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69
나는 의사들이 그들 기준에 따라 내 뇌가 작동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하지 말고 나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집중해주기를 원했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는 방대했다. 문제는 여기에 어떻게 다가가느냐 하는 것이었다.

p82
만약 일어나 앉는 것을 목표로 삼고 시행착오를 거듭했다면, 내 무능에 실망해서 지속적인 노력을 멈춰버렸을지도 모른다. 하고자 하는 행동을 작은 단계들로 나누어 하나하나 실행해서 성공을 거두면 축하의 의미로 잠을 자고 다시 시도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p88
뇌졸중 환자 중에는 더 이상 회복이 되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이 이루고 있는 작은 성취에 주목하지 않는 것이 진짜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볼 줄 알아야 다음에 무엇을 할지 판단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절망이 회복을 가로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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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사회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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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3
우리 사회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을의 앞을 막아서는 것은 또 다른 을이다. 반드시 폭언이나 폭력을 수반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전쟁의 수행자가 된다. 내 주변의 목소리를 외면하거나 그와 나 사이에 선을 긋는 것 역시, 갑의 욕망을 대리하는 행위인 것이다.

p251
대리사회의 괴물은 대리인간에게 물러서지 않는 주체가 되기를 강요한다. ‘주인 의식’을 가지라고 끊임없이 주문하는 가운데, 정작 한발 물러서서 자신을 주체로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봉쇄한다. 결국 개인은 주체로서 물러서는 법을 잊는다. 내가 그랬듯 밀려나고서야 자신이 어느 공간의 대리로서 살아왔음을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다. 밀려난 개인은 잉여나 패배자로 규정되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대리인간이 들어선다. 이러한 이데올로기, 말하자면 우리 사회를 포위한 ‘대리올로기’의 서사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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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7
인간은 가치를 좇는 존재다. 그리고 가치를 좇는 행위 자체가 세상에 폭력적인 질서를 부여한다. 제멋대로 세계를 가치 있는 것, 가치가 덜한 것, 가치 없는 것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그런 질서는 필연적으로 구속과 억압을 만들어낸다. 모든 광명은 반드시 그림자를 만든다. 아니, 이건 적절치 않은 비유인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종이에 데생을 할 때 펜으로 어둠을 그려서 빛을 표현하듯, 그림자가 광명을 만들어낸다는 말이 옳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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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9
미친 짓거리는 온 사회 구성원이 거기에 협조하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점점 더 강화될 뿐이다. 사교육이나 학벌 같은 문제가 그렇다.

p50
그렇지 않은 문제들도 있었다. 남녀차별이나 성희롱, 음주운전, 공공장소 흡연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맹렬히 저항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 결과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왜 학벌이나 결혼 문제는, 그 부조리에 대해 "X이나 까세요"라고 말하지 못하는 걸까

그 이유는 아마 정체성 문제에 관한 한, 한국인들이 정신적으로 하약해서라고 생각한다. 자기 삶의 가치에 대해 뚜렷한 믿음이 없기에 정체성을 사회적 지위에서 찾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는 대학 간판이나 자식 결혼식장에 모인 하객 수로 구체화된다. 그래서 다들 거기에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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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히피 로드 - 800일간의 남미 방랑
노동효 지음 / 나무발전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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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고향이 없는 사람’, 남미의 집시들. 하루 벌어 하루를 살면서도 지금처럼 영원히 행복할 것만 같은 자유함. 사람이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의 무모함에,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과 판이하게 살아가는 그들이 마냥 신기하면서도 진정한 카르페디엠을 실천하며 걱정없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가 결코 ‘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국가 GDP와 이들의 삶을 통해 단번에 알 수 있다.

저자는 2-3년을 주기로 히피와 거리의 악사, 떠돌이 예술인과 생활하고 한국에 돌아오며 유목민과 정착민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 책은 저자가 800일간 남미 10개국(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칠레, 에콰도르, 콜롬비아, 브라질, 쿠바)을 점이 아닌 선을 따라 이동하며 히피들의 자유, 평화, 사랑을 향유한 이야기이다. 자신의 뼈를 결코 지구에 묻지 않겠다는 저자의 말처럼 다음 발길이 닿을 길, 언젠가 우주로 향할 그 길을 꿈꾼다. ⠀

이 책을 읽고 나면 남미 여행을 제대로 한 기분이다. 아니 단순히 ‘여행’이라고 하기엔 관광지, 숙소와 맛집과 같은 ‘관광’의 요소가 담겨 있으니 바꿔 말해야겠다. 여행 정보서보다 남미 여행에 구미가 당기게 하는 건 아무래도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이라서일까. 남미는 마추픽추나 우유니 소금사막이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삶이 궁금해서,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 여행하고 싶은 나라가 되어 버렸다. 남미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계기가 될 정도로 그들의 순수와 따뜻함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아 저자의 필력에 홀라당 설득당한듯. ⠀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감흥을 주는 세계, 남미. 용기를 내어 언젠가 그 땅을 밟아보리라.💆🏻‍♀️
⠀ ⠀

#서평이벤트:-)



✏️책 속의 한줄

p152
아르헨티나인에게 ‘직업’이나 ‘하는 일’이 뭐냐고 물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종사하는 일’ 대신 ‘자신이 마냥 좋아서 하는 일’같은 것을 대곤 했다. (중략) 악기 연주, 소설 쓰기, 시 쓰기, 그림 그리기, 공예, 춤 추기 등등. 그들에게 ‘예술’이란 전문직업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어떤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향유하는 어떤 것이었다.

p355
결코 내 뼈를 지구에 묻지 않을 것이다.

p378
‘자유’와 직면하는 게 두려운 사람이라면 <남미 히피 로드>를 멀리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애써 두려움과 마주할 필요는 없으니까. 돌아서 피해가면 되니까. 그러나 독서를 하는 동안 만이라도 자유를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남미 히피 로드>를 일독하는 게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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