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김민지님의 서재 (김민지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Mon, 17 Aug 2026 17:39:42 +0900</lastBuildDate><image><title>김민지</title><url>https://image.aladin.co.kr/img/blog2/manage/profileimg.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김민지</description></image><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뒤늦게 도착한 그때의 마음 - [소원 배달 톡 :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448476</link><pubDate>Thu, 13 Aug 2026 14:1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44847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12130627&TPaperId=1744847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79/0/coveroff/k11213062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12130627&TPaperId=1744847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소원 배달 톡 :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a><br/>박현숙 지음, 윤세정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08월<br/></td></tr></table><br/>어릴 때, 무심코 빌었던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그때는 정말 간절했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는 더 이상 원하지 않는 소원이 된다면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아이들이 소원을 빌고 그 소원이 이루어지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야기는 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작품에서 소원은 무언가를 이루어 주는 마법에 그치지 않는다.<br style="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br style="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진경은 어릴 때 학교에 가기 싫어서 ‘학교에 가기 싫다는 소원’을 빈 적이 있다. 주의 사항을 잘 읽어보라는 말이 있었지만, 당시의 진경에게는 소원을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였다. 그렇게 무작정 빌어 우체통에 넣은 소원은 오랫동안 잊혔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선생님이 된 진경에게 어느 날 ‘늦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조각 케이크 기프티콘이 도착한다.<br style="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br style="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선생님이 된 진경은 어느 날 시온이 학교에 나오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 교장 선생님인 아버지와 시온의 어머니가 이유를 묻지만, 진경 역시 그 까닭을 알 수 없다. 그런데 시온의 앞에 설 때마다 의문의 소리가 들려오고, 진경은 자신도 모르게 그 소리를 따라 말하게 된다. 상황은 점점 복잡해진다. 선생님이 학생을 차별한다는 소문까지 퍼지고, 가율과 가온은 절교하기에 이른다. 훌륭한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진경에게는 어느 것 하나 쉽게 수습할 수 없는 일들뿐이다.<br style="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br style="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사건의 진실은 뒤늦게 이루어진 소원에 있었다. 어린 시절 진경이 빌었던 소원이 이제야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그 사소한 소원은 뜻밖의 오해를 불러일으켜 학생들 사이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오래전 스쳐 지나간 소원이 현재의 진경을 가로막은 것이다. 학교를 가기 싫었던 그때의 마음은 이미 사라졌음에도.<br style="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br style="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이 이야기는 소원을 함부로 빌지 말라는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말을 하고 감정을 느낀다. 좋아하던 일이 어느 순간 귀찮아질 수도 있고, 싫었던 일이 다시 좋아질 수도 있다. 그때의 감정은 분명 진짜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뜻은 아니다.<br style="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br style="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그런데 우리는 때때로 순간의 감정을 너무 쉽게 ‘소원’으로 전환한다. 지금 싫다는 이유만으로 사라지기를 바라고, 지금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끝나기를 바란다. 진경이 어린 시절 무심코 빌었던 소원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소원을 빌기 전에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나고 싶은 것인지. 어쩌면 소원을 이루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내가 무엇을 진짜 원하는지 알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때로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다행인 소원도 있을 것이다. 그 무심코 빌었던 소원이 시간이 지난 후, 내 마음이 변한 뒤에도 나를 따라올수도 있으니까.<br style="color: rgb(248, 249, 249); font-family: -apple-system, BlinkMacSystemFont, &quot;Segoe UI&quot;, Roboto, Helvetica, Arial, sans-serif; font-size: 14px; background-color: rgb(33, 35, 40);">]]></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79/0/cover150/k11213062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790095</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지워진 이름을 되찾고 나의 뿌리를 마주하다 - [비밀의 들판 - 침묵은 어떻게 역사를 드러내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447256</link><pubDate>Wed, 12 Aug 2026 21: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44725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42130423&TPaperId=1744725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52/36/coveroff/k74213042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42130423&TPaperId=1744725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비밀의 들판 - 침묵은 어떻게 역사를 드러내는가</a><br/>마거릿 주혜 리 지음, 장상미 옮김 / 한겨레출판 / 2026년 08월<br/></td></tr></table><br/>
마거릿 주혜 리의 《비밀의 들판》은 가족에게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역사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기 위해 시작한 여정은 어느 순간 아버지가 완성하지 못한 과업을 이어가는 일이 된다. 아버지가 품었던 질문은 어느 순간 저자의 질문이 되었고, 저자는 할아버지 ‘이철하’의 생애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철하의 삶은 한 가족의 역사에 머물지 않는다. 일제강점기의 동맹휴학과 서대문형무소 투옥을 거쳐 제2차 세계대전과 해방, 한국전쟁과 분단, 독재에 이르기까지 20세기 한국사의 격동과 맞닿아 있다. 한 사람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한 시대의 역사를 마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20여 년에 걸친 추적은 쉽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탐사 보도와 구술사, 1차 사료를 확인하고 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기록을 찾는 일도 어려웠지만, 할머니가 오랫동안 함구했던 기억에 다가가는 일은 더욱 어려웠다.

할머니에게 남편은 생존을 위해 덮어두어야 하는 이야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가 할아버지를 독립운동가 이철하가 아닌 ‘공산주의자’라는 낙인을 찍었기에 다시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의 기록을 지우고, 그의 이름을 감추고, 그에 대한 기억마저 묻어두어야 했을 테니까. 그렇게 할아버지의 이름은 남았으나 그의 생애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되었다.

그래서 저자가 “왜 그 괴로운 일을 알고 싶냐”는 할머니에게 과거를 이해하고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결국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라고 설득하는 장면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저자가 알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만은 아니었다. 왜 그는 독립운동가가 아닌 ‘공산주의자’라는 이름으로 기억되어야 했는지, 그리고 그 이름 뒤에 가려진 삶은 무엇이었는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저자는 한 사람에게 씌워진 낙인을 걷어내고, 그 안에 있던 한 인간의 삶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조상의 부와 명예를 자신의 자랑으로 내세우지만, 모든 가족의 역사가 자랑할 수 있는 것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억은 너무 아파서 말하지 못하고, 어떤 과거는 살아남기 위해 숨겨야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감춰진 이야기는 어느 순간 가족 안에서 ‘비밀’이 된다. 살아남기 위해 비밀에 붙여두었던 과거를 다시 꺼내어 들여다보는 일은, 어쩌면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할아버지의 삶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저자는 자신이 서 있는 자리의 뿌리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독립운동가의 생애를 복원하는 가족사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한 사람의 여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가족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자신에게 유리한 기억만 남기기 쉽다. 훌륭했던 조상, 성공했던 순간, 자랑스러운 가문의 이야기는 기억하고 싶지만, 가족에게 상처를 남긴 사건이나 감추고 싶었던 과거는 외면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렇게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순간, 뿌리는 온전한 모습으로 남을 수 없다.

그래서 《비밀의 들판》이라는 제목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곳에 묻혀 있던 것은 단순한 가족의 비밀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말해지지 못했던 한 사람의 삶이었고, 그 삶을 둘러싼 시대의 기억이었다. 가족에게 그 과거는 오랫동안 수치였을 수도 있고, 때로는 살아남기 위해 숨겨야 하는 위협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가 20년에 걸쳐 그 비밀을 추적한 끝에 마주한 것은 전혀 다른 이름이었다. ‘반역자’로 기억되던 사람은 훗날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는다. 가족에게 숨겨야 할 과거였던 그의 삶이 다시 역사 속으로 돌아온 것이다.

저자가 찾은 것은 할아버지의 명예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왜 그토록 그 역사를 알고 싶어 했는지, 가족이 왜 침묵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자신이 어떤 역사 위에 서 있는지를 함께 알아갔을 것이다. 이 책에서 뿌리를 찾는다는 것은 자랑스러워할 만한 과거를 찾아내는 일이 아니다. 때로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기억과 가족이 오랫동안 감춰온 상처까지 마주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 수 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52/36/cover150/k74213042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523666</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모호한 감정을 이해하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방법. - [모호한 마음에 이름 붙이기 - 현대인을 위한 정신분석사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444903</link><pubDate>Tue, 11 Aug 2026 17: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44490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0124&TPaperId=1744490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31/76/coveroff/k99213012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0124&TPaperId=1744490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모호한 마음에 이름 붙이기 - 현대인을 위한 정신분석사전</a><br/>노은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7월<br/></td></tr></table><br/>

우리는 정말 우리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있을까. 슬픔, 분노, 기쁨처럼 이름이 분명한 감정은 비교적 다루기 쉽지만,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는 마음은 그렇지 않다. 지금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그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해야 할지도 쉽지 않다. 때로는 무엇 때문에 힘든지조차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쉽게 설명하지 못했던 모호한 감정을 들여다보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마음을 구체화하는 과정은 단순히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리는 일은 결국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름 없이 웅크리고 있던 감정을 하나씩 들여다볼 때, 비로소 나와 관계를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방법이 아니다. 책은 ‘요즘 어때?’라는 질문에 습관적으로 ‘괜찮아요’라고 대답하기 전에 잠시 멈춰보라고 말한다. 단 5초라도 지금 자신의 상태를 살펴보고,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면 목과 어깨의 긴장이나 배의 불편함처럼 몸에서 나타나는 신호를 먼저 살펴볼 수도 있다. 하루를 마치며 ‘오늘 기분을 잘 모르겠다’라고 적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정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감정이 올라오면 가장 먼저 ‘내가 예민한가?’, ‘내가 잘못했나?’라고 묻는다. 하지만 감정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한 대상이라기보다 현재의 나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신호에 가깝다. 서운함이 생겼다면 왜 서운한지, 불안하다면 무엇이 불안한지 살펴보는 것이 먼저다. 감정을 없애거나 억누르기보다 그것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들어보는 것이다. 

과거의 상처를 다시 바라보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태도는 중요하다. 책은 트라우마를 다룰 때 먼저 평가하기보다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당시 느꼈던 감정에 이름을 붙이며, 사실과 해석을 구분해볼 것을 이야기한다. ‘이별했다’는 사실과 ‘나는 버림받을 만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은 같은 것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과거에 일어난 사건보다 그 사건에 덧붙인 해석 때문에 더 오랫동안 고통받는다. 그래서 과거를 다시 바라본다는 것은 이미 지나간 일을 없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경험에 붙어 있던 해석을 다시 살펴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구분하면서, 그때와 달리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바라본다.

윌프레드 비온이 말한 ‘소극적 능력(Negative Capability)’은 불확실하고 모호한 상태를 성급하게 결론 내리지 않고 견디는 힘을 뜻한다. 우리는 불안할수록 빨리 답을 찾고 싶어 한다. 상대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이 관계가 무엇인지 당장 결론을 내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때로는 그 결론을 서두르는 것이 오히려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마음에 즉시 이름을 붙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충분히 바라보고, 머물러보고, 때로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인정하는 것. 그렇게 모호함을 견디는 시간 속에서 비로소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마음의 모습이 드러날 수 있다.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그렇게 해석했던 것인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니면 타인의 기대를 내 욕망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질문을 통해 타인의 목소리를 하나씩 걷어내다 보면 비로소 그 아래에 있던 나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단순히 마음을 위로해주기 때문이 아니다. 괜찮다고 다독이는 데서 멈추지 않고, 내가 왜 힘든지, 무엇 때문에 불안한지, 그 마음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천천히 살펴보게 한다. 빠르게 변하고 복잡해지는 관계 속에서 자신의 마음조차 제대로 들여다보기 어려운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막연한 위로보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름 없는 감정을 하나씩 들여다보게 하며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마음의 모양을 보여준다. 타인이 붙여준 이름에 갇혀 있지는 않았는지, 내가 느끼는 감정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아직 이름 붙일 수 없는 마음이라면 서둘러 결론 내리지 않고 조금 더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모든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는 일이 아닐 것이다. 때로는 이름을 붙이고, 때로는 잘못 붙은 이름을 떼어내고, 때로는 아직 이름 붙일 수 없는 마음을 조금 더 기다려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내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비로소 무엇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씩 알아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복잡한 마음을 단순히 달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이해할 수 있도록 곁에서 언어를 건네는 책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31/76/cover150/k99213012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317621</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우리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얼마를 감당할수있는가. - [자주국방의 가성비 - 대한민국, 누가 어디까지 지킬 것인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442700</link><pubDate>Mon, 10 Aug 2026 13: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44270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0120&TPaperId=1744270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29/76/coveroff/k12213012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0120&TPaperId=1744270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자주국방의 가성비 - 대한민국, 누가 어디까지 지킬 것인가</a><br/>정욱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8월<br/></td></tr></table><br/>


‘자주국방’과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는 대한민국 정치에서 종종 등장하는 용어다. 그러나 그 의미와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은 오랫동안 진영 간의 소모적 공방과 정쟁의 도구로 소비되어 왔다. 자주국방을 강조하면 한미동맹을 경시하는 것으로, 반대로 동맹을 중시하면 자주국방을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식이다. 그 사이에서 정작 우리가 어떤 국방을 표방해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반세기 넘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여전히 자주국방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자주국방의 가성비》는 이러한 문제를 정치문제가 아닌 비율과 효율이라는 현실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인구절벽, 재정적 한계, 지정학적 대변동과 같은 복합적 위기 속에서 국방을 군사력 증강이 아닌 민생과 국가 재정 그리고 안보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문제로 재정의하고자 한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한국 안보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진단을 내린다. 2003년부터 2025년까지 천문학적 국방비를 지출했음에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에 대해 분석하며 단순하게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으로는 국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군 내부의 육군 중심 기득권 구조와 지휘구조 개편에 대한 저항, 무기체계와 병력 운용의 비효율성, 여기에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맞물리면서 국방 개혁이 번번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특히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절벽 상황에서 형식적인 경계근무나 비효율적인 병력 운용을 개혁하고 과학화 첨단화된 국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현재 한국이 직면한 현실을 생각하면 충분히 귀 기울일 만하다.

이 지점에서 책이 던지는 질문은 ‘얼마나 강한 군대를 만들 것인가’가 아니다. 오히려 ‘한정된 국가 자원으로 어디까지의 안보를 확보할 것인가’에 가깝다. 국방비 역시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에서 나오며, 병력과 예산을 국방에 투입하는 만큼 복지·교육·산업·저출생 대응 등 다른 국가적 과제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줄어든다. 따라서 국방력의 강화가 곧 무조건적인 국방비 증액을 의미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자원으로 가장 효과적인 전력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성비’라는 문제의식 자체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오히려 지금까지 자주국방이라는 이름 아래 무엇을 얼마나 투자했으며, 그 투자가 실제 안보 역량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따져보자는 저자의 문제 제기는 상당히 현실적이다.

하지만 책의 대안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효율성을 높이는 것과 안보의 목표 자체를 낮추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고 국방의 범위를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축소하자는 제안은 현실적인 충돌을 줄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일 수 있지만, 대한민국이 한반도 전체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에 관한 헌법적·안보적 관점과 충돌할 여지가 크다. 특히 유사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군사분계선 이남에서 끝날 것이라고 전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방어해야 할 공간과 국가의 전략적 목표를 먼저 축소한 뒤 그에 맞춰 국방력을 계산하는 방식이 과연 ‘효율적인 자주국방’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핵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비핵화 무음 처리’와 핵 동결을 전제로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구상은 당장의 긴장을 낮추고 현실적인 평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지 못한 상태에서 핵 동결을 평화의 조건으로 받아들인다면, 대한민국은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장기간 공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핵무기를 가진 쪽과 그렇지 않은 쪽 사이의 비대칭성이 그대로 남는다면, 그것을 ‘평화’라고 부르기에는 해결되지 않은 안보 불균형이 너무 크다. 평화를 위해 현실을 인정하는 것과 현실을 이유로 위협 자체를 감수하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책의 핵심적인 한계는 ‘가성비’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비용으로 보고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에 있다. 국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켜야 할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목표 자체를 낮추는 것은 다르다. 전자가 국방개혁이라면 후자는 자칫 국방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아무리 효율적인 군대라 하더라도 지켜야 할 국가의 범위와 감수해야 할 위협의 수준을 지나치게 낮춘다면, 그것은 ‘적은 비용으로 더 강한 국방’을 만든 것이 아니라 ‘적은 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국방의 목표를 낮춘 것’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구체적인 해법에는 동의하기 어렵더라도 지금까지 자주국방이라는 이름 아래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을 다시 질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로 병력이 줄어들고 국가 재정의 부담은 커지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국방을 유지할 수는 없다. 무엇을 지키기 위해 얼마를 투입할 것인지, 어떤 군사력이 실제로 필요한지, 그리고 한미동맹과 자주국방을 어떤 방식으로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결국 자주국방의 해결책은 무조건 더 많은 돈을 쓰는 데 있지도, 반대로 돈을 적게 쓰는 데 있지도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안보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그 목표를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저자가 제시한 ‘자주 국방의 가성비’에 동의하기 어렵다면 질문은 더 선명해진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자주국방은 무엇인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과 그에 따른 대답은 이 책이 남기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29/76/cover150/k12213012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297693</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여름에 먹는 짬뽕, 그와 어울리는 클래식 - [여름 짬뽕과 말러 교향곡 5번]</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429884</link><pubDate>Mon, 03 Aug 2026 12:4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42988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0723&TPaperId=1742988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88/54/coveroff/k03213072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0723&TPaperId=1742988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여름 짬뽕과 말러 교향곡 5번</a><br/>탁경은 지음 / 특별한서재 / 2026년 07월<br/></td></tr></table><br/>

사람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서로를 비교하고 또 자신이 비교대상이 되곤한다.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 더 특별한 사람, 더 인정받는 사람을 바라보며 비교 대상에 올린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삶'을 나만의 것이 아니라 누군가보다 낫거나 더 괜찮아 보이기를 바라는 것 같다. 『여름짬뽕과 말러 교향곡 5번』은 그 당연하게 여겼던 마음에 질문을 던지는 청소년 소설이다.

이 책은 특별한 사건으로 열어가지는 않는다.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 말을 건네는 등나무, 여름날의 짬뽕, 그리고 말러의 교향곡처럼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을 조합하여 '성장'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이야기는 독특한 설정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주인공의 마음을 가장 솔직하게 비춰 주는 세상이 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등나무가 들려주는 '기다림'의 의미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은 배우면서도 정작 자신을 기다리는 법은 배우지 못한다. 조금만 늦어도 실패라고 여기고, 조금만 부족해도 스스로를 몰아세운다. 그러나 등나무는 씨앗이 수십 년, 때로는 백 년을 기다리듯 사람에게도 저마다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소설에서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사랑의 방식이다.

그 기다림은 자연스럽게 용기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세상은 쉽게 "용기를 내라"고 말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결심 하나를 하기 위해 수백 번의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그래서 "죽어라 도망만 치고 싶다"는 주인공의 고백은 나약함이 아니라 너무나 현실적인 마음으로 다가온다. 작품은 도망치고 싶은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감정을 충분히 인정한 뒤에야 비로소 직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성장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을 품은 채 한 걸음을 내딛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작품은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인상적이다. 우리는 흔히 이해가 관계의 출발이라고 생각하지만, 소설은 "이 세상은 이미 너와 다른 사람들로 꽉 차 있어"라고 말하며 그 믿음을 뒤집는다. 모든 사람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먼저 받아들이는 일, 그리고 사랑하게 되면 이해되지 않는 것조차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이해가 사랑의 조건이 아니라 사랑이 이해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역설은 이 책의 독특한 제목과 맞닿아 따뜻한 시너지를 뿜어낸다.

친구들과 가까워지는 것이 두려웠다는 고백 역시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소중한 사람이 생길수록 잃을 가능성도 커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에게 관계는 설렘보다 두려움이 먼저다. 그래서 관계를 피하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작품은 우정이란 드러난 마음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쉽게 꺼내지 못한 마음까지 함께 보듬는 일이라고 말한다. 결국 상처받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보다 상처를 감수하면서도 다시 사람에게 다가가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서 다시 시작된다.

특별함보다 고유함을 선택하는 순간, 비교는 더 이상 삶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누군가보다 뛰어나야 하는 삶이 아니라 나답게 존재하는 삶인 것이다. 성장의 끝에서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청소년 성장소설이면서도 동시에 어른들을 위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끊임없이 비교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소설은 서두르지 말라고 말한다. 조금 늦어도 괜찮고,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무엇보다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오래 기다려 주라고.]]></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88/54/cover150/k03213072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885477</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한장의 그림이 의과학사의 문을 열었다. - [비주얼 의과학사 - 그림으로 읽는 의과학 혁명의 순간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414538</link><pubDate>Mon, 27 Jul 2026 12: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41453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02130502&TPaperId=1741453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00/45/coveroff/k00213050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02130502&TPaperId=1741453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비주얼 의과학사 - 그림으로 읽는 의과학 혁명의 순간들</a><br/>유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7월<br/></td></tr></table><br/>처음에는 조금 의아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lt;키스&gt;에서 정자와 난자의 형상을 발견한 저자의 이야기는 뭔가 낯설었다. 그림에서 의학을 발견한다고? 라는 의문도 잠시 저자는 역사에 남은 그림을 해부하듯 의학이 발전한 역사를 보여준다. 책은 그림에 담겨 있는 의학의 역사 뿐만 아니라 인류가 무엇을 보기 시작했는가를 기록한 책이다. 정확히는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어떻게 바뀌어 왔으며 그것이 의학으로 어떻게 드러났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의학의 혁명은 생각보다 더 단순하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서 변화를 일으켰다. 의학의 발전은 한 사람의 천재가 만들어낸 기적이 아니다. 많은 연구자들의 발견이 차곡차곡 쌓인 끝에 완성된 결과였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의료 기술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었다.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질문과 실패, 그리고 끈질긴 검증이 서로 맞물리며 하나의 거대한 톱니바퀴를 이루었기에 가능했던 결과였다.

이 장면은 의학의 역사인 동시에 인간 사회의 역사이기도 하다. 새로운 지식이 발견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기존의 상식을 바꾸는 일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진실은 증명되는 순간보다 받아들여지는 순간에 비로소 세상을 바꾼다. 갈레노스 시대의 의학은 몸을 직접 볼 수 없었다. 질병은 체액의 불균형으로 설명되었고, 신체는 추측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베살리우스는 직접 인체를 해부하며 수백 년 동안 이어진 권위를 수정했고, 하비는 심장이 혈액을 순환시키는 펌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레이우엔훅은 작은 렌즈 하나로 인간의 눈이 닿지 못하던 미생물의 세계를 보여 주었고, X선은 몸을 열지 않고도 내부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마침내 DNA 이중나선 구조가 밝혀지면서 의학은 세포를 넘어 생명의 설계도를 읽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도 않았다. 정확하게 치료하기 위해선 정확하게 볼 수 있어야한다. 몸을 제대로 해석하는 건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몸을 해부하고, 세포를 들여다보고, 유전자를 읽기까지의 과정은 치료 기술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했다. 제멜바이스는 손 씻기만으로 산욕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통계로 증명했지만, 동료 의사들은 오히려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들의 손이 환자를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훗날 세균설이 정립된 뒤에야 그의 연구는 재평가되었다.

CT와 MRI, 초음파처럼 몸속을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에도 의사는 여전히 청진기를 목에 건다. 소리를 듣기위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환자와 의사가 가장 가까이 연결되는 순간을 상징하기도 한다. 의학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의 몸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사람에 의해 그 결을 달리한다. '암브루아즈 파레'의 사례를 보여주며 의사는 생명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몸이 회복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겸손함 또한 다룬다.

책을 덮고 나니 지금까지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게 보였다. 손을 씻는 일도, 백신도, 마취도, 항생제도, X선도 모두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바쳐 증명해야 했던 질문이었다. 우리는 그 질문들이 남긴 결실 위에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의학을 전공하지 않는 일반 독자에게는 의과학을 이해하는 훌륭한 교양서가 되어준다.  그리고 그 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과학이란 결국 정답을 많이 아는 학문이 아니라 끊임없이 더 정확하게 보려는 태도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00/45/cover150/k00213050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004532</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공평함이라는 착시, 보이지 않던 노동의 이름. - [머릿속 노동은 누가 하는가 - 보이지 않아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인지노동'의 불평등]</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411507</link><pubDate>Sat, 25 Jul 2026 21: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41150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130200&TPaperId=1741150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81/77/coveroff/k10213020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130200&TPaperId=1741150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머릿속 노동은 누가 하는가 - 보이지 않아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인지노동'의 불평등</a><br/>앨리슨 데이밍거 지음, 전경훈 옮김 / 한겨레출판 / 2026년 07월<br/></td></tr></table><br/>
가사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를 둘러싼 논쟁은 이미 한 차례 치러졌다. 오랫동안 집안일은 사랑이나 의무로 여겨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사노동 또한 '노동'임을 인정받게 되었다. 청소와 요리, 육아에 투입되는 시간을 계량하고 가시화하는 연구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lt;머릿속 노동은 누가 하는가&gt;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 책은 시간을 기준으로 가사노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또 다른 노동을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바로 계획하고, 예측하고, 결정하며 가정을 운영하는 '머릿속 노동'이다.

그렇다면 왜 집안일을 분담하는데도 한 사람만 유독 더 지치고 피곤하다고 느낄까. 설거지는 반반 하고, 청소도 번갈아 하는데도 왜 누군가는 늘 머릿속이 바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저자는 그 이유를 인지노동에서 찾는다. 인지노동이란 몸을 움직여 집안일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예측하고,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며,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끝까지 확인하는 일련의 사고 과정을 의미한다. 집안일을 '실행하는 사람'과 집안일을 '생각하는 사람'은 반드시 같은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많은 가정에서 후자의 역할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는 점을 포착했다.

저자는 다양한 형태의 커플들을 인터뷰하며 인지노동이 실제 가정에서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집안일을 공평하게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는 커플들조차, 정작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획하고 예측하며 결정하는 머릿속의 노동은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러한 불균형은 흔히 "내가 원래 꼼꼼해서", "상대가 원래 무던해서"라는 말로 설명된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개인의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불평등을 성격의 차이로 환원하는 '성격 본질주의'라는 사고방식으로 분석한다. 즉, 성별에 따라 형성된 역할과 훈련의 결과를 타고난 기질의 차이로 받아들이는 순간, 인지노동의 불평등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굳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는 모든 가사와 돌봄을 기계적으로 50:50으로 나누는 것이 해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실행'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계획하고 예측하며 결정하는 권한과 책임까지 함께 나누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쓰레기를 버려 달라", "장을 봐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여전히 한 사람이 전체를 기획하고 있다는 의미다. 진정한 재배분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먼저 알아차리고, 일정을 관리하며, 끝까지 책임지는 과정 자체를 함께 맡는 것에서 시작된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처음부터 효율적일 수 없다. 상대가 나와 다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거나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도 감수해야 한다. 저자는 바로 그 '통제 내려놓기'가 인지노동을 재배분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공평하다고 믿었던 가사 분담이 반드시 평등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집안일은 나누고 있었지만, 그 일을 계획하고 기억하고 책임지는 머릿속의 노동은 여전히 한 사람에게 머물러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막연히 느끼기만 했던 불균형에 '인지노동'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그동안 설명하기 어려웠던 불평등함을 가시화한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81/77/cover150/k10213020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817710</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한없이 펼쳐진 시간의 끝에 시간의 끝이 있을까. - [시간의 끝]</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407620</link><pubDate>Thu, 23 Jul 2026 15:3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40762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92130109&TPaperId=174076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69/32/coveroff/k09213010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92130109&TPaperId=1740762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시간의 끝</a><br/>김성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6월<br/></td></tr></table><br/>우리는 흔히 아는 것이 힘이라고 믿는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고, 다가올 비극을 피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이미 정해져 있고 인간에게 그 흐름을 바꿀 힘이 없다면 어떨까. 미래를 아는 일은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확인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정말 힘이 되는 것은 지식일까. 아니면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가는 무지가 오히려 인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일까.<br>이 소설은 세상의 멸망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종말의 실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은 채, 그것을 막으려는 이들과 받아들이려는 이들의 선택을 따라가며 조금씩 세계의 윤곽을 드러낸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종말 자체보다 종말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더 큰 관심을 둔다는 것이다. 끝을 유예하기 위해 시간을 붙잡으려는 사람들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이 책은 세상이 어떻게 끝나는가가 아니라, 인간은 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인가 하는 질문에 집중한다.<br>세상의 끝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확실한 답을 갈망한다. 불확실성이 극에 달할수록 이성을 통해 의심하기보다 단언하는 목소리에 기대려 한다. 그래서 종말 앞에서 가장 빠르게 세력을 넓히는 것은 광신과 선동이다. 혼란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태도를 결정한다. 모든 것을 체념한 채 순응할 것인가, 아니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끝까지 행동할 것인가. 이 소설은 종말 자체보다 그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믿음과 선택에 집중한다.<br><br>작품 속 《네크로노미콘》과 틸링해스트의 수학 역시 초자연적 장치로 쓰이는 것이 아니다. 둘이 맞닿는 순간 지식은 세계를 향해 확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로보로스처럼 자기 꼬리를 물며 끝없이 자신을 증명하는 폐쇄된 회로가 된다. 원래 지식은 인간을 더 넓은 세계로 이끄는 힘이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의 끝』에서 지식은 가능성을 여는 대신 가능성을 닫아버린다. 인간은 진실을 깨닫는 순간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논리 안에서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지식은 더 이상 힘이 아니라 신경증적인 굴레다.<br><br>이 '닫힌 시공간'의 목적은 명확하다. 인물들을 제물로 삼아 시간을 동력으로 굴림으로써, 바깥 세계가 맞이할 진짜 종말을 막고 세계의 한 조각을 무한히 보존하는 것이다. "시간은 끝나지만 세상은 끝나지 않는다"는 명제의 진짜 의미가 여기에 있다. 갇힌 자들에게 미래는 오지 않지만, 그 희생을 담보로 세상은 굳어진 채 유지된다. 종말을 막으려는 이들의 선택은 결국 세상을 구하는 일이 아니라, 변화와 소멸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현재를 영원히 붙잡으려는 인간의 욕망처럼 읽힌다.<br><br>가장 흥미로운 비유는 이 소설 속에서도 나온 스노글로브다. 유리구를 흔들면 눈송이의 움직임은 매번 달라 보인다. 하지만 결국 모든 눈은 같은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다시 흔들면 또 다른 궤적을 그리지만 결말은 달라지지 않는다. 『시간의 끝』의 세계 역시 그렇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되감기고,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이 작품이 두려워하는 것은 종말이 아니다. 끝을 맞지 못한 시간이다. 시간이 앞으로 나아가지도, 완전히 끝나지도 못한 채 영원히 자신을 반복하는 세계. 어쩌면 소멸보다 더 잔혹한 것은 영원이며, 끝보다 더 큰 공포는 끝을 맞이하지 못한 채 같은 시간에 영원히 묶여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69/32/cover150/k09213010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693256</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우리는 왜 불평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가. - [평등사회 프로젝트 - 노동과 여성·청년이 만나면 세상이 바뀐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402473</link><pubDate>Mon, 20 Jul 2026 19: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40247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130806&TPaperId=1740247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36/80/coveroff/k89213080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130806&TPaperId=1740247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평등사회 프로젝트 - 노동과 여성·청년이 만나면 세상이 바뀐다</a><br/>조돈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7월<br/></td></tr></table><br/>

&lt;평등사회 프로젝트&gt;라는 제목은 하나의 선언처럼 느껴졌다. 과연 평등사회가 하나의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저자는 어떤 방법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책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듯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유지하는 구조와 이를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를 차근차근 분석해 나간다. '평등사회'라는 다소 이상적인 목표를 현실에서는 어떻게 구현할 수 있다고 보는지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 사회가 미국식 자유시장 모델을 이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과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 모델은 현실성이 없다고 여기는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또한 노동운동이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연대보다는 일부 정규직 중심으로 인식되면서 대중적 신뢰를 잃었다는 비판 역시 현재 한국 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책은 단순히 불평등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여성·청년의 연대를 통해 새로운 정치적 주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방향까지 제시한다.

그러나 책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저자는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모델을 비교적 이상적인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각 국가가 처한 역사적·문화적·경제적 조건은 크게 다르다. 높은 복지와 강한 노조 체계가 성공적으로 운영된 배경에는 높은 조세 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오랜 정치적 신뢰가 존재한다. 이러한 전제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한국에서 같은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사회 문제를 지배 이데올로기의 영향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선택이나 시장의 긍정적인 기능은 다소 축소되어 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읽는 내내 저자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다른 방식의 접근도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불평등 구조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청년 세대의 자산 격차, 비정규직 문제, 지역 간 교육 격차와 같은 현실은 분명 개혁의 필요성을 보여 준다. '평등사회'라는 단어는 처음에는 다소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구호처럼 느껴졌지만, 책을 읽을수록 오히려 지금의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정치권은 끊임없이 평등과 공정을 이야기하지만, 구조를 바꾸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쉽게 체감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왜 많은 청년들이 허탈감과 박탈감을 느끼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취업과 주거, 자산 형성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청년들이 체감할만큼 구조가 달라졌는지 답하기 어려웠다. 최근 청년들의 정치적 양극화를 단순히 이념의 문제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무엇을 선택해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무력감과 냉소가 누적된 결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결국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특정 이념의 승리가 아니라, 노력한 만큼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사회가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변화일 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도 가장 오래 남은 질문은 '왜 우리는 지금의 불평등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였다.

&lt;평등사회 프로젝트&gt;는 모든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라기 보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주장과 대안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불평등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게 했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큰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책임 역시 함께 감수해야 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복지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부담을 나눌 때 지속될 수 있다. 세금은 적게 내면서 더 많은 복지와 혜택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희생이 아니라, 어떤 수준의 부담을 함께 나누고 그 대가로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불평등과 사회 개혁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해 주는 책이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36/80/cover150/k89213080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368080</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중국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 [중국이라는 역설 - 역동과 통제, 첨단과 소외가 공존하는 복합 중국 읽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75208</link><pubDate>Sun, 05 Jul 2026 17: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7520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82130870&TPaperId=1737520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07/8/coveroff/k88213087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82130870&TPaperId=1737520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중국이라는 역설 - 역동과 통제, 첨단과 소외가 공존하는 복합 중국 읽기</a><br/>박민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6월<br/></td></tr></table><br/>중국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지만 가장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중국을 둘러싼 담론은 현실보다 감정이 앞선다. 한편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선거 개입설이나 간첩설 같은 음모론이 정치적으로 소비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AI와 로봇, 전기차를 앞세운 기술 굴기를 보며 중국의 미래를 과도하게 낙관한다. 혐오와 경외는 정반대의 태도처럼 보이지만, 실제 중국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우리는 중국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더욱이 중국은 외부에서 쉽게 읽히는 국가가 아니다. 폐쇄적인 정치 체제와 강한 정보 통제 속에서 중국의 변화는 제한된 정보로만 전달된다. 그 빈틈은 '중국은 곧 붕괴한다'는 예언과 '중국이 미국을 압도할 것'이라는 신화가 번갈아 메운다. 하지만 현실의 중국은 그 어느 쪽도 아니다. 국가는 첨단 기술과 제조업으로 세계를 흔들 만큼 강력해졌지만, 사회는 청년실업과 부동산 침체, 지방정부 부채, 심화되는 불평등과 강한 통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강한 국가와 취약한 사회'라는 역설을 중국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로 제시한다.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중국 현장을 취재하며 이러한 모순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에 대한 관점이 흥미로웠다. 미국이 국제질서를 흔들고 미국 우선주의적 행보를 보일수록 중국은 이를 '미국 없는 아시아'와 '미국의 대안으로서의 중국'이라는 메시지를 확산할 기회로 활용한다고 설명한다. 동시에 미국의 강경한 대중국 압박은 역설적으로 시진핑 체제의 내부 결속과 국제적 명분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나아가 동맹 역시 영원한 가치가 아니라 국가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국제정치의 현실을 강조하며, 한국 역시 미국의 전략에 무조건 편승하기보다 미·중 경쟁이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중국은 적인가, 아닌가'가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시대에 한국은 중국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하는가이다. 중국을 경계하는 것과 중국을 혐오하는 것은 다르다. 경쟁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감정보다 분석이 앞서야 한다. 중국을 혐오하거나 숭배하는 태도는 모두 현실적인 전략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중국의 강점과 한계를 함께 읽어내고, 그 변화가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중국을 옹호하거나 악마화하기보다, 중국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이 현실적인 선택을 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말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07/8/cover150/k88213087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070817</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움푹 파인 마음을 메우는 일 - [요주의 인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68838</link><pubDate>Wed, 01 Jul 2026 22: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6883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62130878&TPaperId=1736883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05/36/coveroff/k16213087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62130878&TPaperId=1736883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요주의 인물</a><br/>황지영 지음, 불키드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06월<br/></td></tr></table><br/>
친구들이 두려워하는 친구는 누굴까? 

싸움을 잘하는 친구? 말을 험하게 하는 친구? 아니면 늘 말썽을 일으키는 친구?

『요주의 인물』은 의외의 답을 들려준다. 친구와 다툼이 생길 때마다 부모가 대신 해결해 주는 친구. 아이들은 이찬을 무서워한 것이 아니라, 이찬이 부모님에게 말하는 그 순간을 더 두려워했던 것이다. 이찬도 그것을 알았기에 이번에는 달라지기로 마음먹는다. 평범한 친구가 되고 싶었고, 스스로 친구들과의 관계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러나 부모의 사랑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찬을 더욱 외롭게 만들었다. 부모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움직였지만, 그 과정에서 이찬은 사과할 기회도, 오해를 풀 기회도, 친구들과 다시 관계를 맺을 기회도 잃어버렸다. 결국 이찬의 움푹 파인 외로움을 만든 것은 친구들의 거리두기만이 아니었다. 스스로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잃게 만든 부모의 과잉보호가 그 외로움을 깊게 만들었다.

이 책을 보면서 이찬에게 해결할 기회를 주었다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나섰지만, 그때마다 이찬은 스스로 사과하고, 오해를 풀고,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잃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는 일이다. 넘어지는 경험도, 다시 일어서는 경험도 하지 못한다면 아이는 성장할 수 없다. 현실에서도 부모가 성인이 되었음에도 자녀의 문제를 끝까지 대신 해결해 주는 모습을 종종 접한다. 하지만 부모의 역할은 아이 대신 살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보고 믿어 주는 것이 아닐까.

『요주의 인물』은 어른의 시선이 아니라 아이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바라보게 만든다.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 뿐만 아니라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에도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이들의 움푹 파인 마음을 들여다보고 상처받은 마음과 마음을 잇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아이들의 갈등을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어른의 방식이 먼저 개입될 때, 아이들이 스스로 관계를 회복할 기회는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05/36/cover150/k16213087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053603</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면 인간일까. - [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62220</link><pubDate>Mon, 29 Jun 2026 15: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6222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92139247&TPaperId=173622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81/25/coveroff/k692139247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92139247&TPaperId=1736222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a><br/>성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6월<br/></td></tr></table><br/>
인비인이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사람이 아닌 것, 혹은 사람이어야 마땅하지만 사람이기를 스스로 멈춘 존재를 뜻한다. 작가는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었던 일상을 흔들며 현대사회에서 '인간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귀신이 등장하는 자극적인 공포가 아니라 점점 더 비인간적으로 변해가는 인간들의 민낯을 들추어내는 서늘한 공포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책은 '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세 가지 시간의 축을 바탕으로 총 9편의 단편을 엮어낸다.

세상은 생각보다 회색지대에 있는 방관자에 의해 불합리하고도 교묘하게 썩어간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손쉽게 빠져나와 안온하게 살며 죄책감과 양심을 구석에 밀어두며 살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죄책감이나 양심, 그리고 있었던 일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피해자의 고통보다 자신의 무고함이 더 중요한 인간의 비인간성이 드러난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을 증명하듯 성해나의 &lt;인비인&gt;은 간담을 서늘케 한다. 그저 그들의 마음 한구석이 서서히 썩어 결국 스스로를무너뜨리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마저도 또 다른 '인비인'의 모습은 아닐까.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매일〉이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상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인물의 모습이 서글펐다. 나 역시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해하면서도 타인의 일상을 사고팔고, 정작 자신의 진짜 삶은 잃어버리는 공허함과 허무함이 서늘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그 모든 일이 특별하게 일어나는 비극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익숙함은 때로 가장 무서운 공포가 되기도 하니까.

기술의 발전 속에서 인간의 노동은 도구로 전락한다. 안드로이드는 그저 존재할 뿐이지만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 기계는 인간을 위협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 인간다움을 포기하는 인간이 가장 큰 위협이다. 기계를 조종하는 것도, 스스로 행동하는 것도 모두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비인간성이다. '인비인'이란 특정 시기에 나타나는 괴물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는 순간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81/25/cover150/k692139247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812549</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나도 누군가의 H가 되고 싶어진다. - [나를 균열내기 - 뒤라스, 카뮈, 에르노를 지나 다만 내가 되기 위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51033</link><pubDate>Tue, 23 Jun 2026 16: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5103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139844&TPaperId=1735103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44/77/coveroff/k90213984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139844&TPaperId=1735103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를 균열내기 - 뒤라스, 카뮈, 에르노를 지나 다만 내가 되기 위해</a><br/>신유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6월<br/></td></tr></table><br/>프롤로그를 읽는 순간부터 이 책에 빠져들었다. 한 단어, 한 문장을 곱씹으며 오래 마음에 남겨두고 싶었다. 하지만 좋은 문장을 온전히 이해하는 일도, 그것을 내 안에 남기는 일도 쉽지 않다는 사실을 매번 깨닫는다. 그럼에도 이 책은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과 더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을 동시에 샘솟게 했다.

『나를 균열 내기』라는 제목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내가 아닌, 본연의 나를 마주하겠다는 다짐처럼 느껴졌다. 책 속에서 저자는 여러 문학가를 만나고, 그들의 작품과 삶을 탐색한다. 그러나 결국 그 여정은 타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문학가들의 언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 역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책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막’이라는 표현이었다. 저자는 자신에게도 매끄러워 보이는 막이 있다고 말한다. 무던하고 모난 곳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타인의 시선 앞에서 자신의 울퉁불퉁한 삶을 감추기 위해 뒤집어쓴 막. 뾰족한 자신을 버거워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모서리를 접고 또 접다 보니, 오래 접힌 곳은 잘려 나간 것과 다르지 않게 되었다는 고백이 깊이 와닿았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과 실제의 나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존재한다. 매끄럽고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자신을 다듬고 감추며 살아왔다. 이 책에서의 균열 앞에서도 나는 나의 매끄러운 막을 걷어낼 용기가 없다. 아마 이 책을 덮고 나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게 진정 매끄러운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타인을 선망하고 그러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욕망한다. 그 매끄러운 표면 아래에는 무엇이 있는가. 접어둔 모서리를 펼치면 어떤 모습이 드러나겠느냐는 질문을 따라가기로 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H에 관한 이야기였다. H는 두 개의 I와 그 사이를 잇는 하나의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그것을 내 안에 깊숙이 가둬둔 언어와 그것을 깨부수고 꺼내는 또 다른 언어, 그리고 그 둘을 격렬하게 이어주는 글쓰기로 해석한다. 이 책에서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나 표현이 아니다. 자신도 알지 못했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내려가는 과정이며, 침묵 속에 묻어둔 언어를 세상 밖으로 꺼내는 행위다.

“내려가 봐야 한다. 그래야 그 바닥에 무엇이 있는지 또 무엇을 부수고 올라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이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흔히 성장이나 변화가 위로 올라가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먼저 내려가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 안의 심연과 마주하고, 설명되지 않는 고통과 두려움을 들여다보고, 감추어둔 것들을 발견해야만 비로소 새로운 자신으로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균열 또한 괜찮다는 위로를 받았다. 나를 숨기고 접어두었던 시간마저도 나의 일부이며, 언젠가 그 모서리를 다시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얻었다.

또한 이 책은 문학이 정답을 주는 일이 아니라 질문을 남기는 일임을 보여준다. 설명되지 않는 죽음과 고통, 이해할 수 없는 삶의 아이러니 앞에서 문학은 대신 답해주지 않는다. 다만 너무 쉽게 잊히고 사라지지 않도록 질문을 던진다. 기억하지 않는 것은 사라지고, 없던 일처럼 살아가다 보면 정말 없던 일이 되어버린다는 문장이 오래 남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문학을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것 역시 균열 내기의 한 과정일 것이다. 저마다의 비극과 심연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작품을 읽고도 서로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문학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움이 단순한 자극의 언어로 소비되는 시대에, 이 책은 오히려 자신 안의 낯선 곳으로 향하는 새로움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이 책이 균열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미 균열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저자가 문학가들의 언어를 통해 자신을 마주했듯, 독자 역시 책을 통해 자기 모습을 보게 된다. 책 속의 누군가가 저자의 H가 됐던 것처럼, 저자의 글은 또 다른 누군가의 H가 된다.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통해 연결된다. 결국 글을 읽고 쓰는 일은 서로의 H가 되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는 서로의 H가 되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44/77/cover150/k90213984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447729</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30년 뒤의 나를 떠올리며. - [행복노화 - 이시형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45400</link><pubDate>Sat, 20 Jun 2026 16: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4540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12139748&TPaperId=1734540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36/35/coveroff/k71213974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12139748&TPaperId=1734540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행복노화 - 이시형의</a><br/>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6년 06월<br/></td></tr></table><br/><br>부족함의 시대는 가고 과잉의 시대가 왔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보다 '어떻게 잘 늙어갈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시형 박사의 『행복노화』는 노화를 단순한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습관이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내 삶의 조각들을 맞추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저자는 행복한 노년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br>행복노화의 5대요건은 다음과 같다. 건강, 장수, 경제, 좋은 인관관계, 사회적 역할. 이중에 한가지라도 부실하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이렇게 오래살줄 몰랐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말이다.<br>아리스토텔레스가 행복한 삶은 감정이 아니라 이성에 따르는 삶이라고 했던 말을 인용한다. 어떻게 늙어갈지 고민하며 30년 후의 나를 떠올려 보라고 조언한다. 노화는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이다. "내가 비록 초라한 처지에 놓여 있을지라도, 내 삶이 거대한 우주의 섭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단단한 믿음, 그리고 공동체와 인류를 향한 숭고한 사명감을 품고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영적으로 건강하다." 라는 문장이 인상깊었다.<br>행복노화를 위해 처음으로 해야할 것은 과잉섭취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생존 스위치를 작동하지 않아 배고프지 않은데 계속 먹는 '배부른 영양실조형'이 많다고 했다. 반공복 상태(하루 최소 12시간 공복 유지)를 유지해 유전자 속 '생존 스위치'를 켜야 대사와 순환이 원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도파민적인 과잉 자극을 버리고, 내면의 평온을 찾는 '세로토닌적 생활방식'을 제안한다.&nbsp;<br>체질을 튼튼히 하고 식단을 관리하는 노력의 바탕에는 '정신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무리 영양이 좋은 음식을 먹고 오래 산다 한들, 내면이 무너져 있다면 그 노년은 비참할 수밖에 없다. 특히 노년기에 접어들면 젊음, 건강, 직함 등 눈에 보이는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때 상실감에만 매몰되면 절망에 빠지지만,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이 시기를 흩어져 있던 내 삶의 조각들을 하나로 모아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라는 후회 대신 "그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다"고 삶을 수용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br>복잡한 세상 속에서 마음의 주권을 되찾고 싶다면, 오늘부터 잠시 업무를 멈추고 지금의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한다고 말한다. 행복은 남보다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오늘 더 평온해지는 데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라고 한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절망이 아닌 파란색 희망의 점으로 바꾸는 건 온전히 나에게 달렸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노화를 단순히 신체의 쇠퇴가 아니라 삶을 통합해 가는 과정으로 바라본 시각이었다. 건강관리법보다도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36/35/cover150/k71213974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363544</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30년 뒤의 나를 떠올리며. - [행복노화 - 이시형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45394</link><pubDate>Sat, 20 Jun 2026 16: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4539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12139748&TPaperId=1734539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36/35/coveroff/k71213974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12139748&TPaperId=1734539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행복노화 - 이시형의</a><br/>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6년 06월<br/></td></tr></table><br/><br>부족함의 시대는 가고 과잉의 시대가 왔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보다 '어떻게 잘 늙어갈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시형 박사의 『행복 노화』는 노화를 단순한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습관이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내 삶의 조각들을 맞추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저자는 행복한 노년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br>행복 노화의 5대 요건은 다음과 같다. 건강, 장수, 경제, 좋은 인간관계, 사회적 역할. 이 중의 한 가지라도 부실하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말이다.<br>아리스토텔레스가 행복한 삶은 감정이 아니라 이성에 따르는 삶이라고 했던 말을 인용한다. 어떻게 늙어갈지 고민하며 30년 후의 나를 떠올려 보라고 조언한다. 노화는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이다. "내가 비록 초라한 처지에 놓여 있을지라도, 내 삶이 거대한 우주의 섭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단단한 믿음, 그리고 공동체와 인류를 향한 숭고한 사명감을 품고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영적으로 건강하다."라는 문장이 인상 깊었다.<br>행복 노화를 위해 처음으로 해야 할 것은 과잉섭취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생존 스위치를 작동하지 않아 배고프지 않은데 계속 먹는 '배부른 영양실조형'이 많다고 했다. 반 공복 상태(하루 최소 12시간 공복 유지)를 유지해 유전자 속 '생존 스위치'를 켜야 대사와 순환이 원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도파민적인 과잉 자극을 버리고, 내면의 평온을 찾는 '세로토닌적 생활 방식'을 제안한다.&nbsp;<br>체질을 튼튼히 하고 식단을 관리하는 노력의 바탕에는 '정신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무리 영양이 좋은 음식을 먹고 오래 산다 한들, 내면이 무너져 있다면 그 노년은 비참할 수밖에 없다. 특히 노년기에 접어들면 젊음, 건강, 직함 등 눈에 보이는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때 상실감에만 매몰되면 절망에 빠지지만,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시기를 흩어져 있던 내 삶의 조각들을 하나로 모아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라는 후회 대신 "그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다"라고 삶을 수용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br>복잡한 세상 속에서 마음의 주권을 되찾고 싶다면, 오늘부터 잠시 업무를 멈추고 지금의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행복은 남보다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오늘 더 평온해지는 데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라고 한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절망이 아닌 파란색 희망의 점으로 바꾸는 건 온전히 나에게 달렸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노화를 단순히 신체의 쇠퇴가 아니라 삶을 통합해 가는 과정으로 바라본 시각이었다. 건강 관리법보다도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36/35/cover150/k71213974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363544</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이름을 잃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 - [이름의 빈자리에 - 괴물, 여성, 망자, 호명되지 못한 존재들에 대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23749</link><pubDate>Mon, 08 Jun 2026 17: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2374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72139096&TPaperId=173237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11/12/coveroff/k67213909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72139096&TPaperId=1732374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름의 빈자리에 - 괴물, 여성, 망자, 호명되지 못한 존재들에 대해</a><br/>권혁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6월<br/></td></tr></table><br/>같은 이름이라 할지라도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간다. 이름이라는 기호 아래에는 타인과 대체될 수 없는 유일한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어진 이름보다 각자가 선택하고 만들어 온 삶의 방향을 따라 살아간다. 『이름의 빈자리』는 인간에게 있어 이름이 지닌 의미를 탐구하는 한편, 다양한 작품 속에서 자의에 의해 혹은 타의에 의해 이름을 잃고 살아가는 무명의 존재들을 불러낸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삶의 흔적과 이름의 빈자리가 무엇을 말하는지 되묻는다.

이름이 사라진 자리에서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 고유함과 삶의 흔적은 단지 주관적인 믿음에 불과한 것일까. 『이름의 빈자리』가 소환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그들은 이름을 잃었음에도 기억하고 사랑하며 상처받고 욕망하는 존재로 살아간다. 이는 이름의 부재가 곧 존재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이름이 비워진 자리는 한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묻게 만든다. 결국 한 사람을 규정하는 것은 이름이라는 표식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시간과 기억, 그리고 삶의 흔적이다.

여기서 자연스레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개명을 한 나와 이전의 이름으로 살아가던 나는 과연 다른 사람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그 이름 아래 축적된 기억과 경험, 그리고 삶의 궤적은 단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이름이 타인으로부터 주어진 표식이었다면, 지금의 이름은 스스로 선택한 삶의 방향을 담아낸 표식에 가깝다. 이름이라는 외피는 달라졌을지라도 그 안에서 살아온 존재는 이어진다. 새로운 이름은 과거를 지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더 온전히 설명하기 위한 언어다. 그런 의미에서 『이름의 빈자리』는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결국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단연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대한 해석이다. 이 작품은 여름날의 찬란한 첫사랑을 그린 영화로,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그러면 나의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라는 대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처음 이 대사를 들었을 때는 사랑의 절정을 표현한 낭만적인 고백 정도로만 여겼다. 그러나 『이름의 빈자리』는 이를 이름과 존재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새롭게 읽어낸다.

서로의 이름을 바꾸어 부른다는 것은 단순한 애정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한 존재를 자신의 내면 깊숙이 받아들이고, 동시에 자신의 존재 또한 상대에게 내어주는 행위다. 책에서 이를 "한 존재를 내 속으로 받아들이는 일, 나를 한 존재의 속으로 온전히 들이미는 일"이라고 표현한 대목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 장면은 이름이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한 사람의 존재를 담아내는 그릇임을 보여준다. 또한 이름을 공유한다는 것은 결국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가장 깊은 형태의 사랑일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름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이름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이름은 우리를 부르는 표식에 불과하지만 우리를 완성하는 것은 그 이름 아래 쌓인 기억과 관계, 그리고 삶의 흔적이다. 그래서 이름이 비워진 자리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존재하며,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11/12/cover150/k67213909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111242</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케이팝을 사랑한다는 건, 배신당할 각오로 죄 없는 음악에 열광하는 것. - [펑펑 - 나를 울리고 너를 배반하며 이룩되는 케이팝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20727</link><pubDate>Sat, 06 Jun 2026 22: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2072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139973&TPaperId=1732072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01/89/coveroff/k91213997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139973&TPaperId=1732072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펑펑 - 나를 울리고 너를 배반하며 이룩되는 케이팝 이야기</a><br/>복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5월<br/></td></tr></table><br/><br>언제나 나를 배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 장르를 사랑하는 건 각오를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케이팝은 우리 곁에 있었지만 늘 배신했고 즐겁게 만들었다. 완벽한 성숙도 영원한 의리도 보장하지 않지만,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늘 케이팝을 담아두고 있었다. 시스템의 기만과 얄팍한 상술, 때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환멸을 일으켜 눈물을 펑펑 쏟아지게 만드는 세계다. 이 지독하고도 모순적인 케이팝을 이야기하자면 ‘슬픔의 케이팝 파티’ 기획자, 복길 작가의 신작 &lt;펑펑&gt;을 펼쳐보는 것을 추천한다. 케이팝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말이다.

언젠가 팝송만 들었던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을 들여다보니 실은 단 한 순간도 케이팝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때 온 마음을 다해 엑소의 세계관 엑소더스를 유랑하며 〈피터팬〉의 영원을 믿기도 했던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차마 음악은 미워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lt;펑펑&gt;은 케이팝의 화려함을 찬양하거나 냉소적으로 비판하지도 않는다. 대신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했던 기억과 그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들을 차분히 들여다본다.

이 책은 케이팝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친다. 힘들 때는 위로가 되어주었고, 즐거울 때는 두 배의 기쁨을 얹어주었던 음악. 그러나 그 사랑은 언제나 불안정하다. 영원을 약속하던 노래도, 무대를 채우던 사람도, 팬의 마음도 끝내 변하고 흔들린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책은 그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의 이유를 솔직하게 설명한다. 

그가 말하는 순간이 모두에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특정 아이돌의 이름과 무대, 팬덤 문화에 대한 기억은 누군가에게는 낯선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책이 기록하는 것은 특정 팬덤의 역사가 아니라 그 시절을 반영한 노래들,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문득 재생하게 되는 마음의 흔적들이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01/89/cover150/k91213997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018971</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나만의 방에서 나오는 일. - [나만의 방 (초판 한정 양장)]</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17261</link><pubDate>Thu, 04 Jun 2026 21: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1726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9198&TPaperId=1731726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12/24/coveroff/k56213919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9198&TPaperId=1731726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만의 방 (초판 한정 양장)</a><br/>뤼도비크 르콩트 지음, 장소미 옮김 / 특별한서재 / 2026년 05월<br/></td></tr></table><br/>자기만의 방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왜 나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지, 갇혀 있으면서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해 더욱 답답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작은 숨통이 되어준다. 모두가 학교로, 일터로 나아갈 때 혼자만 멈춰 서 있는 듯한 기분, 그 죄책감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선택했던 방이 어느새 감옥이 되어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나 또한 알고 있다.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왜 그토록 극복하기 어려웠는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당시 사회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쉽게 '실패자'로 규정했다. 잠시 쉬어갈 틈조차 허락되지 않는 삶 속에서 정해진 길을 벗어나거나 잠시 멈춰 서기만 해도 낙오자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그렇게 고립은 시작된다.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춰 걷지 않는 사람들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낙인과 조롱은 회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것은 고립을 해소하지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는 무책임한 비난이다.

그래서 이 책은 가장 다정한 방식의 구원을 제시한다. 자기만의 방에 갇혀 있던 사람들을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해 주는 것이다. 같은 아픔과 혼란을 겪고 있는 이들을 만나며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나라고 안 될 게 뭐야?"라는 작은 용기를 품게 된다. 마음의 감옥을 깨고 들어오는 연결은 변화를 만든다. 백 마디의 위로보다 작은 하나의 행동이 더 쉽고 강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세상을 향해 다시 발을 내딛게 하는 단단한 효능감이 깨어난다.

방에서 나와 다시 나로서 세상과 마주하는 일은 거창한 결심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회가 규정한 실패자의 틀을 벗어던지고 꾸며내지 않은 나만의 이야기로 삶의 여백을 채워 나갈 때 변화는 시작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 만든 감옥 속에서 마음을 찢어가며 숨죽여 울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다시 문고리를 잡을 용기를 건네는 가장 따뜻한 마중이자 숨통이 되어주기를 바란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12/24/cover150/k56213919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122450</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투표함이 닫힌 뒤에 남는 것들 - [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 대한민국 정책 생태계의 민낯과 가능성]</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17037</link><pubDate>Thu, 04 Jun 2026 19:3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31703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9879&TPaperId=1731703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380/45/coveroff/k99213987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9879&TPaperId=1731703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 대한민국 정책 생태계의 민낯과 가능성</a><br/>이창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6월<br/></td></tr></table><br/>선거철만 되면 쏟아지는 선거공약과 떠들썩한 선거유세는 투표 당일이 지나고 나면 거짓말처럼 수그러든다. 마치 단기 이벤트가 치뤄진 것처럼. 유세의 장이 사라진 자리에서 우리는 늘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현재의 정치는 국민을 제대로 대표하고 있는가? 이 무거운 질문의 블랙박스가 되어줄 책이 바로 이창곤의 &lt;정책은 왜 실패하는가&gt;다.

선거가 끝나도 시민들의 삶은 매일 이어진다. 그리고 정책은 시민들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때로는 평범한 시민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들이 불쑥 등장하곤 한다. 뒤늦게 비판 여론에 밀려 사과와 함께 철회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허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고민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일까. 시민의 상식과 이토록 괴리되어 있다면, 과연 그들이 우리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까. 현장의 목소리와 동떨어진 탁상공론을 마주할 때마다 느끼는 황당함과 무력감의 근원을 이 책은 정면으로 파고든다.

책은 한국 정당 정치가 마주한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한국의 정당은 이념과 정책 경쟁보다 선거 승리에 집중하는 ‘포괄 정당’의 성격이 강해졌고, 그 결과 시민의 요구를 반영할 정책 논의의 장은 점차 약화되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시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정책 의제를 장기적으로 고민하기보다 선거 주기에 맞춰 급조된 공약들이 국정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중앙대학교 장훈 교수가 한국의 정책 정당을 두고 “밤하늘의 북극성과 같다”고 표현한 대목은 이러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특히 정치인들 스스로 정책 역량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채 관료 조직과 사적 캠프에 의존하는 구조, 그리고 입법보다 시행령에 기대는 ‘시행령 정치’가 반복되는 현실을 정책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우리가 종종 마주하는 황당한 정책들은 개인의 실수보다 이러한 구조적 결함 속에서 탄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실패를 멈추기 위해 시민은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먼저 선거만으로 시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는 통념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몇 년에 한 번 돌아오는 투표만으로는 정치 구조를 바꾸기 어렵고, 시민의 참여는 선거일 하루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책이 만들어지고 집행되는 전 과정을 꾸준히 감시하고 평가하는 시민적 참여가 민주주의의 중요한 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동시에 저자는 시민 참여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도 지적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선거 중심의 정치 관행을 극복하기 위해 권력 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다만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들은 방향성에는 공감이 가면서도 다소 원론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정책 정당의 육성, 권력 구조 개편, 시민 참여 확대 모두 중요한 과제임에는 분명하지만, 이를 현실 정치 속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경로는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제시된다. 특히 해법의 상당 부분이 정치권의 의지와 제도 개혁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변화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독자마다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치는 완벽한 해답을 제시하는 데 있기보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정치 구조를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데 있다.

결국 저자가 지향하는 종착지는 명확하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정책은 정부와 국회, 사법부 같은 제도권 권력과 정치인, 교수 등 일부 엘리트 집단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시민단체와 언론은 주변부에서 이를 견제해 왔지만, 정작 시민은 완성된 정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위치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이러한 구조를 넘어 모든 주체가 상호 소통하고 견제하는 유기적인 ‘정책 생태계’의 구축을 제안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격렬한 소수의 독재를 넘어, 침묵하는 다수의 평범한 일상을 지켜낼 것”이라고 표현한다.

책은 단순하게 정책 실패의 사례를 나열하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치 구조의 문제를 추적하고, 시민이 정치와 정책을 바라보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선거가 끝난 다음 날에도 왜 우리가 정치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지, 그리고 민주주의가 투표만으로 완성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시의적절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380/45/cover150/k99213987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3804597</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지적하는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알려주는 ‘선배’는 없다. - [출근길의 주문 - 일하는 여자들을 지탱하는 언어와 관계, 그리고 마음, 개정증보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98557</link><pubDate>Tue, 26 May 2026 20: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9855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139565&TPaperId=1729855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368/70/coveroff/k45213956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139565&TPaperId=1729855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출근길의 주문 - 일하는 여자들을 지탱하는 언어와 관계, 그리고 마음, 개정증보판</a><br/>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6월<br/></td></tr></table><br/>

요즘, 여성 혹은 젠더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을 마주할 때, 긴장감이나 피로감이 느껴지곤 한다. 꼬투리를 잡아 상대가 항복을 외칠 때까지 비난을 끝내지 않는 사회 분위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도 처음 &lt;출근길의 주문&gt;을
펼쳤을 때, 첫인상 역시 다르지 않았다. 책의 어떤 문장들은
날이 서 있고, 때로는 강한 어조로 순간적으로 ‘움찔’하게 만드는 지점들이 있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이
책의 본질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오래 일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한다. 이유는 수많은
선배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남성들과는 다르게 여성들에게는 롤모델이 많이 없다는 것이다. 조직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연차가 쌓였을 때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고 하나 여성들이 결혼하면 출산으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는 여성 선배와 동료들을 지켜봐 온
저자의 안타까움이 여기에서도 느껴졌다.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문장이 아니라 아등바등 버티다가 지치는
이들이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의 강한 어조이었다.



처음엔 성별로 구분하는 문장들에 거리감이 느껴졌지만, 현실 속에서
출산 휴가를 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여성 선배를 떠올리자, 책의 메시지가 다르게 읽히기 시작했다. 표면으로 드러나는 여성이라는 단어보다 메시지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였다. 사실
현대 사회는 지적하는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이 책이 사회
선배로서의 조언으로 보였다. 사회 초년생부터 후배를 둔 직장인이 모두 해당할 것이다. 책에서는 일터에서 나약해지지 않고 당당하게 자립하기 위한 기본 예절과 실전 대처법을 다루고 있다. ‘예의를 차리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면서도 무례하지 않은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미움 받지 않기 위해 또, 튀지 않기 위해 과도한 쿠션어를
남발하곤 한다. 누군가 알아채 주길 바라는 모호한 암시는 자신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좋지 않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이러한 언어 습관을 과감히 걷어내고, 내 뜻을 명확하게 전달하되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태도를 갖추라고 조언한다. 그것이 바로 조직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의견을 내는 당당함이 무례함이나 꼰대 짓으로 변질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요구하지 않은 가르침은 그저 자기 자랑이나 잔소리에 불과하다는 말과 입은 무겁고 뒤탈은 없어야 비로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나도 힘들었으니, 너도
당해봐라." 식의 옹졸한 마음 대신, 평범한 개인들이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이었다. 나로서 내 삶의 키를 꽉 잡는 것,
쓰임을 위해 나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것. 오늘도 출근길의 주문을 외우며, 우리는 일터에서 한 뼘 더 단단해진다.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368/70/cover150/k45213956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3687047</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나와 타인의 세상을 조율하는 법 - [내일은 내일에게 (청소년판) - 숨이 막힐 때 주문처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84193</link><pubDate>Mon, 18 May 2026 17: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28419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52138605&TPaperId=1728419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94/36/coveroff/k15213860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52138605&TPaperId=1728419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내일은 내일에게 (청소년판) - 숨이 막힐 때 주문처럼</a><br/>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6년 05월<br/></td></tr></table><br/>

어른들이 다정했으면 좋겠다. 설령 다정스러움을 배우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내일이나 마찬가지인, '내일'의 아이들에게 다정함을 베풀면 얼마나 좋을까. 김선영 작가의 장편소설 &lt;내일은 내일에게&gt; 속 아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위태로울 만큼 비정하다. 살아내는 것 자체가 속도가 나지 않는 ‘저지대’의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은 자신도 위태로움을 느낀다. 목적의식 없이 삶을 살아내야 하는 이 잔인한 세계에 작가는 섣부른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작위적인 구원 대신 누군가의 다정함을 조금씩 밀어 넣는다. 비록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그 다정함이 곁에 존재한다면, 오늘을 겨우 버텨낸 아이들도 마침내 다가올 내일을 기대하게 되지 않을까. 이 작은 온기가 비정한 현실을 ‘회복’의 가능성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소설이 비추는 공간은 햇빛이 들지 않는 '저지대'다. 재개발도 비껴간 동네. 주인공 연두가 살아가는 이 낙후된 동네는 주변과는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결핍이 대물림 되는 현실도, 앞이 막막한 미래도 연두에겐 달갑지 않다.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현실 속에서도 연두는 좋아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것도 멈추지 않는다. 변화는 뜻밖의 공간에서 시작된다. 집 앞에 새로 생긴 '카페 이상'에서의 아르바이트에서부터다.

바깥의 세상과는 다르게 부드러움과 달콤한 향기가 퍼지고, 사장님의 손에 의해 따뜻한 온기가 내려지면 얼어붙은 마음이 녹아내린다. 이전과는 달라진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니 혼자인 것 같았던 저지대의 밤이 다르게 보였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결핍을 안고 이 부드러운 완충지대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커피를 내리는 행위는 단순히 음료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나와 타인의 세상을 조율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기도 하다. 타인에게 온전히 초점을 맞추는 일처럼 보이지만, 결국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를 통해 누군가의 세상을 본다는 건, 타인에게만 맞추어지던 시선이 마침내 내 안의 중심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아마 연두는 이상 카페의 사장님처럼 다정함을 가득 품고 있는 어른이 되지 않을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94/36/cover150/k15213860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2943658</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