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김민지님의 서재 (김민지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Mon, 06 Apr 2026 05:27:06 +0900</lastBuildDate><image><title>김민지</title><url>http://image.aladdin.co.kr/img/blog2/manage/profileimg.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김민지</description></image><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천 년을 견딘 약속, 도깨비불처럼 밝혀진 우리 안의 진심 - [25시 도깨비 편의점 3]</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96337</link><pubDate>Sat, 04 Apr 2026 16:1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9633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7406&TPaperId=1719633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9/13/coveroff/k82213740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7406&TPaperId=1719633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25시 도깨비 편의점 3</a><br/>김용세.김병섭 지음, 글시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03월<br/></td></tr></table><br/>평범한 일상에 스며든 이 판타지 소설은 어느덧 세 번째 이야기로 돌아온 &lt;도깨비 편의점 3&gt;. 아이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따뜻한 위로의 공간이 다시 문을 열었다. 이번 시리즈에는 천 년 전 길달과 도깨비 비형의 가려진 서사를 보여주며 시공간을 초월한 인연의 애틋함을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도깨비 편의점을 찾은 손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운'과 '성장'에 깊이 있는 통찰을 건넨다. 우리 일상 곳곳에 숨어있는 '진심'이라는 이름의 도깨비불을 하나둘 밝히는 책이다.
이번 3권의 백미는 단연 길달과 비형의 서사다. 아홉 개의 촛불이 모두 꺼져야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었던 길달은 어둑시니의 방해로 위기를 맞이한다. 소멸하거나 악귀가 되어야 하는 운명 앞에서 비형은 선택해야 했다. 그 비극 앞에서 "천 년의 시간이 흐르고 기인을 만나면 도깨비 시간에서 깨어나리라" 라는 말을 남긴 채,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금발 머리의 길달과 도깨비불을 쫓던 비형이 25시 편의점의 현대적 공간에서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이 저번 책에서 또 밝혀지면서 이 서사에 깊이를 더한다. 숨겨진 이들의 사연은 『삼국유사』 속 비형랑과 길달의 설화를 모티브로 삼으며 역사 속 '복종과 처단'의 관계를 '희생과 애틋한 그리움'으로 재해석하며 고전의 현대적 변주를 보여준다.

이번 작품에서도 '황금 카드'는 중요한 아이템으로 등장한다. 도깨비 편의점은 없던 것을 단번에 채워주는 마법의 공간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가지고 있지만 부족했던 '용기'나 '힘'을 주는 공간에 가깝다. 책은 '운'이 요행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행운이 아니라 나 자신의 내면과 연결되어 있음을 역설한다. 행운과 불운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그것을 정의하는 것은 외부의 평가가 아니라 나의 해석이기 때문이다. 행운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은 다름 아닌 '용기'. 그런 의미에서 '황금 카드'는 마법을 통해 소원을 이루어주는 요술 방망이가 아니라 나 자신을 믿는 마음을 시험하고 증명하는 도구다.
&nbsp;"누군가를 아끼는 마음은 흉터를 낫게 하고 용기를 준다"라는 말처럼 땅과 하늘의 경계에 놓여 있는 도깨비 편의점이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것이 잘못된 일이든, 용기가 필요한 일이든 아이들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는다.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하는 책 속의 모습을 보며 우리에게도 필요한 태도임을 강조한다. 요즘 우리에게는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와 사과하는 진정성이 부족하다. 자기 잘못을 감추기 급급한 어른들이 세상에서 이 작품 속 아이들이 보여주는 '정면 승부'는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안겨준다.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도 타인을 아끼는 마음을 계속 가지고 살아간다면 도깨비 편의점의 문을 두드리지 않아도 책보다 더 마법 같은 변화를 맞이할지도 모른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9/13/cover150/k82213740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891348</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세상의 소음 한가운데에 기어이 나쁜 무리로 남기를 택하다. - [너의 나쁜 무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94378</link><pubDate>Fri, 03 Apr 2026 14:4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9437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137509&TPaperId=1719437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3/21/coveroff/k852137509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137509&TPaperId=1719437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너의 나쁜 무리</a><br/>예소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4월<br/></td></tr></table><br/>퇴근길 지하철에서 쏟아지는 타인의 통화 소리, 거리를 가득 메운 외침 사이에 개인의 목소리는 파묻힌다. 속삭이는 소리가 아닌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외침은 왠지 모르게 소음으로 다가온다. 세상은 자연스레 조곤조곤 말하는 사람보다 고성을 지르며 자신이 요구하는 바를 들어주는 큰 목소리의 사람의 요구를 들어주곤 한다. 그 소음에 매몰된 개개인의 목소리는 자연스레 '나쁜 무리'에 스며든다. 예소연의 소설집 『너의 나쁜 무리』는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 결핍의 구멍을 안고 살아간다. 이 구멍은 혼자서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작가는 이 결핍의 구멍을 억지로 메우려 들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을 ‘무리’로 묶어 세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무리가 완전하거나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의 통념이나 보편적인 선의 기준에서 비켜난, 이른바 ‘나쁜 무리’들의 결속이다. 하지만 작가는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는 오염되기 쉽고 자신을 잃어버리기 쉬운 존재이기에 이 모든 연대가 가능하다고. 설령 그것이 나쁜 무리의 속성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우리를 구제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뿐이다. 말하는 것도, 생각을 바꾸는 것도,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우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무리'라는 단어에 붙은 '나쁜'이라는 형용사이다. 겉으로 보기에 나쁘지 않고 오히려 보통의 무리인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기준에서는 나쁘다고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작품 속 '소란한 속삭임' 모임이 사실 사이비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고, 그 규칙을 들으며 더욱 거부감이 들었었다. 하지만 작가는 그 거부감이 나의 오만한 편견이었음을 꾸짖듯 나의 인식을 뒤흔들며 다른 전개를 이어간다. 그리곤 도덕적 잣대 대신 인물들의 내면 깊숙한 곳을 파고들며 거창한 구원이나 종교적 서사를 배제한다. 서로의 발밑에 놓인 사소한 진실들에만 집중하며 개인의 이야기는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게 된다. 타인의 슬픔과 맞물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 들어왔다.

작가의 문장은 때로 "살고 싶은 것과 죽고 싶지 않은 것은 다르다"라는 고백처럼 서늘하고, 때로는 "우리는 우리가 구제해야 하는 거야"라는 말처럼 뜨거운 온도를 가지고 있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온도 차가 극명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작가가 설계한 거대한 '결핍의 지도' 위에 서게 된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흩어져 있던 슬픔이 아주 우연히 교차하며 '나쁜 무리'라는 공동체가 뒤섞인다. 혼자서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결핍의 구멍들을 서로의 슬픔으로 채우며, 그들은 기어이 '나쁜 무리'로 남는다. 시끄러운 세상이 손가락질하는 그 '나쁜 연대'는 그들을 살게 하는 마지막 숨구멍이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3/21/cover150/k852137509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832113</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불행을 먹고 자란 것들에 대하여. -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78176</link><pubDate>Fri, 27 Mar 2026 23: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7817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7205&TPaperId=1717817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79/39/coveroff/k322137205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7205&TPaperId=1717817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a><br/>이동원 지음 / 라곰 / 2026년 03월<br/></td></tr></table><br/>
피해자를 만드는 각본과 연출은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 그곳에는 피해자가 없었음에도 가해자를 위해 작품이 존재했다. 이 기이한 연극의 시작은 경건한 예배당에서 시작된다. 성령에 젖어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여자와 그 눈물에 매료된 평범한 우체부가 만난다. 이들의 만남은 운명적인 로맨스로 끝맺을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선명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책은 그 경계가 얼마나 쉽게 흐려지는지를 한 남자의 시선으로 조용히 증명한다. 선의와 욕망이 뒤섞일 때, 인간은 자신이 어느 쪽에 서 있는지조차 잊는다. 이 작품이 불편한 이유는 주인공이 악인이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만큼이나 평범해서이다.

평범함은 결백의 증거가 아니다. 루틴을 지키고, 예배를 드리고, 부모님과 저녁을 먹는 삶이 한 사람을 선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이 책의 주인공이 공모자가 되는 과정은 극적이지 않아 더욱 무섭다. 누군가에게 이용당했지만 그것을 몰랐기에 익숙해졌고 그 결과물은 즐기게 만들었다. 평범한 사람이 악의 축이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영화 &lt;존 오브 인터레스트&gt;가 아우슈비츠 담장 밖의 평온한 일상을 통해 보여주었던 '악의 평범성'처럼, 이 작품 역시 악이 특별한 괴물의 자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속인다. 처음엔 그녀를 위해서, 다음엔 우리를 위해서, 마지막으로는 나를 위해서 라는 무수한 이유를 붙여 정당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그 아름다운 포장지는 물에 젖은 양심을 감추기엔 부족했다. 그 안에는 외면한 죄책감과 자신이 송두리째 뚫릴 만큼 폭력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39페이지의 “이젠 사랑따윈 안중에도 없다. 부질없는 감정 따위는 의미가 없다.” 라는 서늘한 말은 자신의 불행을 무기 삼아 타인의 불행을 식탁 위에 올린 공허였다. 불행을 먹고 남은 곳엔 또 다른 불행의 배설물만이 남아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79/39/cover150/k322137205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793987</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용기 한 코, 진심 한 땀 - [떠요떠요 할머니]</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56080</link><pubDate>Tue, 17 Mar 2026 17: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5608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02137980&TPaperId=1715608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07/99/coveroff/k80213798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02137980&TPaperId=1715608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떠요떠요 할머니</a><br/>오미경 지음, 김다정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02월<br/></td></tr></table><br/>마치 인어공주처럼 입을 닫아버린 아홉 살 단풍이. 단풍이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어쩐지 주변의 소란은 커져만 간다.  단풍이의 목소리를 대신해주며 ‘수호천사’를 자처하는 장미와, 단풍이에게 마법을 건 마녀를 찾아 목소리를 되찾아주겠다고 결심한 재윤. 아이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학교 앞 수상한 뜨개방, ‘떠요떠요 할머니’에게로 향한다. 공중에 둥실 떠 있는 가게와 알록달록한 주머니를 찬 할머니는 정말 단풍이의 목소리를 훔쳐 간 마녀일까?

하지만 단풍이의 침묵에는 마법이 아닌 현실의 상처가 원인이었다. 누구에게나 잊고 싶은 찰나가 있다. 아홉 살 단풍이가 입을 닫아버린 것도 그 때문이다. 커다란 용기를 내어 던진 다정한 진심은 친구들의 꺄르르 거리는 웃음소리에 먹혀 감당하기 어려운 '부끄러움'이 된다. 한순간의 용기가 비웃음으로 거대한 부담감으로 변했고 단풍이는 안전한 침묵 속으로 숨어버렸다.

할머니를 마녀로 의심하며 벌이는 아이들의 엉뚱한 시험과 소동은 역설적으로 단풍이의 닫힌 세계에 균열을 낸다. 용기도 한순간이고 부담감도 한순간이지만, 단풍이는 그 찰나를 통과해야만 진정한 내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부끄러운 찰나를 뚫고 다시 입을 열게 된 건 아주 단순한 찰나의 순간이었다. 할머니의 투박한 주문과 친구들의 서툰 진심이 단풍이의 '용기'를 깨워준 것이었다. “수리수리 마수리, 까지거 까지거!".

 세상의 모든 ‘오단풍’에게는 타인의 시선을 털어내고 한 발 내딛는 ‘배짱의 용기’를, 그 곁의 어른들에게는 아이의 닫힌 입술이 다시 달싹일 때까지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기다림의 용기’를 건넨다. 문득, 우리 집 근처에도 ‘떠요떠요 할머니’가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음이 잔뜩 엉킨 날, 할머니를 찾아가면 용기를 불어넣어 줄 주문 하나쯤은 툭 건네주시지 않을까. "수리수리 마수리, 마음아 펴져라! '주머니 쏙 용기, 입술 끝 톡 진심!" 같은거? 움츠러들었던 오늘이 마법처럼 흐릿해지고, 다시 내일을 향해 입술을 뗄 수 있게 만드는 할머니의 뜨개방. 그 다정한 공간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하나씩 생겨나길 바라본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07/99/cover150/k80213798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079945</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신의 형벌을 현재에 가져오다. - [전환기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54522</link><pubDate>Mon, 16 Mar 2026 22: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5452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6747&TPaperId=171545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24/6/coveroff/k75213674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6747&TPaperId=1715452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전환기관</a><br/>유진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3월<br/></td></tr></table><br/>살인을 저지른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살인을 한 순간 그의 육신은 피해자의 것이 된다. 이 시스템의 시작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피해자를 위해서 라는 명목에서 시작되었다. 사법 정의가 무너진 시대에 대중이 갈구하는 '가장 완벽한 인과응보 시스템'의 등장이었다. 가해자의 인권이 피해자의 고통을 압도하는 현실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은 신을 대신해 '전환'이라는 기술로 피해자가 부활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인간은 그런 부조리함에 해결책을 찾으려 했고, 죄를 심판하는 신과 사후세계를 만들어냈다(269p)의 결과물이 '전환 기관'이었다.

전환자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만큼 수사는 완전무결해야 한다. 한 사람의 숨을 끊고 다른 이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이 시스템에서 수사는 사실 확인 뿐만 아니라 형의 집행에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수사관 주승우가 직면한 압박은 271p 욕망과 거짓의 진창 속에서 진실을 꺼내고 최상의 정의를 집행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영역을 넘어 신의 형벌이라 할지 모를 이 절대적인 권한 앞에서 수사는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성역이어야 했다. '전환형'이라는 형벌로 범죄율은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고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이 심판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사법 기제에도 틈은 있었다. 그 균열은 '판단의 기준'에서 시작되었다. 피해자가 여러명일 경우 어떤 사람을 살려야 하냐는 것이다. 의사에게는 환자의 '회생 가능성'이라는 명확한 의학적 지표가 존재하지만, 한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쥔 재판관에게는 그런 절대적 기준이 부재했다. 그래서  재산, 나이, 성별, 그리고 가족 관계 그 어떤 것에도 생명의 우선 순위를 매기기 어려워 법정은 딜레마에 봉착한다. 재산이 많다고 해서, 나이가 젊다고 해서, 혹은 부양할 가족이 많다고 해서 그 생명이 다른 생명보다 더 '전환'받아야 마땅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기준의 부재는 가장 추악한 방식의 여론 재판을 불러왔다.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와 조회수에 눈이 먼 가짜뉴스 유포자들은 피해자 유족들의 지극히 사적인 정보까지 유출했다. 대중은 이에 동조했고 유족들은 서로 비방하게 만들었다. 누구를 살릴 것인가의 논의가 아니라 누가 더 죽어마땅한가를 따지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100p 전환과 전환형이 모든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라는 말처럼 시스템이 약속했던 '완벽한 정의'와는 거리가 먼 저열한 방식이 펼쳐진 것이다. 죽은 자를 불러오기 위해 산 자를 괴물로 만들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이 있었음에도 이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동력은 '완전무결함'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인간의 의지에 있다. 거대한 기계 장치의 부속품이 되기를 거부하고, 진흙탕 속에서도 진실의 원형을 보존하려 했던 주승우 같은 이들의 분투가 있었기에 이 세계는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이 이야기의 마무리가 불완전하면서도 희망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시스템의 승리가 아닌 인간의 고백에서부터였다. 또한, 진실 앞에 마주 선 개인의 양보와 용기를 통해 기계적인 전환보다 인간적인 회복에 주목하게 된다. 모든 것이 환상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진실을 바로잡으려는 정직함에 의해 '진실'이라는 올바른 선택지로 인도한다. 진실을 감당하려는 인간의 정직함과 용기는 현 시대에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24/6/cover150/k75213674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240655</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당신의 멈춰버린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할 ‘새벽’의 의뢰 - [새벽의 의뢰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47920</link><pubDate>Fri, 13 Mar 2026 13: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4792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136747&TPaperId=171479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24/11/coveroff/k85213674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136747&TPaperId=1714792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새벽의 의뢰인</a><br/>가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3월<br/></td></tr></table><br/>미스터리의 시작은 ‘부재’에서 시작된다. 10년 전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안개 속으로 사라진 친구를 잃고 경찰 조직을 떠난 최정훈과 부모의 실종으로 삶의 목적지를 잃은 서연우. 이들이 카페 새벽에서 만난 것은 우연이었을까. 이 평범하지 않은 만남은 우연에서 시작되어 서로의 공통 분모를 발견한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다. 카페 새벽은 단순히 배경으로 존재하지 않고 인물들이 마음을 열고 다시 만날 수 있는 소망을 품게 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이야기는 10년 전의 사건에서 예상치 못한 단서가 발견되며 급물살을 탄다. 놀랍게도 그 단서는 전혀 별개로 보였던 두 사건 사이에 깊은 연관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소설은 범인 추적이라는 장르적 본분에 충실하면서도, 기존 미스터리와는 궤를 달리하는 차별성을 둔다. 자칫 평범하게 흐를 수 있는 서사의 틈새마다 사건의 이음새를 촘촘하게 배치하여, 흩어진 파편들을 하나의 정교한 설계도로 완성해가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소설은 범인 찾기에 몰두하면서도 기존 미스터리 작품과는 조금 다른 차별성을 둔다. 그래서 자칫하면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를 사건 사이에 촘촘하게 배치함으로써 제대로 된 연결고리를 잇는 과정을 거친다. 작가의 이 정교한 설계도는 독자로 하여금 소설에 빠져들게 만드는데, 눈 앞에 펼쳐지는 장면이 생생하게 펼쳐진다는 것이다. 주인공 특유의 통찰력이나 민첩성은 상황을 답답하게 만들지 않는다. 이 시원한 전개가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이야기는 10년 전의 사건에서 새로운 단서가 발견되며 급물살을 탄다. 특유의 통찰력을 가진 서연우는 외로운 최정훈의 조력자가 되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직접 해결하지는 않더라도 다른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건 상당한 능력이었다. 현장에 직접 뛰어들지 않더라도 사건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연우의 능력은 정훈이 만약 그를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조수로 삼고 싶어 했을지도 모를 만큼 뛰어났다. 놀랍게도 그 단서는 놀랍게도 두 사건에 깊은 연관성이 있음을 가리킨다. 그 진실 속의 이야기 무엇이든 마주해야 했지만 그 무게를 감당하는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163p 이대로 가다 보면 어떻게든 마주하게 되겠죠. 라는 담담한 말 뒤에 숨겨진 비장함이 읽히는 이유다.
&nbsp;진실로 다가가지 못했던 두 인물은 사실 공허함에 시달렸다. 사건에 매달리면서 그런 시간은 사치라고 생각했을 뿐. 137p 무의미한 건 없다고 사실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에요. 라는 서연우의 말처럼 ‘의미‘를 찾아야했다. 사건의 진범을 잡는 것을 넘어 진실을 알고 싶으면서도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확인받고 싶었던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토록 다르면서도 비슷한 두 사람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며 서로의 새벽을 지켜주는 진정한 조력자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독자는 차가운 미스터리에서 따뜻한 인류애를 느끼게 된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는 쾌감보다, 홀로 고립되었던 두 세계가 맞물리며 서로를 구원하는 순간의 울림이 더 크게 다가온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24/11/cover150/k85213674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241117</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혐오를 넘어 연대로 - [차별을 훔치는 남자들 - 피해자의 자리와 억울함이라는 무기에 관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41770</link><pubDate>Tue, 10 Mar 2026 13: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4177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72136745&TPaperId=1714177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23/39/coveroff/k67213674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72136745&TPaperId=1714177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차별을 훔치는 남자들 - 피해자의 자리와 억울함이라는 무기에 관해</a><br/>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3월<br/></td></tr></table><br/>저자는 한국 사회의 젠더 이슈를 '도깨비 도로'에 비유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도깨비 도로는 실제로는 명백한 내리막길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지형과 환경이 만들어내는 착시 효과로 인해 오히려 오르막길처럼 보이는 기이한 구간이다. 저자에 의하면 오늘날 한국 사회가 이와 같다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과 폭력이 엄존하는 '내리막길'의 현실 속에서도, 사회는 교묘한 착시를 일으켜 도리어 '남성 역차별'이라는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고 굳게 믿어버린다고 주장한다. 객관적 사실과 통계마저 조롱의 대상이 되는 이 시대에, 책 『차별을 훔치는 남자들』은 이 거대한 왜곡의 근원과 일상화된 폭력의 민낯을 매우 집요하고 날카롭게 파헤친다.<br>가장 참담한 대목은 '혐오'가 어떻게 정치인에게 '기회'이자 손쉬운 '선거전략'으로 전락했는가를 짚어내는 지점이다. 정치권은 무한 경쟁과 줄 세우기만이 공정이라는 '그릇된 공정 감각'을 자극하며, 평등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위선자로 몰아붙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왜곡은 비단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서도 재생산된다. 배우 양자경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성들이여(And ladies),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말라"고 남긴 묵직한 수상 소감에서, 국내 한 방송사가 고의로 'And ladies'라는 핵심 주어를 삭제하고 보도한 사건은 매우 상징적이다. 우리 사회가 여성의 성취와 연대의 목소리를 얼마나 교묘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지워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촌극이자, 여전히 굳건한 유리천장의 단면이라고 말한다.<br>책에서 언급되는 &lt;소년의 시간&gt;의 문제의식처럼, 십 대 남성 청소년들이 이른바 '인셀(Incel, 비자발적 독신주의자)' 문화에 빠져드는 현상은 이제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징후가 되었다. 올바른 젠더 인식이 형성되기도 전에 또래 문화와 온라인 하위문화를 통해 혐오를 일종의 '유희'로 먼저 학습하는 소년들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들은 N번방이나 딥페이크 성착취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피해자들이 문란해서"라는 왜곡된 성인식으로 가해를 정당화한다. 책은 이들이 '왜 끔찍한 폭력에 가담했는가'라는 결과론적 심판에 머물지 않는다. 이 소년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나며 무엇을 보고 배우는지, 혐오를 오락처럼 소비하게 만드는 사회적 현상을 되묻는다.<br>저자는 남성들이 혐오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가부장제로부터의 탈피'를 든다. 현재 젊은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 했던 어머니 세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결혼이라는 제도 밖에서 주체적인 삶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남성들에게 '결혼'을 통해 남편이자 아빠가 되는 것은 여전히 자신의 능력과 정상성을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남아있다. 미디어에서 미혼 남성을 한없이 짠하고 동정적인 시선으로 그려내는 반면, 흠결 있는 기혼 남성의 모습을 향해서는 "저런 놈도 결혼을 하는데" 라며 끊임없이 비교하는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남성들이 가부장적 역할 모델에 얼마나 강박적으로 얽매여 있는지를 방증한다. 이 모순적인 시선들은 결국 남성들 스스로가 가부장제라는 낡은 틀 안에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자화상이다.<br>책을 읽으며 저자의 예리한 진단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한 걸음 더 나아간 현실적인 제언을 덧붙이고 싶다. 책은 이른바 '여경 무용론'이 젠더 이슈를 악용하는 비논리적인 혐오 프레임임을 정확히 짚어내며, 여성 경찰이 성폭력 피해자 등에게 제공하는 정서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의 가치를 부각한다. 혐오의 무기가 된 이 억지스러운 프레임을 깨부수어야 한다는 저자의 문제의식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이 부당한 프레임을 더욱 근본적으로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여성 경찰의 역할을 '피해자 정서 지원'의 영역에만 머물게 두어선 안된다. 체력 검사 기준을 현실의 치안 수요에 맞게 강화하고 그에 맞는 전문 훈련 체계를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결코 여경 무용론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경찰이 현장에서 '물리적 치안 유지'와 '피해자 지원'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완벽하게 수행하는 주체로 우뚝 서게 함으로써, 혐오 세력의 논리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가장 주체적인 타파 전략이 될 것이다.<br>또한, 이 책이 지닌 명확한 한계점 역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이 남성들 스스로 가부장제를 타파하고 진정한 성평등의 길로 나아가게끔 설득하는 데 있다면, 책 전반에 흐르는 다소 공격적인 어조와 도발적인 제목 '차별을 훔치는 남자들' 은 아쉬움을 남긴다. 혐오의 민낯을 직설적으로 고발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러한 날 선 태도는 오히려 변화가 가장 필요한 남성 독자들에게 거부감과 방어기제를 일으킬 우려가 크다. 자칫하면 젠더 이슈에 피로감을 느끼는 대중을 설득하지 못하고 이미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이들끼리만 환호하게 만드는 '확장성의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br>저자는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흠결 있는 누군가를 찾아내어 재단하고 '심판'하는 데 몰두하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피해자의 곁을 지키는 연대'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페미니즘은 남성을 억압하기 위한 사상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에게 거대한 부조리에 대항할 용기를 불어넣고 일상의 폭력 속에서 숨 쉴 수 있게 만드는 '숨구멍'이라는 것이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남성성의 모델은 매우 구체적이고 희망적이다. 그것은 가족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청년 남성이 더 이상 원치 않는 가부장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홀로 짊어지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를 지배하거나 부양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연대와 상호 돌봄의 주체'로 거듭나는 것. 남성들에게 얄팍한 특혜를 쥐여주며 달래는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이로운 평등한 구조로 나아가는 것이 결국 남성 스스로를 구원하는 길이다. 저자는 무너져가는 가부장제의 폐허 위에서 우리가 쟁취해야 할 진정한 승리는, 차별을 훔치는 비겁함을 멈추고 서로를 돌보는 단단한 연대의 자리를 넓혀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23/39/cover150/k67213674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233917</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완벽한 양육은 환상이자 탐욕스러운 돌봄의 시작이다. - [탐욕스러운 돌봄 - 잘 키우려 할수록 나빠지는 불행에 대하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40037</link><pubDate>Mon, 09 Mar 2026 15: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4003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62136826&TPaperId=1714003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04/29/coveroff/k76213682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62136826&TPaperId=1714003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탐욕스러운 돌봄 - 잘 키우려 할수록 나빠지는 불행에 대하여</a><br/>신성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경쟁에 능숙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이 책의 출발점이자 수많은 부모가 품고 있는 이 이상은 현실이라는 벽과 충돌한다. 부모들은 자신만의 교육 철학을 단단히 견지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체제에 자발적으로 순응하고 세상의 속도를 아등바등 따라잡아야만 아이 하나를 겨우 건사할 수 있는 구조다. 이 시대에서 '부모 되기'는 결국 시대가 요구하는 '표준화된 경로'를 따라갈 수밖에 없게 만들며, 개인을 자기모순에 빠뜨리고 묘한 절망감을 안겨준다. 내 아이가 남보다 뒤처질까 봐 두려워하는 상실감은 부모를 고립된 선택으로 내몰아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만든다. 돌봄은 결코 개인의 애씀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영역임에도, 수많은 '나'들은 각자의 최선이라는 이름 아래 불안이라는 파도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내 아이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은 본의 아니게 공동체를 도외시하는 '탐욕스러운 돌봄'으로 변질된다.<br>이러한 불안과 압박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장이 바로 학교다. 체육 활동이 점점 사라지는 학교의 이면에는 학령인구 감소뿐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이기적인 민원이 얽혀 있다. 줄 세우기식 평가에 대한 항의, 심판 판정 불만, 교사의 안전사고 부담, 그리고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과 응원 소리를 ‘소음’이라 규정하는 주민들의 민원까지 맞물려, 결국 운동회는 사라지고 말았다. 수학여행과 소풍 같은 체험 활동도 안전사고 책임 논란과 각종 민원으로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추세다.<br>아이들이 교실 밖에서 부딪히고 땀 흘리며 경쟁할 기회, 낯선 환경에서 갈등을 조율해 보는 귀중한 사회화의 장이 통째로 증발해 버렸다. 이는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낯선 세계와 부딪히고 '건강하게 실패할 권리'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결과를 낳았다. 실패를 경험해 보지 못한 아이들은 작은 좌절 앞에서도 크게 흔들리며, 타인과의 건강한 갈등 해결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타인과 공존하기 위한 '시민적 자존감'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상처받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적인 '개인적 자존감'으로 변질되어 상대를 굴복시키는 무기가 된다.<br>이 책의 탁월한 지점은 개인의 양육 경험을 사회 구조와 연결한다는 데 있다. 저자는 한국 사회의 일그러진 능력주의와 불평등의 실체를 가족의 일상 속에서 포착한다. 젊은 의사들의 파업, 한 정치인의 자녀 특혜 등의 사례는 사회가 얼마나 철저히 계급화되고 파편화되어 있는지를 드러낸다. 아버지의 배경이 아닌 개인의 능력으로도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소득과 지식, 서울과 지방의 교육 격차가 기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부모의 자본이 아이 세계의 크기를 결정짓는다.<br>가장 뼈아픈 현실은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할 국가와 사회가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체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시민들 간의 날 선 갈등뿐이다. 이 책은 부모에게 주어진 과중한 책임을 위로하면서도, 그들이 놓치고 있는 ‘훈육과 사회화’의 공백을 냉정하게 직시한다. 생존 경쟁에 지쳐, 혹은 아이의 자아를 다치게 할까 두려워 ‘건강한 악역’을 피할 때, 그 청구서는 고스란히 교실로 돌아온다. 공교육의 마비는 부모조차 아이를 시민으로 길러낼 여력을 잃어버린 우리 사회의 비극적 초상이다.<br>나아가 저자가 제시하는 ‘차별 없는 시대’라는 이상은 따뜻하지만, 복잡한 현실 앞에서는 다소 이상적으로 들린다. 타인의 모든 차이를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는 온정주의는 때로 현실의 규범과 충돌할 수 있다. 유럽 사회의 경험처럼 다문화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 시민적 규범이 약화되었고, 그로 인해 오히려 안전과 평등이 위협받았던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다양한 인종을 포용하되, 헌법적 가치와 성평등, 시민 규칙과 같은 한국의 문화를 따를 경우에만 공존이 가능하다. 약자를 향한 환대와 공동체의 질서를 지키려는 단호함은 동시에 존재해야 한다.<br>결국 우리가 아이들에게, 그리고 이 사회에 물려주어야 할 것은 ‘상처 하나 없는 완벽한 무균실’이 아니다. 타인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광장으로 나와 ‘기본적인 매너’를 가르치고 실천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탐욕스러운 돌봄’의 좁은 요새를 허무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타인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고, 순서를 기다리며, 갈등 속에서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시민적 매너. 이 평범한 덕목이야말로 진짜 어른을 길러내는 출발점이며, 파편화된 사회를 다시 세울 유일한 길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04/29/cover150/k76213682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042953</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답 대신 물음표를 건네는 소설. - [사실은 불안하기 때문이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19306</link><pubDate>Sat, 28 Feb 2026 01: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11930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22136615&TPaperId=1711930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660/57/coveroff/k42213661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22136615&TPaperId=1711930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실은 불안하기 때문이야</a><br/>임지형 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6년 02월<br/></td></tr></table><br/>우리는 모두 청소년기를 지나왔지만, 어른이 되면 마치 그 시절의 지독했던 열병을 단 한 번도 겪지 않은 사람처럼 굴곤 한다. 사회가 복잡하게 고도화되면서 아이들을 둘러싼 외형적인 환경은 분명 좋아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안에서 피어나는 불안의 크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성적이라는 견고한 지옥, 관계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아이들은 철저히 혼자가 되어 자신의 불안을 감당해 내고 있다. "미래는 너무도 길고, 현재의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이 무력한 깨달음은 청소년들을 짓누르는 불안의 씨앗이 된다. 우리는 꾸준히 힘듦을 경험하고 있는 이들에게 방황 끝에 남겨진 '쉬었음 청년'이라는 이름표를 쥐어주어서는 안 된다.<br>청소년 소설 《사실은 불안하기 때문이야》는 그런 불안감에 맞서 청소년들을 응원하기 위해 쓰인 글이다. 이 책은 청소년이 느끼는 불안을 틀렸다고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 불안이 발목을 잡는 무거운 추가 아니라, 앞으로 밀어내는 동력이 될 수 있음을&nbsp; 보여준다. 네 편의 이야기가 모두 물음표로 끝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각자의 두려움이 동화처럼 속 시원하게 끝나지 않는 것이 곧 불안의 진짜 얼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세상의 모든 불안을 없앨 수는 없지만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br>불안이라는 감정은 우리를 옭아매는 무게추가 아니라 무너진 세상의 끝에서도 나를 지키고 움직이게 만드는 또 다른 가능성일지 모른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세상의 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갑옷의 모양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깨닫고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 그것뿐이었다." 라는 말처럼 단단한 마음을 선물해준다. 완벽한 미래가 없더라도 직접 발로 뛰어 나아가기도 하고, 상처가 욱신거릴 때는 서로의 손목에 별을 붙여줄 수도 있다. 서로에게 어둠이 젖어 들었다면 빛을 비춰보는 건 어떨까.<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660/57/cover150/k42213661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6605729</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지극히 애정하는 배우 양조위. - [마지막 홍콩배우 양조위 - 말보다 깊은 눈빛, 양조위의 삶·사랑·작품]</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093058</link><pubDate>Sun, 15 Feb 2026 01: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09305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135255&TPaperId=1709305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83/66/coveroff/k27213525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135255&TPaperId=1709305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마지막 홍콩배우 양조위 - 말보다 깊은 눈빛, 양조위의 삶·사랑·작품</a><br/>주성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2월<br/></td></tr></table><br/>&lt;마지막 홍콩 배우 양조위&gt;는 한 배우의 전기이면서 홍콩영화의 연대기를 그린다. 그도 그럴 것이, 책 곳곳에는 홍콩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이 스며있다. 당대 홍콩영화를 빛냈던 감독과 배우를 소환하며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양조위의 새로운 면을 꺼내 든다. 빽빽할 정도로 채워진 글들은 그의 필모그래피 뿐만 아니라 시대의 공기까지 풍기게 만든다. 특히 책의 바깥 여백에 글을 배치한 편집 방식은 독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글의 정성이나 세심한 배려에 '아끼는 마음'이 가득 묻어나온다.<br>저자는 양조위의 연기를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리지 않는다. “내재화된 감정연기를 오직 시선과 호흡, 그리고 최소한의 제스처만으로 작품의 정서를 이끌어간다.”라는 문장으로 그의 다채로움을 표현한다. 세계 영화사의 대배우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안겨준다고 말한다. 양조위의 시간이다.<br>홍콩영화의 황금기를 이끈 네 배우, 장국영, 유덕화 주윤발 그리고 양조위. 그중에서도 주윤발과 양조위는 화려했던 전성기의 얼굴이었다. 유덕화가 장르 그 자체였다면, 양조위는 장르에 귀속되지 않는 배우였다. 멜로와 누아르, 예술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홍콩의 운명을 관통하는 작품 속에 자리했다.<br>홍콩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감독은 바로 '왕가위'다. 그의 영화는 홍콩을 배경으로 한다. 1997년 반환을 전후한 불안과 상실, 그리고 2046년이라는 상징적 시간은 소재가 된다. ‘유통기한이 정해진 도시’에서 기억은 미래로 유예되고, 사랑은 끝내 완성되지 못한 채 반복된다. 영화 속 이별은 곧 영국과의 결별이며 새로운 체제와의 관계는 여전히 불확실한 채로 남았다.<br>'해피투게더'의 대사는 먼저 떠나간 장국영에 대한 그리움을 더한다. "네가 떠난 지 10년이 됐지만 내 휴대폰에는 여전히 네 번호가 저장되어 있어" "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 장국영의 거대한 빈자리를 메우며 시대를 건너온 배우가 바로 양조위였기 때문이다.&nbsp;<br>그리고 화양연화. 양조위와 장만옥이 만들어낸 '로맨스'는 여타 전통 멜로와는 차이가 있었다.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묶어두는 인물들, 말하지 못한 감정이 화면의 여백을 채운다.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온다’라는 말처럼 시대의 변화가 녹아 있다. 낡은 윤리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감각이 도래하는 길목의 진통을 가장 우아하게 담아낸 기록이다. 제목은 과거를 지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미래를 향한 희망을 품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br>또한 색, 계는 양조위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 작품이다. 냉혹한 권력자이면서도 연약한 인간의 결을 동시에 지닌 인물. 공공의 적이지만 동정심을 자아내는 복합적인 존재를 설득력 있게 완성해 낸다. 그의 선한 얼굴에서는 악한 역할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작품에서는 또 다른 면모를 선보인다.&nbsp;<br>책은 말한다. 홍콩영화라는 개별적 개념은 쇠퇴했을지라도, 홍콩 정신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오래가는 것이 진정 강한 것이라고 믿음처럼, 유덕화와 양조위가 존재하는 한 홍콩은 여전히 현재형이라는 주장이다. 양조위는 왕가위의 시간을 살았고, 동시에 그가 경험하지 못한 미래를 살아가고 있는 배우다. 과거의 눈부신 장면들이 오늘에도 유기체처럼 숨 쉬는 이유는 그가 모든 시대를 살아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br>여전히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를 ‘마지막’이라는 수식어로 마무리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회고록처럼 정리된 문장들은 그를 이미 완결된 존재처럼 만드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오해를 풀듯 책에서는 아직 진행형으로 나아가고 있는 양조위에 대한 경의의 표현을 더한다. 한 시대를 살아온 양조위가 계속해서 홍콩 영화를 빛내주고, 그 시절의 홍콩영화가 되살아나길 바라는 간절함에서 비롯된 것임을.<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83/66/cover150/k27213525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5836646</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흔들리는 패권의 시대, ‘야만’을 직시하되 ‘현실’을 놓치지 않기 위한 균형의 시선 - [야만 시대의 귀환 - 팍스 아메리카나의 몰락과 무한 각축의 시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089026</link><pubDate>Fri, 13 Feb 2026 02:0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08902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82135857&TPaperId=1708902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57/93/coveroff/k08213585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82135857&TPaperId=1708902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야만 시대의 귀환 - 팍스 아메리카나의 몰락과 무한 각축의 시작</a><br/>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2월<br/></td></tr></table><br/><br>박노자의 저서 『야만시대의 귀환』은 우리가 그간 애써 외면해온 대한민국 사회와 국제 질서의 어두운 이면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드는 문제작이다. 저자는 20세기 말부터 세계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적 질서가 구조적 한계에 이르렀음을 지적하며, 그 공백 속에서 국가주의와 인종주의, 무한 경쟁의 논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현상을 ‘야만의 귀환’으로 명명한다. 그의 비판은 정치권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사회 내부에 깊이 뿌리내린 승자독식의 사고방식과 타자에 대한 배타성까지 아프게 파고든다.<br>저자가 분석하는 국제 정세의 핵심에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쇠락이라는 진단이 자리한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본격화된 미국의 ‘미국 우선주의’는 이러한 분석이 단순한 이론적 추론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압박, 관세를 외교적 무기로 활용하는 행보는 과거 ‘세계의 경찰’로 불리던 미국의 모습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박노자는 이러한 변화가 국제 사회 전반에 각자도생의 논리를 확산시키고, 국가 간 경쟁을 더욱 거칠게 만들 것이라 경고한다. 제국이 질서 유지의 비용을 동맹에 전가하기 시작할 때 그 질서가 흔들린다는 그의 진단은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국제 뉴스들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br>그러나 저자의 분석이 ‘대안’의 영역으로 넘어갈 때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박노자는 미국 중심 질서의 쇠퇴를 전제로 북한과의 적극적 교류와 중국과의 연계를 한국의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탈미국 중심적 사고의 가능성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안보와 체제 선택이라는 현실 정치의 조건 속에서는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다. 따라서 현실 정치에서는 이상적 방향성뿐 아니라 그 실행이 안보와 외교환경에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br>한국 현대사에서 한미동맹은 대체 불가능한 요소와 동시에 재조정이 논의되는 측면을 함께 지닌 동맹이었다. 이는 강대국에 대한 일방적 종속이라기보다는, 전후 폐허 속에서 안보와 경제 발전을 가능하게 했던 하나의 현실적 선택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의 역할과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곧바로 기존 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부정해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동시에, 중국의 대외적 태도나 북한의 지속적인 핵 위협을 고려할 때, 이들을 곧바로 ‘대안적 파트너’로 상정하는 접근은 안보적 리스크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판단일 수 있다.<br>또한 체제의 문제 역시 단순한 이념 대립의 차원이 아니라 역사적 경험의 축적 속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유민주주의와는 가치와 운영 원리에서 뚜렷한 차이를 지닌, 다수 국가에서 심각한 한계를 드러냈던 체제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특정 이념에 대한 감정적 거부라기보다, 경험적 현실 인식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br>그럼에도 『야만시대의 귀환』이 던지는 문제의식 자체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박노자가 지적하는 우리 사회의 내면적 야만성, 즉 학벌주의, 비정규직 차별, 약자에 대한 혐오와 같은 구조적 문제는 분명 성찰과 개선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 책은 개인과 사회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경쟁의 논리를 다시 묻게 만들며, ‘민(民)’의 존재를 중심에 놓고 사회를 재사유하도록 이끈다.<br>결국 이 책은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독자는 박노자의 해박한 지식과 시대 인식을 통해 “세계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동시에 그가 제시하는 이념적 방향성에 대해서는 “이 선택이 과연 우리의 자유와 안보를 어떻게 보장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학자의 이론은 중요한 참고서가 될 수는 있지만, 시민의 삶을 대신 결정하는 답안지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br>『야만시대의 귀환』이 제기하는 문제를 성찰하되, 우리가 축적해온 역사적 경험과 안보 현실, 그리고 자유의 토대를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잡힌 시선이야말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를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지혜일 것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의존해온 질서와 가치가 언제든 흔들릴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57/93/cover150/k08213585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5579319</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디스토피아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법. - [사막의 바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087920</link><pubDate>Thu, 12 Feb 2026 17: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08792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72135139&TPaperId=170879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14/84/coveroff/k07213513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72135139&TPaperId=1708792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막의 바다</a><br/>이수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2월<br/></td></tr></table><br/>이 소설은 흔히 기대하는 블록버스터 SF의 쾌감과는 거리가 멀다. 사건의 전개는 느리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지루하다. 그러나 이 건조함은 연출의 실패가 아니라 태도에 가깝다. 거대 기업 SG의 계획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개인들의 시선은 끝까지 작고 무력하다. 그들이 무엇을 밝혀내든, 무엇을 저지하든, 비슷한 프로젝트는 다른 이름으로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이 반복 가능성 앞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허무함이 이 소설이 독자에게 강요하는 감각이다. 세상을 구하는 서사는 이 책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건조함은 소설이 출발부터 실패를 전제로 한 디스토피아 세계를 다루고 있기에 가능하다.<br>위기가 닥치면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몸을 던지고, 다른 누군가는 그 혼란을 계산서로 바꾼다. 인류의 역사는 이 두 태도가 늘 함께 작동해 왔음을 증명해 왔다. 《사막의 바다》는 2056년이라는 가까운 미래로 우리를 데려가, 그 오래된 공식을 다시 한 번 적용한다. 참패로 끝난 ‘사막의 숲’ 프로젝트가 폐허로 남았음에도, 인류는 멈추지 않는다. 반성은 비용이 되지만, 다음 계획은 투자 설명서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타림분지 지하의 짠물 호수를 파헤치는 ‘사막의 바다’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된다. 기후 위기와 식량 문제라는 그럴듯한 명분은, 자본이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반복해 온 변명에 불과하다.<br>작품에서 가장 날카로운 문장은 192페이지에 있었다.“사실이 아닌 말만 거짓말이라고 하지 않아요. 해야 할 말을 안 하는 것도 거짓말이죠.”<br>이 문장은 정보 조작의 본질을 정확히 찌른다. 문제는 거짓말이 아니라, 선택된 사실이다. 팩트라는 이름으로 잘려 나간 맥락과 침묵 속에서 대중은 손쉽게 방향을 잃는다. 우리는 흔히 선동이 쉬운 이유를 대중의 무지에서 찾지만, 이 소설은 그보다 불편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진실의 복잡함을 감당하기보다, 단순하고 명쾌한 설명에 기대고 싶어 하는 태만. 멀리 떨어진 비극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정리해 버리는 방관. 그 태도야말로 이 거대한 사기극을 가능하게 만든다.<br>이미 바다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고, 인류는 그것을 통제할 능력을 잃은 상태였다. 빠른 해결책을 요구하는 조급함은 결국 ‘사막의 바다’라는 또 하나의 괴물을 만들어냈다. 소설은 끝까지 낙관을 허락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한다. 이 싸움이 세상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침묵보다 나은 선택이 되는 순간은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희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무엇을 외면했는지를 분명히 알기 위해서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14/84/cover150/k07213513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5148405</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우리의 이야기지만 우리는 외면하는 이야기 -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 북극곰의 파업을 막아라 - 기후 붕괴 현장에서 마주친 인간과 비인간동물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082060</link><pubDate>Mon, 09 Feb 2026 21:4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08206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52135313&TPaperId=1708206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96/27/coveroff/k25213531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52135313&TPaperId=1708206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엉망진창 행성 조사반, 북극곰의 파업을 막아라 - 기후 붕괴 현장에서 마주친 인간과 비인간동물들</a><br/>남종영 지음, 불키드 그림 / 한겨레출판 / 2026년 02월<br/></td></tr></table><br/>20년 넘게 기후 변화 문제를 보도해 온 남종영 작가는 풀지 못한 오랜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야기에 끌려 행동하지만, '기자'라는 직업은 숫자와 정확함을 요구하기에 그 절박함을 이야기로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흔한 탈출, 경고, 종말의 서사가 아닌 새로운 시선을 택한다. 바로 'SF 논픽션'이라는 우화의 형식을 빌린 것이다. 겉은 허구의 포장지지만 그 안을 채운 내용은 논문과 보고서, 치열한 과학적 연구 결과들이다.<br>이 책은 기후 변화를 헐리우드 재난 영화처럼 그리지 않는다. 기후 변화는 스펙터클한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 일상에 조금씩 스며들어 절망을 키우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과 농사가 곤란해지고, 바다 얼음이 사라지며, 대규모 단일 경작과 공장식 축산이 일상이 된 풍경. 책은 이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만듦으로써 인류 멸종의 공포와 닥쳐올 미래를 감각하게 한다. 우리는 이미 경제적 삶과 기후가 얽혀든 재난 속에 잠겨 있을 뿐이다.<br>책은 단순하게 "지구가 뜨거워지니 태양광을 쓰자"는 식의 납작한 해법을 거부한다. 실제로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은 기술의 발전 덕분에 화석연료보다 발전 단가가 저렴해졌고, 폐기물 처리 비용을 포함하더라도 기후 재난이 초래할 막대한 비용보다는 경제적이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숫자로 증명된 경제성 너머에,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정의'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내뿜지도, 산업 국가도 아니었던 섬나라가 가장 먼저 직격타를 맞고,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현실은 잔혹하다. 저자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세계를 끝내야 하지만,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원주민의 권리를 희생하며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라고 못 박는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친환경은 또 다른 폭력일 수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다.<br>기후 위기를 둘러싼 진실과 과장, 그 이면에 숨겨진 정치와 자본의 역학관계. 이 책은 기후 위기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쥐여주기보다는 더 많은 질문을 던진다. 지구 온도 상승의 속도는 유례가 없고, 우리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고 있다. 이것은 예측이 아니라 도래할 현실이다. 이야기라는 형식을 빌려서일까, 홈런을 맞은 듯 충격이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숨이 가쁠 정도로 가득 찬 이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숫자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기후 변화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진짜 조심해야 하는 것은, 그 숫자 뒤에 가려진 고통받는 존재들을 잊는 것일지도 모른다고.<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96/27/cover150/k25213531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962733</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앎과 삶 사이, 소시민이 만드는 조용한 균열. - [앎과 삶 사이에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073154</link><pubDate>Thu, 05 Feb 2026 14: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07315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32135313&TPaperId=1707315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96/38/coveroff/k73213531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32135313&TPaperId=1707315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앎과 삶 사이에서</a><br/>조형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2월<br/></td></tr></table><br/><br>우리는 모두 조금씩 어중간하다. 완벽한 투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상의 부정의에 완전히 눈을 감은 악당도 아니다. 조형근 작가는 스스로를 '소시민으로서 어중간하게 살아온 사람'이라 말한다. 그리고 더 나아지길 기대하며 보낸 그 어중간한 날들의 기록을 &lt;앎과 삶 사이에서&gt;에 담아냈다. 그는 소시민들이 만드는 힘을 믿는다. 하지만 그 믿음은 무조건적인 지지로 쌓아올린 것이 아니다. 힘센 소수의 잘못을 엄하게 꾸짖되 보통 사람들이 지녀야 할 책임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작은 개인들의 행위가 모여 세상을 뒤집을 '힘'이 커지는 것이다.<br>우리는 흔히 '괴물'이 부패한 권력자나 탐욕스러운 자본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의 초입(6p), 저자는 정치철학자 아이리스 매리언 영의 '구조적 부정의'라는 개념을 빌려와 우리의 폐부를 찌른다. 우리가 악의를 품지 않아도 단지 각자의 이해관계를 추구하며 제도와 상호작용하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불의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성찰이다.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합법적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소비자는 그 덕에 빠르고 저렴한 서비스를 누린다. 누구도 법을 어기지 않았고 악의를 품지도 않았지만 그 결과로 위험과 빈곤은 특정 집단에게 집중된다. 기후 위기, 지역 소멸, 부동산 폭등 역시 마찬가지다. 내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길 바라고, 내 집값이 오르길 바라는 평범한 욕망들이 모여 누군가의 삶을 파괴하는 ‘조용한 불의’를 빚어낸다. 의도가 없었더라도 결과에 연루되었다면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을 공유하고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앎과 삶의 간극은 바로 이 지점에서 벌어지기 시작한다.<br>저자는 저출생 담론을 다루면서도 '노동력 공급'이나 '복지 비용'이라는 차가운 경제 논리를 거부한다. 아이를 낳게 하기 위한 유인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아이를 낳을 만한 세상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참담하다. 152p에서 지적하듯, 각자도생의 무한경쟁 사회에서 연대는 붕괴했고 민주주의는 허약해졌다. 선거철만 되면 요란해지지만 정작 알맹이는 빠진 정치의 수사들. 저자는 묻는다. 피의 대가로 우리가 살게 될 세상은 어떤 곳인가? 그 세상은 어떤 정의를 약속하는가? (164p)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정치는 그저 '지저분한 전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에 대한 비유(201p)는 특히 날카롭다. 물을 끓이려면 불을 지펴야지 물만 더 붓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노동의 가치가 자본의 횡포에 노출된 나라에서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러나 정치는 어떤 집단이든 잠시 '액세서리'로 쓰고 버릴 뿐 그들을 존엄한 주체로 대우하지 않는다.<br>가장 민감하지만 통찰력 있는 비판의 지점은 '86세대'에 대한 비판이다. 241p에서 저자는 고백한다. 양심으로 해결되지 않는 불평등이 집 밖에 가득한데, '불편한 말과 위험한 정치가 필요한 때에 집이 너무 편안하다'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세대는 이제 주류가 되었고 기득권이 되었다(254p). 또한, 한국 자본주의는 이미 고도로 구조화되어, 형식적인 기회의 평등이 결과의 정의를 보장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공정경쟁'이라는 이름의 게임은 오히려 불공정한 결과를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었고 그 게임에 참여조차 못한 이들에 대한 미안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한때 희망의 사다리였던 대학은 고도화된 서열화와 등록금 고통의 현장으로 전락했다.<br>이 책은 위험하다. 양쪽 모두에게 공격받기 딱 좋은 '모두까기 인형'을 자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형근 작가가 지닌 용기는 바로 그 '민감함'에서 나온다. 사회는 선과 악의 이분법이 아니라 위선, 인정, 타협이라는 복잡한 무늬로 짜여 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작가는 우리가 그동안 불편하지 않게 여겼던 생각들을 굳이 끄집어내어 불편하게 만든다. 중도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양극단의 확성기 소리만 가득한 한국 정치의 기형적인 단면을 냉철하게 해부한다. 정치적 무관심과 지나친 집착 사이에서 갈 길을 잃은 우리에게, 삶 자체가 곧 정치의 일부임을 일깨워준다. 차가운 냉소로 끝나지 않고 아는 것과 사는 것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든 메워보려는 한 지식인의 처절한 몸부림이다.&nbsp;<br>이 책을 덮으며 우리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어디서부터 기준을 잡아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막막함이야말로 '앎'이 '삶'으로 전이되는 첫 번째 신호일 것이다. 모두를 위한 이야기를 써내려가려 했던 저자의 고투는, 결국 어중간한 우리 모두를 향한 따뜻하면서도 따끔한 연대의 손길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96/38/cover150/k73213531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963816</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뜯어야만 보이는 것들 - [마지막 방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035456</link><pubDate>Wed, 21 Jan 2026 15:4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03545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22135898&TPaperId=1703545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36/23/coveroff/k22213589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22135898&TPaperId=1703545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마지막 방화</a><br/>조영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1월<br/></td></tr></table><br/>표지부터 눈길을 끈다. 노란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독특하고 감각적인 색 조화와 중간에 그려져 있는 절취선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게 만든다. 뜯는 곳을 따라 종이를 뜯어내면 그 속에 숨겨진 주인공의 진짜 내면이나 감춰진 사건의 진실이 드러날 것 같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노란색 인물과 그 뒤의 검은 그림자(또는 타버린 형상) 사이를 가로지르는 절취선이 정상적인 일상과 파괴적인 충동 사이의 위태로운 경계를 드러내고 있다. 독자가 직접 표지를 '뜯는' 행위를 상상하게 함으로써 소설 속 방화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옴니버스 형식의 추리소설이면서 성장 소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기묘한 조합은 각 사건의 단서를 발견했느냐면서 사건마다 조금씩 절취선을 뜯듯 주인공의 내면을 드러내는 모습에서 알 수 있었다.<br>소설은 미스터리 범죄 수사극으로 다채롭게 이야기를 펼쳐낸다. 한 강력계 형사의 시점으로 수사 과정을 보여주는데,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강력계 형사 함민은 셜록 함스라고 불릴 정도로 사건을 잘 해결해 나간다. 그런 그에게도 단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사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의 충동이 걷잡을 수 없게 커지기 시작한다. 그의 충동은 '방화'였다. 어느 순간부터 그에게 불을 지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 사건을 기점으로 자책과 자기혐오가 달라붙어 방황에 대한 충동은 거세졌다.<br>만약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충동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쉽게 해결이 되는 사건도 있었지만, 정황이 너무나 명확해서 뭔가 수상한 낌새를 가지고 있는 사건도 있었다. 수사가 미궁에 빠질 때마다 끓어오르는 충동은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유능한 팀원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게 한다. 범인을 잡아야 하는 형사가 스스로 파괴적인 범죄(방화)의 유혹을 느끼는 역설적인 상황은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br>충동의 근원은 1993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함민은 중학생이 되고 나서부터 불을 지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함민은 동급생들과 함께 대전 엑스포에 가게 되었고, 모두가 잠든 밤 담배를 피우다 성냥불을 드럼통에 던지게 된다. 불이 거세게 타오르며 숙소로 옮겨붙는 모습을 본 함민은 친구들을 구조하고 큰 화상을 입게 된다. 학교에서는 '영웅'이라 칭송했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죄책감으로 남는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30년 만에 대전에 방문하고, 그곳에서 당시 화재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형사와 마주한다. 함민은 그곳에서 어떤 진실을 마주하게 될까.<br>악마 같은 본성이 있을 것 같았는데 실제는 그러지 않았다. 죄책감이나 자기혐오라는 게 얼마나 큰 그림자를 내고 자기 자신을 악마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다뤄진다. 그 검은 그림자는 악마가 아니라 죄책감이 만들어낸 비대한 그림자였다. 그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매우 어려웠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모습도 보여준다. 도움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의 마음이다. 자기 자신을 비로소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은 매우 빛났다.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각자의 절취선을 품고 살아간다. 그 선을 뜯어냈을 때 마주할 '진짜 나'는 생각보다 그리 괴물 같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위로를 건네고 있다. 이런 따뜻한 추리소설은 처음 본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36/23/cover150/k22213589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362328</link></image></item><item><author>김민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무기력한 시대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 [로고테라피 - 삶이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울 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027313</link><pubDate>Sat, 17 Jan 2026 16:3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8410254/1702731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72034341&TPaperId=1702731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326/5/coveroff/k07203434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72034341&TPaperId=1702731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로고테라피 - 삶이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울 땐</a><br/>빅터 프랭클 지음, 박상미 옮김 / 특별한서재 / 2026년 01월<br/></td></tr></table><br/>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만이 앓는 고유한 신경증이 있으며, 그에 따른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들러의 시대가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으로 고통받았다면, 현대인은 삶의 공허함에서 오는 무력감이라는 더 큰 통증을 마주하고 있다. 소외감과 불안 속에 기계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다, 문득 멈춰 서는 일요일이 되면 어찌할 바를 몰라 불안과 무기력에 빠지는 '일요 신경증'은 우리 시대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실존적 공허로 인한 고통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무의미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방법을 터득해야만 한다.<br>상당수의 현대인이 인생의 유일한 목적을 행복이라 말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은 상담자를 찾아와 더 이상 인생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로고테라피는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묻는 행위 자체가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것은 심리주의적이나 병리학적으로 왜곡될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직면해야 할 가장 숭고한 실존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고난도 견딜 수 있다. 간절한 마음으로 내 안에 숨겨진 순수한 동기를 찾아낼 때, 우리는 비로소 삶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를 바꿀 수 있다.<br>인간의 본능은 더 이상 우리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는 곧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는 상실로 이어진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타인의 방식에 순응하거나 독재와 전체주의의 요구에 굴복하는 삶이다. 특히 전통의 상실은 젊은 세대에게 더 큰 공허함을 안겨준다. 로고테라피는 이러한 실존적 좌절의 현장에서 의미를 향한 의지를 일깨운다. 마치 북풍이 부는 날 동쪽으로 가기 위해 기수를 북동쪽으로 높이 틀어야만 목표 지점에 착륙할 수 있는 경비행기처럼, 인간 역시 지금의 나보다 더 높은 이상을 품고 스스로를 가능성 있는 존재로 인식할 때 비로소 진정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br>진정한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여야 한다. 행복의 문은 바깥쪽으로 열리기에, 억지로 밀고 들어가려 하면 문은 오히려 닫혀버린다. 행복에 집착할수록 삶의 의미는 멀어지고, 그 과도한 집착은 결국 상실을 부른다. 따라서 우리는 자아실현을 넘어 자기초월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내면이 아닌 세상 속에서 구체적인 과업을 실현하고 타인과 관계 맺을 때 의미는 완성된다. 의미는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현실 속에 존재하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며, 그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고유한 존재는 오직 나 자신뿐이다.<br>삶에 무의미한 상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고통과 죄책감, 그리고 죽음이라는 비극적 삼중주조차 올바른 태도로 마주한다면 긍정적인 성취로 바뀔 수 있다. 로고테라피는 두려워하는 대상을 오히려 정면으로 시도하게 하는 역설 의도 기법을 통해 공포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자신의 증세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해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르친다. 결국 치료의 핵심은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삶의 과제에 몰입하는 것이다. 여러 관점에서 삶을 분석하고 세심하게 접근하여, 나만이 가진 고유한 가능성을 실현하는 책임감을 회복해야 한다.<br>이 시대의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양심을 일깨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삶의 매 순간 숨어있는 요구와 의미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통해 각자의 무지를 자각하게 해야 한다. 자극의 홍수 속에서 유익한 것과 유해한 것을 구별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깨닫는 것만이 타인의 삶을 존중하고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길이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기에 오히려 희망이 있다. 나라는 존재는 생각보다 위대하며, 내 삶의 의미는 내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삶이 던지는 질문에 회피와 변명이 아닌, 책임 있는 행동으로 응답해야 한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326/5/cover150/k07203434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3260554</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