 나무, 바다와 새가 더 자주 보이는 삶이 훨씬 짜릿하다고 말했다. &lt;숲으로 출근합니다&gt;는 저자 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이 놓치고 살아가는 '식물의 세계'를 소개한다. 식물에 대한 감상뿐만 아니라 계절을 지나며 변화하는 나무와 꽃들의 생태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계절마다 피어나는 식물들을 하나하나 불러내어 그들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설명한다. 미처 다 소개하지 못한 1만 7000여종의 식물들에 대한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오지만 이미 책은 서른세종을 소개하는 문장으로 가득하다. 저자가 소개하는 식물들에 대한 호기심은 이 책으로 인해 더 커져만 간다. 사진으로만 볼 수 밖에 없어서 '천리포수목원'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무엇보다 식물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그들이 어떤 속도로 자라나는지를 관심가져야 한다는 저자의 설명은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이라 더욱 흥미로웠다. 전반적으로 우리의 세상이 얼마나 인간 중심적으로 흘러가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자연은 동물, 식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임에도 말이다.

책 곳곳에는 식물의 세계가 얼마나 합리적이고 정직한지를 보여준다. 그 속에서 피어나는 식물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모습이 보였다. 길을 잃은 우리에게 돌아가야 할 삶의 자리를 되찾아가는 이정표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식물을 돌보는 일이 곧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과 닮아 있다고 말한다. "네가 좋으면 된 거야"라는&nbsp;대답이나, 때로는 내 인생이 상대에게 기꺼이 잡아먹히길 바라는 그 지독한 외로움과 고생을 견디는 과정이 식물을 키우는 정성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nbsp;또한, 식물이 각자 자라기에 적합한 환경이 있듯 사람에게도 자신에게 맞는 '속도감'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간다. 남들의 시선에 맞춘 내가 아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집요하게 관찰하며 나만의 토양을 가꾸어야 한다.

이 책은 흔히 생각하던 고정관념의 방향 또한 달라지게 만든다.&nbsp;흔히 생각하기로는 겨울을 생명들이 모습을 감춘 시기 혹은 봄을 기다리며 무기력하게 버텨야 하는&nbsp;계절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겨울의 나무는 앙상하고 초라한 것이 아니라 잎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나무 본연의 골격과 특징이 추울수록 선명히 드러나는 '특별한 시기'를 보내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봄 역시 아무것도 없는&nbsp;상태에서 시작되는 계절이 아니라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nbsp;쌓아온 모습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는&nbsp;결과물이다. 성과가 보이지 않아 초조했던 계절을 지나 나만의 고유한 형체를 가다듬고 나라는 묘목을 심어 꽃을 피우는 일이라는 것이다.
&nbsp;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식물이라는 생명체 그 자체에 대한 지극한 예찬이다. 4월의 수목원을 걷다 보면 마치 자연이 연주하는 환상적인 악보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가지 끝에서 새순이 돋아나는 찰나의 연둣빛은 마치 세상에 초록색 필터를 씌운 듯 눈부신 감동을 선사한다. 인간의 기준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식물들의 정교하고도 강인한 생명력, 그리고 그들이 묵묵히 지켜온 시간의 궤적을 마주하다 보면 자연스레 경외심이 피어오른다. 저자의 말처럼 내가 죽은 뒤에도 이 땅의 주인으로 남을 나무들의 의연함은 우리가 발붙인 이 지구가 얼마나 경이로운 생명의 터전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5/58/cover150/k11213740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855875</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비난이 아닌 모델이 필요한 시대, 그리스 신화에서 찾은 남성성의 지도 - [아버지 없는 세상의 아들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01225</link><pubDate>Mon, 06 Apr 2026 23: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0122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62137206&TPaperId=1720122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79/67/coveroff/k46213720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62137206&TPaperId=1720122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버지 없는 세상의 아들들</a><br/>고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3월<br/></td></tr></table><br/>우리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고 기술이 세상을 유례없는 속도로 바꿔놓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시대에서 '가장 인간다운 본질'은 무엇일까. 기술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데, 이상하게도 남성성에 대한 탐구는 과거에 발이 묶인 채 '정지' 상태다. 가부장제의 낡은 권위가 허물어진 자리에 마땅히 들어서야 할 새로운 남성성의 부재는 우리 사회를 다소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책 &lt;아버지 없는 세상의 아들들&gt;은 바로 이 공백을 인식하여 그리스 신화라는 인류의 거울을 통해 시대가 요구하는 건강한 남성성의 원형을 '재건'하고자 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여성성과 비례하게 남성성 또한 전형적인 고정관념에 갇혀있다. 모두가 변화를 맞이하는 와중에 정해진 모델을 제시하지 않고 그 행동이 잘못되었다라고 꾸짖기만 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소위 '나쁜 남자'에 대한 정보는 사방에 넘치지만 '좋은 어른' 혹은 '건강한 남성'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좋은 아들, 좋은 남편과 같은 역할로서의 전통적인 남성성을 요구한다. 시대적 배경과 맞지 않은 요구가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남성성의 공백은 이 시대의 아들들을 무력감과 분노, 혹은 정체성 상실이라는 모호함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때 책은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고민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서사인 그리스 신화에 비추어 본다. 현대사회에서 제시하는 교과서가 아닌 고대 그리스인들의 지혜를 통해 남성성의 원형을 다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리스로마신화의 상징적 왕이자 아버지인 제우스다. 그는 할아버지 우라노스의 '억압'과 아버지 크로노스의 '파괴'를 끊어냈다. 제우스의 위대함은 자신의 강력함뿐 아니라, 주변의 다양한 신에게 역할을 분배하고 그들의 고유성을 인정하는 '조율의 미학'에서 나온다. 내면의 모순과 대극을 외면하지 않고 그 갈등을 온몸으로 견뎌내며 세운 질서, 그것이 바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남성성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우스의 질서가 무작정 '선함'에 치우쳐져 있지는 않다. 저자는 건강한 남성성의 회복을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으로 '그림자의 수용'을 꼽는다. 우리는 흔히 이상적인 아버지를 결점 없는 성자로 상상하지만 신화 속 아버지는 때로 파괴적이고 잔혹한 면모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내 안의 원시적이고 공격적인 에너지를 부정하고 무의식의 심연으로 밀어넣을 때, 그것은 오히려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때로는 비겁하고, 때로는 파괴적인 본능을 가진 나 또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마땅히 추구해야 할 남성성은 결점 없는 영웅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마주하고 그 결함마저 자신의 역사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다. 불완전함이야말로 신의 특징이라는 말처럼, 인간인 우리가 완벽하지 않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남성성을 단 하나의 정답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제우스가 다스리는 올림포스에는 저마다의 결핍과 강점을 지닌 다양한 아들들이 존재한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창조적 예술로 승화시킨 헤파이토스, 억압된 공격성을 생명력 있는 열정으로 전환하는 아레스, 명료한 이성으로 세계를 정돈하는 아폴론, 그리고 논리를 넘어 영혼의 황홀경을 노래하는 디오니소스까지. 더해 관계의 신비와 사랑의 에너지를 품은 에로스, 경계를 허물며 위트 있게 소통하는 헤르메스, 그리고 가장 깊은 내면의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스스로 가라앉는 하데스까지 더해지면 남성성으로 향하는 영혼의 지도는 비로소 온전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nbsp;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남신들은 현대 남성이 가질 수 있는 수만 가지의 얼굴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제우스가 될 필요도, 아폴론이 될 필요도 없다. 때로는 하데스처럼 자신의 어둠 속으로 내려가 영혼을 돌보아야 하고, 때로는 헤르메스처럼 경쾌한 위트로 세상과 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 안에서 꿈틀대는 이 다양한 신성들 중 어떤 에너지가 지금 나의 영혼을 깨우고 있을지 들여다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결핍과 마주하는 용기야말로 이 세상을 살아갈 아들들이 가져야 할 힘이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79/67/cover150/k46213720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796737</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천 년을 견딘 약속, 도깨비불처럼 밝혀진 우리 안의 진심 - [25시 도깨비 편의점 3]</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96337</link><pubDate>Sat, 04 Apr 2026 16:1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9633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7406&TPaperId=1719633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9/13/coveroff/k82213740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7406&TPaperId=1719633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25시 도깨비 편의점 3</a><br/>김용세.김병섭 지음, 글시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03월<br/></td></tr></table><br/>평범한 일상에 스며든 이 판타지 소설은 어느덧 세 번째 이야기로 돌아온 &lt;도깨비 편의점 3&gt;. 아이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따뜻한 위로의 공간이 다시 문을 열었다. 이번 시리즈에는 천 년 전 길달과 도깨비 비형의 가려진 서사를 보여주며 시공간을 초월한 인연의 애틋함을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도깨비 편의점을 찾은 손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운'과 '성장'에 깊이 있는 통찰을 건넨다. 우리 일상 곳곳에 숨어있는 '진심'이라는 이름의 도깨비불을 하나둘 밝히는 책이다.
이번 3권의 백미는 단연 길달과 비형의 서사다. 아홉 개의 촛불이 모두 꺼져야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었던 길달은 어둑시니의 방해로 위기를 맞이한다. 소멸하거나 악귀가 되어야 하는 운명 앞에서 비형은 선택해야 했다. 그 비극 앞에서 "천 년의 시간이 흐르고 기인을 만나면 도깨비 시간에서 깨어나리라" 라는 말을 남긴 채,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금발 머리의 길달과 도깨비불을 쫓던 비형이 25시 편의점의 현대적 공간에서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이 저번 책에서 또 밝혀지면서 이 서사에 깊이를 더한다. 숨겨진 이들의 사연은 『삼국유사』 속 비형랑과 길달의 설화를 모티브로 삼으며 역사 속 '복종과 처단'의 관계를 '희생과 애틋한 그리움'으로 재해석하며 고전의 현대적 변주를 보여준다.

이번 작품에서도 '황금 카드'는 중요한 아이템으로 등장한다. 도깨비 편의점은 없던 것을 단번에 채워주는 마법의 공간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가지고 있지만 부족했던 '용기'나 '힘'을 주는 공간에 가깝다. 책은 '운'이 요행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행운이 아니라 나 자신의 내면과 연결되어 있음을 역설한다. 행운과 불운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그것을 정의하는 것은 외부의 평가가 아니라 나의 해석이기 때문이다. 행운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은 다름 아닌 '용기'. 그런 의미에서 '황금 카드'는 마법을 통해 소원을 이루어주는 요술 방망이가 아니라 나 자신을 믿는 마음을 시험하고 증명하는 도구다.
&nbsp;"누군가를 아끼는 마음은 흉터를 낫게 하고 용기를 준다"라는 말처럼 땅과 하늘의 경계에 놓여 있는 도깨비 편의점이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것이 잘못된 일이든, 용기가 필요한 일이든 아이들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는다.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하는 책 속의 모습을 보며 우리에게도 필요한 태도임을 강조한다. 요즘 우리에게는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와 사과하는 진정성이 부족하다. 자기 잘못을 감추기 급급한 어른들이 세상에서 이 작품 속 아이들이 보여주는 '정면 승부'는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안겨준다.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도 타인을 아끼는 마음을 계속 가지고 살아간다면 도깨비 편의점의 문을 두드리지 않아도 책보다 더 마법 같은 변화를 맞이할지도 모른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9/13/cover150/k82213740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891348</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세상의 소음 한가운데에 기어이 나쁜 무리로 남기를 택하다. - [너의 나쁜 무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94378</link><pubDate>Fri, 03 Apr 2026 14:4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9437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137509&TPaperId=1719437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3/21/coveroff/k852137509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137509&TPaperId=1719437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너의 나쁜 무리</a><br/>예소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4월<br/></td></tr></table><br/>퇴근길 지하철에서 쏟아지는 타인의 통화 소리, 거리를 가득 메운 외침 사이에 개인의 목소리는 파묻힌다. 속삭이는 소리가 아닌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외침은 왠지 모르게 소음으로 다가온다. 세상은 자연스레 조곤조곤 말하는 사람보다 고성을 지르며 자신이 요구하는 바를 들어주는 큰 목소리의 사람의 요구를 들어주곤 한다. 그 소음에 매몰된 개개인의 목소리는 자연스레 '나쁜 무리'에 스며든다. 예소연의 소설집 『너의 나쁜 무리』는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 결핍의 구멍을 안고 살아간다. 이 구멍은 혼자서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작가는 이 결핍의 구멍을 억지로 메우려 들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을 ‘무리’로 묶어 세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무리가 완전하거나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의 통념이나 보편적인 선의 기준에서 비켜난, 이른바 ‘나쁜 무리’들의 결속이다. 하지만 작가는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는 오염되기 쉽고 자신을 잃어버리기 쉬운 존재이기에 이 모든 연대가 가능하다고. 설령 그것이 나쁜 무리의 속성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우리를 구제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뿐이다. 말하는 것도, 생각을 바꾸는 것도,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우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무리'라는 단어에 붙은 '나쁜'이라는 형용사이다. 겉으로 보기에 나쁘지 않고 오히려 보통의 무리인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기준에서는 나쁘다고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작품 속 '소란한 속삭임' 모임이 사실 사이비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고, 그 규칙을 들으며 더욱 거부감이 들었었다. 하지만 작가는 그 거부감이 나의 오만한 편견이었음을 꾸짖듯 나의 인식을 뒤흔들며 다른 전개를 이어간다. 그리곤 도덕적 잣대 대신 인물들의 내면 깊숙한 곳을 파고들며 거창한 구원이나 종교적 서사를 배제한다. 서로의 발밑에 놓인 사소한 진실들에만 집중하며 개인의 이야기는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게 된다. 타인의 슬픔과 맞물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 들어왔다.

작가의 문장은 때로 "살고 싶은 것과 죽고 싶지 않은 것은 다르다"라는 고백처럼 서늘하고, 때로는 "우리는 우리가 구제해야 하는 거야"라는 말처럼 뜨거운 온도를 가지고 있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온도 차가 극명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작가가 설계한 거대한 '결핍의 지도' 위에 서게 된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흩어져 있던 슬픔이 아주 우연히 교차하며 '나쁜 무리'라는 공동체가 뒤섞인다. 혼자서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결핍의 구멍들을 서로의 슬픔으로 채우며, 그들은 기어이 '나쁜 무리'로 남는다. 시끄러운 세상이 손가락질하는 그 '나쁜 연대'는 그들을 살게 하는 마지막 숨구멍이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3/21/cover150/k852137509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832113</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불행을 먹고 자란 것들에 대하여. -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78176</link><pubDate>Fri, 27 Mar 2026 23: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7817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7205&TPaperId=1717817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79/39/coveroff/k322137205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7205&TPaperId=1717817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a><br/>이동원 지음 / 라곰 / 2026년 03월<br/></td></tr></table><br/>
피해자를 만드는 각본과 연출은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 그곳에는 피해자가 없었음에도 가해자를 위해 작품이 존재했다. 이 기이한 연극의 시작은 경건한 예배당에서 시작된다. 성령에 젖어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여자와 그 눈물에 매료된 평범한 우체부가 만난다. 이들의 만남은 운명적인 로맨스로 끝맺을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선명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책은 그 경계가 얼마나 쉽게 흐려지는지를 한 남자의 시선으로 조용히 증명한다. 선의와 욕망이 뒤섞일 때, 인간은 자신이 어느 쪽에 서 있는지조차 잊는다. 이 작품이 불편한 이유는 주인공이 악인이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만큼이나 평범해서이다.

평범함은 결백의 증거가 아니다. 루틴을 지키고, 예배를 드리고, 부모님과 저녁을 먹는 삶이 한 사람을 선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이 책의 주인공이 공모자가 되는 과정은 극적이지 않아 더욱 무섭다. 누군가에게 이용당했지만 그것을 몰랐기에 익숙해졌고 그 결과물은 즐기게 만들었다. 평범한 사람이 악의 축이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영화 &lt;존 오브 인터레스트&gt;가 아우슈비츠 담장 밖의 평온한 일상을 통해 보여주었던 '악의 평범성'처럼, 이 작품 역시 악이 특별한 괴물의 자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속인다. 처음엔 그녀를 위해서, 다음엔 우리를 위해서, 마지막으로는 나를 위해서 라는 무수한 이유를 붙여 정당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그 아름다운 포장지는 물에 젖은 양심을 감추기엔 부족했다. 그 안에는 외면한 죄책감과 자신이 송두리째 뚫릴 만큼 폭력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39페이지의 “이젠 사랑따윈 안중에도 없다. 부질없는 감정 따위는 의미가 없다.” 라는 서늘한 말은 자신의 불행을 무기 삼아 타인의 불행을 식탁 위에 올린 공허였다. 불행을 먹고 남은 곳엔 또 다른 불행의 배설물만이 남아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79/39/cover150/k322137205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793987</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용기 한 코, 진심 한 땀 - [떠요떠요 할머니]</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56080</link><pubDate>Tue, 17 Mar 2026 17: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5608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02137980&TPaperId=1715608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07/99/coveroff/k80213798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02137980&TPaperId=1715608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떠요떠요 할머니</a><br/>오미경 지음, 김다정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02월<br/></td></tr></table><br/>마치 인어공주처럼 입을 닫아버린 아홉 살 단풍이. 단풍이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어쩐지 주변의 소란은 커져만 간다.  단풍이의 목소리를 대신해주며 ‘수호천사’를 자처하는 장미와, 단풍이에게 마법을 건 마녀를 찾아 목소리를 되찾아주겠다고 결심한 재윤. 아이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학교 앞 수상한 뜨개방, ‘떠요떠요 할머니’에게로 향한다. 공중에 둥실 떠 있는 가게와 알록달록한 주머니를 찬 할머니는 정말 단풍이의 목소리를 훔쳐 간 마녀일까?

하지만 단풍이의 침묵에는 마법이 아닌 현실의 상처가 원인이었다. 누구에게나 잊고 싶은 찰나가 있다. 아홉 살 단풍이가 입을 닫아버린 것도 그 때문이다. 커다란 용기를 내어 던진 다정한 진심은 친구들의 꺄르르 거리는 웃음소리에 먹혀 감당하기 어려운 '부끄러움'이 된다. 한순간의 용기가 비웃음으로 거대한 부담감으로 변했고 단풍이는 안전한 침묵 속으로 숨어버렸다.

할머니를 마녀로 의심하며 벌이는 아이들의 엉뚱한 시험과 소동은 역설적으로 단풍이의 닫힌 세계에 균열을 낸다. 용기도 한순간이고 부담감도 한순간이지만, 단풍이는 그 찰나를 통과해야만 진정한 내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부끄러운 찰나를 뚫고 다시 입을 열게 된 건 아주 단순한 찰나의 순간이었다. 할머니의 투박한 주문과 친구들의 서툰 진심이 단풍이의 '용기'를 깨워준 것이었다. “수리수리 마수리, 까지거 까지거!".

 세상의 모든 ‘오단풍’에게는 타인의 시선을 털어내고 한 발 내딛는 ‘배짱의 용기’를, 그 곁의 어른들에게는 아이의 닫힌 입술이 다시 달싹일 때까지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기다림의 용기’를 건넨다. 문득, 우리 집 근처에도 ‘떠요떠요 할머니’가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음이 잔뜩 엉킨 날, 할머니를 찾아가면 용기를 불어넣어 줄 주문 하나쯤은 툭 건네주시지 않을까. "수리수리 마수리, 마음아 펴져라! '주머니 쏙 용기, 입술 끝 톡 진심!" 같은거? 움츠러들었던 오늘이 마법처럼 흐릿해지고, 다시 내일을 향해 입술을 뗄 수 있게 만드는 할머니의 뜨개방. 그 다정한 공간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하나씩 생겨나길 바라본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07/99/cover150/k80213798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079945</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신의 형벌을 현재에 가져오다. - [전환기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54522</link><pubDate>Mon, 16 Mar 2026 22: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5452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6747&TPaperId=171545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24/6/coveroff/k75213674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6747&TPaperId=1715452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전환기관</a><br/>유진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3월<br/></td></tr></table><br/>살인을 저지른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살인을 한 순간 그의 육신은 피해자의 것이 된다. 이 시스템의 시작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피해자를 위해서 라는 명목에서 시작되었다. 사법 정의가 무너진 시대에 대중이 갈구하는 '가장 완벽한 인과응보 시스템'의 등장이었다. 가해자의 인권이 피해자의 고통을 압도하는 현실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은 신을 대신해 '전환'이라는 기술로 피해자가 부활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인간은 그런 부조리함에 해결책을 찾으려 했고, 죄를 심판하는 신과 사후세계를 만들어냈다(269p)의 결과물이 '전환 기관'이었다.

전환자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만큼 수사는 완전무결해야 한다. 한 사람의 숨을 끊고 다른 이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이 시스템에서 수사는 사실 확인 뿐만 아니라 형의 집행에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수사관 주승우가 직면한 압박은 271p 욕망과 거짓의 진창 속에서 진실을 꺼내고 최상의 정의를 집행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영역을 넘어 신의 형벌이라 할지 모를 이 절대적인 권한 앞에서 수사는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성역이어야 했다. '전환형'이라는 형벌로 범죄율은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고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이 심판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사법 기제에도 틈은 있었다. 그 균열은 '판단의 기준'에서 시작되었다. 피해자가 여러명일 경우 어떤 사람을 살려야 하냐는 것이다. 의사에게는 환자의 '회생 가능성'이라는 명확한 의학적 지표가 존재하지만, 한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쥔 재판관에게는 그런 절대적 기준이 부재했다. 그래서  재산, 나이, 성별, 그리고 가족 관계 그 어떤 것에도 생명의 우선 순위를 매기기 어려워 법정은 딜레마에 봉착한다. 재산이 많다고 해서, 나이가 젊다고 해서, 혹은 부양할 가족이 많다고 해서 그 생명이 다른 생명보다 더 '전환'받아야 마땅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기준의 부재는 가장 추악한 방식의 여론 재판을 불러왔다.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와 조회수에 눈이 먼 가짜뉴스 유포자들은 피해자 유족들의 지극히 사적인 정보까지 유출했다. 대중은 이에 동조했고 유족들은 서로 비방하게 만들었다. 누구를 살릴 것인가의 논의가 아니라 누가 더 죽어마땅한가를 따지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100p 전환과 전환형이 모든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라는 말처럼 시스템이 약속했던 '완벽한 정의'와는 거리가 먼 저열한 방식이 펼쳐진 것이다. 죽은 자를 불러오기 위해 산 자를 괴물로 만들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이 있었음에도 이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동력은 '완전무결함'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인간의 의지에 있다. 거대한 기계 장치의 부속품이 되기를 거부하고, 진흙탕 속에서도 진실의 원형을 보존하려 했던 주승우 같은 이들의 분투가 있었기에 이 세계는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이 이야기의 마무리가 불완전하면서도 희망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시스템의 승리가 아닌 인간의 고백에서부터였다. 또한, 진실 앞에 마주 선 개인의 양보와 용기를 통해 기계적인 전환보다 인간적인 회복에 주목하게 된다. 모든 것이 환상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진실을 바로잡으려는 정직함에 의해 '진실'이라는 올바른 선택지로 인도한다. 진실을 감당하려는 인간의 정직함과 용기는 현 시대에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24/6/cover150/k75213674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240655</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당신의 멈춰버린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할 ‘새벽’의 의뢰 - [새벽의 의뢰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47920</link><pubDate>Fri, 13 Mar 2026 13: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4792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136747&TPaperId=171479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24/11/coveroff/k85213674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136747&TPaperId=1714792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새벽의 의뢰인</a><br/>가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3월<br/></td></tr></table><br/>미스터리의 시작은 ‘부재’에서 시작된다. 10년 전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안개 속으로 사라진 친구를 잃고 경찰 조직을 떠난 최정훈과 부모의 실종으로 삶의 목적지를 잃은 서연우. 이들이 카페 새벽에서 만난 것은 우연이었을까. 이 평범하지 않은 만남은 우연에서 시작되어 서로의 공통 분모를 발견한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다. 카페 새벽은 단순히 배경으로 존재하지 않고 인물들이 마음을 열고 다시 만날 수 있는 소망을 품게 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이야기는 10년 전의 사건에서 예상치 못한 단서가 발견되며 급물살을 탄다. 놀랍게도 그 단서는 전혀 별개로 보였던 두 사건 사이에 깊은 연관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소설은 범인 추적이라는 장르적 본분에 충실하면서도, 기존 미스터리와는 궤를 달리하는 차별성을 둔다. 자칫 평범하게 흐를 수 있는 서사의 틈새마다 사건의 이음새를 촘촘하게 배치하여, 흩어진 파편들을 하나의 정교한 설계도로 완성해가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소설은 범인 찾기에 몰두하면서도 기존 미스터리 작품과는 조금 다른 차별성을 둔다. 그래서 자칫하면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를 사건 사이에 촘촘하게 배치함으로써 제대로 된 연결고리를 잇는 과정을 거친다. 작가의 이 정교한 설계도는 독자로 하여금 소설에 빠져들게 만드는데, 눈 앞에 펼쳐지는 장면이 생생하게 펼쳐진다는 것이다. 주인공 특유의 통찰력이나 민첩성은 상황을 답답하게 만들지 않는다. 이 시원한 전개가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이야기는 10년 전의 사건에서 새로운 단서가 발견되며 급물살을 탄다. 특유의 통찰력을 가진 서연우는 외로운 최정훈의 조력자가 되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직접 해결하지는 않더라도 다른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건 상당한 능력이었다. 현장에 직접 뛰어들지 않더라도 사건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연우의 능력은 정훈이 만약 그를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조수로 삼고 싶어 했을지도 모를 만큼 뛰어났다. 놀랍게도 그 단서는 놀랍게도 두 사건에 깊은 연관성이 있음을 가리킨다. 그 진실 속의 이야기 무엇이든 마주해야 했지만 그 무게를 감당하는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163p 이대로 가다 보면 어떻게든 마주하게 되겠죠. 라는 담담한 말 뒤에 숨겨진 비장함이 읽히는 이유다.
&nbsp;진실로 다가가지 못했던 두 인물은 사실 공허함에 시달렸다. 사건에 매달리면서 그런 시간은 사치라고 생각했을 뿐. 137p 무의미한 건 없다고 사실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에요. 라는 서연우의 말처럼 ‘의미‘를 찾아야했다. 사건의 진범을 잡는 것을 넘어 진실을 알고 싶으면서도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확인받고 싶었던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토록 다르면서도 비슷한 두 사람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며 서로의 새벽을 지켜주는 진정한 조력자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독자는 차가운 미스터리에서 따뜻한 인류애를 느끼게 된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는 쾌감보다, 홀로 고립되었던 두 세계가 맞물리며 서로를 구원하는 순간의 울림이 더 크게 다가온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24/11/cover150/k85213674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241117</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혐오를 넘어 연대로 - [차별을 훔치는 남자들 - 피해자의 자리와 억울함이라는 무기에 관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41770</link><pubDate>Tue, 10 Mar 2026 13: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4177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72136745&TPaperId=1714177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23/39/coveroff/k67213674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72136745&TPaperId=1714177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차별을 훔치는 남자들 - 피해자의 자리와 억울함이라는 무기에 관해</a><br/>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3월<br/></td></tr></table><br/>저자는 한국 사회의 젠더 이슈를 '도깨비 도로'에 비유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도깨비 도로는 실제로는 명백한 내리막길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지형과 환경이 만들어내는 착시 효과로 인해 오히려 오르막길처럼 보이는 기이한 구간이다. 저자에 의하면 오늘날 한국 사회가 이와 같다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과 폭력이 엄존하는 '내리막길'의 현실 속에서도, 사회는 교묘한 착시를 일으켜 도리어 '남성 역차별'이라는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고 굳게 믿어버린다고 주장한다. 객관적 사실과 통계마저 조롱의 대상이 되는 이 시대에, 책 『차별을 훔치는 남자들』은 이 거대한 왜곡의 근원과 일상화된 폭력의 민낯을 매우 집요하고 날카롭게 파헤친다.<br>가장 참담한 대목은 '혐오'가 어떻게 정치인에게 '기회'이자 손쉬운 '선거전략'으로 전락했는가를 짚어내는 지점이다. 정치권은 무한 경쟁과 줄 세우기만이 공정이라는 '그릇된 공정 감각'을 자극하며, 평등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위선자로 몰아붙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왜곡은 비단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서도 재생산된다. 배우 양자경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성들이여(And ladies),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말라"고 남긴 묵직한 수상 소감에서, 국내 한 방송사가 고의로 'And ladies'라는 핵심 주어를 삭제하고 보도한 사건은 매우 상징적이다. 우리 사회가 여성의 성취와 연대의 목소리를 얼마나 교묘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지워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촌극이자, 여전히 굳건한 유리천장의 단면이라고 말한다.<br>책에서 언급되는 &lt;소년의 시간&gt;의 문제의식처럼, 십 대 남성 청소년들이 이른바 '인셀(Incel, 비자발적 독신주의자)' 문화에 빠져드는 현상은 이제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징후가 되었다. 올바른 젠더 인식이 형성되기도 전에 또래 문화와 온라인 하위문화를 통해 혐오를 일종의 '유희'로 먼저 학습하는 소년들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들은 N번방이나 딥페이크 성착취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피해자들이 문란해서"라는 왜곡된 성인식으로 가해를 정당화한다. 책은 이들이 '왜 끔찍한 폭력에 가담했는가'라는 결과론적 심판에 머물지 않는다. 이 소년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나며 무엇을 보고 배우는지, 혐오를 오락처럼 소비하게 만드는 사회적 현상을 되묻는다.<br>저자는 남성들이 혐오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가부장제로부터의 탈피'를 든다. 현재 젊은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 했던 어머니 세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결혼이라는 제도 밖에서 주체적인 삶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남성들에게 '결혼'을 통해 남편이자 아빠가 되는 것은 여전히 자신의 능력과 정상성을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남아있다. 미디어에서 미혼 남성을 한없이 짠하고 동정적인 시선으로 그려내는 반면, 흠결 있는 기혼 남성의 모습을 향해서는 "저런 놈도 결혼을 하는데" 라며 끊임없이 비교하는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남성들이 가부장적 역할 모델에 얼마나 강박적으로 얽매여 있는지를 방증한다. 이 모순적인 시선들은 결국 남성들 스스로가 가부장제라는 낡은 틀 안에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자화상이다.<br>책을 읽으며 저자의 예리한 진단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한 걸음 더 나아간 현실적인 제언을 덧붙이고 싶다. 책은 이른바 '여경 무용론'이 젠더 이슈를 악용하는 비논리적인 혐오 프레임임을 정확히 짚어내며, 여성 경찰이 성폭력 피해자 등에게 제공하는 정서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의 가치를 부각한다. 혐오의 무기가 된 이 억지스러운 프레임을 깨부수어야 한다는 저자의 문제의식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이 부당한 프레임을 더욱 근본적으로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여성 경찰의 역할을 '피해자 정서 지원'의 영역에만 머물게 두어선 안된다. 체력 검사 기준을 현실의 치안 수요에 맞게 강화하고 그에 맞는 전문 훈련 체계를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결코 여경 무용론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경찰이 현장에서 '물리적 치안 유지'와 '피해자 지원'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완벽하게 수행하는 주체로 우뚝 서게 함으로써, 혐오 세력의 논리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가장 주체적인 타파 전략이 될 것이다.<br>또한, 이 책이 지닌 명확한 한계점 역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이 남성들 스스로 가부장제를 타파하고 진정한 성평등의 길로 나아가게끔 설득하는 데 있다면, 책 전반에 흐르는 다소 공격적인 어조와 도발적인 제목 '차별을 훔치는 남자들' 은 아쉬움을 남긴다. 혐오의 민낯을 직설적으로 고발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러한 날 선 태도는 오히려 변화가 가장 필요한 남성 독자들에게 거부감과 방어기제를 일으킬 우려가 크다. 자칫하면 젠더 이슈에 피로감을 느끼는 대중을 설득하지 못하고 이미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이들끼리만 환호하게 만드는 '확장성의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br>저자는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흠결 있는 누군가를 찾아내어 재단하고 '심판'하는 데 몰두하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피해자의 곁을 지키는 연대'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페미니즘은 남성을 억압하기 위한 사상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에게 거대한 부조리에 대항할 용기를 불어넣고 일상의 폭력 속에서 숨 쉴 수 있게 만드는 '숨구멍'이라는 것이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남성성의 모델은 매우 구체적이고 희망적이다. 그것은 가족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청년 남성이 더 이상 원치 않는 가부장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홀로 짊어지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를 지배하거나 부양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연대와 상호 돌봄의 주체'로 거듭나는 것. 남성들에게 얄팍한 특혜를 쥐여주며 달래는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이로운 평등한 구조로 나아가는 것이 결국 남성 스스로를 구원하는 길이다. 저자는 무너져가는 가부장제의 폐허 위에서 우리가 쟁취해야 할 진정한 승리는, 차별을 훔치는 비겁함을 멈추고 서로를 돌보는 단단한 연대의 자리를 넓혀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23/39/cover150/k67213674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233917</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완벽한 양육은 환상이자 탐욕스러운 돌봄의 시작이다. - [탐욕스러운 돌봄 - 잘 키우려 할수록 나빠지는 불행에 대하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40037</link><pubDate>Mon, 09 Mar 2026 15: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4003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62136826&TPaperId=1714003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04/29/coveroff/k76213682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62136826&TPaperId=1714003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탐욕스러운 돌봄 - 잘 키우려 할수록 나빠지는 불행에 대하여</a><br/>신성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경쟁에 능숙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이 책의 출발점이자 수많은 부모가 품고 있는 이 이상은 현실이라는 벽과 충돌한다. 부모들은 자신만의 교육 철학을 단단히 견지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체제에 자발적으로 순응하고 세상의 속도를 아등바등 따라잡아야만 아이 하나를 겨우 건사할 수 있는 구조다. 이 시대에서 '부모 되기'는 결국 시대가 요구하는 '표준화된 경로'를 따라갈 수밖에 없게 만들며, 개인을 자기모순에 빠뜨리고 묘한 절망감을 안겨준다. 내 아이가 남보다 뒤처질까 봐 두려워하는 상실감은 부모를 고립된 선택으로 내몰아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만든다. 돌봄은 결코 개인의 애씀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영역임에도, 수많은 '나'들은 각자의 최선이라는 이름 아래 불안이라는 파도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내 아이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은 본의 아니게 공동체를 도외시하는 '탐욕스러운 돌봄'으로 변질된다.<br>이러한 불안과 압박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장이 바로 학교다. 체육 활동이 점점 사라지는 학교의 이면에는 학령인구 감소뿐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이기적인 민원이 얽혀 있다. 줄 세우기식 평가에 대한 항의, 심판 판정 불만, 교사의 안전사고 부담, 그리고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과 응원 소리를 ‘소음’이라 규정하는 주민들의 민원까지 맞물려, 결국 운동회는 사라지고 말았다. 수학여행과 소풍 같은 체험 활동도 안전사고 책임 논란과 각종 민원으로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추세다.<br>아이들이 교실 밖에서 부딪히고 땀 흘리며 경쟁할 기회, 낯선 환경에서 갈등을 조율해 보는 귀중한 사회화의 장이 통째로 증발해 버렸다. 이는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낯선 세계와 부딪히고 '건강하게 실패할 권리'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결과를 낳았다. 실패를 경험해 보지 못한 아이들은 작은 좌절 앞에서도 크게 흔들리며, 타인과의 건강한 갈등 해결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타인과 공존하기 위한 '시민적 자존감'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상처받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적인 '개인적 자존감'으로 변질되어 상대를 굴복시키는 무기가 된다.<br>이 책의 탁월한 지점은 개인의 양육 경험을 사회 구조와 연결한다는 데 있다. 저자는 한국 사회의 일그러진 능력주의와 불평등의 실체를 가족의 일상 속에서 포착한다. 젊은 의사들의 파업, 한 정치인의 자녀 특혜 등의 사례는 사회가 얼마나 철저히 계급화되고 파편화되어 있는지를 드러낸다. 아버지의 배경이 아닌 개인의 능력으로도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소득과 지식, 서울과 지방의 교육 격차가 기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부모의 자본이 아이 세계의 크기를 결정짓는다.<br>가장 뼈아픈 현실은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할 국가와 사회가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체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시민들 간의 날 선 갈등뿐이다. 이 책은 부모에게 주어진 과중한 책임을 위로하면서도, 그들이 놓치고 있는 ‘훈육과 사회화’의 공백을 냉정하게 직시한다. 생존 경쟁에 지쳐, 혹은 아이의 자아를 다치게 할까 두려워 ‘건강한 악역’을 피할 때, 그 청구서는 고스란히 교실로 돌아온다. 공교육의 마비는 부모조차 아이를 시민으로 길러낼 여력을 잃어버린 우리 사회의 비극적 초상이다.<br>나아가 저자가 제시하는 ‘차별 없는 시대’라는 이상은 따뜻하지만, 복잡한 현실 앞에서는 다소 이상적으로 들린다. 타인의 모든 차이를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는 온정주의는 때로 현실의 규범과 충돌할 수 있다. 유럽 사회의 경험처럼 다문화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 시민적 규범이 약화되었고, 그로 인해 오히려 안전과 평등이 위협받았던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다양한 인종을 포용하되, 헌법적 가치와 성평등, 시민 규칙과 같은 한국의 문화를 따를 경우에만 공존이 가능하다. 약자를 향한 환대와 공동체의 질서를 지키려는 단호함은 동시에 존재해야 한다.<br>결국 우리가 아이들에게, 그리고 이 사회에 물려주어야 할 것은 ‘상처 하나 없는 완벽한 무균실’이 아니다. 타인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광장으로 나와 ‘기본적인 매너’를 가르치고 실천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탐욕스러운 돌봄’의 좁은 요새를 허무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타인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고, 순서를 기다리며, 갈등 속에서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시민적 매너. 이 평범한 덕목이야말로 진짜 어른을 길러내는 출발점이며, 파편화된 사회를 다시 세울 유일한 길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04/29/cover150/k76213682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042953</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