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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의 눈 - Julia's Ey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언니의 자살에 의문을 품고 사건을 추적하는 하는 주인공 줄리아. 결국 사랑하는 남편과 시력을 동시에 잃고 마는데...그 절망의 순간, 범인과 마주하게 된다. 

감독은 여봐란 듯 여기저기 단서를 흩뿌려 놓고 관객 앞에 너무나 쉽게 범인을 노출시킨다..그리곤 관객이 자만으로 비아냥거릴때 시원스레 한방 먹인다.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웃거나 울거나 말을 걸어도 마치 내가 투명인간인 것처럼 대했어. 한마디로 존재감이 없었던 거야. 하지만, 오히려 눈 먼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 줬어. 나에게 전적으로 의지했고 내 말소리, 내 걸음걸이, 내 숨소리, 내 냄새까지도 그리워했지.(이렇게 말했었나? 몰라몰라 난 이렇게 알아들었다. 어차피 내맘!)  

하.지.만. 뒤늦게 쫓아온 경감이 후레쉬를 비추자 그는 잔뜩 공포에 질린 눈으로 "보지마, 보지말란 말이야!!" 외치며 칼로 제 목을 긋는다.   

  

눈은 많은 걸 보게하지만 또한 모든 걸 보게 하진 못 하는 것 같다. 오히려 보이는 것에 대한 확신으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존재가 무시되고 있진 않을까.

 

 영화 내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 책. 

 

당신은 당신이 보려고 생각한 것이거나, 당신이 흥미를 느꼈거나, 아니면 어떤 것이든 당신의 주의를 끌 것들만 보게 돼. 내가 당신한테 지적하고 싶은 건, 당신이 결코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야.

불가시성이란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현상, 정체성의 상실이라고 표현되며 불가시인들은 병적인 공포와 신경증으로 점철된 미치광이 같은 삶을 영위하고 있지.

 

아무래도 감독은 시각에 의해서 상실되는 정체성에 대해, 눈目의 횡포에 숨죽이고 있는 내면의 자아를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주 잠깐사이 영화관 책방에서 후루룩 읽었다. 시마다 소지의 '이방의 기사'  

영화에서는 존재감에 목말라하는 사내의 이야기가 나왔다면, 여기서는 무존재감을 추구하는 한 인간이 나온다. 이시오카.  

 

당신 말이야, 모두의 성의를 헛되게 해서는 안 돼. 단체생활이니까. 우리는 모두 동료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것을 소중히 해야해. 그렇지? 내 말이 들리나? 고민이 있으면 나한테 상담해. 응?뭐지?여자문제?돈?" 

요컨데 그는 나를 파악하고 싶어 한다. 파악하고 분류해 딱지 붙이고 안심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들은 술이나 여자나 돈, 출세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 인간이 주위에 있으면 자신의 가치관이 뒤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불안에 사로잡힌다.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부장님. 저는 아무한테도 폐를 끼치지 않습니다.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을 확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말이 없고 술을 별로 마시지 않는 것도 폐가 됩니까?  

 

줄리아의 눈을 통해 별이 찬란한 우주가 나오자 음흉한 음악과 함께 사람들이 일어섰다. 젊은 커플의 목소리가 어깨를 넘어왔다.  

-여자가 불쌍해. 남편이 언니랑 바람 핀 것도 모르고. 

-아니야. 범인이 조작한 거야. 정작 불쌍한 건 줄리아의 호기심때문에 죽은 남편이구만 뭐. 

-아니 이거 왜이러셔! 남편이 바람 핀 건 확실하다고!

이러구 싸운다.  맞다. 그게 뭣이였던 간에 똑 같은 걸 봐도 내가 '보려고 하는 것'만 보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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