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은 가없이 넓은 도서관이다.

매번 길 위에 놓인 평범한 사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서관, 스쳐 지나가는 장소들의 기억을 매개하는 도서관인 동시에 표지판, 폐허, 기념물 등이 베풀어주는 집단적 기억을 간직하는 도서관이다.

이렇게 볼 때 걷는 것은 여러 가지 풍경들과 말들 속을 통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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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의 힘은 말이나 웃음처럼 표면에 드러나지 않기에 더욱 강하다.

얼마나 잘 듣는지 헤아릴 수 없기에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이를 실감하고 절감한 나의 경험을 여기에 풀어놓고자 한다

말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야기하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잊고 있던 기억이 소환되어 뜻밖의 발견을 할 때도 있다.

가장 자기다울 때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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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게 뭐 대단한 것 같지?

그건 웬만큼 뻔뻔한 인간이면 다 할 수 있어.

뻔뻔한 것들이 세상에 잔뜩 내놓은 허섭스레기들 사이에서 길을 찾고 진짜 읽을 만한 걸 찾아내는 게 더 어려운거야."
 
-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p.166

사실은 대단하지 않은 글쓰기,

뻔뻔하기만 하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글이라며

과감하게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내부고발자의 말은 뜨끔하지만 통쾌하다.

글쓰기의 엄숙함을 무너뜨린 것 같아서.

쏟아지는 책 무더기 속에서 반짝이는 한 권을 발견하는 게 더 어렵다는 말에도 공감이 간다.

비슷해 보이는 원석들 사이에서 진짜 보석을 가려내는 안목은 저절로 키워지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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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습관을 꼭 문체를 가꾸는 용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작가의 정신을 닮기 위해, 지적 탐구의 기록, 글씨체를 교정할 목적이어도 좋다.

내 머리로 들어온 ‘작가의 생각’이 손끝으로 나가는 동안, 그게 무엇이든 흔적을 남긴다.

매일 하려면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필사 시간은 5분, 길어도 10분을 넘지 않는 게 좋다.

양치질 한 번 할 때 30분이 걸린다면 매일 할 수 있을까?

일부러 시간을 빼야 하고 그것을 떠올렸을 때 한숨부터 나온다면 필사는 즐거운 습관이 아니라 마지못해 하는 숙제일 뿐이다.

하루 한 단락을 곱씹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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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필사를 하려고 할까.

책을 읽다가 발견한 좋은 문장을 기록해두고 싶어서,

훌륭한 문장을 베껴 쓰다 보면 내 문장도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작가의 정신을 닮고 싶어서 등 이유는 달라도 목적은 같다.

‘나도 잘 쓰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다행히 필사는 그 목적지로 안전하게 안내하는 ‘교통수단’이 맞다.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 기본인데,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하는 행위가 필사다.

처음 필사를 하려고 하면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지 헤매게 된다.

어떤 문장을 추려야 하고 어떻게 음미할지 방법도 모른다.

이렇게 베끼기만 하면 되는 건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또 호기롭게 시작한 처음과 달리 꾸준히 지속하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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