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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산요수
김지서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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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의 스릴 넘치는 위기를 이토록 몰입해서 침 삼키며 봐도 되는 걸까?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걸작, <안나 카레리나>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그리고 여기, 독보적인 불행함을 지닌 가족이 있습니다.

바로 김지서 작가님의 <요산요수>에 등장하는 박 씨네 가족이죠.


“돈도 못 벌어, 밤일도 못해, 산도 못 타.”는 남편 재수 씨.

산악회에서 “어린 창석이”와 놀아나는 아내 희선 씨.

종일 퍼질러 자다가 “어미 얼굴에 대고 방귀를 뿡” 뀌는 것이 일과인 아들 준희.

“운명의 소산” 혹은 “단순 피임의 실패” 정도로 여겨지는 딸 정희.


이들에게 가족이란 원수요, 짐덩어리요,

차라리 물건이었다면 하루빨리 당근마켓에 팔아치우는 게 나을 애물단지에 불과하죠.

헐값에라도 사갈 사람이 있다면 말이에요.


이렇듯 소생 가능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박 씨네 가족.

언제나 인자한 미소와 함께 쪽집게 같은 솔루션을 제시하는 오은영 박사님도,

이들 가족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을까요?





그래요.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으니 차라리 이혼이 차선책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서로를 위해서라도 멀리 떼어놓는 게 나을 이 가족이,

“남한산성”을 중심으로 한데 모이기 시작합니다.


남편 재수 씨는 산악회 여성 회원들과 “멈출 줄 모르는 한 마리 야생마”가 되어보기 위해.

아내 희선 씨는 산악회에서 만난 불륜남과 “21년 만의 섹스”를 즐기기 위해.

아들 준희 씨는 호스트바에서 만난 “자기 딸 옷을 몰래 입고 나온” 여자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딸 정희 씨는 자신을 “꽃뱀”으로 의심하는 남친과 “가성비” 좋은 모텔에 가기 위해.


...환장하겠네요, 정말.



과연 박 씨네 일가족의 운명은, 어떤 파국을 맞이할까요?






그전에 잠깐!

<요산요수>가 어떤 소설인지, 그 세 가지 매력 포인트를 한번 짚고 넘어가야겠죠?






1.

이 작가, 바이브가 대단하다!



불륜과 바람질을 들키는 때는 바로 당사자가 배우자한테 죄책감을 느낄 때이다.


20대의 남성이 50대 중년 여성의 심리를 속속들이 꿰뚫어볼 수 있을까요?

혹은 50대의 남성이 20대 여성의 삶을 세세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요?

그들을 옆에 앉혀놓은 채 그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받아적는다고 해도 쉽지 않을 텐데요?


하지만 이토록 어려운 일을, 김지서 작가님은 해냅니다.


직접 50대 여성이 되어 인생의 환멸 끝에 불륜을 저지른 것처럼,

직접 20대 남성이 되어 대책없는 일탈을 감행해본 것처럼,

그야말로 “짬”이 있어야 느낄 수 있는 “바이브”를 김지서 작가님은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낸 것이죠.


인생의 쓴 맛과 쓰라린 맛을 골라 모아놓은 듯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소설.

여러분이 지금 당장 <요산요수>를 읽어야 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2.

이 작가, 통찰력이 대단하다!



그렇다면 부부란 어떤 의미인가. 그건 그 사람이랑만 섹스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원히.


<요산요수> 속 인물들을 바라보는 김지서 작가님의 시선은 늘상 삐딱합니다.

그 어떤 긍정연민도 찾아볼 수 없죠.

때로는 삶의 민낯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낸 탓에 불쾌함마저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좀처럼 <요산요수>를 내려놓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책에서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며,

이토록 지질한 인물들을 보며 한껏 키득거리게 만드는 힘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요?


그것은 바로 김지서 작가님의 통찰력이 빛나고 있기 때문이죠.


가족이라는 환상, 부부라는 허울, 부모자식이라는 빈 껍데기.

그리고 해부실의 메스처럼 그 너머의 실체를 예리하게 파헤치는 김지서 작가님의 통찰력.


따라서 <요산요수>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삶의 진실들을 잔인할 정도로 익살맞게 풍자하고 있습니다.






3.

이 작가, 촌철살인이 대단하다!



그리하여 산은 우리네 인생과도 같다. 뱀이 나오면 지그재그로.


남다른 바이브와 뛰어난 통찰력을 지녔어도 그걸 글로 전달하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김지서 작가님이 펼쳐보이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문장들은,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질 않죠.

마치 명치에 꽂힌 주먹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진짜 주먹과 차이가 있다면 억 소리 대신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나온다는 거죠.


왜 우리는 불행이 다가오는 걸 빤히 보고도 피하지 않는 걸까요?

왜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답시고 차악을 택하고 마는 걸까요?

왜 우리는 매번 욕심에 눈이 멀어 어리석은 선택을 반복하는 걸까요?


이와 같은 의문 앞에서 김지서 작가는 불필요한 말을 늘어놓지 않습니다.

그저 박 씨네 일가족의 촌극을 보여주며 연이은 촌철살인을 날릴 뿐이죠.


“어쩜 이렇게 세상 남자들은 하나같이 전부 다 남자 같고

세상 여자들은 하나같이 전부 다 여자 같을까?”








오은영 박사님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느껴집니다.


결혼생활에 충실하지 못한 부부나 자식에게 무책임한 부모를 지켜볼 때의 분노.

그리고 내 가족이 저렇게 불행한 가족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롯된 안도감.


하지만 우리는 마냥 안심할 수 있을까요?

그들과 달리, 우리의 가족은 정말 괜찮은 걸까요?


그저 소설 속 대환장 파티를 지켜보며 낄낄거리다가도,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는 “어쩌면 우리 가족도?”라는 의문과 함께 섬찟해지는 소설.



오은영 박사님조차도 해결하지 못할 희대의 가족 블랙 코미디.

김지서 작가님의 <요산요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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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브 1 케이스릴러
이종관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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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미스터리 수작”

- 권일용 교수


국내 1호 프로파일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당신이 혹하는 사이> 외 다수 출연




여기, 국내 유일의 범죄수사 전문 잡지의 편집장을 15년간 맡아오신 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CSI’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전부터 ‘과학수사’의 발전을 이끌었던 분이기도 하죠.

이토록 화려한 이력을 지니신 분이 이제는 펜을 들었습니다.




국내 최초의 프로파일러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장마저도 감탄한 그 이름!

소개합니다.

K-스릴러의 걸작 <현장검증>에 이어

차기작 <리볼브>로 또다시 K-스릴러 무대를 뒤집어놓으신

한국 최고의 범죄스릴러 작가, 이종관 작가님입니다!




그렇다면 이종관 작가님의 <리볼브>는 어떤 소설인지,

지금 바로 살펴볼까요?








줄거리


광역수사대 형사 두만. 최근 그에게는 스토커가 생겼습니다. 지척까지 다가와 보란 듯이 흔적을 남겨놓으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 스토커는 베테랑 형사 두만조차도 불안에 휩싸이게 만들죠.


한편 도심에서는 듣도 보다 못한 수법의 살인사건이 연달아 발생합니다. 의도가 있는 살인인지, 아니면 어느 미치광이의 연쇄살인인지,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한 상황.


그런데 사건을 조사하던 두만의 눈앞에, 살인범과 스토커가 동일인이라는 증거가 나타납니다!






어떠신가요?

간단한 줄거리만 읽었는데도 벌써부터 흥미진진하지 않으신가요?

하지만 더 이상의 스포일러는 NO!


그 대신 제가 직접 읽으면서 느꼈던 <리볼브>의 3가지 매력 포인트를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눈앞에 생생히 그려지는 과학수사의 현장!



실혈사, 요골동맥 절단, 액흔, 낙하혈흔, 비산혈흔 등등... 우리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전문용어의 향연은, 이종관 작가님의 무시무시한 필력 속에서 직접 사건을 마주한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마치 형사들 중 한 명이 되어,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다른 형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분석을 진행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만큼 소설 속 장면이 더욱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건 덤이겠죠? 저는 <리볼브>를 읽는 동안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뒷목이 서~늘하더라고요!




2.

쫓는 자와 쫓는 자, 그리고 쫓는 자!



형사는 범인을 쫓고, 범인은 희생자를 쫓습니다. 다른 스릴러 작품들은 대개 이런 구조로 사건이 진행되기 마련이죠. 하지만 <리볼브>는 아닙니다. 쫓는 자가 쫓기는 자가 되고, 쫓기는 자 또한 누군가를 쫓습니다. 때문에 이들 ‘쫓는 자’만이 가쁘게 달려 나가는 이 소설은 독자가 앞으로의 전개를 쉽사리 예측하도록 틈을 내어주지 않죠. 아무래도 지금 읽고 있는 장면의 그 사람이 범인 같다고요? 정말 그럴까요? 빨리 다음 장을 확인해보세요! 뒤통수가 얼얼하실 거예요!




3.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반전!



<리볼브>의 이야기는 마치 사건 현장에 널브러진 증거들 같습니다. 어떤 증거는 사소한 물건으로, 어떤 증거는 하찮은 쓰레기로, 어떤 증거는 별 의미 없는 소품 정도로 느껴지곤 하죠. 과연 이들 사이에 연관점이라는 게 있긴 한 걸까요? 하지만 이러한 증거들을 한데 모아 유심히 들여다본다면, 굳게 잠긴 자물쇠가 찰칵, 열리듯 예상치도 못한 진실이 드러나기 마련이죠. <리볼브>가 그렇습니다. 의문만 불러일으키는 인물의 행동들, 한낱 부연설명에 불과한 문장들, 이들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낸 반전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니까요!








이상으로, <리볼브>에 대한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15년 가까이 온갖 범죄현장을 목격하고 취재하신 작가님의 작품이라고 하니,

어떤 재미를 지닌 작품일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펼쳐본 책이었는데요.


소설의 디테일에 한 번!

작가님의 필력에 두 번!

뜻밖의 반전에 세 번!

놀라움과 경악으로 가득했던 소설이었습니다.


따라서 “나 스릴러 좀 봤다” 하시는 분들이라면,

혹은 ‘K-스릴러의 정수’를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저는 이 작품, <리볼브>를 강력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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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릴러 시즌 3

고도원 미스터리 스릴


사냥이 시작되면 아무도 그녀의 계획을 벗어날 수 없다






수영이 그날 취조실 문을 열고 들어간 건, 석희를 만나 직접 말해주기 위해서였다. 스스로 권리를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 지켜주지 않으니 변호사를 통해 이 상황을 외부에 알려달라고. 저도 도울테니 상담이 진행될 수 있을 만한 환경을 같이 구해보자고 했다.

석희는 부탁 아닌 부탁에 묘한 웃음을 지었다. 흥미로워하면서도 내키지 않는 기색이었다. 자신을 위한 일인데 왜 원하지 않는 것 같지?

의문이 스쳤으나 그걸 짚어보기 전에 석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조사받는 지난 한 주간 내내 입을 다물었다던 사람의 첫 마디였다. 


“……선생님은 좋은 사람 같네요. 그럼 선생님, 저랑 게임 하나 하실래요?”


문제 하나에 진술 하나. 선생님, 지금이 몇 시죠? 오후 네 시. 우리 매일 이 시간에 만나요. 내일 네 시까지 제가 낸 문제의 정답을 가져오면 저는 그 보상으로 한 건의 진술을 하는 거예요. 검사는 저한테 열일곱 건의 살인혐의를 걸었어요. 그러니까 저는오늘부터 선생님께 제 진술을 들을 수 있는 17일을 드릴 거예요. 하루에 하나씩.



산사태로 묻혔던 시체들이 쏟아지면서

20대 후반의 여성 연쇄살인범이 잡혔다는 소식에 세상이 들썩입니다.


17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석희

그리고 붙잡힌 석희를 상담하는 심리상담사, 수영


석희는 수영에게 한 가지 게임을 제안합니다.

자신이 내는 문제를 하나씩 풀 때마다

피해자를 어떻게 죽였는지 알려주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수영이 첫 번째 문제를 가지고 나왔을 때, 수사팀에서는 지능범죄수사팀의 지원까지 받아 그것을 해독하려 했다. 석희의 제안도 갑작스러웠지만, 석희가 낸 그 문제라는 것도 괴상하기만 했다. 수학적인 계산이나 추리, 암호의 영역이 아닌 넌센스 문제가 아니냐 할 정도로 규칙성이 없었다.


다음 날 오후 네 시, 결국 수영은 아무것도 풀어내지 못한 채 빈손으로 그녀를 대면해야 했다. 석희는 아쉽다는 얼굴로 말했다.


“별로 절실하지 않은가 봐요. 나라면 수단 방법 안 가리고 풀었을 텐데.”


이틀째, 긴급회의가 열렸다. 수영도 회의에 참석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석희의 제안을 받고 그것을 실행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였다.

회의는 지지부진했다. 담당 검사는 왜 저런 요구를 들어주고 있느냐, 연쇄살인범의 장난에 놀아 날 시간이 없다며 퀴즈를 풀어내는 것 자체를 거부했다. 하지만 도대체 어디에서 말이 샌 것인지 이미 퀴즈에 대한 기사가 뜬 후였다.

이미 기사가 떴는데 열일곱 명이 죽어 나갈 때까지 살인마를 잡지도 못한 무능한 검경이 진상마저 밝히지 못한다면 얼마나 욕을 먹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때, 수영은 다소 충동적으로 말을 던졌다.

기사가 이미 떴고, 사람들이 퀴즈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 차라리 이것을 공유해서 정답을 수배해보자.



베일에 쌓인 살인 행각의 전모를 밝혀낼 기회를 움켜쥔 수영

그녀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리고 살인사건에 피의사실 일체를 자백 받으며

석희와의 게임이 끝난 듯 싶었지만…….




수영은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내 딸 어디에 있어”


석희는 대답 대신 웃기만 했다. 그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수영의 머릿속에서 버티던 무언가가 뚝 끊어졌다. 수영은 휘어진 가드레일을 발로 콱 내리쳤다. 맨발이 쇠판에 세게 부딪쳤으나 머리끝까지 차오른 분노 때문에 얼얼한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 있냐고!”


수영의 다리가 다시 크게 들렸다. 이번에 내리치면 정말 떨어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차라리 이렇게 해서라도 이 모든 게 끝난다면. 수영은 다시 힘껏 내리쳤다. 아니, 내리치려 했다.

수영은 타격을 받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누군가 수영을 몸으로 부딪쳐 밀어낸 것이다.

전혀 대비하지 못한 탓에 바닥에 부딪히는 충격을 그대로 받아내야 했다. 몸 곳곳으로 통증이 파고들었다. 간신히 고개를 들자 검은 헬멧을 쓴 사람이 석희를 끌어올리는 게 보였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못 알아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뉴스에 석희가 구치소 호송 버스에서 탈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계획이라도 된 듯 수영에게 전해지는 석희의 메세지.


끝난 줄 알았던 석희와 수영의 게임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석희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나는데요.


이들은 왜 연쇄살인범 곁에 있으며 무슨 목적으로 움직이는 걸까요?

그녀가 노리는 진짜 사냥감은 누구일까요?




서서히 좁혀들어가면 두 개의 타깃이 보인다

단 한 번의 기회, 한꺼번에 잡아야 모두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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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릴러 시즌 3

고도원 미스터리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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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된 여자

케이스릴러 시즌 3

김영주 미스터리 스릴


아마추어 연극배우에게 찾아온 은밀한 유혹






현관문이 열려 있었다. 문 앞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안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은 없었다. 발을 들이는데 섬뜩한 기운이 등줄기를 훑었다. 제일 먼저 바닥 위로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내 옷가지들이 보였다. 그것들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침대, 냉장고, 식탁 같은 집기에 가려져 있다가 드러난 빈 벽은 곰팡이 얼룩이 올라와 너저분해 보였다.


“뭐야, 아가씨 아직 안 갔어?”


소리에 놀라 돌아서자 나이 든 집주인이 걸레와 빗자루를 가지고 들어서는 게 보였다. 당황한 나머지 목소리가 곧바로 나오지 않아 숨을 한 번 고른 후에 겨우 물었다.


“이거… 어떻게 된 거예요?”


“동생이 말 안 했어요? 두 달 전부터 누나는 이제 여기 안 살아서 정리해야 한다고 그래서 뭔 일 있나 했는데.



연극배우였지만 제대로 된 배역 한번 맡아보지 못한 수완은

무대보다 매표소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결혼을 약속한 동거남 은호는

수완의 집 보증금을 가지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아르바이트로 하던 필라테스 강사 일마저 잘리면서

수완은 결국 가진 것을 모두 잃고 맙니다.




“괜찮다면 다음 일이 결정될 때까지 여기서 나와 함께 지내 줄래요? 물론 그동안 수완 씨에게 필요한 것들은 모두 제공할게요. 원하는 금액이나 기간을 제시해도 좋고요.”


뜻밖이었지만 지금 내 상황에선 상당히 유혹적인 제안이었다. 그렇기에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그녀가 원한다면 굳이 이런 조건을 내걸지 않아도 아는 동생으로 지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만약 그녀가 정말 나를 순수하게 동정했다면 오늘의 호의만으로도 충분할 것이었다.

문득 예전에 몇 번 일면식도 없는 신부의 결혼식장에 하객 아르바이트로 참석하고 일당을 받은 경험이 떠올랐다. 요즘 인플루언서들 중에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유령 팔로워를 사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다. 그녀 역시 이미 많은 주부 팬들을 보유한 인플루언서였다. 어쩌면 이런 일이 그녀에게는 익숙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 묘한 반감이 들었다.


“참 간편하네요.”


살짝 비꼬는 내 말투에 그녀가 웃었다.


“이건 조건이 있으니까요. 내가 부탁하는 거잖아요. 수완 씨에게.”

“설마… 제가 남경 씨 역할이라도 해야 하는 건가요?”

“안 되나요?”

“그건 말이 안 되죠. 혹시나 남경 씨를 아는 사람들이 본다면…….”

“그런 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남경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나밖에 없으니까.

적어도 내가 아는 한은 그래요.”


그녀가 원하는 것이 뭔지 이제 알았다.

내가 그리운 그녀의 여동생 대역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때 수완에게 스포츠센터 VIP 고객이었던 경진이 다가옵니다.

그리고 수완을 안아주면서 위로와 함께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데요.

경진의 과거는 현재 수완의 처지보다 몇 배는 지독하고 끔찍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줄로만 알았던 그녀에게도

이런 고통스러운 과거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면서

수완은 경진에게 동질감을 느낍니다.


그때, 경진이 수완에게 은밀한 제안을 해오는데요.

바로 자신이 과거에 잃어버린 동생 남경이 되어달라는 제안!




저 집의 주인이 된다. 동시에 저 근사한 여자의 동생이 된다.


‘관객을 믿게 하려면 자신이 먼저 믿어야 해.’


아주 오래전 극단 워크숍에서 연출가에게 들었던 충고가 생각났다.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모호하게만 느껴졌던 그 말은 경진의 마지막 말과도 통하는 데가 있는 것 같았다.


‘누가 그랬지? 인생에는 반드시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기대를 버려. 그딴 말은 애초에 기회가 주어진 인간들이나 지껄이는 거지. 너하고는 상관없는 일이거든.’


막다른 길에 처할 때마다 저주처럼 떠오르는 선배의 말도 다시 스쳐갔다.


아니요, 내게는 기회가 왔어요. 선배.


나는 저 집의 주인이 된다. 동시에 저 근사한 여자의 동생이 된다. 나는 허남경이 된다.

몇 번이고 되뇌고 난 후 베란다로 통하는 유리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설렘으로 생기를 띈 얼굴은 낯설게 보였지만, 입고 있는 옷은 아까보다 잘 어울려 보였다. 그리고 알아차렸다. 이것이 내게 온 진짜 기회라는 걸.



수완은 기꺼이 경진의 동생 역할에 몰입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스스로를 증발시키고 다시 태어나기로 결심한 수완


수완은 완벽한 남경이 되기 위해 독일어를 배우고 습관을 몸에 익힙니다.

외모와 옷 스타일까지 완벽하게 남경이 되었을 때,


수완은 깨닫게 됩니다.

자신은 지금까지 경진이 연출한 연극무대에 선 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이 연극은 어마어마한 유산을 상속받기 위한 그녀의 기획극이었단 것을!

그리고 이 연극의 정해진 결말이 바로 자기 자신의 죽음이라는 것을.




이 연극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내 삶을 완전히 잠식하려는 그녀의 손에서 탈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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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된 여자

케이스릴러 시즌 3

김영주 미스터리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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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돌보지 않은

케이스릴러 시즌 3

변지안 미스터리 스릴


아무도 돌보지 않은 해나와 여경의 슬픈 연대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이른 저녁 식사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우리 세 사람이 산 채로 10인용 식탁에 앉을 일은 없어졌다. 양어머니의 요청으로 양아버지가 크리스마스 특별식으로 만든 굴라쉬 스튜와 곁들인 깜빠뉴 빵을 마지막으로, 내가 깨어났을 때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손에 스푼을 쥔 채, 한 사람은 두 눈을 뜬 채로 날 바라보며 식탁에 엎드려 있었다.

그날이 이곳이 온실로 존재했던 마지막 날이었다.



–30℃ / –22℉

이제 이곳은 본래 지어진 목적대로 냉실이 되었다. 식물들과 꽃들은 매서운 기온을 견뎌내지 못하고 죽거나, 급속 냉동이 가동되어 하얀 서리들이 내려앉은 채로 얼어붙었다.

덕분에 냉실은 여전히 차갑게 푸르렀다. 중앙에 위치한 떡갈나무 식탁엔 시간이 멈춘 듯 그날의 모습 그대로 양부모님이 엎드려 있었다. 꽝꽝 얼어붙은 채로.

양어머니는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뜨고 날 바라봤던 모양이다. 뜬 눈은 다신 감기지 않았다. 나는 가끔 궁금했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거듭된 파양으로 몸도 마음도 부서진 아홉 살의 천재 소녀 진해나.

해나는 단란한 삶을 꿈꾸며 다시 한번 입양길을 선택합니다.

해나의 새로운 양부모님은 무척이나 부유하고 자상했지만…….


입양 일 년째 되던 크리스마스 저녁,

양부모는 해나에게 의미 모를 사과를 남기며 목숨을 끊습니다.




“엄마는 어디 계시니?”


매번 같은 질문이다.


“먼저 주문하고 기다리랬어요. 딸기 밀크셰이크 주세요. 여기 돈이요.”


거슬러 받은 돈에서 300원이 모자라다. 하지만 되묻지 않는다. 괜한 눈길을 더할 필요가 없다. 되도록 카드는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평소와 같은 평균적인 카드 대금이 인출될 수 있도록 짜임새 있게 사용 중이다. 비교적 한가한 시간, 한가한 장소를 골라 찾은 카페에는 막 하교한 아이들과 엄마들로 북적인다.


역시 어른을 동반하지 않은 아이는 나 하나뿐인가.


입에 머리핀을 물고 딸아이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한 갈래로 올곧게 땋던 여자와 시선이 마주친다. 그녀의 눈빛이 소리 내며 묻는다.


‘엄마는 어디 계시니?’


순간 나는 그녀의 귀에 바짝 다가가 마치 세상에 둘도 없는 비밀을 알리듯 속삭이고 싶어진다.


‘엄마 따윈 없어요. 멋대로 죽어버려서. 아 참, 어찌 된 일인지 아빠란 사람도 같이요.’



양부모의 죽음을 목격한 해나에게 남은 것은 다시 입양기관으로 돌아가는 길.

그러나 두 번 다시는 부모 없는 아이로 손가락질받기 싫었던 해나는

양부모의 죽음을 비밀에 부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아무도 돌보지 않은 아이임을 숨기면서

양부모의 시신과 함께 거대한 저택에서 홀로 살아가는데요.




얼마나 지났을까. 천천히 안정을 찾으며 내려간 혈당 수치가 130선에서 멈추자 그제야 여자는 내내 붙들고 있던 내 팔을 놓는다. 여자의 손은 토모코의 볼처럼 찼지만, 이상하게도 뜨겁게 느낀 나는 퍽 안심이 되어 물어보기로 한다.


“아까 그 영화요. 나랑 닮은 애가 있던.”


영화의 제목은 아담스 패밀리라고 여자가 다시 말해주었다.


“어, 왜?”


어쩐지 창피하지만 물어보기로 한다.


“그 사람들은… 전부 가족이에요?”

“응?”


부끄럽지만 그래도 물어보기로 한다.


“…가족이냐고요.”


“맞아, 그랬어. 제목도 아담스 패밀리잖아. 패밀리, 가족 맞아.”


나는 그저 영화 속 나와 ‘분위기가 닮은’ 여자아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정체가 궁금해서 질문했을 뿐이라고, 나는 그저 내가 필요로 할 때 아홉 살 여자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어른 여자가 필요할 뿐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괜한 속을 들킬 것 같아서 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나는 서둘러 이렇게 말한다.


“언니를 고용할게요.”



그러나 아직은 보호자의 동의와 관리가 필요한 아홉 살의 나이.

해나는 부모의 존재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로포폴 불법투약 전과로 세상을 등지고 숨어 살던 주여경을 대행엄마로 고용합니다.


해나가 한국을 무사히 떠날 수 있도록 여경이 돕기로 하는데,

두 여자에게 이제는 피하고 싶은 돌봄의 손길이 다가옵니다!



아무도 몰라야 했던 두 여자의 간절한 계획!

그들에게 무서운 관심이 쏟아지면서 조금씩 어그러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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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돌보지 않은

케이스릴러 시즌 3

변지안 미스터리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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